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글이 달로 가는 길 - 오래된 IT와 새로운 인문학의 사상 첫 대화가 시작된다
편석준 지음 / 레드우드 / 2015년 8월
평점 :
IT와 인문학 사이에서 사유하는 편석준의 <구글이 달로 가는 길> ‘오래된 IT와 새로운 인문학의 사상 첫 대화가 시작되다’라는 부제를 보고, 처음에는 편집에 오류가 난 것이 아닌가 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우리 삶을 넘어 우리의 몸속까지 파고들어가려고 하는 IT의 영향력에 잠식되어가고 있는 상황과 우리의
삶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기만 하는 거 같은 인문학에 대한 묘사가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우리에게는 IT는 익숙하고 인문학은 낯선 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비트윈, 그리고 나와
너’, ‘구글 글래스는 포르노그래피다’, ‘콘텐츠가 갑인
시대를 사는 법’, ‘트위터는 시詩가 될 수 있는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를 가진 글들이 4개의 챕터로 모여져 있는데, 전체적으로
글의 분량은 짧지만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던져준다. 사물인터넷이 바꾸는 우리의 삶의 모습, 전에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지는 생활의 편이를 다룬 짧은 동영상을 보며 많이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사물인터넷이 바꿀 수 있는 소설이나 영화속의 모습은 왠지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신기했다. 사물인터넷으로 만들어지는 편리한 삶에 열광했지만, 그것이 빼앗아갈
수 있는 풍경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결과인거 같다.
또한 고흐의 자화상과 우리가 찍고 있는 셀카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내면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아직도 거울이 필요한 유아단계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페이스북에서 사용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97%의 정확도로 구별해내는 ‘딥페이스’기술에까지 연결되었다. 이제는 얼굴을 넘어서 인간의 감정을 구별할
수 있게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고 한다. 물론 오류가 많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감정에까지 표준화가 적용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감정과 반응은 어려워도 지능을 인공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는 빅데이터에 대한 이야기와 다시 연결된다. 다른
주제들에서도 그러했지만, 빅데이터를 다룬 부분에서도 책의 내용이 일부 인용된다. 빅데이터에서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였는데, 아쉬운 것은 인용된 부분이 조금 모호해서 약간 열린 결말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 인용된 부분의
다음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마무리를 위해 조금 더 설명이 더해졌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