위대한 생존 -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이야기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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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이야기, <위대한 생존>을 읽으면서 언젠가 9.11 테러를 견뎌낸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일본에서도 원폭투하로 다 타버리는 나무들 사이에서 살아남은 나무가 아직까지도 희망의 상징으로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그렇게 끈질기게 살아남은 나무에게서 위로를 받고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꿈꾼다.

레이첼 서스만이 일곱 대륙을 넘나들며 10년동안 취재해온 고령 생명체 30종에 대한 이 책은 강한 생존력뿐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유한한 시간의 한계뿐 아니라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해준다. 그녀는 이 책을 집필하는 시간 중에, 인간의 시간으로 따지면 오래 사귀어온 남자친구와의 불화를 겪기도 한다. 그래서 3.000살인 크레타 섬 마노 보우베의 올리브 나무 곁에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찰나적인 감각, 생각, 감정에 묶여 있고 그것들로 구성돼 있다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말이다. 그녀가 스리마하에서 만난 보리수만 해도 2,294 +@로 추정된다. 심지어 고타마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의 보리수 나뭇가지를 가져다 접목시킨 것이라고 하는데, 그 시간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나무에 사람들이 부여한 가치와 불교라는 종교가 만들어낸 역사도 결국 한없이 짧은 시간을 살아온 인간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또 그 찰나의 시간이 소중하게 여겨진다. 경이로운 사진과 기록을 보면서 내가 느낀 것들을 글로 표현하고자 하니 내 맘 같지 않아 솔직히 답답하다.

긴 시간을 살아온 나무들 그리고 동물계 생물인 뇌산호의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나름의 생존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5,068살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 화이트 산맥의 브리슬콘 파인의 생존력은 극단적인 조건에서 나온다고 하니 더욱 경이롭다. 그리고 조금은 두려웠던 것이, 요즘 그 브리슬콘 파인의 성장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려졌다는 것이다. 오천년이 넘는 시간의 기억속에서 지금이 가장 극단적이라는 의미인 것일까? 물론 그들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고 해서 영생이 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남긴 기록, 생명력에 대한 화보라고 말하고 싶은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도 했다. 반면에 사람의 손길이 닿으면서 자연이 훼손되는 것이 걱정되기도 했다. 고령생명을 지켜온 것은 종교계의 힘이 크다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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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5 : 모험 편 - 아서 고든 핌 이야기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5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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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원전 완역본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5번째는 모험 편이다. 이 전에 나온 것과 달리 이 책은 딱 2편의 모험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장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물론 분량으로 봐서는 중편이라고 해야 할거 같지만, 포의 작품들을 놓고 보자면 충분히 장편소설인 아서 고든 핌 이야기와 결국 미완성으로 남은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에드거 앨런 포 문학의 국내 권위자이자, 감수를 맡은 김성곤 서울대 명예 교수가 왜 그의 작품이 지금까지도 현대까지도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해설이 수록되어 있다. 포의 작품들은 우리가 즐기고 있는 장르문학의 원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거기다 많은 작가들이 그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 그의 세계관이 끝없이 확장되고 있는 듯 하기도 하다.

