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알게 되어 읽어보게 된 책이다. 내향인의 특성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고 내향인만이 가진 장점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대체로 더 빠르게 생각하며 그 생각을 말로 표현하면서 정리한다. 반면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들은 더 깊게 생각하며 먼저 생각을 마친 뒤에 어떻게 말할지를 정리하는 편이다. - P10

아주 어릴 때의 경험은 자아상의 토대가 된다.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과 너무 자주 비교당하면 스스로를 열등하고 변화가 필요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이 칭찬을 받고 자라면 처음부터 자신의 내향성을 건강하게 인식하게 된다. - P10

열등감은 나이에 상관없이 진실을 충실하게 마주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 P10

내향성을 발견하고 포용하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목표를 찾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당신은 곧 자유로워질 것이다. - P11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내향적인 사람의 비율은 최대 50퍼센트라고 한다. 즉 우리처럼 내향적인 사람의 수는 외향적인 사람의 수와 비슷하며 우리가 결코 소수가 아니라는 뜻이다. - P12

우리는 말하기보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 P12

우리는 ‘침묵‘에 유창하다. - P12

우리가 갖고 있는 기질로도 인생을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고 세상에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 P12

우리는 외향적인 사람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그저 열심히 성장해 이 행성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마땅한 가치를 인정받으면 된다. - P12

내향적인 사람만이 세상에 가져다줄 수 있는 고유한 기여와 가치를 인정하는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우리가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고 애쓸수록 우리만 제공할 수 있는 것을 모두가 놓치게 되는 셈이다. 이제는 비교에서 기여로 눈을 돌려야 한다. - P13

"조용한 환경을 좋아하거나, 제한적으로 사회와 교류하거나, 고독을 크게 선호하는 사람." - P17

"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인 사람." - P17

"여러분은 지금 모습 그대로 좋습니다. 여러분은 변화를 일으키도록 만들어졌어요." - P21

나는 다음 3가지를 깨닫고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했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나는 절대 외향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
‘외향적인 척은 실패와 좌절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다.‘ - P22

나는 내 방식을 인정하는 법, 나만의 강점을 찾는 법 그리고 그 강점을 활용하는 법을 배웠다. 그 덕분에 외향적인 사람은 절대 따라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나는 외향적인 사람들의 방식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법을 배웠으며 그들에게 존경받고 변화를 만드는 법도 배웠다. 나아가 외향적인 사람들이 내가 제공하는 모든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22

성공은 말뿐 아니라 당신이 가진 모든 강점을 끌어낼 때 찾아온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 P25

우리 삶에 진정한 변화를 일으킬 열쇠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 P32

성공하기 위해서는 2가지가 필요하다.
‘우리의 타고난 기질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것‘
‘이 기질의 고유한 강점을 활용해 그 누구도 따라 하지 못할 공을 세우는 것.‘ - P33

진정한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관점을 바꾸고 우리의 원래 모습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 P33

먼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다음 외향적인 사람들이 모인 사회에서 필요한 기술을 새로 익히고 완성해 큰 영향력을 발휘하자는 이야기다. - P33

정확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구축한다는 것은 지그 지글러가 말하는 "악취 나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과 타인을 정확히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따른다는 뜻이다. - P35

마음가짐이 잘못돼 있으면 어떤 기술을 새로 배워도 결국 대응 기제가 돼 버릴 뿐이며, 강점이 아니라 약점을 바탕으로 행동하게 된다. - P35

생각은 신념이 되고, 신념은 곧 감정이 되며, 감정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 P35

"최고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과 최고의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 사이에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 P46

"내향적인 사람은 매일 눈을 뜨는 순간부터 외부 세계에 대응하고 순응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 P46

어떻게 해야 내향적인 사람이 이런 보편적인 기대치를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은 바로 100퍼센트 자신이 되는 것이다. 즉 자신의 고유한 기질이라는 필터를 통해 살아가고 일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내향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 - P49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만큼 실력을 쌓으라." - P49

성공이란 먼저 자신의 기질을 온전히 수용한 뒤 의식적으로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며 자신에게 완벽히 어울리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을 의미한다. - P50

당신이 만약 치타라면 결코 독수리가 될 수는 없다. 진정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행 코치가 아니라 달리기 코치와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 P50

자신의 제한된 경험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편견‘과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 - P53

편견은 두뇌가 입력된 정보를 빠르게 살펴보기 위한 전략의일종이며, 덕분에 인간은 머릿속에 들어오는 모든 사소한 정보를 의식적으로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 - P53

편견이란 사람의 첫인상, 즉 외모와 행동을 근거로 사람을 판단한다는 뜻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인간의 뇌는 익숙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 P54

사람들은 타인의 인격과 역량에 대해 쉽게 판단을 내리곤 한다. 그 사람과 단 한 번도 교류한 적이 없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바가 전혀 없더라도 그렇다. 흥미롭지 않은가? 편견은 인간 경험의 일부이므로 그 자체로는 나쁜 게 아니다. 편견 덕분에 신체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도 있고 부당한 비즈니스 거래를 피할 수도 있다. - P55

핵심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지하는 것이다. 편견을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인지하고 나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택을 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 P55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시하는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일지도모릅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사람은 대부분 내향적인 사람이에요." - P57

기질에 상관없이 누구나 각자의 쓸모가 가득 담긴 보물 상자를 갖고 있다 - P60

외향적인 사람의 보물 상자는 표면 가까이에 있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의 보물 상자는 대개 깊숙이 묻혀 감춰져 있기 때문에 이 보물을 채굴해야 한다. 둘 중 어느 쪽이든 무의식적 편견을 극복한다는 것은 추정하기를 멈추고 보물찾기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 P60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 모두의 자원을 활용한다면 회사의 성과와 수익에도 큰 효과가 발생한다. 내향적인 사람이 주도적으로 나서 자신만의 쓸모를 증명해 낼 때 리더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그동안 모르고 놓친 우리의 가치가 얼마나 거대한지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내향적인 사람이 창출하는 가치를 한번 목격하고 나면 내향적인 사람이 팀에 기여하는 바가 아주 많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 P60

예리한 지적 능력, 강렬한 창의성, 기발한 아이디어 - P61

타인의 아이디어에 묻어가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다른 사람들과 편하게 공유 - P61

일단 내향적인 사람들을 향한 기존의 통념을 인식한 뒤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 P61

당신과 내향적인 동료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면 몇몇 외향적인 동료들과 의식적으로 진심 어린 관계를 형성해 보라. - P61

아무도 당신을 리더 역할로서 고려하지 않는다면 현재 소속된 무리에서 간결하고 알기 쉽게 리더십 역량을 드러내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 P61

당신이 너무 조용해서 팀에 기여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동안 당신이 팀에 명확하게 기여한 바를 제시하며 반박하라. - P61

