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이란 무엇인가 - 데카르트, 칸트, 하이데거, 가다머로 이어진 편견에 관한 철학 논쟁을 다시 시작한다
애덤 아다토 샌델 지음, 이재석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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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편견이란 무엇인가> 이 책의 원제는 ‘The Place of Prejudice’인데 편견이 과연 어떠한 위치를 점유해야 하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이어온 철학 논쟁을 조명하고 재해석하는 이 책에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한국어로 직역하기에는 조금 애매하고, 거기다 저자인 애덤 샌델의 아버지 마이클 샌델의 책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 역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편견에 대한 고정관념을 흥미롭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이런 나의 생각은 아들에 책에 남긴 마이클 샌델의 추천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애덤의 책에 대한 나의 찬사는 단지 아들을 뿌듯하게 여기는 아버지의 불공평하고 편향된 판단인가? 혹은 가족관계나 여타의 인간관계가 통찰력을 제공하고 좋은 판단을 가능케 하는 적법한 원천이 될 수 있는가? 이것이야말로 이 매혹적인 책의 핵심에 놓은 질문이다.’

영어로 편견은 ‘prejudice’라고 한다. ‘pre’는 미리, ‘judice’는 판단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원상으로 볼때는 선판단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조금 더 광범위하게 생각해보면, ‘배경지식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하지만 편견이라는 말은 이미 부정적인 의미를 점유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편견이라는 말을 색안경을 끼다라는 식의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정말 편견이라는 것은 이성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저해하게 만다는 것인가? 저자는 여기에 대한 많은 철학자들의 의견을 제시한다. 베이컨, 데카르트, 애덤스미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 하이데거, 가다머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이 토론은 생각보다는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애덤 샌델의 『편견이란 무엇인가』는 도덕 판단, 역사 이해, 그리고 과학 지식에서 편견의 역할을 탐구한 철학 대중서라는 소개로 만들어진 편견을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러한 편견을 애써 지우고 원점으로 돌아가려고할 필요는 없다. 책소개를 읽다가 머리에 글귀가 강렬하게 남았지만, 서문에서부터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던짐과 던져짐으로 설명한 하이데거의 이론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나의 편견을 수정하면 된다. 이미 나는 철학강의에서 하이데거를 공부하며 나와 다른 차원에서 존재하는 지적 영역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감히 책은 철학 전문서라고 생각하고 읽어나간다. 하지만 그때 들었던 수업이 나에게 무의미했다는 편견도 다시 수정하기로 한다. 책을 읽으면서 꾸역꾸역 암기했던 것들을 조금씩 이해해나갈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The Place of Prejudic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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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윤성원 지음 / 시그마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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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고백처럼 나 역시 다이아몬드 예찬론자이다. 아마 나의 다이아몬드에 대한 사랑은 엄마의 보석함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영롱하게 빛나던 유색 보석들 중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을 발하던 것이 바로 다이아몬드였다. 그래서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에서 다루는 보석에 대한 모든 것을 읽으며 즐거웠고 아름다운 보석 사진을 보며 참으로 행복했다.

숙녀에겐 큰 다이아몬드가 필요해요라는 말을 남긴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녀의 보석에 대한 사랑은 정말 그녀의 주얼리 컬렉션만큼 화려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자신의 컬렉션에 대해 사용한 모두 잠시 맡아 보호할 뿐이라는 표현이다. 기억나는 것만 따져도 엘리자베스 여왕이 끝내 손에 넣지 못했던 55캐럿에 달하는 진주 라 페레그리나그리고 테일러-버턴이라는 이름이 붙은 69.32캐럿의 다이아몬드까지.. 물론 서태후처럼 무덤에 가지고 들어갈 수도 없고 괜히 그랬다가는 험한 일을 당할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생전에는 그런 말을 하지는 못할 거 같다.

