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동 저자의《사용자 정의 독서법》이라는 책을 읽었었다. 완독한 후에 추가로 읽어볼만한 책들을 검색하다가 동 저자가 쓴 이 책이 눈에 띄어 읽어보게 되었다. 때론 형식적인 것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보고서‘라는 것이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 가에 따라서 귀한 데이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서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고 가치있게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두뇌계발, 두뇌능력을 사용하는 게 끝이 없다 - P4

보고서를 쓰는 이유는 회사·조직에서 정확하게 소통하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다. - P4

우리가 쓰는 보고서는 과연 얼마나 사용할까? 보고서를 써서 철해두고 사용하지 않으면 폐지나 다름없다. 업무일지, 시장조사보고서, 출장보고서, 연구조사보고서, 기업·기관에서 발행하는 보고서는 ‘사용‘하기 위해서 작성한다. - P5

통장에 100억 원이 있어도 10억 원밖에 쓰지 못하는 것처럼 보고서를 보관만 하면 안 된다. 철해서 책장에 보관하는 기록물이 아니라 ‘소통‘하기 위해서 보고서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보다 발전한다. - P5

보고서는 업무기록, 소통, 점검, 관리 기능을 한다. 관리자 또는 감독관처럼 일을 점검하고 동기부여, 즉 격려하는 역할을 보고서가 하게 만들어야 한다. - P5

모든 보고서는 정신적 노동의 결과물이며 작성자 외에 읽는 사람,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야 제 기능을 한다. - P6

보고서 작성과 사용에 관한 지식을 제공하고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들기 위해서 이 책을 펴냈다. - P6

쓰고 읽고 개선하는 채널로 활용 - P6

한일, 할 일, 현재 상황 등을 설명하기 위해서 보고서를 쓴다. 읽는 사람이 원하는 내용,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넣어서 형식에 맞게 쓰면 된다. - P15

보고서 구성요소를 적절한 형식과 논리에 맞춰서 써야 잘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극의 3요소가 희곡, 배우, 관객인 것처럼, 보고서의 구성요소는 읽는 사람, 항목, 구조화한 논리다. - P16

결론부터 말하면, 보고서는 기획서, 제안서, 결산서 등의 문서보다 결코 쓰기 쉬운 문서가 아니다. 잘 쓴 보고서는 업무에 도움이 된다. 보고서는 형식이 정해져 있어도 형식에만 맞춰서 ‘형식적‘으로 쓰면 안 된다. - P16

보고서는 일을 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두 종류로 나눈다. 앞으로 할 일을 준비하는 보고서와 진행 또는 완료한 일을 정리하는 보고서다. 두 가지 보고서의 공통점은 미래에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한 일과 할 일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 P16

읽는 사람이 원하는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보고서만 목적을 달성한다. 보고서의 목적은 ‘정보 제공‘이고 기능은 ‘행동 촉구‘ 다. 읽는 사람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릴 수 있게 설명해야 하므로 "읽은 사람이 정보를 ‘이해할 수 있게 보고서를 써야 한다"라고 가르친다. 이해하기 쉽게, 짧은 문장으로, 논리적으로 쓰라는 가르침은 보고서 작성자가 지켜야 하는 기본 원칙이다. - P16

업무용 문서에서 ‘이해‘는 두가지 의미로 해석한다. 첫째, 글자 그대로의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다. 둘째, 의의 (정보의 가치, 글의 속뜻)를 이해하는 것이다.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 일차적인 이해라면 의의(속뜻)를 이해하는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보고서를 읽고 정보를 이해했다면 보고서가 가진 기능의 절반만 수행한 것이다. - P17

정보를 이해하는 것과 의의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정보를 이해했다‘는 머릿속 어딘가에 정보를 넣었고 필요한 상황에 꺼내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 P17

의의를 이해하는 것은 정보뿐만 아니라 작성자의 주장, 의견까지 받아들인 상태다. 작성자의 의견을 수용한 상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어떻게 하는게 좋겠나?"라고 묻는다. 다음에 할 일을 묻는 것은 정보의 가치를 이해했을 때 나오는 반응이다. - P17

보고서가 목적(정보 제공)과 기능(행동 촉구)을 수행하려면 읽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고 할 일,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눈높이를 맞추면 의미, 중요성, 가치처럼 숨은 뜻을 전달하기 수월하다. 이해하기 쉬운 형태(짧은 문장, 쉬운 표현)로 쓰고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것도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 P17

서론에 배경을 쓴다. 전체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해당 주제에 관해서 보고서를 쓰는 목적을 설명한다. 본론에서 현재 상황을 알린다. 지금까지 어떤 일을 했고 무엇을 얻었는지를 쓴다. 결론에는 성과를 제시하고 성과의 양과 질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 P18

일반적으로 보고서 마지막에 성과와 총평을 쓰고 끝낸다. 이렇게 쓰면 반쪽짜리 보고서다. 성과를 제시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앞으로 할 일, 과제 등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이렇다. 앞으로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하겠다" 라는 행동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끝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행동을 끌어내는, 다음에 할 일을 제시하는 보고서가 잘 쓴 보고서다. - P18

결론에 성과 분석 자료만 보여주고 끝낸다면, 다음에 똑같은 일을 할 때 이전에 쓴 보고서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없다. 앞으로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없으면, 똑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한다. - P18

보고서 마지막에는 ‘다음에 이렇게 하겠다‘라는 행동을 촉구하는 결론과 작성자 의견을 넣는다. 단순히 어떤 일을 했다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끝내지 말고 다음에 할 일, 다음 사업으로 이어지는 화두를 제시한다. 완료한 일을 알리는 데서 마치지 말고 앞으로 할 일을 도모해야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다. - P18

정보·의견을 전달하는 사람, 전달받는 사람 모두 기분과 상황, TPO(time, place, occasion)에 따라 수용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 P19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인(변수)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소통 방식을 몇 가지로 단정할 수 없다. 그래서 소통이 어렵다. - P20

전달하는 수단이 말이든 글이든 상관없이 조직 내 여러 사람, 특히 윗사람과 소통하려면 소통 능력을 키워야 한다. 직장 생활에서는 소통을 잘하면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 P20

조직 사회에서는 언제나 말보다 글이 우선한다. 정보 제공을 글로 하고 지시한 사항을 실행하고 결과를 알리는 도구도 글이다. - P20

묵묵히 열심히 일하면 동료와 상사가 알아주던 시대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런 시대가 지나갔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그런 시대는 없었다. - P20

요즘은 정말 묵묵히, 열심히만 하면 얼마 못 가서 직장에서 쫓겨난다. 상사들은 어떤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시각각 알려주는 직원을 좋아한다. 일이 잘 됐든 잘못됐든 일단은 알려야 한다. 직장에서 실무 능력이 뛰어난 직원보다 상사에게 보고를 잘하는 직원이 더 빨리 승진하는 경우가 많다. - P20

상사는 보고를 잘하는 직원을 곁에 둔다. 그러면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빨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21

보고서로 소통하는 것은 어렵다. 어려운 소통을 잘하는 방법은 보고서에 핵심을 쓰고 자주 보고하는 것이다. - P21

보고서를 쓰고 읽는 의사소통은 말하기와 듣기보다 훨씬 느리다. 문서를 쓰고 읽으려면 사람(작성자, 독자), 도구(펜, 컴퓨터, 종이, 프린터 등), 공간(사무실, 책상 등), 시간이 필요하다. 경제성 측면에서 보면, 말하기와 듣기가 가장 탁월한 의사소통 방법이다. - P22

지금의 작은 문제가 나중에 어떻게 확대될지는 알 수 없다. 눈앞에 발생한 사건이 작은 문제인지 큰 문제인지 구분할 수 없다면 신속하게 상사에게 알리고 사실대로 보고서를 써야 한다. - P24

보고서의 기본 구조는 우선 앞부분에 결론을 쓴 다음 서론, 본론, 결론을 쓴다. 결론을 맨 앞과 맨 뒤에 배치해서 두 번 보여준다. 이것을 ‘양괄식‘, ‘수미쌍관법‘이라고 한다. 결론을 두 번 보여주는 것이 보고서의 기본 구조다. - P25

맨 앞에 결론을 넣지 않고 서론 즉, 배경과 개요로 시작하면 핵심이 나오기 전에 읽는 사람은 집중력이 떨어진다. 집중력이 소진된 후에 본론과 결론이 나오면 제대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 때문에 보고서뿐만 아니라 모든 문서는 결론부터 쓰라고 가르친다. - P25

