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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부 선생님, 안녕 ㅣ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8월
평점 :
유쾌한 추리소설 ‘오사카 소년 탐정단’의 후속작이자 마지막인 <시노부 선생님, 안녕!>. 왜 이렇게 매력적인 시노부 선생님과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지 아쉽기는 하지만, 작가가 직접 밝힌 이유를 읽어보니 이해가 되기도 한다. ‘오사카 소년 탐정단’을 읽으며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만화 ‘명탐정 코난’의 세계처럼 영원히 성장하지 않은 채 멈춰있을 수 없다고
그는 생각하는 듯 하다. 그리고 작가 후기 뒤에 이어지는 해설에서 니시가미 신타가 베스트셀러에 의존하다
독자들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풍요로운 작품 세계’를 접하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하는 것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는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고, 풍요롭다 못해 일부 미스터리 팬들에게서 ‘공장장’이라고 불리는 그가 아닌가?
‘오사카 소년 탐정단’은 1988년 출간된 히가시노의 초기 작품이다. 그리고 작품 세계 속에서는 2년, 그리고 실제로는 7년의
시간이 흐른 후, 독자들의 요청에 의해 <시노부 선생님, 안녕!>이 세상에 나왔다. 동글동글하고
앳된 미모와 다르게 말괄량이 같은 성격의 오사카 초등학교 교사 시노부가 효고로 유학을 간 사이, 그의
제자 뎃페이와 이쿠오는 중학생이 되어 있었다. 여전히 순하고 악의 없는 장난으로 감초역할을 쏠쏠히 하는
제자들과 시노부를 사이에 두고 연적관계를 이루고 있는 형사 신도와 맞선남 혼마의 만담까지, ‘오사카
소년 탐정단’에서 돋보였던 매력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사건의
흐름이 조금 더 촘촘하게 엮여 간다.
복요리에 정신을 팔린 사이에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을 보며 역시 그녀답다는 생각을 했다. 전편을 읽고나서 ‘사건을 몰고 다니는(!) 시노부 선생님’이라는 표현이 딱이라고 생각했었는데,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번 편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사건의 중심에 서있다.
이쿠오 엄마와의 에피소드에서는 정말 우연같이 겹쳐지는 일에서도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그녀의
세심한 관찰력은 3편인 유괴사건에서도 빛을 발한다. 유괴편부터
연달아 이어지는 이야기는 사건의 윤곽이 파악될수록 조금씩 불편한 진실로 향해나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마치
최근에 읽었던 ‘공허한 십자가’같은 느낌이 아주 가볍게 난다고
할까. 그리고 왜 ‘사요나라’라고 말하는 것이냐고 투덜대게 만드는 ‘시노부 선생님의 부활’편까지 읽고나니, 나 역시 이렇게 말해야 할 거 같다. “시노부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