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다른 책들을 읽느라 한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었는데 간만에 다시 집어들었다.

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데이터 과학이라는 것이 데이터를 다룬다는 본질적인 특성상 그것을 다루는 기법이 어떻게 바뀌든 관계없이 근본적으로는 통계학의 특성을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했었다.

오늘은 데이터 분석을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SPSS, SAP, R 등을 간단히 소개함과 동시에 여기서 분석한 데이터들 역시도 통계학의 영역 안에 있을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면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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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뒤이어지는 글에서는 대다수 통계학자 또는 데이터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와 관련된 믿음 중 하나인 ‘통계적 분석과 기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저자의 반박이 나온다. 저자가 반박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데이터라는 것은 그 속성 자체가 그저 ˝과거˝ 에 대한 산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속성 자체가 이미 미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과거˝의 것이기에 데이터가 빅데이터든 스몰데이터인지는 애초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반박 논리에 어느정도 공감이 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저자의 얘기에 온전히 동의하기가 좀 망설여졌다. 어쩌면 이것은 독자인 내가 과거에 개인적으로 읽었던 몇 권의 책들에서 봤던 생각들과는 다소 배치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책들의 핵심 생각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는데, 이러한 생각에 따른다면 물론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확률적으로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이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문에서 저자는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는 듯한 논조로 통계학자들의 믿음을 철저히 깨부수고 있다. 이 책의 앞부분에서 통계학도 결국 수학이라는 것의 부분집합(즉, 일부)일 뿐이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러한 생각에 기반해서 저자가 수학적인 논리에 맞지 않다면 그 하위집합인 통계학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여기서 증명하고자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기에 독자인 나의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음을 밝히는 바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수학이나 논리의 영역으로 설명되기 힘든 어떤 철학적인 것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기에 오늘 본문에 나온 저자의 생각에 온전히 동의하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잠시 유보하고 싶다. 물론 향후에 개인적으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어 저자의 생각에 온전히 동의하게 될 때가 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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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글 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확률과 도박의 차이점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었다. 간단히 핵심만 언급하자면, 도박은 그 목적이 미래를 ‘예측‘ 하여 돈을 버는 것에 있지만, 확률은 미래를 ‘관리‘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도박은 단순히 돈을 따느냐 못따느냐만이 중요한 것이기에 오로지 ‘맞는 예측‘만이 의미가 있지만, 확률은 설령 그 확률이 굉장히 높을지라도 그 확률값대로 미래의 일이 무조건 발생한다고는 볼 수 없기에 확률에서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두 상황 모두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즉 관리)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이 같은 확률의 속성을 짧지만 강력한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확률의 본질은 관리Managemen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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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감성적인 사고가 아닌 수학적인 사고로 위험에 대한 판단을 해야한다는 말을 한다. 이것은 단순히 말로만 어떤 위험 상황을 느끼는 것과 수학적으로 어떤 위험 상황의 기대값을 계산했을 때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설령 감성적으로는 A라는 상황이 더 위험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수학적 개념인 위험의 기대값을 계산해보면 A보다 덜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B라는 상황이 실제로는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근데 여기서 언급한 수학적 개념이라고 하는 것이 중학교 수준에서 배우는 기대값에 근거한 의사결정이기에 무슨 미적분 같은 복잡한 수준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이러한 수학적인 사고에 근거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저자도 수학적인 논리에 근거해 이런 주장을 펼치고는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학창시절에 공부 좀 했다는 사람들조차도 감성적인 사고에 따라 위험을 인지하고 판단한다는 얘기도 본문에 나오는데,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 한다.

독자인 나는 이러한 감성과 이성 간의 어떤 대결 구도(?) 같은 걸 보면서 이성이라는 것이 뭔가 논리적으로는 우위에 있어보일 수도 있지만 세상이라는 것이 결코 이성만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느꼈던 한 문장의 메시지가 문득 생각났다. ‘본능이 이성을 이긴다‘

사람들이 모두 다 똑똑해보여도 항상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모든 사람이 이성적인 사고만 했다면 인간 사회는 마치 로봇과도 같이 딱딱하기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에게는 감성이 있기에 때로 이성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난 어떤 행동을 하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잠시 본론에서 벗어난 느낌인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책이 데이터 관련 책이다보니 아무래도 감성적인 사고의 중요성보다는 이성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더 강조하기 위해 수학적인 사고의 중요성 같은 것이 나왔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 자체가 아무래도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좀 더 잘 하기 위한 것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 때문에 다른 곳에선 어떨지 몰라도 일단 여기서는 저자의 생각을 믿고 따라가는 게 맞다고 본다.

현재 최신 데이터 분석에서 이용하는 SPSS(통계 분석 및 데이터 마이닝을 위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SAP(시스템 응용 및 제품을 위한 재무, 운영, 자산, 인적 자원 등의 관리와 관련된 기업용 통계 소프트웨어), R(오픈소스 프로그래밍 언어로,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와 관련된 통계 계산 및 그래픽 처리에 사용 됨)과 같은 최신의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사용해 분석을 한다고 해도 통계학의 영역을 벗어날 수는 없다. - P109

수집된 데이터는 "과거"의 데이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통계학자들과 데이터 과학자들은 과거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다(수학자가 보기에는 이는 틀린 사실이다).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다소 마케팅적인 요소가 강한 단어임에도 데이터 과학자나 통계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데에는 이 같은 믿음(통계적 기법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 P110

통계학자(혹은 데이터 과학자)들은 기존의 기법들로 미래 예측이 정확하지 못한 이유를 충분하지 못한 데이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데이터가 충분해진다면(즉, 빅데이터를 이용한다면) 정확한 미래 예측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중략)... 데이터는 "과거"에 대한 산물일 뿐, 데이터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미래를 직접 대변해 줄 수는 없다. - P111

분석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유는 한 가지 큰 가정 Assumption을 전제로 하는데, 그 가정은 바로 "과거의 사건이 현재나 미래에도 재현Recursive된다"라는 생각 때문이다. 통계학의 모든 예측 모델은 이 "재현성"을 기반으로 한다. 즉, 과거의 사건이 미래에도 재현된다는 가정하에서 예측이 의미가 있어진다는 뜻이다. - P111

하지만 안타깝게도 통계학자들의 이러한 믿음은 틀린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미래는 재현이 되지 않으며, 어제가 오늘과 다르고 오늘은 내일과 다르다. 단지 비슷하게 보일 뿐이지 절대로 같지 않다. 아무리 데이터양이 많아지고 IT 기술이 발전하여 분석 기술이 혁신적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미래는 동일하게 재현되지 않는다. 따라서 통계(혹은 데이터 과학, 혹은 빅데이터)를 통한 미래 예측은 시뮬레이션처럼 미래를 모사 Imitate만 할 수 있을 뿐이지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P111