나는 논문 맨 앞에 초록을 쓰는 방식을 보고서에 차용해서 맨 앞에 요약을 쓴다. 요약-결론-서론-본론-결론 순서로 쓰면 요약과 결론에 핵심을 반복해서 보여주어 읽는 사람이 핵심을 기억한다. - P26

요약은 제일 앞에 다섯 줄 정도(A4용지, 10포인트 기준)로 쓴다. 다섯 줄로 요약하는 이유는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고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분량이기 때문이다. - P26

마지막에 쓰는 결론에는 의견과 건의사항, 아이디어 등을 덧붙인다. 잘 쓴 보고서에는 작성자의 생각이 들어있다. 독창적인 생각이 아니어도 괜찮다. 일하는 방법에 대한 개선이나 관행처럼 하는 비효율적인 업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된다. - P26

부정적인 의견을 보고서에 넣는다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실천할 수 있는 해법까지 제시한다. - P26

내용에 따라서 글을 쓰는 구조, 즉 보여주는 방식을 다르게 해야 한다. - P26

어떤 일이든지 시간 순서로 일어나지만 보고서에는 시간 순서보다 중요한 순서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좋다. - P27

비교 구조는 SWOT처럼 대조적인 특징을 보여줄 때 효과적이다. 비교하는 주체와 비교한 특징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항목을 제일 먼저 보여주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항목 또는 특징을 뒤에 배치한다. - P27

순차 구조는 절차를 보여주는 보고서에 적합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순서와 일정을 보여줄 때 순차 구조를 이용한다.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보고서는 진행 순서와 일정, 자원 조달 방법 등이 중요하다. 여러 개의 사업을 동시에 진행할 때는 절차를 개별 사항과 공통 사항으로 나눈다. 공통사항에서 인력 배치, 자본의 투입 여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다른 사업과 관련 있는 업무를 하나로 묶어서 설명한다. - P27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 때는 극의 전개 순서에 따라 촬영하지 않는다. 극의 시작과 끝이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진다면 시작과 끝을 한 번에 찍는다. 그래야 효율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업무 효율이 향상되는 구조·순서에 따라 보고서를 쓴다. - P27

분류 구조는 범주가 다른 항목을 구분해서 설명하는 보고서에 적합하다. 새로운 사업 또는 상품, 서비스를 기획·제안할 때 참고 사례를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특징·장단점을 보여준다. 분류 구조로 쓴 보고서에서 나열하는 순서는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올바른 기준에 따라 분류해야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 P28

찬성과 반대, 장점과 단점, 실용와 무용을 보여주는 보고서는 가치판단구조로 서술한다. 사업 추진을 도모하는 보고서는 찬성, 장점, 실용 등의 가치를 먼저 보여주고 반대, 단점, 무용에 해당하는 항목은 나중에 보여준다. 반대로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보고서는 반대 의견과 사업의 단점, 실시후에 나타나는 부작용 등을 먼저 제시한다. - P29

작성자의 의견과 논리에 따라서 먼저 보여줄 것과 나중에 보여줄 것을 구분한다. 한쪽 의견을 강력하게 보여주려면 결론에서 한 번 더 써서 강조한다. - P29

회사에서 많이 쓰는 보고서는 문제 해결 보고서와 목표 달성 보고서다. 문제 해결 방안과 목표 달성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 쓴다. 이 보고서는 회사마다 다른 이름으로 부르고 주요 내용은 해결 방안과 계획이다. - P29

문제 해결 보고서는 현황-문제점-해결 방안-기대 효과 순서로 쓴다. 해결방안과 기대효과가 결론이다. 해결 방안은 하나만 제시하기보다 두 가지 이상 제시하고 최선책 (가장 좋은 해결 방안)과 차선책(대안)을 제시한다. 기준을 정해서 두 가지 이상의 해결 방안을 비교하고 각각의 장단점을 분석한다. 작성자의 의견과 제안을 넣고 제안한 해결 방안대로 실행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 P29

결과는 반드시 정량적으로 표현한다. 시행 전과 비교해서 사고 건수 70퍼센트 감소 예상, 동기 대비 구매량 3배 증가 예상과 같이 숫자로 예상치를 나타내고 그렇게 예상한 근거를 제시한다. - P29

목표 달성 보고서는 계획을 보여주기 위해서 쓴다. 목표 제시-현황-목표와 현재의 차이- 목표 달성 방안 및 전략-일정 계획-목표 달성 지표 제시-달성 후 포상 순서로 쓴다. 이 보고서의 결과는 목표 달성 방안과 일정 계획이다. 보고서 도입부에 목표를 제시하고 현재 상황을 설명한다. 목표와 현재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일이 목표 달성 방안이다. - P30

목표달성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면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일을 미루거나 중단할 수도 있다. 목표 달성 보고서에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은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가려내고 목표 달성을 위한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목표달성 기한을 정하고 어느 정도까지 성과가 나오면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할 것인지 지표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목표를 달성한 후에 포상과 혜택을 밝힌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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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라는 것을 소재로 하여 이와 관련된 다양한 관점들에 대해 알아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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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는 기원origin 이라는 주제로 내용이 시작하는데, 가장 먼저 등장하는 소재는 ‘근육‘ 이다. 여기선 호모 에렉투스가 사냥을 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이런저런 잡다한 얘기들이 이어지다가 p.46에서 엉덩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설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에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엉덩이 근육의 ‘기능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서 서술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의 핵심은 엉덩이 근육이라는 것이 진화의 결과라는 것인데 여기까지 쭉 책을 읽어온 독자라면 저자의 이 말이 동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양한 과학자들의 추론이 나오는데 어떤 추론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나름 합리적으로 추론해보려는 과학자들의 시도가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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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이어지는 소재는 ‘백색 지방‘이라는 것이다. 엉덩이의 큰볼기근 위에는 지방이 한 층 덮여있다고 하는데 이것에서 시작된 지방과 관련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지방에는 쉽고 빠르게 대사되는 ‘갈색 지방‘과 그렇지 않은 ‘백색 지방‘ 이렇게 2가지가 있는데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백색 지방을 다른 동물들보다 더 많이 축적한다고 한다.

또한 여성과 남성 간에 건강하다고 여겨지면서 지닐 수 있는 가장 낮은 지방 비율에도 차이가 있었는데, 책 내용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그 비율이 좀 더 높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에 기반하여 책에선 자연스럽게 왜 여성이 남성보다 지방 보유 비율이 더 높은가에 대한 궁금증을 갖기 시작하는데, p.54에 밑줄 친 부분에 이러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납득시켜줄 만한 설명이 나온다. 호크라는 사람이 말한 것인데, 여성의 지방 보유 비율이 높은 것은 재생산 즉 임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임신하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굉장히 크기 때문이라는 게 여기서의 핵심이었는데, 이는 자신의 몸과 더불어 뱃속에 있는 아이에게도 영양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라는게 호크 교수의 설명이었다. 만약 에너지 공급이 충분치 못할 경우 임산부의 몸에 저장되어 있는 지방을 짜내어 아이에게 주기 위한 목적으로 에너지를 비축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필요한 지방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일단 저자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에 어느정도 동의를 하는 상태에서 또다른 질문을 던진다. 지방이라는 것이 다른 신체부위에도 붙을 수 있는데 왜 굳이 골반이나 엉덩이, 허벅지, 가슴 등에 붙어있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자문자답하는 식으로 답하는데, 생리학적 이유를 가장 먼저 들고 있다. 몸의 가동을 제약하지 않는 부위들에 지방질이 붙었다는 것인데 독자인 나도 읽으면서 납득할만한 얘기라고 느껴졌다.

이로써 엉덩이에 지방이 있는 이유까지 살펴보았는데,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도대체 왜 엉덩이라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이고, 이것이 진화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궁금증 혹은 호기심을 나타낸다. 여기부터는 절을 바꿔서 살펴본다.

바뀐 절에서 ‘공작의 꼬리 깃털‘이라는 소재로 글이 이어진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공작의 꼬리는 공작의 전체 몸길이 대비 약 6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고, 전체 몸무게 대비 무게 또한 적지않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마지막에 밑줄친 부분에서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이 했던 말이 나오는데 공작의 꼬리 깃털이 진화론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을 약간은 우회적으로 표현한 듯 하다. 이유인즉 진화는 효율성을 우선순위로 삼는데 공작의 꼬리 깃털은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어보였기 때문이라는 게 본문의 내용이었다.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추가로 다뤄보겠다.

