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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 아파서 더 소중한 사랑 이야기
정도선.박진희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9월
평점 :
절판된 책을 구하기 위해 SNS에 글을 올린 정도선, 그리고 그 글에 댓글을 단 박진희. 책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각자의 방에 지구 한바퀴를 도는 여정을 담은 세계지도를 걸어놨을 정도로 비슷한 면이 많고 마음도 잘 맞는 커플이다. 그 두 사람이 함께 써나가는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2년여의 장거리 연애 끝에 결혼을 했지만, 두 달 만에 부인에게
척추암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는 알고 읽기 시작했다. 거기다, 처음에는 제목이 조금은 애처로운 듯한 뉘앙스가 느껴졌지만, 책을
다 읽고나니 더없이 희망차게 느껴지는 것은 책에 담겨 있는 두 사람의 사랑이 아침햇살처럼 밝고 따듯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두 사람이 그 결심을 부모님에게 전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젊은시절 외양선을 타며 틈틈이 세계일주를 한 아버지에게 도선은 우리도 그 행복과 추억을 갖고 싶다고 말한다. 결국 여행을 허락한 아버지는 ‘도선이 니가 진희를 단디 챙겨야 된다’라고 말한다. 이번 여행이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는 진희와 아내의 소원을 이루어주고 싶은 남편의 사명감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지나갈때마다, 아내를 단디
챙기라던 아버지의 말이 귓가에 들리는 거 같았다.
그렇게 7개월간의 여행을 떠난 두 사람은 서로의 생을 공유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도선을 만나기 전 홀로 태국의 빠이를 찾았던 진희는 지상에 존재하는 천국 같은 그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는데, 그 꿈이 현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너무 멀어서 짜증을 냈었지만, 빠이가 갖고 있는 특유의
편안함에 빠져들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그 곳에서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책에 대한 애뜻함으로 만난 두 사람답게, 멕시코시티에서 다양한
서점을 보며 꿈을 키우는 모습도 좋았다. 엘 뻰둘로라는 서점은 책이 다 비닐로 래핑이 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그 서점에 있는 책을 다 읽은 점원들이 있기 때문에 책을 고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 서점이 내 곁에 있다면, 정말 단골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서점을 만들겠다는 두 사람의 꿈에 이런 부분이 포함되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생기기도 한다.
원래 계획보다는 약간 짧은 6개월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귀촌을 결심하고
자리잡은 경남 산청, 그 곳에서 여전히 마지막이 아닐 오늘을 살아가는 두사람을 계속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