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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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이광재작가님의 「나라 없는 나라」를 읽었던 벌써 작년이었군요.
1년이 지나 이제 6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박주영작가님의 「고요한 밤의 눈」은 스파이가 나오는 스파이소설이지만 그렇다고 꼭 스파이에 국한되지 않고 현실의 모습과 너무 빼닮아 읽는 내내 경악을 금치못하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가 혼불문학상 수상작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역사와 관련 깊은 이야기들인 데 반해 이번에 읽은 「고요한 밤의 눈」이 이전의 수상작과는 다른 장르를 띄고 있는 것 같아 조금 더 손쉽게 읽어졌었고
박주영작가님의 작품을 예전에 장편소설「종이달」과 소설집 「실연의 역사」로 접해봤기 때문에 더 쉽게 읽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무 살 이후의 기억이 사라져버린 35살의 X, X의 대학 동창이자 직업이 여러가지지만 X에겐 다큐멘터리 작가 겸 감독인 스파이 Y, Y가 몸담고 있는 스파이 보스인 B, X를 상담해주는 정신과의사의 쌍둥이 동생이자 의사인 언니가 감쪽같이 사라져 언니가 남겨놓은 표식을 찾으며 X를 상담해주는 D, 그리고 X의 친구이자 Y가 잠시 감시했던 잊혀져가는 소설가 Z. 이 다섯명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 현실과 너무 빼닮아서 이 것이 스파이에 관한 소설인지 스파이가 등장하지만 지금 이 사회에도 가면을 쓰며 진실을 은폐, 조작하고 거짓이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아군인지 아군인 척하는 스파이인지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그리고 「실연의 역사」이후 한동안 뜸하셨는 데, 극심한 슬럼프를 겪으신 동안 수많은 죽음들이 있었는 데 그 죽음들을 기억하고 살아가기 위해 이 소설을 쓰셨으며 지금도 계속되는 현실을 이 소설에 반영하였다고 작가의 말을 쓰셨는 데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저는 비록 소설가도 아니고 글을 쓰는 일도 하지 않지만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할 수도 있지만 후회만 하며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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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번의 파르티타
이은희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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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세계일보 신춘문예에서 (선긋기)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1교시 언어이해)가 당선이 되어 신춘문예 2관왕을 차지하신 이은희작가님의 첫 소설집
「1004번의 파르티타」가 1년만에 출간이 되었습니다.
바흐의 파르티타 D단조 (BWV 1004)의 동명제목이기도 한 (1004번의 파르티타) 단편을 읽었을 때에는 음악에 관심이 없던 제게 왜 이러한 제목이 나올 수가 있을까 의문이 생겼어요. 표지에 그려진 바이올린이 나오긴 했으나 10만원짜리에서 천만원짜리 바이올린으로 연주했을 때 일반인보단 잘하는 건지는 모르나 전공으로 삼기에는 너무 실력이 턱없는 수준이라는 소리를 듣고 바로 바이올린연주하는 것을 포기하고 구석에 쳐박아두었으며 연주의 보증금을 주기 위해 바이올린을 팔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데 혹시 바흐의 파르티타 D단조 (BWV 1004)를 들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 까 싶습니다. 생각해보니 학교에 햄스터를 키우기위해 가지고 갔다 동급생에게 죽임을 당하자 그 동급생을 혼내줬던 진태를 너무 믿어서 돈도 빌려주고 자신이 아끼던 헤드폰을 진태가 가져갔음에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등 진태에게 이용만 당하는 한강의 다리가 무너진 날, 아버지도 없이 홀로 산부인과에서 엄마가 낳은 아들이 연주가 말도 없이 사라지고 엄마도 스스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리고 어머니를 닮은 그를 아버지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믿었던 진태마저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던 것에 이제 자신에게 남은 건 다리가 온전치 못한 안락사당할뻔한 강아지 유키 뿐이라는 것에 유키또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아 곧 혼자가 될 그가 왠지 저를 보는 것 같아 쓸쓸해지네요.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또한 그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픕니다. 세입주의 텃세를 제대로 받고 있는 (선긋기)의 여고생과 가족들, 왕고 언니와 매니저에게 구박받고 무시당하는 혜수와 다섯살 난 아이가 있는 선정 언니, 그리고 머리 쓰다듬기를 좋아하는 워킹홀리데이를 호주에서 하게 될 오빠(오빠), 블로거에게 돈을 주고 케잌을 홍보하여 유명해진 푸른 문이 있는 디저트카페에서 레드 언니와 노신사에게 시달린 아르바이트생(푸른 문을 열면), 회사에서 취직하였으나 상사에게, 또는 동료에게 무시당하고 이용당하기만 하는 힘없는 을의 위치인 2명의 이우리(1교시 언어이해), (꿈꾸는 리더의 성공지침)들(1교시 언어이해는 지문을 보고 푸는 문제형식, 꿈꾸는 리더의 성공지침은 성공지침과 함께 사례들을 제시하여 읽는 재미가 있었지만, 지금 회사생활하시는 을의 입장인 분들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 마트에서 일하는 혜수나 디저트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진상고객을 응대하는 아르바이트생처럼 서비스직에 종사하시는 인물들에게도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도, 짧게 나마 여럿이 모여서 일을 하는 공간에서 근무해봤고 지금은 손님을 응대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남일 같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새로 망하는 독서실로 생각 될 수도 있는 새소망독서실에서 불확실하고 기약없는 성공적인 미래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취업준비생(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까지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거나 모르는 험난하고 어두운 현실에 `생존` 하는 인물 하나하나가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만약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다리의 신이 아니라 누군가가 묻는 다면, 저도 이렇게 되레 물을 것 같아요.
