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직업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6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지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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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의 감성지능 증가가 목표인 글로벌조직 '인생학교'에서는 남녀관계, 일, 여가생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측면들을 알랭 드 보통만의 방식으로 설명한다. 알랭 드 보통은 여러 주제에 대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각자의 상황에 맞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생 직업> 역시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일의 의미를 찾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우리는 가정과 사회, 학교에서 자신만의 직업을 찾을 수 있는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스스로 분석하고 여러 가지 선택을 해본 다음에야 자신에게 맞는 일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경우 역시 꽤 운이 좋은 편이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국 자신만의 인생 직업을 찾지 못한 채, 일을 하면 살고 있다.


<인생 직업>은 돈벌이 수단 이상의 직업을 찾고 각자가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쓰인 책이다. 그리고 그러한 직업을 찾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스스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생 직업> 1장에서는 바로 직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1장은 <인생 직업>에서 들려주는 여려가지 설명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라, 의미 있는 일을 하라는 말들만 들어왔기에 우리는 일을 찾으면서 늘 고민한다. 이것이 과연 내가 원하는 일이며,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일까? 우리의 이런 생각은 단번에 깨뜨려주는 문장이 <인생 직업> 제일 처음에 나온다.

오늘날 소리 소문 없이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 시대의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직업이란 것이 그저 돈을 버는 수단일 뿐이라는 차원을 넘어 고도의 목적성과 동료애, 창의성까지 만족시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독특한 직업관이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직업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라는 엄청난 바람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인간의 역사에서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은 그저 웃어넘기고 말 일이거나 괴상한 생각이었다. 

인간 역사의 대부분, 일은 그저 일이었다. 하지만 중세 말쯤에 이르러 일에 대한 변화가 시작되었고 어느 순간 사람들은 일이라는 것에 돈과 내적 만족이라는 두 가지 희망사항이 합쳐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잘 맞는 일은 찾는다는 것을 스스로 분석하고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반짝'하는 느낌이 들거나 직감적으로 끌릴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찾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을 해석하는 데는 너무나도 방어적이다. 열망은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질문은 많지만 답변은 모호하다.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정답이 없는 질문이며, 가장 정확한 답은 바로 각자의 마음 안에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인생 직업>에서는 직접적인 질문은 던지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스스로가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고 답을 구하도록 유도한다. 그 후에 연습 과제를 내준다. 일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인생 직업>에서 놓아주는 돌계단을 한 단계씩 밟고 올라가기 위해 우리는 먼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한다.


<인생 직업>에서 말하는 '일이 주는 12가지 즐거움'은 다음과 같다.
1. 돈을 버는 즐거움
2. 아름다움이 주는 즐거움
3. 창의성이 주는 즐거움
4. 이해가 주는 즐거움
5. 자기표현의 즐거움
6. 기억이 주는 즐거움
7. 남을 돕는 즐거움
8. 리더가 되는 즐거움
9. 가르치는 즐거움
10. 독립성이 주는 즐거움
11. 질서가 주는 즐거움
12. 자연이 주는 즐거움

물론 모든 사람들이 일에 대해 12가지의 즐거움을 말하지 않는다. 이것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즐거움도 해당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인생 직업>에서 말하는 단지 12가지 일의 즐거움을 통해 우리는 내가 찾는 일의 즐거움과 어떤 것이 겹쳐지며 어떤 것이 다른 것임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내가 진정 원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어떤 직업에 만족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직업을 구하는데 가장 주의해야 할 점 중의 하나는 '고착'이라고 한다. 고착은 해당 직업에 대한 초점이 잘못되어 있다는 신호이며, 내 미래가 오직 그 한 가지 직업에 달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생각했던 직업에 대해 고착상태가 되었을 때 그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은 자신이 정말로 흥미를 느끼는 것을 더욱 자세하게 알아보고 이해하는 것이다. 고착에 갇혀버리면 우리의 시각은 좁아진다. 넓은 직업의 영역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보지 못한 채 기존의 좁은 직업 속에서 방황할 뿐이다. 

