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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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의 독특한 메트로폴리스의 면모를 갖게 된 서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사사로운 토크라는 팟캐스트에서 진행된 임동근과 김종배의 대담 형태로 구성된 책이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명절에 할아버지 댁에 간다는 것이 여의도에서 연희동으로 이동하는 것이었을 정도로 나름 서울 토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막상 서울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래서 박정희 정권 때부터 지금의 박근혜 정권까지의 역사를 살펴보고, 현 서울시장인 박원순의 비전과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탐구로 진행되는 과정이 유려하게 흘러가는 과정에 푹 빠져들었다. 그렇게 서울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마치 마치 한국의 현대사를 압축시켜놓은 듯한 느낌도 들고, 내가 태어나 살아온 도시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것이 흥미롭기도 했다.

서울 하면 한강을 끼고 빼곡하게 들어찬 고층 건물이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유독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토지구획정리사업, 택지개발촉진법 등 서울을 도시로 키우려는 국가의 노력은 대기업의 자본을 주택산업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추진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기에 현대건설이 그리고 IMF와 아파트재개발사업에서 삼성건설이 주도권을 쥐면서, 그들은 엄청난 정부의 혜택을 등에 업고 부동산산업을 이끌게 된다. 그 동안 우리나라처럼 국토의 크기에 비해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이 좁은 나라에서는 아파트 같은 대형주택들이 들어설 수 밖에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아파트가 대형화되면서 그러한 이점이 많이 상쇄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특히나 초기에 이루어진 주택공급량을 조사하는 방식에서 배제되었던 다세대, 다가구 주택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이런 부분을 다시 한번 확인해볼 수 있었다.

가뜩이나 과열된 부동산은 일본이 그러하듯 버블경제로 이어지기 쉬운데, 한국의 독특한 주거문화인 전세와 주택로또라는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선분양제도는 여기에 부채질을 더 하는 꼴이기 쉬워 보였다. 그리고 부동산 경제의 거품은 단순히 경제적인 논리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정치로 이어지고 세대간의 갈등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었다. 얼마 전 도시 근로자가 6년동안 숨만 쉬면서 돈을 모아야 서울 시내 아파트에 형성된 평균 전세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어서 어쩌면 더 이 부분에 마음이 간지도 모르겠다. 주택이 아닌 전세금이라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어쩌면 요즘 말하는 삼포세대아니 요즘은 칠포세대까지 확장된 거 같던데이런 상황 역시 서울의 현대사가 만들어낸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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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뷰 인 스크래치 북 : 랜드마크 오브 서울 12 - 펜 하나로 도시를 밝히다 인 스크래치 북 시리즈
스타일조선 편집부 엮음 / 스타일조선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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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즐기는 십자수는 도안대로 수를 놓으면 된다. 가끔 틀리면 여지없이 뜯고 다시 수를 놓는 성격이라 그런지 힐링이 된다는 컬러링북이 나에게는 도리어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친구들이 다 하지 말라고 말릴 때, 남들 하는 건 다 해보고 싶다는 일념으로 시작했다가 조금 후회했었다. 아무래도 일단 어떤 색을 써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고, 내 마음에 든다고 다시 지우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장애물이라고 할까? 그러던 중 스크래치 북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크레파스를 겹겹이 칠해서 비슷한 놀이를 한 기억이 있고, 도안의 선대로 긁어서 야경을 완성해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나이트 뷰 인 스크래치 북 : 랜드마크 오브 서울>은 제목처럼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을 담고 있다.