모험 편의 배경은 바다와 산이다. 남극바다의 심연과 북아메리카 로키산맥을 배경으로 한 모험담이다. ‘아서 고든 핌 이야기는 마치 믿거나 말거나 식의 편지와 함께 시작된다. 거기다 무모하게 떠나 민폐만 잔뜩 끼치고 끝난 짧은 모험이 자꾸 미화되고 스스로 거기에 도취되면서 대책 하나 없이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갖고 있는 어리석음에 절로 웃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치 첫 번째 모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을 탓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난파되어 고립된 배위에서 극한의 상황까지 떠밀려 가면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원초적인 모습과 처절하게까지 느껴지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적나라하게 그려내기 시작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전집을 읽으면서 그의 방대한 작품 세계의 에 감탄했다면, 모험 편에 수록된 소설들은 그 넓이를 깊이로 환산해내는 그런 느낌을 주었다. 누가 선인지 악인지 모호해지는 그 경계에서 강렬하게 드러나는 생존자들의 투쟁과 마치 절정으로 치닫다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듯 파바박 소리와 함께 갑작스럽게 정전이 되는 듯한 결말은 열린 결말이라는 형태라고 하지만 순간 어리둥절해지면서 멍하니 책장을 만지작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완성이라는 사실에 한없이 안타까워해야 마땅할 줄리어스 로드먼의 일기의 끝에 생각보다 쉽게 순응할 수 있었다. 물론 아서 고든 핌 이야기가 미완성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특히나 그때 당시에 미개척지였던 두 지역이었기에 다 밝혀지지 않은 지도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가는 모습처럼 느껴졌다고 할까. 마치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그렇게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다 표지에 써있는 모험이라는 글씨를 다시 봤다. 모험이라는 것은 어쩌면 정말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그리고 에드거 엘런 포의 모험도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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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 풍자 편 - 사기술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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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스톤 출판사에서 단장해서 내놓은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번째 이야기 풍자 편은 총 21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부터 얼마나 기발하던지, 그가 천일야화의 세에라자드이고 내가 샤리아 왕이었다면, ‘이런 이야기 들어보실래요?’하면서 제목만 말해도 나는 절대 그의 목을 치지 못할 것이리라. 그러고 보면 환상 편에서 그가 천일야화 천두 번째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풍자 편에서는 제목이 평범한 이야기부터 먼저 골라 읽었다. 바로 안경인데, 사실 이 소설이 풍자 편에 속해있지 않았다면, 미국 낭만주의를 이끌던 에드거 앨런 포다운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심리상태를 얼마나 격정적으로 묘사를 했는지, 그가 토로하는 사랑에 대한 갈증에 나까지 동요해서 그를 도와주지 않는 친구의 무심함을 함께 비난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다지 길지 않은 소설을 읽으면서 몇 번을 이게 왜 풍자일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포가 보여주는 절묘한 반전은 역시나 놀라웠다. 문득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자신의 이름에, 물론 그저 이름일 뿐이다. 하지만 거기에 자부심을 갖고 막대한 유산의 조건으로 갖게 된 서민적이고 평범한심프슨이라는 성을 갖게 된 것을 한탄하고, ‘열에 아홉은 잘 생겼다고 말할 얼굴때문에 안경을 거부하던 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결국 다시 처음부터 읽다 보니 문득 그의 친구가 외제니 랄랑드 부인에게 반한 친구에게 화려했던 그 시절의 미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나 역시 첫사랑에 포로가 되어버린 그의 격정적인 감정에 눈이 멀어서 포가 던져주는 힌트를 자꾸만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렇게 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착하던 그에게 안경이 주는 풍자의 의미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오랫동안 내려온 교훈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사기술비즈니스맨은 왠지 연작으로 묶어도 재미있을 거 같은 인상을 주기도 블랙유머캠페인 같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던 ‘X투성이 글’, ‘작은 프랑스인은 왜 팔에 붕대를 감았나는 풍자의 영혼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 해학의 미가 느껴지는 그런 소설이었다. 그의 끝이 보이지 않을 거 같은 세계관을 보고 있자니, 그가 갖고 있는 무한한 상상력이 너무나 부러워지기도 했다. 혼자 가만히 있어도 자신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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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3 : 환상 편 - 한스 팔의 환상 모험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3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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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시초라고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를 알게 된 것은 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작가 이즈미 교카의 작품을 읽으면서부터였다. 그 후 그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지만 한국에는 많은 작품이 나와있지 않아서 아쉬워하던 차에, ‘국내 최초의 에드거 앨론 포 소설 전집이 나와서 너무나 반가웠다. ‘환상 편은 총 18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근대적 환상문학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에드거 앨런 포인지라 더욱 기대되는 편이기도 했다.

