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15,000km, 두 바퀴의 기적 - 베를린-서울, 100일간의 자전거 평화대장정
조선일보 원코리아 뉴라시아 자전거 평화원정단 엮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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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시작하여 서울까지 유라시아 15,000km를 자전거로 달린 원코리아 뉴라시아 (One Korea New-eurasia) 자전거 평화원정단의 도전기는 그들의 열정과 통일에 대한 염원이 어우러져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다만 어둠으로 잠긴 북한 땅을 앞두고, 동북 3성과 러시아 연해주로 우회한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우랄산맥과 시베리아 벌판 그리고 고비사막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남긴 평화통일의 씨앗이 그 길을 결국 열리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도 생긴다.

아름다운 사진과 그들의 원정기가 어우러져서 마치 나도 그 곳에 함께하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생기던 에피소드들도 기억에 남고,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이 주는 답답함도 있었지만 말이다. 뜨거운 물, 찬물, 흙탕물, 검은색 물, 그 어떤 물이든 나오기만 하면 된다는 러시아의 수도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한편으로는, 한국인을 무지개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의 솔롱고스로 부르던 몽골인들의 눈에 이제는 적대감이 어리고 있다는 것이 참 아쉽기도 했다.

원정단의 출발점이 독일이라는 것 역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베를린 장벽 자리에 있는 자전거 길을 달려 서울로 온 것도 그러하지만, 비무장지대처럼 비워져 있던 공간이지만 지금은 최대 번화가가 된 곳에 있는 홀로코스트 추모비도 인상적이었다. 언젠가 비무장지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통일이 가시적이라는 것이 놀랍기도 했었다. 하지만 베를린 장벽이 정말 순식간에 무너진 것을 생각해보면 내가 너무나 남의 나라의 일처럼, 아니면 SF소설에서 존재하는 먼 미래에나 있을 법한 일로 통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들의 원정기를 읽는 것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바이칼 호수에서의 이야기이다. 춘원 이광수의 유정에 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했는데, 이광수는 그 곳에서 허름하게 차려 입고 기운 없이 사람 눈을 슬슬 피하는 조선인을 보며, 언젠가 나는 조선 사람이오하며 뽐내고 다닐 날이 있을까 하며 아쉬워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태극기를 꼽고 평화통일한국을 꿈꾸며 자전거로 횡단하며 그의 말을 떠올리고 있지 않은가? 정말 우리나라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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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한 곡 - 김동률 교수의 음악 여행 에세이
김동률 지음, 권태균.석재현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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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으로 떠나가는 여행을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마 음악이 아닐까 한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김동률 교수가 글을 쓰고 이 책을 위한 출장을 마지막으로 타계한 고 권태균 교수, 그리고 석재현 교수가 사진으로 함께한 <인생 한 곡>을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음악 여행 에세이라는 설명답게 정지용의 향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 양희은의 한계령 등 정말 주옥 같은 음악과 그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나도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되었나 싶을 정도로, 이 책에 소개되는 노래에 익숙하고, 추억여행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정말이지 책에 소개된 노래들은 나를 금새 지나온 시간 속으로 돌아가게 한다. 마치 타임슬립을 하는 기분이랄까? 거기다 목포의 눈물을 들으면 고향의 어머니가 반사적으로 생각난다는 말에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말이다. 나에게는 ‘My way’라는 노래가 그러하다. 나는 이 노래를 아빠의 목소리로 제일 먼저 들었고, 지금도 그 노래의 전주만 들려와도 어린 시절 내 앞에서 노래를 불러주시던 아빠의 모습이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거기다 이 책에도 소개된 주병선의 칠갑산을 부르던 엄마의 모습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 하다. 그때는 그 구슬픈 가사를 들으며 엄마는 왜 저런 노래를 좋아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말이다. 아니다 정말 철없었던 그 시절의 나는 엄마는 청승맞은 노래를 좋아한다며 팝송을 부르는 아빠가 멋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숙명적인 한의 노래였다는 설명과 함께 지금의 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지난 시절의 나와 달리 지금의 나는 엄마의 노래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음악은 아빠와 유사어인 거 같다. 기타와 하모니카를 잘 다루시고 심지어 휘파람도 잘 부르시던 아빠가 나를 위해 처음 연주해주었던 노래는 오빠 생각이다. 이 책에도 그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반가웠다. 이 노래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었는데, 방정환 선생님이 펴낸 잡지에 보내진 동시가 이 노래의 가사였다. 그 시를 보고 연모의 정을 품었던 이원수와의 사랑 이야기도 오빠 생각 노래 가사와 잘 어우러져서 기억에 남는다. 