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묻는다
정용준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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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선릉 산책」, 장편소설「프롬 토니오」, 「내가 말하고 있잖아」그리고 핀 시리즈 소설선 「유령」까지 정말 깊이 있게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주시는 정용준작가님의 5번째 장편소설인 「너에게 묻는다」가 출간되었고 읽었을 때 처음 느꼈던 것은 얼마 전에 읽었던 전석순작가님의 「빛들의 환대」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이어서 들었다는 것인 데 「빛들의 환대」과 임종체험관에서 죽음을 체험하는 인물들과 그들을 인도해주는 직원들의 무거운 사연과 곳곳에 도사리는 죽음의 손길처럼 찍혀있는 마침표들로 인해 많은 생각과 시간이 흘렀는 데 이 소설 또한 소재는 다르지만 사랑받아야 마땅할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이라는 이유로 또는 사랑하므로 엇나가지 않고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 마음대로 행해지는 폭력과 욕설과 협박 그리고 무시하며 학대를 일삼는 남보다 못한 가족들이 죄값을 제대로 받지 않고 받더라도 가벼운 처벌만 받고 그마저도 모범수로 가석방되어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살아가며 또 학대를 저지르는 모습들이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다는 무거운 현실을 담고 아물었지만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는 흉터처럼 마침표들이 박혀있어서 잠시 멍해졌습니다.
아직도 저는 가끔씩 저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머리가 커지면서 들었던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의구심, 이 소설 속에 스러져간 사랑받아야 할 마땅한 천사들과 뉴스에서 접하던 사연들처럼 지속적으로 심하게 학대를 받지는 않았지만 남들처럼 사랑받고 자라지 못했다는 사실에 [진탐]에서 스크립트를 쓰고 있는 유희진처럼 저도 모르게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가 있었고 그래서 한때는 정말 제 인생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도 했었기에 제 스스로 도망쳐나왔지만 한편으로는 정말로 사라지면 어쩌지?하는 마음과 혹시나 나를 찾아 와서 ‘이렇게 된 것이 네 탓이야‘ 라고 힐난하면 어쩌지?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는 데 한편 소설 속에서 학대를 일삼던 가해자들이 갑자기 행방불명되고 그렇게 남은 가족들이 ‘혹시 만약에 그 사람 집에 못 돌아올 수도 있나요?(51쪽)‘라고 물어보는 것과 걱정되니?라는 물음에 ‘다시 집에 돌아올까 봐(203쪽)‘ 끄덕이며 답하는 모습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저도 유희진처럼 그런 유희진이 믿고 의지한 서지우처럼 하고 싶은 말들이 턱밑에 차오를 정도로 많은 데 ‘가장 잔인한 사람은 나를 모르는 타인이 아니에요. 나를 속까지 알고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죠. 잘 알고 이해하는 만큼 무엇에 약하고 절박한지 아는 거예요(84~5쪽).‘라는 유희진의 대사를 남기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정용준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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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오늘의 젊은 작가 49
도수영 지음 / 민음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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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 작가 49번째로는 1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셨던 도수영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입니다.
