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만드는 집 - 돈.건강.관계의 흐름이 바뀌는 공간의 비밀
신기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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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장사를 준비 중이라 최근에 꽤 많은 상가를 둘러봤다. 원래 운을 부르는 공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고 중요한 점포를 골라야 하는 요즘 상황이 맞물려 <운을 만드는 집>은 내게 딱 필요한 책이었다. 집보다 더 오래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자 돈을 벌어야 하는 상점을 고르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가격이며 위치가 좋은 곳이 있었지만 공간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찝찝해 그만두기도 했다. 나쁘지 않은 위치에 저렴한 임대료였지만 공간에서 풍기는 기운은 그런 장점들을 금세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집과 상가, 회사 등 모든 공간에는 그곳만의 기운이 있다. 그리고 그곳을 채우는 인테리어 역시 공간이 가진 기운을 더 좋게 할 수도,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위즈덤 하우스에서 나온 신기율의 <운을 만드는 집>은 평소 운을 부르는 인테리어에 대한 나의 생각을 틀리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한국은 '터'의 힘을 믿는다. 나 역시도 오랜 세월을 거치며 굉장한 데이터베이스를 쌓아온 풍수를 믿을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주택의 형태가 변화했기 때문에 집터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좋은 터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하자. 같은 라인에 살고 있는 아파트 주민들은 모두 터의 기운 덕분에 좋은 일만 일어날까? 터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것보다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 더욱 중요하다. 

<운을 만드는 집>은 운을 부르는 인테리어의 예시를 꼭 집어 보여주는 책은 아니다. 실용서보다 '왜'에 초점을 맞춘 이론서에 가까운 책이다. 왜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어떤 공간 인테리어를 해야 막힌 기운을 뚫을 수 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당장 적용해 볼 수 있는 몇 개의 인테리어 샘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흐름을 이해하고 각자에게 맞는 인테리어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기본을 알려주는 책이다.

신기율 저자는 좁은 곳이라도 집안에 나만의 의미를 부여한 특별한 장소를 마련해 그곳을 나의 슬픔과 분노를 해소할 정서적 화장실로 이용하라고 말한다. 저자 역시 서재 한켠을 소박한 다실로 꾸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평정심을 찾는다고 한다. 넓은 아파트지만 자신만을 위한 공간이 없어 혼자 있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직장 동료의 푸념이 문득 떠올랐다. 

<운을 만드는 집>의 장점은 획일화된 인테리어가 아니라 자신의 공간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순환이 안되는 병든 집인지, 주변과 잘 어우러지는 집인지 등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나의 집에서 유독 피곤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공간이 가진 유통기한이 다 되었음을 인식하고 알아봐야 한다. 만약에 유통기한이 다 된 공간이라면 집의 유통기한을 늘려보자. 저자는 살고 있는 사람의 건강한 의식, 공간의 에너지장을 만들 수 있는 낭송, 집안으로 자연을 끌어들이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과거 문명이 강 옆에서 번성했던 것과 같은 이치로 물에 쉽게 접근하고 쉽게 쓸 수 있는 이들이 권력을 잡았다. 그러나 지금은 수도 시설이 잘 갖춰져 집집마다 마음대로 물을 쓰고, 농사가 아닌 사람으로 돈을 버는 서비스업이 번성하는 시기다. 과거에 부를 관장하던 물은 결국 어항이라는 상징으로만 남게 되었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과거의 철학에만 의지해 부자의 터를 찾거나 사행심을 부추기는 업자의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부자들의 스페이스로지, 즉 부자가 공간을 다루는 기술이다.

<운을 만드는 집>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달라지고 있는 시대에 맞춰 변화된 공간 인테리어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거울이 보이면 안 된다는 등의 천편일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서 좋았다. 책에는 우리 시대의 리더들의 공간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간, 국내 2위의 종합 미디어그룹의 대표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치호 씨의 집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 김수영 씨의 집을 통해 공간이 주는 힘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집은 넓어야지만 좋은 기운을 부르는 걸까? 저자 역시 3평 남짓한 고시원 공간에서 세상을 이겨낼 힘을 배웠다. 일러스트레이터 김령언씨는 6평의 작은 공간을 좋은 기운을 끌어들이는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돈을 끌어들이는 가구 배치, 자녀의 성적 향상을 위한 공부방 구조 바꾸기 등을 알고 싶다면 <운을 만드는 집>은 당신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하나의 목적에 맞는 한 번의 특별한 변화는 없다. 소파 위치를 바꾸고 거울을 옮겨 단다고 운이 당장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공간이 가진 전체를 이해해야 그곳의 기운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낡고 허름하지만 그곳에서의 머무름이 최고의 휴식인 집이 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최신식 아파트라도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은 집도 있다. 가구 하나 바꾼다고 그 집이 가지는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순환이 되는 않는 집에 바람이 흐르도록 하고 유통기한이 다 된 곳에 주인이 좋은 기운을 넣어줘야 한다.

