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의 세계
듀나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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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는 호불호가 뚜렷한 장르이다. 그래서 추천하기도 힘든 책 중의 하나다. 언젠가 일어날 법하지만 지금은 아닌 이야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왠지 언젠가는 그런 세상이 될 것만 같은 이야기. 누군가에는 황당한 소설에 불과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을 자아내는 장르. SF는 내게 현실과 공상의 중간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매력적인 장르이다.

한국의 SF 소설가를 물을 때 나는 늘 '듀나' 작가만을 떠올린다. 추천할 만한 SF 소설들도 많고 인기 있는 SF 소설 작가분들도 있지만 늘 생각나는 작가는 '듀나'라는 이름뿐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우연히 읽었던 듀나 작가의 책과 글이 인상적이었나? 어쨌든 내게 유일한 SF 소설가인 듀나 작가의 최신작인 <민트의 세계>가 출간되었다. 이번엔 어떤 세상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듀나의 SF 장편소설 <민트의 세계>는 2049년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다. 어렸을 때 봤던 '2020년 원더키드'는 충격 그 자체였다. 2020년이 되면 세상이 만화처럼 변화되어 있을 거라 굳게 믿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2018년이고 '2020년 원더키드'는 현실이 되지 않았다. <민트의 세계>에서 보여주는 31년 후인 2049년의 대한민국은 '2020년 원더키드' 보다 더욱 놀랍고 독창적인 세계이다. 상상할 법하지만 상상하지 못하는 미래. 그래서 SF는 놀랍고 어이없고 재미있다.

<민트의 세계>에는 민트라는 이름을 쓰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주인공이지만 주인공이 아니다. 정확히 이 책의 주인공은 민트가 속한 세계이다. 그 세계 속에서 필연처럼, 우연인 듯 맞물려 돌아가는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에 민트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트의 세계> 상상하지 못했던 혼돈의 대한민국 속에서 자칫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끊임없이 의심하길 바란다. 책 속의 세상은 혼란이 가득한 곳이다. 2018년의 인간은 2049년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2026년 처음 배터리라는 이름으로, 몸 안에 에너지를 담은 인류가 등장했다. 그리고 곧 전 인류는 초능력자가 되었다. 정신감응력, 염동력, 독심술사, 마법사 그리고 배터리 등 인류는 각자 자신만의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민트의 세계>는 그렇게 시작한다. 평범한 사회에서 인류 전체가 능력자로 변화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진화된 상태,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SF 적인 요소들은 기본이다. 그 위에 살인사건, 사회적 분쟁, 개인의 욕심 등 여러 가지 사건들이 더해져 어느새 SF보다는 사건들에 대한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초능력자는 익숙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민트의 세계>가 복잡하거나 어려운 SF 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상상할 수 있는 그 선에서 한참 더 나아간다. SF 소설을 읽어 본 사람들이 아니라면 낯설고 많은 이야기에 속에서 몰입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SF에 집중하기보다 '아이'를 불태워 죽인 범인을 찾는 흐름을 따라가길 추천한다.

영혼 생산 공장. 언젠가 누군가 이런 걸 만들어 낼 줄 알았지. 개념 자체는 신기하지도 않았다. 단지 이날이 이렇게까지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적어도 능력과 에너지의 정체가 밝혀진 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듀나는 이번에도 <민트의 세계>를 통해 무섭도록 독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 인류가 초능력을 갖게 된 2049년 대한민국'은 출발점에 불과하다. 현재의 우리가 생각하는 초능력은 전혀 작가의 상상력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부분 같았다. 초능력을 넘어선 이야기 전개. 뒷부분으로 갈수록 몰아치듯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들에 잠시 읽기를 멈출 수도 있다. 그것마저 즐기며 책을 읽기 바란다. 그 역시 SF를 읽는 맛 중의 하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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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셀프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정승원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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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워진 셀프트래블이 왔다. <셀프트래블 괌>은 이전의 셀프트래블과 다른 표지와 구성이었다. 비슷한 듯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셀프트래블 표지와 책의 촉감이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사각사각한 느낌의 종이를 좋아하는데 새로워진 <셀프트래블 괌>이 바로 그런 종이였다. 책을 펴기 전 한참을 손으로 책 표지를 쓰다듬었다.

괌의 파란 하늘보다 더욱 파란 셀프트래블의 표지를 만지고 있으니 마치 괌 하늘의 구름을 만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리뉴얼된 셀프트래블의 첫인상이 무척 좋았다. 

