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구입해놓고 다른 책들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못 읽다가 드디어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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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주인공 시점인듯 보여지는 주인공이 좀 이상하다. 처음에는 자기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했다가 좀 더 뒤에서는 자기가 그림을 못 그린다고 한다. 주인공에게서 정신 분열의 기운이 느껴지는, 약간은 무서운 느낌이다.

흐름에 따라 쭉 읽으면서 주인공이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관계없이 자기 스스로 타인을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쪽으로 생각하는 우울증(?) 비슷한 정신이상 상태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혹시 그래서 책 제목이 ‘멜랑콜리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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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서 읽다보니 작년에 읽었던 욘 포세의 다른 작품들과 이야기의 소재만 다를뿐 전반적인 특징들은 비슷한 양상을 보여준다. 동일한 혹은 유사한 문장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고, 독자인 나는 반복되는 이러한 문장들을 계속 읽으면서 주인공의 ‘생각 혹은 의식‘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스며들게 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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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라스는 어떤 술집에 들어가서 희고 검은 천이 자신의 주위에서 빙빙 도는 것을 보게 되는데, 주변 정황을 보면 이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기 보다는 주인공 자신의 관념 속에서 나온 착시현상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독자인 나의 주관적인 느낌을 조금 보태자면 희고 검은 천은 선과 악을 상징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느낌의 근거인즉, 이것이 나오는 배경이 웨이트리스가 있는 어느 술집인데 그 웨이트리스가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를 지속적으로 유혹하는 듯한 장면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근데 뒤이어 읽다보니 p.87에 밑줄 친 부분에서 이 희고 검은 천이 흰자와 검은 눈동자가 있는 ‘사람의 눈‘을 상징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앞에서 나온 내재적 의미와 동일한 건지 아니면 약간 다른 건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뭐 이런 식으로 해석해볼 수는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Hans Gude(1825~1903), 노르웨이 낭만주의 화파의 화가.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가르치며 젊은 노르웨이 화가들을 양성했다. - P11

아돌프 티데만(Adolph Tidemand, 1814~1876). 노르웨이 낭만주의 화가. 노르웨이의 신화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유명하며, 노르웨이 왕실로부터 작위를, 프랑스로부터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다. - P12

구데와 티데만을 제외하고 나처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P12

빙켈만 씨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집주인의 동생이라고 소개했다. - P14

나는 화가다. 나는 화가라스 헤르테르비그이며,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의 유명한 교수, 한스 구데의 제자다. - P15

Lars Hertervig(1830~1902). 노르웨이의 거친 풍경 속에 환상성을 담아낸 것으로 유명한 화가.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조선소에서 일하다가 후원자를 만나 독일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공부했으나, 동료 화가들의 냉대를 받으며 정신병을 얻었다. 사후 12년인 1914년에 오슬로에서 열린 ‘1914년 기념회전‘에서 재발굴되어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다. - P14

나는, 젊은 청년,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아들, 퀘이커교 신자, 화가 지망생이었으며, 바로 한스 가브리엘 부크홀트 순트의 후원으로 독일 뒤셀도르프의 예술 아카데미에 유학을 왔고, 그 유명한 한스 구데의 제자가 되어 풍경화가가 되기 위한 수업을 받고 있다. 나는 그림을 정말 잘 그린다. 나는 다른 일은 몰라도 그림 하나만큼은 잘 그릴 수 있다. - P15

Hans Gabriel Buchholdt Sundt(1800~1881). 스타방에르 지역에서 조선소를 운영한 사업가로, 헤르테르비그가 견습생으로 능숙한 솜씨를 발휘하는 것을 눈여겨보고 그에게 교육의 기회와 미대 후원금을 제공했다. - P15

오늘은 한스 구데가 내 그림을 보기 위해 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스 구데가 하는 말을 들을 용기가 없다. 만약 한스 구데가 나더러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사람, 그림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림을 더 그릴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고, 다시 화가 지망생으로 살아야 한다. 나는 아름다운 풍경화를 그려내고 싶다.  - P16

알렉산데르 셸란(Alexander Kielland, 1849~1906) 노르웨이 작가. 좌파정신에 입각한 소설과 산문을 썼으며, 헨리크 입센, 비에른셰른 비에른손, 요나스 리와 함께 ‘노르웨이 4대 작가‘로 불렸다 - P25

당신은 내 질문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나요? 당신은 열대여섯 살밖에 되지 않는 소녀가 당신 같은 남자와 함께 단둘이한 방에 있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설마 정말 내 질문이 이상하다고 여기는 건 아니겠죠? - P48

그렇군요. 헤르테르비그 씨는 헬레네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내가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를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습니까? 아무리 당신이 철이 없다 하더라도 그것쯤은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만. - P49

헬레네와 나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입니다!
빙켈만 씨가 험악한 눈초리로 나를 째려보았다. - P49

내뱉지 않았어야 하는 말을 했던 것이다. - P49

나는 당신이 그저 기분 좋은 말을 건네기 위해 나를 찾아오진 않았다는 걸 잘 알고있었다. 당신이 내방에 왔던 것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느낄수 있었다. - P57

내가 갈 수 있는 다른 곳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갈 곳이 있다. - P59

Malkasten. 1848 년에 발족한 뒤셀도르프 예술인연합. 여기서는 그 회합이 이뤄진 클럽하우스인 말카스텐하우스를 가리킨다. - P59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는 아는 사람과 마주치지 않기만을 바랐다. - P62

나는 말카스텐이 텅 비어 있기를 바랐다. 단 한 사람도 없이 오늘은 내가 난생 처음으로 말카스텐에 가는 날이다. 나는 말카스텐에 들어섰을 때 그곳에 내가 아는 사람이 없기를 바랐다. 말카스텐에 앉아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P67

나는 혼자 있고 싶었다. - P69

내겐 돈이 있고,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할 것이다. - P71

알프레드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나도 술을 사야할텐데, 내겐 돈이없다. 내 수중에 있는 쥐꼬리만 한 돈은 모두 다른 이들에게서 받은 것이다. 나는술을 사서 마실 형편이 아니다. 내겐 돈이 거의 없다. 나는 술을 마시면 안 된다. 나는 돈을 모아야 한다. 내게 있는 돈은 모두 다른 이들에게서 받거나 빌린 돈뿐이다. 나는 생계와 학업을 위해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받는다. 나는 돈이 없는 가난한 사람이다. 하지만 한스 가브리엘 부크홀트 순트, 그는 돈이 많은 부자다. 내 수중에 있는 돈은 모두 그가 보내 준 돈이다. 나는 술로 그 돈을 없앨 수 없다. - P74

비켜! 나를 더 괴롭히지 말라고! - P76

내게서 평화를 빼앗기 위해, 나를 괴롭히기 위해, 그 희고 검은 천은 내 주위를 빙빙 돌고 있다. 그것은 내게 바짝 다가왔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 P76

