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알게 되어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목차를 잠깐 살펴보니 브랜딩과 마케팅 등에 대한 인사이트와 함께 이와 관련된 디테일한 노하우들을 배울 수 있을 듯하다. 어떤 내용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단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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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비록 전문직은 아니지만 변호사와 같은 전문가들이 속한 법률 회사에 소속되어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실제로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문직 시장에서 전문직들이 자신만의 생존력을 갖기 위해 온라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기존의 시장과는 달리 온라인 마케팅의 경우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에 전국단위 또는 해외 시장까지도 그 확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문의 내용 중에 인상깊었던 키워드로 전문직은 ‘국가 공인 프랜차이즈‘ 라는 것이 있었다. 이는 전문직이라는 것이 나오게 된 배경과도 관련이 있는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전문직은 국가가 특정 분야에 대한 교육을 의도적으로 통제했기 때문에 나왔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세금과 관련된 지식의 경우 현재 세무사들이 주로 담당해서 관련된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가 지출하는 재원의 원천이 바로 세금인 것과도 관련이 있다. 만약 국가에서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세금에 대한 교육을 많이 할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이 절세할 수 있는 지식들을 갖추게 되어 국가의 세수가 줄어들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의무교육시기인 고등학교 때까지 거의 대다수의 학생들이 세금에 관한 교육을 받지 못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리고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도 세무학과와 같은 세금과 관련된 특수 학과로 진학하지 않는 이상 세금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국가는 세금과 관련된 전문 자격사 시험을 별도로 두어 그 시험을 통과한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해당 업무를 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데, 이러한 것이 위에서 언급한 ‘국가 공인 프랜차이즈‘ 라는 것이다.

여기선 내가 세무사에 대한 사례만 언급했지만, 본문을 읽다보면 노동법 분야의 전문가인 노무사에 대한 사례도 소개되어 있다.

이렇게 전문직은 국가가 공인한 프랜차이즈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실에서는 그저 자격증만 취득한 뒤 특정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회사에 소속되어 받는 페이가 일반적인 다른 사원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지는 모르겠으나 저자는 전문직 자격증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그저 월급을 받는 직장인 포지션보다는 개업을 통한 사업가 포지션으로 가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직장인 포지션에서 개업을 통한 사업가 포지션으로 가는 것을 망설이는 요인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개업시 기존 직장에서 받던 돈보다 덜 벌게 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두려움이다. 물론 저자도 이러한 전문직 자격사들의 심리를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게 고생해서 취득한 전문직 자격증의 가치가 위에서 언급한 두려움때문에 그 잠재력을 온전히 터트리지 못한채 반감되는 현실에 안타까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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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주저리주저리 많은 말들을 적어놨지만 저자가 하고싶은 말은 결국 전문직은 개업을 해야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개업을 한다고 무조건 성공한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 포스팅의 앞부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온라인 마케팅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다만 전문직 개업 시장의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해마다 많은 전문 자격사들이 쏟아져나오고 있고, 각종 온라인 기반 플랫폼들은 전문직이 기존에 하던 일거리들을 조금씩 대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비즈니스 자립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플루언서들과 같이 독창적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를 알리고 판매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글쓰기 능력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리고 이러한 콘텐츠 마케팅을 바탕으로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을 유치하여 거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영업력이라고 말한다.

또한 본문 중간에 저자는 김난도 교수의 책에 나온 디토Ditto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어떤 재화나 용역을 소비하는 유통구조가 직접적인 방식에서 간접적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과거에는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고객이 해당 공급자를 직접 찾아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근래에는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하기보다는 어떤 사람이나 콘텐츠 또는 유통 채널같은 매개체를 통해 알게 된 것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독자인 나는 소비자들의 이러한 구매의사결정과정을 보면서 왜 인플루언서들이 점점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급부상하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더 이상 전문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시대는 이제 끝났으며, 전문직 스스로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으면 설령 해당 분야에서의 전문성이 높을지라도 큰 돈을 만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TV나 유튜브 등을 비롯한 각종 매체들을 보면 무슨 의사나 변호사, 세무사 등이 직접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전문성을 표출하면서 스스로의 영향력과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것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어쩌면 그들은 이미 이 책에서 말하는 온라인 마케팅의 중요성을 이전부터 체감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비단 방송 뿐만이 아니다. 출판시장에서도 전문직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쓴 책들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적지 않은 판매부수를 기록하는 것들을 종종 보게 된다.

방송이든 출판이든 그 외의 어떤 것이든 간에 결국 어떤 플랫폼이나 거대 조직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브랜드화하여 자기 자신을 매력적으로 상품화하는 것이 이 치열한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잘 살아남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것과도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벌써부터 뒤에 나올 내용들이 궁금해진다.

이기려면, 환경에 그대로 순응하기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찾거나 게임의 규칙을 다시 설정할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온라인 마케팅입니다. - P9

전문자격사가 자신을 알리고 돈을 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마케팅 - P10

현대 사회의 발전 속도로 봤을 때, 빠른 시일 안에 AI를 포함한 지적 재산과 전문 서비스 시장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때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고 온라인 마케팅을 활용한다면 어떨까요? 부스러기만 남은 파이를 나눠 먹는 싸움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업 위치, 인테리어 비용, 영업 방식만이 아니라 온라인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 P10

전문자격사가 비즈니스 자립력을 갖춰서 개업하면 좋겠다 - P10

그동안에는 법인이나 사무소에서 주어진 일을 할 줄만 알았지, 자신이 직접 전문 서비스의 가치를 알리고 판매할 줄 아는 전문자격사는 매우 적었습니다. - P11

전문 지식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그 서비스의 가치를 다르게 느낍니다. - P11

전문 서비스를 눈에 보이도록 만들고, 가치를 키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글로 쓰는 것입니다. 자신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마케팅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그 이후에 광고든, 업무 시스템이든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 P11

전문 서비스의 가치를 정하고 꾸준히 알리고 그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은 매우 힘든 길입니다. ...(중략)... 그러나 필자는 이 단계를 경험해봐야 앞으로 전문 서비스를 더 잘 기획하고 더 잘 판매하여 돈을 벌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콘텐츠 마케팅이 그 시작을 도울 수 있습니다. - P11

1. 전문자격사별 현재 개업 시장에 대한 이해

2. 온라인 마케팅 및 업무 시스템에 대한 지식

3. 네이버 블로그 마케팅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4. 전문직이 인플루언서처럼 브랜딩하기 어려운 이유

5. 업무 글쓰기와 마케팅 글쓰기의 차이

6. 앞으로 주목해야 할 마케팅 채널 - P12

위기 신호를 빠르게 감지하고 대응 전략을 만드느냐 아니냐에 따라 여러분의 미래는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입니다. - P12

우리나라의 전문 서비스 중 상당수는 국가의 의도된 교육 통제로부터 생겨났습니다. - P14

정규 교육 과정에 세금과 절세에 관한 교육이 직접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국민은 세금 문맹이 된 것이고 세무기장 및 여러 세무 서비스가 생기게 된 것입니다. - P15

공인된 전문 서비스는 국가가 학교 교육을 통제하여 발생한 상품 - P15

전문자격사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학력, 지식, 자격증을 모두 갖춘 상위 노동자입니다. 그 혜택으로 전문직은 국가에서 의도적으로 결핍시킨 지식을 서비스하는 국가 공인 프랜차이즈가 되었습니다. - P15

오늘날 전문직은 현대인의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자격을 손에 넣어 돈과 권력을 챙겨왔습니다. 그래서 전문자격사가 되기만 하면 앞으로의 인생이 탄탄대로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문직 자격증 뒤에 숨겨진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 P16

막상 전문자격사로서 살아보면 경쟁은 끝이 없고 불안감은 점점 커집니다. 이는 사회 시스템이 전문직에게 끝없는 노력과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 P16

전문자격사는 늘 긴장하고 지친 상태에서 일하며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부응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인맥, 실력, 화려한 이력의 노예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결과,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게 되고 누군가가 시킨 일과 이정표만을 쫓게 됩니다. 지금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자신이 힘들게 얻었던 승리 의식은 사라지고 자기 회의를 물리치기 위한 방어기제로서 평범함을 폄하하게 됩니다. 점점 시스템의 규칙에 순응하고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개업입니다. 전문직 자격증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개업을 해야 하는데, 주변에서 자꾸 만류합니다. 개업은 너무 불안정하다고, 경력이 더 쌓인 후에 하라며 개업에 실패한 사례를 들며 막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전문자격사의 사고방식은 어떻게 변할까요? 자신의 현재 지위가 곧 자신의 정체성이 됩니다. 그리고 이 지위를 위협하는 요소에 대해 극도로 공격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전문자격사 협회들이 하는 행동이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P17

자본주의 시스템은 이런 전문직의 특성을 이용해서 더욱 착취할 준비를 합니다. 승자 독식 방식에 따라 더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에게 과도한 보상을 집중시켜 경쟁을 강요합니다. 전문자격사는 그 경쟁에 다시 몸을 맡깁니다. 결과적으로 상당수의 전문자격사는 회사를 벗어나 자립할 의지와 능력을 잃어버립니다. 오늘도 수많은 전문자격사가 자신의 가능성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P17

현대는 자본과 권력을 중심으로 형성된 계급 체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역사를 통틀어 계급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해왔으며, 그것이 가시화되었느냐 은폐되었느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현재도 계급과 사회 시스템은 활발하게 작동되고 있습니다. - P17

현대 사회에서 소득과 부의 최대 원천은 더 이상 토지가 아닌 노동력입니다. 많은 CEO가 자신의 노동력을 대가로 토지보다 월등한 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위 노동력을 제공하는 전문자격사는 새로운 귀족 계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노동력은 토지와 달리 세습할 수 없는 불안정한 자본입니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특권을 재구축해야 하며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자신의 시간을 써야 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 P17

자본주의의 착취 구조에서 벗어나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문직 자격증과 노동력이라는 자본을 다른 방식으로 변환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 P17

전문직 자격증은 극소수 ‘용‘에게 보상을 몰아주면서 ‘용‘이 되지 못한 이들의 열패감을 동력으로 삼는 체제로 지금까지 잘 작동해 왔습니다. 하지만 매년 용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용은 더 이상 소수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누렸던 보상은 더 이상 보상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 P19

유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전문자격사는 ‘직장인‘이지 ‘전문직‘이 될 순 없습니다. 전문직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가 단순히 취업이 쉽고, 높은 급여를 받고,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어서가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에는 개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P21

직장 생활만으로는 절대 전문직 자격증의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전문직 자격증이 있다고 평생직장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현재 안정적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다고 한들, 시간이 지나면 개업 시장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옵니다. 다시 말해, ‘직업의 안정성이 높다‘는 말은 직장에서 나와 개업해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개업하고 자리를 잡기까지 무수히 많은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전문자격사가 실패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직 자격증을 취득하면 안정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 하방 안정성이야 보장될 수 있겠지만, 점점 해자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 P21