내향적인 사람으로서 당신의 특기는 가능한 작은 그룹에서 관계를 맺는 것이다. 기왕이면 일대일이 가장 좋겠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외향적인 사람과 교류하며 당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해 보라. 그들의 의견을 들어 보고 그들이 당신의 열정을 포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어쩌면 그들이 모두의 관점을 바꿀 기폭제가 될지도 모른다. 자, 이제 외향적인 사람과 함께 점심식사를 할 시간이다! - P62

와튼 스쿨의 교수이자 작가인 애덤 그랜트는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 모두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둘의 차이점은 함께하는 구성원의 유형이다. 외향적인 리더가 시너지를 내기 좋은 유형은 구체적인 지시가 필요한 수동적인 구성원이다. 반면 내향적인 리더는 실무진이 제시하는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검증하는 능력이 있기에 보다 능동적인 구성원을 이끌 때 빛을 발한다. - P65

내향적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해당 분야에서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배워야 한다. 진심으로 그 분야에 열정이 있다면 타고난 기질을 활용하는 독창적인 방식을 찾아 앞서갈 수 있다. 직업을 선택할 때는 그저 돈이 아니라 어떤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지를 보라. - P66

"원하는 것을 다 챙길 수는 없다. 협상한 것을 얻을 뿐이다."

"인맥은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누구나 자신이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맥이 우리를 대변한다."

"대담함에는 천재성이 있으며 심지어 다정함까지 있다." - P67

어떻게 해야 이 최고의 가르침들을 내 기질에 맞게 조정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깨달았다. 이 가르침들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주어진 것이었으며 나 역시 그렇게 해야 했다. - P68

목표는 외향적인 방식으로 인맥을 쌓는 게 아니라 내향적인방식으로 인맥을 쌓는 것이었다. 핵심은 실제 사람들과 진정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며 이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자신의 본모습에 충실하면서도 동시에 최고로 인맥을 잘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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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열흘 정도만에 다시 읽는다.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매 부분에서 ‘부끄럽다‘ 는 말을 주제로 그 특징을 잠깐 살펴봤었는데 오늘은 이에 관한 내용들이 추가로 이어진다.

본문을 읽으면서 부끄럽다는 말에 이렇게 심오한 뜻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아마도 이는 저자의 직업이 작사가이기에 어떤 말의 의미를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많이 곱씹어보며 생각해봤기 때문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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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슬프다, 서럽다, 서글프다‘ 라는 말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느낌이 나오는 부분이 나온다. 여기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종종 쓰는, 때로는 그냥 평범하게만 느껴졌던 말들을 한 글자 한 글자씩 잘게 쪼개서 정말 섬세하게 분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왜 저자가 유명한 작사가인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묻다‘와 ‘품다‘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한 번 섬세함을 보여준 저자의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뒤이어 소개되는 다른 말들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섬세한 감각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었기에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을 정도다. 이거는 그냥 읽어보시면 알 거다. 내가 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지를 말이다.

어쩌면 ‘부끄럽다‘라는 말은, 우리 마음 중에서도 가장 맨살에 닿아 있는 걸지도 모른다. 하나의 막이 드리워져 있어야 할 어딘가가 건드려졌거나, 그 막이 확 걷혀졌을 때의 기분을 묘사하는 말이니까.

나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개인으로의 매력을 유지하는 남녀의 공통점으로 ‘부끄러움을 잃지 않는 점‘을 꼽는 편이다.

또 잘못이 밝혀져도 뻔뻔스럽게 구는 사람을 손가락질할 때도 ‘부끄러움이 없는 자‘라고 하지 않던가.

부끄러움은, 그 말이 쓰일 때가 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차분히 마주하고 살핀 적이 없을 뿐, 우리가 지켜야 할 아주 소중한 마음에 붙어 있는 말

호감 앞에 조심스러운 마음, 굳은살 박이지 않은 양심이 긁히는 마음. 각 마음은 질감과 온도는 다르지만 모두 보들보들한 맨살이 남아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다음에 만나는 ‘부끄러움‘은, 느닷없이 품었다 내팽개치지말고 잠깐이라도 바라보다 보내줘야겠다.

‘반짝이다‘, ‘빛나다‘라는 말이 시각적인 기억을 주로 환기시키는 반면, ‘찬란하다‘는 표현은 내겐 유리조각들이 부딪혀 챙그렁대는 소리가 나는, 공감각적인 그것에 가깝다.

뜨겁게 빛나는 태양보다는, 그 빛이 내리쬐어 물결에 빛나는 모습이 ‘찬란하다‘와 어울리는 것 같다.

아이폰 유저에게 국한된 비유겠지만, ‘반짝이다‘가 일반 사진이라면 ‘찬란하다‘는 1초 정도의 움직임까지 담아내는 라이브포토로 포착될 수 있는 느낌이다.

나는 가끔 세상의 모든 형용사들이 가진 기가 막힌 표현력에 감탄하게 되는데, 이는 주로 발음에서 온다.

‘반짝‘하고 말할 때 ㄴ받침을 부드럽게 도움닫기 삼아 ‘짝‘ 하고 내뱉는 발음은 무언가에 빛이 닿아서 튕겨 나오는 모습 그자체인 것 같고, 찬란하다는 말의 실제 발음인 ‘찰-란‘은 ‘찰‘의 받침 ㄹ과 ‘란‘의 자음 ㄹ이 파도 능선처럼 이어지는 기분이 들어 앞서 비유했던 것처럼 햇살이 닿은 물결의 느낌인 것이다. 게다가 ‘차‘ 하면서 시작되는 첫 음절은 퍼져나가는 빛이 혀에서 구현되는 착각이 들지 않는가.

‘찬란하다‘는 표현은 내게 다른 유의어들에 비해 사람들로부터 각기 다른 기억들을 끄집어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제각각인 모양의 아련한 행복들을 집합시키는 말. 이 정도면 작사가로서 편애할 만하지 않을까?

미디어에서 넘치기 시작하는 말들은 대개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갈증의 지표‘다

‘지친다‘는 말의 앞에는 각자만의 외롭고 긴 시간이 널려 있다. 너무 쉽고 이른 지침이 아니라면, 지침을 느낄 때가 바로 스스로를 인정하고 당근을 줘도 될 때라는 말이다.

말에는 힘이 있는데 이 ‘지친다‘는 말은 그 힘이 유독 세다. ‘지친다‘고 말을 뱉는 순간, 멘탈을 잡고 있던 모든 코어 근육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보통 저 말을 뱉으며 주저앉거나 눈물을 터뜨리는 것도 그 때문일 테다.

‘어감‘이라는 것은 고유한 것이기보다는 그단어를 사용하면서 얻어진 기억들이 쌓여 만들어진다.

