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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율 연습
김유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평점 :
주간 문학동네에 [미래와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하셨던 김유진작가님의 두번째 장편소설 [평균율 연습]을 읽었습니다.
영세한 출판사에서 주로 번역서를 편집하는 수민이 수찬의 요구로 이혼을 하는 상황에서 불안한 출판업계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다소 막차이지만 배워두면 나쁘지 않을 전망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피아노 조율을 배우게 되는 데 내용은 다르지만 피아노 조율에 대한 단편을 쓰셨던 것이 생각나 제가 예전에 쓴 글을 찾아보니 2018년 세번째 소설집 [보이지 않는 정원]에 실린 (음의 속성)이라는 단편을 읽고 1년에 한 번 시행하는 피아노 조율 기능사 자격증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보였고 정확히는 한 번씩 도보로 퇴근하면서 지금은 카페로 바뀐 피아노수리, 판매점을 지나치면서 자격증을 취득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리뷰를 쓰고 난 후로 곧바로 자연스레 잊어갔지만.
확실히 단편 (음의 속성)보다는 장편소설 [평균율 연습]이 구체적인 피아노 조율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갔지만, 단순히 피아노 조율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여겨지는 데 초반에 수민이 프랑스 유학을 하던 중 수찬과 데이트를 했었으나 지지부진하여 친구로 남았다는 내용을 읽으며 어떻게 둘이 결혼을 하게 되고 이혼까지 하게 되는 지 결혼을 해보지 않(못하는)은 저로서는 의아하게 느껴졌지만 수민의 엄마인 임정희씨가 수민의 아빠이자 전남편이었던 양정수와 결혼을 하게 되는 이유와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 그리고 승려로 출가를 하기 위해선 이혼을 해야한다던 수찬이 이혼하려고 하는 이유등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알겠더군요.
뒷표지의 음에서 크게 이탈한 현은 변화가 크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저항도 크기에 단번에 조율이 되지 않고 어르고 달래듯이 천천히 고쳐나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글을 읽으면서 ‘세상은 개인의 실패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굴러간다는 자명한 사실.(35쪽)‘이라는 것을 저도 알지만 우리 대부분의 인생 또한 이처럼 시간이 필요하며 폭설로 길이 막히고 수도가 어는 등 미래가 다소 비관적일지언정 눈은 곧 그칠 것이고 그렇게 쌓였던 눈이 녹은 그자리에 삽을 들고 쌓인 눈을 치우며 위기(실패)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유진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