이용자들이 구매할 물품을 미리 제안하거나, 사용자가 어떤 단어를 검색했을 때 그다음 검색할 단어를 미리 제안하거나, 콜센터에서 고객이 할 것 같은 추가 질문을 미리 예상하는 것은 예측이라기보다는 ‘패턴‘Pattern에 가깝다. 여기서 "가깝다"고 표현한 이유는 미래에 대한 측정 값이 단순 예측이건 패턴이건 간에 과거에 기인한 것으로 완벽하게 미래를 알려주는 패턴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P113

예측과 패턴은 둘 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결과 추측이라는 점에서는 닮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측과 패턴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 P113

하지만 예측과 패턴은 엄연히 다르다. 이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바로 ‘시간의 영향력‘ (혹은 재현성)이다. 시간의 영향력이 크면(즉, 시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거나 바뀌게 된다면) 예측의 문제가 되고, 시간의 영향력이 없거나 작으면 패턴의 문제가 된다. - P113

시간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는 시간에 따라 그때그때 데이터가 변한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주식이라든지, 환율이라든지, 원유가처럼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시간 영향력이 큰 데이터에 대해서 어떠한 주기성을 찾고자 하는 연구 또한 존재하는데, 이렇게 주기성이 찾아진다면, 이 또한 패턴의 문제로 볼 수 있다. - P113

패턴도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산물‘이다. 시간의 영향력이 적다는 의미는 바로 시간과는 관계없이 특정 조건(흑은 상황)만 되면 결과 값(혹은 추측값)이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꿔 이야기하면 재현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이다. 즉, 시간과 관계없이 조건만 맞으면 동일한 결과가 재현된다는 의미이다. - P113

예측을 목적으로 하는 데이터 분석의 경우 정작 목표로 잡아야 할 것은 미래의 예측이 아니라 과거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는 것이다. 이처럼 예측이 패턴 찾기가 되면 시간에 따라 예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이 맞으면 예상되는 결과를 도출해 내는 단계가 된다. 이러한 패턴 기반의 데이터 분석은 엄밀하게 보면 예측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 P114

데이터 과학(혹은 분석)에 있어서, "예측"은 자주 등장하는주제 가운데 하나이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분야이다. 하지만 (중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엄밀한 의미의 (미래)예측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측된 값이 갖는 의미와 속성을 정확히 안다면 틀림없이 여러모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 P114

어떠한 문제점이나 현상에 대한 패턴을 찾는다는 점에서 예측은 데이터 분석에서 여전히 의미가 있다. 다만 문제 자체에 대한 본질과 함께 데이터 분석이 가지는 태생적인 속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P114

연료 탱크의 O-링(엔진이나 배수관 연결시 유체나 기체의 누출을 막는 데 사용하는 부품으로 고무패킹 정도를 생각하면 됨) - P116

물체는 온도가 내려가면 수축한다는 기초 물리학의 기본 원리 - P117

데이터 사이언스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잘 수집하고 잘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서 적은 노력으로 측정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P118

(일반적인 보폭은 본인 키의 37~45% 정도이다) - P120

데이터 분석에 핵심이 되는 파라미터(변수)를 찾기 위해 별도의 실험을 진행하는 방식을 흔히 파일럿Pilot 혹은 프로토타이핑 Prototyping이라고 한다. 비지니스 애널리틱에서 고객의 선호를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A/B 테스트가 여기에 해당한다. 즉, 모든 파라미터의 통제가 가능한 환경에서 데이터의 측정을 진행하여, 최적화된(혹은 최적화에 가까운) 파라미터를 설정하고, 이렇게 설정된 파라미터를 기준으로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다. - P122

데이터의 품질이 보증되지 않은 빅데이터는 데이터 분석이 요구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 만약,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데이터가 필요하긴 한데 측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체 데이터를 생각해볼 수도 있고, 이때 대체 데이터를 고민하다 오히려 문제 해결에 보다 적합한 데이터를 찾을 수도 있다. - P123

반드시 데이터 측정이 필요한 경우라면, 측정되는 데이터는 이왕이면 측정하기 쉬운 것이 좋다. 측정하기가 쉬워야 데이터 분석 모델(혹은 시스템)을 설계할 때도 간편해진다. 많은 양의 데이터(즉, 빅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최후에 고려해야 하는 방법이다. - P124

수학은 수학적 증명을 통해 그 답의 진실성 Truth을 담보 받지만, 데이터 사이언스는 아무리 측정된(혹은 수집된) 데이터가 정확하고 충분하더라도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얻은 답이 진실한지(그 답이 참true인지)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다. - P125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는 결국 한계를 가지고, 이러한 한계를 가진 데이터로 분석된 데이터 값은 수집된 데이터를 대표할 뿐이지, 모집단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중략)..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한 사실이 전체 데이터(수집되지 못한 데이터를 포함한)의 사실인지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다. - P126

데이터 사이언스는 수집이 가능한 한정된 데이터에서 분석된 사실이 전체 데이터로 분석된 사실과 동일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은 항상 참이 아니다. - P126

실제로 "완벽한" 동전 던지기의 확률이 진실로 0.5인 이유는 실험 데이터 분석이나 통계로 구해진 것이 아니라, 기하학(벡터)과 물리학(만유 인력법칙)을 기반으로 한 수학적 증명(넓게는 과학적 증명)에 기인한다. 그리고 이러한 증명의 출발은 공정성이 0.5인 완벽한 동전을 "질량이 없는 그리고 높이가 0에 근접하고 넓이가 무한에 근접하는 원판으로 정의 Define 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렇게 정의된 완벽한 동전은 중력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전제하에 바닥에 닿을 수 있는 면이 앞면 혹은 뒷면 단 두 개의 면뿐이 되고, 완벽한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가능성은 정확하게 0.5가 된다(이는 수학적으로 증명할수 있다). - P129

하지만 현실에서는 "완벽에 가까운" 동전을 찾을 수는 있지만 완벽한 동전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위와 같은 과학적 증명이 없는 상태에서의 데이터 분석을 통한 동전의 앞면이 나올 확률값(데이터의 대표값)과 (과학적 증명을 통한)실제 완벽한 동전에서 나올 확률값(진실 값)이 동일 하다고 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 P130

데이터 분석이 보장하는 것은 답의 진실성이 아니라 데이터의 대표성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P130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어진 사실의 대표성이 실제 정답인지에 대한 판단은 데이터 분석이 아닌, 다른 방법을 이용해 증명해야 한다. - P130