막상 해보니, 이 역시 내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어두컴컴한 밤하늘에 빛으로 수를 놓으며 정말 즐거웠다. 물론 가까이서 볼 때는 삐뚤빼뚤하고, 첨부된 도구에 여러 가지 굵기의 대나무 꼬지를 사용해도 섬세한 도안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기도 했지만 막상 티가 그렇게 나지는 않아서 더욱 좋다. 또 하나의 문제는 내가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지인들이 늘 하는 말인 수전증이 있냐는 말이었다. 놀림 반 구박 반을 받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막상 스크래치북과 만나니 선을 따라 직선을 긋는 것부터가 상당히 어려웠다. 처음에는 그거 때문에 나름 고민도 하고, 종이를 이용해서 직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시간은 많이 걸리고 결과물이 내 맘 같지 않았다. 그러다 친구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문득 야경을 내려다보니, 낮에 보는 도시는 직선일지 몰라도 밤에 화려하게 빛나는 모습은 직선이기보다는 번지는 느낌과 흔들리는 느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 더 자신감 있게 접근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제일 하고 싶었던 불꽃 축제부터 손을 댔는데, 긴 손톱이나 손톱에 붙인 장식이 스크래치북을 긁어내서 한참 좌절하기도 했다. ‘N서울타워로 하면서도 몇 번의 실수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름 요령이 생겨서 큰 실수 없이 진행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내 손을 따라 만들어지는 빛의 물결에 빠져들게 되었다. 필연적으로 스크래치북을 하다 보면 긁어낸 부스러기가 많이 생긴다. 툭툭 털어도 되지만 도안에 붙어 있을 때도 많은데, 다용도 먼지떨이를 사용하면 정말 쉽게 제거할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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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 짜릿한 자유를 찾아 떠난 여성 저널리스트의 한 달에 한 도시 살기 프로젝트!
마이케 빈네무트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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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유로가 걸린 퀴즈쇼에서 만약에 우승을 한다면 한 달에 한 도시씩, 총 열 두 개의 도시를 1년 동안 여행하겠노라말했던 마이케 빈네무트는 실제로 우승을 하고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경험을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에 담아냈다.  

1월 호주 시드니부터 12월 쿠바의 아바나 그리고 그녀의 안식처 독일의 함부르크까지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매번 바뀌는 도시처럼 매번 다른 상대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2월과 함께 한 도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마음의 안식처인 가장 오래된 내 친구카타리나에게, 11월에 머문 도시인 에디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서는 최종 단계에서 방청객 찬스를 사용했던 그녀에게 도움을 준 요나스에게 보내졌다.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떠는 듯 이어지는 2월의 편지와 달리 11월의 편지는 차분한 매력이 담뿍 느껴진다. 물론 상대방이 달라진 것도 있겠지만, 다른 월의 편지들을 읽다 보면 왠지 어느새 그녀에게 젖어 들기 시작한 도시들의 독특한 분위기가 많이 반영된 것이라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12개 아니 13개의 도시만큼 다채로운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주어졌던 마지막 질문은 길을 잃었다는 표현으로 쓰는 페어프란첸은 어디서 유래했을까요?”였다. 그리고 그 말이 프란츠라고 불렸던 항로를 안내하는 사람이 계산을 잘못하면 길을 잃게된대서 유래한 말임을 요나스는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말처럼 이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은 1년동안의 궤도이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2월의 편지에서 언급한 철학자 오도 마르쿠바르트의 우연한 허락이라는 수식어로 이 책을 설명하고 싶다. 그리고 그 철하자는 우리의 선택보다 우리에게 닥친 우연이 더 많이 우리 인간을 구성한다라고 말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녀는 그런 우연한 허락‘Love it, change it, leave it’으로 수용해나가는데, 그러한 접근이 매우 유쾌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내가 갖고 있는 결정장애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꼭 내 삶에도 활용해보고 싶은 점이었다.

나 역시 여행을 즐겨 한다. 그런데 여러 번 방문한 도시보다 도리어 진득하게 몇 개월을 보낸 도시가 더욱 정겹고 또 추억이 겹겹이 쌓여있는 느낌을 받곤 한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만들어간 1년의 추억들이 부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용기를 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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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 일본의 실천적 지식인이 발견한 작은 경제 이야기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장은주 옮김 / 가나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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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저자의 책을 읽을 때면 원제목이 무엇인지 궁금해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굳이 원서의 제목을 찾아보지 않아도, 본래 주제인 소상인의 권유에서 자꾸만 멀어진다는 표현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 책의 2/3이 지났을 때, 상당히 먼 길을 돌아왔다고 말했지만, 3/4가 지날때까지도 왜 이 책의 주제가 소상인의 권유인지 파악하기 난해했다. 물론 책을 다 읽고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소상인의 권유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국에서까지 소상인의 권유로 출간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도리어 번역본의 제목인 <골목길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가 훨씬 잘 어울리는 책이다.