역사학자 샌더 길먼Sander Gilman은 이렇게 표현했다. "엉덩이는 끊임없이 변하는 상징적 가치를 가진다.
재생산 기관·배설 구멍. 걸음걸이를 통한 운동 메커니즘과 연관된다. 엉덩이는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법이 없다." - P11

엉덩이는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법이 없다. 바로 그 이유로 엉덩이는 특이하며, 또한 강렬한 연구 대상이 된다. 엉덩이는 워낙 변덕스러운 상징이라서, 그 풍부한 의미들을 헤집어 살펴보고 조사하면 우리는 아주 많은 것을 알 수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무엇을 정상으로, 무엇을 바람직한 것으로, 무엇을 불쾌한 것으로, 무엇을 관습을 거스르는 것으로 인식하는지 알 수 있다. 엉덩이에 대한 우리의 느낌은 거의 언제나 다른 느낌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인종·젠더·성에 대한 느낌)을 가리킨다. - P12

엉덩이는 기껏해야 하나의 신체 부위일 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걸까? 이 책의 핵심을 이루는 연구는 바로 이런 질문들에서 싹텄다. - P19

적절한 이야기와 문화적 경험을 엮어 더 큰 역사적 변화와 주제를 설명하는 것 - P20

나는 이 책에서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을 소개하고, 지난 두 세기 동안 미국과 서유럽에서 엉덩이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려 한다. - P20

내가 설정한 틀에서는 한때 "비너스 호텐토트"라고 불린 세라 바트만의 이야기를 역사적 시작점으로 삼는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전시되었던 그의 삶이, 지난 두 세기 동안 우리가 엉덩이에 갖는 인식의 밑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 P20

이 책에서 내가 엉덩이 중에서도 여성의 것에 집중한 건, 단순히 내가 여자라서다. 이 프로젝트는 여성의 정체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구성되고, 재구성되고, 강화되는지에 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 P21

나는 한눈팔지 않고 오직 엉덩이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다. 허리와 허벅지 사이에 불룩 튀어나온, 근육과 지방의 덩어리 두 개 말이다. - P21

내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건 패권을 잡은 주류 서구 문화, 즉 정치와 경제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들, 대중문화를 지배하는 사람들, 광범위한 기준과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영속시키고 강요해온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엉덩이가 해석되고 표현되는 방식이다. - P22

내 탐구 대상은 백인·남성·이성애자들이 여러 인종 여성들의 엉덩이에 갖는 이해(또는 오해)와, 그에 관한 기준·선호· 이데올로기를 사회에 강요하는 방식, 그 과정에서 그들이 여성의 신체에 결부시킨 의미들이다. - P22

지금까지 엉덩이의 의미를 결정할 수 있었던 건 보통은 백인이거나 이성애자 남성 (혹은 둘 다인)이었다. 이는 그들의 손에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 P22

과학·정치·미디어·문화에서 오랫동안 권력을 쥐어온 백인· 남성·이성애자는, 몸에 따라붙는 의미들에 과도한 영향력과 통제권을 행사해왔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일탈인지, 무엇이 주류이고 무엇이 변두리인지에 관한 생각들을 발명하고 강요했다. - P23

여성이 자신의 엉덩이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그리고 너무나 모순적인)감정을 느끼게 만든, 역사상의 깊은 뿌리를 캐낼 수 있길 바란다. 나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엉덩이가 지금처럼 많은 의미를 함축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고 싶었다. - P23

우리가 굳이 이름붙이지 않는 것들, 말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들에 엄청난 힘이 있다는 사실 - P25

이 책은 정치적 프로젝트로도 읽힐 수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권력의 지렛대를 밝혀내고 들여다보는 방법이니까. - P25

나는 연구 과정에서 하나의 신체 부위가 이토록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것에 몇 번이고 놀랐다. - P27

나는 비극과 분노, 억압, 탐욕, 기쁨의 이야기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우리의 몸에 역사가 새겨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 P27

리버먼은 장거리를 달릴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이, 호모 에렉투스가 숲에 머물러 살다가 초원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생활양식을 바꾸었을 때 생겨났다고 설명한다. 생활양식이 바뀌자 요구되는 능력도 달라졌다. - P44

네발짐승은 아주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빠른 속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없다. 말을 비롯한 네발짐승은 갤럽으로 달릴때 헐떡거리지 못한다. 속보로 걷거나 그냥 걸을 때에만 헐떡거릴 수 있다. 이는 빠르게 달릴 때 체온을 내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10~15킬로미터를 갤럽으로 뛰고 나면 몸이 뜨거워져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 P45

인간의 엉덩이 근육은 복잡한 안정화 도구에 속한다. 인간의 큰볼기근에 해당하는 침팬지의 근육은 기본적으로 다리를 몸에서 멀어지게 해줄 뿐이지만, 인간의 큰볼기근은 신장성이 있는 펴짐근이다 (몸을 똑바로 세우고 팔다리를 바깥으로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근육이라는 뜻이다). 이는 우리가 뒤쪽 발을 박차고 앞으로 나서며 달리기를 시작할 때 굴러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발이 땅에 닿을 때 속도를 살짝 늦춰서 우리가 걸음을 계속 통제하도록 도와준다. 엉덩이는 인간이 꾸준히, 장거리를, 다치지 않고 달리게 해주는 필수적 적응의 결과다. - P46

진화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호모 에렉투스의 두뇌도 점점 커졌다. 뇌 조직을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열량이 필요하다. - P46

콜로라도 볼더 대학의 제이미 바틀릿Jamic Bartlett이 이끄는 또 다른 과학자 집단은, 연구를 통해 엉덩이가 장거리 달리기에 필수이지만 알고 보면 다른 기능도 많다는 사실을 밝혔다. 바틀릿은 큰볼기근이 기어오르고, 던지고, 물건을 들어올리고, 쪼그려 앉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러 기능이 있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와 유사하다"라고 말한다. - P47

바틀릿은 엉덩이가 진화한 건 호모 에렉투스가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포식자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라고도 믿는다. 사바나에 듬성듬성 자라는 나무로 달려가 타고 오를 때, 덤불뒤에 쪼그리고 숨을 때, 포식자로부터 빠르고 민첩하게 도망칠 때 엉덩이가 필요했다. 그는 육상 선수들을 보면 이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고 말한다. "엉덩이가 크게 발달한 선수들은 장거리 주자가 아니라 단거리 주자, 뜀뛰기 선수, 던지기 선수들이죠" - P48

과학자들은 엉덩이 근육이 존재하는 정확한 이유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하지만, 엉덩이가 인간의 진화에 중요하게 기여했으며 인간 고유의 특징이라는 점은 동의한다. 우리가 인간인 건, 어찌 말하면 엉덩이 덕분이다. - P48

그는 끝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주위의 힘센 동물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몇 발짝 앞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그러다가 돌연, 닉은 깨닫는다. 그는 이기고 있다. - P49

그가 달린 건 먹을 것을 얻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중략)
그가 달린 건, 그냥 달리는 게 좋아서였다. - P49

근육에는 아주 구체적인 생리학적 목적이 있다. 확장하고 수축하면서 뼈와 힘줄을 앞뒤,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 우리가 똑바로 앉고, 양옆으로 몸을 기울이고, 심지어 음식을 먹을수 있는 것도 근육이 있어서다. 그러니 근육은 엉덩이를 이루는 부분 가운데, 연구하고 이해하기 가장 쉬운 부분이다. - P50

큰볼기근 위에는 지방이 한 층 덮여 있다. - P50

지방을 연구하는 건 거의 모든 면에서 근육보다 훨씬 어렵다. 지방은 유기체가 죽고 나면 분해되어 장기 기록을 남기지 않는 연조직이다. 따라서 진화 생물학자들은 초기 인류나 고인류 조상들이 어느 정도나 되는 지방을 갖고 살았는지 확신할 수 없다. - P51

우리가 아는 건 단 하나, 오늘날 살아가는 인간이 영장류 가운데 가장 많은 지방을 지녔다는 것뿐이다. 쉽고 빠르게대사되는 "갈색 지방"이 많은 다른 유인원에 비해, 우리는 쉽게 에너지로 변환되지 않는 "백색 지방"을 훨씬 많이 저장하고 있다. - P51

듀크 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데브자니 스와인-렌즈 Devjanee Swain-Lenz에 의하면, 이 차이는 우리의 DNA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 백색 지방을 갈색 지방으로 변환해주는 유전자가 인간에게선 작동되지 않아, 생물학적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지방을 더 많이 축적한다는 것이다. - P51