최초에 어떤 감정을 단어로 정의하는 과정에서는 분명 창의적 개입이 있지 않았을까

나는 이슬이 맺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말로 둔갑해서 ‘슬프다‘가 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이 말이 가진 발음 특성이 감정을 기가 막히게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물기 없이는 말맛이 덜한 ‘슬픔‘의 발음은 이 감정이 눈물에서 비롯된다는 태생과도 닮았다.

‘서럽다‘는 말은 슬프다는 말이 담는 아픈 마음을 조금 더 구체화한다.

서러움은 슬픔이 조금 더 헐벗은, 맨몸의 말 같아서 더 아리다.

누군가의 슬픔 앞에서 그 이유를 헤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서러움은 일단 따뜻한 집에 들여 밥 한 술 떠먹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좀 더 주체할 수 없는 아픔을 표현하고 싶을 때는 슬픔 대신 서러움을 쓴다. 설명 없이 감정을 전달하기에 더 적확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서러움이 아이의 감정 결을 가졌다면 서글픔은 좀 더 성숙한 누군가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서글픈 누군가는 슬픈 누군가, 서러운 누군가와 달리 본인 스스로는 정작 슬프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서글픔에는, 왠지 모르게 그 풍경에서 느껴지는 애틋한 아픔이 담겨 있다. 즉 나의 감정이 개입된 말인것이다.

저도 종종 이야기하는 게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오히려 눈물을 참는 게 아니라 흘려야 할 때 흘려주는 거다‘라고 이야기해요. 그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스트레스 관리가 되기 때문인 거 같아요.

기침이 나고 콧물이 흐르는 것은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와 싸운 내 몸이 이를 게워 내는 현상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깨끗이 배출해내는 것이 매너가 아닌 필수적인 행동요건인 이유다.

언제부터 슬픔이 사람들로부터 되도록 감춰야 하는 감정이 된 건진 몰라도,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은 나의 ‘약한‘ 모습을 온 동네에 소문내는 행동이 되기에 이를 방지하려는 자연스런 방어 기제 아니었나 싶다.

계속해서 눈물을 참는 것은, 격렬하게 운동을 하고 나오는 땀이 흐르지 못하게 온몸을 랩으로 감싸는 것과 같은 일이다.

독소가 밴 피부에 두드러기가 올라오듯, 눈물을 꾹꾹 참아내는 건 힘들다고 외치는 내 마음을 꽁꽁 묶어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두드러기만 나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이러다 보면 나중엔 힘들 때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방법조차 모르는 어른이 된다는 거다.

행위는 정신을 지배하기에, 눈물을 참는게 습관이 되면 나 스스로 ‘나는 지금 힘든 게 아니다‘라고 속이는 것도 가능해진다. 마음은 그렇게 방치되고, 어느 날 그러다 완전히 고장나버렸을 때 ‘대체 왜 이런지 모르겠다‘ 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경우는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했던 본인에게 그 이유가 있을 확률이 높다.

나를 들여다보고 챙긴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그렁그렁 맺히는 눈시울도 내 몸이 내가 들어줬으면 하고 중얼대는 혼잣말이고, 펑펑 쏟아져 나오는 오열은 내가 내게 살려달라고 외치는 울부짖음이다.

묻고 가는 것은 주로 아픔이고 품고 가는 것은 연정의 속성을 띈다.

나는 묻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려는 모습이, 품는 것은 무언가가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떠오른다. 묻는 것은 생명력이 사그라들길 바랄 수 있고 품는 것은 무럭무럭 자라나길 원할 수 있다.

우리는 가슴에 잊어야 하지만 도저히 그리 되지 않는 것들을 묻고, 키우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것들을 품는다.

감정이 탄생하는 순간을 상상해보면 단어의 속성이 더 와 닿는 경우가 많다.

어떤 감정은 아래에서 위로 나무처럼 자라고, 또 어떤 감정은 위에서 아래로 비처럼 내린다.

‘분노‘와 ‘용기‘는 아래에서 위로 움직인다. 그러고 보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용기가 샘솟는다‘고들 말한다. 이 두 감정은 공통적으로 작은 것들이 켜켜이 쌓여 일순간 ‘펑‘ 하고 터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분노‘는 짜증이 난다거나 삐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분노했다고 표현하는 건, 더이상 참지 못해 어떤 행동을 하거나 하겠다는 결심을 할 때다.

삐짐이나 짜증이 후루룩 끓어오르는 물이라면 분노는 끓다가 넘치는 물이다. 그리고 단순히 하나의 사안으로 건드려지는 게 아닌, 히스토리가 있는 감정이다.

작은 짜증들이 쌓여, 혹은 나만의 역사로 만들어진 신념이 건드려질 때 우리는 분노라는 걸 한다. 물이 역류하는건 보이지 않는 곳에 물이 가득 차서인 것처럼, 나의 이성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을 때 분노는 터져 나온다.

용기는 분노처럼 ‘오르는‘ 감정이지만, 분노가 주로 외부 자극에 뿌리를 둔다면 용기는 내 안에 쌓인 결심들이 모여 탄생한다.

분노로 뛰쳐나간 발걸음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 대체로 옳다면 용기로 도약된 행보는 새로운 곳으로 우리를 이끈다.

재밌는 건, 어떤 용기는 분노에서 비롯된다는 거다. 결국 무엇이 쌓여 터지는 감정이냐에 따라 좋고 나쁜 게 결정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행복은 비처럼 내려오는 감정들이다. 나의 의지로써가 아니라 누군가 갑자기 연 커튼 너머 햇살처럼 쏟아져 내린다. 계획을 세워 준비할 수 없다는 점도 닮았다.

아래에서 위로 오른다고 느끼는 감정들은 그게 터지든 열리는 내가 그 꼭지를 가진 것에 비해,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감정들은 어딘가에서 열린 꼭지 탓이지, 내 것이 아니라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 감정들은 어떤 형태로 탄생을 했든, 결국에는 유기적으로 물고 물린다. 어떤 사랑은 ‘용기‘로 쟁취되고, 그로 인해 ‘행복‘을 느끼며, 지켜야할 사람 때문에 ‘분노‘하기도 하지 않던가.

소란스럽다는 말에는 그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시끄러움은 그 소동의 주체가 한 곳이라면, 소란스러움은 작은 무리에서 비롯된다. 또 소란스러우려면 그 주변에는 그와 대비되는 차분한 더 큰 무리가 있어야 표현이 성립된다.

어떤 후회는 부끄러움과 함께 온다.

