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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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던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과 1997년에 강 출판사에서 처음 처음 출간하였다가 2004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개정판이 나왔던 「재미나는 인생」을 한 곳에 엮어 이번에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으로 문학동네에서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짧은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어 가볍게 읽을 수 있었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박장대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읽는 내내 피식거렸던 것 같아요.
제목에 모티브가 된 (보이지 않는 손)과 계속 ‘야닮‘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웃음을 참지 못한 9번의 (번호), 계속 떠들어대는 남자의 귀를 물어버린 (말과 말귀), 계속 반말하는 선배에게 후배가 계속 지적하자 후배의 뺨을 때리며 폭발하는 (미안하다고 했다), 장국영과 이름이 같은 이에게 술을 주지 않으려 했다 주지 않을 수 없었던 (우리 동네 가수)등 에피소드마다 가볍고 때로는 깊게 생각해보게 되어 흥미로운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님의 이번 소설에서는 (시베리아에서 곰 잡던 시절)을 포함하여 시베리아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개정판에 실리지 못한 짧은 소설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호 : 1.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읽을 때는 미소가 지어졌는 데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을 읽을 때는 피식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은 박장대소할지도...?

불호 : 1.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와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의 끝에는 표지의 그림이 인쇄되어 있으나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에는 표지그림이 끝에 없군요.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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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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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고등학교 2학년 재학당시에 강 출판사에서 개정판이 출간(1994년 겨울에 민음사에서 먼저 나왔다는 사실을 방금 검색하면서 알았습니다.)된 성석제작가님의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도서관에서 빌려서 다 읽어보지는 못했던 기억이 났었는 데 딱 10년 후에 문학동네에서 새롭게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저는 성석제작가님이 소설, 산문을 주로 많이 쓰신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시를 쓰셨고 시집을 아주 먼 예전에 출간하셨다는 것 (민음사에서 91년「낯선 길에 묻다」, 97년「검은 암소의 천국」을 내셨는 데 2권 다 품절이네요.)과 시인으로 먼저 등단하셨다는 것은 몰랐던 사실이어서 놀랍기도 하는 데 「그 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는 성석제작가님의 첫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에는 제목의 모티브가 된 (수집가)를 포함하여 꼭 따라해봐야 할 것 같은 (웃음소리)와 절대로 따라해서는 안되는 (비명),
사람보다 자전거가 우선이며 자전거가 많은 (자전거 나라 연작), 축지법을 쓴다고 알려지는 내공깊은 스님이 사시는 (절 연작)등 60여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있는 데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렇게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책은 읽을 때에는 가볍게 읽었는 데 막상 그 것을 리뷰로 적으려고 하니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1990년대 초반의 분위기와 2000년대 후반 고등학교 재학시절의 분위기를 2017년 여름에 책 한권으로 동시에 느껴서 매우 좋았던 것 같습니다.