전문자격사 사이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결국 집안 대대로 전문자격사이며, 교육과 능력, 심지어는 사업까지 안정적으로 세습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점점 더 유리한 게임이 될 것입니다. 이미 전문직 사이에서도 사회적 계급이 생기고 있는데, 보이지 않는 계급과 유리 천장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견고해질 것입니다. - P22

전문자격사 시험에 합격하면 원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절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높은 연봉을 받는 만큼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하며, 장점이라 생각했던 직업의 안정성이 개업할 때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많은 전문자격사가 이 점을깨닫고 오히려 다른 분야의 사업에 도전하기도 합니다. - P22

전문자격사 시험 합격 보상은 현실과 매우 다릅니다. 보상처럼 보일 뿐 그 이면에는 수많은 함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이런 함정을 잘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학교 교육이나, 시험, 실무에서 배울 수 없었던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바로 ‘내가 가진 능력을 이용해서 자신을 마케팅하고 브랜딩하는 방법‘입니다. - P22

많은 전문자격사가 개업 전부터 세일즈, 즉 ‘영업‘ 능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무도 실무지만, 결국 거래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능력의 척도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 P22

세일즈는 미팅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만, 온라인 마케팅과 브랜딩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전국 어디에서든, 심지어 해외에서도 의뢰인에게 연락이 오도록 만드는 기술이 바로 온라인 마케팅입니다. 마케팅은 전문 서비스뿐 아니라, 다른 사업에도 응용하여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 P23

만약 당신이 전문직으로서 ‘높은 직업 안정성과 수익‘이라는 보상을 얻고 싶다면 스스로 보상을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스스로 돈을 벌 기회를 만들어내는 능력, 즉 비즈니스 자립력을 갖춰야 합니다. - P23

• 국가 자격, 면허 등이 존재할 것

• 체계화된 전문 교육을 받을 것

• 협회가 존재할 것

• 사회적 특권을 누릴 것 - P24

앞으로도 중개 플랫폼들은 정보 비대칭 해소와 공공성, 시장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워 전문 서비스 시장에 계속 진입해올 것입니다. 그만큼 개업한 전문자격사의 생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 P27

결국 답은 하나입니다. 회사와 중개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비즈니스 자립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 P28

수사학에서 강조하는 3대 설득 요소인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에토스가 바로 전문가에게 있습니다. 그런데 SNS가 발달한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전문직 자격증이 없어도, 전문가로 인정받으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소위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 P29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지식,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인플루언서들은 전문자격사처럼 전문직 자격증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문가로서의 권위, 즉 에토스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플루언서들은 사람들로부터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사람들은 인플루언서들의 말을 신뢰하고, 상품을 구매합니다. 이것은 팔로워 영향력이라는 단어로는 다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 P29

인플루언서가 전문가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지위를 얻게 된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P30

‘디토Ditto 소비‘란 사람, 콘텐츠, 유통 채널을 따라 소비하는 흐름을 뜻합니다. - P30

상품과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사람들은 복잡한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며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됩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바로 디토 소비로 나타난 것입니다. - P30

디토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추종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인플루언서의 구매에 동조하는 것은 물론, 추천하는 상품을 주저 없이 구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난도 교수는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실패의 두려움을 줄이기 위한 손쉬운 소비 패턴을 디토 소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 P30

이런 소비(디토Ditto 소비) 흐름을 법률 서비스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전문가를 직접 알아보고 법률 서비스를 의뢰하는 성향은 점점 더 줄어들 것입니다. 고가의 법률 서비스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알아봐야 할 것이 많고, 그에 따른 피로도와 시간 소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 P30

구매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인플루언서나 주변 지인의 추천을 통해 전문가를 선택하는 흐름이 더 강화될 확률이 높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앞으로 고객은 더 충동적인 소비를 할 가능성이 높고 특정 사람의 말을 더욱 추종하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 역할을 전문직뿐 아니라 인플루언서들도 상당 부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의 상품 구매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전문직의 권력을 인플루언서가 가져간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 P30

법률은 매우 피로도가 높은 콘텐츠입니다. 구매 의사결정의 피로도를 낮추려는 사람들의 특성상 이제는 어려운 법률 지식을 그대로 읊는 전문가는 환영받기 어려워졌습니다. 따라서 고객은 전문직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전문 서비스를 쉽게 풀어서 알려주는 인플루언서의 조언을 더 쉽게 받아들이고 따르고 있습니다. - P31

고객이 직접 전문자격사를 찾는 전문 서비스 유통 구조가 고객이 중개자(플랫폼, 브로커, 인플루언서, 마케터)를 거쳐 전문자격사를 찾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 P31

사실 전문자격사라면 대부분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경제적, 시간적인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언젠가 개업해야 한다는 것을요. 하지만 개업에 대한 리스크 때문에, 자꾸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본인의 불안함을 숨기기 위해서 ‘언제든지 개업할 수 있지만, 우선 조직에서 좀 더 경험과 인맥을 쌓고 개업해야지‘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입니다. - P33

회사에서 인맥을 쌓아서 개업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고 지인 영업은 오히려 사업 실패로 이어지게 지름길이라고 충고할 것입니다. 사업은 머릿속으로 생각한 방향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 P33

개업해야 빛을 보는 전문직 자격증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라이선스가 세무사입니다. 필자가 아는 한 세무사는 "개업하지 않으면 90% 이상은 실패한 세무사"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강한 표현을 하는 걸까요? 근무 세무사 신분으로는 자격증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P33

같은 자격증을 가지고, 같은 수준의 업무를 처리하는데 왜 가져가는 수입은 다를까요? 간단합니다. 개업한 세무사는 자격증의 가치를 온전히 활용하는 포지션에서 일합니다. 반면 근무 세무사는 자격증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포지션에서 일합니다. 이것은 세무사뿐 아니라 다른 전문직 자격증을 가진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업해야 자격증의 가치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데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직장 생활을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 P34

전문직 양극화는 필연입니다. 하방은 어느 정도 받쳐줄지 몰라도, 전문직 시장에서도 계급이 나뉠 것입니다. 자본가 전문직과 고용되어 일하는 노동자 전문직으로요. 그리고 노동자로서 일하는 전문자격사는 돈을 벌기 위해 원치 않는 일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계속 노출될 것입니다. 결국 노동 계급을 벗어나, 자본가 계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개업에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 합니다. - P34

일을 잘한다고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포지션을 잘 잡아야 돈을 벌 수 있다 - P34

직장인 입장에서는 자격증의 가치를 인정받고 수익을 많이 얻을 수 없습니다. 개업해야 자격증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것입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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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자신의 서열을 과시하고 유지하는 정교한 신호들을 사용한다‘ 는 이야기를 했었다.

오늘은 이것의 사례 중 하나로 늑대들이 자신의 서열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묘사하는 문장들로 시작한다. 여기 나온 늑대의 모습을 보면서 ‘진짜 생김새만 다를 뿐 어쩜 인간 사회와 저리 똑같을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본문에 나온 늑대 사례를 보면서 문득 과거 중고등학교 시절에 소위 말하는 ‘일진 양아치 무리들‘이 힘없고 선량한 학생들을 괴롭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근데 그 일진 양아치 무리들도 본능적으로 어떤 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반에서 공부를 잘하는 애들은 웬만해선 잘 건드리지 않았다. 아마도 걔네들을 잘못 건드렸다간 자신들의 신상에 안좋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어떤 것을 서열화 한다는 게 일장일단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계급이나 서열이라는 것도 전체적인 사회를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시스템의 일부라고 본다면 그로 인한 단점보다는 장점에 좀 더 포커스를 두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거기서 파생되는 부작용들을 조정해나갈 수 있는 사회적 장치들은 분명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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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과학적인 것과는 별개로 종교의 좋은 점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종교라는 것이 비록 과학자들이 추구하는 어떤 객관적이고 증명가능한 측면에 있어서는 약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물리적인 실체를 뛰어넘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측면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안정감을 심어주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이 있기에 오랜 세월 동안 소멸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존속되고 있다는 게 이 부분의 핵심 내용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약간 의외였던 것이 저자가 과학자이다보니 객관적인 경험을 중시하는 과학의 입장에서는 초월성을 추구하는 종교의 도전(?)을 탐탁치 않게 여길만도 한데, 본문의 논조가 의외로 서로가 서로를 상호보완하면서 발전해나가자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저자의 전반적인 논조는 ‘경험론‘으로 대표되는 과학 쪽에 좀 더 무게 중심이 쏠려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교에 대해 마냥 배타적인 태도만을 취하고 있지는 않았기에 뭔가 ‘열린 마음‘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과학자들이 기본 전제로 깔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언제든 자신의 주장이 틀릴 수 있다‘ 는 생각인데, 이런 생각을 이 11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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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이 책의 마지막 12장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초반부에 나온 내용만 간단히 언급하고 본격적인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오늘 읽은 부분에서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통섭‘의 속성과 그 세계관에 대해 언급되는데, 아마도 여기까지 읽어온 독자라면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어렵지 않게 동의할 만한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읽었던 유시민 저자의 책《문과 남자의 과학공부》에서 자주 접했던 내용이라 본문의 내용이 크게 거부감없이 다가왔다. 이런 걸 보면서 참 배경 지식의 유무가 독서의 체감 난이도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늑대의 무리에서 서열이 높은 동물은 머리, 꼬리, 귀를 세운 채 ‘거만하게‘ 다리를 빳빳이 세우고 유유히 걸으며 다른 늑대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바라본다. 경쟁자가 나타나면 그 우두머리 늑대는 털을 곤두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며 먹이와 영역 사수를 위한 행동을 취한다. - P447

반면 지위가 낮은 늑대들은 이와 정반대의 신호를 사용한다. 즉 높은 늑대들을 만나면 슬슬 피하며 꼬리와 귀를 내리고 머리를 숙이며 털도 곤두세우지 않고 이빨도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은 엎드려 살금살금 도망가며 상대가 달라고 하면 먹이나 영역을 내어 준다. - P447

험악하게 쳐다보면서 때때로 손바닥으로 땅을 치며 공격할 태세가 되었음을 알린다. - P447

만일 다른 행성에 사는 행동과학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한편으로 동물의 복종 행동을,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종교와 권위에 대한 인간의 복종 행위를 관찰하고는 둘 사이의 기호론적 유사성을 곧바로 알아차릴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가장 유력한 인간 집단의 일원인 신에게 가장 정교한 형태의 순종 의례가 바쳐진다는 사실을 지적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호모 사피엔스 종이 해부학적인 구조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사회적 행동에 있어서도 인간 아닌 영장류 선조로부터 단지 최근에야 진화적으로 분기된 종이라고 결론지을 것이다. - P448

