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인간의 아름다운 소멸을 말하다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
강영안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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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이어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화두를 잡고 진행된 인문학 아고라를 책으로 만났다. 책을 읽다 보면 학창시절 즐겨 듣던 노래가 마치 배경음악처럼 계속 들려온다. “세월이 흘러가고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누군가 그대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나. 지나간 세월에 후횐 없노라고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에서 나오는 책들을 좋아해서 이 인문학 아고라 3부작을 다 챙겨 보았는데,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한 책보다 이 책을 읽을 때 더욱 잘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 교수 강영안이 죽음의 연습, 멜레테 타나투에서 언급한대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오히려 삶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은 간절함(p218)이 생겨서 일수도 있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 교수인 황농문의 말처럼 나는 누구인가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것(p43)이여서 그럴 수도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면 행복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황농문은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도록 만들라고 제안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매우 잘 속는 뇌가 착각에 빠지도록 하는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뇌라는 것은 생명의 위험을 느낄 때 더욱 몰입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죽음에 직면해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지시켜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일이라는 것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처럼 살아간다. 하지만 내일이 없다면,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우리는 지금처럼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필멸의 존재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남의 이야기인것처럼 생각하는 살아간다. 그래도 죽음이 삶의 완성이고 아름다운 마무리까지는 아니라도, 죽음 앞에서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정도는 간직하고 있기에 더욱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이미 후회가 너무 많아서, 후회없지 죽어가는 것까지도 바라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니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 후회없이 몰입하여 살아가는 법, 그리고 경쟁과 협력을 통해 공생하는 법에 대한 강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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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
기무라 다이지 지음, 황미숙 옮김 / 올댓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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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권력자를 사로잡았던 혹은 스스로 그 시대를 지배했던 여인들의 초상화로 중세유럽사를 위주로 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

요즘 일상사진을 올리는 것처럼 하면서 사진 속에서 자연스럽게 명품이 노출되게 연출을 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초상화에도 그런 코드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흰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의 경우에, 흰담비는 그 여성의 가문의 상징이기도 하고 또한 순결의 상징이기도 하고 거기다 그리스어로 담비가 그녀의 이름이기도 한 것처럼 말이다. 수준 놓은 교양을 갖춘 여성의 그림에서는 뛰어난 화술을 가진 앵무새가 등장하고, 프랑스왕실에서 공인된 총희라 불린 최초의 여성 아네스 소렐은 충실함의 상징인 개를 안고 있는 것처럼 다양한 상징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징물을 가장 잘 이용한 사람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었다. 13세의 단정하고 소박한 차림의 엘리자베스 왕녀는 여왕이 되면서 이미지전략으로 초상화를 이용하기 시작한다. 초상화검열, 요즘으로 따지면 포샵질이라고 할 수 있는 것까지 동원하여 그녀는 자신에게 신성하고 순결한 여신의 이미지를 더하고자 했다.

포샵질하니 자연스럽게, 중세 유럽에서는 초상화를 맞선 때 주고받곤 나중에 실제로 만났을 때 서로에게 실망한 것이 떠오른다. 앙리 4세와의 결혼을 위해 프랑스로 온 마리 드 메디시스는 초상화가 그려졌던 시절에 비해 살이 많이 쪄서 왕이 큰 실망을 했었다. 거기다 이탈리아에서 선호하는 풍만한 체형과 달리 프랑스는 팔등신에 날씬하고 우아한 체형을 선호한 것도 문제이긴 했다. 이 책에서도 프랑스 왕의 사랑을 독차지한 여성들을 여럿 만나볼 수 있었는데,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또 약간 살집이 있는 체형이기는 했다. 점점 더 마른 여성을 선호하는 것은 역사의 흐름인 것인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찌되었든, 마리 드 메디시스는 루벤스가 그녀의 생애를 24장의 그림으로 그려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 사실 평탄한 삶을 살아온 그녀의 삶을 역사화로 그려내기 위해 루벤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을 총동원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와 앙리의 만남을 제우스와 헤라의 모습을 차용하여 그려냈는데, 실제로 앙리가 바람둥이였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했다.