데이터 사이언스를 사회 과학 분야(경제학, 심리학, 경영학, 정치학 등)에 적용할 경우 실제 정답이 아니라 앞서 동전 던지기의 예제처럼, 데이터 수집 대상의 쏠림 현상으로 데이터의 대표성이 결정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특히 사회 과학 분야의 경우, 그때의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분석에 사용되는 데이터들이 선택적 혹은 편향적으로 수집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틀린 분석을 하게 되고, 틀린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 근본적인 한계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 P131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의 가장 큰 맹점은 데이터 이외의 것을 보지 않는 데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한답시고 이 한계를 모르고 있어서는 안 된다. - P131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많은 현상들을 분석하기 위해서 수치화해서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하여 인사이트를 찾아가는 데이터 사이언스는 특히 정형화(혹은 모델링)가 힘든 과학 분야(열역학, 유체역학 등)나 체계화 자체가 불가능한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여전히 유용한 분석방법론이자 도구이다. 하지만 아무리 유용한 도구라도 그 한계를 정확히 인지하고 사용해야 도움이 된다. 설령, 데이터를 통해 분석된 대표 값이 실제 정답과 거리가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 P131

Sometimes, something is better than nothing (때로는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 무언가 있는 게 낫다). - P131

확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동시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즉, 70%로 이길 확률이라는 것은 30%의 질 확률(이기지 않을 확률)을 동시에 의미하기도 한다.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존재({이길 확률}) = 존재 ({질 확률})"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미 경기가 끝나, 승부가 결정된 상태에서는 확률이라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길 확률(미래)}" =/=  "{이긴 상태(과거)"}가 된다. 즉, 이길 확률이 있다고 실제로 이긴 것(사건)은 아니라는 뜻이다. - P134

도박과 확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내일 경기에서 지든 이기든 그것과 데이터 분석으로 나온 대표값(확률)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아무리 이길 확률이 높게 나오더라도, 내일(혹은 미래) 게임에 질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길 확률 90% 이상이 나온다 하더라도, 정작 도박(?)을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도박에서 이기거나 질 확률은 50%이다(이기거나 지거나). - P135

결과를 놓고서 자신의 분석 방법 자체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 P135

통계적 분석이나 데이터의 타당성이나 유효성 여부와 실제 결과와 예측의 일치성 여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 P136

확률은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지표를 수학적으로 계산한 것이지, 확률(값)이 미래의 특정 결과를 미리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다음 판에 이길 확률 90%라고 해서 반드시 이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확률 자체가 어떤 미래를 결정짓는 표식은 될 수 없다. - P138

확률이 도박과 가장 다른 점은 목적이 "예측"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리"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게임에서 단순히 이기거나 지거나, 승부 예측을 통해서 돈을 버느냐 마느냐 같은 것이 아니라, 확률에 따라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 P138

확률의 목적성은 확률을 기반으로 하는 통계, 통계를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 과학(혹은 빅데이터) 모두 동일하다. - P138

예측은 "맞는 경우"에만 관심이 있지만, 관리는 "맞는 경우"와 "맞지 않은 경우" 모두에 관심을 갖는다. 그렇기에 확률을 잘한다는 의미는 (특히, 위험성에 대한)관리를 잘한다는 의미이다. 예측을 잘한다는 의미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보통은 확률을 잘한다고 하면 예측을 잘한다는 의미로 많이들 생각한다). - P139

확률의 본질은 관리 Management이다. - P139

미국에서 스타트업 기업들의 실패를 용인한다는 의미는 그냥 아무 실패나 용인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성공 가능성 (확률)이 높았던" 스타트업 기업의 실패를 용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146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세상 어떤 곳이라도(스타트업 환경이라도) 실패를 무한정 용인해주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실리콘벨리에서 조차도 말이다. 그러니 실리콘벨리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라고 하는 이야기는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하게는 성공 가능성에 계속해서 투자하는 문화라고 보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하다. - P147

확률이 중요한 이유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관리에 있다고 했다. 이러한 관리 과정을 거친 투자는 결코 도박이 아니다. 현명한 판단을 거친 투자이며, 혹은 재투자이다. 실리콘벨리에서 실패한 기업에게 또다시 투자하는 것은 이러한 확률에 근거한 판단이다. 이러한 확률값은 데이터 사이언스를 포함한 여타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해서 나왔다. 그래서 도박이 아니다. - P147

데이터 사이언스는 현존하는 다른 기법을 대체하기보다는 다른 분석 기법들을 도와주는 보완재 성격이 강하다. 물론, 다른 기법(혹은 방법론)으로 접근이 불가능하거나 모델링 하기가 어려운 경우 데이터 사이언스 기법들이 대체재의 성격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우가 해당 분야에 존재하는 기존의 기법을 이용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거나 효율적인 분석일 때가 많다. - P153

최근 트렌드(?)가 데이터 사이언스와 인공지능이라 마치 이것들을 이용하면 세상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문제가 속한 영역Domain의 실전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 - P153

데이터 사이언스를 하고자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최신 데이터분석 도구 대신 문제의 본질에 따라 그에 맞는 적절한 자원과 도구를 분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데이터 사이언스의 효용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P155

사실상 데이터 리터러시는 "데이터를 읽을 줄 아는 능력" 정도로 보는 게 맞다. - P156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감성적이 되느냐에 따라 다른 선택을 했다. 그리고 그에 맞는 타당한 논리를 찾으려 했다.
...(중략)...한 학생이 "죽느니, 차라리 위험을 감수하겠노라" 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위험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 P159

인간은 선천적으로 보이지 않는 위험에 대해서 원래의 위험성보다 무시해서 보려는 경향이 있다. - P160

우리는 정확하게 위험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말 위험한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왜곡된 위험에 대해서 합리적인 의심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감성적인 사고가 아니라 수학적인 사고이다(이것이 필자가 얘기하는 데이터 리터러시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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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시작한 부분에서는 화자와 할아버지 간의 긴 대화가 나온다. 이들의 대화 속에 담겨있는 과학관련 상식들을 익힐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모든 동물이 숨쉬기 좋았을 때는 땅이 붉은색이었는데, 숨쉬기 힘들게 되면서부터는 땅이 검은색으로 변했어. 예전에는 공기 속에 산소가 많았거든. 산소가 철분과 결합하면서 땅이 붉은색이었는데 이젠 산소가 없으니 땅이 검은색이 되었지. - P242

산소가 많으면 숨쉬기 좋고, 지치지 않고, 조금만 먹어도 무럭무럭 자란다 - P242

산소는 주로 바다에서 만들어져. - P242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있단다. 바다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와 식물성 플랑크톤이 산소를 만드는 거야. 그런데 바다 환경이 나빠지면서 이들이 산소를 많이 만들지 못하는 거지. - P242

가장 큰 문제는 바다 온도가 올랐다는 거야. 온도가 오르면 물질대사가 활발해져. 그러면 산소가 더 많이 필요해. 네가 빨리 달리면 숨을 헐떡이는 이유가 뭐지? 산소를 더 많이 들이마시려는 거잖아. 그런데 더운 바다에는 산소가 조금밖에 녹지 못하거든. 바다 생물들도 산소가 있어야 숨을 쉴 텐데 산소가 적으니 살기 힘들지. - P243

바다 온도가 왜 올라갔어요?