희고 검은 천은 내게 바짝 다가와 나를 에워쌌다. 그 천은 내게서 멀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다가왔고, 다시 멀어지더니 내게 바짝 다가왔다. 천은 내게서 팔 하나 길이를 두고서 멀어졌다 다가오기를 반복했다. - P79

나는 희고 검은 천이 왔다 갔다 움직이는 그자리에 더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라도 해야만 했다. 몸을 일으켜 소리쳐 볼까 나는 그 희고 검은 천을 쫓아내야 한다. 천이 나를 가지고 놀도록 가만히 놔둘 수는 없다. - P79

희고 검은 천이 내 주위에서 빙빙 돌았다. 나는 천을 움직이는 게 웨이트리스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희고 검은 천을 조종하는 것은 바로 그녀이며 천이 재빨리 움직이거나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도 다 그녀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희고 검은 천이 내게 가까이 다가와 나를 에워싸더니 다시 멀어졌다. 그것은 내게 바짝 붙었다가 다시 멀어졌다. 천이 내게 다가와 펄럭이더니 나를 천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 P83

난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어. - P83

희고 검은 천이 내 주위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인다면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나는 희고 검은 천이 내 얼굴 앞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면 제멋대로 움직여도 개의치 않는다. - P84

희고 검은 천이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면 담배 연기로 그것을 쫓아낼 것이다. 파이프를 들어 올려 담배를 꾹꾹 눌러넣은 후 연기를 피워 그것을 쫓아낼 것이다. - P85

앞 테이블, 뒤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내게로 다가왔다. 희고 검은 옷을 입은채. 내게 다가온 희고 검은 천은 내 몸을 감쌌다. 그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희고 검은 천들이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내게로 다가오는 옷들, 나를 향해 움직이는 옷들, 천들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눈동자가 내게로 다가왔다. - P87

나는 말카스텐에 있고,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과 그들의 눈동자는 나를 향하고 있었으며, 그들의 눈동자는 나를 잡아먹으려고 했다. - P88

나는 희고 검은 천이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더 이상 내 몸을 에워싸지 않았다. 이제 천들은 테이블 앞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천들은 돌아갔지만, 그들의 눈동자는 여전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 P89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와 함께 앉아 있던 알프레드가 내 파이프를 가져갔다고 해도 그녀는 믿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내 파이프를 훔치지 않았다는 알프레드의 말만 믿을 것이고, 내게 자리에 앉으라고 말할 것이며, 내게 알프레드의 파이프에 손을 대지 말라는 말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녀는 말카스텐에서 서빙을 보고 있으며 여차하면 주인을 데려올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 그녀는 나를 밖으로 쫓아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말카스텐에서 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림도 못 그리는 알프레드는 힘들이지 않고 내 파이프를 손에 넣게 될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 P90

당신은 왜 이 사람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말하나요? 웨이트리스가 물었다.
그건 이자가 그림을 못 그리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그림을 한 점도 못 팔았어요.
그림을 팔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그림을 못 그린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이자는 그림을 두 점이나 팔았어요. 노르웨이 예술인 협회에 팔았죠. 바로 그 때문에 이자는 자기가 그림을 꽤 잘 그린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 알프레드가 말했다. - P93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어쩌면 나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니, 나는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나는 사물을 잘 볼 수 있다. 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고, 심지어는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것조차도 볼 수 있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 - P93

오늘은 돈이 없어요. 오늘은 돈을 가져오지 않았어요. 하지만 곧 돈이 올 거예요.
후원자에게서. 알프레드가 말했다.
나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꼭 내가 후원자에게서 돈을 받는다고 말했어야 했을까. 부모님이나 친척이 아니라 후원자에게서 돈을 받는다고, 나의 부모님에겐 돈이 없다. 알프레드는 내가 가난한 집안 출신이며, 그 때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알프레드는 웨이트리스에게 바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 P94

자네는 여기 없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그만둬야해. 내 곁에 앉아 있던 사내가 말했다. - P97

타스타의 온화한 눈동자가 희고 검은 천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하얀 천은 그의 눈이 되었고 검은 천은 그의 동공이 되었다. 문득, 어디선가 갑자기 푸른 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눈동자와 눈가의 주름 뒤에서 얼굴이 만들어졌고 그것은 타스타의 얼굴이 되었다. - P98

헬레네는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다. - P99

그녀의 검은 미소는 내 발을 집어삼키고 놓아주지 않는 구렁텅이다. 나는 한쪽 발을 구렁텅이에 집어넣은 채 서 있다. - P99

나는 하얀 페인트칠을 한 창문을 향해 발을 옮겼다. 앞으로! 습지에서 발을 빼내고, 젖은 발을 질질 끌며 바다를 향해 걸었다. 습지를 향해 파도를 밀어 보내는 바다를 향해 앞으로 앞으로 걸었다. 이 세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시각각 다른 색으로 변하는 구름을 향해, 오랜 기억을 향해. - P100

나는 빙켈만 부인의 벌린 입과 두텁지도 가늘지도 않는 그녀의 입술에서 벗어나기 위해 걸었다. 감싸고 있는 입술은 내게 방문 뒤의 작은 다락방, 그곳이 내가 머무를 곳이라고 말했다. 내가 살 곳은 그곳. 나는 그곳에 들어갔다. - P101

그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면 어디선가 희고 검은 천이 스멀스멀 나타나 나를 에워쌀 것이다. 그것은 팔 하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내게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할 것이다. 마치 거뭇거뭇한 바다 위의 거뭇거뭇한 바위섬을 에워싸고 움직이는 파도처럼. - P110

원래 그런 사람이니 개의치 말라고. - P110

그냥 가만히 놔둬요. - P115

하지만 나는 지금은 무의미한 존재다. 가난한 퀘이커 교인의 아들, 자유 사상가의 아들, 인간 지스러기, 아버지와 똑같은 아들인 나는 독일까지 유학을 왔다. 화가가 되기 위해, 독일의 한스 구데 밑에서 공부하기 위해. 나는 라스 헤르테르비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라스 헤르테르비그. - P117

베르겐 : 노르웨이 서부의 베스틀란주에 위치한 도시. 무역과 해운업으로 17세기까지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였다. - P118

햇살이 눈부셨다. 빛이 내 눈 속으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외면의 빛과 내면의 빛을 말하며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면의 빛이라고 했다. - P119

아버지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 안에도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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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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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잘 몰랐던 사람도 읽으면서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만큼 친절하고 자세하게 쓰인 책입니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건축물에 대한 감상과 함께 건축관련 기본 개념들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어서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또한 적재적소에 첨부된 사진도 내용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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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 안도 다다오의 ‘아주마 하우스‘ 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었는데, 읽다가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한 일화가 있어서 간단히 소개한다.

노출 콘크리트 타설을 하던 한 인부가 담배꽁초를 콘크리트에 던져 넣었다가 권투 선수 출신인 안도 다다오에게 펀치를 맞았다는 썰이다. 안도가 주먹을 날린 이유는 첫 번째 밑줄 친 문장에 나오는데, 그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기본적인 것의 중요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야를 막론하고 기본적인 것들은 언제나 중요한 듯 하다.