집단에서 지위가 높은 일원이 되는 것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다. 이것은 문화적 복잡성에 물들지 않은 본능적 행동을 가진 동물들을 연구한 수많은 사례들에서 밝혀졌다. 이것은 비단 우세한 개체뿐 아니라 열등한 개체들에게도 해당된다. - P448

한 집단의 일원이 되면 홀로 생존하는 것보다 적들에 대한 더 나은 방어 수단이 생기며, 먹이, 서식지 그리고 짝에 대한 더 나은 접근 가능성이 제공된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집단 내의 예속 관계가 반드시 영속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세한 개체가 약해지고 죽으면 부하 중 몇몇의 서열이 올라가고 그들이 더 많은 자원을 점유하게 된다. - P448

인간은 영장류의 후손답게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들, 특히 수컷 지도자들에게 쉽게 넘어간다. 이 같은성향은 종교 조직에서 가장 강하다. 예찬자 집단은 바로 이와 같은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게다가 만일 그들이 최고의 유력자, 즉 전형적으로 대부분 남성의 형상을 가진 신에게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고 알려지면 그들의 권력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 P448

예찬자 집단이 종교 조직으로 진화하면서 최고의 존재자라는 이미지는 신화와 예배 의식을 통해 강화된다. 때가 되면 그 종교를 창시한 자들과 그 후계자들의 권위는 신성한 경전에 새겨진다. 그러면 모독자로 알려진 말 안 듣는 아랫사람들은 아무 말도 못하게 된다. - P449

인간의 마음은 상징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감정 영역에 있어서도 절대로 원숭이의 거친 느낌 정도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 마음은 모든 차원에서 최대한의 보상을 제공하는 문화를 형성하려고 한다. - P449

종교에는 제식이 있고 최고의 존재자와 직접 접촉하는 기도가 있으며, 동료 신자들로부터 위안이 있어 그렇지 않았더라면 견뎌 낼 수 없었을 슬픔을 이겨 낸다. 또 종교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해 주며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더 큰 전체와 드넓은 교감을 느끼게 해 준다. 바로 이와 같은 교감이 핵심이며 이것으로부터 솟아나는 희망은 영원하다. - P449

종교는 영혼의 암흑상태로부터 빛으로 나아가는 영적 여행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보여 준다. 몇몇 특별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영적 여행이 생전에 가능하다. 마음은 더 고차적인 깨달음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일정한 방식으로 성찰을 거듭하여, 드디어 더 이상의 진전이 불가능한 시점에 이르면 전체와의 신비한 통합 상태에 진입하게 된다. - P449

위대한 종교들 가운데 이와 같은 깨달음(전체와의 신비한 통합 상태)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는 힌두교의 사마디 (samadhi, 선정(禪定), 삼매(三昧), 즉 명상의 최고 경지), 선불교의 득도(得道), 수피교(Sufi)의 파나(fana), 도교의 무위(無爲), 오순절 기독교도(Pentecostal Christian)의 부활 등이 있다. 이와 유사한 깨달음은 환각에 빠진 문자 이전 시기의 주술사들도 경험했다. - P449

"그것은 완전하고 위대한 어떤 것 속으로 용해되어 들어가는 행복감이다." _윌라 캐더(Willa Cather) - P450

물론 신성을 발견하고 자연의 전일함 속으로 들어가거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답고 영원한 어떤 것을 파악하고 그것에 의지하는 경험은 행복감에 틀림없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찾아 헤맨다. 그들은 이것을 찾지 못하면 궁극적인 의미도 없이 삶 속에서 길을 잃고 정처 없이 떠돈다고 느낀다. - P450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뇌의 회로와 심층적인 유전자의 역사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비로운 합일(mystical union)이라는 개념은 가장 강경한 경험론자라 할지라도 하찮게 보아 넘길수 없는 주제이다. 그것은 진정 인간 정신의 일부이고 수천 년 동안이나 인류의 마음을 채워 왔으며 초월론자뿐 아니라 과학자들도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는 문제들을 제기해 왔다. - P450

그녀(아빌라의 성녀 테레사)는 1563~1565년 회고록에서 기도를 통해 신비로운 합일에 도달하기 위해 밟아 나갔던 단계들을 기록했다. 그녀는 헌신과 간구의 평범한 기도를 넘어 두 번째 단계인 침묵의 기도로 나아갔다. 여기서 그녀는 "신의 종이 되겠다는 단순한 동의"를 스스로 이끌어내기 위해 심력을 모았다. 주님이 "커다란 은총과 축복의 물"을 채워주실 때 깊은 위안과 평화로움의 감각이 그녀를 엄습했다. 그때 그녀의 마음은 세속의 일에 관심 갖기를 멈췄다. - P451

기도의 세 번째 상태에서는 성녀의 정신이 "사랑으로 취하여" 온통 신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 찼다. 이런 생각에 생기를 불어넣고 통제하는 분은 다름 아닌 신이었다. - P451

오, 나의 왕이시여,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마력의 힘 아래 여전히 있다는 것을 보고 계시지요. 제가 당신께 간청하노니, 제가 교제해야만 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사랑에 취하도록, 그렇지 않으면 아무하고도 사귀지 않도록 허락하소서. 아니면, 제가 이 세상 속의 어떤 것과도 관계하지 않도록 명하소서. 아니, 저를 아예 이 세상에서 데려가소서. - P451

기도의 네 번째 상태에서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는 신비로운 합일 상태에 다다른다.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고 오직 실현되었다는 기쁨만이 느껴집니다. 모든 감각들이 바로 이 느낌에만 집중되는 까닭에 감각들 중 어떤 것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영혼은 신을 열심히 찾아 헤매는 동안에도 의식을 갖고 있으며 달콤하고 흘러넘치는 기쁨으로 마치 거의 실신할 지경에 있습니다. 숨쉬기도 힘들고 몸의 힘이 모두 빠져나가는 듯합니다. 저의 영혼은 신의 영혼 속으로 용해되어 들어가며 그분과 결합되는 순간 마침내 그분께서 주신 은총을 이해하게 됩니다. - P451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초월적 존재와 불멸에 대한 충동은 매우 강렬하다. 초월론은 특히 종교적인 믿음을 통해 강화될 때 심리적으로 충만하고 풍요로워진다. 그것은 어쨌거나 옳다는 느낌을 준다. 이와 비교하면 경험론은 메마르고 부적절해 보인다. 궁극적 의미를 모색하는 여행에서 초월론자의 길을 따르는 것이 훨씬 더 쉽다. 바로 이것이 경험론이 아무리 마음을 파헤친다 해도 초월론이 계속해서 인심을 얻고 있는 이유이다. - P452

과학과 종교가 충돌할 때마다 과학은 늘 종교적 도그마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보람도 없는 일이었다. 미국만 해도 1500만 명의 침례교도들이 있고,
그들은 기독교의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기를 선호하는 최대 종파이다. 반면 세속적이고 이신론적인 인문주의를 표방하는 대표 기구인 미국 인문주의 협회의 회원은 단지 5,000명에 불과하다. - P452

역사와 과학이 우리에게 가르쳐 온 바가 있다면, 그것은 열정과 욕망이 진리와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P452

인간의 마음은 신을 믿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것은 생물학을 믿는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초자연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뇌가 진화하고 있던 선사 시대에 큰 이점을 제공했다. 따라서 이것은 근대의 산물로서 전개되었던, 그래서 유전 알고리듬의 보증을 받지 못하는 생물학과는 날카롭게 대립된다. 이 두 믿음 체계(종교와 생물학)가 실질적 차원에서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은 불편하지만 진리이다. 그 결과 지적 진리와 종교적 진리를 동시에 열망하는 사람들은 결코 이 양자 모두를 완전하게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신학은 과학과 유사하게 추상을 향해 진화함으로써 이 딜레마를 해소하고자 한다. - P452

우리 선조들이 섬겼던 신들은 신적인 인간이었다. 헤로도토스가 주목했듯이, 이집트 인은 자신의 신들을 이집트 인으로 그렸고(때로 몸의 부분들은 나일 강변의 동물들로 나타내기도 했다.), 그리스 인들은 그리스 인으로 표상했다. - P453

히브리인들의 큰 공헌은 모든 신들을 합쳐 단일 위격인 야훼ㅡ사막의 부족들에게 걸맞은 족장ㅡ로 만들고 그의 현존을 지적으로 다뤘다는 점이다. 조각된 성상은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히브리 인들은 신의 현전을 더욱더 만질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성경에서는 아무도, 심지어 불타는 덤불 속에서 야훼에 다가갔던 모세마저도 그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시간이 흐른 뒤 유대인들에게는 야훼의 진짜 이름 전체를 발음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지전능하고 인간 만사에 소소히 개입하는 유일신이라는 관념은 서구 문화에 지배적인 종교적 이미지로서 오늘날까지도 존속돼 왔다. - P453

계몽시대에는 유신론을 보다 이성적인 관점과 화해시키기를 바라는 자유주의적 유대 · 기독교 신학자들이 증가하면서 인격신(God-as-person)의 개념이 후퇴했다. - P453

17세기의 걸출한 유대인 철학자였던 스피노자는 신성을 우주의 도처에 현전하는 하나의 초월적 실체로서 그려 냈다. 그는 신이나 자연은 상호 교환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천명했다. 그 철학적 노고 때문에 그는 파문을 당한 채 암스테르담에서 추방되었고 그의 저작들에 대해서는 온갖 저주가 퍼부어졌다. - P453

이단 심판이라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신으로부터 인격을 박탈하는 작업은 근대를 통해 끊임없이 지속되었다. 20세기의 가장 유력한 개신교 신학자 중 한 명인 폴 틸리히 (Paul Tillich)에게 있어 인격신의 존재를 단언하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무의미한 것이었다. 자유주의적인 현대 사상가들 중 다수는 구체적인 신성을 부정하면서 과정신학(process theology)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존재론의 가장 극단이라 할 수 있는 이런 신학에서 모든 것은 한결같고 끊임없이 펼쳐지는 관계들의 복잡한 그물망의 일부가 된다. 신은 만물 어디에나 존재한다. - P454

‘만물 이론(Theory of Everything, T.O.E)‘은 물리적 우주의 여러 가지 힘들에 대해 알려질 수 있는 모든 것을 기술하는 서로 연결된 방정식들의 체계를 일컫는다. - P454

만물 이론은 "아름다운" 이론이다. 그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최소한의 법칙으로 끝없는 복잡성의 가능성을 표현하는 우아한 이론이기 때문이며, 그것이 대칭적인 이유는 모든 시공에 걸쳐 불변하기 때문이다. - P454