나에게 외로움은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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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과테말라 SHB 디카페인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8월
평점 :
품절


향은 은은한 청포도 향이 나고 맛은 호박 파이와 호두 맛이 나는 묘한 매력이 있는 드립백 커피입니다. 개인적으론 뜨거운 물로 내려 마실 때 앞서 언급했던 향과 맛이 더 잘 느껴졌습니다. 또한 디카페인이라 카페인에 부담을 느끼셨던 분들에게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선물로도 좋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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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5-01-24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에서 청포도 호박파이 호두 맛? 우와아! 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오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5-01-24 11:58   좋아요 1 | URL
예 드립백 포장에 써있는 맛과 향이 정말 있을까 싶었는데 진짜 말그대로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100자평에는 일일이 쓰진 못했는데 물조절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물은 언제나 과유불급입니다. 서곡님도 오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서곡 2025-01-24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쵸 처음 커피드립 했을 때 왜 이렇게 맛이 없지 했는데 그게 다 물 조절 때문이었답니다 ㅎㅎ 과유불급 늘 명심해야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5-01-24 12:13   좋아요 1 | URL
예 저도 예전에 잘 모를 때는 거의 커피향 나는 숭늉처럼 마셨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이것저것 내려 마시다보니 어느 순간 물조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뭐 이러면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용어인 ‘통섭‘이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정리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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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에서 저자는 한 사례로 환경정책, 사회과학, 생물학, 윤리학을 한데 모은 뒤에 이 분야들이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언급하며 각 분야 간에 통섭이 이루어지기 위한 제반 조건들을 소개한다.
여기서 저자는 자신이 과학자이지만 인문, 사회과학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과학자인 저자가 오픈 마인드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특정 학문 분야로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타 학문 분야에 상대적으로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향들이 많은데 저자는 이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

다만 이 와중에 한 가지 옥의 티(?)라면 저자가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궁극에는 인문, 사회과학도 과학의 영역으로 융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은연중에 과학의 우월성을 시사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좋게 보면 자신의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도 볼 수 있겠으나 과학분야 외의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약간은 언짢게 들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이 책의 초반부이기에 끝까지 읽었을 때 본문에 나온 저자의 생각에 독자인 내가 온전히 수긍할 수 있을지 한 번 두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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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 3장 계몽사상 이라는 챕터에서는 ‘콩도르세‘ 라는 인물에 관한 얘기가 비교적 상세하게 나온다. 여기서 일일이 하나하나 나열하긴 힘들지만, 이 사람에 대해 본문에서 자세히 다루는 이유가 독자인 내 생각에는 이 책의 제목인 ‘통섭‘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에 따르면 콩도르세는 철학, 문학, 과학, 예술, 정치, 법학 등에 능통했다고 하는데 이는 지식의 대통합을 중요시하는 저자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용어(통섭)는 ...(중략)... 설명의 공통 기반을 만들기 위해 분야를 가로지르는 사실들과 사실에 기반한 이론을 연결함으로써 지식을 "통합" 하는 것을 뜻한다. - P40

"귀납의 통섭은 하나의 사실 집합으로부터 얻어진 하나의 귀납이 다른 사실 집합으로부터 얻어진 또 하나의 귀납과 부합할 때 일어난다. 이러한 통섭은 귀납이 사용된 그 이론이 과연 참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시험이다." - P40

통섭을 입증하거나 반박하는 일은 자연과학에서 개발된 방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과학자들의 노력이나 수학적 추상화에 고정되어 있기보다는 물질 우주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잘 작동해 온 사고의 습관을 충실히 따르려는 것이다. - P40

통섭이 매력적인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지적인 모험의 전망을 열어 주고 비록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인간의 조건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이끈다는 데 있다. - P41

"혼란이란 논증이나 추론이 하나의 경험 세계로부터 다른 경험 세계로 전달될 경우에 일어나는 실수들 중에 가장 치명적인 실수이다." - P41

가장 작은 원의 영역 내에서 통섭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런 물음은 확고한 판단이 한쪽 분과에서 다른 쪽 분과들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이며 대답은 결국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통된 추상적 원리와 경험적 증거를 가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 P43

저명한 철학자인 알렉산더 로젠버그(Alexander Rosenberg)는 최근 철학이 단지 두 가지 질문만을 다룬다고 주장했다. 그중 하나는 과학이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이 왜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없는가에 관한 것이다. - P44

"장기적으로는 모든 사실들이 알려져서 결국 과학이 답할 수 없는 물음이 존재하지 않게 될 수도 있을 테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런 물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 P44

과학자들도 철학자들이 모르는 문제가 무엇이며 그리고 왜 그들이 그것을 모르는지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 - P44

지금 우리는 통섭을 시험해 보는 일을 가장 위대한 지적인 도전으로 간주하고 있는 시대, 즉 종합(synthesis)의 새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 P44

철학, 즉 모르는 것에 관한 숙고는 그 통치권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우리의 공통 목표 중 하나는 철학을 과학으로 최대한 빨리 전환시키는 것이다. - P44

세계가 정말로 지식의 통섭을 장려하게끔 작동한다면 나는 문화의 영역도 결국에는 과학, 즉 자연과학과 인문학 특히 창조적 예술로 전환될 것이라고 믿는다. - P45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21세기 학문의 거대한 두 가지가 될 것이다. 반면 사회과학은 계속해서 세분화되면서 그중 어떤 부분은 생물학으로 편입되거나 생물학의 연장선 위에 있게 될 것이며 그 밖의 부분들은 인문학과 융합될 것이다. 사회과학의 분과들은 계속해서 존재하겠지만 결국 그 형태는 극단적으로 변할 것이다. - P45

철학, 역사학, 윤리학, 비교종교학, 미학을 아우르는 인문학은 과학에 접근할 것이고 부분적으로 과학과 융합할 것이다. - P45

영국의 신경생물학자 찰스 셰링턴 (Charles Sherrington)은 1941년에『인간과 인간의 본성 (Man on His Nature)』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뇌를 "요술에 걸린 베틀"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이 베틀을 통해 외부 세계를 끊임없이 직조해 낸다. - P45

문명사회의 공동 정신(세계 문화)은 훨씬 더 큰 베틀이리라. 인류는 이 공동 지성을 통해 과학의 영역에서는 한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훨씬 넓은 영역을 가로질러 외부 세계를 그려 낼 수 있었고 예술의 영역에서는 한 명의 천재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다양한 서사, 영상 그리고 리듬을 창조해 냈다. 이렇게 과학과 예술 모두에서 동일한 베틀이 작동하고 있다. - P46

인과적 설명의 통섭은 한 사람의 지성이 공동 지성의 한 부분에서 다른 부분으로 가장 신속하고 확실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다. - P46

통섭을 추구하는 일은 산산조각 난 교양 교육을 새롭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 P46