다음에 나오는 ‘데시마 미술관‘ 역시 일본에 위치한 건축물인데, 제작과정이 굉장히 원초적이라 기억에 오래남을 듯 하다. 저자는 어릴 때 놀이터에서 흙을 가지고 놀면서 만들었던 ‘두꺼비집‘을 언급하면서 두꺼비집과 데시마 미술관의 제작 원리가 거의 비슷하다고 얘기한다. 물론 두꺼비집보다야 미술관의 디테일이 당연히 더 들어가긴 하지만, 적어도 원리적인 측면에서만큼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듯 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p.435의 밑줄 친 부분을 참조바란다.

일본의 건축물은 이 정도로 살펴봤고 다음으로는 중국의 ‘CCTV본사 빌딩‘으로 간다. 독자인 나는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 책의 저자가 쓴 《어디서 살 것인가》에 나오는 얘기 중에 ‘가분수 형태를 가진 건축물은 과시욕의 상징‘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선사 시대에 만들어진 고인돌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데 고인돌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바탕으로 ‘CCTV본사 빌딩‘도 일종의 과시욕에서 비롯된 건축물임을 알려준다.

‘CCTV본사 빌딩‘ 이야기와 더불어 이 빌딩의 건축가인 렘 콜하스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는데, 뉴욕과 관련해서 개인적으로 잘 몰랐던 이야기들이 나와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마지막에 ‘보르도 하우스‘라는 건물에 있는 유압식 엘리베이터도 나름 신선하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나오는 건물은 홍콩에 위치한 ‘HSBC 빌딩‘이다. 여기 따로 밑줄 긋진 않았지만 이 건물과 관련된 일화가 하나 있었다. 이 건물의 위치가 풍수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인데 이 곳에 건물을 지을 경우 홍콩 경제의 맥이 끊긴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건물의 건축가인 노만 포스터는 빌딩을 지을 때 1층의 공간을 위로 띄우는 방식을 도입했다고 한다. 보통 다리를 지을 때 사용하는 방법을 이 거대한 빌딩을 짓는데 사용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풍수지리라는 제약이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챕터의 부제목도 ‘제약은 새로운 창조의 어머니‘ 였다.

이에 더해 이 비어있는 1층 공간은 은행이 문을 닫는 일요일에는 동남아 등 타국에서 온 홍콩의 가사도우미들이 비나 강한 햇빛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공의 휴식처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풍수지리 요건도 지키면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역할까지 하니 이게 바로 ‘win win‘하는 디자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루브르 아부다비‘는 이름에도 나와 있듯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위치한 박물관이다. 이 건축물은 돔 형식으로 된 지붕의 디자인이 가히 예술인데 뜨거운 햇빛을 적절히 차단하기 위해 여러 겹으로 된 스페이스 프레임을 짜서 디자인하였다. 이와 관련된 내용들을 읽다보니 여기에 엄청난 기술이 들어갔음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 또한 이 돔 지붕의 하단에는 건물들 사이사이의 간격이 비교적 좁은 전형적인 중동 마을의 특성을 그대로 살림으로써 그늘을 형성하여 중동의 뜨거운 햇빛을 견뎌낼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이렇게 멋진데 직접가서 보면 얼마나 더 멋질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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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는 글에서 저자는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1%의 영감이 필요하다는 얘기와 더불어 독자들이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보통 일반적인 책들에서는 노력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책에서는 건축이라는 분야가 창의성이 필요한 분야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1%의 영감을 강조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색다르게 느껴졌다.

책을 막 완독한 지금 시점에서 1%의 영감보다는 일단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을 완독했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오늘 이후에 이 책을 읽으며 기록했던 독서노트를 다시금 돌아보면서 저자가 얘기한 1%의 영감이 어떤 것인지를 진하게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 싶다. 끝까지 읽느라 수고한 나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단단하고 무거운 콘크리트와 가볍고 부드러운 필터가 있는 담배꽁초는 재료의 밀도와 열팽창계수가 다르다. 콘크리트에 담배꽁초를 넣으면 양생을 하는 과정에서 담배꽁초가 힘을 받지 못해서 균열이 갈 수 있고, 이는 추후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 P424

작은 장인정신이 모여서 큰 감동을 주는 법이다. - P424

양생: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고 충격을 받거나 얼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 - P488

안도 다다오는 그의 건축물에 들어갈 때 여러 가지 복잡한 경로를 거쳐서 들어가게 하는데, 이때 사람의 동선을 유도하기 위해서 주로 담장을 많이 이용한다. 기다란 콘크리트 담장을 따라서 백 미터 넘게 걸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빙빙 돌려서 들어가게 하면 안쪽에서 만나는 공간이 더욱 드라마틱해지기 때문이다. ‘데시마 미술관‘의 경우에는 그 긴 진입 경로를 섬의 둘레길로 대체했다. - P428

우리는 어렸을 적에 놀이터 모래밭에서 ‘두꺼비집‘을 짓는 놀이를 해봤다. 손을 모래밭에 집어넣고 위에 모래를 덮은 후에 단단히 다지고 나서 조심스럽게 손을 빼낸다. 안쪽 공간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서 아이들은 조심스럽게 흙을 파낸다. 욕심을 내서 과하게 파내다가 결국 무너지면 두꺼비집 놀이가 끝난다. 더 크고 넓은 두꺼비집을 만들기위해서 비 온 후에 젖은 모래를 사용하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어렸을 적에 한 번쯤은 건축가였다.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는 이 두꺼비집을 짓는 원리를 이용하여 ‘데시마 미술관‘을 만들었다. - P435

‘데시마 미술관‘의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흙을 사람의 키보다 높게 쌓아서 완만한 언덕을 만든다. 곱게 그 형태를 다듬은 다음 그 위에 비닐을 깐다. 비닐 위에 구멍 두 개를 만들고 이를 피해서 철근 배근한다. 이때 철근이 비닐에서 일정 두께 떨어지게 설치한다. 마지막으로 콘크리트를 부어서 철근을 덮는다. 콘크리트가 굳어진 후에 구멍으로부터 흙을 파내기 시작한다. 마치 모래밭에서 두꺼비집을 짓듯이 흙을 다 파내고 나면 보통의 목재 거푸집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아름다운 곡면의 얇은 조개껍데기 같은 콘크리트 지붕이 나온다. 쌓았던 흙은 두꺼비집 지을 때 놀이터 모래 속에 묻었던 손이고, 부은 콘크리트는 두꺼비집의 젖은 모래인 것이다. 건축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조개껍데기 같다고 해서 ‘Shell 구조‘라고 부른다. - P435

‘데시마 미술관‘은 디지털이 넘쳐 나는 시대에 모든 것이 부드럽게 연속되는 완벽한 아날로그적인 아름다움을 재현해 냈다. 가장 원초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 - P435