영양분을 얻기 어려워 몸에 축적한 지방에 의존해 생존 - P52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와 대사과정을 바꾸어서, 위급 상황에 쓸 열량을 저장하는 일종의 창고로 지방을 몸에 축적했다. - P52

더 큰 뇌는 더 많은 열량을 원하기 때문이다. - P52

추운 날씨에도 뇌가 기능하려면 몸에 미리 지방을 저장해둬야 했다. - P52

아이러니하게도, 21세기에사는 우리는 지방과 근육을 동일선상에서 (즉 맡은 역할이 있는 신체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지방은 어떤 유형이든 (음식에 있든 몸에 있든) 여러 겹의 부정적 함의를 지닌다. 지방은 언제나 필요와 풍요보다는 탐욕과 퇴폐를 연상시킨다. - P52

건강하게 살기 위해 누구나 지방이 필요하지만, 필요로 하는 양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다. 대부분의 여성은 몸에 9~13킬로그램의 지방을 지니는데, 이는 체질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들고 다니기엔 꽤 무겁다. - P52

여러 연구에서 여성이 건강하다고 여겨지면서 (즉, 굶주리지 않으면서) 지닐 수 있는 가장 낮은 지방 비율이 8~12퍼센트라고 말한다. 남성의 경우는 4~6퍼센트다. - P53

내가 만난 어느 과학자는 제일 날씬한 여성조차도 지상의 어떤 생물보다 지방 비율이 높다고 알려줬다. 예외는 단 두 경우, 원양에 사는 포유류와 동면에 들어가기 직전의 곰이었다. - P53

우리는 차디찬 북극해에서 거대한 원양 생물의 체온을 지켜주는 종류의 지방을 지녔다. 곰이 숲속 동굴에서 겨울을 나게 해주는 종류의 지방을 지녔다. 이 사실은 달갑게도 내 통제 밖의 일처럼 느껴졌다.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 사실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목소리를 잠재워주었다. ‘나, 너무 뚱뚱한 거 아니야?‘ 처음으로 여기에 확실히 반박할 말을 얻은 기분이었다. ‘지방은 여성이라는 존재의 일부야. 내게 지방이 있는 건, 젖을 먹이는 고래나 어미 곰이랑 똑같은 거야.‘ - P53

(펜실베이니아 대학 인류학과 조교수로서 현대인과 먼 옛날 사람들의 영양을 연구해온) 모건 호크Morgan Hoke는 설명한다. "페미니스트로서 불만스럽지만 다른 대답은 찾을 수 없었어요. 여성의 지방은 재생산을 위한 겁니다. 임신과 모유 수유는 에너지 효율 면에서 대단히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거든요." 그녀는 성적 재생산을 하는 여느 동물이 그렇듯, 인간에게도 자손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신체와 에너지의 필요로 인해 양성 사이에 생물학적 차이가생긴다고 설명한다. 생물학적 부담을 주로 떠맡는 게 어느쪽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 P54

"정자는 거의 공짜예요. 난자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인간은 9개월 동안 아기를 품고 그다음엔 오랫동안 모유 수유를 하잖아요."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은 지방을 비축해야 하는 건 이따금 두 개의 (혹은 그보다 많은 수의) 몸과 뇌에 영양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신한 어머니는 하루에 대략 300칼로리를 더 섭취해야 하고, 어떤 연구에 의하면 모유 수유에는 그보다도 더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 P54

환경에서 제공되는 음식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모유 수유를 하는 어머니는 자기 몸에 저장한 지방을 짜내어 아기에게 젖을 줄 것이다. - P54

지방이 다른데 붙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예컨대 팔꿈치에 지방 방울들이 붙어서 달랑거리거나, 어깨나 목이 둥글게 부풀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방은 그곳이 아니라 골반과 엉덩이, 허벅지와 가슴에 붙어서 지금 우리에게 확연히 ‘여성적‘으로 해석되는 곡선을 만들어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직접적인 가능성은 생리학적 이유다. 지방을 다른 곳에 저장하면, 그 부위가 우리 몸의 가동 범위를 제약하고 무게 중심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지방질 어깨를 가지면 상체가 무거워지고, 지방질 무릎을 가지면 걷기가 힘들어졌을 것이다. - P55

호크를 비롯한 진화 인류학자들이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지방을 엉덩이와 허벅지에 저장하는 게 더 안전한 이유는 지방 조직에 둘러싸였을 때 반응이 좋지 않은 필수 장기에서 가장 먼 곳이라서다. - P55

엉덩이와 허벅지가 더 크고 허리가 더 가는 여자의 모유에 지방이 더 많다는 증거도 있는데, 이는 식단에서 다량의 지방을 얻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기가 성장하도록 돕는 긍정적 적응이었을 것이다. 호크는 이것이 인간 여성이 모유 수유를 할 때 허벅지와 엉덩이에 저장한 백색 지방을 끌어써서 아기에게 영양을 제공한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 P55

이러나저러나 해부학적으로 볼 때 엉덩이는 신체 부위 중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큰 근육 몇 개에 결착되고 지방층으로덮인 관절일 따름이다. - P55

하지만 우리에게 엉덩이 근육이 있는 이유를 완벽히 이해하고 심지어 그것이 지방으로 뒤덮인 이유마저 어느 정도 이해했다 쳐도, 엉덩이가 어째서 많은 이들에게 그토록 매력적인지, 그게 진화와 무슨 관련인지는 아직 분명히 알 수 없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나마) 답하려면, 공작의 깃털에 관해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 - P56

"공작의 꼬리 깃털은 언제 보아도 속이 메슥거립니다!" 찰스 다윈이 1860년에 하버드 대학의 식물학자 아사 그레이Asa Gray에게 보낸 편지에 적은 유명한 말이다. 그가 메스꺼움을 느낀 이유는 공작 꼬리가 너무 아름다워서가 아니었다. 그토록 장엄하고 뚜렷한데, 그토록 무용한 신체 부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없어서였다. - P58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 진화는 효율성을 우선순위로 삼는데, 공작의 꼬리는 어느 모로 보나 효율적인 부착물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라면 모를까. 짐스럽게 달린 꼬리는 일렁거리는 빛깔로 포식자의 시선을 끌며, 도망치기 어렵게 만든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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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오늘은 어느 한 야구선수의 이야기가 나온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야구선수가 어떠한 계기를 통해 메이저리그로 올라와서 활약하게 된다는 이야기였는데, 정체기를 벗어나게 된 이유가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임시 구조물‘이라는 것에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좀 더 읽으면서 이 임시 구조물이 무엇이었는지 살펴봐야 겠다.

제약은 하나같이 끝일 뿐 아니라 시작이기도 하다.

평균자책점(투수가 9이닝 한 경기당 내준 점수로서 방어율이라고도 한다)

그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면 그는 정체기를 절대로 벗어나지 못했을지 모른다.

정체기에 빠졌다고 끝이라는 징후는 아니다. 정체기는 최고점을 찍었다는 징표도 아니다. 정체기는 가던 길을 되돌아서 새 길을 찾을 때가 됐을지 모른다는 신호다. 정체기에 빠지는 이유는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거나, 엉뚱한 길을 택했거나, 연료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추진력을 얻으려면 뒤로 물러서서 다른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 길이 애초에 여러분이 가고자 했던 길이 아니라고 해도 말이다. 그 길이 낯설고 굽이치고 험한 길일지 모른다. 진전으로 향하는 길은 직선이 아니다. 진전으로 향하는 길은 보통 고리 모양으로 굽이치면서 펼쳐진다.

기량은 꾸준한 속도로 성장하지 않는다. 기량을 개선하기란 자동차로 산을 오르기와 같다. 점점 더 높이 올라감에 따라 길은 점점 더 가팔라지고 진척은 점점 줄어든다. 추진력을 상실하면 정체하기 시작한다. 엑셀레이터를 힘껏 밟아도 소용없다. 운전대가 돌아가기는 하지만 움직임을 멈춘 상태였다.

사람들의 기량이 정체되면 먼저 기량이 악화되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개선되는 상승 곡선을 그린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계속 전진하기 보다 산에서 다시 내려와야 할지 모른다. 충분히 뒤로 물러서고 나면 다른 길을 찾게 된다. 정상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추진력을 구축하도록 해주는 길 말이다.

후퇴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뒤로 물러나면 현재의 계획을 접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업무수행 성과가 일시적으로 쇠락한다. 지금까지 이룬 진전을 포기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뒤로 물러난다.