진정한 개혁은 과학을 학문적 측면과 교육적 측면에서 인문·사회과학과 통섭함으로써 완성될 것이다. - P46

모든 학부생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과 인문학의 관계는 무엇이고 그 관계가 인간 복지에 어떻게 중요한가? - P46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법률의 절반 정도는 중요한 과학 기술적 요소들을 이미 포함하고 있다. 매일매일 우리를 괴롭히는 이 쟁점들 중 대부분, 예컨대 인종 갈등, 무기 경쟁, 인구 과잉, 낙태, 환경, 가난 등은 자연과학적 지식과 인문·사회과학적 지식이 통합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경계를 넘나드는 것만이 실제 세계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제공할 것이다. 이 실제 세계를 이데올로기와 종교적 독단 그리고 임시방편적 렌즈를 통해서 볼 수는 없다. - P47

이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정치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이며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거나 전혀 없다는 현실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열악한 상황은 대중 지식인, 언론인, 평론가, 각종 두뇌 집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그들의 분석이 때로는 정확하고 믿을 만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분석의 실질적인 기초는 파편화되어 있으며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 P47

균형 잡힌 관점은 분과들을 쪼개서 하나하나 공부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분과들 간의 통섭을 추구할 때만 가능하다. 그런 통합은 쉽게 성취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지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런 통합은 진리의 울림이다. - P47

통합은 인간 본유의 충동을 만족시켜 준다. 학문의 커다란 가지들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는 만큼 지식의 다양성과 깊이는 심화될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학문들의 기저에 존재하는 응집력 때문이다. 이런 기획은 다른 이유 때문에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성에 궁극적인 목표를 주기 때문이다. 저 수평선 너머에 넘실거리는 것은 혼돈이 아니라 질서이다. 그곳으로 모험을 떠나는 일을 어찌 망설일 수 있겠는가. - P47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1826년. 미국의 정치가. 미국 독립 선언문을 기초했으며,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을 지냈다.) - P50

그[마르키 드 콩도르세 (Marquis de Condorcet)]는 급진적인 자코뱅파(Jacobin)에 비하면 너무나 온건하며 지나치게 이성적인 당파로 여겨진 지롱드파(Girond)로 알려져 있었다. - P50

선동 정치가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덕을 가장한 목표의 일치이다. - P52

계몽사상은 자기정당화에 계몽사상을 이용한 압제자 때문에 쇠퇴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경우에 타당했던 지성적 반대 의견이 대두하면서 쇠퇴했다. - P52

계몽사상가(philosophes)는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쟁점에 매달렸던 18세기의 군중(public)철학자들이다. 볼테르, 몽테스키외, 달랑베르, 디드로, 엘베시우스 그리고 콩도르세의 스승으로 경제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안로베르자크튀르고(Anne-Robert-Jacques Turgot)는 모두 계몽사상가였다. 이 비범한 집단은 1789년 전에 모두 사라졌다. - P53

마리장앙트완니콜라 카리타 마르키 드 콩도르세 (Marie-Jean-Antoine-Nicolas Caritat Marquis de Condorcet) - P53

콩도르세는 1743년에 프랑스 북부 지방인 피카르디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문은 오래된 귀족 가문으로 프랑스 황태자의 칭호인 도핀(dauphin)의 기원이 된 프랑스 남동부 지방 도핀(Dauphin)에서 비롯되었다. - P53

"카리타(Caritat)"는 대검귀족(noblesse d‘épée)의 후손이었는데, 전통적으로 군에 복무했던 대검귀족은 높은 공직에 있던 관복귀족(noblesse de robe)보다 더 높은 계급이었다. - P53

콩도르세의 주된 과학적 업적은 선구적으로 사회과학에 수학을 적용한 것이다. 그는 라플라스와 함께 이 방면에서 공로를 세웠다. 그는 계몽사상의 중심적인 개념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것은 수학과 물리학에서 성취된 것이 인간의 집단적 행동으로 확장되어 응용될수 있다는 착상이었다. - P54

라플라스가 확률 계산을 발전시켜 물리학에 기막히게 적용한 반면, 콩도르세는 자신이 고안한 수학 기법 (약간 진척시킨 것이다.)을 정치적 행위 연구에 사용했다. 어쨌든, 사회적 행동이 양적으로 분석될 수 있으며 예측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개념의 원조는 콩도르세이다. - P54

그(콩도르세)는 환경이 전적으로 마음을 만들며, 따라서 사람들은 원하는대로 자유롭게 자신과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완성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며 인간 삶의 질은 끝없이 향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P56

사회과학의 측면에서 볼 때 콩도르세는 역사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할수 있다고 생각하는 역사가였다. - P56

좌익 산악파(Montagnard, 산악파의 의원들이 의회에서 높은 곳에 위치한 의석인 ‘산‘에 앉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 P57

콩도르세는 사회적 진보는 필연적이며 전쟁과 혁명은 단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유럽의 방식일뿐이라고 적었다. 그의 조용한 확신은 문명이 물리 법칙과 같은 법칙에 지배된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콩도르세에 따르면 인류는 과학과 세속철학이 지배하는 더욱 완벽한 사회 질서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우리는 인류로 하여금 그러한 운명적인 길을 걷도록 하는 법칙들을 이해하기만 하면 된다. 그는 과거 역사 연구를 통해 이 법칙들을 예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P58

콩도르세는 세부적인 사항에서 잘못 판단했으며 인간 본성을 과신하는 실수를 범했다. 그렇지만 역사란 진화하는 물질적 과정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커다란 사상적 공헌을 했다. 그는 "자연과학적 믿음의 유일한 토대는 우주 현상을 지배하는 일반 법칙이 알려졌든 알려지지 않았든 필연적이며 일정하다는 생각이다. 인간의 지적·도덕적 능력의 발전에서 이러한 원리가 자연의 다른 작용보다 정확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라고 단언했다. - P58

콩도르세의 동료이자 후원자인 튀르고는 콩도르세가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를 쓰기 40년 전에 "모든 시대는 세계의 상태를 이미 지나간 모든 상태들과 연결시키는 인과의 연쇄로 함께 묶인다."라고 저술한 바 있다. - P59

결과적으로 "그 시초부터 살피는 철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인류는 거대한 전체로 보인다. 마치 인류에 속하는 개개인이 그러하듯이 이 전체는 나름대로의 유년기와 각자의 성장 조건들을 지닌다." 1784년에 칸트는 인류가 지닌 이성적 특질이 개개인이 아니라 종 전체를 특징짓는다는 관찰을 통해서 똑같은 개념을 싹틔웠다. - P59

콩도르세와 계몽사상을 지탱해 준 것은 진보의 필연성이라는 개념이었다. 이것은 현재까지 여러 시대에 걸쳐 좋든 나쁘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 P59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계몽사상 퇴조는 인간 동기의 근원이 미로처럼 얽혀 있음을 드러내 준다. - P60

