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셀프 포트레이트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사진, 존 말루프 외 글,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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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비비안 마이어가 누구인지, 어떤 사진을 찍었는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비비안 마이어 셀프포트레이트>에 나오는 셀피를 보면서 그녀의 팬이 되어버렸다. 책을 받아보기 전부터 책 소개에 일부 소개된 그녀의 사진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그녀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라는 영화가 있었다. 경매장에서 현상된 필름이 가득한 상자를 발견한 존 말루프는 그 어디도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던 비비안 마이어의 15만장의 필름을 만나게 된다. 1950-60년대의 뉴욕과 미국, 그 시대에 살던 사람들이 자주 가지 않았던 나라들의 풍경, 그리고 이 책에 집중적으로 소개된 자화상이다.

책을 처음 본 순간 바로 감탄사가 흘러나올 정도였는데, 크래프트 느낌이 나는 천으로 감싸여 있는데, 특히 뒷면은 비비안 마이어 사진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들어가 있다. 흑백사진과 원단의 느낌이 어우러져서 책 자체가 바로 액자가 되는 느낌이라 장식용으로 서재에 세워놨을 정도이다. 그녀의 셀카는 우리가 요즘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자신을 중심으로 특히나 자신이 아름답게 나오는 것에 집중하는 셀카가 아니라, 풍경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는 사진들이다. 그래서 때로는 그림자이기도 하고 때로는 유리창에 비쳐진 도시의 풍경속에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섞어놓기도 한다. 마치 이 세상을 다녀간 흔적을 남겨놓은 느낌이 든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그녀의 사진은 매우 독특하다. 도시의 풍경을 정말 잘 활용하고 매우 모던한 느낌의 사진인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중세 유럽의 초상화처럼 느껴지는 사진들도 참 많다. 단순히 흑백사진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 그녀 스스로 그러한 구도를 찾아내는 느낌도 든다. 물론 건조한 느낌을 주는 무표정한 그녀의 모습이 더욱 그런 이미지를 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득 내가 기억하기로는 거의 유일한거 같은 미소를 머금은 셀카가 기억난다. 의도되었든 아니든 어떤 사람이 옮기고 있는 거울에 비친 자화상이었는데, 약간 비스듬한 거울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작게 웃고 있었다. 그 순간을 포착해낸 것이 즐거웠을 수도 있고, 자신은 똑바로 서있는데 세상이 자신을 비치는 세상이 비스듬히 눕혀진 모습이 흥미롭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사진을 다시 떠올려보면 왠지 후자쪽인거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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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이 무기다 - 소리 없이 강한 사람들
다카시마 미사토 지음, 정혜지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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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에 있어서는 남부러울 거 하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인 나를 위한 책, <낯가림이 무기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선호하고, 또 인연이 이어져서 친해지는 사람들이 새침데기인줄 알았는데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아서, 낯가림에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늦은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보니, 낯가림이 꽤나 큰 문제점이 되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당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들을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나 낯가림 센서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는데, 상대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필요 없는 노이즈까지 습득하게 되면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있는 편이 마음 편하게 느낀다는 이야기가 정말 딱 나의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 낯가림 센서를 능숙하게 활용하면 말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여 내 뜻을 이뤄낼 수 있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특히나 체스판이나 삼국지를 이용한 인간관계 포지셔닝에 대한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낯을 가리는 사람들에게 천적인 자기중심 몬스터’, ‘가시돋친 마녀’, ‘자존심 왕자에 대한 분석과 그들을 상대하는 노하우를 익힐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슈퍼 커뮤니케이터의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억지로 말을 이어나가느라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듣는 역할에 충실하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라는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내 주위에는 슈퍼 커뮤니케이터들이 꽤나 많고, 모임에 참석할때면 그들에게 나 좀 도와달라고 말하곤 했었다. 나름 자구책으로 썼었는데, 이 역시 꽤나 유용한 방식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낯가림이 심한 사람들에게 사교적으로 행동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솔직히 무의미하다. 그래서 자신이 갖고 있는 핸디캡을 도리어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킬러패스같은 현실적인 조언들을 더해주는 이 책이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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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교과서 예수 - 사랑, 먼저 행하고 먼저 베풀어라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1
차정식.김기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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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스승인 19명의 현자에게 묻고 싶은 질문과 그들을 삶의 화두로 삼고 살아온 저자들의 답을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워가는 <인생 교과서>. 이번에는 예수편을 읽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나에게는 상대적으로 낯선 무함마드편은 그나마 수월하게 읽었는데, 나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공자 그리고 이번에 예수편은 상당히 어렵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도리어 책을 읽으면서는 장애물로 작동하는 그런 느낌이다.

