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 노회찬이 꿈꾸는 정치와 세상
노회찬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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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노유진의 정치카페라는 팟캐스트를 즐겨 듣고, 책으로도 읽었었는데요. 노유진중에 한 축이 바로 전 국회의원 노회찬이었습니다. 그 후로 그의 자살소식을 들으면서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나중에 유서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을 인정했던 것도, 그리고 그 것을 자책하며 내린 선택까지 저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일로 남았지요. 그리고 그의 1주기를 기념하며 나온 추모집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를 읽으며, 다시 한 번 그 문구를 떠올리게 되네요.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1부는 노회찬을 만나다에서는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그가 꿈꾸던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저 숫자로 드러나는 성장에 연연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주요한 명제를 잊고 있는 우리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일화도 기억에 남는데요. 전직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의 공과 실을 평가하는 것은 역사의 몫으로 돌리고, 우리는 그의 정신을 반영하는 현실을 만들자는 제안 역시 그러합니다. 어쩌면 이 제안은 노무현대통령이 노회찬이 국회의원이 된 것을 축하하며 했던 말인, 노씨 중에 두 명의 스타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2부에서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글이 담겨 있고, 3부에서는 노의원의 연설문이 수록되어 있어요. 팟캐스트를 들을 때도 그랬지만, 인터뷰나 연설문을 보면 자신의 생각을 맛깔나게 풀어서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그가 국어사전을 탐독했다는 것도 기억에 남아요. 이 책은 손석희의 프롤로그와 이대근의 에필로그로 문을 열고 닫는데요. 정치인으로서의 그를 잘 몰랐기에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네요. 정의를 찾고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헌신했던 그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고, 그 뜻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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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그림자 아이 - 나를 더 아끼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한 자기 존중의 심리학
슈테파니 슈탈 지음, 오공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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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제일 먼저 그리고 제일 오래 만나게 되는 인물은 바로 프로이트죠. 그가 우리의 정신을 지형학적으로 그려낸 것을 보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생각보다 무의식의 영역이 정말 크고, 의식은 빙산이 일각에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무의식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서 형성되게 마련이죠. 슈테파니 슈탈의 <내 안의 그림자 아이>, 제목을 듣자마자 바로 프로이트의 무의식이 떠올랐던 것 같아요. 에릭 번이 이야기하는 자아의 여러가지 형태도 떠오르기도 했고요.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내면의 아이와 내면의 어른입니다. 내면의 아이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요.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우리가 신경 써야 하는 그림자 아이, 그리고 우리의 지향점이 되어야 하는 햇빛 아이가 있죠. 책을 읽다 보면 제 내면에 왜 그림자 아이가 자리잡게 되었는지, 혹은 햇빛 아이가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는데요. 하지만 이 존재 자체를 저의 잘못 혹은 실수로 잘못한 것이 아니죠. 주변환경 특히나 어릴 때는 부모님과의 교류를 통해서 만들어지게 마련이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잘 다루는 것이죠.

너무나 당연하게 우리의 목표는 그림자 아이를 위로해주고, 햇빛 아이를 응원하는 것인데요. 그 방법도 나오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아무래도 제 안의 있는 그림자 아이를 오롯이 바라보는 것부터가 어렵더라고요. 아무래도 제 내면의 어른은 자기합리화를 너무나 잘해서, 제가 갖고 있는 상처를 외면하고 싶어하거든요. 하지만 진정으로 자존감을 높이고 싶다면, 일단은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그런 부분에서 제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분노입니다. 분노라는 감정을 단순히 회피할 것이 아니더군요. 바로 그 때 그림자 아이가 자신을 위로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제 안의 수많은 방어기제를 뚫고 겨우겨우 자신을 드러낸 그림자 아이를 그대로 돌려보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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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 -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요리사였다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마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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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읽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는 그가 1481년부터 1500년까지, 스포르차 가문의 궁정 연회담당자 있을 때의 집필한 책 코덱스 로마노프Codex Romanoff ‘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요. 로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그가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역시나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던 시대의 천재의 정신이 그대로 살아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요리를 만드는 방법과 요리 기구들을 개발하고 발전시켜나가는 그를 보면 말이죠. 또한 요리에 대해 그가 남긴 글을 본적이 있는데요. 사제가 축복한 달걀이나 그냥 달걀이나 요리하면 맛이 똑같다라는,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어쩌면 그가 살아가던 시대에 정말 도발적일 수도 있는 말이었겠죠. 그런 그의 관점 역시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는데요. 오죽하면 책을 읽을 때 주의점의 첫번째가 그의 요리나 인물에 대한 평을 그대로 받아드리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니 말이죠.

 저는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은 중세의 왕족으로 살면 정말 행복했겠다 싶은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 책은 그런 생각을 싹 접게 만들어주더군요. 그들의 만찬은 제 기준으로는 만찬이 절대 아니었거든요. 공작새를 요리해먹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여러 동물의 발가락을 모은 음식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요. ‘크리스마스케이크라고 해서 호기심을 갖고 봤더니 흰살생선 일곱 마리를 쪄서 버섯과 달걀흰자로 반죽하는 것이었으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중국사람들이 다리가 달리면 무엇이든 먹는다는 말을 듣는데, 인류는 거의 다 비슷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시절의 풍요로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든 시절이었고, 궁정 연회를 담당하는 주방에서 일한 다빈치도 마실 물을 담아놓은 통에 개구리를 쫓아내는 기구를 만들어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요리노트보다는 도리어 그가 개발한 수많은 물건들, 그 어떤 분야에서도 쉴새 없이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더욱 집중하게 되더군요. 주방에 인공비가 내리게 하는 것은 현대의 스프링쿨러와 같고요. 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사람들이 일년 내내 자신이 원하는 맛을 만들게 고안을 하는 방식은   냉장고와 같은 원리이기도 했어요.