또한 테일러 못지 않게 화려한 컬렉션을 자랑한 심프슨 부인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영화 킹스 스피치에서 드레스로 위로 노출된 등에 늘어져 있던 목걸이를 보며 배우 니콜 키드먼이 등장했던 샤넬 향수 광고를 떠올렸었다. 그 목걸이의 아이디어를 심프슨 부인이 제공했다니 보석에 대한 감각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을 더해준 화이트 골드의 시대를 연 에드워디안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고대 이집트와 잉카문명 때 이후로 인류의 역사에서 사라진 화이트 골드가 기술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것이었는데, 밀도와 강도가 높아서 정교한 세공이 가능한 것이 화이트 골드의 장점이다. 그래서 레이스가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로 해석된 시기라고 하는데, 나에게 시간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시대를 선택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진주의 시대를 가장 빛나게 한 여왕 엘리자베스 1, 비취열병에 빠졌었던 서태후, 또한 진주가 그렇게 귀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까지 역사와 영화, 주얼리 디자이너, 사랑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주얼리에 대한 조금은 전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부록도 많은 도움이 되엇는데, 보석에 대한 미셸 오바마의 철학도 매우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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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 한국과 일본, 라면에 사활을 건 두 남자 이야기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김윤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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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으로 살펴보는 한국과 일본의 현대사,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이 책의 저자 무라야마 도시오는 한국인의 영혼을 가진 일본인이라고 자신을 설명한다고 하는데, 책을 읽다보니 일본에서 만들어져서 한국의 문화에 맞게 발달해온 라면 역시 비슷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그가 탐구한 라면의 역사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2차 세계 대전에서 패전국이 된 일본의 경제는 한국전쟁 특수를 누리면서 회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 당시 전쟁에 필요한 물건들이 큰 수익을 내주었지만, 그런 일시적인 풍조에 휩쓸리지 말라는 조언을 받은 오쿠이 기요스미는 사람들이 삼시세끼를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게 해주는 산업을 구상하며, 일본인의 식생활 향상에 필요한 건면제작에 힘을 쓰게 된다. 여러 번의 실패를 딛고 메이지 이후의 대발명이라는 건면을 만들어낸 그는 이후 고도성장에 따라 변화하는 서민들의 식생활에 발맞추어 인스턴트 라면으로 눈길을 돌린다. 시식회장에서 망신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는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묘조맛 라면을 성공시킨다. 아내의 조언을 기억하고 맛을 연구하는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스프별첨제품을 만들어 위기를 뛰어넘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가 시시회장에서 나와 홀로 걷다가 60년대 안보투쟁의 함성을 들으며 했던 생각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 세상은 살아 움직이고 있다. 내가 멈춰서든 뒤로 물러서든 상관없이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자칫 한눈을 팔다가는 이 흐름에서 낙오되어버릴지 모른다. 멈추지 말고 무조건 앞으로 나가자!’

그리고 묘조 식품의 오쿠이 사장과 다른 세상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던 삼양라면의 고 전중윤 회장이 있다. 그는 한국전쟁당시 피난열차에서 굶주림을 경험하게 된다. 해방후 제일생명 사장에 취임했지만, 꿀꿀이죽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하여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다. 그러던 중 일본에 가서 인스턴트 라면을 맛보게 된다. 일본인들이 물만 부으면 만들어지는 인스턴트 라면을 마법의 라면이라고 생각했다던데, 아마 그에게는 기아에 허덕이는 한국인을 구할 수 있는 마법의 라면으로 보였을 거 같다. 특히나 미국에서 원조해주는 밀이 있었지만 활용할 방법을 몰랐던 한국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묘조식품의 기술을 전수받아 만들어지는 삼양라면의 탄생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은 정말 드라마틱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두 사람의 마음은 오쿠이가 전중윤에게 전해준 스프배합표와 함께 첨부된 편지속의 내용과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디 한국에서 이번 경험을 잘 살려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배고픈 서민들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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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박광수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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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다르게 소개할 수 없을까 고민했지만, 이미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듯 하다. ‘광수생각의 박광수의 신작 에세이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제목부터 너무나 공감이 갈 수 밖에 없는데, 책장을 넘기자마자 펼쳐지는 제목을 풀어낸 만화도 여운이 오래 남는다. 어리다는 핑계도 엄마라는 찬스도 점점 더 사용하기 힘들어지는 나이가 되어가면서 더욱 절절하게 느껴진다. 정말이지 살면서 쉬운 날은 단 하루도 없다는 것을.