<운을 만드는 집>을 읽으며 집안 곳곳을 꼼꼼히 살펴봤다. 순환을 막는 짐들을 정리하고 기운을 불러들이는 좋은 낭송도 할 것이다. 집은 그곳에 사는 주인과 함께 어우러져야 운을 불러들이는 공간이 된다. 지금부터 내가 머무르는 공간에 애정을 가지고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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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인 낙관주의자 - 심플하고 유능하게 사는 법에 대하여
옌스 바이드너 지음, 이지윤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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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낙관적인 사람입니까, 비관적인 사람입니까?' <지적인 낙관주의자>를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자가 테스트를 한다. 나는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는 편이라 낙관보다는 비관적인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꽤 낙관주의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적인 낙관주의자>가 알려주는 '낙관'의 정의는 흥미로웠다. 그동안 막연히 알고 있던 '낙관'과는 전혀 다른 의미들을 설명하고 있다. 낙관주의자라고 다 같은 낙관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상 의미 없다'를 외치며 시크함을 풍기는 당신도 나처럼 의외로 낙관적인 사람일 수도 있다. <지적인 낙관주의자>는 '낙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책이었다.


낙관주의자 자가 테스트로 시작하는 <지적인 낙관주의자>는 7챕터로 나눠 낙관주의자에 대해 A부터 Z까지 설명한다. 저자는 시작부터 끝까지 낙관주의를 예찬하고 그렇게 살기를 강조한다. 왜 우리에게 낙관주의가 필요한지부터 어떤 낙관주의자로 살아야 하는지, 낙관주의가 되는 사회화 과정, 성공으로 이끄는 낙관적인 태토 그리고 낙관주의 계발을 위한 25가지 실전 팁을 설명한다.

<지적인 낙관주의자>는 낙관주의자를 위한, 낙관주의자가 되기 위해, 낙관적인 태토를 지향하는 책이다. '낙관주의자'라는 단어 하나를 꼼꼼하게 풀이하고 분석한 한편의 논문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낙관을 새롭게 정의 내릴 수 있어서 좋았고 생각 이상으로 낙관주의자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개업 3년 안에 3분의 2가 망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가게를 내고, 사업을 시작합니다. 자신이 성공하는 3분의 1에 속한다고 그냥 믿어버리는 거죠. 그리고 계속 시도하는 사람은 결국 지속적인 보상을 받습니다. 이들 개인의 낙관주의가 전체 사회의 향상에 이바지하는 방식입니다.


수많은 낙관적인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같지 않다. 그 정답을 <지적인 낙관주의자>에서 알려준다. 저자는 낙관주의자라고 해서 모두 같은 낙관주의자가 아님을,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해 낙관주의를 설명한다. 그리고 말한다. "다섯 가지 유형 그 어디에 속하든지 간에 비관주의자로 사는 것보다는 나은 삶을 보장한다."

첫째,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에 집중할 줄 아는 '목적 낙관주의자'는 눈에 띄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면이 좋지만 하지만 현실을 왜곡하는 경향도 있는 사람들이라 위태로울 때도 많다. 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일은 희망이 없는 곳에 희망을 주는 것이다. 

둘째, 순진한 낙관주의자는 이름처럼 감동을 잘 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반면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에는 너무나도 무관심해, 노년에 관한 생각들은 무시해 버리곤 한다. 

셋째, 낙관주의자의 대다수가 속해있는 것이 바로 숨은 낙관주의자이다. 행복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대 수준을 낮게 잡는 편이다. 그래서 그들은 성공하지 못해도 행복하다고 느낀다. 방어적인 태토를 취해 방어적 비관주의자라 말하기도 한다. 그들은 순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고 만족감을 느낀다.

넷째, 사리사욕이 없고 배려심이 넘치는 이타적인 낙관주의자는 여유롭다. 그들은 물질적인 성공보다 가치에 중심을 두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출세를 바라지 않는 편이다. 또한 그들은 화내는 법이 없고 침착해서 상대하기에 매우 편안한 유형이다. 

마지막은 지적인 최고의 낙관주의자이다. 최고의 낙관주의자는 출세 지향적이다. 그들은 상황에 순응해가며 성공을 성취한다. 명확한 목적과 자기의식이 있기 때문에 특별한 제안이라는 것에 현혹되지 않는다. 최고의 낙관주의자들은 특별한 위협을 겪을 때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능력을 끌어올리는 재주가 있다. 

