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리
김엄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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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이후 10년만에 두번째 소설집을 출간하신 김엄지작가님의 신작제목은 「위리」라고 합니다.

이 소설집에는 (여름), (여름 2), (여름 3) 이라는 연작같은 단편들이 나란히 차례대로 실려있는 데 여름 휴가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인물이 A 명의인 집에서 한 살 터울 형제들과 함께 생활하다가 형제들이 먼저 떠나고 형제 중 타로 점를 볼 줄 알며 한 살 어린 동생이 준 몽돌을 손에 쥐고 집을 나서며(여름), y가 목에 걸고 있던 실목걸이를 선물로 받았으나 수영장에서 접영을 하다가 잃어버린 것 같고 귀가 아파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받고 귀안에 있던 귀지를 제거하고 바로 옆에 있는 양유진약사가 운영하는 양약국에서 처방약과 쌍화탕음료를 받았지만 처방받은 약은 먹지 않았으며(여름 2), 이미 떠나버린 연인 L의 짐을 가지런히 한데 모으며 그런 L과 오랜만에 만났지만 곧 헤어지게 되는 그런 이야기(여름 3) 속 무덥고 습하고 비가 퍼붓는 여름이 읽으면서 자연스레 연상이 되었고
만두를 빚지는 못하지만 정성스럽게 만든 만둣국을 드시고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돌아온 부부를 만나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가사)의 도우미, 잡채를 좋아하고 잡채 속에 헤엄치고 싶어하는 인물이 나오는 이 소설집에서 가장 짧지만 강렬한 도입부가 인상깊은 (변신), 떠들어대기를 좋아하는 b와 욕설을 남발하는 c, 그리고 자신이 여기 왜 왔는 지 모르는 거래처 직원 A와 화장실에서 모르는 여자의 어깨를 만졌다고 생각했다가 붙잡았고 바로 사과하려고 했으나 여자는 황급히 벗어난 후 그 기억이 계속 머리 속에 남은 (예지 5)의 인물, 소설집에서 가장 긴 분량이며 다리 난간에 올라간 정선을 붙잡았지만 오히려 정선에게 목이 졸리고 정선이 남긴 가방과 여든 네마리의 원숭이들이 새겨져있는 손거울을 간직하고 있는 A와 이혼한 B와 B의 집에서 술을 마시다 술을 더 사러 나가다 비오는 거리에서 다리 난간 위에 올라가게 된 정선이 22세기 호흡이라는 이상한 모임에서 만나서 비오는 거리를 걷고 또 걸어가며 마침내 헤어지게 되지만 그때의 서로를 끝내 알아보지 못하는 (비 오는 거리)라는 단편도 있습니다.

「위리」가 출간되기 전 원래 소설집 제목이 (입생로랑 낭떠러지)인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여자친구의 생일선물로 입생로랑 카드지갑을 구매한 인물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데이트 후 허기진 배를 달래려 맥도날드로 가는 모습과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자신이 준 생일선물을 잘 가지고 갔는 지 연락하려다가 공사 중이던 곳의 낭떠러지에 떨어지게 된다는 E가 걸려온 전화를 받는 단편 (입생로랑 낭떠러지) 이 제목으로 출간되었어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여름 휴가에 위리도(위리도라는 지명이 나오기 전까지 저는 이 섬이 할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로 갈 계획인 Y와 위리도에 함께 가기로 한 여자친구가 카페에서 커피와 술을 마시다 천둥 번개가 동반된 폭우로 인해 유리창이 깨지고 정전이 된 카페가 압도적인 소설집 제목이자 마지막 단편 (위리) 또한 실려있습니다.

「할도」이후 거의 1년만에 신간을 출간하신 김엄지작가님의 다양한 작품들을 계속 만나보고 싶습니다.
김엄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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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칭의 아이들 - 제1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아나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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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았는 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발표되고 혼불문학상 또한 수상작이 발표되었는 데 작년에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수상하신 「1990XX」의 김아나작가님이셨고 제목은 「4인칭의 아이들」입니다.