가끔은 흐름, 비온뒤의 무지개, 안개 주의보, 오늘은 맑음, 이렇게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막상 책을 읽을 때는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 이런 분류보다는 그냥 내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을 위주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책을 다 읽고 이렇게 글을 쓰는 와중에도 행복은 나의 것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그래서 자꾸만 행복에는 우리의라는 수식어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문제는 어린 시절과 달리 성장하면서 점점 더 우리의 행복이라는 울타리에 갇히게 된다. 체면을 차려야 한다고 할까? 그래도 나에게 주어진 도리를 해야 한다고 할까? 그런 의무감과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자꾸만 나를 위축시키는 거 같다. 그래서 어렸을 때보다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만의 행복을 늘 추구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적어도 행복은 나의 것이라는 마음가짐 정도는 갖고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책에 인용된 "항상 옳지 않아도 돼. 나빠도 돼. 남한테 칭찬받으려고 사는 게 아니니까."라는 드라마 대사로 생각이 이어진다. 사실 이 말은 얼마 전까지 나의 프로필 이미지이기도 했는데, ‘나의 행복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니 더욱 끌리는 말이다. 솔직히 그렇게 착한 성격도 아니면서, 그래도 남들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칭찬받지 못하더라도 나의 행복을 위한 날들을 조금씩 늘려나가야겠다.

시각장애인 송영희님과의 대화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속도를 갖고 있고 심지어 종착역마저 각자 다 다르다. 그러니 그 무엇보다도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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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 퓨처클래식 2
바데이 라트너 지음, 황보석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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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필드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사건이 있다. 바로 1970년대 캄보디아 무장단체 크메르 루즈가 자행한 학살사건인데, 이때 캄보디아 국민의 1/3이 살해당했다고 한다. 이런 현대사의 비극속에서 살아남은 바데이 라트너는 <나는 매일 천국의 조각을 줍는다>라는 자전적인 소설을 집필했다. 어린나이에 지옥과 같은 곳을 경험했지만, 산산이 부서진 희망의 조각을 주운 그녀이다. 제목 때문인지 김소월의 초혼이라는 시가 자꾸 떠올랐다. 나라를 잃은 슬픔을 노래하던 김소월도 그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평화로운 아침 풍경속에서 시작된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해서 보행기를 껴야 하는 소녀 라미의 눈에 비친 세상은 몽환적인 느낌마저 더해준다. 왕족이자 시인이었던 아버지 아유라반의 영향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일곱살 소녀의 시선은 부드러우면서도 사색적이다. 책을 읽으며 아버지 지극한 사랑이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 되어주었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어린나이에 극한 상황에 처한 라미가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생각하고 아버지의 수첩에 남겨진 글을 되새기는 것을 보며 희망은 사랑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라미의 일상속의 아침은 금새 깨어져버린다. 극단적인 공산주의자 크메르 루주가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을 점령하고, 라미의 가족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이상향처럼 꿈꾸고 있는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고자 했던 크메르 루주의 혁명과 아버지의 신분으로 인해 결국 시골로 강제 이주하게 된 라미의 가족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의 이름을 말해버린 라미로 인해 아버지는 처형당하게 되고, 너무나 어렸던 동생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왕비였던 할머니 역시 세상을 등지게 된다. 그렇게 라미의 가족이 타력에 의해 무너지는 것처럼,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일거 같았던 크메르 루즈 안에서도 붕괴가 일어나고, 라미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다.  

처음에는 마치 할머니의 말이 예언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았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말이 결국 책 제목 ‘In the Shadow of the Banyan’이 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바데이 라트너가 살아남아 끔찍한 상황에서도 절대 사그라들 수 없는 사람의 힘이 있다는 것을 할머니는 깨닫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반얀 나무 그늘 아래서 쉴 꼭 그만큼만 남았어도, 그것이 희망의 씨앗이 되었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류의 거울이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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