언제부터인가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에서 나오는 책에는 믿음이 생겨났고, 특히나 이번에 나오는 인생 교과서는 삶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해주어서 앞으로 16편을 더 읽어나갈 계획이다. 그렇지만 글을 읽으면서 내가 먼저 판단하기보다는, 글을 다 읽고나서 내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삶과 죽음, 나와 우리, 생각과 행동, 그리고 신과 종교라는 4개의 큰 주제 속에 36개의 질문과 거기에 대한 신학자 차정식 교수와 목회자 김기석 목사의 글은 자신의 삶을 통해 만들어낸 성과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때로는 차정식 교수의 학문적인 탐구에 감탄하기도 하고, 때로는 김기석 목사의 실천적인 접근에 박수를 치게 된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예수의 삶과 철학은 이 책의 부제인 사랑, 먼저 행하고 먼저 베풀어라로 자연스럽게 귀결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심지어 예수의 삶과 철학은 정말 긴 시간동안 인류와 함께해왔다. 그래서 도리어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에 눈길이 갔다. 이 질문은 모든 질문이 시작되는 원점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충분히 알고 있고, 그것을 계속 다시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이끌어 왔다. 또한 인간이 동물과 다른 이유 역시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자로서 하나님을 본받아 사는 것에 있다고 여겼다. 또한 나치에 저항하다 순교한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자기 인식 역시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나부터도 그러하지만 그렇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인식하고 긍정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았고, 그 질문을 다시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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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 번뜩이는 지성과 반짝이는 감성으로 나를 포장하자 눈으로 보는 시리즈
히라마쓰 히로시 지음, 박유미 옮김 / 인서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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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극작가이자 대문호인 셰익스피어를 주제로 한 편의 연극을 만든다면 <눈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같은 느낌이 아닐까 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희극, 문제극과 낭만극, 역사극, 그리고 시편으로 5막을 장식하고 4번의 막간극과 3번의 커튼콜로 이루어진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작품속의 명장면을 그려낸 회화로 점철한다. 그리고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그림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생명력을 더하고 또 다른 매력을 찾아내게 해준다.

결정장애를 햄릿 증후군이라고 부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햄릿에 등장하는 오필리아, 그녀는 햄릿에 대한 사랑을 거절당하고, 아버지까지 햄릿의 실수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자 결국 미쳐서 강에 빠져 죽게 된다. 그녀의 죽음은 직접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유명한 대사로만 전해져서 화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고 한다. 프랭크 딕시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유명한 장면을 그림으로 옮겨낸 작품들도 기억에 남지만, 이렇게 극의 간극을 채워 등장인물의 매력을 더해주는 그림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오필리아하면 떠오를 정도로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가 강렬하게 남아서일까? 도리어 그 작품 이전에는 강가에 앉아 있는 모습이 더욱 많이 그려졌다는 것이 놀라웠다. 특히나 조셉 세번의 오필리아는 빅토리아 여왕이 극찬했다고 알려진 작품인데, 햄릿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집착이 화폭을 지배하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어쩌면 밀레이의 작품 속에서 오필리아가 눈을 감지 못한 이유 역시 여기에서 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조셉 세번의 그림이 주는 인상은 강렬했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의 몽유병에 걸린 백베스 부인이다. 그녀가 느끼는 극도의 죄의식과 공포뿐 아니라 그래도 내려놓을 수 없는 권력에 대한 집착이 느껴지는 그림이었다. 그래서 커튼콜로 등장한 셰익스피어의 명배우들에 등장한 엘렌 테리의 그림들도 기억에 남는다. 1888년에 라이시엄 극장에서 개막하여 연속 150회를 공연할 정도로 대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 작품에서 맥베스 부인으로 열연한 엘렌 테리의 모습은 맥베스 부인의 화신이 무대에 등장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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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최혁곤 지음 / 시공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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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더위를 잊을 만큼 스릴감 넘치는 추리소설이 인기를 끌곤 한다. 주로 서양 혹은 일본추리소설이기 쉬운데, 이번에 최혁곤의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재미있는 추리소설이 나온 거 같아서 반가웠다.

사립탐정처럼 의뢰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그저 태평양같이 넓기만 한 오지랖과 사건을 알아보는 본능에 끌려 움직이는 두 남자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주색을 즐기다 잘린 전직 경찰인 갈호태, 그리고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볼 줄 아는 기자이지만 전 여자친구가 희생된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기자를 그만두게 된 박희윤이다. 평소에는 마치 톰과 제리처럼 아옹다옹하다가도 사건을 해결할 때면 합이 좋은 콤비로 활약하고, 짜임새 있는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읽으며 느물느물하면서도 감이 좋은 갈호태역에는 하정우가, 이성적이고 분석적이면서도 까칠하고 신경질적인 박희윤에는 박해일이 참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바리캉맨이라 불리는 남자가 벌이는 연쇄살인사건이 주요한 사건이기는 하지만, 인종차별이나 청년실업처럼 다양한 사회문제와 어우러지는 사건들이 이어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4요일의 암호이다. 경찰을 그만둔 갈호태가 운영하는 카페 이기적인 갈 사장에서 종업원을 하는 박희윤은 신문을 보다 미묘하게 문맥이 맞지 않는 광고문구를 보게 된다. 그리고 몇 일전부터 그런 개인광고가 이어져왔음을 깨닫고 그 트릭을 풀어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그와 별개로 능력과 상관없이 그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아버지의 꿈을 이뤄주고 싶은 아들의 마음 씀씀이가 인상적이었다. 복잡하고 잔인한 사건들 사이에서 이런 일상추리가 어우러져 강약조절이 잘 되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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