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전2권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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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All the Light We Cannot See>을 다 읽고 나서, 처음에는 그 빛이 무엇일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자꾸만 모든이라는 수식어가 마음에 걸린다. 이미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는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소설의 내용과 겹쳐져서, 그 빛은 희망이 아닐까 한다. 살다보면 마치 영겁의 밤에 갇힌 것처럼, 바늘구멍만한 길조차 보이지 않는 것 같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시간조차 뒤돌아보면, 왜 그렇게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다고 생각했었을까 하며 스스로에게 아쉬워할 때가 있다. 문득 드디어 만나게 된 마리로르와 베르너의 대화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건 용감해서가 아니에요. 내겐 달리 방법이 없었는걸요. 난 자고 일어나면 그저 내 인생을 사는 거예요. 당신도 그렇지 않아요?”

몇 년 동안은 그러지 못했어요. 하지만 오늘, 오늘은 그랬던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몰라도, 사실 이 둘은 적어도 이렇게 만나지는 말아야 했다. 어린 나이에 시력을 잃은 마리로르지만, 아버지의 따듯한 사랑 속에서 성장해 행복하게 살아야 했다. 고아로 성장해야 했던 베르너지만, 사랑하는 동생과 함께 자신의 재능을 맘껏 키워 과학자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전쟁은 두사람의 평화로운 일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그래도 말이다. 그렇게 애틋하게 사랑해주시던 아버지까지 사라지고 홀로 남아 폭격을 견뎌서는 안되었다. 편지로 미처 다 전해지지 않는 동생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간직한 채 호텔 지하에서 폭격에 대피해서는 안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말처럼 우리는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에서는 미처 보지 못하는 모든 희망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앤서니 도어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은 앤드루 카네기 메달 상과 2015년 퓰리처상을 거머쥔 작품이다. 2014년 아마존 올해의 책에도 뽑혔고, 이미 영화 판권이 팔린 작품이기도 한데, 사실 그런 화려한 수상에 대한 기록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소설이고, 마치 퍼즐을 맞춰 나가는 듯한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다. 작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황금 방울새>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인상을 받아서 더욱 흥미롭기도 했다. 덕분에 그 동안의 수상작들을 찾아보았다. 내가 읽은 작품도 꽤 되고, 지금까지 정말 좋아하는 작품도 포함되어 있고, 읽고 싶은 작품들도 정말 많아졌다. 아무래도, 앞으로의 퓰리처상 수상작을 기다리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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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질 용기 - 기시미 이치로의 아들러 심리학 실천 지침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용택 옮김 / 더좋은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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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받을 용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기시미 이치로의 신작 <행복해질 용기> 행복해지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질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깨달았다. 미움 받을 용기도 필요하지만, 확실히 행복해지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정답사회라는 한국에서 그저 남들보다 뒤떨어진다는 느낌을 말하는 열등감을 이겨내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오죽하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태어난다는 것부터 애초부터 괴로운 일이다라고 말했겠는가?

보통은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마치 나의 자세가 부정적이라 나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기시미 이치로가 인용하는 아들러의 심리학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즉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나는 처음에는 이 두가지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조금은 애매하게 느껴졌다. , 사랑, 관계, , 죽음에서 행복해질 용기를 갖게 해주는 이 책을 읽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그저 같은 경험을 하고도 수용하는 방법을 달리하는 것과 주체적으로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것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했다.

