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의 역사 - 인류 역사의 발자취를 찾다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성춘택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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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과거에 대한 호기심은 꺼지지 않는 불꽃 같은 것일까요? 브라이언 M. 페이건의 <고고학의 역사>를 보면서 고고학에 탐닉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시간에 감탄하게 되네요.

 진시황의 묘에 대한 글, ‘황제를 보위하라를 읽으며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었어요. 작년인가요? 조조의 무덤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요. 발견했을 때부터 논란이 많았던 그 무덤이 조조의 무덤이 맞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조조가 소설 속의 인물만은 아닌 것을 알지만, 삼국지 연의를 너무 좋아했어서인지, 왠지 묘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고고학의 매력은 그런 것이 아닐까 해요. 사람들의 입에서 전해지는 이야기 혹은 전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랄까요? 중국의 긴 역사만큼이나 여러 황릉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진시황릉인 것 같아요. 저는 천마총을 보면서 그 무엇도 아니고, 사람의 집념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여전히 그 황릉에 켜켜이 쌓여 있는 느낌이 들어서, 진시황이 장수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 모든 것들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구나 했었던 거 같아요. 문제는 우리가 보고 있는 진시황릉은 정말 일부분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을 발굴한 과정에서 소실된 것도 너무 많고요. 그래서 발굴할 자격의 논란이 나오는 것도, 중국이 다른 왕릉을 발굴하며 경험을 쌓고 있는 것도 너무 이해가 되네요.

 책을 읽으며 여러 고고학자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미케네 문명을 발굴하는 수중고고학의 전문가 조지 베스, 그리고 뛰어난 시력덕분에 미노스 문명을 발굴하는데 성공한 존 에번슨이 있지요. 또한 여성 고고학자들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거트루드 벨 해리엇 보이드 호스가 있었는데요. 그 중에 헤리엇이 아테네를 자전거로 돌아서 물의가 되었다는 이야기에 절로 웃음이 나왔어요.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었는데, 여성이 자전거를 타기까지의 과정 역시 정말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뿌리를 찾아나선 사람들, 그리고 그 시간을 기록한 고고학의 역사, 보면 볼수록 흥미진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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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
노승대 지음 / 불광출판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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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여행을 하다 보면, 사찰을 갈 때가 많은데요.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더욱 복잡해 보이는 그림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펼쳐지는 거 같아서 흥미롭기도 했었는데요. 이 번에 읽은 <사찰에는 도깨비도 살고 삼신할미도 산다>는 그런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책이었어요. 40여년간 문화답사를 해온 노승대는 400여장의 사진과 함께 불교와 우리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모습에 대한 기록과 그림이 흔치 않던 도깨비나 삼신할미의 모습을 찾아볼 수도 있고요. 백제시대 8종의 문양전 속에 2종의 도깨비 문양전이 있고, 고려시대 귀면와도 있고 말이죠. 제가 잘 못 알고 있던 도깨비의 모습도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기도 했어요.

 찰에서 우리의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는데요. 아무래도 한국불교가 전통문화뿐 아니라 다른 문화까지 수용하고, 융화하는 힘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특히나 저자는 조선시대를 주목하는데요. 왕실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했던 이전과 달리, 숭유억불정책을 폈던 조선시대에는 불교는 서민의 의지할 수 밖에 없었죠. 그래서 조선 중기; 이후에 유행했던 민화도 사찰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서민들에게 보다 친근한 공간으로 만들어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책을 보다 보면 정말 귀여운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천은사 극락보전의 해태 곁에는 수달이 있기도 하고요. 불갑사 대웅전에는 용에 쫓기는 수달의 모습이 한편의 시트콤처럼 남아 있기도 합니다. 물론 용이나 수달은 물에 사는 동물이라 화재예방의 뜻도 있었겠지만, 재치와 해학이 담긴 것은 아무래도 민화의 영향이 아닐까 하네요.