 또한 책에서는 미식가인 다빈치가 그대로 드러나는 에피소드도 등장하는데요. 다빈치는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 수도원에 벽화 최후의 만찬을 그리기 위해 2 9개월의 시간을 사용하는데요. 그 중에 대부분의 시간은 최후의 만찬에 올릴 요리를 선별하는데 사용했다니, 그에게는 말 그대로 도랑치고 가재 잡는 시간이었겠어요. 물론 그는 인류사에 거성으로 우리에게 기록되겠지만, 이렇게 상대적으로 작다면 작은 반짝거림도 함께 볼 수 있다니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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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프란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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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가끔 날 얼마나 사랑해?’라고 저도 묻곤 하지만, 만약 제가 그런 질문을 돌려받아도 그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잘 찾지는 못할 거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를 읽으며 사랑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딸을 출산하고 죽은 아내를 평생 사랑한 남자, 그 사랑이 지나치지 않냐는 딸에게 사랑에는 결코 지나침이 있을 수 없노라고 고백하는 아빠의 이야기거든요.

시미언 피즈 체니, 그는 떠나간 아내가 사랑한 정원의 모든 것을 음악으로 엮어내는데요. 실존 인물이기도 한데 그가 새들의 노랫소리로 만들어낸 음악 야생 숲의 노트 Wood Notes Wild’는 아들이 출판을 해서 여러 음악가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고 해요. 물론 소설에서는 딸로 등장하지만 말입니다. 사실 이 정보를 처음 봤을 때에는, 예전에 읽었던 책의 한 에피소드가 떠올랐어요. 출가한 스님이 클래식 음악을 너무 듣고 싶은데, 수련 기간 동안 듣지 못하게 해서 고생하던 이야기였는데요.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음에 상처를 받기도 했던 그가 비가 쏟아지는 날 땅바닥에 누워 들었던 자연의 소리는 그 어떤 교향곡보다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줬노라던 이야기였어요. 처음에는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 같아요. 그가 야생 숲의 노트’ 3쪽에 기록한 구절처럼 말이죠.

생명이 없는 사물에게도 나름의 음악이 있다. 수도꼭지에서 반쯤 찬 양동이 속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라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랑이라는 단어만이 가슴에 오롯이 남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제목도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인가봐요. 그 정원은 정원이기도 하지만 그의 아내 에바가 아닐까 싶습니다. 등장인물은 정말 간략한 편입니다. 체니와 딸 그리고 아내 정도입니다. 희곡의 구성이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그래서 더욱 극적인 감정들이 그대로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오감으로 만끽한 자연에 대해 무엇보다도 떠나간 아내에 대해 그가 쏟아낸 이야기들은 한 편의 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거든요. 사랑과 가장 닮은 말은 어쩌면 헌신이었을까요?  

 네 엄마가 내 삶이란다. 난 그녀를 사랑해. 그녀의 기억을 놓치고 싶지 안아. 난 늘 그녀의 시선을 느끼며 살고 있단다. 그녀의 죽음이 죽어버리게 하고 싶지 않은 거야. (중략) 나는 지금 그녀를 지켜 주는 거란다. 지속시키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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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 - 무심한 소설가의 여행법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선형 옮김 / 샘터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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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달’, 이 소설을 참 좋아했어요. 불안정한 사람들의 심리를 마치 세밀화처럼 그려내는 느낌을 주던 소설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사실 종이달을 쓴 작가 가쿠타미 미쓰요의 에세이라니 왠지 기대가 되더군요. 그런데 제목이 <좋아하는 마을에 볼일이 있습니다>더군요. 제가 갖고 있는 작가에 대한 감각들 때문인지, ‘마을?’. ‘무심한 소설가의 여행법?’, 왠지 머릿속에 물음표를 잔뜩 찍은 채, 책장을 넘겼습니다.

 30년동안 여행자로 살아온 그녀는 잡지에 5년동안 여행칼럼 그때그때를 연재했고, 그것을 엮어서 나온 책인데요. 여행을 즐기지만 낯선 나라에 대한 공포를 마음 깊숙이 간직하고 있는 그녀이기에 더욱 마을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어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소소한 만남이 여행의 참된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그녀이기에 그 곳에서의 시간을 통해 낯선 나라는 좋아하는 마을로 변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요즘의 여행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보다는 현지의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여행을 하기에 어쩌면 무심한 소설가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이처럼 제 마음속에 찍혀 있던 물음표에 나름대로 답을 내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녀의 영원불변의 이상향 태국의 타오섬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물론 그 타오섬은 24년전 그러니까 1991년에 방문했던 타오섬인데요. 여전히 반딧불이가 빛나던 나무를 기억하고 있는 그녀 역시 주변사람들에게 타오섬이 얼마나 변했는지 듣게 되죠. 그러다 타오섬에서 페리로 한시간 거리인 팡안섬을 방문하게 되는데요. 아무리 현대문물이 들어와도 섬이 간직한 소박한 분위기는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하면서도 타오섬으로 가지는 못해요. 그 마음에 너무나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저 역시 친구들과 추억의 장소에 갔다가 실망하고 돌아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에게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는 그 곳에 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 곳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변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나를 부르는 장소, 인연,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신비로움까지 다양한 이야기와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가득한 말 그대로 여행법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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