"새로운 방법을 창안하고 실험하고 폐기하거나 받아들이는 동안 업무 수행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새로운 방법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나서 비로소 이전의 성취 수준을 능가해 발전하게 된다."

적당한 방법을 찾으려면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순전히 착오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는 시행도 있다. 엉뚱한 전략을 채택해 운전대가 계속 헛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더 나은 방법을 발견한다고 해도 그 방법을 써본 경험이 없으므로 처음에는 기량이 악화한다. 그런 상황에서 뒷걸음질은 정상적일뿐 아니라(대부분 경우에 있어서) 꼭 필요하다.

과거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한다.

뒤로 물러서기는 여러분이 의도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진전을 이룰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놀랍다.

스타 선수가 없으면 그 팀은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성공으로 가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팀원들은 자기가 맡은 역할을 재조정해 주변부의 선수들이 자신의 장점을 살릴 새로운 경기 수행 방법을 고안하게 해준다. 스타 선수가 복귀할 무렵이면 팀원들의 슛 실력이 향상되어 있다. 팀원들이 팀 전체를 이끄는 데 단 한 명의 영웅에게 덜 의존했기 때문이다.

팀이 출전 선수들의 진용을 다양하게 짜는 실험을 많이 할수록 경기 수행 실력이 개선된다.

우리는 보통 뒷걸음질하기를 두려워하는 게 현실이다. 속도를 늦추면 애써 얻은 것을 잃게 되고, 후퇴는 포기이며,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은 경로 이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면 우리가 확보한 터전을 잃게 된다고 걱정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있는 그 자리에서 요지부동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안정적이지만 정체된 상태에 머문다. 우리는 길을 잃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나는 그동안 배운 걸 모두 폐기하고 나만의 기법을 다시 새로 터득해야 했다. 재건하려면 먼저 대대적인 해체작업을 해야 했다. 완전히 철거한 다음 처음부터 다시 지어야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학습할 준비가 덜 되어있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실력이 형편없었다.

애초에 가르치기와 연구는 별개의 기량이다. 연구 생산성과 교습의 효과 간의 평균적 상관관계는 0이다.

"여러분이 하는 일에 점점 더 숙달할수록 여러분이 이해한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그 기량을 배우도록 돕는 여러분의 역량은 점점 더 악화한다."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잘 가르친다는 말이 있다. 잘하는 사람은 기초를 못 가르친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일 게다.

전문지식은 상당 부분 암묵적이다. 명시적이지 않고 묵시적이다. 달관의 경지로 진전하면 할수록 기본 사항에 대한 의식적인 인식을 덜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보통 직관적으로 경로를 터득하지만,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밟아야 하는 단계들을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한다.

여러분이 선택한 전문가가 여러분이 가는 길을 차근차근 알려준다고 해도, 여러분이 직접 길을 떠나 방향을 물어볼 때가 되면 두 번째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여러분은 그 전문가와 같은 장단점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들이 길에서 만나는 언덕과 계곡은 여러분이 만나는 언덕과 계곡과는 다르다. 여러분은 같은 목적지로 향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이 때문에 그들이 걸어온 길이 여러분에게 낯선 만큼이나 여러분이 갈 길도 그들에게 낯설다.

가장 뛰어난 전문가로부터 초보적인 조언을 구하는 게 현명치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단 한 명의 길잡이에게 의존하는 것도 실수다. 여러분의 여정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여러 길잡이로부터 방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 때로는 그런 정보들이 모여서 여러분에게 보이지 않았던 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갈 길이 불확실할수록, 그리고 올라가야 할 정상이 높을수록 여러분에게는 길잡이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다양한 조언의 조각들을 한데 모아 여러분에게 맞는 길을 조립하는 게 관건이다.

여러 길잡이에게 배우는 과정은 서로 반복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때로는 그 어떤 길잡이도 우리에게 주지 못하는 것들을 우리 스스로 찾아내고 방향을 정해야 할 때가 있다.

스스로 작성한 지침서

"내 입장이 되어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면 나는 미래에 전환점이 있다고 믿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희망은 놀라운 원동력이다. 내게는 그 희망을 지탱하도록 도와준 이들이 있었다."

3만 차례 이상 벽돌벽, 시멘트벽, 네트에 너클볼을 던지는 연습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일관성있게 그 기법을 구사하게 되었다

"뭔가에 혼신을 기울였는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정말 의기소침해진다."

여러분이 택한 길이 나선을 그리면서 정상까지 안내하기 때문

취침 시간을 어기면 어김없이 보복을 당한다.

커서는 ‘달리다‘ 그리고 때로는 ‘달리는 전령‘ 또는 ‘심부름꾼‘ 으로 번역되는 라틴어 쿠레레(currere)에서 비롯되었다. 커서는 본래는 계산자(slide rule)에서 앞뒤로 움직이는 장치의 이름이었는데, 컴퓨터 개척자들이 이 명칭을 빌려 썼다. 그들은 한동안 컴퓨터 커서를 버그(bug)라고 일컬었다.

경로 이탈이 꼭 집중력을 분산시키지는 않는다. 에너지원이 될 수도 있다.

동기 유발이라는 이득이 관심 분산이라는 비용을 능가했다.

사람들이 집에서 아주 진지하게 취미 활동을 하면 직장에서 자신감이 증가한다 (중략) 다만 취미 생활은 직업과 다른 분야여야 한다.

일상에서 동기를 유발해주는 요인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요인이 진전을 이룬다는 느낌이다.

잘 안되는 걸 더 열심히 한다고 동기가 유발되지 않는다. 때로는 샛길로 빠져나가 멀리 돌아서 새로운 목적지를 향하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느끼기 위해서 대단한 성취가 필요하지는 않다. 동력은 사소한 성취에서 비롯될 수 있다.

완벽한 지도를 기다리기보다 한번에 조금씩 진전을 이뤄야 했다.

"나는 우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등반은 매우 중요했다. 나는 도전하는 게 즐거웠다."

자선 활동을 위한 기금 모금을 하면서 사회에 보탬이 된다는 느낌

자신이 보잘것없다고 느끼면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덜고 더 대단한 일들을 할 에너지를 공급해주었다.

대단한 돌파구처럼 보이지만 보통 사소한 성취가 축적되어 나타나는 결과다.

진전은 한순간을 단편적으로 보면 알아채기가 어렵다. 진전은 오랜 시간에 걸쳐 펼쳐진다.

특정한 어려운 순간에 몰두하면 정체한 기분이 들기 쉽다. 몇 주, 몇 달 또는 몇 년에 걸쳐 여러분이 밟아온 궤적을 바라보아야 비로소 먼 길을 왔고 장족의 발전을 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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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달 전에 동 저자의 《곤충사회》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알게 된 책이다. 일단 앞 뒤 책 표지와 책 날개 그리고 차례만 간단히 살펴봤는데 유익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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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저자는 생각과는 다르게 수학보다는 국어와 영어 쪽에 강점이 있었다는 것을 본문내용에서 알 수 있었다. 이과에 있는 다른 동급생 친구들이 국어를 70점 정도 맞을때 저자는 95점씩 받았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통해 나름대로 추론해보자면 저자가 지금까지도 책을 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바로 학창시절 때부터 쌓아올린 국어실력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저자가 이런저런 책을 많이 쓰는 사람이 된 이유를 좀 다른 각도에서 추측해본다면 저자의 연구분야와도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저자의 연구분야는 생태학인데 이쪽분야는 어떤 금전적인 지원이 꾸준히 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연구만 하기가 어려운 분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자께서 연구비 명목으로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금전적인 부분외에 추가적으로 금전적인 부분을 보충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책을 많이 쓰신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다만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견일 뿐이니 오해는 마시길 바란다.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좋겠다.