 사찰하면 떠오르는 것 중에 하나가 목탁인데, 목탁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둥근 목탁에 대한 여러 유래담이 있었고, 그 중에 서유기로 잘 알려진 현장법사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더군요. 또한 사찰에서 돌사자가 그렇게 낯선 것은 아니었는데요.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사자가 없었자나요. 화엄사 원통전 앞 사사자탑, 불국사 대웅전 안 사자처럼 말이죠. 그러한 영향 역시 불교에서 전해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부처를 사람중의 사자라고 했다는데, 그렇게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주요한 수호동물이 된 사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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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성서에서 유래한 영어표현사전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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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로마 신화와 성서, 영어문화권에 미친 영향력은 정말 클 것 같아요. 저는 이전에 신화에서 유래된 영어표현을 다룬 책은 접해본 적이 있었어요. 그리스의 영웅 헤라클레스와 관련된 단어 ‘a herculean task/labor, 아주 어려운 일은 같은 단어도 여러 번 들어보기도 하고, 사용해보기도 했었어요. 제우스가 나은 아들 탄탈로스에 관련된 이야기 역시 흥미로웠는데요. 그는 신들의 총애를 받아서 신들의 연회에서 암보로시아와 넥타르를 먹을 수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교만에 빠졌던 그는 죽지 않고, 죽음을 물리칠 수 있다는 그 음식들을 자랑하며 친구들에게 나눠주다가 벌을 받게 되죠. 거기에서 유래된 단어가 바로 ‘tantalize’인데 곧 이루어질 것 같지만 아무것도 실현되지 않는 상황을 말해요. 그가 받았던 벌이 영원한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죠. 왠지 이렇게 뜻을 알고 나니 영원히 까먹지 않을 것 같군요. 이야기로 단어를 이해하면 이런 재미가 있죠. 

 성서에서 유래된 말들을 정리해놓은 책은 처음 만나는 거 같아서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Jacob's ladder, 야곱의 사다리는 구름 틈새로 햇빛이 비치는 현상을 표현할 때도 사용한다고 해요. 사실 제가 그런 순간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았겠지요. 그리고 잠언이 많이 소개되기도 하는데요. ‘Never let the sun set on your anger, 해 질 때까지 화를 풀어라’, ‘As you sow, so shall you reap, 뿌린 대로 거두리라’, ‘New wine is to be poured into fresh skins, 새 술은 새 부대에와 같은 말처럼 말이죠. 그 중에 마태보복음서에서 유래된 겨자씨의 비유를 기억하게 되는데요. 만약에 제가 이를 읽지 않았다면, 올드팝송 ‘Too Old To Cut The Mustard’를 들었다면 무슨 소리인지 잘 몰랐겠죠. 겨자는 매우 기르기 힘들고 오랜 시간이 지나야 수확이 가능하다고 해요. 거기다 겨자를 자른느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워서 ‘cut the mustard’라는 표현은 성공하다, 목표에 이르다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마태복음에선 이를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과 같으니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유래하여 ‘a mustard seed’장차 크게 될 가능성이 있는 작은 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부록으로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라틴어 관용구도 수록되어 있어서 제가 생각보다 라틴어를 꽤 아는구나 하는 뿌듯함마저 더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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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 지연된 정의,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한 36개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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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탐사저널리즘 프록그램을 좋아하는데요. 얼마 전에 일본문제에 대한 프로그램을 찾던 중,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본 적이 있어요. 그 후로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더 늘게 되었죠. 그래서 이번에 <이규연의 로스트타임>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는 공공의 선을 찾고자 하는 공익 탐정으로 자신을 소개하는데요. 그가 주목하는 36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탐사보도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철학과 노하우를 풀어냅니다. 제목이 로스트타임인 이유도 궁금했었어요. 아무래도 스포트라이트로 하면 사람들에게 더욱 인지도가 높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그런데 그가 탐사보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부분을 읽다 보니, 정말 적절한 제목이 아닌가 합니다. 이미 늦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때, 그래도 누군가에게 혹은 우리 모두에게 로스트 타임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니까요.