만물 이론은 필연적이다. 일단 한번 진술되면 그 어떤 부분도 전체를 무효로 만들지 않고서는 변경될 수 없다. 살아남은 모든 하위 이론들은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일반 상대성 이론의 공헌에 대해 언급했던 것과 같이 궁극적 이론에 영원히 포섭된다. - P454

아인슈타인은 "이론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논리적 완전성에 있다. 만일 그 이론에서 도출된 결론들 중 어느 하나라도 틀렸음이 판명된다면 그 이론은 포기되어야 한다. 전체 구조를 파괴하지 않고 그것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했다. - P454

과학은 한때 서구 문명 전체를 주재하던 인격신으로부터 우리를 너무 멀리 떼어 놓았다. 과학은 시편 기자가 그토록 사무치게 표현해 놓았던 우리의 본능적 갈망을 만족시키지못했다. - P455

사람은 그림자와도 같은 나날을 살고, 헛되게도 교만한 환상으로 스스로를 불안하게 하는도다. 그는 그의 보물들을 누가 모았는지 알지 못하노라. 주여, 무엇이 저를 위로할 수 있겠나이까? 저의 희망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 P455

인류의 영적 딜레마의 본질은 우리가 하나의 진리를 받아들이게끔 유전적으로 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진리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P455

그러나 우리는 정령들 없이는 살 수 없다. 사람들은 성스러운 이야기를 필요로 한다. 그들은 지적으로 합리화된 더 큰 목적을 어떤 형태로든 지녀야만 한다. 그들은 죽을 수밖에 없는 동물적 절망에 굴복하기를 거부할 것이다. 또 사람들은 시편의 기자와 함께 "무엇이 저를 위로할 수 있겠나이까?"라고 계속해서 탄원한다. 그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정령들을 되살리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 P457

우리는 하나의 단일한 유전자군(gene pool)을 이룬다. 이 유전자군으로부터 각 세대마다 개인들이 태어나고 또 그 속으로 용해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유산과 공통의 미래를 통해 하나의 종으로서 영원히 통합되어 있다. 사실에 기반을 둔 이 생각으로부터 우리는 불멸성에 대한 새로운 암시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새로운 신화도 여기서 진화해 나올 수 있다. - P458

종교적 초월론과 과학적 경험론 중 어떤 세계관이 우세한지는 인류가 미래를 어떤 식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사실들을 깨닫게 된다면 모종의 화해에 이를 수도 있다. 즉 한편으로는 윤리와 종교가 여전히 너무 복잡하여 오늘날의 과학만으로는 깊이 있게 설명될 수 없다는 점과 다른 한편으로는 윤리와 종교는 대부분의 신학자들이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율적인 진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 P458

과학은 윤리와 종교 속에서 가장 흥미롭고 아마도 자신을 겸허하게 만드는 도전에 직면할 것이며, 반면 종교는 자신의 신빙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과학의 발견들을 한데 통합시키는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내야만 할 것이다. - P458

종교는 경험적 지식에 모순되지 않는 인류 최고의 가치들을 불후의 시적 형식 속에 집어넣을 수 있을 때 그만큼의 힘을 소유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강력한 도덕적 리더십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맹목적 신앙은 제아무리 열정적으로 표출된다 할지라도 충분하지 못하다. - P458

과학은 자신의 자리에서 인간의 조건에 대한 모든 가정들을 가차 없이 시험대 위에 올려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다 때가 되면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감정들의 기반이 발견될 것이다. - P458

두 가지 세계관의 경합이 가져다줄 최종 결과는 인간 서사시의 세속화와 종교 자체의 세속화가 될 것이다. 그 과정이 아무리 지난하더라도 그것을 위해서는 상호 존중의 분위기 속에서 공개 토론을 계속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는 지적 엄격함을 견지해야 한다. - P458

통섭은 봉합선이 없는 인과 관계의 망이다. - P459

통섭 세계관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현상들ㅡ예컨대, 별의 탄생에서 사회 조직의 작동에 이르기까지ㅡ이 비록 길게 비비 꼬인 연쇄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물리 법칙들로 환원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간이 공통 유래를 통해 모든 다른 생명들과 친척 관계에 있다는 생물학적 결론은 이런 생각을 뒷받침한다. 모든 생명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DNA 유전 암호를 공유하는데 이 암호는 RNA로 전사되고 결국 동일한 아미노산을 지닌 단백질로 번역된다. - P460

계통학적으로 보면 우리는 구대륙 원숭이와 유인원 사이에 위치한다. 화석 기록은 인간의 직접적인 조상이 호모 에르가스테르나 호모 에렉투스임을 보여 준다. 그것은 인류가 20만 년 전쯤에 아프리카에서 유래했음을 시사한다. 그 이전이나 이후의 몇십만 년동안 진화해 온 우리의 유전적 인간 본성은 문화의 진화에 여전히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 P460

역사에서 우연이 담당하는 결정적 역할을 깎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작은 사건들도 큰 차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 지도자의 성격이 전쟁이나 평화냐를 결정할 수도 있고 하나의 기술 혁신이 경제를 바꿀 수도 있다. - P460

통섭 세계관의 요점은 인간 종의 고유한 특성인 문화가 자연과학과 인과적인 설명으로 연결될 때에만 온전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여러 과학 분과들 중에서 특히 생물학은 이런 연결의 최전선에 있다. - P460

20세기를 마무리하며, 자연과학은 복잡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새로운 근본 법칙을 찾는 일에서 새로운 종류의 종합ㅡ 이것을 전일론이라 불러도 좋으리라ㅡ으로 그 초점을 옮겼다. 예컨대, 우주의 기원, 기후 변동의 역사, 세포의 기능, 생태계 조직 그리고 마음의 물리적 기초에 관한 연구 등은 복잡계를 이해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런 탐구들에서 가장 잘 통하는 전략은 조직의 여러 수준들을 가로지르는 정합적인 인과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포생물학자들은 분자 집합체의 여러 수준을 넘나들며 연구하고 인지심리학자들은 집합적인 신경 세포들의 활동 양상에 관심을 기울인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우리는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P461

그렇다면 왜 이와 동일한 전략을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통합하는 데 써서는 안 되는가? 안 될 이유가 전혀 없다. 두 영역 간의 차이는 단지 문제의 크기 차이일 뿐 문제의 해답을 찾는 데 필요한 원리들의 차이는 아니다. - P461

인간의 조건은 자연과학의 가장 중요한 미답지이다. 역으로 자연과학에 의해 드러난 물질세계는 인문·사회과학의 가장 중요한 미답지이다. 그렇다면 통섭 논증은 다음과 같이 압축될 수 있다. 두 미답지는 동일하다고. - P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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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거의 2주만에 다시 읽는다. 여기 일일이 밑줄치진 않았지만 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공룡 생태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이름이 생소한 에드몬토사우르스, 트로오돈, 안킬로사우르스, 드로마에오사우르스 등을 비롯해 과거 영화《쥬라기 공원》에서 비교적 자주 들어서 익숙한 트리케라톱스까지 다양한 공룡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이들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조금씩 담당하고 있어서 전반적인 공룡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 사람도 본질적으로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의 거주단위라고 할 수 있는 가족 안에서도 각자가 맡은 역할이 있을 것이고, 학교나 직장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 속에서도 그 사회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아가기 위한 개개인만의 역할이 다들 있을 것이다.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났다. 누구나 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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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내용에서 정말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들을 보면서 이 세상이라는 곳이 참 크고도 넓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실감할 수 있었다.

각 종은 생태계에서 각자 맡은 역할을 담당한다. - P204

지금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삶의 수레바퀴 속에서 사냥하고 지키고 살아남아야 할 때다. - P205

인도 대륙의 중앙부에 자리잡고 있는 데칸고원 - P206

당시 화산 활동은 쌍각류 조개껍데기 화석에 반영되어 있다. 탄산염 동위원소 구성을 분석하면 당시 해양 온도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206

또 껍데기 화석에 축적된 수은 농도를 측정하면 화산의 규모를 알 수 있다. 화산은 유독성 금속인 수은이 자연에 유입되는 가장 거대한 통로다. - P206

멸종이란 생물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생물 종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 P206

종의 다양성이 줄어든 생태계는 건강하지 못한 생태계다. 아픈 생태계다. 허약한 생태계, 비실비실한 생태계다. 한 방 얻어맞으면 끝날지도 모를 위태로운 상태다. - P208

나는 원초적인 힘과 생존의 상징이다. 매일 반복되는 교향곡의 마지막 소절은 사냥으로 절정에 달한다. 오늘은 왠지 모르게 트리케라톱스를 사냥하고 싶다. 쉬운 먹잇감이 많지만 오늘은 그래야 할 것 같다. 너무 오랫동안 트리케라톱스를 못 본척했다. 생태계의 지배자로서 위엄을 보여주어야 할 것 같은 뭔지 모를 집착이 생긴다. - P208

폭풍 전의 고요함은 아름다움과 망각의 시간이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할 세상이 오기 전의 찰나의 평화다. - P208

왠지 오늘은 결판을 내야 할 것 같은 이상한 감정이 솟는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목숨을 걸어야 한다. - P209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이겼다. 지구의 지배자 티라노사우르스 렉스니까. 지배자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세상 모든 공룡이 내 승리 장면을 오래 기억하도록 나는 트리스타를 짓밟고 오랫동안 포효한다. - P209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아르코사우루스 Archosaurus라고 부른다. ‘지배하는 파충류‘라는 뜻이다. 고생대 페름기에 등장해 중생대 트라이아스기까지 존재한 동물 그룹을 일컫는 말 - P216

옛날 일을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헷갈릴 수 있다. 너무 괘념치 마시라. - P217

우리는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늪과 숲을 지배한다. - P218

인간들은 중생대라고 하면 쥐라기와 백악기만 기억한다. 초등학교 없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을 수 없다. 트라이아스기는 중생대의 초등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트라이아스기는 삼첩기三疊紀라고도 한다. 지층이 3개로 뚜렷이 구분되기 때문이다. - P218

고생대 페름기 말에 형성된 초대륙 판게아 - P218

환경에 굴하지 않고 극복하는 것, 끝내 버텨내는 것이다. - P219

어디에나 ‘루저‘들은 있는 법. 그들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배신을 시작한다. - P220

