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게 될 것
최진영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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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작가님의 세번째 소설집인 [쓰게 될 것]을 읽었습니다.
소설집에 실려 있는 참담한 전쟁을 겪은 인물이 가까스로 어른이 되어 과거를 회상하는 표제작 (쓰게 될 것)을 포함해 저에게도 그런 (인생의) 선배가 있었으면 했고 두번째 소설집 [겨울방학]의 속 숨겨졌던 고모의 이야기인 (유진), 처음에 제목만 보고 바로 치사량이 생각났다가 그건 아닌 것 같아 참사랑일까 유추를 했었는 데 읽어보니 놀라웠고 앞서 발표하신 두 소설집에도 같은 제목으로 실려있었기에 미처 생각못했으나 초성으로만 이루어져 있어도 좋았던 (ㅊㅅㄹ), 제목 자체로 제게 묘한 느낌을 주었고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저는 과연 썸머와 봄이에게 어떤 것을 남겨줄 수 있을지 고민했던 (썸머의 마술과학), AI가 알려주는 것이 정답이라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안나에게 다가온 노아의 말들이 마음에 들어왔고 어쩌면 지금 현재에도 적용할 수 있을 (인간의 쓸모), 늘 불안만을 안고 살지만 나영처럼 치열하게 살지 않은 저에게 한량처럼 보일지는 몰라도 배우고 싶은 나영의 아버지이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오석진 씨의 (디너코스), 여유롭진 않지만 별탈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태양이를 보며 문득 제가 태양이와 같은 나이였을 때, 그 때의 저의 부모님과 그 시절이 궁금했던 (차고 뜨거운), 이상문학상 수상작이자 겨우 안정으로 접어드나 했으나 너무나도 큰 시련이 닥쳐 온 와중에도 진정으로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꿈꿔왔던 그림 같은 집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의 삶이 다할때까지 살아가고 싶은 (홈 스위트 홈)까지 총 여덟 편의 단편들과 소유정 문학평론가님의 작품해설, 최진영작가님과 에세이를 쓰시는 임지은작가님과의 유쾌하지만 유익했던 인터뷰, 8편의 단편들을 쓰신 계기와 그 때의 느낌들이 담긴 작가의 말, 그리고 책과 같이 온 작가님 사전까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역시나 글솜씨가 부족한 저의 한계를 느끼며 이 글을 마칠까합니다.
최진영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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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해로외전
박민정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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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계간지에 1년간 연재하셨던 박민정작가님의 두번째 장편소설 [백년해로외전]의 책 뒷면 ‘여름이면 능소화가 담벼락에 너울대는 후암동 적산가옥 고택‘이라는 문구를 읽자마자 세번째 소설집 [바비의 분위기] (문학과지성사, 2020)에 실렸던 단편 (신세이다이 가옥)이 단순하게 떠올랐는 데 [백년해로외전]을 읽으면서 조금 혼란이 왔었습니다.
유명한 베스트셀러작가는 아니어도 아는 사람은 아는 소설가이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주현이 같은 과 교수 서정수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복잡한 상황에 놓여져 있기 전 자신이 잠시 머물렀으나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길 기도했고 두 번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후암동 적산가옥에서의 일들을 소설로 써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자 주현의 직계가족을 제외한 큰아버지와 예리가 그런 자신을 비난하게 되는 데 자신이 실제로 겪었지만 그것을 글로 써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해당 당사자에게 미리 동의나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 것에 저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고 장훈 오빠의 딸 수아를 우연한 계기로 만나고 난 후 소식을 부모에게서 들었던 프랑스에 입양된 야엘로 불리며 어엿한 프랑스인이 된 장선 언니 또한 자신의 과거를 바탕으로 쓴 솔직한 글을 연재하기로 마음 먹고 주현에게 그 글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며 악마같던 존재들이 저를 괴롭힌 그게 바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던 과거 속에 제가 너무 오랫동안 얽매여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끈질기게 제 곁에 달라붙었던 어떤 기억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결코 쉽게 흐려지지 않고 그런 관계또한 아무일 없었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소설을 읽으며 다시 한번 경험했던 귀중한 순간이었습니다.
박민정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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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섬과 박혜람 -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임택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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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던 세계문학상 수상작을 읽기 시작한 게 9회 대상작 박향작가님의 [에메랄드 궁]이었고 그이후로 우수상 임재희작가님의 [당신의 파라다이스], 김호연작가님의 [망원동 브라더스] , 11회 대상 김근우작가님의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우수상 김의작가님의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박소연작가님의 [꽃그림자놀이], 이성아작가님의 [가마우지튼 왜 바다로 갔을까], 13회 대상 도선우작가님의 [저스티스맨], 우수상 정미경작가님의 [큰비], 박생강작가님의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14회 대상 박형근작가님의 [스페이스 보이], 우수상 우희덕작가님의 [러블로그Love Blog, Love Log], 조경아작가님의 [3인칭 관찰자 시점] 이렇게 비교적 많았던 수상작품들을 한 편이라도 더 만나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동시에 너무 남발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동시에 들기도 했었다는 것을 리뷰를 통해 언급했고 그 다음해인 15회부터는 대상 작품만 출간이 되었는 데 다이앤 리작가님의 [로야], 16회 대상 오수완작가님의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17회 대상 채기성작가님의 [언맨드Unmanned]까지 읽었고 18회 대상 고요한작가님의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작은 도서관에서 빌렸으나 읽지 않아 전자책으로 구매하고 19회 대상 문미순작가님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읽으려는 시도조차하지 않았는 데 벌써 스무번 째라니 놀랍기도 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20회 대상작은 프랑스에서 대학 석사학위를 받으시고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오랜 날 오랜 밤)으로 당선된 임택수작가님의 [김섬과 박혜람]이라고 하며 이번에는 늦지 않게 읽어보았습니다.