<지적인 낙관주의자>에서 분류하는 5가지의 낙관주의자 유형 중 당신에 어디에 속하는 낙관주의자인가. 책은 낙관주의자를 조금 더 자세하게 이해하고 낙관주의자로 살아보고 싶게 만든다. 그러한 성향은 어느 정도 타고난다고 생각했지만 저자는 결코 낙관주의는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러니 당신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늦기 전에 낙관주의가가 되기를 노력하라고 말한다. 

비관적이라고만 생각했었던 부분을 다시 생각해 봤다. 낙관주의자에 대해 가졌던 여러 선입견들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지적인 낙관주의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다양한 예시를 통한 설명보다는 다소 이론적인 부분이 많아서 흥미로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기에는 쉽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인생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각자만의 낙관주의자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 <지적인 낙관주의자>에서 알려주는 25가지 팁을 실천으로 옮기며 지금보다 몇 발은 더 나아간, 유쾌한 삶을 시작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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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 음식, 음악, 여행 그리고 독서
이승희 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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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비롯한 다양한 SNS를 운영하고 여러 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자연스럽게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다. 그렇다고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에 나오는 마케터들처럼 직장에서 전문적으로 일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온라인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 조금 더 그곳을 알고 싶어졌다. 문장 하나, 사진 한 장에 즉각적으로 돌아오는 반응들이 흥미로웠다.

막연히 마케팅에 대해 알고 싶었는데, 북바이퍼블리에서 나온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있는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을 하는 4곳에서 일하고 있는 마케터들의 실무를 들을 수 있었다. 나처럼 막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사람부터, 제대로 마케팅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까지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가 갈증을 해소해 줄 것이다.

4명의 솔직한 이야기는 마케팅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게 해 주었고 어떻게 마케터를 준비해야 할지 이끌어 주었다. 그들 역시 마케터라는 직업이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 좌충우돌 몸으로 부딪혀 마케팅을 배웠다. 그래서 완벽한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공자가 아닌 누구라도 용기 내어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한다. 

언젠가 한 번쯤 이야기를 함께 해보고 싶었습니다. 비전공자인 제가 어떻게 마케터가 되었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말이죠.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배달의 민족, 스페이스오디티, 에어비앤비 그리고 트레바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4명의 마케터들의 이야기이다. 각자가 생각하는 마케터에 대한 의의를 시작으로 현재의 직장에 일하기까지의 여정, 각자의 브랜드를 브랜딩 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좀 더 나은 마케팅을 위해 자신만의 영감 얻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청춘 4명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다. 현재진행형인 그들의 이야기는 살아 숨 쉬고 있다. 마케팅의 사전적 정의가 없어도 상관없다. 짧게 구성된 그들의 이야기만으로도 마케팅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두근두근. 새로움을 찾아가는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가슴이 뛴다.


책 속에는 4명의 브랜드 마케터들이 등장한다. 배달의 민족 마케터 이승희, 스페이스오디티 브랜드 마케터 정혜윤, 에어비앤비 코리아 브랜드 마케팅 매니저 손하빈, 트레바리 마케터 이육헌. 

누구나 잘 아는 그 브랜드를 널리 널리 알린 사람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는 내가 읽어서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 속에서 들려주는 그들의 이야기는 마케팅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어떻게 마케팅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달려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치과병원 블로그를 관리하며 마케팅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배달의 민족 이승희 마케터의 이야기는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글이었다.

마케터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서 "마케팅을 위해 지금 당장 뭘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럴 때면 저는 항상 "블로그를 운영해보세요"라고 대답합니다. 이 안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4명의 마케터들의 공통점은 처음부터 전문적인 마케터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또는 마케팅은 아니지만 연관된 일을 하며 한 발씩 다가갔다. 그들의 이력을 보며 마케터는 한 분야에만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넓은 시각을 가지고 여러 가지 경험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항상 사람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린 마음, 공감 능력이 필요한 분야였다.

마케터들은 브랜드의 요리사가 아닐까. 여러 가지의 식재료를 잘 섞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요리사처럼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것들을 어우러지게 잘 버무려야 한다.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각자의 브랜드를 어떻게 마케팅했느냐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제는 당연한 듯 사용하는 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앱이 왜 필요한지 의아했다. 하지만 배민만의 독특한 마케팅을 통해 이제는 단순한 브랜드를 넘어 팬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덕후들이 만들었다는 느낌의 스페이스오디티, 숙박의 혁신을 가져온 에어비앤비 그리고 기존 독서모임의 틀을 깬 트레바리까지 그들의 들려주는 마케팅 실무는 일이었지만 신나는 놀이를 함께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케터를 준비 중이거나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라면 그들이 들려주는 브랜딩 하기가 도움이 될 것이다. 더불어 더 나은 마케터가 되기 위해 꼭 읽어봐야 할 것은 바로 '마케터들이 영감을 얻는 방법들'이다.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의 소제목은 음식, 음악, 여행 그리고 독서이다. 마케터는 늘 머리와 가슴이 열려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재창조해야 하는 직업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위해 과연 브랜드 마케터들은 어떤 것을 할까? 