제겐 망가진 추억밖엔 없지만 아직도 사랑하고픈 마음이 남아 있는 데, 혹시 그 것으로도 괜찮습니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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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리를 먹는 오후
김봄 지음 / 민음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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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았을 때 너무 좋았었고 왠지 아름다운 이야기로만 기득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만,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을 하나씩 읽어보니 전혀 아름답지가 않았습니다. 달콤하거나 아삭하지가 않고 너무 비릿한 맛이었어요.
「아오리를 먹는 오후」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젋다 못해 너무 어린 아이들이 폭력과 비윤리적인 삶에 노출되어 있는 데, 부모들이 아이들을 책임지지 않고 방관하는 모습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무정)에서는 부모가 이혼하고 만화작가인 고모집에서 얹혀사는 아이, 아버지는 매달 돈을 보내주는 것만으로 부모의 의무를 다하며 성정체성에 눈을 뜨게 되고
제목이 왜 (림보)인지는 잘 모르겠던 이 단편에서는 지하실에 세를 내준 부부와 부부의 집안을 마음대로 다니며 괴이한 노래를 부르는 아이와 빨래를 널고 일하러 나간 여자가 (문틈)에서는 방문을 잠그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던 소년이 편의점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 순정이를 임신시키고 (절대온도)에서는 가출청소년들이 한집에서 남녀구분없이 동거하는 등 보호자라는 존재자체가 없거나 있다고한들 없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온갖 범죄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맨홀)은 엄마가 딸이 낳은 아이로 환생하여 살아가는 이야기이며 (오! 해피)는 설비업자에게 사기를 당하고 아이처럼 소변을 지리는 엄마와 한번 결혼을 하였으나 기면증으로 인해 다시 엄마의 곁으로 돌아온 딸이 돈도 집도 없어지고 아들같던 강아지 해피마저 죽어버려 오도가도 못한 신세가 되어 딸이 잠시 일했던 모델하우스에서 잠을 청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이 소설집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던 단편이 표제작 (아오리를 먹는 오후)와 등단작 (내 이름은 나나) 두 편인 데, 역시 이 소설집에 등장하는 아이가 나오는 데 둘다 여고생으로 추정됩니다. (내 이름은 나나)에서는 오토바이로 묘기를 부리며 도시의 도로를 마치 자기 집 안방마냥 휘젓고 다니는 이른 바 폭주족, 그 폭주족에서 독보적인 존재인 겁없는 수완과 그 옆에 수완의 허리를 꽉 붙잡고 함께 달리는 역시 겁없는 진짜이름이 아닌 나나가 통제가 어려운 세상을 절제하지 못한 채 달려가고 있으며, (아오리를 먹는 오후)에서는 첫 생리를 하던 순간에서도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여고생이 엄마와 만나던 삼촌과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던 중 삼촌에 의해 목소리조차 지를 수 없게 되어버린 채 자신을 찾으러 올 엄마를 포함한 사람들을 내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두 편의 단편이 제게 가장 큰 인상을 주었습니다. 저도 한 때는 아이였을 시절이 있었는 데 물론 여기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나쁜 길로 빠지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제가 아이였을 시절에 그냥 너무 의미없이 보낸 것 같아 후회가 조금씩 밀려오네요. 그 게 나쁜 일이던 좋은 일이던 간에 뭐라도 기억에 남는 것을 했어야 했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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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16-10-22 0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훼이크네요-:-)

물고구마 2016-10-22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보니 제목이 주는 느낌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았어요. 