고인돌처럼 무거운 돌이 높이 올려져 있는 가분수의 거석 건축물은 만든 사람의 권력을 상징한다. 돌이 무거울수록 중력을 거슬러서 그 높이까지 올리기 힘들다. 만들기 힘든 만큼 큰 권력을 상징한다. 상부에 큰 부피를 갖는 것은 곧 권력이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조선 선비의 높은 갓, 상투, 여성의 가체, 영국 신사의 높은 모자도 과시욕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왁스와 스프레이를 이용해서 세운 머리도 마찬가지다. 대머리가 되면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도 같은 원리다. 과시욕이 많은 사람은 높은 건물을 짓고 그중에서도 고인돌처럼 가분수로 된 건축물을 짓는다. 이런 과시욕 본능을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중국 베이징에 지어진 ‘CCTV 본사 빌딩‘이다. - P440

‘CCTV 본사 빌딩‘은 거대한 가분수 덩어리가 경이롭게 공중에 떠 있는 디자인을 하고 있다. 불안해 보이는 만큼 이 건물은 이 세상 어떤 건축물보다도 과시가 되는 건축물이다. 만약에 고층에 떠 있는 덩어리가 1층에 내려온 모양으로 지어졌다면 그냥 저층부에 상업 시설이 있고 고층 타워가 있는 일반적인 주상복합 건물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렇게 가분수로 지어져 있기에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경외감을 주는 건축물이 되었다. ‘CCTV 본사 빌딩‘은 21세기의 고인돌이다. - P442

아무리 좋은 디자인도 창의적으로 구상한 제대로 된 공정을 생각해 내지 못한다면 완성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CCTV 본사 빌딩‘은 이정표 격인 건축물임이 틀림없다. - P445

하나의 건축물이 랜드마크가 되는 데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혁신적인 구조를 이용해서 지어질 것 같지 않은 건물을 완성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피라미드‘, ‘에펠탑‘, ‘시드니오페라 하우스‘다. 21세기 현재에도 4천5백여 년 전에 지어진 피라미드는 아직도 어떻게 꼭대기에 거대한 오면체 모양의 돌을 올렸는지 공사 과정이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니 얼마나 혁신적인 건축물인가. 그 정도 되니까 수천 년이 지나도 랜드마크로 인정받는 거다. ‘피라미드‘는 랜드마크의 끝판왕이라 할만하다. ‘피라미드‘ 정도는 아니지만 ‘CCTV 본사 빌딩‘은 현시대에 가장 놀라운 구조적 성취 중 하나로, 이 건축물은 렘 콜하스의 대표작으로 남을 것이다. - P445

뉴욕은 과거 네덜란드인들이 만들었고 그래서 아직도 네덜란드인들의 영향력이 큰 지역이다. 뉴욕의 NBA 농구팀 이름은 닉스(Knicks)로, 닉스는 네덜란드 출신의 뉴욕 이민자를 뜻하는 말인 ‘니커보커스(Knickerbockers)‘의 줄임말이다. 그 정도로 뉴욕은 네덜란드의 도시다. 네덜란드인인 렘 콜하스가 뉴욕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 P446

콜하스는 건축 중에서도 대도시의 건축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의 사무실 이름인 OMA는 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의 줄임말로 ‘대도시를 위한 건축을 하는 사무실‘이라는 뜻이다. 그는 특히 뉴욕처럼 복잡한 용도들이 수직으로 중첩된 도시에 더 매력을 느꼈던 건축가다. - P446

기존의 엘리베이터는 층간이 연결 혹은 단절되는 두 가지 경우만 있다. 이는 0과 1 두 가지로만 구성된 디지털 같은 공간이라면, ‘보르도 하우스‘의 유압식 엘리베이터는 내가 설정하는 높이에 따라서 1.1, 1.2, 1.3, 1.4, 1.5 등의 층도 있는 아날로그식 관계의 공간을 만든다. 이는 기계를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의 위상적 관계를 만들어 내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이처럼 콜하스는 도시에 대한 자신만의 고찰을 옹용해서 새로운 건축을 만들어 내는 스마트한 건축가다. - P449

과거에는 그 나라에서 가장 비싼 건물은 보통 대성당이거나 왕궁이었다. 그 시대에는 종교 지도자나 정치 지도자가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다. 요즘 비싼 건물은 기업의 사옥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싼 건물은 주로 금융 회사의 건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금융 회사가 가장 큰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회사가 가장 비싼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현 사회에서 금융 회사가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P451

보통 단위 면적당 건축 공사비로 따지자면 하이테크 건축 양식이 가장 비싼데, 런던에 지어진 하이테크 건축 양식의 사옥인 ‘로이드 빌딩 Lloyd‘s Building‘도 금융 회사고, 우리나라의 경우 하이테크 양식으로 지어진 여의도에 있는 ‘파크원 Parc I‘도 NH농협이라는 금융회사 건물이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하이테크 양식의 금융회사 사옥이 지금 설명하려는 홍콩의 HSBC은행 사옥인 ‘HSBC 빌딩(HSBC Building)‘이다. - P452

‘금문교‘의 구조를 보면, 물속에 두개의 거대한 주탑을 세운다. 그리고 거대한 케이블 cable 을 그 위에 걸쳐 놓는다. 그렇게 걸친 두 개의 큰 케이블에 작은 케이블을 수직으로매달고 그 작은 케이블 아래에 다리의 상판을 매달아 놓는 구조다. 이렇게 함으로 다리는 물과 만나는 지점을 최소로 해서 서 있게 된다. 다리가 위에서 들고 있으니 다리 아래에는 큰 배들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 P454

현수교를 조금 응용한 다리 구축법이 ‘사장교다. 현수교 들어 봤어도 사장교는 처음 들어 보셨을 거다. 사장교는 양쪽에 높이 세운 버팀 기둥(주탑)에서 비스듬히 드리운 쇠줄 (케이블)의 당기는 힘으로 다리 상판을 붙잡고 있는 방식이다. 건축가 노만 포스터는 이런 사장교의 원리를 그대로 고층 건물에 적용해서 사용했다. - P454

‘HSBC 빌딩‘은 사장교처럼 두 개의 주탑을 놓고 그 구조에 다섯개 층씩 묶어서 매달아 놓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구조가 다섯 개 정도가 쌓여 있는 구조다. ‘HSBC 빌딩‘은 전체적으로 여러 개의 사장교 묶음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구조로 건축했더니 금문교 아래에 큰 배가 지나가듯이 건축물 아래에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었다. 건축주의 불가능해 보이는 요구 사항에 혁신적인 구조 기술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 P455

나는 이렇게 내부가 뚫려서 다른 층끼리 마주 볼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사옥을 ‘밥상머리 사옥‘이라고 부른다. 밥상에 둘러앉아서 얼굴을 마주 보며 밥을 먹을 때 가족의 유대감이 커지듯 다른 층에서도 서로 바라볼 수 있는 밥상머리 사옥에서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느낌이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 P459