이원수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고향의 봄의 작사가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영원한 노스텔지어가 되는 노래들 사이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인연이 있었다니 더욱 여운이 오래 남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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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독해 -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다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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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토익강사인 유수연, 나는 그녀의 토익책으로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성장기가 담겨 있는 <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조금은 까칠한 어조 속에 숨겨진 애정이 느껴지던 <독설>을 읽으며 힘을 얻기도 했다. 한동안 스마트폰에 그녀의 강의를 넣고 다니며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곤 했으니 그녀는 나에게 참 많은 동기부여를 해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녀는 독서를 하면 자연스럽게 통찰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책을 읽으며 고민하면서 답을 찾고 자신의 삶의 정의를 구하던 독서 과정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강렬한 도입부와 조금은 난해한 내용이라 도입부만 읽은 사람이 태반이라는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으며 그녀는 뫼르소는 누군가를 죽였다면 사형을 받아야 한다는 사회적인 법규는 인정하지만, 가족의 죽음에 슬퍼하거나 살인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이나 관습을 거부하는 인물로 이해한다. 사실 페스트를 읽고 이런저런 해설을 참고했었는데, 유수연식의 접근도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관점을 가진 세대가 출현했다며, 자포자기와 안분지족이라는 희망도 욕망도 줄여나가는 사토리 세대를 떠올린다. 기성의 세대는 그들이 부와 명예라는 찬란하게 빛나는 트로피를 향해 달리지 않는다는 것을 답답해하지만, 그들은 모두가 한 방향으로 무한경쟁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도리어 자신의 자유와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에서 기쁨을 느끼곤 한다. 이 이야기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를 떠올리게 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조카와 부자이지만 늘 화가 나있는 외삼촌 스쿠루지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지금의 상황이 딱 그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스쿠루지의 시간여행을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의 삶에 왈가왈부하기전에 자신을 이해해야 한다는 그녀의 조언이 마음에 와 닿는다. 나 역시 때로는 남에게 뒤처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때로는 한없이 여유롭게 즐기며 살고싶다는 마음에 내적인 갈등을 겪곤 한다. 아마 그런 갈등에는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있지 않을까 싶다. 자꾸만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저렇게 살아야 한다며 부러워하기 앞서, 일단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인생 독해>는 띠에 적혀있는 나답게 읽어야 살아남는다!”라는 문구가 잘 어울리는 책이다. 유수연 식의 인문고전 독서법이기에 독해(讀解)라는 말이 붙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동안의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또 어린왕자에게 순수함을 무기로 너의 선택을 너무나 미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며, 어른들도 나름의 이유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온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읽었다. 그렇게 더 좋은 선택은 없고, 나의 선택이 있다는 그녀의 일갈에 홀로 독, 불사를 설의 독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it’s MAI SMOOTH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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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역사 - 피아노가 사랑한 음악, 피아노를 사랑한 음악가
스튜어트 아이자코프 지음, 임선근 옮김 / 포노(PHONO)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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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엄마의 바람대로 피아노를 배우기는 했지만, 바이엘 하권을 끝내지 못한 채 끝났었다. 문득 이 책을 읽고 바이엘에 대해서 찾아보았는데, 독일의 음악가 페르디난트 바이어가 엮은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교본이라고 한다. 피아노의 역사를 이끌어 온 두 나라를 꼽을 때, 사색적이고 강렬한 러시아와 분석적이고 이론에 치우친 독일을 제시하는데, 역시나 이론의 독일답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물론 이 두 나라가 큰 역할을 했지만, 피아노는 정말 전세계의 나라와 명멸해온 예술사조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온 역사를 갖고 있다. 그래서 스튜어트 아이자코프의 <피아노의 역사>라는 책을 설명하는 한 문장을 꼽으라면 세계 각국은 이 거대한 음악 스튜에 저마다 풍미를 보탰다를 고르고 싶다. 그리고 마치 맛평론가처럼 그 풍미를 우리에게 하나하나 알려주는 좋은 책을 만나서 즐겁기도 했다.