그건 대기 온도가 높아졌기 때문이야. 세상이 더워지면 바다도 덩달아 뜨거워질 수밖에 없잖니. - P243

대기 온도는 또 왜 올랐어요?

다 화산 때문이란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트랩과 중국의 어메이산 트랩을 형성하는 거대한 화산이 터졌어. 이때 묻혀있던 석탄이 드러났고 이것들이 타면서 공기 중으로 이산화탄소가 나오게 된 거지. - P243

결국 화산이 터지면서 석탄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나오게 되었고,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가 더워지고 지구가 더워지니 바다도 더워지고, 바다가 더워지니 바다에 살면서 산소를 만들어내는 생명체들이 죽고, 그래서 산소가 조금 생기고, 그래서 땅은 검은색이 되고 우리는 숨쉬기 힘들어진 거군요. - P243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메탄도 공기 중에 엄청나게 많이 생겼어. - P244

메탄은 왜 생기죠?

‘흙에서 온 것은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지? 그걸 쉽게 말하면 모든 생명은 죽으면 썩는다는 거야.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썩으면 결국 이산화탄소가 되는데 산소가 없거나 아주 적은 환경에서 썩으면 메탄이 된단다.

그런 곳이 있어요?

있지. 땅속 깊은 곳이나 바다 깊은 곳 말이야. - P244

바다 깊은 곳에서 생물이 썩어 만들어진 메탄은 메탄하이드레이트라는 구조 속에 갇혀서 바다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어. 그런데 화산 때문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공기와 바다가 데워지니까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떠올라서 공기 중으로 메탄을 내보내는 거야. 그런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나 강력한 온실가스거든. 그러니 지구가 점점 더 더워지지. - P244

화산에서는 이산화황 같은 산성 가스들도 많이 나와. 공기 중에 있던 산성 가스가 구름을 만나서 비가 내리면 산성비가 되지. 원래 비는 생명의 원천이잖아. 그런데 산성비는 파괴의 무기야. 산성비는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바닷물도 산성화시키지. 생명이 살 수 없게 되는거야. - P245

바닷물이 산성화되면 바다 생명들은 더 살기 힘들어지고 그렇게 되면 산소는 더 조금 만들어지겠네요. - P245

이산화황은 산성비만 만드는 게 아냐. 이산화황부터 시작된 화학반응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촉매작용을 하지. 오존층이 얇아지면 동물과 식물에게 도달하는 자외선이 많아져. 식물들이 광합성을 하기 어려워지지. 그러면 또 산소는 덜 생기고, 이산화탄소를 공기에서 제거하는 것도 어려워지지. - P245

나는 리스트로사우루스Lystrosaurus 다. ‘삽처럼 생긴 도마뱀‘이라는 뜻이다. 물론 도마뱀은 아니다. 디메트로돈과 같은 단궁류로 고생대 페름기 후기부터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전기까지 살았다. - P248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한다. 또 최고 포식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생물량이 가장 많았던 생물은 반드시 멸종한다. 보통 두 가지를 겸하는 일은 없다. 먹이 피라미드의 가장 위를 담당하는 최고 포식자는 생물량이 적고, 생물량이 가장 많은 생물은 먹이 피라미드의 아래쪽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 P249

이제 내가 어떤 지위를 누리고 살지는 내가 결정한다. - P250

최대한 새로운 환경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 - P250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 - P250

떠밀려 날아가는 게 아니라 자기 의지로 활공하는 것 - P251

나는야 3억 년 전 용파리, 메가네우라 Meganeura다. ‘크다‘라는 뜻의 ‘메가‘와 ‘신경‘이라는 뜻의 ‘네우라‘가 붙어 지어진 이름이다. 그러니까 ‘커다란 신경‘이라는 뜻이다. 내가 얼마나 크냐고? 날개길이가 무려 75센티미터다. 3억 년 후 나타나는 가장 큰 종족인 페탈루라 인젠티시마Petalura ingentissima의 날개 너비가 겨우 16센티미터에 불과한 걸 생각하면 내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갈 거다. 커다란 갈매기나 매를 생각하면 된다. - P252

나는 누굴까? 이미 이야기했다. 용파리라고. 용팔이가 아니라 용파리다. 영어로는 드래곤플라이 dragonfly. 그렇다. 나는 3억 년 전 하늘을 누비던 고대 잠자리다. 잠자리는 3억 년 전부터 이미 비행의 천재였다. 빠르게 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지 비행, 후진 비행, 그리고 빠른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유연한 날개 구조와 비행을 제어하는 복잡한 근육 구조가 민첩성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 P253

양치식물은 관다발식물이다. 관다발식물이란 말 그대로 조직 속에 관이 다발로 있는 식물을 말한다. 목질화된 관을 통해서 물과 미네랄을 전달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키가 더 커지고 다양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 - P254

석탄기에 드디어 진정한 나무가 등장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양치羊齒식물, 잎이 양의 이빨처럼 갈라진 모양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현대의 양치식물은 고사리처럼 대부분 키가 작지만 석탄기의 양치식물은 거대한 나무로 자랐다. 고사리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나무고사리라고도 부른다. - P254

석탄기라고 해서 모든 양치식물이 거대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페콥테리스Pecopteris처럼 작은 양치류는 숲의 하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숲의 생물 다양성 증가에 기여했다. - P256

양치식물은 털이 달린 커다란 잎이 있어서 무성한 초목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으며 역시 포자를 통해 번식했다. - P256

석탄기의 가장 중요한 진화 중 하나는 메두사 Medullosa 같은 종자 양치식물이 등장한 것이다. 포자로 번식하는 친척들과 달리 종자 양치류는 씨앗을 생산해 번식 성공률을 높이고 건조한 환경에서도 서식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종자 양치류는 양치류와 종자식물 사이의 간격을 메워주었다. 종자식물 역시 관다발식물이다. - P256

용암 속의 마그네슘과 칼슘이 대기와 물속의 이산화탄소와 결합하면서 흙의 재료가 되었다. - P257

석탄기 초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0 피피엠까지 떨어졌다. 2000피피엠은 겨우 0.2퍼센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농도다. 산업혁명 이전의 이산화탄소 농도 200피피엠, 즉 0.02퍼센트와 비교하면 무려 10배나 높았던 것이다. 21세기에 지구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피피엠, 즉 0.04퍼센트가 되면서 거대한 열섬 현상이 나타난 것을 생각하면 석탄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얼마나 높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 P258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니 온도는 당연히 높았다. 전 지구가 초열대 기후 지대가 되었다. 매일 비가 쏟아졌다. 식물의 입장에서는 천국이었다. 온도 높아, 이산화탄소 농도 높아, 물도 많아! 광합성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늪지뿐만 아니라 평원과 산에도 아름드리나무가 가득했다. 에메랄드빛 초록으로 뒤덮인 지구의 공기는 습했으며 세상은 생명으로 가득했다. - P258