택시기사를 하시는 아버지의 바램대로 교대 졸업 후 초등교사가 된 사촌 형처럼 교대에 진학하려고 했으나 2점차로 떨어졌고 사범대라도 들어가라는 말에 사범대 대신 인문학부에 들어가 짧은 연애를 하고 학점을 그럭저럭 취득하고 졸업 후 소설가가 되기 위해 편의점아르바이트를 하며 소설을 쓰던 현수는 어머니가 당뇨합병증으로 쓰러져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옮겨져 화장실에 묶여서 방치된 어머니가 애지중지 키우던 개 ‘똘이‘를 무작정 자신의 반지하 원룸으로 데리고 오지만 편의점이 폐업하여 졸지에 백수신세가 되고 늘어나는 사료값과 아무데나 배변을 하는 등 통제가 불가능하여 소설 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던 상황에서 집(고급진 H아파트) 밖으로 나간 햄스터를 찾는 다는 글을 보게 되고 햄스터(해몽이)를 찾는 혜원을 만나게 되어 개가 등장하는 소설 대신 햄스터가 등장하여 집 밖으로 탈출하는 내용의 소설을 구상하며 쓰기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인데 작품해설과 작가의 말을 포함한 전체 페이지 수가 190쪽도 안 되는 ‘작고 귀여운‘ 분량이지만 ‘작고 귀여워‘서 키우게 되었지만 점점 커지면서 흥미를 잃고 실증을 내며 주변인에게 떠밀려지는 햄스터를 포함한 작고 귀여운 동물들의 현실과 작고, 귀엽지(?)만
통제가 가능하지 않는 아이들로 인해 여러모로 곤경에 처하는 선생님들의 안타까운 상황이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 해몽이의 케이지에 뿌려놓은 해바라기씨처럼 곳곳에 뿌려져 있어서 많은 생각이 들었던 소설이었고 어릴 때 잠시나마 아버지의 권유로 키웠던 작고 귀여웠으나 오래 살지 못하였던 병아리들과 집 밖으로 나올리가 없어서 나름 오래 살았지만 결국 아버지 손에 죽게 된 금붕어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도수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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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
이동욱 지음 / 민음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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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소설집「여우의 빛」으로 만나본 적있는 시인이시기도 한 이동욱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핸들」이 출간되었고 출간된지 약 2달이 지나갈 때쯤에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조그마한 인쇄광고회사에 다니다가 회사가 파산하여 실업자가 되었고 사랑하는 아내가 병원에 입원하여 두 번의 수술과 퇴원을 하자 자신의 첫 차(미스틱이라고 이름까지 지었던) 쉐보레 2009년형 라세티를 처분까지 하였던 인물이 대리가사 일을 하기 시작한 지도 1년차에 접어들며 서울에서 한강을 건너 성남으로 판교등 여러 지역으로 손님들의 차를 대신 안전하게 운전하며 그 속에서 만난 손님들의 사연과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는 자신의 사연 그리고 지나왔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시처럼 소설 속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순식간에 읽어나갔습니다.
사실 저는 운전면허를 따려고 20살때 필기족보책을 구매하고 일주일간 공부하여 필기시험 때 70점으로 간신히 통과한 후 기능, 도로주행 시험을 제 때 보지 않아 결국 기간이 만료된 채로 아직까지 취득하려고 하지 않았는 데 만약 이 소설 속의 대리기사이자 한 아내의 남편인 인물에게 연수를 부탁한다면 잘 가르쳐주실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실제 인물이라면 보수를 드리며 가르쳐달라고 부탁하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전에 필기는 다시 따야겠지만.
그리고 초반에 대리운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데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 데 음주단속(음주측정기가 도입)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1981년부터라고 하니 1981년 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사람들이 어떻게 연락하며 기사님들이 대리운전을 하셨을 지 궁금(검색해보니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전에는 유흥업소에서 했었고 무전기를 갖고 연락해 운영했다고 하네요.)했고 우리나라에도 팁이라는 문화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데 그 팁이 To Insure Promptitude의 약자였다는 것도 이 소설을 알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대리운전을 하며 손님의 차를 대신 운전하며 서울과 근거리인 지역들을 운전하는 인물과 같은 차에 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서울과 수도권지역들의 야경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대리운전기사라는 직업군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이동욱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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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지오 아사이