이어 읽다보면 p.60에 수학에 대한 저자의 깨달음(?)같은 것이 나오는데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되는 부분이었다. 산수가 아닌 진짜 숫자로 된 학문인 수학을 말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 무슨 산식같은 게 나오지는 않지만 저자는 수학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 했다.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 P5

박쥐는 주로 열대에 삽니다. 박쥐는 1,400여 종이 있는데,
거의 전부 열대에 있다고 보면 될 정도로 완벽한 열대 포유동물입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계속 온대로 이동했어요. 사람은 온대에 밀집해서 살죠. 바로 열대에 사는 박쥐가 우리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겁니다. - P28

박쥐는 다른 야생동물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인간이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계속 파괴하니까 야생동물들이 인간과 자꾸 부대끼는 일이잦아져,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다른 야생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옮겨올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 P29

"사회의 고통은 과목별로 오지 않는데 아직도 교실에서는 20세기 방식으로 과목별로 가르친다. 그 점이 오늘날 복합적으로 융합하는 산업 사회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기 힘들게 한다" - P37

서양에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36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이지만, 아는 것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매우 어렵고 시간이 걸리죠. - P38

"알면 사랑한다" - P39

교육의 내용이 사실을 분별할 수 있도록 채워져야 하고요. 진실을말하는 전문가들의 말이 일반인에게 신뢰를 받아 통용될수 있도록 사회의 갈등이 잦아들어야 합니다. - P39

저는 무엇보다 앎이 가져오는 사랑이 소중하다고 여겨요. 우리 인간은 사실을 많이 알면 알수록 결국엔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 P39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고, 결국 내가 사는 세상은 내 마음이 뻗어 있는 관계 안이기에 - P39

‘공부하는 줄 몰랐는데 배웠더라‘ - P40

뭔가를 깨우쳐 가는 걸 가장 좋은 공부라고 생각해요. - P40

아이를 가르쳐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세상을 보고 습득하도록 어른이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그것이 바른 교육입니다. - P43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서로를 돌보는 보살핌을 발현시킨다 - P44

교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서로 소통하게 하는거 - P45

사실 교육이란, 먼저 살아본 사람들이 다음 세대에게 ‘살아보니까 이런 게 필요하더라‘ 하고, 조금은 준비하고 사회에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르치는 거잖아요. - P45

고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종교학자인 정진홍 선생님은 "모두가 읽어야 하는데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 표현하셨는데요. - P55

나무들의 차이나 현상을 수학적 수치로 보여주면서 분포 구조를 설명하면, ‘자연이란 오묘하고, 자연이 알아서 조절한다‘라는 식으로 뭉뚱그려 이해하기보다 분석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 P57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그 계산이 어떻게 예측 가능한지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다른 시스템에도 적용하면, 그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는 예측력이 생깁니다. - P57

‘어떻게?"라고 물었을 때 서술적 묘사보다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명확하게 보입니다. 일단 한 시스템에서 결과를 도출하면, 다른 여러 시스템에 똑같이 적용할 수도 있고요. - P58

에드워드 윌슨 Edward Wilson 교수님이 ‘세상에 가장 복잡한 시스템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인간의 뇌, 브레인 시스템Brain System이고, 또 하나는 자연생태계 Natural Ecosystem 라고 하셨어요. 너무 많은 요소가 있어서 그래요. - P58

수학적으로 분석해내고 모델링을 할 때, 어떤 경우에 어떤 요소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보이죠. - P59

"수학은 관조하는 학문이 아니다. 직접 풀고 이해해야 하는 학문이다" - P59

수학은 상당히 직관적인 학문이더라고요. 전체를 보고 흐름을 파악하고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가를 분석하며 그걸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 P60

어떤 상황을 주고 어떻게 풀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 P60

한 아이가 "우리가 풀어야 하는 걸 x라고 두자." 하면, 다른아이가 ‘x로 가야 하는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건 뭐지?
아는 걸 a와 b라고 할까?" 하고 생각을 나눠요. 이 과정이 수학이에요. 상황을 관찰하고 구조를 분석하고 그것에 요소들을 부여해서 관계를 찾아가는 겁니다. - P60

‘어떤 자원을 동원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까‘를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는 주어진 문제를 한정된 시간 안에 어떻게 푸는지를 가르치죠. - P64

상대를 궁지에 몰아넣는 식으로 한다면 토론하는 목적이 실종될 수밖에 없죠 - P65

비난 말고 토론하자고요. - P66

교육은 아이들이 지닌 잠재력이 드러나도록 과정을 다듬고, 흥미가 일어나도록 누구에게나 기회를 줘야 하죠 모르는 사이에 공부하고 있듯이 마음이 우러나도록요. - P67

‘평가가 달라지면 된다‘ - P68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분석하고 보살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 P70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둥지 내몰림) - P71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는 공부‘가 ‘진짜 공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 P71

많은 일을 하면서 어떻게 느긋할 수 있느냐고요.
마감 1주일 전에 미리 끝냅니다.
마음에 엄청난 평안을 줘요.
결과물의 질을 높일 수도 있고요. - P74

‘구성 요소‘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선 반드시 있어야 하는정해진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가옵니다. - P75

‘계문강목界門綱目(생물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단계. 스웨덴의 식물학자인 카를 폰 린네 Carl von Linné가 제시한 계Kingdom-문Phylum (식물 제외), 문Division (식물의 경우)-강 Class-목Order-과 Family-속Genus-종 Species의 범위로 나눈 생물 분류법)‘ - P80

지나친 완벽주의자들은 어느 단계까진 도달하지만 더 나아가지 못하더라고요. - P82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있다고 봅니다. - P83

저는 공부의 구성 요소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젊은친구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어차피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는 게 낫다. 이런 것에 덤벼들고 저런 것에 덤벼들면, 이쪽은 엉성해도 저쪽에서 깊게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쪽과 저쪽이 얼추 만나더라.‘ 깊숙이 파고든 저쪽이 버팀목이 되어 제법 힘이 생깁니다. - P83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쌓아가지 않더라도, 다른 걸 하다가 예전 걸 얼핏 보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일 때가 많습니다. - P83

"사람을 고만고만하게 키우는 건 누구나 다 하지." - P86

‘내 입맛에 맞는 공부를 해도 된다‘ - P86

공부란 결국 호기심이 권하는 곳으로 뱃심을 가지고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 P87

뭐든 한참 하면 엉성한 곳들이 슬금슬금 메워지더라고요. - P86

모두가 한결같이 외길을 강요하는 방식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 P87

한 사람의 핍박 속에서 문화가 바뀌었네요. - P93

핍박에서 살아남으려고 한 일의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지만, 과정은 고난이었습니다. - P93

어느덧 이제는 저녁에 집 밖으로 나가도 되지만 나가지 않습니다. 제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요. - P95

낮에 학생들과 토론하고 실험도 하지만 마지막 결과물은 혼자 보내는 시간에서 나오죠. - P95

물론, 함께 모여서 해야 할 일도 있지만 혼자서 생각하고 조사하고 읽는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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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탄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탄소의 화학적 성질을 정치학 언어로 표현한 저자의 비유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과학을 배우면 문과출신들도 과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어떤 복잡한 수식이나 산식이 아니라 직관적인 의미로 딱 와닿는 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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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환원주의‘라는 키워드가 나오는데 이것이 굉장히 폭넓게 쓰이고 있는 것을 보면서 분야를 막론하고 학문의 세부분야가 굉장히 잘게 쪼개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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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0에 밑줄 친 문장 중에 ‘단어의 뜻이 문맥에 따라 달라지고 문장의 의미와 느낌이 언어의 장벽을 넘을 때마다 미묘하게 바뀐다‘는 말은 읽으면서 굉장히 공감이 갔던 구절이었다. 이 책에 나온 사례는 독일어를 영어로 번역하면서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데, 꼭 여기 나온 단어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들 중에서도 ‘아‘다르고 ‘어‘다른 것처럼 미묘한 차이가 문맥 속에서 점점 증폭되어 의미에 커다란 변화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참 말이라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에 관한 얘기들이 잠깐 등장한다. 여기 별도로 밑줄치진 않았지만 저자는 양자역학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이 양자역학이라는 것을 이해해보고 싶다는 일념하나로 물리학자 김상욱 님이 쓰신 책의 내용에 근거하여 독자들에게 양자역학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한 가지 실험이 나오다가 끝나는데 이어지는 부분은 다음 포스팅에서 더 다뤄보도록 하겠다.