올바른 직업 선택으로 가는 길에는 집안의 보이지 않는 강요, 청출어람이라는 벽, 성공이라는 위험, 자신감과 내면의 목소리, 이미 누가 했겠지 등 여러 장애물이 곳곳에 놓여있다. 나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데 행복할 수 있는 나만의 직업을 찾기 위해서 우리가 넘어야 할 턱이 너무 많다. 직업문제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직업>은 말한다. 기대치를 낮추고, 잘못된 것은 당신의 문제만이 아니므로 자신에게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으며 이상적이라는 잣대로 자신을 괴롭히지 말 것. 

<인생 직업>은 성향 체크 등을 통해 각자에게 맞는 몇 가지 직업을 제시해 주는 책이 아니다. 삶에서 일이 가지는 의미,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에겐 책에서 말하는 것보다 시간이 부족하고 선택권은 없으며, 주변에서 방해하는 요소가 많을 수도 있다. 인생 직업을 찾기 위한 분주했던 그 시간 자체가 바로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과정임을, 당신은 이미 성취를 느끼고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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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치 - 마음을 훔치는 기술
바네사 반 에드워즈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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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을 만나도 확실히 기억되는 매력적인 사람들이 있다. 꽤 오랜 시간 만나 왔는데도 어떤 사람인지 말하기 힘들 때가 있다. 당신은 어떤 쪽에 속하는 사람일까? 


우리는 평생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나이와 상황에 따라 인간관계 범위 안의 사람들이 바뀔 뿐, 단 한순간도 인간관계를 벗어나서는 살수 없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관계를 통해 더 행복한 삶을 살수 있다. <캣치>는 제목 그대로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그 순간을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캣치>의 저자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편한 당신에게 말한다.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캣치>의 '마음 훔치는 기술'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에 자신의 PQ 지수를 알아보자. 

PQ(political intelligence) 지수는 정치 지능 지수로, PQ 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보다 연간 2만 9천 달러를 더 번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약 42% 더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인생을 산다고 한다. 당신의 PQ 지수를 알고 있는가? <캣치>를 통해 알지 못했던 당신의 대인관계 수준을 측정해 보길 바란다. 


<캣치>는 사람을 만난 첫 5분, 첫 5시간, 첫 5일을 기준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상대방을 파악하는지 알려준다. <캣치>에는인간관계에 대해 설명하는 책과 다른 점이 있다. 모두에게 해당된다는 막연한 설명이나 정의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캣치>속 설명은 지금 당장 적용해 볼 수 있는 실전 기술과 함께 자신만의 체계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알려준다. 책을 읽을 때 꼭 필요한 것은 필기도구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하는 책이 아니다. 책의 빈칸을 자신의 이야기를 채움으로, 나만의 인간관계 스킬을 찾아낼 수 있다. 


<캣치>는 책을 읽는 독자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마치 상담사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하듯 책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다음 중 어떤 사람이 사람들을 가장 짜증 나게 할까?', ' 당신은 전략을 세워야 할 때 누구를 만나는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는가?'등 인간관계에 대한 책이지만 인간관계보다 사람들 속에 서 있는 나를 먼저 바라보게 한다. 

이 책에 적어놓은 이야기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 <캣치>를 읽을 때는 마음껏 당신의 마음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렇게 답한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부족한 것, 인간관계 속에서 나를 드러낼 장점들을 어느 순간 캐치하게 될 것이다. 