 

'괌'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휴양지를 떠올릴 것이다. 한국에서 4시간 남짓,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지상낙원. 최근에는 괌 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괌의 인기가 올라갔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2013년에는 괌 관광객의 절대다수가 일본인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괌의 매력은 무엇일까? 

 

 

<셀프트래블 괌>은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괌에서 꼭 해봐야 할 미션, 두 번째는 괌 즐기기 그리고 괌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괌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셀프트래블 괌>에서 꼼꼼하게 알려주는 스텝을 따라가면 어느새 괌의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미 관광과 휴양으로 유명한 괌인 만큼 각자의 여행 목적에 따라 일정도 달라야 하지 않을까. <셀프트래블 괌>에서는 오후 도착, 오후 출발의 3박 4일 일정과 새벽 도착, 새벽 출발인 3박 3일을 기준으로 휴식형, 관광형, 쇼핑형, 주말 집중 여행자, 뚜벅이 여행자 코스로 나눠 설명한다. 책에서 알려주는 플랜을 참고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일정을 짤 수 있다.

 

 

인기 있는 여행 프로그램인 '배틀트립'에서 2주년 특집으로 괌 여행을 다녀왔는데 <셀프트래블 괌>에서 '배틀트립-괌'편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배틀트립을 보면서 궁금했던 장소와 맛집, 즐길 거리가 있었다면 따라 하기 페이지를 참고해 보길 바란다.

 

 

렌트를 이용해 괌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완전 정복'을 알려준다. 드라이브 1일과 2일 코스부터 괌에서의 렌털 방법과 안전 운전 수칙까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더불어 렌털을 할 수 없는 여행객들을 위한 '뚜벅이들을 위한 셔틀버스 완정 정복'도 있으니 렌터를 하지 못하더라도 걱정 없다. 

먹고 즐기고 힐링하는 괌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전 세계 여행객들의 리뷰가 모인 트립어드바이저의 추천 순위와 추천평을 기준으로 괌 베스트 레스토랑 10을 소개한다. 꼭 레스토랑이 아니라도 현지인들과 어울려 먹을 수 있는 로컬 음식과 괌에서 꼭 먹어야 할 것들도 있으니 괌이 아니면 먹기 힘든 먹거리 리스트를 작성해 미션 클리어를 해 보길 바란다. 

 

 

살 거리가 넘쳐나는 괌에서 쇼핑은 필수지만 너무 많은 물건 때문에 뭘 골라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필수! 괌 쇼핑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공략할 브랜드부터 세일 기간, 쿠폰, 어떤 물건을 어디서 사야 할지 그리고 사이즈 조건표까지 알려주니 쇼핑할 때 참고할 수 있다. 명품뿐만 아니라 유아 아동복, 잡화부터 건강보조식품과 가정 의약품까지 알려주어 더욱 즐거운 쇼핑을 할 수 있다.

 

 

편안한 리조트에서 휴양을 하고 싶어 괌에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친구들과 여행을 목적으로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셀프트래블 괌>에서는 각자의 예산과 여행 목적에 맞는 숙소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럴 때 이런 숙소'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숙소를 체크하고 책에서 알려주는 숙소 리스트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스텝 1에서 괌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살펴봤다면 스텝 2에서는 관광명소, 액티비티, 쇼핑과 레스토랑으로 나눠 더욱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미션을 통해서 괌에서의 일정을 결정했다면 분야별로 상세하게 알려주는 스텝 2를 통해 완벽한 괌 여행을 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액티비티나 레스토랑도 좋지만 만약에 괌을 간다면 휴양이 첫 번째 목적이라 아무래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숙소 소개를 집중해서 읽었다. 3성급부터 5성급까지의 호텔과 리조트뿐만 아니라 가성비 갑이 호텔, 한인 게스트 하우스 그리고 인기 있는 에어비앤비 이용방법까지 다양한 숙소를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셀프트래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는 책 속의 책인 '맵북과 트래블 노트'이다. 리뉴얼된 셀프트래블에서도 함께 하는데 이번 <셀프트래블 괌>은 맵과 함께 쇼핑몰 지도와 레스토랑, 쇼핑 목록까지 첨부해 놓아 여행할 때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니며 볼 수 있다. 