호 : 1. 1990년대 초반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성석제작가님만의 특유의 유머가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불호 : 1. 짧은 이야기들로만 담겨있는 소설의 특성상 읽고 난 다음의 감상을 표현하기가 힘드네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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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잇다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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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과 그 것들을 외면하는 대기업과 정부의 이야기인 소재원작가님의 「균」을 여름에 읽었는 데 올해 여름에는 치매에 걸려 급속도로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퇴직을 하게 된 아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 「기억을 잇다」를 어제 오후 침대 위에 엎드린 그 자리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치매‘라는 진단을 받게 된 아버지 서수철, 아들 서민수와 그 처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게 집과 땅을 팔고 그 돈을 서민수에게 보내주고 요양원을 가기 전에 민수와 함께 갔던 추억이 깃든 곳에 홀로 여행을 떠나고 회사에 끝까지 버텨보려다 그만두게 된 아들 서민수도 당분간 집에 가지 않고 떠돌게 되는 데 포장마차에서 우동과 함께 술을 마시던 도중 열 다섯도 안된 나이에 노숙생활을 하는 아이를 만나게 되고 같이 동행하게 되는 데요.
읽으면서 제 모습이 떠올라 울컥했습니다. 저는 서수철의 아들 서민수의 군대 간 아들과 비슷한 나이대이겠지요. 어릴 때는 아버지가 언제 오실까 잠도 안자고 기다리고 또 안 오실까봐 아버지가 일하시던 사무실에 1시간을 걸어 갔었는 데 제가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니 아버지에게 대들고 말다툼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갑갑한 집에서 벗어나 혼자 살게 되었는 데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왔는 지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고 같은 지역에 살면서 차마 찾아가서 용서를 빌기엔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아 너무 후회하고 있습니다.
더 늦어지면 못 볼지도 모르는 데 아니면 이미 늦었을 까봐 겁이 납니다. 그렇다고 찾아가기엔 그럴 만한 용기가 없어서 엄두도 안 나네요.
쓸데없이 다른 곳으로 새어버렸네요. 사실, 2008년부터 꾸준하게 한 작품씩 쓰셨고 발표한 작품들이 영화로 개봉되어 큰 흥행이 되거나 앞으로 영화로 제작될 예정인 것으로 아는 데 저는 뭐랄까 너무 순수문학과는 거리가 먼 상업적인 글을 쓰는 작가라는 그런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억을 잇다」를 읽으며 제 기억 속에 외면하고 싶었고, 잊고 싶었던 기억을 이어주는 계기가 되었고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서민수와 함께 동행했던 아이처럼 나의 아버지이며 내가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먼저 찾아가게 되지 않을 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야기가 새삼스럽게 제 마음 속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호 : 1. 「소원」, 「터널」, 「균」등으로 우리의 마음을 적신 소재원작가님의 신작 「기억을 잇다」 또한 마음을 강하게 때리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불호 : 1. 너무 신파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읽게 되면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되고 슬플 것이라는 것도 분명히 알지만 알고도 슬플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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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한 사랑의 해석 - 이응준 연작소설집
이응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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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내 연애의 모든 것」, 2013년 첫 연작소설집 「밤의 첼로」를 읽었는 데 2017년 여름에 이응준작가님의 두 번째 연작소설집인 「소년을 위한 사랑의 해석」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첫번째로 실린 (북극인 김철)부터 강렬한 인상을 주는 데요. 자살을 하기 위해 한강철교로 가던 아내와 내연남, 그리고 사업동업자를 무참히 살해하고 경찰에 수배 중인 김철이 다른 사람이 한강철교 아래로 뛰어든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뛰어들어 그 사람을 구하며 자신은 유유히 사라지는 데 한편 자살을 하려고 한강 철교에서 뛰어내렸던(그들은 저 북극부엉이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의 은상길이 김철의 도움으로 살아나게 되며 또한 이러한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어 온라인에 널리 퍼뜨리고 (소년은 어떻게 미로가 되는가)의 외삼촌이 아파트 25층에서 빨래를 널다 떨어져 자살하고 표제작 (소년을 위한 사랑의 해석)에서는 승영이 같이 잠을 자고 지내던 조근상의 가방에서 발견된 파라티온이라는 약물로 자살을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으며 (북쪽 침상에 눕다)의 남승건은 소정의 전남편인 박규성에게서 자살하겠다는 전화를 매번 받고 있으며 (그림자를 위해 기도하라)의 정이섭은 안희언이 자살했다고 황두성에게 들었으며 (북극인 김철)의 김철이 (그들은 저 북극부엉이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의 은상길을 구해내는 사실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전갈의 전문)에서는 같이 일을 하던 사람이 죄책감으로 인해 음독자살했다는 내용이 나오고 (떠나는 그 순간부터 기억되는 일)의 리신적은 탈북 후 자살을 세 번씩이나 시도를 하였지만 실패하였고 (옛사람)에서는 가수 김광석이 자살했다는 사실이 언급되기도 하는 등 연작소설집 「소년을 위한 사랑의 해석」에 실린 9편의 단편들 모두 자살이라는 무거운 단어가 들어가있더군요.
그래도 읽어보면서 마음 한 구석이 편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연작소설집인 만큼 단편들의 연관성을 생각하느라 조금 복잡하기도 했지만 의미있는 소설이라는 것은 명확하게 다가왔습니다.