탄소는 왜 생명의 중심이 되었을까? 과학자들이 찾은 답을 정치학 언어로 번역하면, 탄소는 ‘유능한 중도‘여서 성공했다. - P188

중도는 좌우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가끔 치우치는 경우에도 슬쩍 편을 드는 정도에 그칠 뿐 극단으로 가지는 않는다. 열정이 있어도 몰입하지 않으며, 원칙을 지녔지만 독선에 빠지지 않는다. 싸움을 먼저 걸지는 않아도 누가 싸움을 걸면 피하지 않는다. 무능한 중도는 극단에 휘둘리지만 유능한 중도는 좌우를 통합한다. 탄소는 유능한 중도의 대표 사례다. 사람으로 치면 성격이 온화하고 태도가 유연하다. 남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지만 필요할 때는 원만한 관계를 맺는다. 남이 원하는 것을 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무엇이든 되는 쪽으로 일을 만들어 나간다. - P188

탄소는 전자를 공유할 기회가 오면 거부하지 않지만 남의 전자를 함부로 탐하지는 않는다. 원자핵과 전자가 비교적 가까이 있어서 잘 깨지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어떤 경우에도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한 것은 아니다. 모든 면에서 어중간하다. 바로 그런 성격 덕분에 탄소는 생명 탄생의 주역이 되었다. - P189

생명이 존재하려면 DNA처럼 안정한 분자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분자의 안정성이 지나치면 안 된다. 때로는 분자를 쪼개어 새 분자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탄소는 그런 분자를 만들기에 딱 좋다. 탄소는 신중하다. 다른 원자가 달란다고 해서 너무 쉽게 전자를 내어주면 생명을 이루는데 적합한 원자들을 만나도 결합하지 못한다. 욕심이 지나쳐 아무 원자하고나 함부로 결합해도 마찬가지 위험이 있다. 그렇지만 인색한 것은 아니다. 전자에 대한 탐욕이 아주 강한 수소가 다가오면 너그럽게 안아준다. 그렇게 해서 탄소와 수소결합이 생명체의 분자를 이루게 되었다. - P189

탄소는 ‘리버럴‘하다. ‘부족본능‘ 따위는 없다. 자기네끼리도 잘 뭉치고 다른 원소와도 잘 어울린다. ‘우리‘와 ‘그들‘을 차별하지 않는다. 탄소끼리 뭉칠 때나 황·인·산소·질소와 결합할 때나 껴안는 힘이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고도 서로 다른 여러 원자 사이를 오간다. 종류가 다른 여러 원소와 이중·삼중으로 결합하기도 한다.
탄소를 함유한 분자는 탄소 원자 하나가 수소 원자 4개와 단순하게 결합한 메탄부터 놀랍도록 긴 인체 DNA까지 구조와 종류가 무한히 다양하다. 생명을 빚어낼 원소로 탄소만큼 가능성이 있는 것은 없다. 우주의 다른 행성에 생명이 있다면, 거기서도 탄소가 주인공일 가능성이 높다. - P190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순수한 탄소결합물인데 결합 방식이 살짝 다르다. 그것이 둘의 운명을 갈랐다. - P190

탄소 원자 하나가 다른 탄소 원자 3개와 같은 평면에서 손잡으면 흑연이 된다. 어떤 탄소 원자도 아래나 위로 입체구조를 만들지 않아서 조금만 힘을 주면 층과 층이 미끄러져 떨어진다. 이런 성질 덕분에 흑연은 연필심으로 만들어져 화가와 작가와 과학자들이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고 다듬고 표현하는 도구가 되었다. 미술과 문학과 과학의 발전에 흑연만큼 큰 기여를 한 물질이 또 있을까? - P191

탄소 원자 하나가 다른 탄소 원자 4개와 결합해 3차원 구조를 만들면 다이아몬드가 된다.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가 상하좌우 모든 방향으로 뭉쳐 균질한 결정을 이루고 있어서 다른 물질로는 자를 수 없을 만큼 단단하다. 시야를 흐리는 불순물이 전혀 없어서 굴절된 빛을 영롱하게 내뿜는다. 사람들은 그 단단함과 영롱함에 영원한 사랑에 대한 소망을 투사했다. - P191

똑같은 탄소인데도 결혼 예물이 된 다이아몬드가 부여받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다는 증거는 없다. 남자가 보유한 권력과 재산의 크기를 증명하는 수단으로는 훌륭했지만 그 영롱함으로 사랑의 환희를 북돋운 건 짧은 순간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책임은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사랑을 빛바래게 만든 시간에게 물어야 한다. - P191

‘중도 성향‘ 원소는 탄소 말고도 많다. 그런데 왜 하필 탄소였을까? 주기율표의 탄소 바로 아래에 규소(Si)가 있다. 규소는 탄소와 마찬가지로 최외곽 껍질에 전자 4개가 있다. 지구에 산소 다음으로 많아서 생명 탄생의 주역 자리를 두고 경쟁할 만하다. 그러나 규소는 최외곽 껍질이 3층이라서 전자와 핵의 거리가 탄소보다 멀기 때문에 자기네끼리 결합하는 강도가 탄소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복잡하고 긴 사슬을 만들지 못하며 다른 원자와 안정된 결합을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규소 원자 하나가 수소 원자 4개와 결합한 실란(SiH4)은 상온에서 자연발화하고 만다. 게다가 탄소보다 덩치가 커서 산소와 이중결합을 이루기 힘들다. 산소를 이용해 다른 규소 원자와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유리 재료로 쓰는 규산염이다. 규소는 한 번 규산염 구조에 들어가면 꼼짝도 하지 않는다. 주기율표의 중간에 있지만 규소보다 더 크고 무거운 게르마늄·주석·납이 생명을 빚을 가능성은 더 희박하다. - P192

내 몸은 탄소가 중용의 도를 지킨 덕분에 존재한다. 탄소를 함유한 물질은 검은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탄소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알고 나자 검은색에 대한 느낌이 달라졌다. - P192

나는 과학의 사실에서 별 근거 없는 감상을 함부로 끌어내는 습관이 있다. 과학 공부를 해도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나는 문과다. - P192

과학자는 과학의 사실을 그저 사실로만 대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끼지 않는 것처럼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원자의 결합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정을 품지 않는다. - P193

화학자와 물리학자는 ‘환원주의‘還元主義(reductionism) 논쟁을 하지 않는다. 화학자가 양자역학을 원래 자기네 것인 듯 가져다 쓰고 물리학자가 거리낌 없이 화학 책을 쓴다. 하지만 누구나 환원주의를 환영하는 건 아니다. 인문학자와 사회생물학자들은 감정을 불태우면서 격렬한 논쟁을 벌인다. - P193

화학이 환원이라는 연구 방법의 필요성과 장점을 잘 보여준다고 판단 - P193

환원은 분야를 불문하고 널리 사용하는 연구 방법이다. 특별히 내세우진 않지만, 인문학자도 널리 쓴다. - P193

환원은 복잡한 것을 단순한 것으로 나누어 단순한 것의 실체와 운동법칙을 파악하는 작업이다. 환원주의는 이러한연구 방법을 모든 대상에 적용하려는 경향이나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 P193

복잡함과 단순함은 상대적 개념이라는 데 주의하자. 복잡한 것은 단순한 것으로 나눌 수 있고, 단순한 것은 더 단순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 P193

예컨대 소금이 물에 녹는 것은 ‘비교적 복잡한‘ 현상이다. 물의 산소 원자가 음전하를 띠고 수소 원자가 양전하를 띤다는 것과 소금 결정을 구성하는 나트륨 원자와 염소 원자가 각각 전자 하나씩을 방출하거나 영입해 전하를 띠는 것은 ‘비교적 단순한‘ 현상이다. - P194

비교적 단순한 현상으로 비교적 복잡한 현상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원은 강력한 연구 방법이다. 그 방법을 널리 적용하는 연구방법론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 P194

인문학은 인문학이고 과학은 과학일 뿐이다. - P197

우리는 과학혁명의 문을 연 과학자의 이름과 생애를 안다. 코페르니쿠스, 튀코 브라헤Tycho Brahe(1546~1601), 케플러, 갈릴레이 같은 이들이다. 뉴턴은 그들이 발견한 모든 사실을 설명할 수 있는 물리학을 정립해 과학혁명을 궤도에 올렸다. 그 혁명을 이끈 연구방법론이 바로 환원주의였다. - P197

과학자들은 흔히 호모 사피엔스가 찾아낸 지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한 가지로 원자론을 꼽는다. ‘세계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생각해낸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그 발견을 이끌어낸 질문이다.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답을 찾으려면 크고 복잡한 세계를 작고 단순한 것으로 끝없이 쪼개야 한다. 과학의 역사는 환원주의 연구방법론의 위력을 결과로 증명했다. - P198

