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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R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평점 :
2014년 「천사는 여기 머문다」(저는 이전에 나온 작품들 중에 읽어 본 건 「풀밭 위의 식사」가 전부인데 너무 오래되어 읽었는 지 조차 기억나지 않아 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겠죠. 이 소설집 또한 일부만 읽었던 기억이 나고 그 이후에 「해변빌라」와 「이마를 비추는, 발목을 물들이는」, 「이중 연인」을 통해 전경린작가님의 작품들을 만나봤습니다.) 이후로 8년만에 다섯번째 소설집을 내신 전경린작가님의 신작 소설집의 제목은 「굿바이 R」입니다.
이 소설집에서는 2022년 계간 「문학동네」봄호에 발표하신 표제작이자 중편 (굿바이 R)을 포함하여 총 7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데 대부분의 단편들에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이국이나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 여행지의 관광명소를 둘러보고 맛있는 요리를 맛보며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같은 목적으로 온 여행객과 그 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제가 직접 그 곳으로 여행을 온 여행자가 되는 듯한 착각을 하며 덤으로 그들 각자의 내밀한 사연들 또한 들을 수 있어서 잔상에 남을 것 같습니다.
딸 구호를 보러 서울에 온 순례가 과거에 집중적으로 만났던 현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거나(승객), 읽었지만 잘 가늠이 되지 않아 약간의 혼란을 줬던 친구 사이인 선주와 소양, 선혜 그리고 윤재(붓꽃), 전연인이었던 인우를 만나 데이트를 하고 집에서는 고체도 기체도 액체도 아닌 얌얌얌얌, 양양양양하고 소리를 내는 식탐이 많은 기묘한 존재와 불편하지만 같이 생활하는 소연(합), 유리를 만나기 위해 마카오에 가서 각자의 사람에게 줄 선물을 구매하는 선경과 아들 오윤(막연한 각오), 일본의 지명인 줄 알았으나 전혀 아니었던 곳에서 갑작스럽게 우연히 만나 여행을 함께 하는 외영과 기후(사구미 해변), 읽으면서 솔직히 조금은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 지명을 막연하게 입밖으로 꺼내보고 싶은 사촌 오빠인 사장의 부탁으로 선글라스를 낀 하얀피부의 남자를 만나는 이대리(파푸아뉴기니 행성), 자신이 쓴 소설에 등장하는 R로 인해 당혹감과 고통을 느낀 와중에 U에서 만난 누군가를 찾기 위해 이 곳에 온 호연과 능글맞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뇨만과 지속적인 추파를 던지던 크틋, 그리고 란이지만 난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혜란(굿바이 R)까지......
이 소설집에서 만난 인물들을 전경린작가님의 소설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저는 꼭 여행지에서만이 아니라 우연히 일상에서도 지나가다 볼 수 있을 것 같고 이미 한 번 스쳐갔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뒤돌아보고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책 표지그림으로 채택된 신제이작가님의 「영혼의 기억」속의 여인의 모습이 이제는 작품으로만 만나볼 수 밖에 없는 제가 알고 있는 작가님을 떠올리게 해서 동일한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전경린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