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모자의 좀 모자란 터키여행
김정희 지음 / 더블: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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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터키의 풍경과 터키가 간직하고 있는 신비로운 이야기보다 더욱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엄마와 아들의 여행기 그 자체였다. 정말 읽는 내내 유쾌했고 더없이 따듯했던 책이 바로 < 어설픈 모자의 좀 모자란 터키 여행 >이다. .

블루모스크와 울루자미에 깃든 이야기도 어쩌면 그렇게 웃긴지 말이다. 결과적으로 좋으면 다 용서해주는 혹은 결과적으로 엇비슷하게는 해주는 술탄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거기다 손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건물 내부에 있는 울루자미에는 또 다른 사연이 있었다. 울루자미안에 자리잡은 울루자미 분수에 대한 이야기인데, 땅의 주인이 이슬람교가 아니라 땅 팔기를 거부하자, 주위로 자미(이슬람 사원)을 지은 것이라고 한다. 중세시대 왕권이 강하던 시기에 그런 알박기가 가능했을지 나도 같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확실히 분수에 다시 한번 시선이 갈 정도로 흥미롭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알게 된 터키 친구 누란을 만나 부르사에서 시간을 보내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영어로 버벅거리며 대화를 하던 그는 엄마의 시선에 자신도 모르게 "뼈 빠지게 벌어서 공부시켜 놨는데 고작 이 수준밖에 안되냐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라며 눈치를 슬쩍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엄마의 말처럼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서라며 핑계를 대기도 한다. 나 역시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어쩌면 엄마들이 자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슴도치 본능을 실체화시킨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 로마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는 에페소스의 사창가에 관련된 유적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고, 1923년 터키 독립전쟁이 끝나고 인구교환을 하면서 유령도시가 되어버린 카야코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 뒤로도 펼쳐진 이야기들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지만 말이다. 어두운 밤 하얗게 펼쳐지는 석회온천으로 유명한 파묵칼레에서 한 손에는 손전등을 한 손에는 엄마 손을 잡고 가던 두 사라의 대화가 이 여행기의 맛을 잘 느끼게 해준다고 할까?  

"겁 안 나나?"

"아들래미 손 꼭 잡고 있는데 겁날 게 머가 있노."

그러면서 잡은 손에 한 번 더 꼬옥 힘을 주신다.

"아들래미 손 꼭 잡고 내일 패러글라이딩 합시다."

"치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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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고정 - 이제 계층 상승은 없다
미우라 아츠시 지음, 노경아 옮김 / 세종연구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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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경제대국에 올라선 일본에서 생활혁신이 진행되면서, ‘1억 총 중류 사회라는 말이 나왔었다. 1970년대 국민의 90% 가까이가 중류의식을 가지게 된 것을 의미하는데, 소득이 매년 상승하다 보니 계층격차가 해소되리라는 장밋빛 전망 역시 가능했다. 그 후 석유위기를 거치며 생활과 환경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일본의 경제는 성숙기에 돌입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 후 이어진 장기적인 경기침체는 잃어버린 20이라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일본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2005년에 <하류 사회: 새로운 계층집단의 출현>를 출판했던 미우라 아츠시는 10년 후, “이제 계층 상승은 없다라는 말과 함께 <격차고정>을 출판했다. 이 책은 미츠비시 종합 연구소가 실시하는 '생활자 시장 예측 시스템' 조사결과와 추가로 실시한 '하류사회 10년 후 조사'를 바탕으로 계층이 어떻게 고정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또한 계층의 고정이라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거주지나 고용형태처럼 몇 겹의 고정화와 연동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다양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일본의 현재를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4정치와 정책에서는 어떤 정당에 투표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계층의식에 따른 정책에 대한 지지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공무원이 상류층을 구성하는 신 봉건사회라는 말 역시 매우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경제활동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계층이라 할 수 있는 공무원들이 상류층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일본경제의 동력이 얼마나 둔화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일본경제를 알면 한국경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도 하고, 조금 더 확장해서 일본을 한국의 미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보여주는 일본의 민 낯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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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 - 책 숲에서 건져 올린 한 줄의 힘
신정일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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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은 내 가슴속으로 촉촉이 스며들어와 목마른 영혼에 기적과 같은 자양분을 줍니다. 그 문장을 쓰신 분들을 일일이 만나지는 못했지만, 나에게는 시공을 뛰어넘어 사숙私淑한 진정한 선생님들입니다. 나는 그 문장들을 읽을 때마다 그 분들에게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낍니다.”