적은 체중은 에너지를 절약하게 해준다. - P222

반칙을 쓰면 벌칙을 받아야 하지만 생태계에 공정한 규칙 따위는 없다. - P222

역시 아무거나 잘 먹는 게 최고다. - P225

이산화탄소는 지구 대기를 가열하고 이산화황은 산성비를 만든다. - P229

모든 생명은 온도에 민감하다. 온난화는 생태계를 교란하고 서식지를 변화시킨다. - P229

바닷물의 온도가 오르면서 용존산소량이 줄어든다. 바다에서 숨을 쉴 수가 없다. - P229

원래 최고 포식자는 대멸종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법. - P229

진화와 변화는 필연적이며 변화만이 유일한 살 길 - P230

지배적인 조건에 잘 적응한 생물이 챔피언이다. 모든 시대에는 새로운 챔피언이 등장한다. - P231

나는 공룡의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부러워하고 질투했다. 질투가 질투에 머물렀다는 게 우리가 몰락하는 원인이다.
질투는 나의 힘이 되어야 했다. 그들과 나는 같은 환경에 살지 않았던가. - P231

물론 역사라는 수레바퀴를 끊임없이 돌려야 할 것이다. - P231

신경배돌기란 생물의 척추뼈 일부가 길게 자라고 그 위를 살이 얇게 덮어 마치 돛과 같은 구조가 된 것이다. 태고의 양서류와 파충류에는 신경배돌기가 있는 동물이 많았다. - P232

스피노사우루스는 ‘척추 도마뱀‘이라는 뜻으로 영화 <쥬라기 월드>에서 티라노사우루스를 짓밟아 공룡 팬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 거대한 공룡이다. 엄청나게 커다란 신경배돌기가 있긴 하지만 시대가 다르다.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아프리카에 살았다. - P233

오우라노사우루스는 ‘용감한 도마뱀‘이라는 뜻이다. 60센티미터가 훌쩍 넘을 정도로 높은 신경배돌기가 척추에서 미추까지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오우라노사우루스는 중생대 백악기 전기 아프리카에 살았던 공룡이다. - P233

디크라이오사우루스는 ‘두 갈래로 나뉜 도마뱀‘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목 긴 공룡이다. 목뒤 척추뼈에서 위로 솟아오른 신경배돌기가 두 갈래로 갈라진 Y자 형태로 생겼다. 하지만 쥐라기 후기 아프리카에 살았다. - P233

디메트로돈 ...(중략)...이름의 뜻은 ‘두 가지 di 크기 metro 의 이빨 don‘. 그래서 한자로는 이치룡異齒龍이라고 한다. - P233

공룡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에나 등장한다. - P234

단궁單弓이란 구멍이 하나 있다는 뜻이다. 무슨 구멍일까? 두개골 뒷부분에 양쪽으로 난 측두창이라고 하는 구멍을 말한다. 여기에 구멍이 없으면 무궁류다. 거북이가 그렇다. 구멍이 2개 있으면 이궁류다. 익룡과 공룡이 여기에 속한다. 공룡이 여기에 속하니 새도 여기에 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뿐만 아니라 악어, 뱀, 도마뱀도 이궁류다. 거북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파충류와 조류가 이궁류인 셈이다. - P234

대부분의 단궁류는 트라이아스기 대멸종기, 즉 네 번째 대멸종 때 몰살되었지만 살아남은 것들은 나중에 포유류로 진화한다. - P235

이궁류와 단궁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이빨의 종류다. 공룡 같은 이궁류는 이빨이 다 똑같이 생겼다. 모양이 한 가지다. 그런데 단궁류는 이빨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다. 여러 가지 이빨이 있다. - P235

사람은 무궁류, 단궁류, 이궁류 중 어디에 속할까? 자기 치아를 보면 답이 나온다. 사람의 치아는 여러 가지 모양이다.
그렇다. 인간은 단궁류다. - P235

축축한 날씨는 풍요를 말해준다. - P235

무수한 생물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 P235

페름기는 이첩기二疊紀라고도 한다. 고생대 이첩기 다음 시기가 중생대 삼첩기라고 해서 숫자가 시대 순서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페름이라는 도시에서 발견된 이 시대 지층이 2개로 되어 있어서 그렇게 불릴 뿐이다. - P236

은행나무는 활엽수가 아니라 침엽수다. 은행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많은 바늘이 모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P237

에리옵스Eryops는 ‘잡아 늘린 얼굴‘이라는 뜻이다. 마치 코와 입을 잡아서 앞쪽으로 쭉 늘린 것처럼 두개골의 대부분이 눈보다 앞에 있다. 에리옵스는 물에서 성공적으로 육지로 진출한 동물이다. - P238

아프리카 남부에 살고 있는 파레이아사우루스Pareiasaurus는 ‘뺨 도마뱀‘이라는 뜻인데 넓적한 두개골의 뺨 부분에 두드러지게 돋아난 돌기와 가시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페름기 초식 파충류의 대표선수다. - P239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발견되는 테랍시다Therapsida는 매우 특이한 파충류다. 다른 파충류와 달리 다리를 몸 밑으로 뻗어서 몸을 땅에 끌지 않고 다리로만 움직일 수 있다. - P239

‘테랍시다‘라는 이름 자체가 ‘포유류 같은 파충류‘라는 뜻이다. 현대의 오리너구리와 가시두더지 같은 단공류, 캥거루와 코알라 같은 유대류, 그리고 생쥐와 인간 같은 태반류의 조상에 해당한다. - P240

조연 없이 주연이 있을 수 없다 - P240

그래도 주연이 제일 중요하다. - P240

할아버지의 할머니의 엄마의 아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때부터 전해온 세상과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은 너무나 다르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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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 이어서 오늘도 초월론과 경험론에 대한 얘기가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각 논리의 특징들을 비교해보면서 마음에 와닿는 논거들을 취사선택하며 읽어나가는 나름의 묘미가 있었다.

경험론에 대한 얘기에 뒤이어서 저자는 ‘도덕 감정‘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개념을 근거로 하여 윤리라는 것도 결국에는 생물학에 기반하여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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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에 대한 얘기 이후에는 종교에 관한 얘기가 이어지는데 일단은 전반적인 종교의 특성에 대해 나온다.

초월론의 논증은 다음과 같은 일반적 형태를 취한다. 신적 또는 자연적 질서에 내재하는 하나의 최고 원리가 존재하며, 우리는 그 원리를 알아내어 거기에 합치하는 수단을 발견할 만큼 현명하다. - P433

경험론자의 관점은 객관적으로 고찰될 수 있는 윤리적 논증의 기원을 탐색하며 인과 사슬의 방향을 전도시킨다. 개인은 일정한 선택을 하게끔 만드는 생물학적 성향을 지닌 존재로 간주된다. 문화적 진화를 통해 어떤 선택들은 격률들로 정착되고, 그 다음에는 법률들로 굳어지며, 만일 그 성향 또는 강제력이 충분히 강력해지면 신의 명령이나 우주의 자연적 질서에 대한 믿음으로 고착된다. - P433

일반적인 경험론의 원리는 다음과 같은 형태를 띤다. 강력한 선천적인 느낌과 역사적 경험이 일정한 행위들을 더 선호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경험했고 그 귀결들을 중시했으며 그것들을 표출하는 코드들에 따르는 데 동의했다. 이 코드들에 맹세하고 우리의 개인적 존경심을 바치며 그것을 어겼을 경우 처벌을 감내하도록 하자. - P434

경험론적 관점은 도덕적 코드들이 인간의 본성 중 어떤 성향들에는 잘 순응하고 다른 성향들은 억누르도록 고안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 P434

당위는 인간 본성의 번역이 아니라 공공 의지의 번역이다. 그리고 이 공공 의지는 인간 본성의 요구와 유혹을 이해함으로써 점점 더 현명해지고 안정적으로 될 수 있다. - P434

경험론적 관점은 헌신의 힘이 새로운 지식과 경험이 유입되면서 약해질 수 있다는 점, 그 결과 어떤 규칙들은 신성을 잃고 낡은 법률은 폐지되며 한때는 금지되었던 행동들이 자유롭게 허용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이와 동일한 이유 때문에 새로운 도덕적 코드들이 고안될 필요가 있으며 이 코드들 또한 때가 되면 신성화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경험론자들은 인식하고 있다. - P434

만일 경험론자의 세계관이 옳다면, 당위는 일종의 사실 명제에 대한 속기(速記)로서 사회가 하고자 선택한 것(혹은 할 수밖에 없는 것)을 코드화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주의적 오류는 자연주의적 딜레마로 환원된다. 이 딜레마를 해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된다. 당위를 어떤 물질적 과정의 산물이라고 보면 된다. 이런 해결책은 윤리의 기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 P434

윤리적 코드들이 생물학과 문화의 상호 작용을 통한 진화의 산물 - P434

도덕 감정은 현대 행동과학에서 정의되는 바의 도덕적 본능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본능의 귀결에 따른 판단에 의존한다. 따라서 이런 감정은 후성 규칙들, 즉 정신 발달의 유전적 성향들로부터 유래되는 것으로, 보통 감정에 의해 조건지워지며 개념들과 그로부터 나오는 결정들에 영향을 미친다. - P435

도덕적 본능의 기본적 기원은 협동과 배신간의 역동적 관계이다. 어떤 종에서든 본능이 형성되는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는 이 같은 협동과 배신의 역동성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명확히 판단하고 충분히 조작할 수 있는 높은 지능이다. 이런 수준의 지능은 복잡한 정신 계획들을 미래로 확장할 수 있는 지능으로서 ...(중략)... 이런 능력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데, 어쩌면 고등 영장류 중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도 가질지도 모른다. - P435

유전성을 가진 형질 목록 중 도덕적 소질과 가장 가까운 것들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감정 이입)과 어린이와 그를 돌보는 자 사이에서 생기는 애착이다. - P437

도덕적 소질이 유전된다는 증거 외에 협동 성향을 지닌 개인들이 일반적으로 더 오래 살아남고 더 많은 후손을 남긴다는 풍부한 역사적 증거도 있다. 여기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진화의 역사가 진행되는 동안 협동 행위를 하도록 만드는 유전자들이 전체 인류에서 우세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 P437

이러한 과정이 수천 세대를 내려오면서 반복되면 도덕 감정은 불가피하게 생기기 마련이다. 아주 정신병자가 아닌 이상, 이런 본능들은 양심, 자존심, 자책감, 공감, 수치심, 겸손, 도덕적 분노 등의 다양한 형태로 모든 개인들이 생생하게 경험한다. 이런 본능들은 명예심, 애국심, 이타성, 정의, 동정심, 자비, 구원 등의 보편적인 도덕적 코드들을 표현하는 관습들이 형성되는 방향으로 문화적 진화를 몰고 간다. - P437

이 도덕적 행동에 대한 선천적 성향이 가지는 어두운 일면으로는 이방인 혐오증(xenophobia)이 있다. 개인적인 친밀함과 공통 이득이 사회적 거래에서 중요한 까닭에 도덕 감정은 선택적으로 진화했다. 이것은 언제나 그래왔으며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이다. 따라서 이방인을 신뢰하게 되는 일에는 노력이 필요하고 진정한 동정심은 언제나 매우 드문 일이다. - P437

