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와 쿠스쿠스 - 요리하는 철학자 팀 알퍼의 유럽 음식 여행
팀 알퍼 지음, 조은정 옮김 / 옐로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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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테이너(셰프와 엔터테이너의 합성어)의 전성시대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음식에 대한 책이 꽤 많이 나오고, 나도 몇 권의 책을 읽어 본적이 있다. 그 중에 이번에 만난 <바나나와 쿠스쿠스>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요리 에세이였다. 특별히 화려한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맛을 아주 세밀하게 표현해내는 것도 아닌데, 소개되는 음식마다 궁금해지고 절로 그 음식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그려지곤 했다. ‘요리하는 철학자 팀 알퍼의 유럽 음식 여행이라는 소제목답게 유럽 음식을 다루고 있는데, 그가 풀어내는 음식과 그 음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는 행복한 시간으로 오감을 채워준다. 거기다 한국에서 벌써 9년째 살아온 시간도 충분히 느껴졌는데, 이탈리아의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한국에 있는 이탈리아 식당 사장님들께 쓴 편지가 특히나 그러하다. 정말 재치 있었고 공감 백배라 가능하다면 좋아요버튼을 눌러주고 싶을 정도였다.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불가리안 셰프 덕분에 불가리아 음식에 대해 꽤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서, 불가리아 음식에도 꽤 관심을 갖고 있었다. ‘타라토르’, 요거트에 다른 것들도 넣지만 일단 마늘을 넣다니 상상하고 싶지 않은 그런 맛이긴 하다. 하지만 요거트에 밥을 말아먹은 적도 있을 정도인 유제품 매니아라 몹쓸 호기심이 샘솟는다. 거기다 불가리아의 위대한 요거트 디시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또한 몇 입 먹고 다시는 먹고 싶지 않았다는 플젠 트사트사지만, 햇살 가득한 발코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모습이 녹아있는 음식이라 아련하게 그리워진다고 한다. 음식에는 확실히 그런 추억의 맛이 있다. 할아버지께서 제주도에서 지내실 때의 일이다. 서늘한 바닷바람 때문에 옷깃을 여미며 집으로 뛰어들어 갔을 때, 따끈하게 준비되어 있던 고기국수가 어찌나 맛이 있던지,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입맛을 절로 다시게 된다. 하지만 서울에 와서는 절대 그 맛을 느낄 수 없었던 걸 보면 말이다.

아무래도 제일 재미있게 읽은 것은 영국음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대영제국은 전세계에 여러 가지 먹을 거리를 공급하고 있어요. 단지 조리 전(Before cooking)으로 말이죠'라던 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영국 음식에 대한 농담은 꽤나 유명하다. 영국에 처음 갔을 때도 주위사람들이 파인 다이닝에 갈 것이 아니라면 맥도날드가 맛집이라는 식의 조언을 해주기도 했었다. 하지만 팀 알퍼와 함께 떠나는 영국음식기행은 꽤나 맛깔스러워서 즐거웠다. 그가 갖고 있는 추억의 양념을 많이 쳐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물론 그가 알려주는 영국 음식을 먹을 때 위험성을 피하는 팁과 유럽음식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요리 레시피는 친절한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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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만든 사람들
현경병 지음 / 무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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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중국을 이끈 12명의 인물을 살펴보고 그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탐구해본 <중국을 만든 사람들>에 이어 나온 <유럽을 만든 사람들>. 중국 편에서도 중국사에 대한 폭넓은 연구에 감탄했었는데, 유럽 편을 읽으면서도 작가의 학구적 성취에 감탄하게 된다. 거기다 유럽사에서 고립되지 않고, 우리 역사와의 관계 그리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배워야 할 점들을 짚어주는 부분과 마치 역사시간에 수업을 들으며 핵심적인 부분들을 요약, 정리해놓은 듯한 부록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제목처럼 인물 중심으로 유럽사를 살펴보는 책인데, 막상 집필을 하다 보니 그 양이 방대하여 2편으로 나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1편에서는 고대, 중세 그리고 근대 유럽의 서막을 다루고 있는데, 익숙한 인물도 있지만 낯선 인물들도 꽤 많았다. 학창시절 세계사 수업시간에 중세 유럽은 게르만족의 이동에서 시작되었고, 중세 유럽의 특징은 기독교와 봉건제도라는 것을 암기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게르만족이 이동을 하게 된 것은 훈족의 압박이었는데, 거기에 아틸라 대왕이 있었다. 왠지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에 등장한 인물인거 같아서,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주인공 래리의 사지를 찢고 싶어했던 그 인물이 맞았다. 이 책에서는 아틸라 대왕의 입장에서 다루고 있지만, 아마 훈족의 압박에 시달렸던 유럽인의 입장에서는 한없이 잔인하고 포악한 인물로 그려질 수 밖에 없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틸라 대왕은 독일 고전 문학의 최고 명작인 니벨룽의 노래에서는 그가 위대한 왕으로 그려지고 있고, 나 역시 영화 속의 이미지가 아닌 진짜 아틸라 대왕의 생애를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어찌되었든 그렇게 게르만족이 유럽 대륙 전반으로 확산되어 갔고, 게르만족의 독특한 종사제도가 중세유럽의 특징인 봉건제도의 기원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니 흥미롭다.

