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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연금술 - 생명과 죽음의 원소, 질소를 둘러싼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 이야기
토머스 헤이거 지음, 홍경탁 옮김 / 반니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질소의 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질소는 대기의 8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생명체 성장의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 필요한 것은 고정 질소이고, 대기에 있는 질소가 고정질소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질소는 식물계의 ‘제한요소’로 작용하게 되고, 동물 나아가서 인간의 제한요소가 된다.
인류는 인구를 지탱하는 필수요소인 식량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하고 있는
인류에게 고정질소, 그러니까 고정질소로 만들어진 천연비료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었다. 공기중에 있는 질소를 고정시켜 암모니아를 제조할 수 있게 한 ‘하버-보슈 공법’을
만들어낸 프리츠 하버와 칼 보슈는 연금술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기에서 식량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인 현자의 돌을 찾아냈으니 말이다. 그리고 <공기의 연금술>은 이 두 과학자의 삶을 밀도있고
드라마틱하게 다루어내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천연비료를 둘러싼 인류의 치열한 투쟁의 역사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화학비료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은 하버와 보슈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리고 자신의 처음 의도와 다르게 ‘하버-보슈 공법’으로 만들어진 질산염이 폭탄 제조에 사용되고,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휩쓸리게 된다. 과학과
정치, 권력, 돈 그리고 개인의 욕망이 부딪칠 때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가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던 저자의 의도대로 하버는 위대한 과학자에서 위대한 독일인으로 변신하게 된다.
결국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화학자와 독가스 공격의 배후인물이라는 양면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하버지만, 화학분야의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그 뿐만 아니라 독일이 국제 과학계로 복귀하게 된다. 그런식으로 한 개인의 인생과
인류의 역사가 맞물려서 흘러가는 모습이 매우 흥미로웠다.
하버의 방식을 발전시켜 합성비료의 대량생산과 산업화를 완성시킨 칼 보슈는 미국을
방문하고 가솔린의 시대를 맛보게 된다. 그는 자연의 생산품은 모두 공장에서 만들 수 있다라는 신념으로
합성가솔린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게 되지만, 2차 세계대전으로 합성화학으로 미래를 이끌려던 그의
꿈도 전쟁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인류의 역사의 큰 도약이 된 과학발견이 갖고 잇는 양날의 검을 한
권의 책으로 정말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것이 놀랍다. 마치 재미있는 장편소설을 읽은 듯 해서, 과학서가 이렇게 구성되어 나온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쉽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