부족들은 세심하게 정의된 각종 협정과 관습을 통해서만 서로 협동한다. 그들은 다른 경쟁 집단들이 꾸민 음모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쉽게 상상하며, 심각한 갈등의 시기에는 자신의 경쟁 집단들을 쉽게 말살하고 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성스러운 상징과 갖가지 의식을 통해 구성원들의 충성심을 견고히 한다. 그들이 받드는 신화는 위협적인 적들에 대한 승리의 서사들로 가득 차 있다. - P438

도덕성과 부족주의를 보조하는 본능들은 쉽게 조작된다. 문명이 발달하면 이런 조작은 더욱 심화된다. - P438

성장 중인 농경 사회는 처음에는 평등 사회였다가 점차 계급 사회로 변해 갔다. 잉여 농산물을 바탕으로 부족 사회에서 점차 국가로 발전해 나가면서 세습 군주와 성직자 계급이 권력을 획득했다. 낡은 윤리적 코드들은 점차 강제적 규율로 탈바꿈했으며 어김없이 지배 계급의 이익에 기여했다. 이 즈음에 입법자로서의 신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신의 명령은 윤리적 코드들에 대해 강력한 권위를 부여했으며 이 또한 지배자의 편에 섰다는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 P438

나는 뇌의 진화론적 기원이나 물리적 기능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오늘날의 철학자들이 아무것에도 의지하지 않는 독립적인 가정들을 중심으로 윤리학적 논의들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윤리학만큼 자연과학과의 결합이 절박하게 필요한 분야는 인문학의 다른 영역에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439

인간 본성의 윤리적 차원들이 이런 방식으로 충분히 탐색되기 시작하면 도덕 논증의 선천적인 후성 규칙들이 결속, 협동성, 이타성과 같은 단순 본능들을 그저 한데 모아놓은 형태가 아님이 판명될 것이다. 오히려 이 규칙들은 미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여러 분위기들과 선택들에 직면하여 우리의 마음(정신)을 이끌며 복잡하게 얽힌 채 움직이는 수많은 알고리듬들의 앙상블임이 드러날 것이다. - P439

구석기 시대의 평등주의적이고 부족주의적인 본능들은 여전히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본능들은 인간 본성의 유전적 기초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대체가 불가능하다. 이방인이나 경쟁 집단에 대한 성급한 적대감과 같은 경우에서 보듯이 이런 본능들은 일반적으로 잘못 적응되어 위험을 끊임없이 초래하고 있다. 이 근본적인 본능들 위로는 문화 진화에 따라 형성된 새로운 제도들을 조정하는 논증과 규칙의 상부 구조가 나타난다. 이런 조정들은 질서와 부족의 이해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시도를 반영하는 것으로서 너무 일시적인 것이라 유전적 진화를 통해 흔적이 남지 않았다. 그것들은 아직 유전자 속에 자리 잡지 못했다. - P440

윤리학이나 정치학 모두 자연과학에서 인증된 이론의 세례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인간 본성에 대한 검증 가능한 지식을 그 바탕에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과적 예측과 이것에 기반을 둔 건전한 판단을 산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 P440

윤리적 행동의 심층적 근원들에 대해 더욱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확실히 현명한 일일 것이다. 이와 같은 기획에 있어 지식의 가장 큰 공백은 도덕 감정의 생물학이다. - P440

도덕 감정의 정의 :  우선 실험심리학에서 정확하게 기술한 다음 신경반응과 내분비 반응들을 분석함으로써 정의한다. - P440

도덕 감정의 유전학 : 윤리적 행동의 심리학적·생리학적 과정들의 유전성을 측정함으로써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며, 좀 어렵더라도 마침내는 규정적 유전자(prescribing gene)를 확인함으로써 접근 가능할 것이다. - P441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 작용의 산물인 도덕 감정의 발달 : 이 연구는 다음의 두 가지 수준에서 수행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서로 다른 문화들의 출현의 일부분으로서 윤리 체계들의 역사. 그리고 다양한 문화들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인지 발달. 이와 같은 탐구들은 이미 인류학과 심리학에서 잘 수행되고 있다. 앞으로는 생물학의 기여로 인해 더욱 발달할 분야들이다. - P441

도덕 감정의 심층적 역사 : 왜 도덕 감정들이 애초부터 존재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연구. 아마도 이것들이 유전적으로 진화해 온 기나긴 선사 시대 속에서 생존과 번식적 성공에 기여했기 때문이리라. - P441

사람들은 본성상 너무 똑똑하고 따지기를 좋아해서 그 어떤 것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 - P442

변화는 수많은 세대에 걸쳐 천천히 올 것이다. 왜냐하면 낡은 신념들은 명백히 그릇된 것일때조차도 사라지기 어려운 것이니까. - P442

윤리철학을 과학과 손잡게 만드는 논리가 종교 연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종교는 초유기체(superorganism)에 비유된다. 종교도 생활사를 가진다. 그것은 태어나서 자라고 완성되고 번식하며 충분히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죽는다. 생활사의 각 단계에서 종교는 자신의 자양분이 되는 인간들을 반영한다. 종교는 인간 현존의 중요한 규칙을 표현하는데, 삶을 존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지 이 규칙은 궁극적으로 생물학적이다. - P442

전형적으로 성공적인 종교는 예찬자 집단으로 시작하여 이교도들에 대해 관용을 보일 수 있게 될 때까지 힘과 포괄성을 증대시킨다. - P442

각 종교의 핵심에는 창조 신화가 있다. 그것은 세계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선민들(그 믿음 체계에 찬동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 중심에 다다르는지를 설명해 준다. 때로는 미스터리, 즉 고차원적인 깨달음의 상태로 힘써 나아간 사제들만이 접근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지침들이나 공식들이 존재한다. 중세 유대교의 카발라(cabala), 프리메이슨주의(Freemasonry)의 삼등급(trigradal) 체계, 오스트레일리아 토착민의 영목(靈木)에 새겨진 조각들은 모두 이와 같은 비밀스러운 것의 예들이다. - P443

힘은 개종자들을 모으고 추종자들을 집단적으로 결속시키면서 중심에서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신들에게 말을 걸고 숭배 의식이 거행되며 기적이 목격되는 성지(聖地)가 지정된다. - P443

종교의 신봉자들은 하나의 부족으로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과 경쟁한다. 그들은 경쟁자들이 자신의 믿음을 말살하고자 하면 거세게 저항한다. 그들은 자신의 종교를 방어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자를 숭배한다. - P443

종교의 부족주의적 뿌리와 도덕 논증의 부족주의적 뿌리는 매우 유사하여 아마도 동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종교적 숭배 의식은 매장 의식에서 명백히 드러나듯이 매우 오래된 것이다. 매장 의식은 유럽과 중동의 후기 구석기 시대에 출현했는데, 죽은 자를 얕게 판 무덤에 넣고 그 위에 꽃잎이나 황토를 흩뿌렸다. 그 자리에서 영혼들과 신들을 불러내는 의식이 행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론적인 연역과 증거는 도덕적 행동의 원초적 요소는 구석기 시대의 의식보다 훨씬더 오래되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 P443

종교는 윤리적 기초 위에 형성되었으며, 그것은 틀림없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도덕적 코드들을 정당화하는 데 늘 사용되어 왔을 것이다. - P443

종교적 충동의 막강한 영향력은 한갓 도덕의 정당화보다 훨씬 대단한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것은 마음 깊은 곳에 흐르는 큰 강줄기로서 폭넓게 퍼져 흐르는 감정의 지류들로부터 힘을 모아들인다. 이들 중 으뜸가는 것이 생존 본능이다. - P443

로마의 시인 루크레티우스(Lucretius)가 읊었듯이, "두려움은 지구상에 신들을 만들어 낸 첫 번째 것이었다." - P444

우리의 의식적인 정신은 영원한 존재를 갈망한다. 만일 우리가 육체의 영생을 누릴 수 없다면, 어떤 불멸의 전체에 흡수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인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성 아우구스티누스가 짧은 나날이라며 한탄했던 정신과 영혼의 빠른 이행을 어떻게든 영원으로 이어지게 한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괜찮을 것이다. - P444

삶을 이해하고 통제하는 것은 종교적 힘의 또 다른 원천이다. 교의는 과학이나 예술과 똑같은 창조적 근원에 의지하는데, 이때 그 목표는 물질세계의 신비로운 현상들로부터 질서를 추출하는 것이다. - P444

삶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종교는 부족의 역사에 대한 신화적 서사들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며 우주 속에 우주를 지켜 주는 신들과 영혼들을 거주하도록 한다. 초자연적인 것의 현존은 물론 그것이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면, 사람들이 그토록 절박하게 바라는 다른 세계의 존재가 존재한다는 것의 증거가 된다. - P444

종교는 또한 자신의 가장 중요한 동맹군인 부족주의를 통해 대단한 권능을 얻게 된다. 주술사들과 사제들은 음울한 운율 속에서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탄원한다. "신성한 제식들을 신뢰하라. 불멸하는 힘의 일부가 되라. 너는 우리 중의 하나이니라. 네 삶이 펼쳐지는 각 단계마다 너를 사랑하는 우리가 그것을 엄숙한 통과의례로서 표시할 것이고 신비로운 의미를 부여할 것이니, 마지막 단계가 완수되면 너는 고통과 두려움이 없는 제2의 세계로 들어갈 것이니라." - P444

만일 종교적 뮈토스(신화 체계)가 문화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신속히 창안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신화 체계는 역사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존재해 왔다. 어떤 종에게 있어서든 그와 같은 필연성은 본능적 행동의 표지이다. 즉 설사 학습된다고 하더라도 그 행동은 감정적 동인을 가지는 정신 발달의 규칙들을 통해 특정 상태들로 나아가게 된다. - P445

종교가 본능적이라고 해서 그 뮈토스의 특정 부분이 허위라는 말은 아니다. 종교가 본능적이라는 말은 종교의 원천들이 일상적 습관보다 더 깊은 곳에서 흐르고 있다는 뜻이며 사실상 유전된다는 뜻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종교가 유전자 속에 암호화된 정신 발달의 편향을 통해 탄생되었다는 말이다. - P445

어떤 사람이 헌신적 믿음과 목적으로 통합된 어떤 강력한 집단 속의 구성원이 된다면, 그는 생존과 번식 차원에서 큰 이득을 볼 것이다.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대의명분을 위해 목숨을 건다 하더라도 그들의 유전자는 이와 동등한 결의를 하지 못한 경쟁 집단 사람들의 유전자보다 다음 세대로 더 쉽게 전승된다. - P445

