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의 역사 - 평평한 세계의 모든 것
B. W. 힉맨 지음, 박우정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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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면으로 인류의 역사를 살펴본다는 것은 생각보다는 흥미로운 일이었는데요. 물론 역사와 지리학을 대학에서 강의했던 저자 B. W. 힉맨이 전문분야로 깊이 파고 들어갈 때는, 그저 일반독자 중의 한 사람일 수 밖에아니죠, 그보다도 못할 수 있는 제 입자에서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요.

 얼마 전에 역사를 배우면서, 위엄을 더하기 위해 건물을 언덕 위에 마치 거대한 계단처럼 땅을 고른 후 지은 구조를 본 적이 있어요. 제일 처음에 든 생각은 왕이거나 대신이 아닌 이상, 정말 올라가기 힘들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도시 건설 게임을 즐겨하던 시절에도 일단 땅을 평평하게 고르는 작업에 많은 신경을 썼던 저에게는 평평함은 편리함과 안정성 그리고 확장성으로 연결되어지는 부분이기도 해요. <평면의 역사>를 읽으면서 제가 느낀 것은 인류의 역사는 말 그대로 세상을 평평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는 점인데요. 서양의 역사만 그렇다고 볼 수 없는 것이, 당나라 역시 주작대로가 있었고, 그런 영향이 우리의 역사에서도 나타나기도 하죠.

 문제는 우리가 지구를 평평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서, 우리 자체도 평평해지고 있다는 것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자연을 보기보다는 스마트 기기가 갖고 있는 평면의 화면을 더욱 오래 보고 있기도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평면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다가오겠죠. 어쩌면 고대에 지구가 구형이라는 수많은 물리적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상한 형태의 세계관을 그려낸 것처럼 우리의 의식도 지금도 쉼 없이 왜곡되고 있는 중이 아닐까 해요. 물론 평면은 우리에게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데 기여를 한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쉼 없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한편에서는 그 편리함의 이면도 살펴보고 싶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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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그 섬에서
다이애나 마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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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로제스 제도, 다이애나 마컴의 <그 여름, 그 섬에서>에서 처음 알게 된 그 섬들은 너무나 아름답게 제 마음속에 남았는데요. 흐드러지게 핀 수국과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했거든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기자로 퓰리쳐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녀는 처음에는 캘리포니아 외곽에 자리잡은 아조레스 이민자들을 통해 그 곳을 알게 되는데요. 그 후 여러 번 섬을 찾아가 이 에세이를 쓰게 되는데요. 섬사람 말대로 이 에세이는 그녀의 에세이이자, 그들의 에세이이기도 하더군요. 물론 아름다운 표지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녀의 필력에 끌려 검색도 꽤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정말 아름다운 그 곳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 처음에는 풍경에 빠져들었지만 책을 읽을수록 사람들에게 빠져들어서 저도 그 곳에 너무 가보고 싶어지더군요.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금과옥조로 여길 말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그렇게 살지는 못했죠. 그래서 더욱 자신을 탓하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내일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꼭 오늘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죠. 일을 하다가도 자신이 좋아하는 투우를 보기 위해 달려나갈 수 있는 것, 생각해보면 정말 행복할 것 같죠. 그런 삶이 낯설지 않은 곳이라니 말이죠. 아마 제가 사는 곳에서는 대단히 낯선 존재로 다가올 덴데 말이죠. 가만히 있기만 해도 뒤쳐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다가, 정말 중요한 것은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곳을 만나니 그 섬을 계속 찾아간 그녀의 맘이 너무나 이해가 되더군요. 그녀 역시 늘 미리미리 준비하고, 바지런히 살고, 노력해야 한다고 배워온 사람일 것 같아서요. 하늘과 바다, 초원과 수국, 빵과 와인, 그리고 모든 것을 함께 즐기는 친구들에 그저 감사로 가득한 삶에서 허우적거리는 그 행복이 너무나 좋았겠죠. 그래서 문득 그들이 자신의 섬을 떠올릴 때 느끼는 감각인 사우다지는 우리가 이해하기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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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모든 순간, 내가 곁에 있을게 - 나의 미라클, 나의 보리
최보람 지음 / 샘터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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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견과의 하루하루, 정말 훈훈한 온기와 소소한 행복으로 잘 짜인 시간처럼 느껴지죠. 저 역시 반려견과의 좋은 추억을 잔뜩 간직하고 있어서인지, 최보람의 <너의 모든 순간, 내가 곁에 있을게>를 읽으며 너무나 좋았습니다. 혼낼 때면, 자신의 성을 붙여 최보리!’라고 부르는 것도 마치 절 보는 듯 했고요. 노출제본형태와 크래프트지 느낌이 나는 표지와 연필과 물감으로 그린 그림이 너무나 잘 어우러지는데요. 예전에 미술을 전공한 친구의 아이디어 스케치노트를 넘겨볼 때의 추억마저 떠올리게 하더군요.

 그녀가 반려견 보리를 만나게 된 것은 첫 반려견과 이별을 하고, 시간이 흐른 후였죠. 그녀는 마트 동물병원에 ‘sale’이라는 문구를 붙이고 있는 코카스파니엘을 보게 되는데요. 한 번 파양당한 경험도 있고 유난히 작은 모습의 강아지를 만나, 보리라는 이름을 주고 함께 살게 되죠. 가끔은 보리를 잘 돌보고 있는 것인가?, 그런 생각도 하지만 , 이 정도면 괜찮지? 너나 나나.’라고 답하는 모습을 보며 제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첫 반려견이 유난히 아프고, 또 보리와 비슷하게 식분증도 있었고 말이죠. 그래서 나 때문인가라는 자책을 할 때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첫 반려견이다보니 더욱 그랬죠. 하지만 건강하게 자라나 함께 수많은 여행을 다닌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도 괜찬았던 것이겠죠.