천일야화 천두 번째 이야기는 마치 자신이 어디선가 읽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처럼 정말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신드바드가 나이가 들어서 다시 집을 떠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와 그가 먼저 알게 된 천일야화의 숨겨진(?) 결말까지 우리에게 말해준다. 상징주의 문학의 원조라고 하는 에드거 앨런 포답게 신드바드의 모험의 후반부는 기이한 자연현상 혹은 새로운 기계문명을 괴기스러움이 넘쳐흐르게 묘사해낸다. 솔직히 주석이 없었다면 못 알아들었을 이야기도 꽤 많았는데, 다행히 그가 묘사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를 충실하게 설명해놔서, 에드거 앨런 포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상상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실제 존재하는 것들을 남다르게 묘사한 세에라자드에게 쏟아지는 비난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누리고 사는 기계문명에 대한 에드거 앨런 포식의 헌사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유럽대륙을 휩쓸었던 페스트라는 전염병을 더욱 기괴하게 묘사해낸 페스트 왕과 다섯 페이지의 단편이지만 밀도 있게 풀어낸 타원형 초상화’, 그리고 최면술사와 최면에 걸린 남자의 대화를 통해 우리를 둘러싼 유 무형의 세계를 환상적으로 보여주던 최면의 계시도 재미있었다. 특히나 타원형 초상화는 에드거 앨런 포의 필력 자체가 너무나 빛나는 느낌이었다. 그림과 결혼했다는 할 정도로 열정적이던 작가와 그의 모델 노릇을 하느라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는 부인의 이야기에서, ‘화가는 자신이 화폭에 펼쳐낸 색조가 옆에 앉은 신부의 볼에서 옮겨진 것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라는 문장은 너무나 절묘해서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곤 했다. 조금 호흡이 긴 소설과 짧은 소설이 교차되어 더욱 리듬감 있게 읽을 수 있었던 환상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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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뇌 - 디지털 시대, 정보와 선택 과부하로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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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무엇인가를 기억해내려고 하는데, 어렴풋하게 잡히지 않아 답답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 머릿속도 컴퓨터처럼 검색이 가능하고 태그를 붙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사실 실제로 그렇게 해보겠다며 나름의 정리법을 고안한 적도 있어서 <정리하는 뇌>라는 제목을 봤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 책의 저자는 신경과학자이자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J. 레비틴이다. 그는 ‘1만 시간의 법칙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학자로 유명하다. 전에 1만 시간의 법칙에 키포인트는 집중력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 역시 비슷한 맥락에 있다. ‘주의력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정신적 자원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이 책의 주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뇌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무의식적인 필터와 만족하기 생활 전략처럼 비용과 혜택을 분석하여 적당한 선에서 멈추는 것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주의력을 가치 있는 일에 사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화시대에서 새로운 것에 쉽게 반응을 보이는 성향을 갖고 있는 인간의 뇌에는 이미 과부화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뇌는 정보를 입력하고 검색하는 나름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당장 밖으로 나가 일정거리를 걷기만 해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의 수가 과거와 다른 것을 시작으로 뇌가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결과를 통합하여 인지 과부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건 이러한 부담을 나의 내부가 아닌 외부의 물리적인 세계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정작 필요한 일에는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쉽게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자신에게까지 올라오지 않는다는 버락 오바마의 말을 빌려, 뇌 역시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뇌에게 과하게 부담 지워진 다양한 일들을 쉽게 정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시간이나 정보라던지 디지털공간과 사회관계 그리고 집안이나 비즈니스 조직까지 제시되어 있는데 정말 유용한 정보가 많아서 도움이 된다.

사실 나는 나의 기억력이 예전 같지 못한 것만 문제로 삼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좋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 심지어 예전에는 전화번호도 잘 암기했었는데, 이제는 암기하는 번호가 하나 없다며 한탄하곤 했는데, 어쩌면 그것이 너무나 바쁜 뇌를 위한 하나의 배려가 될 수 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희소성이 강한 자원인 시간과 주의력을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기 위해서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필요 없는 것들을 제외시킬 수 있는 주의 필터 기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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