집단유전학의 수학적 모형들은 이와 같은 이타성의 진화적 기원 속에 다음과 같은 규칙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즉 이타성 유전자로 인해 발생한 개체의 생존과 번식의 감소를 이타성 덕분에 증가한 집단의 생존 가능성으로 상쇄하고도 남는다면 이타성 유전자는 경쟁하는 집단들 전체에서 흔하게 생겨날 것이다. - P445

개체가 대가를 치르면 그 개체의 유전자와 부족이 이득을 얻고 결국 이타성은 확산된다. - P445

종교적 황홀경에 동반되는 감정은 분명 신경생물학적 원천을 가진다. 적어도 한 가지 형태의 뇌기능 장애는 아주 사소한 일상을 비롯한 거의 모든 것들에 우주적 의미를 부여하는 광적 종교성(hyperreligiosity)과 연결되어 있다. - P446

우리는 마음이 종교적 믿음들을 가지게끔 조성되어 있다고 가정해 볼 수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초월론을 기각하지 못하며 그 믿음 자체가 허위임을 밝히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 P446

모든 종교적 행동을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대체로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적어도 신에 대한 믿음의 어떤 측면들은 종교적 행동에 포함된다. 종교적 관례에서 거의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속죄와 희생은 지배적 존재자에게 복종하는 행위들이다. 이것들은 일종의 지배 위계로서 조직화된 포유동물 사회의 일반적 특징 중 하나이다. - P446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자신의 서열을 과시하고 유지하는 정교한 신호들을 사용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종마다 다양한 양태를 보이지만 넓게 보면 일관된 유사성들이 드러나는 것을 ...(중략)... 볼 수 있을 것이다.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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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후반부에서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초월론자의 입장을 살펴봤다. 오늘은 이와 대립하는 경험론자의 입장을 살펴보면서 시작한다. 경험론자들은 일단 종교의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의 논리를 펼쳐나가는 점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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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후반부에는 유명한 철학자 중 한 명인 칸트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예나 지금이나 난해한 건 매한가지다. 읽기는 읽었지만 뭔가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는 건 다행히도 독자인 나만 그랬던 건 아니었나보다. 저자도 본문에서 칸트의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예 칸트의 철학이 자연 과학적인 관점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는 다소 강도높은 비판도 본문의 글을 통해 스스럼없이 날리고 있었다. 이에 덧붙여 칸트와 비슷한 주장을 했던 무어, 롤스 같은 사람들의 견해도 함께 만나볼 수 있었는데, 결국 저자가 이들의 견해에 비판적인 이유는 그들이 자연과학적인 요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반쪽자리 주장이었다는 말이다. 이것은 저자가 일관되게 사회과학이나 종교 분야 등을 비판하는 핵심 논리다.

종교가 인류의 정신에 엄청난 흡인력을 갖고 있고 종교적 확신이 대체로 유익하다 - P421

종교는 인간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번뇌들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그것은 사랑과 헌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망의 자양분이다. - P421

사람들은 종교가 제공하는 확실성을 갈망한다. 신이 모든 인간의 삶ㅡ심지어 노예의 삶마저도ㅡ의 성스러움을 증언하면서 인간의 육체를 입고 이 땅에 왔다가 모든 이에게 영생을 약속하며 죽었다가 부활했다는 기독교 교리보다 정서적으로 더 강력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 P421

그러나 종교적 신앙은 물질주의의 최악의 극단과 마찬가지로 파괴적 측면을 가진다. 역사상 약 10만여 개의 신앙 체계가 존재해 왔다고 추정되며 이중 많은 것들이 민족 간 혹은 종족 간 전쟁을 일으켰다. 특히 서구의 3대 종교들은 수차례에 걸친 군사적 침략과 함께 팽창해 왔다. - P421

종교의 이름이 ‘복종‘을 뜻하는 이슬람은 무력의 힘으로 중동 지방과 지중해 주변, 남아시아의 상당 부분을 지배했다. - P421

기독교는 영적인 은총 못지않게 식민지 팽창을 통하여 신세계를 지배했다. 기독교는 우발적인 역사적 사건, 즉 아랍의 이슬람 국가들로 인해 동방 진출에 실패한 유럽이 아메리카 대륙을 차지하기 위해 서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던 사건으로부터 이득을 얻었다. 이때 십자가는 노예 사냥과 대량 학살을 위한 거듭된 출정에 검을 동반했다. - P422

기독교 지배자들은 초기 유대교의 역사에서 하나의 교훈을 얻었다. 그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약속의 땅에서 이교도들을 깨끗이 몰아내도록 신의 명령을 받았다는 믿음이었다. "너희 하느님 야훼께 유산으로 받은 이 민족들의 성읍들에서는 숨쉬는 것을 하나도 살려두지 말라. 그러니 헷 족, 아모리 족, 가나안 족, 브리즈 족, 히위 족, 여부스 족은 너희 하느님 야훼께서 명령하신 대로 전멸시켜야 한다." (<신명기> 20장 16~17절, 공동 번역에서 옮김) 100여 개 이상의 도시들이 화염과 죽음에 휩싸였던 이 전쟁은 여호수아의 정벌에서 시작하여 여부스 족속의 예루살렘 성에 대한 다윗의 급습으로 끝났다. - P422

역사적 사실을 들추는 이유는 현재의 신앙들에 대해 비난을 퍼붓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신앙들의 물질적 기원과 또 그것들이 지지하는 윤리적 체계의 물질적 기원을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서이다. - P422

모든 위대한 문명들은 정복을 통해 확장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문명들을 정당화하는 종교는 중요한 수혜자가 되었다. - P422

국가가 후원하는 종교의 성원이 된다는 것은 분명 여러 심리학적 차원에서 늘 대단히 만족스러운 일이었으며, 영적인 지혜는 정복의 시대에 준수되던 야만적인 교의들을 좀 더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모든 주요 종교들은 여러 문화들 사이에서 벌어진 다윈주의적 투쟁에서 이긴 승자이며, 그 어떤 종교도 자신의 경쟁자를 용인하면서 번성하지는 않았다.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항상 정복 국가의 후원을 받아야 가능했다. - P422

종교적 배타성과 편협성은 부족주의 (tribalism), 즉 자기 부족의 선천적 우월성과 특권적 지위에 대한 신념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 P423

부족주의를 종교에 근거하여 비난할 수는 없다. 이와 동일한 인과적 귀결이 전체주의적 이념을 낳았다. 나치즘의 이교도적 신비체(corpus mysticum)와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계급 투쟁론은 모두 본질적으로는 무신론 종교의 도그마로서 부족주의에 이바지했으면 했지 그 반대는 아니었다. 만일 그 신봉자들이 스스로를 임무에 충실하고 사악한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선민(選民)이자 피와 운명의 권리에 따른 정복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나치즘은 그토록 열렬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 P423

메리 윌스톤크래프트(Mary Wollstoncraft)는 남성 우위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로 정곡을 찔렀다. "어떤 남자도 악을 악하기 때문에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는 그것을 행복이라고 잘못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 그 행복은 그가 추구하는 선이다." 이것은 비단 남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행위에 적용될 수 있다. - P423

어느 부족이 남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특히 경쟁하는 다른 부족들과 갈등할 때에는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구성원들을 희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동물계 전반에서 볼 수 있는 사회 생활의 제1규칙을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집단의 요구에 복종함으로써 생기는 개체 이득의 감소가 뒤따르는 집단의 성공을 통해 생기는 개체 이득의 증가로 상쇄되고도 남을 때 일어난다. 인간의 경우로 치환해 보면 몰락하는 종교와 이데올로기에 속한 이기적이고 부유한 사람들이 흥왕하고 있는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심 없고 가난한 사람들로 대체되는 과정이다. - P423

지상낙원이건 천국에서의 부활이건 간에 미래의 더 나은 삶이라는 것은 사회적 실존에 있어서의 예속적 명령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회가 창안해 낸 약속된 보상이다. - P424

집단에 대한 복종과 그 도덕적 코드들은 한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에서도 반복되며 공식적인 신조와 개인적 신념으로 고착된다. 그러나 이것은 신이 규정한 것도 아니고 자명한 진리로서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다. 이것은 사회적 유기체들의 생존에 필요한 하나의 장치로서 진화한 것이다. - P424

내가 볼 때 헌신의 유형 중 가장 위험한 것은 기독교 특유의 신앙심이다. 즉 나는 이 세계에 속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다. 이것은 제2의 삶을 기다리며 고통ㅡ특히 타인들의 고통ㅡ쯤은 감내할 수 있게 해 주고, 자연환경은 다 써 버려도 된다는 망상을 심어 주며, 신앙의 적들은 잔인하게 다뤄도 좋다고 도닥여 주고, 자살에 가까운 순교를 칭송하게 만든다. 이것은 모두 한갓 환상일까? 글쎄, 그것을 환상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회의론자들이 종종 써먹은 지독한 말로 해서 고상한 거짓말이라고 불러야 할지 짐짓 망설이게 된다. - P424

우리는 이 기독교적 헌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가 그리 강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기도가 질병과 사망률을 줄인다는 통계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어쩌면 정신 작용에 따른 면역 기능의 향상은 가능할지 모른다. 만일 그런 증거들이 있다면 전 세계는 끊임없이 기도만 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사제가 축복을 빌어 준 두 군대가 충돌하면 한편은 지기 마련이다. - P424

순교자의 정의로운 전뇌(前腦)가 사형 집행인의 총알로 파열되어 그의 마음이 흩어진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과연 수백만의 신경 회로 전부가 어떤 비물질적 상태로 재구성되어 의식적인 마음(정신)이 계속해서 작동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 P424

종말론에서 판돈은 ‘파스칼의 내기‘에 거는 것이다. 즉 잘 살려거든 신앙을 받아들이라는 것.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이 논증하기를 만일 영생이 있다면 믿는 자는 낙원으로 가는 티켓을 가지게 되고 두 세계(현세와 내세)에서 최선의 것을 얻게 된다. "만일 내가 진다고 해도 나는 별로 잃을 것이 없지만 이긴다면 나는 영생을 얻게 될 것이다." - P425

이제 잠깐 동안 경험론자처럼 생각해 보라. 이런 내기를 슬쩍 피하는 지혜를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자. 만일 두려움과 희망과 이성이 당신에게 신앙을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지시한다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이 세계를 다룰 때에는 마치 다른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다뤄야 한다. - P425

나는 독실한 신앙인이라면 이런 종류의 논증에 대해 분개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분노는 노골적인 이교도(이단자)들을 향해 퍼부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기껏해야 말썽꾸러기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사회적 질서에 반하는 반역자들에 불과하다. 더욱이 불신자가 동일한 사회 경제적 계급에 있는 신자보다 덜 준법적이고 덜 생산적인 시민이라거나 또는 죽음을 덜 용감하게 맞이한다는 그 어떤 증거도 아직은 없다. - P425