그리고 중세 유럽의 또 하나의 키워드인 기독교에는 프랑스와 독일 건국의 시초를 이룬 카를 대제가 있었다. 이 역시 익숙한 인물은 아니었는데, 그는 로마 가톨릭이 중세시대에 뿌리내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의 기사들 역시 유럽 문학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데, 카를 대제가 이끈 이베리아 원정에서 죽음을 맞이한 브르타뉴 변경백인 롤랑의 죽음이 바로 프랑스 무훈시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롤랑의 노래가 된 것이다. 인물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러 분야를 넘나들면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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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교과서 무함마드 - 생각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라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4
최영길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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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궁극적 질문과 답을 담은 인생 교과서는 인류의 위대한 스승 19명에게 묻고 대한민국 대표 지성이 답하는 형식을 갖고 있는 책이다. 19인이 현자에는 이 책을 읽는 독자 1인이 더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에서 나오는 책들에는 경험에서 오는 믿음이 있고, 또 개인적으로는 예언자 무함마드와 꾸란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슬람에 뜻에 복종하는 자를 뜻하는 무슬림의 인구가 18억에 달하고, 무함마드는 그들의 영혼의 지도자이다. 그래서 나의 부족한 지식을 채우고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의 길잡이가 되고 있는 무함마드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나온 4권의 인생교과서 중에 공저가 아닌 책은무함마드뿐이었는데, 그만큼 한국에서 이슬람을 연구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는 의미로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평소와 달리 저자인 최영길의 약력을 유심히 살폈는데, 한국인 최초로 이슬람 국립대학에서 이슬람 박사학위를 받은 분이었다. 또한, 아랍어 원문 꾸란을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했고, ‘압둘라 국왕 국제 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꾸란에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선악과와 원죄에 대한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가 다르게 전개된다. 하나님은 그들이 망각에 의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또한 누구도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다. 그래서 이슬람에서는 원죄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무함마드가 노예 해방에 앞장섰던 것과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를 이어서 노예가 될 수 없는 신분제도를 천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윗대의 사람이 무슨 일로 노예가 되었든, 그 죄가 후대에까지 이어질 수는 없다고 그는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무함마드는 라마단의 금식을 다하지 못하면, 노예를 해방하는 것으로 속죄를 받을 수 있다고 하여, 노예들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또한 일부사처를 허용한 것 역시 전쟁미망인과 고아를 보살피기 위함 이었다고 한다. 전에 이슬람이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것이 척박한 환경에서 유목생활을 해야 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슬람의 교리는 지금 내가 겉으로 판단하는 것보다는 상당히 유연하게 움직여왔던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또한 꾸란 14:7, ‘너희가 감사해한다면 나는 너희에게 더 많은 것을 베풀어 행복하게 할 것이니라같은 구절을 통해 강조한 감사의 중요성과 마음으로 만들어가는 나만의 재산인 행복에 대한 이야기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참 멀게만 느껴졌던 이슬람교이고 예언자 무함마드였지만, 이 책을 통해서 한층 가깝게 느껴졌다. 또한 그렇게 편견을 내려놓고 바라보니,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들도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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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한시 - 사랑의 예외적 순간을 붙잡다
이우성 지음, 원주용 옮김, 미우 그림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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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조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정제하여 직접 짓고, 많은 사람들이 읊조리며 감동했던 ‘한시(漢詩)’, 그 중에 사랑에 대한 시를 모아놓은 <로맨틱 한시> ‘로맨틱..라고 표지에 적혀있어서, ‘로맨틱 한시라고 읽어도 되지만 로맨틱한 시라고 읽어도 될 거 같다. 정말 제목부터 책의 주제와 느낌을 조화롭게 녹여놓은 거 같아 자꾸만 되뇌게 된다 학창시절 시를 마치 암기과목처럼 외워왔고, ‘한시역시 다르지 않았다. 도리어 암기해야 할 것에 한자가 덤으로 얹혀져 있는 느낌이랄까? 솔직히 한시하면 딱딱한 느낌이 든다는 생각도 조금은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낭만적인 한시가 많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그리고 학창시절에도 꽤나 좋아라 했던 황진이의 시가 나올 때마다 그녀가 스스로를 송도삼절(松都三絶)로 손꼽은 것이 자화자찬만은 아님을 느끼게 된다. 황진이의 그대 향한 마음 끝없이 흐르네, 奉別蘇判書世讓黃眞伊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당대 최고의 지성인으로 손꼽히던 소세양은 자신은 여색에 쉽게 빠지는 남자가 아니라며 한 달만 황진이와 함께 보낼 것을 호언장담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 날 그녀가 이 시를 올리자, “내가 사람이 아니지하고는 다시 머물렀다고 한다. 그의 마음을 돌린 한 구절은 아마도 내일 아침 그대 보내고 나면 사무치는 정 물결처럼 끝이 없으리, 明朝相別後情與碧波長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렇게 한없이 흐르는 물에 이별의 슬픔을 더한 시가 또 있다. 바로 정지상의 송인, 送人이다. 그는 이 시에서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다할 것인가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大同江水何時盡別淚年年添綠波라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는데, 이별의 아픔은 고려시대나 지금이나 다를 것 없이 애절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규보의 미인원, 美人怨순독을 해도 역독을 해도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는 회문시이다. 변해가는 사랑을 안타까워하는 그의 마음은 어떻게 읽어도 변함없는 시로 표현되어 사랑이라는 감정이 두 사람 사이에서 흐르지 않고 결국 일방적인 감정이 되었을 때, 나라도 그대로 있다면 그 사람이 결국은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거 같았다. 그래서 능운의 대랑군, 待郞君에서 달이 뜨면 돌아온다던 그의 약속을 떠올리며 당신이 있는 곳은 달이 늦게 뜨는 거 같다는 그 마음이 안타깝기만 했다.

