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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적의 시간 - 서울공대 26명의 석학이 던지는 한국 산업의 미래를 위한 제언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지음, 이정동 프로젝트 총괄 / 지식노마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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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존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혁신을 통해서 고도화된
산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는데 성공한 한국의 경제발전은 지난 50년간 전세계에서 유일한 성공사례라고 한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수치로 파악한 놀라운 성과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 마땅하지만, 이제는 압축성장을 통해 이룬 성과에 질을 높이는 것에 집중해야 할 때가 왔다.
특히 미국이나 독일 그리고 일본과 중국등의 나라에서는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지만,
결국 최첨단 혁신적 지식이 집약된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3대 서비스업이라는 의료,
금융, 법률산업에 인재들이 몰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더욱 걱정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는 선진국이 축적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그대로 가져와 실행하는 것에 익숙해왔다. 이제는 한단계 더 도약해야 하는데 문제는 우리에게 축적된 무형의 지식이 매우 빈약하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의 핵심은 설계능력이다. 하지만 리더형이 아닌 추격형 체질을
갖고 있는 산업구조상 설계 패키지를 라이선스 비용을 주고 구입해 왔기 때문에 자체적인 설계 경험이 전혀 축적되지 않은 것이다. 최초로 우리 자립 기술로 건설했다고 볼 수 있는 인천대교 역시 개념설계는 외국 회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기획부터 우리가 독자적으로 건설한 것은 이순신 대교라고 한다. 노하우를
가진 기업과 협력하면서, 장기적으로 경험을 쌓아나가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축적의 시간>에서는
한국 산업의 대표적인 분야의 서울대 교수 26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산업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고급 기술력을 축적하는 인력과 강소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걸렸던 것은, 세계 1위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학문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학문과 기술이 함께 가지 못하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한국의 조선산업이었다.
조선산업이 갖고 있는 특수한 시장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해양플랜트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노하우를 축적한 강자들에게 치이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산학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아닌 산업 판도를
뒤바꾸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되기 위해
기업경영, 대학교육, 정부정책, 사회인식을 바꾸어 ‘축적 지향의 사회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