 그 중에 방사능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조선소에 파견되어서 근무한 20대후반의 남성의 손가락은 방사선 피폭으로 녹아내리고 있었어요. 업체에선 그의 부주의함을 탓했지만, 글쎄요. 취재결과 전문교육이 부족했고, 심지어 작업환경조차 안전수칙을 지키기 힘든 곳이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노동자의 문제로만 몰고 가는 것 너무 불합리하게 느껴지죠.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후쿠시마로 흘러갑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던 5년 이후, 후쿠시마 현장을 취재했어요. 그리고 한번 오염된 환경은 다시 회복할 수 없는 그 상황을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여 묘사합니다. “봄이 왔지만 그 봄은 여전히 침묵의 봄이다.” 저는 후쿠시마에 대해 일본에서 제작한 방송을 본 기억이 있는데요. 그 곳의 봄은 참사 이전의 봄처럼 묘사되고 있었는데 말이죠.

 이외에도 1980년대 광주로 갔던 공수부대원의 고백과 인간의 가면을 쓰고 있던 이영확 그리고 가난의 굴레를 아주 긴 그래서 너무나 위험하기만 한 사다리로 묘사하는 난곡리포트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가 주목한 36개의 사건과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쭉 읽다 보니, 탐사보도의 가치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 중에 루게릭 환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마지막까지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바로 안구 주변이라고 해요. 그래서 안구 마우스를 사용해서 세상과 소통하는데요. 정말 힘겨운 일이지만, 그들이 그를 감수하면서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저의 탐사과제로 남은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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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앞에 서는 게 두려워요 - 나서는 게 죽기보다 싫은 사람들의 심리 수업
오카다 다카시 지음, 박재현 옮김, 김병수 감수 / 샘터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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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격 장애 연구의 일인자라고 하는 오카다 다카시의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두려워요> 사실 저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유심히 읽게 되었어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면 심장박동이 너무 높아져서, 진짜로 살짝 어지러워했던 적도 있고요. 울렁증과 멘붕은 정말 기본중의 기본이죠. 그런데 단순히 사람들 앞에서 서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을 어렵게 여기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제 성격이 친한 사람들과는 신나게 어울리지만, 친해지기까지는 참 쉽지 않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사람들 앞에서 서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과정에 정말 공감이 되었어요.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활용하여 자신의 불안장애를 진단하고 분석하고, 극복할 수 있는 계획을 짜고, 점검할 수 있게 도와주는데요. ‘사교불안을 진단해볼 수 있는 설문지처럼요. 단순히 , 아니오로 답하고 진단하는 것을 넘어서, 그 질문들의 배경을 설명해줘서 더욱 정확하게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줍니다. 저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를 만든 앨버트 엘리스의 방식이 기억에 남아요. 그는 요즘으로 따지면 사교불안장애를 갖고 있던 인물인데요. 자신에게 과제를 주는 방식, 즉 노출치료로 문제를 해결해나갑니다. 과민함을 없앨 수 있는 노출치료에는 단계적 노출치료가 있고, 노출 감수성 한계를 단숨에 바꾸는 방식이 있는데 저는 전자가 더 잘 맞을 것 같아요. 자신의 노출일람표를 작성하고, 공포도를 정해야 하는데요. 40이하는 딱히 치료효과가 없다고 해요. 그리고 노출을 디자인하고, 실천하고, 그것을 기록하는 방식까지, 단순히 진단과 분석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면이 정말 유익하게 느껴집니다.

 일본 도토루 커피의 창업자 도리바 히로미치는 사람들 앞에서 얼굴이 금새 상기되곤 했다고 해요. 그런 그가 커피숍을 만들고 사람들 사이에서 성장해나가기까지, 어쩌면 책의 말 그대로 운명의 소리에 답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계속 두려워하고 결국 실제로 두려워지고 그런 심리적 역설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인생에 당당히 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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