학문이 끝없이 작은 단위로 갈라진 것도 환원주의 연구방법론과 관계가 있다. 생물학·화학·물리학은 과학의 큰 갈래다. 분야마다 다양한 세부 학문이 있다. 예컨대 생물학에는 동물학·식물학 · 미생물학 · 분자생물학 · 세포생물학·유전학·진화생물학·사회생물학 등이 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유전학 내부로 들어가면 생물학자도 다 알지 못할 정도로 많은 전문분야가 있다. 인문학도 그렇다. 경제학·정치학·사회학 인류학·철학·역사학 · 언론학 등은 큰 갈래일 뿐이다.
경제학 안에 미시경제학 · 거시경제학· 재정학· 경제통계학·수리경제학·노동경제학 · 금융경제학 · 무역학 · 보건경제학·환경경제학·경제지리학 등 여러 분야가 있고, 분야마다 경제학자도 잘 모를 세부 전공이 펼쳐진다. 모두가 복잡한 대상을 단순한 것으로 쪼갠 탓에 생긴 현상이다. - P198

환원주의가 추동한 학문의 세분화와 전문화 현상은 인문학과 과학을 가리지 않았다. - P199

만사가 그렇듯 환원주의도 위험 요소가 있다. 가장 중대한위험은 복잡한 것을 설명한다는 원래 목적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단순한 것을 연구할 가치가 없다는 말이 아니다. 가장단순한 수소의 원자 구조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걸 누가 부정하겠는가. 그러나 우주의 구조와 운동법칙을 설명할 수 있어야 수소의 원자 구조를 아는 것이 온전한 의미를가진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 P199

복잡한 것을 설명하는 임무를 수행하려면 연구자가 자신이 몸담은 세부 학문의 경계를 넘어 다른 분야의 연구 성과를 습득하고 다른 분야의 연구자와 소통해야 한다. 설명하려는 대상이 우주든 사회든 사람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야 환원주의가 훌륭한 연구방법론이 될 수 있다. 윌슨은 그런 노력을 가리켜 ‘통섭‘統攝(consilience)이라고 하면서 - P200

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것은 지성의 가장 위대한 과업이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지식의 파편화와 철학의 혼란은 실제 세계의 반영이 아니라 학자들이 만든 것이다. 통섭은 통일統一(unification)의 열쇠다. 분야를 가로지르는 사실들과 사실에 기반을 둔 이론을 연결해 지식을 ‘통합‘해야 한다. - P200

학문의 갈래를 가로지르는 통섭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은 소수의 과학자와 철학자가 공유하는 형이상학적 세계관에 지나지 않지만 과학이 지속적으로 성공했다는 사실이 그것을 지지해 준다. 인문학에서도 힘을 발휘한다면 더 확실한 지지의 증거가 될 것이다. 통섭은 지적 모험의 전망을 열어 주고 인간의 조건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이끈다. - P200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 ‘consilience‘는 철학자 윌리엄 휴얼 William Whewell(1794~1866)이 1840년에 출간한 『귀납적 과학의 철학』에서 처음 사용했다. 망각의 운명을 선고받고 역사의 심연에 가라앉고 있던 그 말을 윌슨이 건져 올렸다. - P200

통섭은 환원주의를 수단으로 삼아 지식을 통합하는 것이다. - P201

분석은 과학적 방법으로 하지만, 통섭은 언어로 해야 하기에 과학과 인문학이 모두 필요하다. 진리를 따라 과감하고 자유롭게 학문의 국경을 넘나들어야 한다. 진리는 철새처럼 어느 정도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생물학에서 나온 문제가 경제학과 정치학을 거쳐 심리학과 수학에 정착한다. 사회학의 문제가 행정학 · 법학 · 기상학·화학·음악의 영역까지 뻗어 간다. - P201

지난날의 ‘학제적interdisciplinary 연구‘는 여러 분야 연구자들이 저마다 자기영역의 목소리를 보탠 ‘다학문적multidisciplinary 유희‘에 지나지 않았다. 통섭은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일관된 이론의 실로 전체를 꿰는 ‘범학문적transdisciplinary 접근‘을 요구한다. - P201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문학에 과학의 토대를 제공하려고 노력했다. 1장에서 만났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그랬고, 우주와 생명과 인간을 하나로 묶은 TV다큐멘터리 <코스모스>를 제작하고 같은 제목의 책을 쓴 천문학자 칼 세이건도 그랬다. 『엔드 오브 타임』의 절반을 인문학에 할애한 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도 마찬가지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물리학자 슈뢰딩거를 만나게 된다. 그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생물학을 물리학으로 환원하려고 했다. ‘통섭‘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윌슨과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 P202

그러나 누구도 자신의 전문분야를 넘어 세계를 완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 P202

윌슨은 인문학을 사회생물학의 하위 분야로 통합하자고 하지 않았다. 인문학의 명제를 과학이 밝혀낸 생명과 인간에 관한 사실에 비추어 보고 과학의 토대 위에 인문학을 재구축하자고 했을 뿐이다. - P206

영어 ‘uncertainty‘는 여러 의미로 쓰는 단어다. 독일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1901~1976)가 제안한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Unbestimmtheit을 영어권 학자들이 이 단어로 옮겼다. - P210

인간의 언어로는 양자역학을 서술하기 어렵다. 단어의 뜻이 문맥에 따라 달라지고 문장의 의미와 느낌이 언어의 장벽을 넘을 때마다 미묘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 P210

독일어 ‘Unbestimmtheit‘ (발음은 운-베슈팀트-하이트)는 동사 ‘bestimmen‘(베슈팀멘, 확정하다)에서 나왔다. 수동형 ‘bestimmt‘ (베슈팀트, 확정된)에 명사형 어미 ‘heit‘를 붙이면 ‘Bestimmtheit‘ (베슈팀트-하이트, 확정됨), 여기에 반대말을 만드는 전철 ‘un‘을 더하면 ‘Unbestimmtheit‘ (확정되지 않음)가 된다. ‘uncertainty‘는 가장 비슷한 영어 단어이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아서 물리학에서는 ‘불확정성‘으로 옮기고 인문학에서는 ‘불확실성‘으로 번역한다. 같은 단어인데도 맥락에 따라 다르게 옮기는 것이다. - P210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말의 유행은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와 관련이 있었던 듯하다. - P210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알 수 없다. - P211

과학이든 인문학이든 의심해서 나쁠 건 없다. 낡은 것을 의심해야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일이다. - P211

불확정성 원리는 인간 인식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다. 거꾸로 말해야 맞다.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시세계의 운동법칙까지 우리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 P211

수소 원자는 핵에 양성자가 하나 있고 그 바깥에 전자가 하나 있는 게 전부다. 전자는 원자핵 주변을 둘러싼 구름형태로 분포한다. 구름의 밀도는 그 위치에서 전자를 발견할 확률을 나타낸다. 핵에서 멀어질수록 구름 밀도는 낮아진다. 전자가 이런 식으로 분포한 것을 오비탈이라고 한다. 오비탈은 행성의 공전 궤도처럼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전자의 궤적이 부정확하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지점의 전자구름 밀도를 계산해서 특정 전자를 특정 위치에서 발견할 확률을 알아낼 수 있다. 전자를 정말 그곳에서 발견할 것이라고 할 수 없어서 정확하지 않다고 할 뿐이다. - P212

양자역학은 우리가 사물에 대해 완전한 지식을 가질 수 없음을 증명하지 않는다. 반대가 진실이다. 양자역학은 우리가 진정 알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 P212

불확정성 원리는 인문학에 ‘불확실성‘ 개념이 퍼지는데 영향을 주었다. - P212

물리학자들은 인문학자와 달랐다. 그들은 불확정성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물리학 자체가 지진 난 땅처럼 흔들렸다. 고전역학은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아는 데서 출발한다. 중력이 왜 존재하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어떤 물질의 위치와 낙하 속도를 알면 몇 초 후에 그것이 어디에 있을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총알처럼 수평으로 날아가는 물체의 운동도 마찬가지로 정확하게 서술하고 예측한다. - P213

고전역학의 세계는 결정론이 지배한다. 모든 것이 물리법칙으로 확실하게 결정되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안다. 그런데 입자들이 활동하는 미시세계에서는 고전역학의 결정론이 통하지 않는다. 경악스러운 사태였다. - P213

슬릿(좁고 긴 직사각형 구멍) - P213

입자인 전자가 접착제 바른 야구공처럼 날아간다고 생각하자. 두 슬릿 가운데 하나를 통과한 전자는 스크린에 달라붙어 세로 줄무늬를 두 개 만들 것이다. 그런데 결과가 엉뚱했다. 스크린에 세로 줄무늬가 여럿 생겼다. 고전물리학 실험에서 나타나는 파동의 간섭무늬 비슷했다. 하나의 전자가 파동처럼 두 슬릿을 다 통과하지 않는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였다. 실험 결과에 대한 논리적 해석은 하나밖에 없었다.
‘전자는 입자이고 파동이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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