일본은 서양식 년도가 아닌 연호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특정 연호에 대한 이미지가 있다. 쇼와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의 등장과 고도성장 그리고 일본이 대호황을 누린 버블경제시대와 궤를 같이 하고 있으니, 일본인에게는 그리움을 자극하는 시대이다. 그래서 쇼와시대에 태어나 헤이세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히라카와 가쓰미는 가난했지만 행복했고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던 쇼와 30년에 대한 향수, 풍요롭지만 소비자본주의에 병들어가고 있는 헤이세이 시대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한 일본의 사회상을 술회한다. 그는 도쿄 올림픽을 전후한 시기에 인간과 자연,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가 변화했음을 지적한다. 또한 물질적으로 윤택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이 된 기계화와 디지털화의 세계는 미래를 희생하여 현재의 재화를 값싸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일본사회가 젊을 때 자원들이, 일본사회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심지어 경제적인 성장이 사회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생력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휴먼 스케일의 부흥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흐름에서 사라져간 소상인 중심의 가게들이 다시 골목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대기업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사람들은 조금더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책임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물질이 중심이 된 자본주의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된 자본주의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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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달로 가는 길 - 오래된 IT와 새로운 인문학의 사상 첫 대화가 시작된다
편석준 지음 / 레드우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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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인문학 사이에서 사유하는 편석준의 <구글이 달로 가는 길> ‘오래된 IT와 새로운 인문학의 사상 첫 대화가 시작되다라는 부제를 보고, 처음에는 편집에 오류가 난 것이 아닌가 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우리 삶을 넘어 우리의 몸속까지 파고들어가려고 하는 IT의 영향력에 잠식되어가고 있는 상황과 우리의 삶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기만 하는 거 같은 인문학에 대한 묘사가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우리에게는 IT는 익숙하고 인문학은 낯선 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비트윈, 그리고 나와 너’, ‘구글 글래스는 포르노그래피다’, ‘콘텐츠가 갑인 시대를 사는 법’, ‘트위터는 시詩가 될 수 있는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를 가진 글들이 4개의 챕터로 모여져 있는데, 전체적으로 글의 분량은 짧지만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던져준다. 사물인터넷이 바꾸는 우리의 삶의 모습, 전에 가까운 미래에 이루어지는 생활의 편이를 다룬 짧은 동영상을 보며 많이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사물인터넷이 바꿀 수 있는 소설이나 영화속의 모습은 왠지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신기했다. 사물인터넷으로 만들어지는 편리한 삶에 열광했지만, 그것이 빼앗아갈 수 있는 풍경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결과인거 같다.

또한 고흐의 자화상과 우리가 찍고 있는 셀카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내면에 대한 탐구가 아니라 아직도 거울이 필요한 유아단계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은 페이스북에서 사용되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97%의 정확도로 구별해내는 딥페이스기술에까지 연결되었다. 이제는 얼굴을 넘어서 인간의 감정을 구별할 수 있게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고 한다. 물론 오류가 많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감정에까지 표준화가 적용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감정과 반응은 어려워도 지능을 인공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는 빅데이터에 대한 이야기와 다시 연결된다. 다른 주제들에서도 그러했지만, 빅데이터를 다룬 부분에서도 책의 내용이 일부 인용된다. 빅데이터에서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였는데, 아쉬운 것은 인용된 부분이 조금 모호해서 약간 열린 결말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 인용된 부분의 다음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마무리를 위해 조금 더 설명이 더해졌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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