책을 읽다 내 마음을 다잡게 해주거나 위로해주는 문장을 보면 다이어리에 옮겨 적어놓곤 한다.그래서 매년 다이어리를 바꿀때면, 새로운 다이어리에 새롭게 적거나 그대로 전의 다이어리에 남겨놓는 문장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나에게도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해온 문장들이 있어서, 문화사학자 신정일의 <그토록 가지고 싶은 문장들>의 서문에 공감하게 된다. 의미심장한 문장들들을 소개하고, 그 문장들이 만들어내는 깊이 있는 울림을 글로 풀어냈는데, 읽으면서 너무나 좋은 문장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사람의 운명은 정해진 규칙대로 움직이는 체스가 아니라 보물찾기 같은 것이다 -일리야 에렌부르크의 말에서

불행은 내 마음이 만드는 것이며, 내 마음만이 그것을 치료할 수 있다 -파스칼의 <팡세>중에서

스스로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이 세상에 없다 -헤르만 헤세의 <홀로서> 중에서

지략과 술수를 모르는 사람을 높다고 하나, 알고서도 쓰지 않는 사람을 더욱 높다고 해야 할 것이다 -홍자성의 <채근담>중에서

어린시절 읽었던 채근담을 다시 꺼내보고 싶어지게 만든 문장이다. 생각해보면 당했다라며 자다가도 울컥해서 깨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내가 부족하여 생겨난 억울한 감정만 떠올릴 뿐, 그들이 어떻게 나보다 우위를 점했는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지략과 술수를 제대로 알고 있으면, 상대가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해와도 그런 사람들을 미워할 이유가 없을텐데, 나의 감정은 지극히 1차원적인 상황에 멈춰 있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혼돈이 마음속에 있어야 춤추는 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니체의 말에서

아무래도 늘 평탄한 삶을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와서, 이 문장이 나의 헛된 바람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나마 내가 조금이라도 자랐다고 느껴지는 때는, ‘왜 나한테만 이러는거야!’를 수없이 되뇌이며 힘겹게 지나왔던 시간들이다. 즐거울 때는 언제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가고, 막상 그 시간을 떠올려보면 행복한 감각들만이 머릿속에 붕붕 떠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그런 솜사탕 같은 시간이 필수적인 것을 알지만, 이상하게도 힘들게 지나온 시간들은 더욱 세밀하게 기억이 난다고 할까? 내가 어떤 언행을 하고, 선택을 하고, 또 그것이 무엇이 문제였는지 짚어낼 수 있기도 하다. 정말 말 그대로 그런 시간을 통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때로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만 가능하다면 그냥 쭉 행복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니체의 말을 일엽편주一葉片舟 삼아 살아가면서 만나야 하는 수많은 혼돈의 시간 속을 지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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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 -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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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도서관 대출순위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으로 <, , >가 돌풍을 일으킬 때, 알게 된 재레드 다이아몬드와의 인연은 그의 문명연구 3부작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었다. 쉽고 재미있는 책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유익하고 흥미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나와 세계>는 나름 진입장벽이 낮게 설정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인류의 내일에 관한 중대한 질문’ 7개를 가지고 그 답을 탐구하는 과정을 만끽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개인의 위기와 국가의 위기는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는 이 주제에서 미국을 이루는 민주주의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4가지 징조를 지적하고, 미국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에 대해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밝히기도 한다. 여기에서 관심이 가는 것은 미국이 갖고 있는 지리적인 조건 때문에 그들은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타국의 간섭에 꽤나 자유로운 상태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지리적인 조건이 미국의 사고방식에 유연성을 더해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리적인 조건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어떤 시기에 어떤 나라에 태어났느냐는 우리의 삶을 크게 좌지우지 하게 된다. 그래서 왜 어떤 국가는 부유하고 어떤 국가는 가난한가?”라는 주제에서 첫 번째로 지리적 요인을 다루고, 두 번째로 제도적인 요인을 다루는 것이다. 지리적 요건 중에서도 위도가 큰 역할을 하는데, 그는 온대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이 열대지역 국가들보다 부유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명쾌하게 밝히기도 한다.

