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동품 상점 (무선)
찰스 디킨스 지음, 김미란 옮김 / B612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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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찰스 디킨스, 그는 소설을 분할해서 단행본으로 출판하거나 연재를 했다고 한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완역된 <오래된 골동품 상점>역시 그런 형태로 출판이 되었다. 그래서 1841년 이 작품의 마지막 호를 싣고 오는 영국의 배를 기다리던 뉴욕의 부두에는 폭풍우가 휘몰아치고 있었지만, 전례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 속에서 누군가는 넬이 살아있나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아마 내가 그 시대에 살고 있었다면 나 역시 그 속에 서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곱디 고은 넬이 자신의 바람처럼 할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고 고유한 삶을 사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기를 바라며 책장을 넘겼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야기의 큰 줄기는 단조로운 편인거 같은데, 19세기 영국으로 빨려들어가 마치 내가 그 곳에서 함께하고 있는 듯 읽어가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의 정점을 찍은 영국은 가장 화려한 시기를 구가하고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극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오래되었다기보다는 낡은 느낌을 주는 골동품상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넬이 주인공이다. 밤이면 넬을 작은 골동품상점에 두고 길을 나서는 할아버지는 손녀를 조만간 부자로 살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그동안의 디킨스의 작품을 읽으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씁쓸했다.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의 헛된 꿈은 넬을 기괴한 악당 퀼프가 가 쳐놓은 덫으로 끌려들어가게 한다. 너무나 생생한 묘사에 감탄하곤 했지만, 퀼프가 등장할때는 괜히 음습한 숨결이 책장밖으로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결국 퀼프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돌이 생활을 선택하는 넬과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너무나 현실적이라 가끔은 답답하기도 했다.

그렇게 런던을 떠난 넬과 할아버지 그리고 그 여정에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로드무비를 보는 것 같았다. 특히나 다양한 계층과 직업의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19세기 영국의 풍경이 내 마음속에 스케치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휩쓸고 난 후의 지금과도 접점이 정말 많았다. 솔직히 배경을 지금으로 놓고 봐도 크게 이질감이 없는 수준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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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부리의 대횡단 - 마법의 돋보기로 숨을 그림을 찾아보는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아가트 드무아.뱅상 고도 글.그림, 이세진 옮김 / 보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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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요거 정말 재미있겠네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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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대사전 - 2nd Edition, 4만 독자가 추천하고 선택한 좋은글의 집대성
이민홍 지음 / 북씽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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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 알차게 담겨 있어서 읽다보면 제 마음에도 행복이 전해질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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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의 경제학 - 경제력이 불끈 솟아나는
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브너 지음, 한채원 옮김, 류동민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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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사극에 경제학자가 등장한다면?’ <세상물정의 경제학>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이었고, 이 책을 잘 설명해주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경제학자가 특별수사대를 지휘한다는 것에 의구심을 품을 사람들도 있겠지만, ‘경제적 유인즉 경제적으로 이익이 큰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인간에게 범죄에서도 인센티브는 강력한 동기를 형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무산되었다는 것이 나름 아쉽다. 방송국 프로듀서들에게 이러한 영감을 준 <괴짜 경제학>의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의 책이 나와서 위로가 된다. 생수공장에 갔다가, 자신들이 블로그에 올린 글들도 책으로 출판할 수 있음을 깨달은 이들은 인터넷상에 올린 8,000개의 글을 추려내고 챕터를 나누었다. 짧은 글들이라 하나하나 페이지를 병기하기는 힘들었던 지, 마음에 드는 글을 우선 읽는 것은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9장에 이르는 챕터의 제목들마저 매우 흥미로워서 큰 불만은 없다.