내가 흥미롭게 봤던 것은 바로 할 수 없어요라는 말에 대한 반응이었다. 나 역시 카운셀링을 받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하면 거기에 대한 이유를 찾고자 하는 카운슬러들이 많다. 하지만 아들러파 카운슬러는 하고 싶지 않으신거겠죠라고 말한다고 한다. 아들러는 인생을 원인론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목적론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에 의해 하기 싫어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핑계를 찾는 과정을 거친다는 아들러의 심리학에서는 , 하지만..’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를 권장한다고 한다. 그렇게 핑계를 찾는 버릇을 버려야 비로서 행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합리화의 화신이라고 자신을 생각할 정도로 핑계 찾기에 능하고, 그것을 다시 합리화하는 나로서는 이 습관을 갖는 것이 가장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마음에 많이 남는 말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는 말이다. 그것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이 존재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문득 요즘 많이 사용하는 말인 生きてるだけでなんくるないさ,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괜찮아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처럼 열등감에 쉽게 사로잡히는 사람에게는 이런 마음가짐을 갖는 것에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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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괴담 명작집 - 클래식 서스펜스 걸작선
지식여행 편집부 엮음 / 지식여행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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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 찰스 디킨스, 기 드 모파상, 너새니얼 호손,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등 19~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 여덟명의 환상적이면서도 무서운 이야기를 모아놓은 <세계 괴담 명작집> 솔직히 공포영화를 거의 안 볼 정도인데, 무서운 것을 싫어라 하기도 하지만 보는 사람을 무조건 겁을 주어야겠다는 식의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이나 음향효과 때문에 더욱 싫어하기도 한다. 그래서 공포소설은 그나마 조금 보는 편인데, 특히나 이 책은 으스스한 느낌이 온몸을 감돌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자극적이거나 무조건 겁을 줘야겠다는 식의 접근이 없어서 읽는 재미가 더욱 컸다.

찰스 디킨스의 <신호원>은 영화 식스센스가 떠오르게 할 정도의 구성이었는데, 괴이한 환영이 출연하는 것에 대한 공포와 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고립감을 세밀하게 묘사해내는 신호원과 그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위로해주고 안정을 찾게 해주려는 주인공의 대화가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우연의 일치로 일어난 일처럼 생각하는 것도 그러하다. 그리고 기이한 여성의 환영에 사로잡혀 선원들을 모두 위험으로 빠트리고 있는 듯한 선장의 모습을 그려낸 아서 코난 도일의 <북극성호의 선장> 역시 의사와 선장의 대화를 통해서 심리적인 묘사와 패닉상태에 빠진 선원들을 그려낸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후일담처럼 더해진 이야기는 어쩌면 그의 환영은 기괴한 현상이 아니라 지극한 사랑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영화 배트맨포이즌 아이비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여 제목만 알고 있던 <라파치니의 딸>도 이번 기회에 읽을 수 있었다. <주홍글씨>를 쓴 너새니얼 호손의 작품인데, 사실 그의 단편을 어린시절에 읽어본 적이 있다. 바로 <큰 바위 얼굴>이다. 그래서일까? 이번에 <라파치니의 딸>을 읽으며, 그의 작품세계의 폭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심지어 이외에도 환상적인 소설이 몇 편 더 있다니 찾아보고 싶을 정도였다. 특히나 아름다운 책 표지 역시 이 작품을 그려낸 것으로 보이는데, 극단적인 과학을 맹신하는 의사인 아빠에 의해 독초로 키워진 베이트리체와 사랑에 빠진 조반니의 이야기는 단순히 모티브만 따온 영화에 비해 너무나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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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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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에서 엄청난 판매기록을 세우고, 드림웍스에 판권이 팔려 엣지 오브 투머로우의 히로인 에밀리 블런트가 주연으로 나선다는 <걸 온 더 트레인>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와도 비교가 많이 되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나는 도리어 책을 읽으면서 길리언 플린의 후속작 <다크 플레이스>가 떠올랐다. 믿을 수 없는 화자의 수준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자기연민에 빠져 스스로를 위기로 몰고 가는 화자에게 몰입하기 힘들어서 꽤나 힘들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시라도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라는 면이 또한 그러하다. 500페이지 가까운 분량이지만 정말 순식간에 읽게 되어서, “독자의 마음을 무섭게 사로잡는 이 스릴러를 읽다 보면 눈을, 그것도 눈보라를 내려달라고 기도하게 될 것이다. 회사나 학교, 개를 산책시키는 것 같은 일상 때문에 이 스릴러를 손에서 놓기가 싫어질 테니까.”라고 오프라북클럽이 평한 것에 공감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실직한 상태로 통근기차에 타는 이혼녀 레이첼은 자신이 살던 집 근처에 이상적으로 보이는 부부에게 따로 이름을 붙여주고 그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그들 부부의 진실을 알게 되고,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기차에 타고 있던 레이첼 역시 사건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레이첼, 그리고 레이첼이 제스라고 이름 지어주었던 메건, 그리고 레이첼의 남편 톰을 빼앗아간 애나까지. 사실 처음에는 주인공을 더욱 혼란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고 등장하는 인물인줄 알았던 애나 역시 사건의 하나의 축이 되어서 소설을 이끌어 나가기도 한다. 그렇게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세 여성은 철저하게 자신만의 시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자신의 남편을 뺏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애나에 대한 레이첼의 감정에도 공감할 수 있고, 이혼한 남편을 끝임 없이 괴롭히는 레이첼에 대해 반감을 갖는 애나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결국 사람들은 철저히 자신의 시점으로 사건을 이해할 수 밖에 없고, 그 것이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갖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또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제 각각의 기억의 조각들을 합친다 해도 사건의 진실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야기의 줄기를 이끌고 가는 레이첼은 제대로 된 기억을 말하고 있다는 확신조차 가질 수 없다. 알코올중독으로 기억을 자꾸 놓쳐버리는 상황이라 그녀의 진술은 그 누구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미스터리를 기적처럼 해결해, 사건의 전후 사정을 정리해줄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라 도리어 소설에 집중하게 만드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마치 나라도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으면, 금새 휩쓸려 떠내려 가버릴 거 같은 느낌이랄까? 소설을 읽고 있는 독자까지도 스릴러의 일부로 만들어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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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섬 - 강제윤 시인과 함께하는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섬 여행
강제윤 지음 / 꿈의지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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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자의적 혹은 타의적인 고독을 섬에 비유한 시가 강렬하게 다가와서일까? 나에게 섬은 그런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이번에 강제윤 시인과 함께하는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섬 여행 당신에게 섬을 읽으면서, 그런 이미지를 많이 지워낼 수 있었다. 가파도 이야기에서 인용된 후지와라 신야의 말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광대한 바다에서 작지만 소중한 불빛같은 존재가 섬이 아닐까 싶다.