타투이스트인 김섬과 프랑스에서 그림을 보는 도슨트 박혜람,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색의 물감을 혼합하듯이 섞이며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져 종이에 글자로 펴발라 새겨진 책을 눈과 마음으로 읽었는 데 우려낸 떫고 쓰지만 잔향이 깊은 차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 읽고나서 유일하게 생긴 한 가지 소망이 있는 데 프랑스에서 미래를 약속했으나 점차 폭력적으로 변하는 준오를 떠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혜람과 늘 죽음이 자신의 곁을 맴도는 소방관 홍지표와 만나던 김섬, 이 두 사람이 그저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임택수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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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가로놓인 꿈들
강대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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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뭐랄까요?
강대호작가님의 소설집 [혹은 가로놓인 꿈들]을 읽고 마치 강대호작가님이 쓰고 계신 소설 속에서 제가 이 소설을 읽는 것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깨닫게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k나 모씨에게 반아 씨(반아)가 말했던 것처럼
강대호작가님에게 ˝미쳤어요?(반아, 353쪽)˝나 ˝미친 새끼(358쪽)˝라고 말해버릴 것 같았고 그러면 작가님은 ˝이해합니다(네, 아마 나는 더없이 이해하고 있습니다).(354쪽)˝ 라고 대답하시거나 모씨나 노땅 평론가(두 가지 <프란츠 카프카>에 붙이는 한 가지 주석)도 아닌 주제에 ‘제법 치기를 뽐내려 안간힘을 쓰지만 사실 별 볼 일 없다(233쪽)‘라며 원한깊은나무같은 익명성에 기대어 비판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을 쓰지만 수학자같거나 때론 철학자같은 강대호작가님의 소설들을 좀 더 깊이있게 감각하고자 하면
(‘DEUS EX MACHINA‘를 위한 변론)의 인공지능이 쓴 각기 다르면서도 같을 수도 있는 30편의 소설들을 읽으면 이런 느낌일까. 짧지만 강렬했던 박지유가 모방하며 썼을 시(아이들의 신)들 읽으면 이런 느낌이 들까. 저택 응접실 잘 보이는 곳에 할아버지가 좋아하여 손주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보여주길 마다않는 위작이자 레플리카며, 그림 뒤편에서 고요히 세력을 넓히고 있는 곰팡이가 피어난 조르주 피에르 쇠라의 그 유명한 그림(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전)을 들여다보면 느낄 수 있을까. 질병이나 죽음을 맞이해도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시대에서 죽음권을 주장하며 홀로그램 수상기에서 재생되는 이드의 모습을 보며 어느 날이든, 세 발의 총알을 쏠 예정인 그(들)의 게임(현재에서 지속되는 과거(들))을 받아들여 그(들)이 쏜 총에 맞아 숨통이 끊겨 다음 날 아침 병원에서 눈을 뜨면 느낄 수 있을까.
그렇게 위급한 환자의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세 명의 여자아이들의 세 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답의 진위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용빌, 혹은 가로놓인 꿈들)의 보바리 씨 같은 입장이 되면, 루시드 드리머인 k에게 루시드 드림을 전수받는 (늦잠)의 이명숙의 오줌싸개 아들처럼 저 역시 루시드 드리머가 된다면 더 나은 침대를 구매하기 위해 더 나은 메트리스와 프레임을 생각하는 (더 나은)의 인물들처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하는 망상일 상상을 해보며 이 글을 마칠까합니다.
강대호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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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그림자
최유안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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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 [백 오피스]를 쓰신 최유안작가님의 두번째 장편소설인 [새벽의 그림자]가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고 늦지 않게 읽었습니다.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윤송이라는 28살의 여성이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생을 마감하는 불행한 일이 벌어졌고 그것을 이방인인 뵐러 박사가 유심히 들여다보던 차에 한국에서 형사였던 변해주(처음에 ‘차디찬 강물을 한 바구니 떠서 예고 없이 머리에 끼얹는 낯선 감각. 얼음 같은 그 추위가 살에 들러붙어 천천히 피부로 스며드는 느낌. 산소와 수소가 혈관을 천천히 파고들어 몸 안의 일정 구역이 얼어버린 것처럼 딱딱하게 굳은 느낌, 그 상태.(18쪽)‘라는 표현에서 이 인물이 탈북민인줄 알고 해주라는 이름에 대한 괜한 생각을 해버렸습니다.)에게 이 사연을 알려줘 고민 끝에 사연에 숨겨진 진실을 알기 위해 윤송이가 살았던 집과 그 주변인물들을 파헤치게 되면서 자신의 꿈 속에 어김없이 나타나던 탈북민이었으나 이제는 볼 수 없는 용준의 사연과 맞물리게 되는 이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를 읽으며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반드시 제게 올 ‘죽음‘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세상일들은 알 수 없는 채로 일어나기도 한다고. 슬픔은 개별적으로 일어나지만, 그 끝마다 닿을 부분을 내어준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일이라고.(163쪽)‘
‘그런데 삶이 겨우 그런 것이고 죽음이 아무리 흔하다고 해도, 인간은 산다. 살아야 한다. (......) 아직 살아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215쪽)‘ 과 같은 문장들을 읽으며
지금 살아가는 삶이 험난해 몸과 마음이 지쳐 정말 모든 것을 그만 놓아버리고 싶다가도 누군가는 살아야 하고 또 살아야하는 이유가 있기에 제게 주어진 삶이 다하기 전까지는 그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합니다.
최유안작가님, 좋은 글을 읽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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