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요즘에는 좋은 에세이들을 많이 읽게 되면서 기분이 좋다. 특히나 <모든 요일의 기록>처럼 너무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은 에세이들은 읽으면서 마음이 참 편안해지고,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와 한참 수다를 떤 거처럼 즐거워진다. 10년차 카피라이터지만 카피 한 줄 못 외우는, ‘김민철’이라는 남자이름을 갖고 있지만 여자인 그녀의 에세이는 읽다, 듣다, 찍다, 배우다, 쓰다
로 이루어져 있다. 비록 그녀가 읽고 들은 것들 중 많은 것을 머릿속에 남겨놓지는 못하지만, 찍어서 기록하고, 배워서 몸에 익히고, 그리고 이렇게 글로 써서 함께 나눌 수 있기도 하다.
그녀는 벽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녀의 여행의
추억은 수많은 벽의 기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점은 저 멀리 날려보내고, 수전증으로 모든 사진을 오토포샵하는 나이지만, 하늘 사진을 찍는
것을 참 좋아한다. 특히나 아름다운 구름을 보면 한동안 정신을 놓고 쳐다보곤 한다. 누군가는 저 하늘의 구름이 결국 내가
온 곳에서 흘러온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녀가 남긴 벽 사진을 보면서, 내가 잔뜩 소장하고 있는 하늘 사진이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그녀의
사진은 시간의 기록이고, 내가 남기는 기록은 그 순간의 기록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 그녀의 벽 사진에는 기억해두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었다. 리스본의 달동네인 알파마에 재건축의 바람이 불었다고 한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그녀는 그 곳을 사랑하지 못했으리라. 하지만
주름을 없애는 수술을 하는 대신에 주름에 이야기를 덧붙이기로 결정했고, ‘리스본 대지진에서 살아남아
리스본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인 알파마는 그녀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이 사랑하는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관광수익으로 집안을 리모델링할 수 있게 지원해주었다는데, 그
결정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겨 있는 동네를 가면, 참 이 곳이 그 곳인가 싶으면서 아쉬움을 머금고 돌아올 때가 많아서 더욱 그런 거 같다.
그리고 나 역시 너무나 좋아하는 ‘서재 결혼시키기’라는 책 속이 이야기와 닮아 있는 ‘지독한 독서광인 부부’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우리 부부의 이야기 떠오르기도 했다. 협상을
통한 규칙 정하기가 첫번째 부부였다면, 이들 부부에게는 아내의 독재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언어의 벽이 존재했다. 물론 나름의 방법으로 시작되었지만, 결국 어느정도는 섞여버리는 것은 결혼과도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