광합성의 결과는 무엇인가? 첫 번째 결과는 화학에너지 생성이다. 태양에너지가 아무리 많아봤자 동물들은 사용하지 못한다. 태양에너지는 오로지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와 식물의 몫이다. 식물광합성이 늘어나자 태양에너지가 어마어마한 양의 화학에너지로 전환되어서 식물이 번성했고 그 덕분에 동물들이 활용할 에너지가 풍성해졌다. - P258

광합성의 두 번째 결과는 산소 기체 생성이다. 식물이 만들어놓은 화학에너지를 태워서 생활에너지ATP로 전환하는 데 꼭 필요한 게 산소다. 동물이 몇 분만 숨을 쉬지 못해도 죽는 이유가 바로 생활에너지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석탄기 숲은 산소를 엄청나게 많이 생산했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35퍼센트에 달했다. 이게 어느 정도냐고? 현대 대기의 산소 농도가 21퍼센트라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 P259

달려도 숨이 차지 않는다. 조금만 먹어도 에너지 효율이 좋아 무럭무럭 성장한다. 이런 시대에 내(메가네우라)가 등장했다. 천국이 따로 없다. 산소가 풍부한 공기는 거대한 동식물의 성장을 촉진한다. 게다가 산불도 자주 일어난다. 산소 농도가 높으니 마른 나무가 쉽게 불에 타기 때문이다. - P259

잦은 산불은 생태계를 젊게 유지하는 일등공신이다. 오래된 숲을 없애고 새로운 생명을 위한 길을 열어준다. 산불은 성장과 쇠퇴, 재생이라는 역동적인 리듬을 만들어 자연이 끊임없이 변화하게 만들어준다. - P259

양서류의 특징(송과공, 피부뼈)과 파충류의 특징 (턱근육, 단단한 알껍질) - P260

석탄기의 풍부한 식물은 초기 양서류, 곤충, 최초의 파충류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에게 먹이와 서식지를 제공했다. 높은 산소 농도 덕분에 거대한 크기로 성장할 수 있었다. - P260

우리는 어떻게 이토록 커졌을까? 숲 덕분이다. 숲이 만들어낸 엄청난 산소 농도는 우리 절지동물을 크게 만들었다. 곤충이나 다지류는 체내 산소공급을 거의 확산에 의존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 커지면 산소 공급이 안 되므로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산소 농도가 높아지자 산소 공급은 덩치를 키우는 데 한계가 되지 않았다. 외골격이 버틸 수 있는 최대 크기로 자랄 수 있었다. - P261

노목蘆木, 인목鱗木, 봉인목封印木처럼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에 비해 씨앗으로 번식하는 종자식물은 광합성 효율이 떨어진다. - P263

해안선이 줄고 해수면이 낮아지면 해양생물에게는 재앙이 닥쳐온다. 바다가 넓은 것 같아 보여도 대부분의 해양생물은 깊이 200미터의 대륙붕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사실 산소의 3분의 2는 바다에서 만들어진다. 숲이 아무리 많아봤자 그 넓은 바다에서 활동하는 시아노박테리아와 식물성 플랑크톤의 맹활약에는 미치지 못한다. - P264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드니 추워질수밖에! - P264

생태계는 순환을 통해 유지되는 것이다. 광합성을 통해 제거된 이산화탄소는 다른 방식으로 다시 돌려져야 한다. 하지만 석탄기의 늪과 숲은 그걸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 P264

이산화탄소는 나쁜 게 아니다. 모든 동물이 숨 쉴 때마다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이 이산화탄소가 식물로 들어가면 산소가 되어 나오고 온실 작용으로 기후를 유지하는 엄청난 역할도 한다. 그런데 우리 시대(석탄기) 숲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기만 할 뿐 그걸 다시 세상으로 돌려놓지 못했다. 그 대신 땅 깊은 곳에 석탄으로 저장해 버렸다. - P265

석탄기의 울창한 나무들도 결국에는 죽는다. 죽으면 썩고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시 대기로 돌아간다.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친다면 지구 대기는 안정화될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P265

석탄기의 나무들은 죽은 뒤 늪에 빠졌다. 늪 바닥은 산소가 없는 환경이다. 산소를 좋아하는 호기성 미생물이 활동할 수 없는 곳이다. 부패를 위해서는 산소 없는 환경을 선호하는 혐기성 미생물이라도 필요했지만 아직 나무를 분해하는 미생물들이 활발하지 못한 때였다. 이제 막 나무가 생겼으니 그런 미생물이 많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 P265

늪지대에는 주기적인 홍수와 침하를 겪으면서 강과 다른 수역에서 쏠려 온 죽은 나무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홍수가 발생할 때마다 모래와 진흙이 추가되었다. 압력과 열을 받았다. 죽은 나무는 썩지 못하고 물리적, 화학적 반응을 했다. 이 과정에서 나무에서 수소와 산소 성분이 빠져나가고 탄소 성분만 남았다. 나무가 석탄이 된 것이다. - P265

석탄은 여러 등급으로 나뉜다. 비교적 낮은 열과 압력으로 형성된 갈탄은 원래 식물 구조를 일부 가지고 있으며 부드럽고 부서지기 쉽다. 현대에 싼값으로 거래되고 있다. - P266

압력과 온도가 높아지면 갈탄은 아역청탄과 역청탄을 거쳐 유연탄이 된다. 탄소 함량이 높고 더 단단하며 효율적으로 탄다. 현대에 산업용으로 사용된다. 더 높은 열과 압력으로 형성된 무연탄은 탄소 함량이 가장 높다. 가장 효율적으로 깨끗하게 타는 석탄이다. - P266

돌연변이는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자연은 그 가운데서 생존에 가장 적합한 생명체를 선택한다. - P267

보통 자신이 출현한 그 환경이 유지되는 게 생존에 가장 좋다. 그 환경에 적합해서 선택되었을 테니 말이다. - P267

석탄을 사용하려면 그 이전보다 훨씬 넓은 숲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씩 더워질 것이다. 이 쉬운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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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 지식의 대통합 사이언스 클래식 5
에드워드 윌슨 지음, 최재천.장대익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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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경지식이 부족했던 관계로 완독하는 게 결코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자연과학에 기반하여 인문사회과학, 문화, 예술, 종교 등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살펴보고 자연과학과 각 분야들간의 접점을 찾아 지식의 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초월론과 경험론으로 대변되는 종교와 과학 간의 논쟁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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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본문에 직접적으로 나온 용어는 아니지만 ‘생태계의 비가역성‘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독자인 내가 이런 용어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수많은 생물들이 속해있는 생태계라는 것이 인간이 일일이 다 알 수 없을 정도의 어떤 세세한 질서를 이루면서 유지되고 있을지라도 그것이 한 번 망가지게 되면 다시 원래의 상태 그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속성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속성을 엎지른 물을 다시 담는 것과 같다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향후에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여 한 번 망가진 생태계를 원상태 그대로 되돌릴 수 있는 기술이 나올 지도 모르겠으나, 저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 현재로서는 그저 이론적인 영역만 존재할 뿐 한 번 망가진 생태계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실질적인 과학기술은 없다고 한다.

