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강주헌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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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후원단체를 통해 어린이들을 후원해오면서, 왜 하필 아프리카 여자아이들하고만 결연을 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가끔은 있다. 예쁜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지역을 아프리카로 선택한 것은 여성 할례에 대한 글을 읽고 나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소말리아의 슈퍼모델이자 여성 할례에 반대하는 `와리스 디리 재단`을 이끌고 있는 와리스 디리의 <사막의 꽃>도 나의 생각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책의 목차를 봤을 때, 제일 먼저 손길이 간 것은 바로 여성 할례와 대리출산이었다.

나는 여성할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던 사람이다. 하지만 약 16페이지정도의 글을 읽고 나서 생각이 약간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여기에서는 내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여성할례 의식과정에서의 마취나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는 논외로 하기로 하자. 그는 북아프리카에서 넘어온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1988년 프랑스에서 이루어진 여성할례에 대한 법적인 판결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 여성할례가 중죄재판소의 관할에 속하는 범죄가 된 것을 이야기하면서, 관습을 법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불합리하다라고 지적한다. 각각의 문화권이 갖고 있는 관습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인데, 문제는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의 관습을 인정해주어야 하지만, 그것이 그들이 현재 속해있는 프랑스 대중의 의식에 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관습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가치체계 역시 존중받을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천장 아래의 시렁에 빵을 잔뜩 갖고 있다라는 책의 표현대로 이제는 민족학자들이 굳이 오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독특한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책은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가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에 기고한 18편의 글을 담고 있다.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는 문화상대주의를 발전시킨 인물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은 20세기 후반에 쓰여졌지만, 현대사회에도 충분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요즘 유럽은 시리아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다문화사회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뭐랄까? 미처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툭 던져주고, 또 같이 생각해보면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시각을 넓혀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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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와 사도 - 위대한 군주와 잔혹한 아버지 사이, 탕평의 역설을 말한다
김수지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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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정신의학자가 사도세자를 양극성 장애로 진단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현대 정신의학에 의한 진단이 아니라도, 사도세자의 기행과 비행에 대한 많은 을 읽기도 했었다.  심지어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가 사초를 많이 지워서 그나마 남은게 그 정도라는 첨언이 있어서, 늘 그 이상이 있었구나 하는 암시를 주기도 한다. 최근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사도때문인지, 사도세자에 대한 다양한 책이 출간되고 있다. 김수지는 <영조와 사도>를 통해 승자의 기록인 역사에서 영원히 자신의 입장을 변호할 수 없었던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갑술환국이 있던 영조가 태어난 해부터 영조가 마흔 둘에 얻은 유일한 후계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게 한 세자 살해사건이 있던 때까지를 다루고 있다.

숙빈 최씨의 소생으로 태어난 영잉군, 훗날 영조가 되는 그에게 어머니의 낮은 출신성분이 평생의 굴레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조부터 어느정도 편집증을 갖고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영조에 대한 이야기를 볼 때, 어머니가 무수리라는 신분이라는게 그렇게 심리적인 장애로 작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짚어주어서 도움이 되었다. 여러 사료를 보면, 궁녀들은 궁을 출입하는 남자와 탈선행위를 벌이기도 하고 또한 숙빈 최씨의 경우에는 김춘택과 함께 환국을 도모하면서 추문에 휩싸이기도 했다니 영조가 갖고 있던 왕의 정통성에 대한 강박관념을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탕평책을 통해 당쟁이 아닌 왕이 유일한 척도가 되는 세상을 꿈꾸었고, 그런 강한 권력을 세자에게 물려주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려다보니 세자의 입지가 자연스레 약해지고, 또한 대리청정 같은 형식을 통해서 세자를 총알받이로 사용하기도 하고, 조정의 세력들은 왕과 세자사이에서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애쓰면서 점점 더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깊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불안장애를 다룬 책을 읽고 이 책을 읽다보니, 영조가 갖고 있는 심리적인 문제, 책에서도 언급됬듯이 세제시절부터 쌓아온 불안이라는 스트레스가 더욱 크게 보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스트레스를 사도세자에게 풀어낸 것이 문제가 아닐까? 사도세자가 정신병을 갖고 있었다면, 영조의 권력남용형 학대가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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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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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사용하는 신조어중에 모태솔로라는 말이 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인데,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스콧 스토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절로 모태불안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가 밝힌대로 그의 유전자에는 이미 불안장애가 새겨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다 분리불안증세로 방안을 쉴새없이 왔다갔다하다 양탄자에 고랑이 패이게 한 것이 7세의 일이니 말이다.