<캣치>는 인간관계가 무척 서툰 사람들부터 지금보다 더 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사람들의 행동을 빨리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까지 원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첫인상은 생존 메커니즘이므로 당신의 직관을 믿어라,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신뢰를 끌어내라, 말없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술을 통해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첫인상을 만들자. 기억에 남는 첫인상을 시작으로 <캣치>는 한 단계 한 단계 마음을 뺏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소주제의 끝에는 읽은 기술과 전략을 주변 사람들을 통해 실천할 수 있는 도전 주제를 제시한다.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최고의 팁을 알더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그냥 책 속의 이론일 뿐이다. <캣치>를 읽으면서 자신에게 부족한 인간관계 기술을 파악하고 그 문제에 대한 도전과제를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누구를 만나도 편하고 자신감 있게 어울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캣치>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상대방의 성격을 파악, 성격별 인간관계 대처법'에 대한 설명이었다.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증에 대한 체크를 통해 성격을 파악한다. 각 성향에 따른 차이점과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맞춰주는지, 어떻게 각 성격을 활용하는지 등을 소개한다. 성격별 활용법은 모임이나 친구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에서 무척 유용한 인간관계 기술이 될 것 같았다.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오래도록 계속될 인연을 만드는 순간까지 <캣치> 속에는 실용적이고 다양한 인간관계 실천방법이 가득하다. 겉으로만 웃으며 가벼운 만남의 방법이 아니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까, 왜 저 사람은 나를 그런 식으로 바라볼까 등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이유를 설명하고 각 상황에 맞는 최선의 답을 들려준다.

인간행동에 대한 비밀을 알려주는 <캣치>를 통해 어떤 모임에서든 유난히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책을 통해 자신만의 인간관계 매뉴얼을 만들어보길 바란다. 어떤 자리에서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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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맘의 독박육아 일기 - 육아 퇴근하고 치맥 하고 싶어
루니맘 지음 / 넥서스BOOKS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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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둔 <루니맘의 독박 육아일기>를 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육아맘인 회사 사람들이 서로 읽어보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루니맘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했다. 만약에 자신이 육아 웹툰이나 육아 에세이를 만든다면 루니맘과 같은 책이 나올 거라고 말했다. <루니맘의 독박 육아일기>는 육아를 끝냈거나 육아 중인 엄마들에게는 추억과 공감을, 육아를 준비 중인 예비 엄마들에게는 든든한 예방법이 되는 책이다.

 

<루니맘의 독박육아 일기> 표지의 엄마와 아기 그림과 '육아 퇴근하고 치맥하고 싶어'라는 문구가 이 책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독박육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할 세계. 옆에서 지켜봐서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독박육아라는 것이 본다고 이해되는 것일까? 

웃픈 육아 웹툰 <루니맘의 독박육아 일기>는 녹록지 않은 육아 현실을 이겨내고자 육퇴 후에 그린 육아 웹툰이다. 작가와 아기는 육아 웹툰을 통해 함께 자랐다. 육아 맘뿐만 아니라 아직 육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도 루니맘의 웹툰을 통해 육아맘들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루니맘의 이야기는 룬이의 탄생부터 어린이집에 등원하기까지 서툴지만 아기와 함께 한발씩 걸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따뜻한 그림체와 솔직한 이야기는 육아 웹툰이라는 제한된 주제지만 누구나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생각한 것보다 힘들고 고된 과정임을 <루니맘의 독박육아 일기>를 통해 알아가길 바란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태어나 자연스럽게 어른이 된 것이 아님을. 엄마의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온 몸으로 받아 가며 지금까지 자라왔음을.

 

 

나는 아직 미혼이고 육아의 경험은 없지만 친구와 언니들 아이의 탄생과 육아를 지켜봐왔다. 엄마가 되면 모든 이야기의 주제는 아기가 된다. <루니맘의 독박육아 일기>는 몇 년 동안 엄마들 틈 사이에서 수없이 들어온 육아 이야기의 종합편 같았다.