 너무나 중독적인 개 발바닥 냄새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아요. 그 표현이 참 좋았는데요. ‘잘 구운 땅콩 같은 냄새’, 정말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싶어요. 그리고 개 발바닥 냄새를 맡고 있으면 느껴지는 감각들, ‘땅콩 요정들이 괜찮다고 토닥토닥거리는 것 같다는 그 말도 말이죠. 물론 우리 강아지들은 상당히 귀찮아 하기도 했지만 말이죠. 저는 너무나 좋아하면서도 놀리기도 꽤 했었거든요.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는 친구, 내가 돌봐주는 반려견이 아니라, 서로를 아껴주는 친구같기만 한 반려견과의 하루하루가 떠오르는 그런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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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빈센트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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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그림을 보면, 수묵화를 그리고 거기에 시를 한 수 더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시 속에 그림이 있는 것인지, 그림 속에 시가 있는 것인지, 물론 뭐가 다를까 싶기도 하지만, 나름대로는 궁금해질 때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더욱 재미있는 만남을 함께했는데요. 별을 노래하는 시인 윤동주의 124편의 시와 빈센트 반 고흐의 129점의 그림이 함께한 책, <동주와 빈센트>입니다. ‘열 두개의 달 시화집이라는 시리즈가 있다고 해요. 그 달과 어울리는 화가를 골라서 시와 그림을 함께 수록하는 시도인데요. 제가 만난 책은 특별판으로 윤동주와 반 고흐가 함께하죠.

생각해보면 반 고흐 역시 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화가죠. 제가 좋아하는 ‘Vincent’라는 노래 역시 ‘Starry starry night’이라는 가사로 시작되니 말이죠. 그리고 이번에 두 사람의 작품을 함께 보면서 느낀 점은 전혀 다른 시공간을 살아간 두 사람이 참 잘 어우러진다는 것이죠. 어쩌면 더 없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더 없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봤던 사람들이었기에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정말 잘 고르고 골라 조합을 시켰기 때문일까요? 처음에는 아름다운 책에 빠져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와 그림의 조화가 정말 절묘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당나귀 소리에 모두가 깨어났다가 다시 어둠의 장막속으로 사라져가는 이라는 시가 있는데요. 거기에  어머니는 애기에게 젓을 한 모금 먹이고, 밤은 다시 고요히 잠드오라는 구절이 반고흐의 남자는 바다에라는 그림과 함께합니다. 남편을 기다리며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스르르 잠든 어머니의 모습과 잠에서 깬 아이를 다독이다 잠든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겹쳐 보였거든요. 어머니의 사랑은 그런 것이겠죠.

 표지에 꽃 피는 아몬드 나무도 좋고, 안에 있는 수많은 그림과 윤동주의 예민하면서도 풍부한 감수성이 그대로 살아 있는 시 덕분에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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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읽는 새로운 언어, 빅데이터 - 미래를 혁신하는 빅데이터의 모든 것 서가명강 시리즈 6
조성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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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데이터,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개념인데요. 이번에 읽은 <세상을 읽는 새로운 언어, 빅데이터> 역시 빅데이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인 조성준은 대한민국 최고의 빅데이터 전문가인데요. 정부산하의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의 위원장 역시 역임하고 있습니다. 그는 빅데이터에 대한 개념과 함께 빅데이터의 궁극적 목표인 활용의 현실과 미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를 표방하는 서가명강시리즈로 나왔는데, 이 시리즈는 언제나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거 같아요. 자칫 자신의 관심사에만 편향되기 쉬운 것이 독서잖아요. 그런 면에서 이 시리즈는 저의 새로운 관심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해요.

 빅데이터의 특징은 그 방대한 양과 빠른 생산속도 그리고 다양성입니다. 그래서 volume, velocity, variety의 두문자를 모아 3V라고 정의하는데요. 문제는 그 무한한 가능성의 보고가 전혀 가공되지 않은 원석과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어떤 것으로 세공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는데요. 얼마전에 생각을 빼앗긴 세계라는 책을 통해 빅데이터에 의존하는 세상이 만들어내는 편리함 뒤의 그림자를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좀 더 밝은 부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빅데이터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분석하여 인사이트를 생성하면, 이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자가 결정을 하면서 가치를 창출하게 되는데요. 빅데이터는 특히나 진단과 예측 그리고 최적화 부분에서 강점을 보인다고 해요. 빅데이터로 어디까지 예측할 수 있을지 저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요. 사람들의 취향과 욕망을 분석하는 빅데이터분석가들은 고객을 세그먼테이션을 하여, 그 세그먼트별로 타겟팅을 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드는데 주요한 자료를 제공하죠.

 그 사례로 소개된 것 중에 하나가 제록스인데요. 유능한 사원들을 뽑아도 조기퇴사를 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던 그들은 인성검사의 데이터를 통해 그 원인을 분석하는데요. 그로 인해 퇴사율을 20퍼센트 감소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해요. 물론 20퍼센트라는 수치가 크다면 크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예상보다는 작다고 여길 수 있어요. 바로 이 부분이 데이터의 한계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결정이 최적화에 적절하다고 여기지만, 데이터라는 것이 생각보다는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초반에는 세공이라고 생각했던 데이터 분석이 이 즈음에 오니 데이터마이닝이라는 표현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금을 캐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한 무한한 가능성이 널려 있는 빅데이터에서 무엇을 캐느냐, 그 부분을 주목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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