이 내용을 읽으면서 문득 우리 인생도 생태계와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어떤 잘못된 판단을 하였다는 이유로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생태계든 우리 각자의 인생이든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계속 흘러갈 뿐이다.

어떤 책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예전에 내가 썼던 리뷰에서 우리 인생은 되감기나 빨리감기 버튼이 없는 그저 재생버튼만 있을 뿐이라는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오늘 독서를 통해 그 때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려볼 수 있었고, 결국 지금 이 순간을 가치있고 보람된 것들로 채워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생태계 얘기를 하다가 잠시 곁길로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가 사는 이 지구의 생태계를 지키고 보존하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는 우리 스스로 멸종의 시간을 당기는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개인적으로 함께 읽고 있는 이정모 저자의《찬란한 멸종》이라는 책에서도 끊임없이 경고하는 것이 지금 현재 인간이 지구 생태계 파괴의 가장 핵심 주범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지금 당장 지구 생태계에 대해 각성하지 않고 현재의 생활패턴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생태계는 머지 않은 미래에 다 파괴될 것이고 인간은 멸종할 것이라는 게《찬란한 멸종》의 핵심 메시지이자 오늘 읽고 있는《통섭》본문의 핵심 교훈이다.

간혹 지구가 멸망하면 화성 같은 인접한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서 살면 되는거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경우 감히 측정하기 힘들정도로 많은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모해야하기에 결과적으로 지구만큼 인간에게 최적인 행성은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이 지구가 정말로 소중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지구의 환경과 생태계를 잘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 ‘있을 때 잘해‘

삼림 구역에는 수많은 형태의 생명이 산다. 아마도 300종의 새, 300종의 나비, 개미 200종, 딱정벌레 5만 종, 나무 1,000종, 균류 5,000종, 수만 종의 박테리아와 그 외의 것들이 주요 군락의 명부에 올라온다. 다수의 군락에서 수많은 소수 종들은 과학계에 처음 소개되는 것들로서 그 속성들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 P505

각 종들은 명확한 니치를 점유하고 있다. 즉 특정 장소와 정확한 미기상(微氣象), 특정 영양분, 그리고 생활사가 순차적으로 나타나도록 하는 온도 · 습도 주기를 필요로 한다. 많은 종들은 다른 종들과 공생관계로 묶여 있어서 올바른 배치로 상대와 정렬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 P505

생물학자들이 분류학적 맨해튼 프로젝트, 즉 모든 종의 분류와 보존을 훌륭히 해 낸다 하더라도 그 군락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한 작업은 엎지른 물을 다시 담는 것과 같다. 수십 년 후에는 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토양을 살아나게 하는 데 필요한 미생물의 생태학이 알려져 있지 않다. 꽃들 대부분의 수분 매개체와 그것들이 나타나는 정확한 시기는 오직 추측만 할 뿐이다. 또한 종들이 공생하기 위한 이주 순서인 ‘합성 규칙(assemblyrules)‘은 아직 이론 영역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 P505

현존 지식으로 이 세계를 보존할 유일한 방법은 자연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뿐이다.  - P505

어떻게든 인류는 다른 생명들이 의존하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좁은 통로를 빠져나오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 P506

계몽사상의 유산은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으로 알 수 있고, 앎으로써 이해할 수 있으며, 이해함으로써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자신감이 과학 지식의 기하급수적 성장을 가져왔으며 이 지식은 증가하는 완전한 인과적 설명의 망으로 짜여져 있다. 이 과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하나의 종으로서 자신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는 인류가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인지를 이전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다. - P506

다른 생명과 마찬가지로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 길을 개척해 왔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이곳에 있다. 아무도 이러한 상황으로 우리를 이끌지 않았으며 아무도 우리를 지켜봐 주지 않았다. 우리의 미래는 순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다. 이제 우리는 인간의 자율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밝혀야 한다. - P506

호모 사피엔스가 이 행성을 결단내기 전에 제대로 정착하여 행복해져야 한다. - P506

우리는 새로운 실존주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개인에게 완전한 자율을 부여한 키르케고르와 사르트르의 낡은 부조리적 실존주의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통합된 지식만이 정확한 예견과 현명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는 실존주의 말이다. - P507

동물의 사회성과는 달리 인간의 사회성은 문화에 의해 도덕지침과 법률로 진화한 장기 계약을 형성하는 유전적 성향에 기초해 있다. - P507

계약 형성 규칙들은 인류에게 위로부터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었으며 두뇌 구조 안에서 무작위적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었다. 그 규칙들은 수십억 년에 걸쳐 진화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생존과 미래 세대에 발현될 기회를 규정하는 유전자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 P507

우리는 계약이 생존에 필수적임을 발견한 어른들로서 신성한 맹세를 통해 그것을 확고히 할 필요성을 받아들였다. - P507

통섭에 대한 탐색은 처음에는 창조성을 구속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반대가 맞다. 통합된 지식 체계는 아직 탐구되지 못한 실재 영역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이것은 이미 알려진 것에 관한 명확한 지도를 제공하며 미래 연구를 위한 가장 생산적인 질문을 창안한다. - P507

올바른 답변을 하는 것보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P507

사소한 질문에 대한 옳은 대답은 별것 아니다. 그러나 옳은 질문은 그 정답을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주요한 발견의 지침이 된다. 미래 과학의 여정이나 상상력 풍부한 예술의 비행에 있어서도 그러할 것이다. - P508

다음 질문은 반복될 가치가 있다. 우리의 가장 깊은 근원은 어디인가? - P508

우리는 고유한 유전적 기원을 가진 구대륙 영장류이며 영특한 창발적 동물이다. - P508

메리 클라크는 미로를 인간의 복잡한 환경적·사회적 문제로 인식했으며 실타래는 그 문제들을 풀기 위한 객관적 진리와 실재론적 사고라고 보았다. - P515

페타(peta)는 10^15을 지칭한다. - P517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우연과 필연의 결과이다." _데모크리토스 - P521