그림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세계사에 대한 지식이 쌓여서 즐거웠다. 한편으로는 모델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미술사에 큰 이름을 남기지 못한 빈터할터의 그림이 제일 기억에 남는 걸 보면, 인물의 내면보다는 이상화된 모습이 내 눈에 더 익숙한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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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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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이라는 단어를 조금 더 신경써야 했다. ‘보통의 존재를 기억하며, 나처럼 제목만 보고 표지를 금방 스쳐지나간 사람들을 위해서 가능하다면 이야기와 산문집을 굵은 활자체로 표시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의 부주의함과 작가들은 어느정도 자신의 성을 쌓는다는 편견 때문에 한동안은 혼란스럽게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긴 터널에서 지지고 볶다 나오는큰 줄기가 있는 이야기와 함께 그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담백하게 담아내는 산문집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 조금은 낯설었지만, 또 나름의 매력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확인시켜주지 않는 여성과의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혼소송에 지쳐 그저 아무나 이야기 상대를 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그녀와 소개팅이라는 이름으로 불려나온 이석원이 함께한 어느 봄날의 시간은 그저 그렇게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조금씩 채우면서 끝나는 줄 알았다. ‘이만 물러갑니다라는 공손함을 넘어서는 인사법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연을 다시 이어지게 되고, 정말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끝내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채, 또다시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그녀는 의사였다. 시댁의 병원에 적을 두고 있기는 했지만 부유한 환경에서 살고 있었다. 첫만남에서 그는 그런 그녀를 스쳐 나가는 인연이라 생각했고, 굳이 작아지고 싶지 않아서, 가벼운 허풍을 섞어 자신을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그 후로 이어진 인연에서는 순서는 조금 뒤죽박죽이었지만, 꽤 연인답게 만났음에도 그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이야기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간 자리에 홀로 서서 글도 쓰고 노래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지만, 나의 사랑은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특별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들이 하는 연애와는 조금은 다르다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 또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우리의 연애는 조금은 흔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이석원이 솔직하게 담아낸 사랑이야기도 그런 범주안에 있을 수도 있다. 살짝 반전이랄까 열린결말이랄까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나지만 그 역시 또 하나의 나에게는 특별한, 하지만 한없이 흔할 수밖에 없는 연애이다. 하지만 뭐 그렇지 않은가? 사랑이라는 것은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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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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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줄 알았다. 지금껏 우리 가족 이외의 다른 가족들이 어떻게 사는지, 상상도 안 해봤던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포옹 혹은 라이스에 소금을>의 첫 번째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야나기시마 집안의 차녀인 리쿠코의 이 말을 읽는 순간, 나의 어린 시절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 역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부모님이 바쁘셔서 일하는 아주머니만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게 학교에서 사귄 친구가 무섭지 않냐는 식의 질문을 했을 때 이런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 후로 나에게 동화 소공녀는 조금 다른 의미로 남았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물건들이 가득한 마법의 다락방이 아닌 부모님이 웃으며 기다리는 그런 나만의 환상을 간직한 이야기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 상황 역시 지극히 평범했던 것이다. 아마 그 아이도 내가 그랬고 리쿠코가 그랬듯이 자신의 가족 이외에 다른 가족이 어떻게 사는지 상상조차 안 해봤을 것이다. 그래서 에쿠니 가오리가 자신의 작품에 덧붙였던 언뜻 보면 행복한가족 이야기를 살짝 바꿔보고 싶다. ‘언뜻 보면 특이한가족 이야기라고, 그리고 야나기시마 일가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 그대로 평범하고 행복한 가족이다.