건축에서는 한 때 비난의 대상이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평가를 받기도 한다. ‘피라미드‘, ‘콜로세움‘, ‘에펠탑‘같이 우리가 지금 비행기를 타고 멀리까지 가서 보는 많은 건축물이다 그런 것들이다. 이 건축물들은 기존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구조나 디자인을 실행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류 역사에 남는 공간은 쉽고 저렴하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 P461

비계: 높은 곳에서 공사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 - P488

프랑스는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아랍 문화권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북아프리카와 마주 보고 있고,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와 알제리는 한때 프랑스령으로 지배됐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더 오랜 과거에 이슬람은 지금의 스페인 지역을 점령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들 때문에 아랍권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이 프랑스로 이민을 와서 정착했다. - P465

조리개 아이디어는 아랍의 전통 건축에서 사용되는 ‘마시라비야‘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중동은 태양 빛이 강하고 습도가 낮은 건조한 기후다. 그러다 보니 더울 때는 그늘에만 들어가도 시원하다. 그래서 아랍에서는 과거에 건축물을 지을 때 창문을 내고 그 창문에 햇빛 가리개를 달아서 바람은 통과하되 햇볕은 가릴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때 창문에 달린 햇빛 가리개 장치는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 P466

지붕의 지름은 180 미터다. 우리나라 공립학교 운동장이 보통 대각선으로 100미터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정도이니, 그런 운동장 서너 배 가까운 크기의 면적이라고 보면 된다. 그 엄청난 돔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가 필요하다. 스페이스 프레임이란 가느다란 선형의 철재를 이용해서 얼기설기한 모양으로 틀을 짠 것을 말한다. - P473

보통 대형 체육관의 지붕을 스페이스 프레임으로 만든다. 그런데 ‘아부다비 루브르‘의 지붕을 만드는 스페이스 프레임은 비싼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들었다. 지붕이 방수 재료로 덮인 일반 체육관 지붕과는 다르게 이 지붕은 구멍이 뚫려 있어서 지붕의 구조체가 비가 오면 물에 노출된다. 구조체가 비를 맞으면 녹이 슬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레스 스틸로 지붕 구조체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완공 후 몇 년 지나면 지붕에 녹물이 흘러내렸을 것이다. - P475

이 지역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지역이기 때문에 비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또 다른 문제는 소금기다.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는 이 건물은 바닷바람을 많이 맞게 된다. 바닷바람에는 소금기가 많은데, 이것들이 쇠에 붙으면 소금기가 수분을 흡착하고 쇠의 부식을 가속화시킨다. 바닷가에 가면 손이 끈적거려지는 이유는 바닷바람에 포함된 소금기가 손바닥에 붙어서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닷가에 건축할 때 쇠의 부식은 건축가에게는 큰 골칫덩이다. 송도에 지어진 건축물들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건축 재료로 스테인레스 스틸을 쓰는 것이다. - P475

스테인레스 스틸도 바닷가에서는 약간 부식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쇠보다는 훨씬 낫다. 스테인리스는 합금인데 합금 성분에서 크롬의 비율을 높이면 거의 부식되지 않는다. 문제는 크롬의 비율이 높아질수록 가격이 비싸진다는 점이다. 스테인레스 스틸은 안 그래도 금속 중에서도 엄청 비싼데, 거기에 크롬의 비율까지 높은 것을 사용했다면 건축비는 천문학적인 액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중동 오일 머니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나 보다. - P475

조인트(joint): 기계나 기재 따위의 접합이나 이은 자리 - P488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강한 햇볕에 노출되기 때문에 쇠들은 낮에는 엄청 팽창하고, 일교차가 심하게 기온이 내려간 사막의 밤에는 패널이 수축한다. 이 전체 돔을 보면 수축 팽창의 차이가 엄청날 것이다. 그 큰 변화를 조인트 joint 부분에서 완충시키고 해결해야 한다. 야자수 그늘 같은 지붕을 만들겠다는 시적인 상상력은 엄청난 기술력이 받쳐 주지 않으면 완성될 수 없다. - P476

중동의 건축물들은 창문이 작게 뚫려서 거의 흙으로 만든 네모진 상자처럼 보인다. 그런 상자 여러 개가 좁은 간격을 두고 옹기종기 모인 모습이 중동 마을의 모습이다. 건물 간의 간격이 좁은 이유는 골목길에 햇볕이 들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최소한의 폭으로 만들어서 골목을 그늘지게 하기 위함이다. 이 박물관의 평면은 딱 그런 중동의 전통 마을 같다. - P479

훌륭한 건축은 같은 태양 빛이라도 그 건축물을 통해서 경험할 때 새로운 경지의 경험을 느끼게 해 주는 건축이다. 그런 건축이 만들어지려면 환경과 물질과 현상과 체험자의 심상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조율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건축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장 누벨은 ‘아부다비 루브르‘에서 좋은 사례를 보여 주었다. - P481

사람의 생각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는다. 그런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방법은 ‘공간‘이다. 공간은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2.7미터 천장고에서 공부한 학생보다 3미터 천장고에서 공부한 학생의 창의력이 두 배 높게 나왔다는 미네소타대학교의 연구 결과가 있다. 굳이 이러한 실험을 통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집에서 공부가 안 될 때 카페에 가서 분위기를 바꾸면 공부나 보고서 작성이 잘되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울할 때 탁 트인 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산 정상에 올라가서 도시를 내려다보면 일상의 고민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공간은 우리의 생각을 지배한다. 그리고 어떤 공간은 우리에게 세상을 보는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 P483

책은 저자의 생각이 문자로 기록된 결정체다. 음악은 작곡자의 생각이 소리로 기록된 결정체다. 건축은 건축가의 생각이 공간으로 기록된 결정체다. - P484

이 책에 수록된 건축물들은 모두 나에게 세상을 보고, 읽어 내고, 창조하는 법을 가르쳐 준 공간들이다. 마치 훌륭한 철학자의 책이 인생에 깨달음을 주듯 이 책에 소개된 건축물들은 공간으로 나에게 깨달음을 준 존재들이다. - P484

건축의 묘미는 경험하는 자의 신체의 크기, 과거의 경험, 무의식 등에 의해서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건축 공간은 자세하게 설명된 소설이라기보다는 읽는 자의 해석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시와 더 비슷하다. - P485

알을 깨고 병아리가 되기 위해서는 작은 부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1퍼센트의 영감은 병아리의 작은 부리다. - P485

각자의 자리에서 껍데기를 깨는 사람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1퍼센트의 영감이 없으면 천재가 될 수 없듯이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회가 발전하는 데는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1퍼센트의 사람이 필요하다. 여러분이 그런 사람이 되시기를 축원한다. - P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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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에도 보면 ‘독보적 챌린지‘라고 해서 읽고, 걷고, 기록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고 이미 많은 분들이 실천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걷는게 좋다더라‘ 정도의 차원을 한 단계 뛰어넘어 걷는게 왜 좋은건지 그 이유를 알고 걸으면 좀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반하여 읽게 된 책이다.