이 소설은 외국국적을 가진 작문 지도 교사인 Q의 수업을 들으며 길에서 태어나 아빠라고 부르기도 뭣한 작자가 기차역 플랫폼에 버려져 있던 자신을 데리고 와 철저하게 동정심을 유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으며 또래에 비해 조숙한 외형으로 일진들에게 담배나 술을 사다주며 생활하던 구광지와 불법체류자 신분인 아빠와 같은 신분에 대마초를 피우는 엄마가 비닐하우스에서 낳았고 춤을 추며 아이돌을 꿈꾸었으나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결국 아이돌이 되지 못한 김 오로라가 베스트셀러저자이자 P읍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제프리 양이 운영하는 행복한 아이들의 복지재단, 줄여서 행아복의 대안학교가 있는 울릉도 옆의 독도가 아닌 무인도에서 지내다가 P읍으로 돌아오게 된 이후 잠들고 싶지 않지만 잠들면 계속 꾸게 되는 악몽을 글로 쓰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되고 여기에 행아복이나 노을보육원 출신은 아니지만 P읍 사람들이 마녀라고 불리는 갓구운 맛있는 빵 만드는 것이 취미인 용험한 예희와 함께 악몽을 파헤치면서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들이 놀라웠고 그것을 없었던 걸로 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보다 자신들이 직접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돌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소설을 다 읽고 비록 김아나작가님이 겪으셨던 끔찍한 일이나 소설 속 인물들이 행아복의 무인도에서 겪은 말하기도 힘든 일들과는 고통의 강도나 차원이 다르지만 언젠가 반드시 만나게 되면 서로에게 인사를 하고 서로에게 가깝지만 너무 가깝지만은 않으며 떠날 때 인사하는 ‘우리들‘이 되어 서로를 감싸안고 서로의 근육을 섬세하고 만져주고 피부를, 근육을, 혈관을 흐르는 피의 순환을 감각하며 비록 이 자리에 없어 목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같은 꿈을 꾸는 이들과 함께라면 어둡고 거대하며 뾰족한 장애물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습니다.
김아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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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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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작가님의「혼모노」, 이기호작가님의 「명랑한 이시봉의 짧고 투쟁 없는 삶」에 이어 박정민배우의 추천사가 인상 깊은 천선란작가님의 연작소설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서」를 읽었습니다.

천선란작가님이 2019년에 발표하셨다가 새로 쓰다시피 하신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의 묵호를 위해 자신의 안전과 목숨까지도 기꺼이 버리려고 하는 옥주와 좀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옥주를 끝까지 물어뜯지 않은 묵호,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와 같이 2020년에 발표하신(제 숨소리를 기억하십니까)의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빠 비둘기를 기다리며 숨소리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엄마를 보살피는 제비와 모든 것이 서툰 딸 노윤이와 함께 살지만 자신의 다리가 성하지 않은 은미, 은미의 윗층에 살며 이따금씩 손자가 찾아와 시끄럽게 굴지만 그때마다 아랫층인 은미의 집에 들러 노윤이 좋아하는 과자를 선물로 주며 마지막엔 자신의 보금자리를 은미와 노윤이에게 선뜻 내어주고 떠난 과학자였던 할머니, 그리고 최근에 쓰신 (우리를 아십니까)의 스스로 삶을 끝내려고 했지만 좀비에게 물려 의식불명상태인 자신을 보살피다 좀비가 된 아내를 카트에 싣고 바다거북이인 장풍을 바다로 보내기 위해 득실같이 달려오는 좀비들을 피해 헤쳐나가는 스스로 삶을 끝내려고 했으나 좀비에게 물렸지만 깨어나 아내가 남긴 녹음기의 음성을 듣는 주인공까지 이 세편의 연작소설을 읽으며 박정민배우의 추천사가 와닿았고 좀비가 되어 기억을 잃어가지만서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지며 사랑하는 인물들과 제가 살고 있는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종말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천선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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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에서 이리가 오늘의 젊은 작가 53
윤강은 지음 / 민음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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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이라고 하면 새로운 작가님의 새로운 작품들을 선볼 수 있어서 수상작품들을 기다리게 되는 재미가 있었는 데 몇 년 전부터는 이미 출간된 작품들 중에서 선정하거나 첫 작품을 내신 작가님들의 작품이 선정되는 등 한동안 헤메는 것 같다가 올해부터 다시 ‘오늘의 작가상‘에 걸맞게 돌아왔고 이번 48회 수상작은 윤강은작가님의 「저편에서 이리가」입니다.