미리 언급한대로, 도쿄 가미야초에 자리잡은 다이쇼 시대에 지어진 서양 대저택에서 살고 있는 야나기시마 일가는 조금은 특이하다. 엄마 혹은 아빠가 다른 두명의 아이를 포함한 4남매와 현재 같이 사는 엄마인 기쿠노 그리고 현재 같이 사는 아빠인 도요히코가 있다. 기쿠노의 여동생과 남동생 그리고 러시아인인 할머니까지 대가족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학교에 보내지 않고 가정교사를 통한 교육을 시키는 이 집안에 정말 난데없는 일이 일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바로 아이들을 초등학교로 보내게 되는 것인데, 난생처음 초등학교에 가서 자기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리게 된 고이치와 리쿠코 그리고 우즈키는 각자의 방식대로 그 곳에서 겉돌게 된다. 짧지만 큰 충격으로 다가온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어떻게 변화하게 되는 것일까, 궁금하기 무섭게 바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 책은 잡지 슈프르(SPUR’) 4년간 연재된 내용을 묶어서 출판하게 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영향일지 몰라도 이야기의 배경과 시점이 끊임없이 바뀌어간다. 처음에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에 도대체 누가 주인공인지 가늠을 하지 못했지만, 그것도 잠시 금새 가족의 이야기에 빠져들어서 그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었다. 그만큼 개성이 뚜렷한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툭툭 끊어서 들려주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새 그 이야기들이 모여서 가족의 이야기로 엮이는 것이 마치 조각 천을 연결하여 만들어내는 퀼트처럼 느껴지게 한다. 100년을 이어온 대저택이 간직한 시간이 만들어내는 유대감은 무슨 뜻인지 궁금해지는 이 책의 제목에서도 느껴진다. 가족끼리 공유하는 이런 말들은 그 가족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의 입에서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독특한 감각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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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 아파서 더 소중한 사랑 이야기
정도선.박진희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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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된 책을 구하기 위해 SNS에 글을 올린 정도선, 그리고 그 글에 댓글을 단 박진희. 책으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각자의 방에 지구 한바퀴를 도는 여정을 담은 세계지도를 걸어놨을 정도로 비슷한 면이 많고 마음도 잘 맞는 커플이다. 그 두 사람이 함께 써나가는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2년여의 장거리 연애 끝에 결혼을 했지만, 두 달 만에 부인에게 척추암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까지는 알고 읽기 시작했다. 거기다, 처음에는 제목이 조금은 애처로운 듯한 뉘앙스가 느껴졌지만, 책을 다 읽고나니 더없이 희망차게 느껴지는 것은 책에 담겨 있는 두 사람의 사랑이 아침햇살처럼 밝고 따듯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두 사람이 그 결심을 부모님에게 전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젊은시절 외양선을 타며 틈틈이 세계일주를 한 아버지에게 도선은 우리도 그 행복과 추억을 갖고 싶다고 말한다. 결국 여행을 허락한 아버지는 도선이 니가 진희를 단디 챙겨야 된다라고 말한다. 이번 여행이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고 있는 진희와 아내의 소원을 이루어주고 싶은 남편의 사명감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지나갈때마다, 아내를 단디 챙기라던 아버지의 말이 귓가에 들리는 거 같았다.

그렇게 7개월간의 여행을 떠난 두 사람은 서로의 생을 공유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도선을 만나기 전 홀로 태국의 빠이를 찾았던 진희는 지상에 존재하는 천국 같은 그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꿈을 꾸었는데, 그 꿈이 현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너무 멀어서 짜증을 냈었지만, 빠이가 갖고 있는 특유의 편안함에 빠져들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그 곳에서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책에 대한 애뜻함으로 만난 두 사람답게, 멕시코시티에서 다양한 서점을 보며 꿈을 키우는 모습도 좋았다. 엘 뻰둘로라는 서점은 책이 다 비닐로 래핑이 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그 서점에 있는 책을 다 읽은 점원들이 있기 때문에 책을 고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 서점이 내 곁에 있다면, 정말 단골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서점을 만들겠다는 두 사람의 꿈에 이런 부분이 포함되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도 생기기도 한다.

원래 계획보다는 약간 짧은 6개월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귀촌을 결심하고 자리잡은 경남 산청, 그 곳에서 여전히 마지막이 아닐 오늘을 살아가는 두사람을 계속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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