읽다보니 간간이 사법시험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는 저자의 꿈이 ‘법조인‘이 되는 것이었고, 실제로 저자의 프로필을 보면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판사로 활동한 이력들이 쭉 나온다.

‘걷기‘는 선천적으로 허약한 체질과 후천적으로 각종 걱정과 고민에 휩싸여 위장이 좋지 못해서 시작한 것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작한 ‘걷기‘는 저자가 만성적으로 갖고있던 위장병으로부터 해방되게 도와줬고, 사법시험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집중력을 기르고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뒤이어 읽다가 p.46에 밑줄 친 내용 중에 혈관건강 관리를 밥먹고 설거지하는 것에 비유한 것이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와닿는 설명이었다.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고 설거지를 바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기름때를 제거하기 위해 세제도 써야하고 물도 더 많이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같이 우리 몸 속에 있는 혈관도 관리해주지 않으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인자가 될 수 있기에 각별히 신경써서 관리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p.48 과 p.49에 밑줄 친 부분에서는 동맥과 정맥의 개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뒤 현대인들이 질병에 시달리는 이유에 대해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저자의 주장에 신뢰감이 느껴졌다.

‘식후 20~30분의 산책이 위장(소화)에 좋다‘는 취지의 기사를 읽고, 걷기를 시작했다. - P4

걷기는 육체적 건강 외에 맑은 정신과 심리적 평안함, 창의력을 가져다주고, 걸으며 눈 운동을 하거나 상반신 운동을 더 하면 전신을 튼튼하게 할 수 있다. - P5

병원을 멀리하라. 병원이 병을 만들기도 한다. 가능한 한 약의 사용을 중단하라, 자연치유력을 믿어라. 그리고 자기주도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라. - P7

음식, 운동, 휴식 조절을 통한 자기주도형 건강관리를 잘하는 분과 그렇지 못한 분은 치료 반응과 회복 경과 과정상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 P9

‘스스로 주도하는 건강관리‘의 핵심에 걷기가 있습니다. 한의학의 오래된 금언에 "몸에 바른 기가 충만하면 삿된 기가 침범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 P9

무리한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자신의 체질과 상황에 맞게 꾸준히 실천하는 걷기는 질병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는 치유와 회복을, 건강 저하 상태의 분들에게는 건강과 활력을, 단순히 질병이 없는 삶이 아닌 그 이상의 존엄한 삶을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깊은 사색과 따뜻한 사랑과 진한 의미의 삶을 여는 힘이 될 것입니다. - P9

식후 산책으로 속이 편안해지고 기분까지 상쾌해졌다. 다만, 산책 시간이 아까워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산책을 하는 동안에는 그 전에 미리 요약 · 정리해둔 메모장을 보면서 그 내용들을 암기하며 걸었다. 그 덕분에 위장병 걱정에서 해방되었을 뿐만 아니라(소화기능 개선뿐만 아니라) 온몸에 좋은 기운이 돌면서 머리도 더 맑아지고 공부도 더 잘되었다. 사법시험 불합격의 공포,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떨쳐버리고 희망을 키울 수 있었다. 그 결과 꿈처럼 사법시험에 합격(298명 중 6등)하였다. - P14

걷기는 특별한 장비 없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효율적인 운동이다. 걷기에는 다음과 같이 20가지 이상의 긍정적인 신체적 효과가 있다. 즉, ① 뇌 자극 및 활성화, ② 뇌의 노화 방지, ③ 치매 예방, 창의력 및 학습능력 향상, ④ 스트레스 및 우울증 해소, ⑤ 폐 기능 증진, 신진대사 촉진, 만성피로 해소, ⑥ 혈액순환 활성화, 고혈압 개선, ⑦ 심장병 예방, ⑧ 비만 해소, ⑨ 소화 촉진, ⑩ 체온 상승(저체온증 개선)과 면역력 강화, ①① 유방암 치료, ①②간암 및 폐암 치료, ①③대장암 예방, ①④ 장내 면역기능 강화, ①⑤ 변비·치질 · 불면증 해소, 피부 탄력 회복, ①⑥척추 등 자세 교정, ①⑦골다공증 예방, ①⑧당뇨병 예방과 치료, ①⑨정력 증진, ②다리 근력 강화, 무릎관절 강화, 발바닥 마사지 등. - P14

걷기는 기본적인 육체 운동임과 동시에 고차원적 정신 운동이다. 혼자 조용히 걷는 동안 사색 혹은 명상을 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고 정신세계의 수준을 한 차원 더 높일 수 있다. 걷기는 수신제가를 위한 자기수양의 좋은 방편이다. - P15

가족, 친구, 직장동료 등과 나란히 걷는 동안 대화를 나눔으로써 관계를 회복 증진하고 소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 P15

걷기를 통해 사회 전체를 맑고 밝게 만들 수 있으며, 교통난, 에너지난, 대기환경문제, 건강보험재정 문제까지도 완화할 수 있다(사회적·환경적·재정적 효과). 걷기는 가장 확실한 자기사랑, 가족사랑, 사회사랑, 지구사랑의 실천 방법이다. - P15

필자도 처음에는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추상적인 말만을 믿고 막연히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30년 이상 매일 식후 산책을 의도적으로 실천해 오는 동안 걷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심신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좋아지는지를 온몸으로 느낌과 동시에 그에 관한 이치와 원리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걷게 되었고, 필자가 실제 몸으로 느껴왔던 효과가 과학적으로 정리된 의학 자료들도 접하게 되었다(걷기에 관한 이론적 연구). 이 글은 그와 같은 구체적인 체험과 엄선된 정보들을 종합·정리한 결과물이다. - P21

걷기는 필자의 가장 중요한 취미활동이자 일상생활에서의 가장 중요한 활력소이다. 승용차와 승강기 이용을 줄이고 걷기를 실천하는 것이 비록 작은 몸짓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에너지(지원) 절약과 미세먼지 등 유해가스 배출 감소에 최선을 다해 동참함으로써 현재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의 삶의 터전인 지구환경 보존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자부한다. - P22

필자에게 걷기는 행복비타민이자 보약이다. 정신수양의 방편이기도 하다.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진정한 축복이며, 걷기는 부작용이 없고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인 보약이다. 필자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꾸준한 걷기 실천‘이야말로 자기사랑과 가족사랑, 사회사랑, 지구사랑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 P22

"나는 걸을 수 있다. 나는 걷는다. 고로 행복하다." - P22

이 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걷기에 관한 긍정적 인식(걷기는 하찮거나 귀찮고 힘든 것이 아니라 건강, 즐거움, 행복을 주는 기본적 신체활동이라는 인식)을 정립함과 아울러 걷기 실천의지(의도적으로 "꾸준히 걷겠다"는 실천의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 P23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종也(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입신행도 양명어후세 이현부모 효지종야): 우리의 몸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니 헐거나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고, 몸을 세우고 도를 행하여 이름을 후세에 드날려서 부모를 드러냄이 효도의 끝이다. <효경(孝經)> - P25