호 : 1. 「밤의 첼로」에 이어 두 번째 연작소설집인 「소년을 위한 사랑의 해석」의 표지가 너무나도 귀엽고 제목또한 뭔가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선택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불호 : 1. 제목과 표지(읽어보시면 표지는 연관이 되긴 합니다.)와 다른 느낌이 드는 ‘자살‘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가 9편 모두에 실려있어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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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증명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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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봤던 도진기작가님의 첫 소설집 「악마의 증명」을 읽어보게 되었는 데 이전에 쓰셨던 추리, 환상 소설들의 특징들이 대체적으로 가독성이 좋고 흥미진진한 소재들로 소설이 이루어져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데 표제작 (악마의 증명)을 포함한 8편 모두가 흥미로운 살인사건의 범인이나 숨겨진 진상을 찾고 미궁 속으로 빠질 것이 분명하던 사건들을 주인공들이 어떻게든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악마의 증명)에서 분명히 부대찌개집 여사장을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CCTV나 정황 모두가 얘기해주고 있으나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여 원점으로 뒤집혀지고 그 것을 또 다시 뒤집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검사 연정의 활약이 돋보였고 그런 연정이 검사직에서 물러나 변호사로 새롭게 시작하는 데 사고로 남편을 잃은 외과의사인 아내가 큰 딸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서 죽었으나 아내의 손목을 메스로 그은 자국이 있어 자살로 판정되어 보험금지급을 거절당한 사건의 의뢰를 또 슬프지만 멋지게 해결하는 (악마의 증명)과 연작형식의 (선택) 도 좋았고 남편을 한번에 목졸라 죽인 자신을 연모하던 남자가 자신에게 다가오려고 하자 칼로 찔러 죽게 한 여주인의 정당방위를 입증하려는 변호사와 그런 변호사와 여주인을 지긋이 지켜보던 작가님 어머니의 실명을 빌린 (구석의 노인), 동명이인이며 심지어 직업도 같은 기자 윤주현이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을 피해자의 아내인 소설가 지원이 추리를 하는 추악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미발표작 (킬러퀸의 킬러), 오랫동안 친한 친구와 좋아하고 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친구의 애인이 참혹하게 살해된 밀실의 현장에 분명히 있었고 정황상 범인이 유력하여 사형이 확정된 수감자에게서 그 당시의 상황을 편지로 받게 된 판사가 등장하는 정말이지 엽기적인 (죽음이 갈라놓을 때)와 환상성이 짙어 한 계간지에서 거절당한 터널을 지나게 되면 30여년전의 그 날로 되돌아가버려 그 인생을 자신이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한 채 무한 반복되는 남자의 사연을 담은 (시간의 뫼비우스)를 읽을 때 저는 뭐랄까 최근에 「7번째 내가 죽던 날」, 「하루」를 봐서 그런지 너무 익숙하게 느껴져서 잘 안 읽힌 단편이었어요. (물론 앞서 언급된 영화와 달리 이 단편에서는 반복되는 자신의 인생에 어떠한 행동도 영향도 주지 못하고 맥없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지요.)
그리고 아주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환각을 소재한 (정글의 꿈)과 오컬트적인 요소가 가득한 (외딴집에서)까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소설집이었습니다.
사실, 최근에 검사직에서 내려와 변호사를 하시며 소설을 쓰기가 힘드실만도 할텐 데 많은 작품들을 쓰셨지만 아무래도 장르소설의 색체가 강하다 보니 피하게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많은 작품으로 만나보고 싶습니다.

호 : 1. 흡입력이 강할 수 밖에 없는 환상, 추리 단편 모음집이며 읽을 때부터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장담할 수 있습니다.

불호 : 1. 일부 단편에서 비위상할 만한 부분이 몇 부분 있던 데 추리, 환상 소설을 자주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조금 흠칫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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