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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링, 칭링, 메이링 - 20세기 중국의 심장에 있었던 세 자매
장융 지음, 이옥지 옮김 / 까치 / 2021년 9월
평점 :
삼민주의 , 중국의 국부.
내가 역사시간에 배운 쑨원에 대한 전부다. 나름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공화주의를 주장한 자이니 아주 민주적일 거란 나름의 착각.
그렇다. 그는 썩은 나무였고 독재자였으며, 호색한이었고 나라를 팔아먹는 이였다. 단지 또 다른 독재자들이 필요에 의해 그를 신격화시켰고, 그런 신격화는 큰 효과를 가져왔다. 그저 쑨원을 신격화시키고, 자신은 그의 후계자이기만 하면 되었다. (마오쩌둥, 장제스 둘 다 이 방법을 썼고, 쑨원은 체제가 다른 두 나라에서 모두 존경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런 신격화 속에선 쑨원에 대한 비난도 잘못 내뱉은 말도 곧 목숨을 앗아갔다.
19세기, 중국 또한 혼란의 시기였다. 서태후의 개혁은 나름 참신했으나, 그녀가 죽은 후 구심점은 사라졌다. 여기 저기서 군벌이 생겼고, 그들 중엔 애국심에 불타는 이도 있었지만 권력욕에 불타는 이도 있었다.
쑨원은 되고 싶었고, 되고자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하는 행동은 옳다고 믿었지만, 독재였고 독단이었다. 단지 그는 오래 살지 못했기에 악행을 저지를 시기가 좀 짧았을 뿐.
그는 영국에서 펼친 중국광사관에서의 감금사건 등을 연출함으로서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광저우에서 거사를 치르기로 했으나, 위험을 느껴 취소 후 도망가 버렸고, 결국 자신의 동지들 대다수는 처형을 당했다. 그 후에도 그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마련하기위해 일본에 혹은 러시아에 혹은 삼합회라는 깡패집단과 손잡으려 노력햇다.
쏭자수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지만, 미국 감리교의 도움으로 공부하며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 사업으로 돈을 번 후 그의 아이들 모두를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보내 공부하게 하였다. 바로 그 아이들이 유명한 아이링, 칭링, 메이링 이다.
쑨원은 조강지처가 있음에도, 아이링에게 접근했지만, 곧 더 젊고 어린 칭링에게 접근, 조강지처를 버리고 결혼을 한다. 칭링은 그 후 포위된 쑨원을 탈출시키고, 자신은 유인책으로 남지만, 쑨원은 무사히 탈출하고도 그녀를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 후 둘은 부부라기보다는 정치적 동지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쑨원은 여전히 중국의 개혁이나 발전보단 자신이 독재자가 되길 바랐고, 그런 열망을 위해 제1차대전당시 독일과 단교한 중국정부와는 반대로, 독일을 돕겠다며 비밀리에 돈을 받기도 했고 그 후엔 중국과 몽골 땅을 두고 분쟁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 러시아편을 들겠다면 돈을 받았다. 쑨원은 간암으로 죽었고, 자신이 레닌처럼 묻히기를 바랐다. 실제로 소련에서 관을 만들어줬지만, 난징의 더위에는 부적합했다. 그 후 칭링은 쑨원의 아내로서 마오쩌둥 등에 선전용으로 이용당했다.
큰 딸 아이링은 장제스에게 막냇동생인 메이링을 소개시켜줬다. 장제스 또한 아내를 버리고 메이링과 결혼했다. 쑨원의 처제와의 결혼은 그에게도 꽤나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아내와 처형은 영어 등에 능통했고 사업수완도 뛰어났다. 결국 아이링은 장제스의 국민당에서 엄청난 비리를 통해 부를 쌓았고, 그 부를 메이링 또한 누리며 살 수 있었다.
장제스에겐 소련에 인질처럼 붙잡혀 있는 아들이 있었고, 결국 소련과의 협상을 위해 중국 내 공산당파를 봐주는 제스처를 통해 아들을 찾게 되지만, 결국 이런 제스처 등에 의해 중국 본토를 잃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된다
이 책은 쑨원, 장제스,그리고 쑹가의 세 자매를 중심으로 작가가, 엄청난 양의 조사를 통해 쓴 글이다. 장제스는 57년간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기를 썼고, 이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일기가 이렇게 무섭다 ㅠㅠ
중국이란 거대한 나라가 어떻게 쓰러지고 공산화 되었는지, 혹은 국민당의 독재와 비리 그리고 시대의 흐름 속에 세 자매의 역할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세 자매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어릴 적 여성들만 모아놓은 위인전이 집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철의 여인 대처 뭐 이런식이었는데, 그 책엔 메이링도 있었다. 화려한 외모와 언변으로 모두를 반하게 만든 외교의 여신이자 내조의 여왕쯤으로 나왔던 그 책과는 많이 달랐다.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사치스런 삶이 무너질까 고민하는 그녀의 모습은 나라걱정보단 자신걱정이 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