절망을 억누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그러면 그럴수록 절망은 더욱더 강하게 필자를 흔들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포기하겠다‘고 결론을 낼 수도 없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꿈을 포기한다는 것이 너무 나약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꿈을 이루어 보지도 못한 채 살다가 죽는다는 것이 너무도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생각들로 하루에도 몇 번씩 체념하기 (절망)와 마음 다잡기(희망)가 교차하면서 갈등과 번민의 시간들이 흘러갔다. - P27

‘꿈을 포기한 채 산다는 것은 너무도 억울하고 비겁한 일이다‘ - P27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식후 산책을 하지 못한 경우와 식후 산책을 한 경우를 비교해 보면서(그 차이를 느끼면서 식후 산책이 위장 건강에 대단히 유익할 뿐만 아니라 전신(全身) 건강에도 매우 유익하다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식후 산책을 한 결과 온몸에 생기가 도는 것이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식후 산책 덕택에 학습능력(집중력)이 향상되고 잡념과 스트레스도 줄어들었다. 걷기가 정신건강에도 유익하다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다. - P30

사법시험 1차와 2차에 필요한 과목의 기본서, 참고서, 문제집들을 모두 모아놓고 그 분량을 합산한 다음, 그 전체 분량을 22.5개월(일우현에서 공부를 시작한 1988년 8월 21일부터 사법시험 2차 시행 예정일인 1990년 7월 초순까지)만에 10회독(10번씩 읽기)을 하기 위한 계획표를 작성하였다. 그 계획표에는 각 과목별 기본서, 참고서, 문제집을 언제, 어떻게 읽은 것인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월별, 주별, 일별 시간표가 포함되었다. 매일매일 그 계획표대로 실천하였다. - P32

‘나 자신에 완전히 몰입‘하고자 했다. 정말 혼신의 정열로 1분 1초를 소중히 여기면서 미친 듯이 학업에 몰두하였다. 그야말로 청춘을 불태웠다. 모교가 초빙한타 대학 유명 교수들의 특강도 빠짐없이 청강하였고, 그 특강이 끝날 때마다 시행된 모의고사에도 빠짐없이 응시하였다. 실력과 성적이 날마다 향상되는 것이 점수로서 확인되었다. 공부에 자신감이 붙고 성취감도 크게 느껴졌다. 공부에 탄력과 가속도가 붙었다. 미리 세운 계획표대로 공부 목표를 달성한 후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매일매일 책상에 앉아서 오롯이 공부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평균 13~15시간 정도씩 유지되었다. 공부가 즐거웠다.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 P32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던 두메산골의 가난한 모태 약골이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했으나 건강과 학비 문제로 고시 공부는 시작도 하지 못한채 휴학하고 군 복무를 마친 후 복학했다가 대학을 졸업한 해인 만 26세에 온갖 우여곡절의 마침표를 찍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1990년 10월 28일 합격을 확인했다. 당연히 기뻤다(어머님! 아버님! 드디어 해냈습니다!). 가슴이 먹먹했다. 기쁨의 눈물을 속으로 삼켰다. 노력의 결과가 헛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도감이 느껴졌고, 세상이 나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감사함이 느껴졌다(만약 그때 합격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아찔하다). 꿈을 이루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 P33

하지만, 그 22.5개월이 줄곧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하루 세 번의 식후산책과 야기(야간jogging)을 할 때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암시를 끝없이 반복했건만(군대 생활을 하는 동안 구보할 때 외쳤던 ‘하나 둘 셋 넷‘ 대신, 조깅을 할 때마다 ‘할 수 있다‘를 마음속 구호로 외치면서 달렸다), ‘내가 과연 합격할 수 있을까? 합격하지 못하면 뭘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의문을 완전히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 의문이 가져 온 ‘불합격의 공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사법시험 1차를 2개월 정도 앞둔 1989년 3월경 불면증을 야기하였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악화되어 갔다(그 불면증은 아직까지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다). - P34

그리하여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아도 ‘의식의 스위치‘가 완전히 꺼지지 않아 마치 형광등 스위치를 끈 직후에 약한 빛(光)이 남아 깜박거리는 것처럼, 혹은 영사기에서 슬라이드가 한 장씩 넘어가는 것처럼, 낮에 읽었던 책의 내용이 밤새 아른거리는 날들이 많아져 숙면을 취할 수가 없었다. 사법시험 2차를 3개월 정도 앞둔 1990년 4월경에는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상태가 누적되어 몸이 축 처지는 바람에(체력이 완전히 고갈되어) 급기야 낮 시간에 책상 앞에 앉아 있기조차도 힘든 상태가 지속되었다. - P34

점점 공부 효율이 떨어지면서 공부 진도가 미리 계획해 둔 하루 목표치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았고, 부족분을 만회하기 위해 ‘공부 시간을 더 확보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공부 시간을 더 확보하기 위해 산책과 야기(야간 조깅)을 줄이고 수면시간도 줄이게 되었다. 그로 인해 정상적인 생체리듬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동마저 포기함으로써 문제가 생긴 것이다(사후적 분석이다). - P34

즉, 식후 산책을 하지 않음으로써 소화능력이 떨어져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배탈이 났고, 화장실에 가는 시간이 산책에 소요되는 시간보다 많아졌으며, 체력 고갈과 기혈 순환 및 호르몬 분비 이상 등으로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해 낮 동안 축 처져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던 것이다(사후적 분석이다). - P34

‘추가적인 공부 시간 확보를 위해 식후 산책과 야깅을 포기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스러웠다. 그리하여, 식후 산책은 필요최소한의 신체 활동이다‘라는 것을 뒤늦게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 P34

‘잠도 체력이 있어야 잘 수 있다‘ - P35

세상이 끝나버린 것처럼 느끼지는 극도로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면, 의외의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였다. - P36

필자 또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포기하면,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시험을 포기하고 다시 2~3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는 체력 소진으로 완전히 쓰러져 죽을지도 모른다. 일단, 이번 기회에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 즉 진인사대천명(天命)의 심정으로...(후략) - P36

끝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 P36

군 제대 이후 책이나 신문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접하면서 걷기가 위장에만 좋은 것이 아니라 신체 모든 부분의 건강 및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37

고시 공부를 할 때도(마지막 2~3개월 제외하고는) 반드시식후 20~30분씩 산책을 하려고 노력하였고, 그 후로도 꾸준히 걸으면서 걷기의 효험을 온몸으로 느끼게 되었으며, 걸을 때와 걷지 않을 때의 차이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 P37

어린아이의 경우에도 걸을 수 있기까지는 출생 후 적어도 12~15개월이라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 및 시행착오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슬프게도 다시 걷지 못하게 될 때쯤이면 신체의 모든 기능이 쇠약해져 인생은 거의 마감의 단계에 이르게 된다. - P44