쉽고 알차고 친절하게 여행지를 알려주는 <셀프트래블 괌>은 더 꼼꼼해졌고 다양한 정보로 가득 차 있었다. 인터넷에 괌에 대한 여행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어떤 것이 최선 정보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셀프트래블은 해마다 최신 개정판을 통해 업그레이드하고 있어 더욱 믿을 수 있는 가이드북이다. 이곳저곳에서 프린트한 A4 용지와 수없이 캡처한 사진을 찾아보며 여행을 할 것인가, 단 한 권 속에 괌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셀프트래블 괌>과 함께 여행을 할 것인지부터 결정하자. 괌 여행은 그것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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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낫 파인 -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너에게
이가희 지음, 제니곽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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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엄마에게 살면서 우울해 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엄마는 먹고살기 힘든데 우울한 틈이 어디 있었겠냐고 하셨다. 대체적으로 우울이라는 감정은 이런 것이었다. 한가한 사람들의 투정쯤으로 치부해 버리는 우울증.

<아임 낫 파인>을 읽으며 여러 가지 장면이 떠올랐다. 어두운 거실 한 켠에 앉아 몰래 눈물을 훔치는 엄마의 뒷모습, 결혼 후 부모님의 이혼으로 20대에 홀로 독박 육아를 하던 친구가 아이를 안고 아파트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었다는 전화통화 그리고 나도 모르게 끝없는 한숨을 내쉬며 일하고 있는 나의 모습. 이 모습들 속에 우울이라는 감정이 섞여 있겠지.

너무 많이 들어 익숙한 단어지만 정작 그 우울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른다. <아임 낫 파인>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에,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까 두려워 스스로 외면해 왔던 마음의 병인 우울증에 대해 함께 이야기한다. 


<아임 낫 파인>은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이야기하는 채널 #해시온의 첫 번째 프로젝트이다. '아임 낫 파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프로젝트의 주제는 우울이다. 그동안 감추고 숨기고 참아왔던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하지만 이 책은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은 토대로 한 우울증에 대한 전문서적이 아니다. 같은 시대, 구석에서 울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상처를 보듬어 가는 이야기이다. 우울증이란 이런 것이라는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감해 가는 과정이다. 

우울증에 대한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아임 낫 파인>을 통해 우울증에 대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울함을 느껴봤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책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바로 보고 치유와 치료를 계획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임 낫 파인>은 짧은 에세이나 칼럼을 읽는 것 같았다. 우울증을 이미 겪었거나 현재 느끼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에필로그 부분에 해시온의 우울증 프로젝트 영상을 구독하고 있는 분이 "본질적으로 너무 따뜻하고 인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우울증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이 읽기에 무겁지 않다고 느꼈던 부분인 우울한 감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에필로그의 그 구절을 읽은 후 다시 앞장을 펼쳤다. 

<아임 낫 파인>은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왜 우울감을 느껴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지, 정신과에 가면 비용이 많이 드는지 등 현실적인 치료 과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우울증 상담을 받았던 기록이 꼬리표처럼 나를 따라다니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 대한 답도 들려준다. 그리고 우울증을 겪었지만 이겨낸 사람, 현재 그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사람, 식구들의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직접 그들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면서 주변에 우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물론 그들이 모두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도대체 우울증이 정확하게 어떤 증상인지 궁금했다. <아임 낫 파인>을 읽는다고 우울증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우울증에 빠지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신호를 보내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울증에 빠지면 공통적으로 세 가지를 잃는다. 첫째, 힘과 의욕이 없어진다. 둘째, 모든 것에 가치를 잃는다. 셋째, 희망이 없어진다. 자기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무기력함), 자신이 가치 없다고 생각하고(무가치함),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없을 거라고(무망함) 생각한다. 


책 속의 여러 구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울은 '성향'이 아니라 '상태'인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우울도 성격의 일부라고 생각했었는데 우울은 결코 타고난 성향이나 기질이 아니며 단지 그때의 기분이라고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있다고 그것을 타고난 성향이라고 보지 않듯이 우울증 역시 감기가 걸렸다가 낫는 것처럼 상황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다. 

<아임 낫 파인>은 단지 우울증에 대한 정의가 아닌 우울이 왔을 때 어떻게 이겨나가야 하는지 그 길을 알려주는 책이다. 왜 치료를 받아야 되며, 치료를 받는 과정이 단지 정신과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그 과정을 실제 겪은 사람들의 수기를 통해 우울증으로 힘들지만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모르고, 막연한 두려움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정신과 병원을 이야기할 때마다 꼭 등장하는 질문은 기록이 남지 않느냐가 아닐까. <아임 낫 파인> 6장 우울증 기록에서 그 궁금함에 대한 답이 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와 S 생명 보험설계사 그리고 K 기업 인사팀과 함께 우울증 기록에 대한 진실을 알아보자.


우울증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우울증을 겪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책이라 <아임 낫 파인> 안에는 그동안 내가 전혀 몰랐던 세계의 이야기들도 있었다. 정신과 치료비용이나 어떤 치료 과정을 거치는지, 상담 선생님과 어떻게 대화하는지 등 여러 정보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폐쇄병동에 관한 이야기는 매체를 통해 봐왔던 것과 달라서 놀라웠다.