육아와 일을 함께 하며 힘들어하는 엄마들의 눈물, 친정엄마의 도움 없이 완벽하게 처음 겪는 고된 육아로 지친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루니맘의 이야기를 접했다. 한 컷의 그림, 짧은 글이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느꼈었는데 이번에 <루니맘의 독박육아 일기>라는 종이책으로 다시 보니 장면 장면으로 볼 때와 달리 룬이가 자라는 시간의 흐름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기아기할 때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혼자 놀기 시작하고 엄마 껌딱지가 되면서부터가 더 재미있었다. 물론 엄마는 더 고되겠지만 자아가 생겨가는 다른 집 아기의 모습은 너무 귀엽다. <루니맘의 독박육아 일기>에도 항상 엄마만 찾고 잠시 한눈을 팔면 어김없이 사고 치는 미운 우리 아기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특히 리얼한 엄마의 모습은 언제나 웃프다. 

 

 

회사에는 많은 육아맘들이 있다. 친정 엄마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사람도 있고 오로지 혼자서 일과 육아를 해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한 명의 인간을 진짜 인간으로 만든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녀들의 모습을 볼 때면 언제나 존경스럽다. 나도 워킹맘이 되었다면 일과 육아를 함께 해낼 수 있었을까? 어우, 고개가 자동으로 가로 저어진다. 

 

 

한창 육아 중인 엄마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얼굴은 말라가는데 몸에는 자꾸 살이 붙는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한 끼를 먹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둔다고 하던데 <루니맘의 독박육아 일기>에서도 그 이야기가 나온다. 남아있던 치킨으로 한 끼 때우는 루니맘의 그림에서 순간 친구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회사 동료들의 아기들은 나이가 비슷한 편이다. 5~6세의 남자아이가 많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로봇을 비롯한 남자아이 장난감으로 흘러간다.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장난감이 장난감이 아님을, 육아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지 못할 것이다. 책에서 말하는 로봇뿐만 아니라 엄마들의 등골을 뽑아 먹는 장난감이 나이대 별로 있다는 사실.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고 싶다고 외치는 루니맘의 모습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육아 중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생겨 잠깐 나온 육아맘들은 마치 하룻밤 사이에 세상 모든 놀 거리를 다 경험해 볼 것이라는 의지로 불타는 모습이었다. 방범창이 감옥이 된 듯한 웹툰 속 작가의 모습은 육아를 해본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독박육아'라는 단어답게 책 속에는 육아의 행복함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지 못할 현실 속 육아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중에는 어린이집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아마 어느 입장에서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나이가 된 엄마라면 누구나 겪는 감정일 것이다.

 

 

육아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육아 웹툰 <루니맘의 독박육아 일기>는 경쾌한 분위기의 웹툰이라 유쾌하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한창 아기 키울 때 힘들었지만 돌아보니 행복한 시간을 책을 읽으며 다시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남들은 모두 쉽게 육아를 하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루니맘의 독박육아 일기>가 그 힘든 마음을 가볍게 해줄 것이다. 당신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고, 당신 혼자만 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님을 먼저 그 길을 걸었던 루니맘이 친절하게 알려 줄 것이다.

책을 읽으며 오동통통 귀여운 볼을 가진 룬이가 궁금했는데 책 뒤편에 생후 5개월 때의 아기 룬이 사진이 나온다. 그렇게 치명적인 귀여움이 있으니 엄마는 오늘도 무한대의 사랑을 담아 아기를 키우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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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땅의 역사 1~2 세트 - 전2권 땅의 역사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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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땅의 역사>를 지리에 관련된 책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 곳곳의 역사를 소개하는 이야기겠거니 편안한 마음으로 첫 장을 펼쳤다. 하지만 <땅의 역사>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강렬하고 진한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역사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땅, 그것은 발을 딛고 사는 공간적인 의미보다 오랜 세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온 시간의 개념이 더해진 그 '땅'이었다. 


<땅의 역사>는 기록되지 않은 역사, 잘못 기록된 역사를 땅에 남은 흔적을 통해 확인한다. 책 속에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기억되지 않은 수많은 민초들에 대해 말한다. <땅의 역사>를 읽으며 새어 나오는 한숨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가장 먼저 그런 말을 했나 보다. '읽기 전에 심호흡이 필요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승자가 반드시 정의롭지는 않다. 역사에 빛이 있다면 반드시 어둠이 있고 권력 뒤에는 비겁함과 추함이 감춰져 있다. <땅의 역사>는 어떤 역사 책보다 역사의 뒤편에서 잊혀진 사건과 사람들에 대해 집중한다. 1, 2권으로 이어지는 <땅의 역사>로 잊혀진 역사를 모두 알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것과 알기 시작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므로 우리는 일단, 읽어야 한다. 왜 작가는 책을 읽기 전에 심호흡을 하라고 했을까? 