그리고 중국은 세계 1위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유럽연합이나 미국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하는데, 이 역시 지리적인 조건이 한 몫 거들고 있었다. 그 동안 나는 중국이 세계 정복에 나서지 않은 이유가 중화사상에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일단 유럽과 달리 통일 중국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중국이 가지고 이는 지리적인 특징이 있었다. 그래서 중국은 황제의 윤허 없이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통로가 모두 막혀 있고 다양성이 확보될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도 일단 자신의 나라를 건립하는데 모든 역량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할까? 그리고 그는 통일중국이 갖고 있는 딜레마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에 이와 같은 전망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나무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에 대해 감탄을 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나니, 개인뿐 아니라 국가 역시 다양성을 얼마나 지켜내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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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에서 건진 리얼 영어회화
이수경.이광수 지음 / 넥서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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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공부할 때, 내가 자주 활용하는 시청각 교재는 바로 드라마이다. 그래서 네이티브가 매일 쓰는 쉽고 리얼한 표현만 쏙 뽑았다!’라는 <미드에서 건진 리얼 영어 회화> 역시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사용빈도수가 높은 표현 400개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유사표현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어서 400+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유용하게 분류된 카테고리가 있어서 처음부터 해도 좋고 필요한 부분부터 챙겨봐도 좋다. 나 같은 경우는 한두 단어로 네이티브처럼!’에 먼저 손이 갔다. 아무래도 간단한 감탄사나 적절한 리액션이 대화를 할 때 윤활유 역할을 제대로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알고 있는 표현만 사용하다보면 나부터가 지루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품사별로 네이티브들이 많이 쓰는 단어들을 따로 정리해놓은 부분도 매우 유용했다.

'내가 내가 아니야', ‘나답지 않다'라고 말하고 싶을 때 ‘I'm not myself’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미드에서 이렇게!’에서 이런 표현이 미드속에서 어떤 뉘앙스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렇게도 쓰여요!’를 통해서 응용표현이나 ‘I'm not myself’가 몸이 안 좋을 때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간략한 회화문을 통해서 알려준다. 또한 강의+음원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있어서 저자 직강 뿐 아니라 원어민의 발음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유용한 표현들이 정말 많았는데, 상황에 따라 ', 여기', '그렇지 잘하네', '것봐, 내 말이 맞지?', '또 그런다'라는 표현으로 쓸 수 있는 ‘There you go’ 같은 경우는 하나를 잘 알아두면 두루두루 돌려 쓸 수 있을거 같다. 또한 그럴리 없어라는 뉘앙스의 리액션을 하고 싶을 때 ‘No way’, ‘나 진심이야라는 뉘앙스의 리액션을 하고 싶을 때 ‘I’m serious’라는 표현만을 사용해왔는데, 유사표현을 많이 소개해주고 있어서, 더욱 재미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또한 책 속에 등장하는 미드 리스트를 장르별로 정리하고 영드는 따로 표기해놓은 것이 마음에 들기도 한다. 장르가 생각보다 중요한 것이 한동안 CSI : Miami’에 열광할 때는, 일상회화보다는 뉴스 특히나 강력사건 뉴스를 더 잘 알아듣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서 ‘For real!’한 영어회화를 접하다 보니, 아무래도 일상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는 장르의 작품을 하나 골라서 활용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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