「아오리를 먹는 오후」라는 표현이 여고생의 시점보단 여고생이 목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게 만든 삼촌의 시점에서 보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새파란 아오리(사과품종)를 씨방까지 먹는 삼촌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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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수작가님의「뜨거운 피」처럼 `수컷`의 냄새가 가득한 천명관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인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의 공통점은 양지보단 음지에서 거리한복판에서도 볼 수 있지만 주로 뒷골목에서 활동하는 이른바 건달들의 배신과 음모가 가득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른 점은 전자는 `수컷`의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는 제1의 항구도시인 부산에 활동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건달들이라면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건달이긴 한데 살짝 어딘가 모자란 듯한 건달들이 사고를 치고 다니고 뒤늦게 성정체성을 찾게 되는 가하면 어이없게 벌어진 일 때문에 칼부림과 주먹다짐을 크게 하는 모습들이 무섭다기보다 오히려 유머스럽게 그려져 웃으면서 읽었습니다. 마치 코미디영화에 액션이 살짝 가미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사실 목숨과 자존심,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건달의 명예를 걸고 치열하게 칼부림과 주먹다짐을 하며 피를 부르는 전쟁이 끝난 뒤의 결말이 조금 황당하면서도 허무하긴 했지만 그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마워요, 천명관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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믜리도 괴리도 업시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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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앞에 읽었던 「첫사랑」이 폭력으로 얼룩져있다면 신작인 「믜리도 괴리도 업시」는 속이고 그 속임에 당하는 인물들이 태반이었습니다.
(블랙박스)에서는 이름이 같은 소설가와 블랙박스를 판매하던 남자가 형, 동생하며 친해지는 데 소설가의 이름으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하다 재미를 느껴 장편소설을 쓰려고 하지만 소설가는 반대를 하고
(먼지의 시간)은 아예 대놓고 사기꾼의 냄새를 풍깁니다. 병원에서 치료불가능한 병을 M의 고안하낸 자연요법으로 다 낫는다는 소식을 듣고 신호도 잡히지 않는 산 깊은 곳까지 가서 M을 만나는 데 그야말로 허풍과 과장투성이어서 같이 갔던 I와 Q는 M의 이러한 행태에 비난하지만 정작 M을 신뢰하지 않던 `나`가 M을 이해하게 된다는 이야기더군요.
(매달리다)에서는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고 고문을 당하며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자신의 삶 또한 처참하게 망가진 남자가 그토록 보고 싶던 아들을 만났으나 자신과 인연을 끊는다는 각서를 썼고 (골짜기의 백합)은 계주가 곗돈을 들고 사라지고 외딴 섬에 팔려가는 등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가 등장합니다.
(사냥꾼의 지도)는 별볼일없던 자신의 첫 희곡이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에 원작과 조금씩 달라진 연극으로 참여하게 되어 아비뇽에 가게 된 작가가 자전거로 프랑스 아비뇽 여기저기를 다니게 되는 데 프랑스어를 할 줄 몰라 Google의 지도만 믿고 다니다 큰 낭패를 겪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나는 너다)는 지금 서로를 믿지 못하고 속고 속이는 세상에 그 것도 헬조선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한국에 살아가는 특정인물로 설정되었으나 결코 특정인물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담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단편을 읽을 때, 소리내어 읽어봤는데 전 아무래도 아나운서가 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표제작인 (믜리도 괴리도 업시)는 앞전에 읽었던 「첫사랑」보다 더 진한 남자들의 사랑을 담고 있는 데 처음 벌거벗은 채 술에 취해 나뒹굴었던 대학생시절부터였겠지만 그 땐 술이 깨고 창피한 마음에 그냥 도망치다시피 했으나 나이가 들어 만나게 된 친구의 낯설고 충격적인 고백에 놀라하면서도 점점 미묘해지는 뭐, 그런 이야기인데요.
해설을 읽어봤을 때 딱히 떠올리는 것이 없었고 제 주관적인 느낌으로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을 봤을 때 서로를 속고 또 속이고 믿었으나 혹은 잘 몰랐으나 알게된 사실에 대해 당혹스럽거나 곤경에 빠지고 억울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인물들의 모습이 마치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하지 않은 (몰두)의 무언가에 `미쳐있는`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무엇에 `몰두`한 것이 있는 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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