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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지오 아사이
남현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5월
평점 :
지금 저는 남현정작가님의 첫 소설집「아다지오 아사이 Adagio Assai」를 읽고 어떻게 글로 표현을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만, 글을 남기자면 외삼촌을 만나기 위해 부용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부용역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여 프런트의 여직원이 객실 키를 줘 객실에 머무르다 자신을 찾는 전화를 받고 잠시 누워있다 로비로 나오니 전화를 건 여직원이 아닌 남직원이 있었고 자신을 찾는 사람을 묻자 잘 모르겠다고 그리고 자신은 하루 종일 프런트에 있었다고 말하는 (부용에서)가 가장 수월하게 읽은 것 같았고 ‘라쉘히 트히슽!‘이라 여러 번 외치며 목줄에 묶여 네 발로 기어가는 개가 되어가는 (그때 나는), 이탈리아의 지명인 ‘나폴리‘인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내 곁에 불현듯 나타나 내 모든 것을 앗아가는 존재의 이름인 (나폴리), 거티를 사랑하지만 어느 순간 떠났고 결국엔 다시 돌아와 거티를 사랑하는 (하나가 아닌), 경뫼라고 이름을 짓던 생명이 결국 죽음을 맞이하여 143그램의 작은 알갱이가 되었지만 벨라콰를 사랑하며 마침내 갈산에 도착하는 이자의 이야기인 (경뫼), 불태워져 폐기될 A인 악스의 최후를 원하지 않아 아니가 불태우는 대신 알뜨르의 땅에 묻으며 ‘우주 모든 곳에 아직 남아 있는 태초의 빛과 같이 잉태되어 사라진 적 없는 세상 모든 것(242쪽)‘을 전해줄 (누구나 똑같은 마음을 가졌던)과 아나스타시스에서 벗어나 레제의 거리를 거닐 로부르와 로부르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샌디와 그들 곁에 언제나 있을 자곤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표제작 (아디지오 아사이)와 앞서 읽은 전석순작가님의「빛들의 환대」와 달리 마침표가 없어 흘러나오는 눈물같기도 하고 구불거리는 내장같기도 한 오솔길이 무한하게 펼쳐지는 (없는)까지 소설집에 실린 단편과 시체안치실의 시트를 들여다보기 싫지만 들여다볼 수 밖에 없는 양순모문학평론가님의 해설을 읽고 나서 책 날개가 없이 출간된 「아다지오 아사이 Adagio Assai」에 흐르는 우울하지만 사랑이 넘쳐흐르는 선율에 몸을 맏기며 (태어난 사람은 결국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기에)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흘러가는 시간을 불가능할 것이 분명할지라도 목도하고 싶습니다.
남현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