비만,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부정맥, 심혈관협착증 혹은 심근경색, 뇌졸중, 치매 등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거의 모든 질병들이 활동 부족과 영양과다에서 비롯되는 것들이다.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걸어야 한다. 하루 세 번의 식사를 하듯이, 기본적으로 매일 일정 시간(최소한 30분 동안의 걷기를 최소한 세 번 이상씩 실천하는 것이좋다. 이는 건강 유지의 기본이자 필수이다. 식후 세 번씩의 산책을 매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할 수 있다. 필자가 30년 이상 동안 실천하면서 느끼고 있는 효험이다. - P45

(고지혈증과 같은)이상지질혈증이란 핏속에 콜레스테롤 등 지방이 과다하게 많은 증세를 가리키는데, 동맥경화나 협심증 등 심혈관 질환과 중풍 뇌졸중 뇌경색 등 뇌혈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 P45

삼계탕이나 갈비탕으로 식사를 한 후 기름기가 잔뜩 붙어 있는 식기를 곧바로 설거지하지 않고 며칠씩 그대로 둔다고 가정해 보자. 그 식기를 다음 식사에 사용할 수 없다. 식사 직후 곧바로 식기세척을 하지 않고 일주일 혹은 1개월 동안 그대로 두었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세척을 한다면, 세척이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잠재성 발암물질‘ 논란을 빚고 있는 계면활성제가 주성분인 세제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식사와 설거지의 시간적 간격이 짧을수록 설거지가 수월하다. 위생을 위해 식후 곧바로 식기세척을 해야만 하는 것처럼, 건강을 위해 식후 곧바로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 P46

마치 식후 설거지로 식기가 깨끗해지는 것처럼 식후 산책으로 우리의 소화기관과 혈관 및 혈액이 더 깨끗해질 수 있다(소화기관, 혈관 및 혈액 세척). 식후산책을 하면 소화 촉진, 혈관 및 혈액 세척 등의 육체적 건강 증진은 물론 마음과 영혼까지 정화되는 정신적 건강 증진의 효과도 함께 얻을 수 있다. 하루 세 번 20~30분씩의 식후 산책만으로도 몸과 마음과 영혼이 모두 맑아지고 깨끗해질 수 있는 것이다. - P46

부연하자면, 식후 산책이 소화기관의 연동운동을 촉진시켜 소화기관 내의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됨으로써 장내 유해균이 줄어드는 반면, 장내 유익균이 증가함으로써 면역기능이 향상되고, 피가 맑아지며, 혈관이 깨끗해짐과 동시에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매일 규칙적으로 식후 30분의 산책(3회씩)을 실천한다면, 일주일 동안 보약 한 첩을 먹는 것보다 더 육체건강에 유익하다. 또한, 뒤늦게 후회할 일(흥분 혹은 분노 상태에서 벌이는 불행한 사건)도 줄일 수 있다. - P46

계면이란 기체와 액체, 액체와 액체, 액체와 고체가 서로 맞닿은 경계면이다. 계면활성제(Surfactant)란 이런 계면의 경계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계면이 가지고 있던 표면장력은 약해진다. 하나의 분자 내에 친수성과 친유성을 가진 화학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surfactant‘란 표면(surface) 활성(active) 물질(substance 혹은 agent)을 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이다. - P46

승용차, 승강기 등 문명의 이기 덕택에 현대인들은 하루 종일 전혀 걷지 않고도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본능이다. 그러나 편안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능을 적절히 제어하고 적절한 양의 활동을 매일매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건강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 P47

편안함을 멀리하고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것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참된 길 - P47

우리 몸에는 산소와 영양소가 함유된 피를 심장박동에 의해 신체의 각 부분으로 보내는 혈관인 동맥(脈)과 노폐물,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피가 심장으로 되돌아오는 혈관인 정맥(脈)이 있다. - P48

동맥의 피는 심장박동의 힘으로 순환하지만, 정맥의 피는 주로 팔이나 다리의 근육이 수축 팽창을 반복할 때 정맥도함께 수축·팽창을 반복함으로써 다시 심장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수월해진다. 정맥에는 두 장의 판이 있어 혈액의 역류를 막아 준다. 정맥은 피부 바로 아래에 위치한 표재정맥과 근육에 둘러싸여있는 심부정맥,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교통정맥으로 이루어져 있다. - P49

그런데, 활동량이 줄어든 현대인들은 근육의 움직임이 줄어들고, 근육의 수축, 팽창의 횟수가 줄어듦에 따라 정맥의 수축 팽창의 횟수도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정맥의 피가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어렵게 된다),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 P49

혈전증이란 혈관 속에 피가 굳어서 피가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증상을 말하며, 피가 젤리(jelly)처럼 응고된 덩어리를 혈전(피떡, 떡처럼 끈적거리는 피)이라고 하는데, 주로 종아리와 허벅지 등의 다리 정맥에서 발생한다. 정식 의학 용어로는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이다. - P49

흔히, 항공기의 비좁은 3등석(economy class)에 10시간 이상 꼼짝하지 못한 채 앉아있는 경우에 발생하기 때문에 ‘심부정맥혈전증‘을 economy class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 P49

항공기 3등석에 오래 앉아 있는 동안 고관절, 무릎, 발목이 직각으로 접히고, 그에 따라 그 부분의 정맥들도 접히게 됨으로써 발바닥까지 내려갔던 피가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다리의 혈액순환이 정체되어 다리가 붓고 저리며, 다리 정맥에 혈전이 생기고 커졌다가 일어서는 순간(목적지 공항에 도착하여) 그 혈전이 정맥을 통해뇌 혹은 심장 쪽으로 이동하여 뇌혈관 혹은 심장혈관을 막아 버림으로써 뇌경색, 급성심근경색, 급성말초동맥폐쇄증 등을 일으키고, 폐동맥을 막아 돌연사를 초래하기도 한다. - P50

항공기 탑승자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 없이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사무직 종사자, 인터넷·스마트폰게임중독자들도 혈전증으로 변(變)을 당할 위험성이 크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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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3-02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이 달부터는 좀 많이 걸어야겠어요 아직 춥지만요 ㅎ 새 달 잘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4-03-02 22:44   좋아요 1 | URL
예 감사합니다. 요새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는데 아마도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쪼록 서곡 님도 건강한 독서생활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계획 세우기 최소원칙 - 시작만 하고 끝내지 못한 일들을 완료하는 현실적인 방법 최소원칙 시리즈
정경수 지음 / 큰그림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계획관련 책을 검색하다가 찾아서 읽게 된 책인데, 책의 맨 뒤에 저자가 참고한 참고문헌을 보니 저자도 거의 200권에 육박하는 책을 참조해서 이 책을 썼을 정도로 정말 계획과 관련된 각종 노하우들을 집대성해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와 유사한 다른 책들보다 디테일이 좀 더 강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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