직접 다녀오지 않으면 절대 모를 그곳, 우리는 드라마나 뉴스 등을 통해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 양극성장애를 겪고 있는 현경 작가와 민지 님이 들려주는 폐쇄병동 이야기는 그동안 정신과라는 곳에 얼마나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었는지 알게 해주는 경험담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친구가 우울증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까. 반대로 내가 우울증에 빠지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결국 우리 모두는 우울증에 대해 모른다. 의지로 극복할 수 없는 우울증. 단지 인식하지 못하고 드러내지 못할 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우울한 감정을 느껴봤을 수도 있다. 언제까지 개인의 감정이라고 미뤄둘 수 없다.

<아임 낫 파인>을 통해 그들이 손 내밀 때 따뜻하게 잡아주길 바란다. 내가 손 내밀 때 누군가가 토닥여 주며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각자의 몫이지만 우리 모두의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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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별을 찾아서 -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에 관한 인문학 여행
윤혜진 지음,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그림 / 큐리어스(Qrious)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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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어린 왕자를 만났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러 번 읽었지만 매번 새로운 어린 왕자를 이번에는 가을 감성이 묻어나는 인문학 에세이로 만났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는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에 관한 인문학 여행'이라는 부제처럼 생텍쥐페리를 제대로 만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어린 왕자를 여러 번 읽었지만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될지 모르겠다면, 이제는 어린 왕자보다 작가인 생텍쥐페리가 더 궁금하다면 인문학 에세이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를 추천한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좋은 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좋은 책이란 이렇듯 독자의 삶에 깊숙이 개입해서 위로와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인듯 합니다.'

나에게 '당신의 좋은 책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몇 권의 책을 말할 수 있을까. 단 한 권의 책이 인생의 책인 사람도 있지만 나는 몇 권의 책이 떠올랐다. 그중에 한 권은 바로 '어린 왕자'이다. 삶이 바뀔 때마다,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또는 한없이 숨어버리고 싶은 때마다 나를 이끌어 주는 책은 모두 달랐다.

어린 왕자는 내게 어떤 위로와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이었을까? 잊고 있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을 읽었다.

 

 

이 책은 어린 왕자만을 해석하는 책이 아니다. 가을 에세이, 인문학 에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린 왕자뿐만 아니라 작가인 생텍쥐페리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는 자그마치 10년 전에 써둔 책이다. 2006년 한 여름 수유 연구실에서 어린 왕자에 대해 가르치고 배운 내용이 담겨있다. 생각하고 고치기를 반복한 10여 년의 기록이 담긴 책이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는 생텍쥐페리의 일생과 함께 어린 왕자를 통해 지친 우리들의 삶을 위로한다. 어린 왕자에 대한 여러 책을 읽었지만 생텍쥐페리와 친구, 그의 사랑을 알게 되어 좋았다.

작가에 대해 알면 책이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는 어린 왕자에 대해 인문학 에세이로 다가가는 것뿐만 아니라 어린 왕자를 또 다른 시각으로 읽을 수 있는 감성을 깨워주는 책이었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초기 드로잉 작품을 비롯해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림과 사진 등 생텍쥐페리에 대한 여러 가지 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가장 먼저 그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생텍쥐페리는 성이고 그의 이름은 앙투안이다. 앙투안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후 다시 작가의 사진을 보니 개구쟁이 같은 이미지가 더해졌다.

 

 

이제 생텍쥐페리를 앙투안으로 부르자. 그는 어떤 어린아이였을까? 공부보다 상상하는 것과 그림 그리는 것을 더 좋아했던 앙투안은 감수성이 풍부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그가 어떻게 조종사가 되었는지부터 친구들과의 관계, 앙투안의 장미 콘수엘로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로웠다. 

앙투안은 '어린 왕자'뿐만 아니라 다른 소설에서도 사람이나 사물과의 관계 맺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여러 관계들에 대해서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 바로 '어린 왕자'이고요. '어린 왕자'를 통해서 앙투안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따뜻하고 성숙하게 만들 수 있는지 잘 보여주지요.

 

 

앙투안과 콘수엘로는 마치 어린 왕자 속, 어린 왕자와 장미 같았다.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적당한 거리에 서 있는 둘만의 관계.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을 읽다 보면 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겹쳐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수유너머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라 작가 앞에서 수업을 듣는 것 같았다. 이야기는 묻고 답하기를 반복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가고 인문학 에세이답게 책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앙투안의 어린 시절과 조종사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을 함께 한 후, 전 세계에서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읽혔다는 '어린 왕자'를 통해 여전히 몸만 어른인 우리들을 위로해 준다. 