배달의 민족 이승희 마케터는 일상 속에서 빨리 지나가는 생각의 단초를 붙잡기 위해 공유와 저장, 그리고 기록을 한다. 스페이스오디티의 정혜윤 마케터는 여러 사람들과 다양성을 나누며 글을 쓴다. 글을 떠오르는 영감을 손에 잡히는 형태로 바꿀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주는 휴식과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에어비앤비 손하빈 마케터는 책을 읽고 꾸준한 생각을 통해 영감을 얻고, 트레바리 이육헌 마케터는 둘러보고 구경하며 공부를 한다. 다양한 잡지식의 원천인 월간지를 읽고 사람들과의 수타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4명의 마케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450페이지가 가깝다. 마케팅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모인 그들의 이야기는 두께와 상관없이 빠르게 빠져들게 만든다.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생동감이 넘친다. 특히 그 생동감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브랜드의 것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정답은 없습니다" 초보자들을 위해 천천히, 그리고 자세하게 마케팅의 세계를 소개하지만 그 속에 완벽한 정답은 없다. 정답은 아니지만 고민을 푸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저자들의 말처럼 책을 읽으며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혼자 걸어가는 것 같은 막막함이 사라져서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마케팅 인턴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속 마케팅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마케팅 전문가가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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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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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표지에 하얀 분필로 그려진 그림. 머리와 팔, 다리가 토막 난 그림처럼 숲에서 한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하지만 진짜 시신에는 머리가 없다. 형사와 주민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소녀의 머리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야기는 1986년과 2016년을 오간다. <초크맨> 속 12살 소년들은 40대가 되었다. 1986년의 이야기와 2016년의 이야기가 모아지는 지점. 그곳에서 우리는 초크맨의 정체와 없어진 소녀 머리의 행방을 알 수 있다. 30년을 오고 가지만 읽기 어렵거나 두 이야기가 헷갈리지는 않았다. 두 편의 중편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열두 살의 해, 1986년은 에디에게 고난과 사건의 연속이었다. 사고를 당한 댄싱 걸을 핼로런씨와 함께 구했다. 메탈 미키의 형인 션에게 폭행을 당했고 그 션 쿠퍼의 시신이 개학하고 삼주가 지난 일요일에 발견되었다. 강에 버려진 자전거를 건지기 위해 들어갔다가 물살에 휩쓸려 죽은 션. 시신이 발견된 후부터 끔찍한 몰골의 션이 자꾸만 에디의 꿈속에 나타난다. '초크맨을 조심해.'

2016년의 에디는 하숙생 한 명과 여전히 어렸을 적 그 집에 살고 있는 중년의 선생님이다. 오래전에 연락이 끊겼던 미키에게서 온 연락으로 2016년의 그는 1986년으로 다시 돌아간다. 예전 사건을 함께 조사해 책으로 내자고 제안하는 미키. 숙소로 돌아가며 에디에게 말한다. '나는 그녀를 살해한 범인이 누군지 알아.' 그리고 미키는 며칠 뒤 강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에디와 친구들만의 연락 수단으로 사용된 분필 그림. 하지만 4명 누구도 흰색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죽음과 죽음 직전까지 가는 폭행을 당한 현장에서 어김없이 발견되는 흰색분필로 그린 막대 사람은 과연 누가 그렸을까? 왜 초크맨은 작은 마을을 공포에 몰아넣은 것일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한 채 2016년이 되었다.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예단을 하는 이유는 그게 좀 더 쉽고 게으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떠올리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일들에 대해 너무 열심히 생각할 필요가 없어지기 대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키의 죽음으로 에디는 예전 그 사건들에게서 빠져있는 퍼즐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형사도 아니고 의문의 사건을 열정적으로 파헤치는 열혈청년도 아니다. 어렸을 적부터 모아온 자신만의 수집품을 보고, 스스로 알코올중독자는 아니라고 변명하며 술을 마셔대는 일상이 무료한 중년의 선생님일 뿐이다. 이야기는 딱 그런 주인공의 속도만큼 흘러간다.

