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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한국 현대사 - 피와 순수의 시대를 살아간 항일독립운동가 19인 이야기
안재성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11월
평점 :
얼마 전 저항의 노래에 대한 책을 읽다가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벽 속의 또 다른 벽’이라는 노래를 알게 되어, 요즘 한참 즐겨 듣고 있었다. 그런데 <잃어버린 한국 현대사>와 함께하니 이 노래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온몸으로 일제치하라는 단단한 벽에 부딪쳤던 항일투사들이
있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자력으로 해방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남북이 미국과 소련의 지배로 들어가게
되고, 그 속에서 그들은 다시 이데올로기라는 벽에 부딪치게 된다.
그리고 우리 마음 속에도 자리잡고 있는 굳건한 이념의 벽은 이 책에서 다룬 수많은 독립투사들을 잊혀지게 만들었다. 그들의 선택이 옳았다고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적인
한계와 개인적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인물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민족해방을
위해 노력했던 것까지 흩어지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다룬 19인의 항일독립운동가,
박헌영, 이관술, 이주하, 김형선, 이승엽,
홍남표, 김삼룡, 이현상, 이순금, 김무정,
권오직, 홍덕유, 이강국, 임화, 박진홍,
김명시, 최용달, 정칠성, 김원봉 중에 내가 아는 인물은 김원봉 정도였다. 그나마도 영화
암살에서 김구와 함께 등장하여 호기심이 생겨서 검색을 하다 알게 되었다. 그나마 2000년대 미국과 1920년대의 일본의 수준을 감안할 때 그에게
걸린 현상금이 빈라덴의 열 배라 식의 계산을 보고 흥미롭게 읽은 수준이었다. 조선 의용대를 이끌었던
주석 김원봉 그에게 그런 거액의 현상금이 걸렸지만, 26년동안 단 한번도 체포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최초로 체포된 것은 해방이 되고 나서였고,
그런 그를 친일경찰 노덕술이 치욕을 주었다고 한다. 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사흘 밤낮을
통곡했다는 말에 마치 가시방석에 올라 앉은 듯 했다.
여성의 성적, 경제적 해방을 위해 글을 썼던 정칠성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지만, 19명에 이르는 항일투사들의 이야기가
400페이지도 안 되는 책 안에 다 담길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아무래도
항일투쟁을 할 때에는 변장이나 가명을 사용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행적이 안개에
싸여버린 인물들도 많았다. 또한 월북을 한 대부분의 독립운동가들이 김일성에 의해 온갖 누명을 쓰고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들의 행적이 점점 더 희미해질 수 밖에 없었다. 박헌영처럼 남한에서는 공산주의
운동을 한 인물로 폄하되고 북한에서는 미국과 남한의 고용간첩으로 처형당하기도 하고, 심지어 사진조차
찾기 힘든 김상룡 같은 인물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욱 이런 책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뚜렷한 항일 행적을 조금이라도 더 기록해두어야 하고, 또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