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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시인 ㅣ 문학동네 시인선 74
함명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평점 :
문학동네시인선 74번째.
함명춘 시인의 [무명시인]을 한 번 훑어봤는 데
표제작인 「무명시인」이나 연작시인 「구화학교 1,2,3」과「산중여관 1,2,3」도 있었는 데 처음에 나온 시인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요.
작가 최인호가 말했다./˝명춘아, 너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뭔 줄 아니?˝
내가 말했다./˝음, 사랑이요 아니 믿음이요.˝
작가 최인호가 말했다./˝아니다 죽는 거다.˝
시집에 실려있는 시보다 처음 책날개와 맨처음 실린 시인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라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했는 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을 해내버린(?) 최인호작가님이 생각이 나서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읽어봤는 데 너무 좋았어요.
그래도 훑어 본 시들 중에 기억에 남는 시가 있는 데
바로 「벽시계」라는 시입니다. 이시에서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소년이 방에 걸린 벽시계를 날마다 닦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생계로 인해 도시로 이사를 가 벽시계를 두고 오는데요. 한 달 한 번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났습니다•••누구나 태어나 죽는다는 걸 알게 된 어른이 된 소년이 벽시계와 약속한 게 생각 나 고향집에 가니 벽시계가 떡하니 걸려있고 아직도 맥박처럼 초침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벽시계가 반갑기도 약속을 잊지 않고 늘 그자리에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벽시계가 기특해서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가 잠이 들었고 깨어나니 아무 것도 없는 들판이었으며 이곳에서 한 달에 한 번,/그것도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시계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사라지곤 했다고 마을 사람이 말하는 게 소년은 어른이 되었으며 한 달 한 번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찾아오겠다는 약속을 잊고 살았고 비록 옛 고향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벽시계는 약속을 잊지 않고 한 달 한 번 마지막 주 일요일. 약속했던 그 자리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솔직히 시집은 너무 은유적이고 함축된 시어들이 많아 잘 안읽는 데 이렇게 한번씩 읽다 맘에 드는 시한편을 한글자씩 정성스럽게 써보니까 한번 더 보게 되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