특히 경남 통영에 있는 연화도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러했다. 그 섬은 불경구절에 등장하는 유토피아 연화세계에서 딴 이름을 갖고 있는데, 옛날에 수탈과 탄압을 피해 사람들이 섬으로 찾아 들어가면서 그런 이미지가 더욱 강해졌던 거 같다. 그런 이야기만 들으면 그 시대에서 섬은 고립된 느낌이었구나 하겠지만, 연화봉에 올라 남해의 여러 섬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연 꽃처럼 피어난 모습을 이야기 할 때도 그랬지만, 그물을 손질하는 노인의 이야기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제각각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결국은 다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사람은 외로운 존재일 지 모른다. 그래도 서로의 아픔에 함께 공감하고 공명할 수 있다면, 그렇게 각각 떨어져 있어도 함께 피어날 수 있다면, 그 역시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허균의 홍길동전에서 나오는 이상향 율도국이었다는 위도, 사실 연화도와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위도의 색싯집의 여인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기 위해 음독 자살한 남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다행히 그 이후로 색싯집들은 다 사라져버렸다고 하는데, 문득 이 역시 부조리한 세상에 항거하기 위해 등장했던 홍길동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한 더없이 서정적인 섬 고흥 시산도 (詩山島)에서 지붕을 공책 삼아 쓴 시 웃자 웃자도 기억에 남는다. 아직도 너무나 좋아하는 시 구절인 왜사냐건 웃지요가 떠올라, 꼭 시산도에 가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꽃보다 아름다운 섬 풍경과 그 곳에서 살아가는 꽃보다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켜켜이 얹어 만들어낸 책이 바로 당신에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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