토막 난 소녀 시체의 발견으로 시작되는 <초크맨>은 스릴러라고 하기엔 긴장감이 부족하다. 책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갈 만큼의 긴장감을 없지만 대신에 끝까지 읽어보게 만드는 궁금함의 매력이 가득했다. 초반에는 읽었다 말았다 하던 <초크맨>을 중반을 넘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시린 눈을 비벼가며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 뒷장이 궁금해 덮을 수가 없었다.

옮긴이는 <초크맨>이 섬뜩한 미스터리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성장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초크맨>에는 스릴러에서 느낄 수 있는 잔인함은 없다. 하지만 그런 표현들이 없더라도 충분히 미스터리의 재미를 느끼고, 결말이 궁금해지는 책이다. 색다른 미스터리 소설인 <초크맨>은 저자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앞으로 작가의 손에서 얼마나 많은 독특한 이야기가 탄생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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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쑹훙빙 지음, 차혜정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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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라고 한다. 쉽지 않다. 일상은 반복적이고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 미디어와 책등을 통해 세상을 알아간다. 아니다. 알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세상은 넓고 빠르게 변하며 복잡하다. 더불어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은 180도도 되지 않기 때문에 국제 정세에 관심이 있더라도 분명 한계가 있다.

<관점>과 같은 책은 늘 놀랍다. 전혀 다른 시각과 관심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법에 걸린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특히 <관점>은 뉴스를 통해 소식은 듣고 있지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중동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책이다. 조금은 낯설고 조금은 어려웠다. 그럼에도 <관점>을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또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쑹훙빙의 <관점>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중동의 시사, 중국과 관련된 경제 그리고 이스라엘, 이란, 터키의 역사 이야기이다. 예멘 전쟁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여러 사건들이 왜, 어떤 이유로 발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막연하게 왜 유독 중동에서 내전이나 다툼이 많이 일어나는지 의아했는데 <관점>을 통해 원인과 과정,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현재까지 많은 문제를 야기한 IS에 대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슬픈 역사에는 반드시 그것을 이용하는 또 다른 역사가 시작되기 마련이다.

당신이 난민 캠프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젊은이라면 어떻겠는가? 아무런 희망 없는 삶에 깊이 절망할 것이다. 결국 그곳은 테러리즘의 온상이 되었다. 각 테러 조직이 신입 대원을 모집하기 위해 난민 캠프를 찾으면 대부분 쉽게 응한다. 난민 생활에서 삶의 희망과 가치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팔레스타인 난민의 비참한 삶이다. 


<관점>은 각 장마다 하나의 질문과 요점, 자세한 답변으로 총 28개의 Q&A처럼 구성되어 있다. 솔직히 <관점>의 일부분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설명하는 방식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단지 알지 못했던 낯선 것이라, 그리고 저자의 시각이 우리보다 넓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는 흐름을 쫓아가기가 벅찰 뿐이다. <관점>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는 것보다 본인이 흥미를 가지는 부분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처음 접하는 중동 정세에 앞서 역사에 대해 먼저 읽는다면 조금 더 쉽게 이야기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터넷 금융 2.0에서 '인터넷이 부의 흐름을 좌우한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첫째, 대형 투자에서 분산형 투자로 변한다. 둘째, 크라우드 펀딩의 시대가 도래한다. 셋째, 비트코인의 탄생. 넷째, 미래의 금융 시설에도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로 정의되는 인터넷 금융의 4대 특징은 앞으로 인터넷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 주의 깊게 읽어봐야 할 부분이다. 


시사와 경제, 역사 중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역사였다. 알기 어려운 이스라엘과 이란, 터키의 역사에 대한 부분만으로도 흥미진진한 한 권의 책이 된다. 

현재 전 세계에 유대인은 1천만여 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들은 2천 년 동안 자신들의 나라 없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문명이 이어져 왔을까?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우리를 더욱 재미있는 중동의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트로이 전쟁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거대한 그리스가 고작 미녀 한 명을 뺏고자 5만 대군을 동원해 10년에 걸친 전쟁을 벌였을까? 당시 그리스는 터키 연안에 많은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이들을 동원해 히타이트의 패권에 도전한 것이 진짜 이유였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히타이트는 그리스에 경제 제재와 무역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역사상 최초의 경제제재이다. 경제제재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기원전 1250년에 트로이전쟁을 일으켰다."

<관점>에는 프롤로그도 에필로그도 없다. 저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독자들에게 빨리 알려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관점>은 다소 불친절하다. 이런 종류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그의 휘몰아치는 정보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관점>을 천천히 읽기 권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지역의 정세와 역사를 배우고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읽고 배우는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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