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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 사회 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위한 빈곤의 인류학
조문영 엮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면서, 복지국가의 함정과 인가의 존엄성에
대해서 생각했던 기억에 납니다. 한때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외쳤던 영국이지만, 대처수상이 집권한 이후로 빠르게 신자유주의의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는데요. 그
후 영국의 공적 서비스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볼 수 있었지요. 그가 마지막에 남겼던 메모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인간적인 존중을 원했던 그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라고 말하는데요. 어쩌면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에서 나오는 10인의 반(反)빈곤 활동가들이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침묵해야 했고, 자신의 언어로 말하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퍼져나가게
하기 위해 그들은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부교수인 조문영은 폐강을 걱정하며 ‘빈곤의 인류학’이라는
수업을 개설하였는데요.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했고,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해요. 그리고 지난 가을 학기, 학생들을
열 팀으로 나누어 반빈곤 활동가와의 만남을 기록하는 ‘청년, 빈곤을
인터뷰하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생각해보면 저 역시 절대적 빈곤을 경험해보지 못했고, 또
간접적인 경험도 일천한다고 할 수 있어요. 또한 ‘가난은
나라도 구할 수 없다’ 혹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이런 말을 많이 들으며 성장해서인지, 아직까지도 복지라는 것에 대해
개념이 잘 안 잡힌다고 할까요? 특히나 빈곤은 그들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구조와 제도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을 열고
읽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홈리스 행동’의 이동현 활동가와의
인터뷰입니다. 주제 역시 어떤 면에서는 파격적이었는데요. 바로
집 없는 사람들의 ‘몫’소리 입니다. 아직까지는 홈리스보다는 노숙자가 조금 더 익숙한데요. 이는 노숙인으로
문제를 더욱 한정시키고 축소시키려는 사회적인 시선이 담겨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더욱 홈리스라는 존재
자체를 사회가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집을 잃은 사람들, 저부터도 그들을 보며 ‘능력은 있으나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곤 하는데요. 하지만 그들이 왜 의지를 잃었는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길거리를 떠돌아야 한다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것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면, 계속 이러한 문제는 노정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우리나라도
여러가지 대책을 세우곤 하지만, 접근방식 자체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이는 여러 단체와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였던 것 같아요. 시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면서 단기적이고 파편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계속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것이겠죠.
그래서 이렇게
반빈곤 활동가들의 움직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권리가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돕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 역시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고요. 물론 저도 책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할 때도 많았지만, 사회복지의 필요성을 주장하기에 앞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