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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 - 신자유주의적 인격의 탄생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장혜경 옮김 / 반비 / 2015년 11월
평점 :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과거에 비해서 그 양도 늘어났지만 그 양상도 많이 다르다고 한다. 정신분석학자 파울 페르하에허는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를 통해서 신자유주의가 사람들의 인격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때까지 발달과정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환경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이루게 된다. 쌍둥이로 태어났어도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전혀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되기도 한다. 물론 한 가정에서 성장해도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갖기 마련인데, 이는 각자의 뇌가 환경과 겪게 되는 상호작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신체와 주변 환경의 상호작용이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이 변화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종교는 힘을 잃고 과학이 가치체계의 중심으로 섰을 때, 사람들은 이성에 근거한 규범이 자리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세상은 나아갔다.
이러한 과정을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부분을 짚어내는것이 이 책의 묘미이다. 책
자체의분량은 많지 않지만, ‘신주유주의적 인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유려하게 풀어나가서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세상은 어떠한가? 이 시대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메리토크라시 즉 능력주의다. 능력이 사회적 성공의 새로운 판단 기준이 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변화가 시작되었고, 사람들도 거기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성이
바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기적인 유전자들이 경쟁하는 말 그대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시대가 열려버린 것이다. 노력을 통해서 키운 능력이 사회적 성공의 판단기준이 된 것은 얼핏보면 좋아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수량화되고 성과위주로 평가되면서, 도리어 삶의
질은 떨어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똑똑한데 왜 돈은
못 버니?”라는 식의 아웃풋이 부족하면 모든 것이 부정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한 것은 나 역시 ‘신자유주의적 인간’과 참 닮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내가 그렇다는 것을 전혀 모르던 때와 지금은 또 다르다. 내가 생각을
하는 방법을 어느정도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 마음에 든다.
“소비자에 머물지 말고 시민이 되어야 한다. 정치가에게 공익을 실천할 의무가 있다면 우리 역시 공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자면 물질을 포기하고, 다시금 새로운 윤리를 키워나가야 한다. 이 윤리는 항상 자율과 연대, 개인과 집단의 균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