간격 분석이라는 용어는 생물 다양성과 보존 연구에서 차용했다. 이것은 동식물 종들의 분포를 매핑(maping)하는 방법을 지칭한다. 그것은 그 종들을 생물 보유지 지도 위에 겹치게 올려놓고 정보를 이용하여 미래 보유지를 위한 최고의 위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 P539

조엘 코언에 따르면, 지구에 지속 가능한 형태로 생존할수 있는 인구의 총수가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식량 생산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고 평균적으로 용인될 만한 삶의 질이 어떤 정도일지를 확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적 제한은 100억을 넘지 않을 것이다. 광합성이 오로지 인간의 사용만을 위해 변환된다고 가정하고 에너지 총량을 계산하는 식으로 한계 인구를 계산해 보면 대략 60억이 된다. - P540

진화생물학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 근방에 위치한 지적 이동 막사이다. 물물 교환을 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에게 그것은 논리적 만남의 광장이리라. - P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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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의 마지막 부분에서 ‘생태적 발자국 (ecological footprint)‘ 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 나왔었다. 본문에 따르면 이것은 현존 기술로 사회의 각 구성원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비옥한 땅의 크기를 측정하는 단위로 활용되는 용어이다. 용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 값이 크면 클수록 풍족한 생활 양식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작을수록 열악한 생활 양식을 영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오늘 시작하는 부분에서는 이 생태적 발자국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의 핵심은 생태적 발자국의 값이 높은 선진국에 있는 사람일수록 후진국에 사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읽고난 뒤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들로 인해 사는 게 팍팍하고 힘들기는 매한가지겠지만 적어도 먹을 게 하나도 없어서 이러다 굶어 죽겠다는 걱정을 하면서 살지는 않지 않는가? 오히려 먹을 게 없어서 걱정한다기보다는 남은 음식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경우들이 더 많지 않은가? 실제로 음식점에 가보면 사람들이 음식을 하도 남기다보니 남기면 벌금이라는 말을 써붙여 놓은 경우들을 종종 보기도 한다. 물론 남기고 버리더라도 실제로 벌금을 징수하는 경우까지는 잘 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오늘 본문을 통해 알게 된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의 인구 중 절대 빈곤층이 약 10억 명 이상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매일 그날의 식량을 구할 수 있을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오늘 본문을 읽기 전까지는 이러한 것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어쨌든 이를 통해 비록 우리가 사는 것이 아무리 팍팍하고 힘들지라도 삼시세끼 걱정안하고 먹고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할만한 일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또한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나보다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각자 현재 상황이 어떻든 관계없이 불평불만만 쏟아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성경 어디에 나오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으나 문득 성경에 나오는 한 구절이 생각났다. ‘범사에 감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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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지구의 자원이 유한하다는 대전제와 함께 이와 관련된 다양한 얘기들이 나온다. 생산성 있는 비옥한 토지의 유한성, 수산업 혁명인 양식의 유한성 등 인류에게 주어진 자연이 결코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님을 저자는 독자들에 인지시킴으로써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움과 동시에 머지 않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전지구적인 위기들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논조로 끊임없이 말한다.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생존이 달려있는 것이기에 우리 지구인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요즘 언론 등을 통해 많이 접해서 알고 있는 기후 위기에 대한 미래 예측도 일부 나온다.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결국 핵심은 앞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지구의 기온이 높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파생되는 일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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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저자는 ‘수용 한계‘라는 개념과 함께 아프리카의 르완다라는 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먼저 ‘수용 한계‘ 라고 하는 것은 어떤 나라가 현재의 제반 환경하에서 자신들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인구수의 최고치를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가뭄, 토양 고갈, 전쟁 등으로 인해 국가의 제반 환경들에 변화가 생길 경우 현 인구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지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이 수용 한계는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여기 자세히 밑줄치진 않았지만 본문에 나온 사례로 위에서 언급했던 아프리카 르완다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나라의 경우 여러가지 역사적인 이유들로 인해 내전이 빈번히 일어났고 그결과 사회기반시설들이 붕괴됨과 동시에 인구도 상당히 감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원래 르완다 내전이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인구의 급성장이 결과적으로 내전을 불러일으켰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인구가 갑자기 급성장하게 되자 기존의 사회기반시설들로는 인구증가에 따른 물자 공급량을 따라갈 수 없게 되어 결과적으로 1인당 가져갈 수 있는 몫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르완다는 위에서 소개했던 ‘수용 한계‘ 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이러한 한계 상태를 해소하려는 본능이 내전의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독자인 나는 이러한 저자의 견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과거에 읽었던 어떤 소설을 통해 나는 ‘본능이 이성을 이긴다‘는 나만의 신념을 갖게 되었는데, 오늘 본문에 소개된 사례에서도 각자가 가져갈 수 있는 몫이 줄어들게 되자 각 사람에게 내재되어 있는 생존본능이 작동하게 되었고 이것으로 인해 사람들간의 갈등과 대립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작은 불씨로 시작된 이러한 갈등과 대립이 큰 불로 번져 전국가적인 내전 상태로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르완다의 사례를 보면서 사람들 간의 갈등과 대립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한 번 생각해보았다. 일단은 자신의 기존 생활 수준보다 낮아지지 않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자신이 가져갈 수 있는 몫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이고 이는 생존본능에 급격한 위기감을 가져올 수 있기에 위에서 언급했던 갈등과 대립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경제적인 수준이 최소한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든가 혹은 지금보다 나은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만이 그 사회의 수용 한계를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사회를 유지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현존 기술과 최근의 소비 및 낭비 수준을 유지하면서 나머지 세계의 생활 수준을 대부분의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수학적 불가능에 도전하는 꿈일 뿐이다. 오늘날의 소득 불균형을 평준화하려면 선진국의 생태적 발자국을 줄여야 한다. 이것은 시장에 기반을 둔 세계 경제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시장의 주역들은 군사적으로도 가장 강력하며 아무리 좋게 말한다고 해도 다른 이들의 고통에 대단히 무관심하다. 전 세계의 가난한 이들이 어느 정도로 비참한지 완전히 깨닫고 있는 사람들은 산업화된 국가에 거의 없다. - P484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넘는 약 13억의 사람들이 하루 1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산다. 그 다음 16억은 1~3달러를 번다. 미국이 절대 빈곤자로 규정한 10억이 넘는 사람들은 매일 그날의 식량을 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이다. 매년 스웨덴 전체 인구보다 많은 1300만에서 1800만 명이 굶주림이나 영양 실조 부작용, 또는 빈곤과 관련된 다른 원인에 의해 죽어 간다. 그중 대부분은 어린이들이다. 스웨덴 또는 거기에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를 더하거나 뉴잉글랜드를 더해서 그곳의 모든 사람들이 내년에 빈곤으로 사망할 것이라고 할 때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의 반응을 상상해 보라. - P485

