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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개정판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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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 1권, 신화를 통해 찾는 내 마음 속 신전
테세우스가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사용해 미궁을 탈출한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신화입니다. 실타래가 없는 상황에서도 독자는 상상력을 통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저자의 인상적인 멘트로 시작합니다.
이윤기 선생님의 그리스로마신화 시리즈가 출간 25주년을 맞아 새롭게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예전 책을 다시 읽어보며 비교해보았습니다. 변화된 세부 사항 중 가장 눈에 띈 것은, 미궁에 바쳐진 남녀의 수가 종전의 12명에서 14명으로 바뀐 것입니다. <밀리의 서재>에서 구판을 참조하며 김헌 교수님의 책을 확인해 보니, 남녀 각각 7명씩 총 14명이 맞았습니다. 이러한 디테일의 정확성 덕분에 책을 더욱 신뢰하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그리스로마신화를 아동용 만화로 읽은 경험이 있었기에,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더 깊은 해석과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자라면 이 책을 권해주려구요(부디 다선 권 전체를 얻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만화로 알던 신화 속 이야기를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 신입생 때 친구에게서 빌려서였습니다. 책에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 페이지 곳곳의 그림들 덕분에 쉽게 읽힐 것 같았는데, 정작 신화 속 깊은 이야기들이 펼쳐지면서 금세 시간을 잊었습니다.
익숙한 듯 낯선 신화 이야기 속에서 문득 문득 친숙함을 느낀 것은, 신화가 모든 이야기의 원형이기 때문이겠지요. 신화 속 인물들이 처하는 다양한 상황이나 주제들은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어,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로 다가왔습니다.
1권의 시작은 테세우스가 아테네로 가는 길에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고 신탁을 이루기 위해 그 신발을 찾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신들의 탄생 이야기로 시작하는 여타 신화와는 다른 구성 덕분에, 처음부터 독자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신들의 계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신과 인물들이 상징하는 바를 의미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를 쓰러뜨리고 형제들을 구출해 막내임에도 가장 먼저 자라 맏이가 되는 과정은 단순한 우위 다툼을 넘어선 상징성을 담고 있습니다. 제우스가 권력을 쥔 뒤, 정식 결혼의 여신인 헤라에게 결혼의 자리를 맡긴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때부터 헤라는 신성한 결혼을 지키는 수호자로서 제우스의 불륜 상대들에게 가혹한 처벌을 가하게 되죠. 헤라가 남편의 애인들에게 잔인하게 굴었던 이유가 결혼을 보호하는 신성한 의무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은 신화 속 인물들의 행동에 설득력을 더해 줍니다.
이윤기 선생님은 세계 곳곳에 흩어진 유사한 신화와 설화를 소개하며 그리스로마 신화를 다른 문화의 이야기들과 비교하게 만듭니다.
신데렐라나 콩쥐팥쥐처럼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설정을 가진 이야기들이 있다는 점에서 신화의 보편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화가 단순히 특정 문화를 넘어 전 인류에게 공감과 영감을 줄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문화 속 이야기의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서사의 형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1권은 총 12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장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독자로 하여금 신화가 단순히 고대의 유산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을 탐구하고 이해하게 하는 통로임을 깨닫게 합니다. 크로노스가 자식을 삼키는 장면은 세월이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잔혹한 진리를 상징하고, 그가 들고 있는 거대한 낫은 ‘시작이 있는 모든 것은 끝이 있다’는 자연의 법칙을 상징합니다. 신화 속에서 제우스는 이러한 ‘시간’의 아버지를 무찌르고 자신의 위치를 확립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냅니다.
신화는 이렇게 세상의 원리를 상징적으로 담아냄으로써 단순한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삶의 근본적인 진리를 전해주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책은 단순히 신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신전’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이끕니다.
자. 저마다의 실타래를 꼭 쥐고 우리 신화속 세계로 떠나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