2권으로 구성된 <땅의 역사>는 각각의 주제에 맞게 길지 않은 이야기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부터 읽어도 좋지만 목차를 보며 흥미로운 것부터 우선 읽어도 좋다. 

<땅의 역사> 1권은 소인배 비겁 혹은 무능, 대인배 고집 혹은 지조, 막힌 놈들 그리고 신화시대로 구성되었다. 1장과 2장은 소인배와 대인배라는 주제로 역사의 흐름을 끊어버린 사람들과 그 반대로 고난 속에서도 나라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백성들을 버리고 도주한 선조, 눈 뜨고 조선의 모든 걸 도둑맞은 강화도 조약 등과 최근 상황과 맞물려 사람들에게 알려진 국정을 농단한 무당인 진령군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서글펐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 중에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있지만 <땅의 역사>를 통해 제대로 알게 된 것들도 많았다. 그중에서 '만주로 떠난 이회영 형제와 투사의 아내 이은숙'에 대한 긴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회영 집안은 물론 시아주버니 건영과 석영과 철영, 시동생 시영과 호영까지 여섯 형제 집안이 문중 땅 수백만 평을 일시에 다 팔고서 한꺼번에 만주로 떠났다. 식솔이 60명에 달했고 마치가 열 대가 넘었다. 1910년 경술년 12월 30일, 나라가 일본에 넘어가고 넉 달이 지난 엄동설한 동지섣달이었다. 단순한 이사 혹은 이민이 아니었다. 독립운동을 위한 집단 망명이었다.


<땅의 역사>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이야기 중의 하나는 바로 '그 많은 장영실은 어디로 가버렸을까'였다. 면천을 하고 내시 대신 옆에 둘 정도로 세종이 아꼈던 장영실이 어느 날 갑자기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왜 장영실은 기이하게 역사 속에서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을까. 물론 책에서 장영실을 찾아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특출난 장영실이 이끈, 찬란하게 발전하고 있는 과학 기술의 시대가 그의 몰락과 함께 빛을 잃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땅의 역사> 1권의 마지막 주제는 신화시대이다. 연오랑과 세오녀가 상징하는 의미, 선화공주와 서동에 대한 진실, 대한민국 고고학사상 최대 경사이자 낭보인 무령왕릉 발굴기 그리고 김유신과 김춘추를 담고 있는 경주 왕릉 비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치욕의 역사, 명예의 역사'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 <땅의 역사> 2권에서는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해 더 자세하게 소개한다.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닌 친일파의 행보를 시작으로 역사 속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여자들,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목숨까지 버리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왕조 스캔들, 식민시대와 민초들에 대한 이야기는 한 편 한 편이 마치 드라마와도 같았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넘길 수 없는 역사지만 <땅의 역사> 2권에서는 여자들과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강한 제주도 바람보다 더 강인하게 살아남은 제주 여자들, 잊혀진 왕국 의성 조문국의 미스터리와 황제를 꿈꿨지만 사라진 남자의 아들을 아무도 모르게 기른 이름 없는 여자 등 책 속에 등장하는 그녀들은 이름이 없거나 기억되지 않았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역시 나도 몰랐을 그녀들. 역사의 그늘에서 불타고 사그라든 그녀들의 흔적은 슬펐지만 <땅의 역사>를 통해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여자가 있다면 남자도 있다. 그 남자들에게는 진한 사내의 향기가 난다. 혀가 잘리고 배가 갈라져도 끝까지 충언을 올린 내시 김처선, 혁명가 김옥균을 암살한 지식인 홍종우, 신줏단지와 문중 전답까지 팔아 노름판에서 날렸다는 그 돈을 만주 독립군 군자금으로 보낸 파락호 김용환 등 나라만을 생각하는 우직한 그들의 모습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각 권에서 등장한 유적지와 흔적의 주소를 기재했다. 내비게이션에 검색하면 쉽게 답사를 다녀올 수 있도록 각 장의 제목과 함께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으니 보여주는 역사가 아닌 진짜 우리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땅의 역사>와 함께 전국 곳곳으로 역사 답사를 다녀보면 어떨까. 