영국에는 베이컨, 홉스, 홉, 로크, 뉴턴이 있었고 프랑스에는 데카르트와 볼테르를 필두로 한 18세기 계몽사상가들이 있었다. 그리고 독일에는 칸트와 라이프니츠가, 네덜란드에는 그로티우스가, 이탈리아에는 갈릴레오가 있었다. - P62

기나긴 역사의 행로에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니는 것은 감상(sentiment)이 아니라 생산성 (seminality)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과연 어떤 생각이 당대 인류의 지배 도덕과 공유된 희망의 씨앗이었나? 어떤 생각이 역사상 가장 구체적이고 수준 높은 진보를 일궈 냈으며 현재에도 실행에 옮겨 볼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서만큼은 계몽사상이 그 대답이 될 것이다. 물론 본래의 비전이 퇴색되고 몇몇 전제가 흔들리긴 했지만 계몽사상은 서양의 고급 문화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 P62

과학은 계몽 운동의 엔진이었다. 좀 더 과학적인 계몽사상들은 우주가 정확한 법칙들의 지배를 받는 질서 정연한 물질세계라는 점에 동의했다. 우주는 측정될 수 있고 위계와 서열에 따라 정돈될 수 있는 존재자들로 쪼개질 수 있다. - P62

예컨대 사회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그 사람의 뇌는 신경 세포들로 구성되며 그 신경 세포는 원자들로 구성된다.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원자들을 모아 신경을 만들고, 신경으로 다시 뇌를, 사람으로 사회를 조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전체는 기제와 힘으로 구성된 하나의 체계로서 이해된다. - P62

여전히 신의 간섭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계몽사상가들은 그에게 우주를 신의 기계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을 것이다. 물질세계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만드는 개념적 제약은 모든 부문에서 인간의 발전과 함께 완화될 수 있다. 콩도르세가 "분석의 빛"을 통한 도덕적이고 정치적인 과학의 계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 P63

인류가 진보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의 자연과 우리 내면의 본성을 이해해야 한다 - P63

우리는 운명이 우리 손 안에 있으며 그 꿈을 버렸을 때 남는것은 야만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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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중후반부터는 원자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이 이어지는데, 기존에 배경지식이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었던 나같은 독자들에게는 원자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본문에 나온 기본적인 내용들에 덧붙여 마치 눈덩이를 서서히 키워나가듯 하나씩 사례들을 접하다보니 기본적인 수준에서 초중급 수준으로 한 단계씩 지식의 폭이 넓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분 좋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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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내용에서는 핵융합 반응으로 인해 나타나는 별빛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과정을 한 단계 한 단계 밟아가는 것이 약간은 번거롭기도 하지만 전반적인 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로 인해 앞으로 밤하늘의 별을 볼 때는 이 책의 내용을 다시금 상기하면서 이전보다 좀 더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두 개씩 있는 헬륨의 핵은 매우 안정적이다. 헬륨의 핵 세 개가 탄소 핵 하나를 만든다. 네 개면 산소 핵, 다섯 개면 네온 핵, 여섯 개면 마그네슘 핵, 일곱 개가 모이면 규소 핵, 여덟 개가 합치면 황의 원자핵 하나를 만든다. 헬륨 핵에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양성자를 더하거나, 안정 구조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적정한 수의 중성자를 더할 때마다 새로운 원자핵이 만들어진다. - P442

수은 핵에서 양성자 한 개와 중성자 세 개를 빼면 금 원자의 핵이 된다. 이것이 연금술사들이 그토록 염원했던 변화의 본질이다. - P442

우라늄보다 원자 번호가 높은 것들은 대개 지구상에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합성한 이 원자핵들의 거의 대부분은 그냥 내버려 두면 순식간에 붕괴하는 방사능 원소들이다. - P442

원자 번호가 94인 플루토늄 Pu 원자핵은 가장 유독한 물질 중 하나이다. 이 물질은 아주 느리게 붕괴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존재이다. - P442

규소 원자를 지칭하는 ‘silicon‘ 이 규소 원자를 하나의 구성 성분으로 하는 수십억 종의 분자들을 일컫는 ‘silicone‘으로 오해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slicon은 비금속 원소로서 원자 번호가 14인 규소 원자 Si를 지칭하며, [Silikan]으로 발음된다. 한편 silicone은 기름, 그리스, 수지 등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며 규소를 그 성분 원자로 하는 아주 넓은 범위의 유기 화합물들을 통칭하여 부르는 말이다.
발음은 [Silikoun]이다. 일반적으로 silicone은 열기와 냉기에 잘 견딘다. - P439

우주 어디를 보든 존재하는 물질의 99퍼센트가 수소와 헬륨이다. 가장 간단한 두 가지 원소가 우주에 가장 흔하다는 말이다. - P443

지구는 예외이다. 지구의 자체 중력만으로는 가장 가벼운 수소 원자를 오랫동안 붙잡아 둘 수 없기 때문에 태양계가 생성되던 당시에 지구에 있었던 수소 가스는 거의 모두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에는 수소 기체가 희박하다. 헬륨의 경우에도 사정은 수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목성은 큰 질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력의 세기 또한 지구에 비할 바 아니게 커서, 우주 생성 초기부터 갖고 있던 수소와 헬륨을 현금까지 거의 전량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 P443

헬륨은 사실 지구에서 발견되기 전에 태양에서 먼저 검출됐다. (이 발견의 역사가 그 이름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 헬륨이라는 이름이 그리스의 태양신들 중 하나인 헬리오스Helios에서 왔다고 한다.) - P443

간단한 핵에서 복잡한 핵을 만들려면 양성자와 중성자를 첨가하면 된다. 이때 방해의 요인인 전기적 척력을 어떻게 적절히 상쇄시킬 수 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역시 그 임무는 핵력의 몫이다. - P443

핵력의 발동은 핵자核子들이 매우 가까이 접근해야 가능한데, 극도로 고온인 상황에서는 핵자들의 근거리 접근을 기대할 수 있다. 온도가 대략 1000만도 이상의 상황에서는 핵자들이 전기적 척력이 위력을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빠르게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 고온의 조건은 별의 중심부에서 쉽게 구현된다. - P443

태양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다. 그러므로 태양이 내놓는 복사를 길게는 전파 대역에서부터 짧게는 가시광선 대역을 거쳐 엑스선 대역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관찰할 수 있다. - P443

태양은, 한때 아낙사고라스가 생각했던 대로 붉게 달궈진 돌이 아니라,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 고온의 기체 덩어리인 것이다. 기체 덩어리가 빛을 발하는 것은 높은 온도로 가열된 낙화烙畵 인두가 붉은 빛을 발하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태양의 수소와 헬륨 기체도 뜨겁게 가열돼 있기 때문에 빛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낙사고라스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던 것은 아니다. - P445