나도 나름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스토셀이 털어놓는 자신의 이야기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바티칸이나 프라하 같은 여행지도 화장실의 기억으로 덮어지고, 30년동안 단 한번도 발생하지 않은 구토 공포증 때문에 자신의 일과 중에 60퍼센트를 구토를 피하고 대비하는 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거기다 케네디 일가의 별장에서의 일까지 생각해보면, 그가 불안에 천착하는 것이 너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치즈공포증까지 갖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또 한 배우는 공포증을 갖고 있었다니 불안증세의 다양함에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수많은 불안장애 증상을 보이며 40대가 된 그가 불안에 대해 연구한 것은 운명과 같은 일일 것이다. 책을 쓰면서 아마 그는 자신의 삶 자체를 살아있는 불안교과서처럼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고대 그리스부터 최첨단 과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학문적 사실을 수집했고, 30여년에 걸친 개인상담부터 다양한 임상실험을 망라한 불안치료와 자신의 경험과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모아 불안에 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책을 썼다.

아마 불안증세를 극복하고 싶어서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면 처음에는 실망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역시 불안장애를 완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제목 그대로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 책에 담아냈다. 그리고 불안이 꼭 제거해야 하는 요소가 아님을 이 책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불안은 미래를 향해 있고, 불안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미래를 의식한다는 의미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안을 조절할 수 있기 위해 노력하며 지금도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가고 있는 작가의 삶을 봐도 그렇고, 키르케고르의 말처럼 적당히 불안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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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의 연금술 - 생명과 죽음의 원소, 질소를 둘러싼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 이야기
토머스 헤이거 지음, 홍경탁 옮김 / 반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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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소의 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질소는 대기의 8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생명체 성장의 필수요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에 필요한 것은 고정 질소이고, 대기에 있는 질소가 고정질소로 환원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질소는 식물계의 제한요소로 작용하게 되고, 동물 나아가서 인간의 제한요소가 된다.

인류는 인구를 지탱하는 필수요소인 식량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하고 있는 인류에게 고정질소, 그러니까 고정질소로 만들어진 천연비료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었다. 공기중에 있는 질소를 고정시켜 암모니아를 제조할 수 있게 한 하버-보슈 공법을 만들어낸 프리츠 하버와 칼 보슈는 연금술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기에서 식량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인 현자의 돌을 찾아냈으니 말이다. 그리고 <공기의 연금술>은 이 두 과학자의 삶을 밀도있고 드라마틱하게 다루어내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천연비료를 둘러싼 인류의 치열한 투쟁의 역사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화학비료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은 하버와 보슈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그리고 자신의 처음 의도와 다르게 하버-보슈 공법으로 만들어진 질산염이 폭탄 제조에 사용되고,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 그들은 휩쓸리게 된다. 과학과 정치, 권력, 돈 그리고 개인의 욕망이 부딪칠 때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가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던 저자의 의도대로 하버는 위대한 과학자에서 위대한 독일인으로 변신하게 된다. 결국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화학자와 독가스 공격의 배후인물이라는 양면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하버지만, 화학분야의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그 뿐만 아니라 독일이 국제 과학계로 복귀하게 된다. 그런식으로 한 개인의 인생과 인류의 역사가 맞물려서 흘러가는 모습이 매우 흥미로웠다.

하버의 방식을 발전시켜 합성비료의 대량생산과 산업화를 완성시킨 칼 보슈는 미국을 방문하고 가솔린의 시대를 맛보게 된다. 그는 자연의 생산품은 모두 공장에서 만들 수 있다라는 신념으로 합성가솔린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게 되지만, 2차 세계대전으로 합성화학으로 미래를 이끌려던 그의 꿈도 전쟁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인류의 역사의 큰 도약이 된 과학발견이 갖고 잇는 양날의 검을 한 권의 책으로 정말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것이 놀랍다. 마치 재미있는 장편소설을 읽은 듯 해서, 과학서가 이렇게 구성되어 나온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쉽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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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음식으로 건강 요리하기 - 자연을 그대로
유한나.조애경 지음 / 미래라이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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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말린식재료를 많이 줘서 먹어봤는데, 그냥 먹어보기만 하지 요리할 생각은 못해봤는데, 이런 방법들이 있었군요. 놀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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