남현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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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는 남현정작가님의 첫 소설집「아다지오 아사이 Adagio Assai」를 읽고 어떻게 글로 표현을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만, 글을 남기자면 외삼촌을 만나기 위해 부용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부용역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여 프런트의 여직원이 객실 키를 줘 객실에 머무르다 자신을 찾는 전화를 받고 잠시 누워있다 로비로 나오니 전화를 건 여직원이 아닌 남직원이 있었고 자신을 찾는 사람을 묻자 잘 모르겠다고 그리고 자신은 하루 종일 프런트에 있었다고 말하는 (부용에서)가 가장 수월하게 읽은 것 같았고 ‘라쉘히 트히슽!‘이라 여러 번 외치며 목줄에 묶여 네 발로 기어가는 개가 되어가는 (그때 나는), 이탈리아의 지명인 ‘나폴리‘인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내 곁에 불현듯 나타나 내 모든 것을 앗아가는 존재의 이름인 (나폴리), 거티를 사랑하지만 어느 순간 떠났고 결국엔 다시 돌아와 거티를 사랑하는 (하나가 아닌), 경뫼라고 이름을 짓던 생명이 결국 죽음을 맞이하여 143그램의 작은 알갱이가 되었지만 벨라콰를 사랑하며 마침내 갈산에 도착하는 이자의 이야기인 (경뫼), 불태워져 폐기될 A인 악스의 최후를 원하지 않아 아니가 불태우는 대신 알뜨르의 땅에 묻으며 ‘우주 모든 곳에 아직 남아 있는 태초의 빛과 같이 잉태되어 사라진 적 없는 세상 모든 것(242쪽)‘을 전해줄 (누구나 똑같은 마음을 가졌던)과 아나스타시스에서 벗어나 레제의 거리를 거닐 로부르와 로부르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샌디와 그들 곁에 언제나 있을 자곤의 행복을 빌어주고 싶은 표제작 (아디지오 아사이)와 앞서 읽은 전석순작가님의「빛들의 환대」와 달리 마침표가 없어 흘러나오는 눈물같기도 하고 구불거리는 내장같기도 한 오솔길이 무한하게 펼쳐지는 (없는)까지 소설집에 실린 단편과 시체안치실의 시트를 들여다보기 싫지만 들여다볼 수 밖에 없는 양순모문학평론가님의 해설을 읽고 나서 책 날개가 없이 출간된 「아다지오 아사이 Adagio Assai」에 흐르는 우울하지만 사랑이 넘쳐흐르는 선율에 몸을 맏기며 (태어난 사람은 결국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기에) 죽음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흘러가는 시간을 불가능할 것이 분명할지라도 목도하고 싶습니다.
남현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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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니어도
서수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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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호주에 거주하시는 서수진작가님의 「엄마가 아니어도」를 읽었습니다.
이전에 읽은 강영숙작가님의 「분지의 두 여자」, 정지돈작가님의 「브레이브 뉴 휴먼」을 통해 대리모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였고 아이를 임신하여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만 않다는 것을 김하율작가님의 「어쩌다 노산」을 읽으며 어렴풋이 나마 인지하게 되었는 데 「엄마가 아니어도」에서는 난임을 겪고 있던 인우가 결국 자궁까지 적출하게 되었고 자신만의 아이를 가지고 싶은 열망에 ‘대리모‘를 알아보게 되었고 태국에 있는 차논이 자신의 대리모에 적합하여 계약을 하여 여러번 시도 끝에 임신에 성공하였지만 태국의 국가적인 문제와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를 출산하였지만 장애아들만 빼고 딸만 데리고 갔으며 알고보니 성범죄이력이 있던 의뢰인의 과거가 드러나 상업적인 대리모는 불법으로 금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리모 전담 클리닉과 의사 그리고 대리모들이 잠적을 하게 되고 차논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인우는 결국 태국까지 가게 되는 이야기인데 사실 이러한 경험을 해보지 않았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기에 어떻다라고 말하기가 어렵지만 읽은 후 어떻게보면 이름이 같은 존과 요한이나 딸 서아를 너무 사랑하는 해성, 태국의 대리모와 의뢰인간의 통역을 해주는 말리와 그의 조카 벌리까지 여러 인물들의 사연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고 있어 그들이 마치 제 주변에 있을 인물들이고 정말 간절한 마음이기에 할 수 있었을 모든 것들을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서수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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