대류 운동의 덩어리 하나의 폭이 대략 2,000킬로미터에 이르는데, 이것은 파리와 키에프간의 거리에 해당한다. - P444

태양 표면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폭발 현상은 플레어 flare를 동반한다. 플레어는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전파 통신에 심각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 P445

프로미넌스 prominence도 태양에서 볼 수 있는 거대한 폭발 현상이다. 홍염紅焰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뜨거운 물질이 자기장의 안내를 받아 무지개 모양을 이루면서 분출하는 현상이 프로미넌스다. 그래서 프로미넌스를 그냥 홍염이라고도 부른다. 태양의 광구를 배경으로 홍염이 차지하는 하늘의 넓이를 지구의 그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얼마나 초라한 존재인지 실감할 수 있다. - P445

흑점은 태양이 서쪽으로 질 때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다. 흑점은 강한 자기장을 동반하며 온도가 주위보다 낮다. - P445

태양은 엄청난 규모의 소용돌이와 격렬한 난류 운동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보여 준다. 하지만 이 모든 활동은 주로 태양의 상층부 대기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가 가시광선을 통해서 볼 수 있는 이 지역의 온도는 절대 온도로 6,000도 정도이다. 우리에게 철저하게 숨겨진 태양의 저 깊숙한 내부의 온도는 1570만 도에 이른다. 이렇게 뜨거운 조건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그 결과로 빛이 만들어진다. - P445

기체와 티끌로 구성된 성간 구름이 중력 수축하여 별들과 그 별들에 딸린 행성들을 만든다. 성간운의 중력 수축이란 자체 중력 때문에 겪게 되는 성간운의 전반적인 낙하 운동이다. 이 과정에서 기체 분자들이 격렬하게 충돌하므로, 수축이 진행됨에 따라 내부의 온도는 상승하게 마련이다. 드디어 내부의 온도가 1000만 도에 이르면 수소 원자 네 개가 만나서 헬륨 핵이 하나 만들어지는 핵융합 반응이 전개된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감마선의 빛, 즉 감마선 광자로 나타난다. - P446

수소 네 개의 질량이 헬륨 하나의 질량보다 약간 크다. 수소 네 개가 모여서 헬륨 한 개가 만들어질 때 0.7퍼센트 정도의 질량이 사라지는데, 이 결손 질량은 아인슈타인의 등가 원리에 따라서 에너지로 변환된다. - P446

감마선 광자는 주위 물질에 흡수됐다가 다시 방출되기를 거듭하면서 태양의 표면을 향해 이동한다. 흡수가 일어날 때마다 자신의 에너지를 조금씩 잃게 되므로 높은 에너지의 감마선 광자는 점점 낮은 에너지의 광자로 변신해서 드디어 사람의 눈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대역帶域의 광자가 된다. 중심핵에서 출발한 광자가 표면층에 도착하는 데 대략 100만 년이 걸린다. - P446

핵융합 반응에서 최초로 태어난 광자가 가시광선의 광자로 표면을 빠져 나오기 시작하면 우리는 비로소 새로 탄생한 별을 보게 된다. 별이라고 하는 전구의 스위치를 돌려 빛을 밝히게 된 셈이다. 핵융합 반응의 개시와 더불어 그때까지 진행되던 중력 수축이 멈춘다. 별의 외곽층을 차지하는 질량의 무게를 중심핵 부분의 고온과 고압이 지탱하여, 별 전체가 안정된 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중심핵이 고온과 고압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곳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 덕택이다. 우리 태양은 지금까지 대략 50억 년 동안 이와 같은 평형 상태를 유지해 왔다. - P446

태양과 수소 폭탄에서의 핵융합 반응에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폭탄의 경우 일단 반응이 시작되면 반응의 진행 속도를 제어할 길이 없으며, 제어하지 않는 것이 폭탄의 사용 목적과 부합된다. 그렇지만 태양의 경우에는 중심핵에서 매초 생산되는 에너지가 표면에서 매초 방출되는 에너지와 같도록 별이 반응 속도를 스스로 조절한다. 태양은 표면에서 방출되는 광도를 충당하느라 중심핵에서 매초 4억 톤(4×10^14그램)의 수소를 헬륨으로 변환시킨다. - P447

밤에 집 밖으로 나가 머리를 들면 까만 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들이 보인다. 별 하나하나가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그 별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P447

백조자리에서 가장 밝은 백조자리 알파별, 즉 데네브 Deneb 쪽을 관측해 보면 온도가 극도로 높은 초대형의 기체 구에서 나오는 희뿌연 빛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이것은 기체 구의 중앙에 있던 별들이 자신의 일생을 초신성 폭발로 마감할 때 생긴 흔적이다. - P447

초신성이 폭발하면 그때 발생한 충격파가 주위에 있던 성간 물질에 전해진다. 그러면 그 성간운의 밀도가 증가한다. 그 결과로 새로운 별의 탄생으로 이어질 중력 수축이 성간운에 유발된다. 그러므로 별들에게도 인간처럼 부모가 있고 그들의 세계에도 세대가 있는 셈이다. 먼저 태어난 별의 죽음이 새로운 별의 탄생을 가져오니까 하는 말이다. - P447

별들에게도 인간처럼 부모가 있고 그들의 세계에도 세대가 있는 셈이다. 먼저 태어난 별의 죽음이 새로운 별의 탄생을 가져오니까 하는 말이다. - P447

태양 같은 종류의 별들은 무더기로 태어난다. 오리온 대성운과 같은 고밀도의 성간운 복합체 내부를 살펴보면 많은 수의 별들이 한꺼번에 태어났음을 알 수 있다. - P447

성간운 내부에서 별이 탄생한다고 하더라도 바깥에서는 그저 어둑어둑하고 음침한 암흑 성간운으로 보일 뿐이다. 그러나 고온의 신생 항성에 의해 전리된 기체가 빛을 방출하므로 성운 내부는 황홀한 장관을 이룬다. - P447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새로 태어난 별들이 ‘신생아실‘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와 은하수 은하에서 자신들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찾아간다. - P447

아직 풋내기에 불과한 젊은 별들은 실타래같이 빛나는 엷은 가스 성운을 자기 주위에 달고 다닌다. 이 가스 성운은 별들의 자궁이랄 수 있는 성간운에 있던 기체 찌꺼기로서 어머니 성간운과 신생아 별이 아직도 중력의 끈으로 묶여 있음을 보여 준다. 가까운 거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좋은 예가 좀생이성단과 거기에 딸린 반사 성운이다. - P448

사람의 가족과 마찬가지로 같이 태어난 형제 별들도 나이를 먹을수록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서 서로 만날 기회가 거의 없게 된다. - P448

지금으로부터 약 50억 년 전 같은 암흑 성간운에서 태양과 같이 태어난 열대여섯 개의 형제자매 별들이 지금은 은하수 은하의 이 구석 저 구석에 흩어져 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별이 우리 태양의 형제요 자매인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은하수 너머 어딘가에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 P448