블로그에 올리는 순간 가장 분노에 찬 반응을, 가장 빠르게, 가장 많이불러일으킨 글은 바로 테러리스트가 가장 효율적으로 공격하는 법이다. 사실 제목만 보면 상당히 도발적이고 솔직히 요즘 세계를 둘러보면 충분히 그럴만 하다. 물론 작가 역시 테러리스트를 연구하는 자료 때문에 공항 검색대에서 걸렸다고 하니 가장은 아닐지 몰라도 상당히 위험한 경험을 준 글이기도 하다. 하지만 격렬한 반응에 비하자면, 경제학자의 색안경으로 들여다본 방법은 상당히 간략하다. 바로 미국에서 비용이 대단히 많이 드는 법안을 통과시키게 하는 것이 가장 유효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역발상도 가능하게 했다. 소수의 테러리스트들을 잡기 위해 민간인의 희생을 수반하는 공습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결국 그들의 돈줄을 끊는 것이 유효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크게는 국가에서부터 작게는 개인까지 경제적인 기반이 없다면 무너지기 쉬운 세상이고 그것은 테러조직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외에도 횡령을 찾아내는 방법이라던지, 조직폭력배를 막는 방법, 우체국 우표의 비밀, 경기력 향상을 위한 불법약물에 대한 이야기까지 괴짜 경제학자의 독특한 시선이 통통 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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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한국 현대사 - 피와 순수의 시대를 살아간 항일독립운동가 19인 이야기
안재성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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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항의 노래에 대한 책을 읽다가 핑크 플로이드의 ‘Another brick in the wall, 벽 속의 또 다른 벽이라는 노래를 알게 되어, 요즘 한참 즐겨 듣고 있었다. 그런데 <잃어버린 한국 현대사>와 함께하니 이 노래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온몸으로 일제치하라는 단단한 벽에 부딪쳤던 항일투사들이 있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자력으로 해방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남북이 미국과 소련의 지배로 들어가게 되고, 그 속에서 그들은 다시 이데올로기라는 벽에 부딪치게 된다. 그리고 우리 마음 속에도 자리잡고 있는 굳건한 이념의 벽은 이 책에서 다룬 수많은 독립투사들을 잊혀지게 만들었다. 그들의 선택이 옳았다고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적인 한계와 개인적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 인물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민족해방을 위해 노력했던 것까지 흩어지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다룬 19인의 항일독립운동가, 박헌영, 이관술, 이주하, 김형선, 이승엽, 홍남표, 김삼룡, 이현상, 이순금, 김무정, 권오직, 홍덕유, 이강국, 임화, 박진홍, 김명시, 최용달, 정칠성, 김원봉 중에 내가 아는 인물은 김원봉 정도였다. 그나마도 영화 암살에서 김구와 함께 등장하여 호기심이 생겨서 검색을 하다 알게 되었다. 그나마 2000년대 미국과 1920년대의 일본의 수준을 감안할 때 그에게 걸린 현상금이 빈라덴의 열 배라 식의 계산을 보고 흥미롭게 읽은 수준이었다. 조선 의용대를 이끌었던 주석 김원봉 그에게 그런 거액의 현상금이 걸렸지만, 26년동안 단 한번도 체포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가 최초로 체포된 것은 해방이 되고 나서였고, 그런 그를 친일경찰 노덕술이 치욕을 주었다고 한다. 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사흘 밤낮을 통곡했다는 말에 마치 가시방석에 올라 앉은 듯 했다.

여성의 성적, 경제적 해방을 위해 글을 썼던 정칠성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지만, 19명에 이르는 항일투사들의 이야기가 400페이지도 안 되는 책 안에 다 담길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아무래도 항일투쟁을 할 때에는 변장이나 가명을 사용해야 했고,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신의 행적이 안개에 싸여버린 인물들도 많았다. 또한 월북을 한 대부분의 독립운동가들이 김일성에 의해 온갖 누명을 쓰고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들의 행적이 점점 더 희미해질 수 밖에 없었다. 박헌영처럼 남한에서는 공산주의 운동을 한 인물로 폄하되고 북한에서는 미국과 남한의 고용간첩으로 처형당하기도 하고, 심지어 사진조차 찾기 힘든 김상룡 같은 인물도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더욱 이런 책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뚜렷한 항일 행적을 조금이라도 더 기록해두어야 하고, 또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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