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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관광 방랑 - 우리, 왜 일 년이나 세계 여행을 가는 거지?
채승우.명유미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9월
평점 :
“우리, 왜 일 년이나
여행을 가는 거지?”
이런 질문을 비행기가 뜨기 한 시간 전 공항에서 하게 된 부부의 세계 여행 이야기 <여행 관광 방랑> 사진기자로 19년간 일을 해온 남편 채승우는 인생의 두 번째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시점에 세계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아내 명유미의 일도, 전세 계약도 끝나가고, 뭔가 운명처럼 이루어지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 그들의 질문이 참 흥미롭다. 그리고
일 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들은 그 질문의 정답을 ‘찾았다’라기 보다는, 발견하게 되었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 답은 그들 안에 이미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남편도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여행을 떠난다. 결혼생활과 여행은 그 설렘이나 즐거움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도 참 다르다. 아무리
결혼을 했다고 해도 모든 시간을 남편과 함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대에 대한 새로운 점을 발견해나가고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1년간 남미,
북미, 유럽, 아시아를 도는 여행을 함께한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깊어졌을지 미루어 짐작하기도 힘들다.
사실 사진작가라는 말에 처음에 사진에 대한 기대가 정말 컸다. 하지만
내가 가늠했던 것과는 조금은 다른 사진이라고 할까? 아마 세계여행기라는 생각을 하고 책을 펼쳐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 그가 뻔한 사진은 찍고 싶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아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여행이라는 배경을 지운다면, 책 속의 사진과 글은 일상 속에서의 작은 반짝임 같은 느낌을 준다. 문득
이들에게 세계여행이란 삶의 쉼표나 느낌표가 아니라, 삶의 연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기사 1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무게감이 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남미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사실
남미하면 치안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그들 역시 그러했다. 하지만
나라를 넘어갈때마다 그들의 출발지가 되는 곳에서는 도착지가 되는 곳을 위험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여기가 아닌 다른 어느 곳이 위험한 여기에 사는 것’이라는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뉴욕에 처음 갔을 때, 사람들은 할렘에 대해
많이 주의를 주었다. 심지어 자켓 주머니에 10달러정도를
가지고 있다가 바로 주라는 조언도 있었는데, 실제로 길을 잃어 들어선 할렘은 전혀 다른 느낌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들 부부가 이스트할렘에서 지낼 때와 비슷하다고 할까?
여행도 그러하지만, 살면서도 그저 주워들은 이야기로 막연하게 걱정을
할 때가 많다. 어쩌면 우리는 ‘여기가 아닌 다른 어느 곳이
위험한 여기에 사는 것’을 반복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