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달린 벌 문학동네 시인선 72
권기만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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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생.
2012년에 늦깍이 등단하여 2015년 첫 시집을 내신 권기만시인의 [발 달린 벌]의 표지는 벌이 좋아하는 달콤한 꿀처럼 노랗습니다. 발 달린 벌을 본 적 있는 가로 시작하며 날개가 벌에게는 발이라고 말하는 「발」을 포함하여 독특한 구성의 「등대」와 「누가 책을 몸으로 듣는가」도 인상깊었지만 제 눈길을 오랫동안 사로잡은 시가 있는 데 바로 「광고로 깨어나는 아침」입니다.
우리가 출근이나 등교할때 혹은 어디론가 가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보게 되는 간판들. 저 같은 경우에는 마포전업사가 제가 사는 집 1층에 있고 그 옆에 송월타올이 있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09비어가 2층에는 당구의 신 당구장이 있는 데요. 이 시에서는 화자가 근무하는 공장 직판 가구마을에 출근하기 위해 지나가게되는 분수대약국/파라다이스모텔/21세기헤어숍/신세대약국/제우스PC방/뉴사랑노래연습장/목성보리밥집/온달생맥줏집같은 다양한 업종의 간판들이 마치 빔낮없이 눈높이를 맞추려고 발돋음한 따뜻한 이웃들같고 그 이웃들이 그리움 간간한 등불을 걸어놓고 나를 반겨주는 모습을 시로 표현한 게 인상적이에요. 어쩌다 그 이름들이 바뀌고 없어지기도 하지만 항상 내가 지나갈 때마다 있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신세계약국과 신세계농약사가 같이 있어 의아했는데 신세대약국이었어요. 제가 잘못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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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
권비영 지음 / 북폴리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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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난 권비영작가님의 신작 [몽화 : 1940, 세 소녀 이야기]가 나왔더군요. 최근 가슴아픈 영화 [귀향]이 300만명 고지에 다가서고 있는 가운데 이 소설이 출간되어 의미있게 다가왔어요. 사실 위안부를 다루는 소설이긴 하지만 이 소설에는 위안부의 삶을 강제로 살게 된 기생이 되기 싫어 화월각에서 뛰쳐나온 은화외에도 강제징용으로 일본의 탄광에 거의 무보수로 일하던 아버지를 둔 일본의 화과점에서 일하는 영실이, 그리고 일본의 앞잡이로 삶을 유지하는 아버지의 딸이자 불란서로 유학 온 정인 이 세 소녀의 엇갈린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940년대 일본이 패망하기 직전의 불안한 모습을 그려냈어요. 솔직히 위안부문제를 생각보다 좀 더 깊이 다룬 것 같지 않은 것 같고 결말도 조금은 뭔가 확실하게 나온 것 같지 않아서 읽고 나서의 느낌이 아쉬웠긴 했지만 강제징용이나 강제로 성을 착취당하는 청년들과 일본이 패망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불안하던 시기의 모습들을 잘 포착해서 좋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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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의 목소리 문학동네 시인선 71
최문자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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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 71번째. 최문자시인의 [파의 목소리]는 표지색부터 파를 연상시키는 진한 녹색이라 아주 알싸할 것 같았어요. 표제를 연상시키는 「파밭」과「사과처럼」, 「사과꽃」, 「사과보다 더 많아」, 「해바라기」처럼 식물을 소재로 하는 시들도 좋았지만 제가 선택하는 시는 「2013년」이라는 시입니다. 이 시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로 구성되어 있고 (봄)의 수없이 아파서 수없이 고쳤다 한 번도 부르짖지 못하고 고치기만 했다/ (여름)의 잃어버리기만 했다 ••• 매일 푹 잤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겨울)의 기어이 내게서 하차하려는 그들에게 안녕을 연습했다등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가을)의 절뚝거리다 까르르까르르 넘어간 풍뎅이 한 마리와 교회 간 사이 어제로 까르르까르르 넘어가버린 남편등 (봄)에 폐를 잘라내고 (여름)에 2400만원을 보이스피싱에게 사기당하고 (겨울)에 나에게서 떠나가는 존재들에게 미리 안녕하는 것을 연습하는 그녀가 마음이 아팠어요. 나에게 2013년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생각해보게 되는 시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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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탁 문학동네 시인선 70
이선욱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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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 70번째.
2009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하신 이선욱시인의
첫 시집 [탁, 탁, 탁].
표제작인 「탁, 탁, 탁」과 18쪽에 달하는 긴 시인「종소리」그리고 「연인들」도 있지만 제가 선택하는 이 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는...
바로 「감옥에서」라는 시인데요.
희망을 생각하면 /구체적인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요와
필체처럼 구체적인 현실의 얼굴이었죠/희망은 보이지 않았어요라는 시어가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실제로 감옥에 있지는 않지만 마치 저는 무기징역을 받은 죄수이며 죽기 전에는 인생이라는 감옥 안에 수감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시집을 잘 안 읽는 데 조금씩 읽어보고 싶어요.
손으로 쓰기가 이렇게도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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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른 시집과 달리 일직선이 아니라 약간 기울어져있어요. 제본은 다른 문학동네 시인선과 같은 경원문화사에서 제본을 했는데 왜 이럴까요? 그래서 한 번 교환받았는 데도 그렇네요. (한국시인협회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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