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뇨, 아무것도
최제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평점 :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이후 1년 만에 신작을 내신 최제훈작가님의 신작 소설의 제목은 「아뇨, 아무것도」이며 15편의 짧은 소설을 모은 짧은 소설집입니다.
이 짧은 소설집에는 가장 맨 마지막에 실린 소설가가 소설을 쓰며 기지개를 켜고 다이소에서 컵을 구매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며 마트료시카처럼 층층이 쌓여있는 (마트료시카)를 제외한 한 편의 소설같기도 한 (작가의 말)을 포함하여 (깊은 밤)부터 (48시 편의점)까지 가나다 순으로 실려 있습니다.
사실 (작가의 말)을 포함하여 16편의 글 모두 흥미진진하고 좋았지만 사소한 앞 날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이선미 씨가 김대리의 가까운 미래를 예언해준 표제작 (아뇨, 아무것도)와 시간을 멈추는 능력을 지닌 남편이 아내에게 장난치는 (초능력) 같은 짧은 소설이 인상적이었고 실제로 재개발로 인해 폐업을 하게 된 Membership Bar 옆에 자리잡고 있으며 ‘OO는 게이바가 아닙니다‘라고 쓴 종이를 가게 앞에다 붙여놨다 얼마 안 가 떼어놓은 매주 토,일요일에 휴무하는 가게 옆을 지나가면서 (여기는 게이바가 아닙니다) 속 누벨 아테네의 사장님 심경이 이런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우연히 이웃집 남자가 주고 간 테니스 라켓으로 인해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가 되었지만 테니스 자체에 염증을 느껴 돌연 테니스를 그만 두고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떠난 (테니스를 쳐야 하는 이유)의 티미,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친구 장미의 남편 정식 씨가 자신의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냐며 물어보자 장미가 쓴 핑크색 인조가죽 일기장을 읽으며 기억을 더듬는 (친구의 연인의 친구들 - 장미가 남긴 핑크색 인조가죽 일기장을 보면서 기억의 오류를 찾는 부분에서 특히 138쪽, ‘장미가 남편과 훗카이도 여행을 같던 기간에‘라는 문장이 가장 결정적인 오류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의 장미의 친구와 우연히 들린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게 되어 사랑하던 연인과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기까지 하며 수영과 사랑에 빠진 (물과 숨)의 재희까지 최제훈작가님이 직조하신「아뇨, 아무것도」의 인물들이 당분간 제 곁에 있을 것이기에 (깊은 밤)처럼 자기 목소리에 둘러싸여 길을 잃거나 저의 빈 마음이 무엇을 헤집었는지 알지 못하더라도 괜찮지 않을까, 합니다.
최제훈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