원문과 함께 감각적으로 우리말로 풀어낸 시 그리고 시와 시인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사랑에 대한 수많은 빛을 그려낸 에세이 그리고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어우러져서 참 아름다운 책을 만들어 주었다. 거기다 표지느낌까지 얼마나 보드라운지 정말 오래오래 곁에 두고 자꾸자꾸 읽고 싶어진다. 편역의 원주용과 글을 쓴 이우성 그리고 미우의 그림까지 세 박자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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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의 창조자들
이남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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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영향력이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특징과 사례를 설명한 <메신저> ‘직장인 자기계발서의 화신이라고 불리는 이남훈은 메신저가 사용하는 기술을 T.R.D로 정리했다. T.R.D, Trigger(격발)-Remind(연상)-Diffusion(확산)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수많은 메신저의 이야기 중에 정말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마케팅 관련 업무를 했어서 그런 부분들이 더욱 눈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어떻게 캠페인을 펼치느냐에 따라 기업의 매출이 좌우되곤 하는데, 유니레버 같은 경우는 물 부족 국가인 인도와 태국의 시장에 진입을 하면서, ‘물을 적게 써도 되는 세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했었다. 하지만 이는 주부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역부족이었고, 주부들의 심리를 분석해 돈과 시간을 절약하는 현명한 주부라는 슬로건으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물론 인도와 태국이 물 부족국가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사용하면서 얻게 되는 의미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유니레버와 함께 라스베가스의 카지노인 시저스 엔터테인먼트의 마케팅 전략 담당 기획자의 발상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도박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에 대한 중독을 사람들의 뇌리에서 희석시키기 위해 통제감 설계라는 것을 이용한다. 이런 설계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말이다. 마치 자신이 도박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장치로 사람들의 마음을 재구성하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

이런 이야기는 미국의 뉴올리언스에 사례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재즈의 고향인 그 곳이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의해 큰 피해를 입으면서,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도시라는 이미지가 물에 휩쓸려 갈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Soul is Waterproof'라는 캠페인으로 재즈의 소울은 물에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살기 좋은 나라를 이야기할 때 늘 떠오르는 국가인 스웨덴이 불과 100년 전만 해도 국가 존립이 위태로울 만큼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을 나는 전혀 몰랐다. 하지만 스웨덴 총리였던 타게 에를란데르는 복지제도를 국민의 집이라고 표현하며 결국 이를 스웨덴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속에 심는 것에 성공했다.

이처럼 메신저의 전략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변화시키는데 성공했는지를 확인하다 보니,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에도 그러한 힘을 더하는 방법에 대해서 자꾸만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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