3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피아노의 역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많은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장르를 급격하게 성장시킨 모짜르트, 피아노의 비루투오소를 꿈꾼 프란츠 리스트, 그리고 피아노의 거장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이야기도 매우 흠미로웠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인물은 프리데리크 쇼팽이다. 쇼팽하면 떠오르는 익숙한 사진이 아니라 따로 검색을 해보기도 했는데, 그의 최후의 사진이라고 한다. 쇼팽의 피아노 연주에 대한 묘사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그의 기법은 오늘 날 재즈 피아니스트들의 연주에서도 나타난다고 해서, 재즈 연주곡 몇 곡을 찾아보기도 했다. 물론 그의 기법은 피아노 제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고 해서,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작은 아쉬움이 생기기도 했다.

또한 흥미로웠던 것은 안토닌 드보르자크가 미국에 체류하면서 남겼던 말이다. 그는 이 나라의 음악세계는 니그로 멜로디라고 불리는 것이 뿌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피아노에서도 역시 미국의 흑인 이민자들의 음악인 재즈 피아니스트들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클래식이라는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피아노의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주고, 남미 음악 정신에 대한 부분도 따로 언급 될 정도로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피아노의 역사의 원제는 ‘A Natural History of the Piano’이다. 사실 큰 차이는 없겠지만, 피아노에 관련된 방대한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구성해낸 책을 다 읽고 나니, 더욱 그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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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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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좋은 에세이들을 많이 읽게 되면서 기분이 좋다. 특히나 <모든 요일의 기록>처럼 너무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은 에세이들은 읽으면서 마음이 참 편안해지고,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와 한참 수다를 떤 거처럼 즐거워진다. 10년차 카피라이터지만 카피 한 줄 못 외우는, ‘김민철이라는 남자이름을 갖고 있지만 여자인 그녀의 에세이는 읽다, 듣다, 찍다, 배우다, 쓰다 로 이루어져 있다. 비록 그녀가 읽고 들은 것들 중 많은 것을 머릿속에 남겨놓지는 못하지만, 찍어서 기록하고, 배워서 몸에 익히고, 그리고 이렇게 글로 써서 함께 나눌 수 있기도 하다.

그녀는 벽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녀의 여행의 추억은 수많은 벽의 기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점은 저 멀리 날려보내고, 수전증으로 모든 사진을 오토포샵하는 나이지만, 하늘 사진을 찍는 것을 참 좋아한다. 특히나 아름다운 구름을 보면 한동안 정신을 놓고 쳐다보곤 한다.  누군가는 저 하늘의 구름이 결국 내가 온 곳에서 흘러온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녀가 남긴 벽 사진을 보면서, 내가 잔뜩 소장하고 있는 하늘 사진이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그녀의 사진은 시간의 기록이고, 내가 남기는 기록은 그 순간의 기록이긴 하지만 말이다.

, 그녀의 벽 사진에는 기억해두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리스본의 달동네인 알파마에 재건축의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그녀는 그 곳을 사랑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주름을 없애는 수술을 하는 대신에 주름에 이야기를 덧붙이기로 결정했고, ‘리스본 대지진에서 살아남아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인 알파마는 그녀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이 사랑하는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관광수익으로 집안을 리모델링할 수 있게 지원해주었다는데, 그 결정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 있는 동네를 가면, 참 이 곳이 그 곳인가 싶으면서 아쉬움을 머금고 돌아올 때가 많아서 더욱 그런 거 같다.

그리고 나 역시 너무나 좋아하는 서재 결혼시키기라는 책 속이 이야기와 닮아 있는 지독한 독서광인 부부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우리 부부의 이야기 떠오르기도 했다. 협상을 통한 규칙 정하기가 첫번째 부부였다면, 이들 부부에게는 아내의 독재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언어의 벽이 존재했다. 물론 나름의 방법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어느정도는 섞여버리는 것은 결혼과도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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