자신의 별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 채 명령만을 내리는 왕, 찬양의 말만을 원하는 허영심 많은 사람,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끊임없이 술을 마시는 술꾼,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수 없는 사업가, 가로등을 켜는 고된 직업을 계속해 나가는 사람, 이야기만 듣고 기록만을 하는 지리학자들을 통해 어른이 된 후 나의 여러 모습을 보았다. 

 

 

'어린 왕자'를 읽을 때마다 '어린 왕자'는 언제나 나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좋은 친구가 무엇인지 아냐고 물었고, 때로는 책임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소유가 무엇인지, 전쟁이 무엇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봤습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어린 왕자'를 더 열심히 읽게 만들었으며, 또 지금 나에게 있는 많은 문제와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문득 '어린 왕자'를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읽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는 책이 있다. 꼭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좋다.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에서 말하는 좋은 책. '어린 왕자'는 내게 그런 책이었다. 나는 어린 왕자가 되기도 하고 그의 장미가 될 때도 있다. 사막 여우의 마음이 이해될 때가 있고 왕자가 여행한 어떤 별의 주인이 되기도 했다.

어른이지만 여전히 아이인 어린이들에게 어린 왕자는 늘 변함없는 친구가 되어 준다. 아직까지 당신의 샘과 별을 찾지 못했다면 <저마다의 별을 찾아서>를 통해 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가 들려주는 수많은 이야기 속에 당신의 별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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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 그저 좋아서 떠났던 여행의 모든 순간
안혜연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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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연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고 있다. 낯선 곳에서 보내는 일상의 한순간을 담은 사진들은 다른 곳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내게 힐링을 안겨준다. 길 위에서 행복하다는 안혜연 작가의 마음이 듬뿍 담겨 있는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이 책은 여행이 일상이 되는 삶에 대한 동경이 있는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일상인 듯 여행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는 여행작가인 작가의 여행과 그 속에서 보내는 일상의 순간들을 담은 책이다. 책 속에는 특정한 여행지에 대한 소개도 없고 멋진 피사체를 담은 사진도 없다. 낯선 나라, 낯선 골목, 낯선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일상을 사진 한 컷에 담고 당시의 마음을 끄적여 놓은 작가의 작은 다이어리를 몰래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가요>는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유, 여행의 취향 등 여행을 가기 전 작가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2장에서 4장까지는 작가가 다녀온 여행지의 일상을 담은 사진과 그때의 감성을 담아 들려준다.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는 여행작가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여행작가가 되는 방법이 아니라 프리랜서 여행작가 6년 차인 그녀의 솔직 담백한 일상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유달리 힘들었는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신가요>에서 그런 글이 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가 보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한순간의 감정들. 나만 겪었던 건가? 나만 느끼는 건가? 생각했지만 작가의 책을 읽으며 그녀도 그랬구나. 그렇게 조금씩 그녀가 보낸 일상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죽음이 곧 삶으로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느긋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아웅다웅 경쟁하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삶의 태토를 갖고 있다. 이번 생에 이루지 못하면 다음 생에 이루면 된다. 셀 수 없이 많은 윤회를 거듭하며 이루어야 할 일들. 굳이 이번 생에 모두 이루려고 욕심낼 이유가 있을까? 내 삶의 속도대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을.

 

 

글뿐만 아니라 사진에도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의 안혜연 작가의 글과 사진은 이름 모를 들꽃들이 핀 조용한 시골길을 홀로 타박타박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급박한 상황에 대한 설명도 있고 프리랜서 작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마감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그녀의 글에는 그런 것들조차 가볍게 넘길 것 같은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여행 에세이는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책이다. 내가 겪어보지 못하는 낯선 이국땅에서의 일상을 마치 내가 그곳을 걷고, 그곳의 음식을 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마법. 그것이 바로 여행 에세이만이 가지는 특별함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역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그런 마법을 걸어준다. 그리고 더불어 여행작가를 동경하는 사람들을 위해 짧지만 진한 조언을 들려준다. 

여행이 일상이 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 선택과 포기가 필요하다. 자유로운 공기를 누리기 위해 두둑한 월급봉투를 포기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는 무엇을 포기해야 내가 원하는 순간을 잡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본격적으로 읽기 전, 책 속 한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있다. '여행과 일상, 그 사이 어딘가에서'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를 가장 잘 표현하는 글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 물었다. '너의 일상은 안녕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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