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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ㅣ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고전문헌학자 배철현의 <정적>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선종의 승려가 쓴 책이
떠올라요. 내면의 나를 계속 탐구하고, 그 나를 발견하여
키워나가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그 말이 말이죠. 이 책이 ‘심연’, ‘수련’, ‘정적’ 그리고
‘승화’로 이뤄지게 될 4부작
중에 3번째 책인데요. 전에 ‘심연’을 읽었었는데요. 중간에
‘수련’을 못 읽은 게 절로 아쉬워 지네요. 심연을 읽을 때는 지혜에 마음이 끌렸다면, 정적을 읽을 때는 ‘중심’에 마음에 갑니다. 제
삶이 언제나 출렁이는 느낌이 드는 것 역시 중심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각자가 설계한 의도’를 강조하는데요. 생각해보면 저는 제가 설계한 어떠한 의도를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러면 안되지만,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교육이라는 것의 어원을 보면, ‘각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고유함’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우리나라의 교육은 그러한
형태는 아니잖아요. 특히나 제 성향상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칭찬받는
방향으로 쉼없이 나아갔고, 그러다보니 제 인생의 문법은 제 내면이 아닌 외면에 있었네요. 아무래도 수많은 잠언과 거기에 대한 사색과 성찰이 가득한 글을 읽다 보니, 저
역시 계속 생각을 하며 책을 읽게 되거든요. 자꾸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제 자신을 살피게 되네요.
기억에 남는 글은
바로 라틴어에서 시간을 뜻하는 단어 두 가지에 대한 것이었어요. 그저 쉼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아이타스’라고 하지만, 결정적
순간이나 기회의 시간은 ‘템푸스’라고 해요. 템푸스를 잡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내 마음, 내 마음에서 찾아낸
의도라는데요. 그 의도로 그려낸 마음의 지도가 있어야 해요. 그렇게
삶의 안내자를 외부에 두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 둘 수 있어야만 비로서 감동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고, 영원한
평온을 얻을 수 있다고 해요. 항상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만 귀 기울이던 제가 과연 내 심장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고민되는 부분이더군요. 그렇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어쩌면 정적일 것일지도 모르죠. 그래야 자신의 내면을 살필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