진정한 인격은 종교보다 더 깊은 원천에서 유래한다. 그것은 한 사회의 도덕적 원리들을 내면화한 것으로서 개인적으로 선택되고 고독과 역경의 시련에 충분히 견딜 만큼 강건한 신조들에 의해 확대된 것이다. 이런 원리들을 우리는 통합성이라고 부른다. 즉 문자 그대로 통합된 자아를 말한다. 이 자아 속에서 개인의 결단들은 선하고 참되게 느껴진다. - P426

인격은 덕의 지속적 원천이기도 하다. 그것은 홀로 우뚝서서 다른 이들의 존경심을 자극한다. 그것은 권위 앞에서 비굴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비록 그것이 종교적 신앙과 종종 모순되지 않고 또 그것에 의해 더 강화된다 해도 종교적 경건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 P426

과학도 적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조직화된 객관적 지식의 축적이며 서로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을 공통의 이해 속에서 통합시킬 수 있도록 고안된 최초의 매개물이다. 과학은 특정 부족이나 종교를 편들지 않는다. 즉 진정으로 민주적이며 전 지구적인 문화의 기반으로 작용한다. - P426

뇌과학은 정신의 복잡한 기능들을 분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영적 사유를 구성하는 감정들과 추론들에 대한 물질적인 설명을 뇌과학이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그 어떤 분명한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 P426

도덕적 격률들이나 종교적 신념들이 전적으로 정신의 물질적 산물이라고 주장하는 경험론자의 대안적 가정을 고려해보라. 수천 세대 이상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그것들은 그 부족의 신앙에 순응하는 사람들의 생존과 번식 성공 가능성을 높여 왔다.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감정들을 낳았던 후성 규칙들ㅡ정신 발달의 유전적 편향들ㅡ이 진화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교의(doctrine)를 만드는 능력‘이 하나의 본능이 된 것이다. - P426

윤리적 코드들은 정신 발달의 선천적 규칙들의 안내를 받으며 이루어진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격률들이다. - P426

종교는 한 민족의 근원과 그들의 운명 그리고 왜 그들이 특정한 제식들과 도덕적 코드들에 동의해야만 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신화적인 이야기들의 앙상블이다. - P427

윤리적이고 종교적인 믿음들은 아래로부터 위로, 즉 민족에서 그들의 문화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창출된다. 위로부터, 즉 신이나 다른 비물질적 원천으로부터 문화를 거쳐 민족에 이르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 P427

우리는 자신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관해 엄청난 지식을 쌓아 오기는 했지만, 완벽하게 현명해지려면 아직도 멀었다. 큰 위기에 부딪칠 때마다 초월적 권위에 항복하고 싶은 유혹이 존재하며 아마도 이것은 당분간 더욱더 그럴 것이다. 여전히 교의를 만드는 능력을 지니며 또 여전히 쉽게 신에 매혹되기 때문이다. - P427

경험론에 대해 반감을 품는 것은 순전히 그것이 조장하는 논증 형태의 정서적 결함 때문이기도 하다. 경험론은 냉혹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성 이상의 것을 필요로 한다. 그들에게는 확신을 주는 시(詩)가 필요하며, 통과의례를 포함하여 매우 중요한 순간들에 직면하게 되면 자신보다 더 위대한 권위를 갈망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의례가 보증하는 것처럼 보이는 불멸(不滅)을 필사적으로 바란다. - P427

민족의 역사는 장엄한 기념식의 중요한 의례 속에 잘 드러난다. 이런 의례들은 성스러운 상징들을 드러내 보인다. 이것은 의례의 지속적인 가치로서 모든 고도의 문명들에서 대체로 종교적인 형태를 띤다. 성스러운 상징들은 문화의 뼈대 속에 스며드는 것이다. 이것들을 대체하려면 수세기가 걸릴 것이다. 그래서 내가 "우리가 숭배하던 신성한 전통들을 포기했다면 비참한 시절을 맞았을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다소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 P428

미국의 ‘국기에 대한 맹세‘에서 "신의 가호 아래" 를 빼 버리는 것은 역사에 대한 비극적 오독이다. 무신론자든 독실한 신자든 간에 누구나 성경 위에 손을 올려놓고 맹세를 하게 하고 "주여 저를 도와주소서."라는 소리가 계속 들리도록 하자. 민간 의례를 진행할 때마다 축복을 내려주십사고 사제, 목사, 랍비에게 기도를 청하고 반드시 머리를 숙여 사회적 존경심을 표하도록 하자. 성찬식 전에 부르는 성가와 청원의 기도가 폐부를 찌르듯 다가올 때, 개별 종파적 신앙들보다 오래 살아남을 부족(tribe)의 영혼 그리고 신 자체에 대한 믿음이 우리 앞에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자. 그러나 이런 경외심을 갖는다고 해서 소중한 자아가 증발되거나 인류의 참된 본성이 흐려지는 것은 아니다. - P428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힘은 그 어떤 표지든 간에 진리와 지식과 인격 속에 존재한다. - P428

유대-기독교의 신자들은 성경에서 "교만이 사망을 부른다." 라는 말을 들어 왔다. 그러나 나는 이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은 거꾸로 되어야 옳다. 즉 파멸이 자긍심을 부른다. 경험론은 이 공식으로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 P428

경험론은 우리가 신의 영광을 증거하기 위해 신이 피조물의 정점으로서 우주의 중심에 놓은 특별한 존재라고 주장하는 현기증 나는 이론을 파괴했다. 우리가 하나의 종으로서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혼자라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신에게 진 빚을 거의 갚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다른 동료 인간들에게나 우리의 모든 희망을 좌우하고 있는 지구상의 다른 모든 생물들에게 더 겸손해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만일 어떤 신들이 있어 우리를 굽어보고 있다면 그들은 우리가 이런 발견을 해 내고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우리 힘만으로 성취해 내기 시작한 것에 대해 찬탄해 마지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 P429

그(칸트)는 인간이 도덕 법칙을 준수하거나 위반할 수있는 전적으로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독립적인 도덕적 행위자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감각적 충동들의 강제로부터 독립된 자기 규정력을 지니고 있다." - P429

그(칸트)는 우리의 정신은 우리의 행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언 명령에 복종한다고 말했다. 정언 명령은 일체의 다른 고려와는 별개로 그 자체만으로도 선하며 다음과 같은 규칙을 통해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네 의지의 준칙이 보편적 법칙이 되는 동시에 네가 바라는 준칙이 되도록 행위하라." - P430

가장 중요하고 또 초월론적인 당위는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다. - P430

칸트에 따르면 자연은 원인과 결과의 체계인 반면 도덕적 선택은 자유 의지의 문제인데 자유 의지에는 인과 관계가 없다. 도덕적 선택을 하거나 단순한 본능을 넘어설 때 비로소 인간은 자연의 영역을 초월하여 자유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자유의 영역은 유일한 이성적 존재인 인간에게만 허용된다. - P430

하나의 개념이 이해되기 어려운 것은 때로 그것이 심오하기 때문이 아니라 틀렸기 때문이다. 그의 개념들은 우리가 이제 알게 된 뇌의 작동 기제와 관련된 증거들과 일치하지 않는다. - P430

그(조지 에드워드 무어)의 관점에 따르면 도덕 논증은 윤리적 원리들을 밝혀내기 위해 심리학이나 사회과학 등을 끌어들일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학문들은 단지 인과적 그림만을 그려 낼 뿐 도덕적 정당화의 근거를 밝혀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실로부터 규범적 당위로 이행하는 것은 논리학의 기초적인 오류를 저지르는 것으로 무어는 이것을 자연주의적 오류(naturalistic fallacy)라고 칭했다. - P430

존 롤스(John Rawls)는 그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1971년)에서 다시 한 번 초월론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정의를 태생적 선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공정함(fairness)으로 정의하는 매우 그럴듯한 전제를 제시했다. 이것은 삶에 있어 우리 스스로의 지위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갖지 못한 가운데 우리가 따라야만 하는 정언명령이다. 그러나 롤스는 그런 가정을 하면서 인간의 뇌가 어디서 유래했고 또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는 공정함으로서의 정의가 인간의 본성과 모순되지 않으며, 따라서 포괄적인 전제로서 실행가능하다는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 P431

20세기도 저물어 가지만 초월론은 종교적 신앙인들뿐 아니라 사회과학과 인문학의 수많은 학자들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건재하다. 이들은 마치 이전의 무어나 롤스가 그랬듯이 자신들의 사유를 자연과학으로부터 차단시키는 길을 선택했다. - P431

"당신은 절대 존재로부터 당위로 나아갈 수 없어. 하나의 유전적 성향을 기술하고 그것이 인간 본성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유전적 격률로 전환된다고 상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우리는 도덕 논증을 특수한 범주 속에 넣고 필요할 때 초월론적 지침을 사용해야만 하네." - P431

당위가 사실(존재)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가 윤리적 격률들의 객관적 의미에 주목한다면, 사실을 당위로 번역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 P432

윤리적 격률은 우리가 기다려야 하는 신의 계시나 인간 세계 바깥에서 오는 천상의 메시지와는 전혀 다르다. 또 그것은 정신의 비물질적 차원에서 울려 퍼지는 독립적인 진리와도 다르다. 그것은 오히려 뇌와 문화의 물리적 산물에 가깝다. 자연과학들에 대한 통섭적 관점에서 보면 윤리적 격률은 사회 계약의 원리들이 규칙들과 명령들로 굳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 사회의 성원들이 다른 이들도 이에 따르기를 바라면서 기꺼이 공동선을 위해 받아들이는 행동 코드들인 것이다. - P432

격률은 공적 감정에 대한 가벼운 찬성에서부터 법률을 거쳐 신성하고 불변의 것이라 간주되는 정전에 이르는 동의의 단계들 중 제일 극단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간음(姦淫)에 적용되면 다음처럼 읽힐 수 있다.

더 나아가지 말도록 하자. 이것은 올바른 것으로 느껴지지 않으며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간음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간음은 죄를 지었다는 느낌을 야기할 뿐 아니라 사회로부터 일반적으로 승인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간음을 막아야 하는 다른 이유이다.(우리는 간음을 해서는 안 된다.)

간음은 단지 승인되지 않을 뿐 아니라 법에도 저촉된다. (거의 확실히 간음을 하지 말아야 한다.)

신은 우리에게 이와 같은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짓지 말도록 명령하셨다. (우리는 절대로 간음을 해서는 안 된다.) - P432

초월론적 사유에서는 인과의 사슬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다. 즉 종교나 자연법칙에서 주어진 당위로부터 법률 체계를 거쳐 교육으로 내려가고 최종적으로는 개인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 P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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