27년 차 여행문화 전문기자답게 <땅의 역사>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잊혀가는 이야기를 살려낸다. 다양한 시간, 다양한 사람, 다양한 분야에 걸쳐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두 권으로 이어지는 많은 분량이지만 지루함 없이 금방 읽어낸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내면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 누구의 이름이 등장할지 두근거렸다.

<땅의 역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슴 뿌듯하면서도 슬프고 분노했다. 지도자가 말하는 역사가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해낸, 수많은 민초들의 이야기는 어떤 찬란한 역사서보다 더 오래 기억해야 할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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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7
정용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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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있으나 없는 존재이다.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 같은 남자. 하지만 그 누구보다 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깊이 남긴 그 남자를 부르는 이름은 붉은색 명찰에 새겨진 474번이다. 유령같이 살아온 것처럼 아무도 모르게 수많은 생명을 빼앗으며 살았던 474번은 열두 명의 국회의원을 죽인 뒤 저항하지 않고 잡혔다. 그리고 자신의 죄를 모두 인정하고 사형수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에 대해 궁금해한다. 왜 그는 국회의원을 죽였을까?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한다.


정용준 작가의 <유령>을 현대문학 핀 시리즈 7번째 작품으로 만났다. 제목처럼 <유령>의 주인공은 유령 같은 남자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 <유령>은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들어가는 474번과 그를 담당하는 교도관 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모든 사람들은 열두 명의 국회의원을 죽인 474번에 대해 궁금해하지만 그는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는다. 그런 그를 자신의 방식으로 천천히 관찰해 가는 교도관 윤.

담당님. 삶의 작은 비밀을 지키려는 건 본능입니다. 누군가 그걸 강제로 엿보려고 하면 공격할 수밖에 없어요. 왜냐고 묻고 싶으시겠죠. 그건 답할 수가 없어요. 답이 없습니다. 본능이거든요.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니까 담당님. 궁금하시다는 것 잘 압니다. 나도 담당님이 호기심에 이끌려 서서히 다가오는 게 좋아요. 재밌기도 하고요. 그런데 각오하셔야 합니다.

474번은 자신의 비밀을 윤에게 하나씩 털어놓는다. 그가 선천성 무통각증이라는 유전적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것부터 끈질기게 474번을 찾아오는 여자와의 관계, 그리고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474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윤은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윤의 감정은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살인을 저지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은 책을 읽을수록 진짜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으로 바뀌어간다.

범죄자가 있다. 수도 없이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는 일반인이 상상할 수도 없는 비참한 삶을 살아온 불쌍하고 연약한 영혼을 가진 자였다. 자, 이제 말해보자. 그는 악인인가, 아닌가.

간단한 흑백논리로 규정지을 수 없겠지만 우리는 수많은 474번, 신해준과 살고 있기에 <유령>을 단지 소설로만 읽고 덮을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라질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각자가 가진 가치관에 따라 <유령>이라는 소설은 불편할 수도, 또는 인상적인 책이 될 수도 있다.

소설로 읽기에는 사회적이고, 사회 문제라고 보기엔 너무 소설스러운 <유령>을 읽으며 삶과 악, 그리고 그것을 마주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소재의 무게에 비해 쉽고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지만 474번과 윤, 신해경의 감정과 함께 마구 흔들렸던 내 생각을 붙잡는 데는 책을 읽었던 시간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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