태양 내부에서 진행되는 수소의 헬륨으로의 변환은 우리 눈이 감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의 광자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더 신비롭고 유령 같은 존재인 중성미자도 만들어 낸다. 중성미자는 광자와 마찬가지로 질량이 없으며 빛의 속도로 움직이지만 광자는 아니다. - P448

중성미자는,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와 같은 크기의 고유 각 운동량, 즉 스핀을 갖고 있다. 광자의 스핀은 중성미자의 것의 2배이다. - P448

또 물질은 중성미자에 대해 투명하다. 중성미자는 지구나 태양을 구성하는 물질을 거의 흡수되지 않은 채 자유롭게 관통할 수 있다. 흡수가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시해도 좋을 지극히 미미한 수준의 흡수만 이루어진다. - P448

대낮에 태양을 1초 만 바라봐도 총 10억 개의 중성미자가 우리 눈을 통과한다. 통상의 광자는 망막에 걸려 시신경에 반응을 일으키지만, 중성미자는 망막에 전혀 걸리지 않고 시신경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머리 뒤로 그냥 빠져 나간다. - P449

대낮이 아니라 한밤중에 태양이 있을 곳, 즉 내 발 아래의 지면을 보고 있어도 내눈을 통과하는 중성미자의 개수는 대낮과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서 태양과 내 눈 사이에 지구가 가로놓여 있어도 육안을 통과하는 중성미자의 개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가시광선에 대해 유리판이 투명하듯이 중성미자에 대해 지구가 통째로 투명하다. - P449

학자들은 아주 드물게 중성미자가 염소 원자를 아르곤 원자로 변환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염소와 아르곤은 서로 원자 번호는 다르지만, 핵에 들어 있는 양성자와 중성자 수의 합은 같다. 다시 말해 염소와 아르곤은 원자 번호가 다르지만 원자량은 같다. - P449

태양에서 방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성미자의 선속線束, Flux을 검출하려면 엄청난 양의 염소가 필요하다. - P449

미국의 물리학자들은 사우스다코타 주 리드에 있는 홈스테이크 광산의 지하 깊숙한 곳에 엄청난 크기의 탱크를 설치하고 그 안에 양복 세탁에 쓰이는 테트라클로로에틸렌 C2Cl4 용액을 가득 부어 넣었다. 그러고는 새로 생긴 아르곤 원자를 찾아 그 수를 헤아리는 실험을 반복했다. 실험의 결과는 태양에서 나오는 중성미자의 광도가 이론값보다 흐리다는 것이었다. - P450

홈스테이크 탱크의 용량은 약 38만 리터였으며, 이 실험에서 태양의 표준 모형에서 예측된 값의 겨우 4분의 1 내지 3분의 1이 검출됐다. 이보다 나중에 수행된 일본 카미오칸데 II 실험에서는 태양 중성미자의 선속이 표준 모형이 제시하는 값의 0.46배로인 것으로 확인됐다. - P450

가시광선으로는 태양의 표면을 겨우 들여다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중성미자를 활용하면 태양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상황도 소상하게 알아볼 수 있다. - P450

수소 핵융합 반응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태양이건 별이건 간에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은 고온 고압의 중심부 일부일뿐이며, 핵반응의 연료로 쓸 수 있는 수소가 그 지역에 한없이 많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별의 운명, 별의 최후는 그 별이 얼마나 큰 질량을 갖고 태어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P451

별은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기 질량의 일부를 공간으로 서서히 방출한다. 방출하고 남은 질량이 태양의 2배 내지 3배 정도에 이른다면 그러한 별들은 우리 태양과는 판이하게 다른 최후를 맞게 된다. 그렇다고 태양의 최후가 그저 밋밋할 뿐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태양의 최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극적이다. - P451

앞으로 50억 또는 60억 년이 더 지나면 태양의 중앙부에 있던 수소가 모두 헬륨으로 변하게 되므로 중심핵 부분에서는 핵융합 반응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반응에 쓰일 연료 물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 대신 헬륨으로 된 중심핵의 바로 바깥에는 수소가 그대로 남아 있다. 따라서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지역이 중심핵 경계 지대에서부터 온도가 1000만 도가 되는 충까지 확장된다. 그러나 온도가 1000만 도가 안 되는 층과 표면 사이에서는 핵반응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 P451

한편 태양의 자체 중력은 헬륨으로 가득 찬 중심핵을 짓눌러 다시 수축하게 한다. 헬륨으로 구성된 중심핵은 다음 단계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에는 아직 충분한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 중력의 일방적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수축하게 되는 것이다. 수축이 진행될수록 그 지역의 온도와 밀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따라서 헬륨 원자들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고 이에 따라 원자핵 세계의 갈고리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밀착하여 핵력이 발동하게 되면 드디어 헬륨의 핵융합 반응이 시작된다. 수소가 타고 남은 재에 불과했던 헬륨에 다시 불이 붙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핵융합 반응의 잔치가 태양의 중심핵 부분에서 또 한 차례 벌어진다. - P452

태양은 새 연료인 헬륨을 태워서 추가 에너지를 얻는 동시에 탄소와 산소를 헬륨에서 합성해 낸다. 자신의 재에서 다시 불꽃을 피울 수 있으니, 별이야말로 불사조이다. 이 상황에 이른 태양은 핵반응로核反應爐의 불을 두 군데에 지펴 놓은 형국이다. - P452

태양보다 질량이 큰 별들은 진화의 후기 단계에서 중심부의 온도와 압력을 태양보다 훨씬 높게 유지할 수 있다. 높은 온도와 압력 덕에 불사조 같은 부활을 태양보다 몇 차례 더 즐긴다. 또 탄소와 산소를 핵융합시켜 더 무거운 원소들을 합성해 낸다. - P452

중앙에서 멀리 떨어져 상대적으로 저온 상태에 있는 외부의 얇은 껍질에서는 수소가 타고 고온상태에 있는 한복판에서는 헬륨이 연소 중이니, 태양은 이 단계에서 그 내부 구조에 큰 변혁을 겪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외부가 급격히 팽창하고 대신 온도는 하강한다. - P452

태양은 이제 적색 거성赤色巨星이 된다. 가시광선으로 드러나는 태양 표면이 중심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외각부外殼部에서 느끼는 중력은 미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 까닭에 적색 거성이 된 태양의 바깥 대기층은 항성풍의 형태로 공간에 서서히 흩어져 나간다. 벌겋게 부풀어 적색 거성이 된 태양은 수성과 금성을 집어 삼키고 종내에는 우리 지구까지 자신의 품안에 넣어 버린다. 그러므로 내행성계가 완전히 태양 안에 들어가게 된다. 내행성계의 최후인 것이다. - P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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