지금으로 부터 조금 멀지만 찾아올 지도 모르는 미래의 대한민국에 온실 마을, 한강 구역, 압록강 기지라는 세 개의 구역이 생기고 온실 마을에서 한강 구역과 압록강 기지에 썰매를 끌며 물품을 전달하는 유안과 한강 구역장의 신뢰와 총애를 받고 있는 화린, 압록강 기지에서 대륙군으로부터 기지를 지키기 위해 동지였으나 서로에게 칼을 겨누며 훈련하는 기주와 대륙군 출신이었으나 포로로 잡혀왔고 죽일 수도 있었지만 죽이지 않고 기주가 살려줘 기주와 함께 훈련하는 백건, 그리고 대륙으로 진입했으나 소식이 몇 년째 묘연한 태하 이렇게 다섯 청년의 생존을 향한 여정이 짧은 분량 속에서도 강렬하게 펼쳐지는 이 소설을 읽고 저 역시 머물며 항상 바라만 보던 같은 곳에서 정반대의 방향으로 그 곳에 이리같은 낯선 존재가 울부짖고 있어도, 그 다가올 미래에 제가 없더라도 저를 아는 어느 누군가가 미래에 살아 있다면 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언젠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사라졌더라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을 저 또한 믿으려고 하기에 화린과 유안처럼, 기주와 백건처럼, 그리고 태하처럼 끈질기게 앞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윤강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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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타임 여행자
반수연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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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면 인생이라는 곳을 평생 떠돌며 살아가기에 ‘풀 타임 여행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언젠가 한 줌의 흙이나 재가 되어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기에 ‘파트타임 여행자‘일지도 모른다는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이번에 읽은 반수연작가님의 두번째 소설집 「파트타임 여행자」에 실린 7편의 단편을 읽고 들었던 무수한 생각들을 정리하면 그렇습니다.

(설탕 공장이 있던 자리)의 홈리스였고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홈리스들에게 김교수가 후원해 준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고 김교수를 돌보며 틀니를 하게 되었고 아들이었던 찰리에게서 도망쳐나온 애나와 낯선 이국의 땅에서 유일하게 의존할 수 있었던 아버지 형국에게서부터 점점 몸과 마음이 멀어지며 치열한 세상 밖으로 나아가려는 (조각들)의 지나, 회계사라는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아내 진과 서로를 반씩 빼닮은 딸 엘사를 위해 칠흑같은 어둠 속을 포르쉐 911을 타고 만두 공장으로 돈 벌러 가는 (빅터 아일랜드)의 규, 한때는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았던 감정이 없었으나 이제는 그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서서히 죽음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엄마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 (화분의 시간)의 영희의 동생 정희같은 인물들을 보며 준비할 시간도 없이 도망치듯 벗어나버린 제 모습이 깨진 타일 조각들처럼 파편적으로 떠올랐습니다.

어떻게보면 아직은 제게 오려면 먼 것 같으나 곧 찾아올 (파트타임 여행자)의 오랜 시간동안 꿈꿔왔지만 막상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나며 홀로 여행 중인 민과 클로디아, 목사였던 남편에게 자신을 맞추면서 살다가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요양원으로 들어가 한 번 뿐인 인생을 즐기며 그곳에서 만난 정목수와 이따금 춤을 추며 사랑하는 (춤을 춰도 될까요)의 수전과 중증 시설로 떠나가며 이제 다시 살아선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결혼식을 올리고 서로에게 입맞춤하며 곧 보자고 말하는 패트릭과 미셸, 그리고 함께 떠난 유럽 여행에서 일련의 일들을 겪고 그들에게서 떨어져나와 홀로 몽생미셸로 떠나며 몇년 째 방문을 나서지 않는 윤수에게 보낸 카톡에서 1이 사라지고 이번에 출간된 「파트타임 여행자」의 표지처럼 출판사로부터 새 소설의 표지시안을 확인하는 (프레살레)의 수정과 같은 인생의 순간들을 저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맞이하고 싶습니다.
반수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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