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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 서로 다른 두 남녀의 1년 같은 시간, 다른 기억
최갑수.장연정 지음 / 인디고(글담) / 2015년 9월
평점 :
여행을 일상처럼 살아가는 남자 최갑수와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는 여자 장연정이 만들어내는 하모니 <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이 책을 여행중에 들고다니면서 짬짬이 읽었다. 그런데 이 책과 함께하니, 여행의 순간들이 더욱 빛나고 다정하게 느껴지고, 여행이 끝나고 돌아갈
일상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만들어주었다. 그 어떤 순간과 함께해도 좋은 책이지만, 여행과 함께 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두 사람이 자신의 방식대로 만들어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사물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렇게 서로의 1년을 만나고 남긴 에필로그에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여행을 ‘생활’하는 그, 결 고운 삶을 사는 그녀,
내가 읽으면서 느꼈던 인상 그대로를 담아낸 듯한 표현이라 더욱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사물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 중 ‘시계’, 영화 ‘아메리칸 퀼트’의 대사가 떠오르게 하는 조각보에 대한 이야기는 곱씹어보고
싶어진다.
여행중에 나베모노를 먹었었는데, 입소문과는 달리 우리의 입맛에는 꽤
짰다. 물을 꽤 많이 마셨는데도 입이 짜다는 느낌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바나나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둘이 돌아다니며 그날따라 왜 그렇게 바보짓을 했는지 말이다. 조금은 짜증스러운 마음을 안고 돌아와서 ‘형편없었던 아침식사’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니 그 식사마저 그리워진다며, ‘기억이 추억으로 바뀌기 시작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며, 찌푸려졌던 마음이 나도 모르게 순해지는 거 같았다.
그리고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이야기도 마음에 오래 남는다. 사실 나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다. 그저 내가 부주의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물건이 슬며시 나를 떠난 것이 아닐까라던 글이 있었다. 자기가
사라진 것도 모른 채 멀어져 가는 사람에게 ‘이런 바보 안녕’이라고
말하는 나의 물건, 그리고 장연정의 우산. 생각해보면 나는
물건을 그렇게까지 소중하게 여기는 편이 아니다. 잃어버리면 사지 뭐?
이런 의식이 강하다고 할까? 물론 워낙 물건을 잘 잃어버려서 나도 모르게 생긴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득 그런 마음이 나의 물건에게도 전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소중히 여기면 나의 물건들도 내 곁에 머물러주지 않을까? 이
마음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온 시간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좋은 글들이
많아서 날 행복하게 만들어준 글들을 하나하나 적자면 책을 통째로 베껴 쓰게 될 거 같은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책, 그리고 나도 꼭 이런 인사를 건네고 싶어지는 ‘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