세계적으로 육지 표면의 11퍼센트만이 경작지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미 경작 가능한 지역의 대부분이 들어 있다. 나머지 89퍼센트의 상당 부분은 사용되기 힘들거나 아예 소용없는 땅이다. 그린란드, 남극, 광활한 북부 침엽수림 지대의 대부분, 마찬가지로 광활한 사막은 사용할 수 없다. 그 나머지인 우림과 대초원을 개간하여 씨를 뿌릴 수는 있겠지만, 미미한 농업 이득을 위해 세계 대부분의 동식물 종을 희생시키는 일은 미련한 짓이다. 그 구역의 거의 절반은 자연적 생산성이 낮은 토양으로 덮여 있다. - P485

경작되고 벌채된 땅은 지속 가능한 수준의 10배로 표토가 유실된다. - P485

수산업 혁명인 양식에도 한계가 있다. 바닷물 양식장의 확장은 맹그로브(mangrove, 열대 강, 어구, 해변에 생기는 교목, 관목의 특수한 숲) 습지와 앞바다 미끼 고기들의 산란 장소인 해변 습지대 서식지를 점유한다. 민물 양식장에 성장 잠재력이 더 있기는 하지만 유수와 지하수맥의 물 공급을 축소한다는 점에서 농업과 대립적이다. - P487

모든 거대 교란은 나쁘다는 일반적인 생명의 원리에 따르면, 탐욕스러운 인간 생물 중량을 지탱해 줄 지구의 능력은 기후 변화의 가속으로 인해 더욱 불확실해질 것이다. 과거 13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섭씨 1도가 증가했다. 이 변화의 상당 부분이 이산화탄소 오염에 따른 것이라는 징표는 강력하다. 어떤 대기과학자들은 단호하게 말할 정도이다. - P488

메탄을 비롯한 몇몇 다른 기체와 함께 이산화탄소는 비닐 하우스와 같은 온실 효과를 일으킨다. 이것들은 햇빛은 통과시키지만 온실 안에서 생성된 열은 가두어 버린다. - P488

채굴된 얼음 기둥에 들어 있는 공기방울 시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 16만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의 평균 기온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화석 연료 연소와 열대 우림 파괴로 인해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16만 년 중 가장 높은 값인 360ppm에 달한다. - P488

대기 화학과 기후 변화는 둘 다 아주 복잡한 주제이다. 둘이 합쳐지면 정확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 궤적과 속도는 넓은 범위 안에서 추정할 수 있다. 이것이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목표이다. - P488

황산 에어로졸은 대기 변화에 관한 계산 결과를 뒤엎어 버릴 수 있는 해양의 장기적 이산화탄소 흡수와 함께 이산화탄소의 온실 효과를 중화시킨다. - P488

지역 기후는 혹서 기간(heat wave)이 잦아지며 더욱 변화무쌍해질것이다. 평균 기온이 약간만 상승하더라도 극심한 고온을 보이는 곳이 더 많아질 것이다. 순전히 통계적 효과 때문에 그렇다. - P489

통계적 정규 분포에서 한 방향으로 약간만 벗어나도 이전의 극단은 거의 0에서 더 큰 수로 비례적으로 변화한다. (다른 예를 하나 들자면 인간 종의 평균수학 능력이 10퍼센트 증가할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에서는 그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 반면에 아인슈타인들이 많아질 것이다.) - P489

구름과 폭풍우는 섭씨 26도가 넘는 해상에서 발생하므로 열대성 저기압의 평균 발생 빈도는 증가할 것이다. - P489

기온이 높은 기후대가 양극 방향으로 확장될 것이 예상되는데 이것은 특히 고위도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툰드라 생태계가 축소되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릴 것이다. 농업에도 영향을 미쳐 덕을 보는 지역이 생기는 반면에 타격을 입는 곳도 생길 것이다. 전반적으로 산업화된 북부 지역 국가들보다 개발도상국들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조건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재빨리 새로운 거주지로 이주하지 못한 수많은 자연 생태계와 그것을 구성하는 동식물과 미생물 종들이 멸종할 것이다. - P490

자원과 기후의 미래는 인류가 광물 및 에너지 부족이 아니라 식량과 물 부족이라는 장벽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기후 변동이 우호적이지 않음에 따라 장벽에 다다르는 시기가 더 앞당겨지고 있다. 인류는 마치 자산을 경솔하게 처분해 버리는 집안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 P490

면제주의자들의 다음과 같은 충고는 많은 위험을 내포한다. "생활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 여러분 주위를 둘러보라. 우리는 여전히 빠른 속도로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 내년 걱정은 하지 마라. 우리는 영리하므로 뜻밖에 뭔가가 일어날 것이다. 항상 그래 왔듯이." - P490

우리 대부분은 이제 수련 연못 산수 수수께끼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연못에 수련 잎이 하나 있다. 매일 수련은 두 배로 불어난다. 30일째 되는 날 연못은 완전히 수련으로 뒤덮여서 더 이상 자랄수 없게 되었다. 연못이 반만 덮이고 반은 비어 있던 날은 몇 번째 날인가? 바로 29일째 되는 날이다. - P490

의학과 마찬가지로 생태학에서도 양성(positive)으로 잘못 진단하는 것은 불편을 초래할 뿐이지만 음성(negative)으로 오진하는 것은 파멸을 초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생태학자들과 의사들은 도박을 하려 하지 않으며 만일 도박을 해야 할 때에는 항상 경고를 한다. 생태학자나 의사의 염려를 기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 P491

환경 변화가 야기하는 새로운 종류의 역사가 펼쳐질 것이다. 또는 전 지구 규모로 좀 더 구식의 역사, 예컨대 메소포타미아 북부 문명, 이집트문명, 마야 문명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를 제외한 그 밖의 다른 문명이 붕괴되던 그 초기의 역사가 되풀이 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어 갔다. 어떤 경우에는 그들이 이주하고 다른 사람들이 대신 끔찍하게 죽어갔다. - P491

인구가 지역적인 수용 한계에 도달했을 때 당대의 기술로는 더 이상의 성장을 지탱할 수 없게 된다 ...(중략)... 그럴 경우 대개 그 시점의 생활은 (특히 지배층에서는) 좋은 편이지만 붕괴되기 쉽다. - P491

가뭄이나 지하수맥의 고갈, 또는 전쟁의 피해와 같은 변화는 수용 한계를 감소시킨다. 인구가 감소하여 지속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영양 실조와 질병으로 인해) 사망률은 급상승하고 출생률은 떨어진다. - P491

전쟁과 내전에는 많은 원인이 있으며 대부분은 환경적 압박과 직접적인 관련을 갖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인구 과잉과 그에 따른 자원 감소는 사람들 사이의 분란을 조장하는 원인이다. 불안과 결핍이 쌓이면 대립이 시작되고 대립은 공격으로 치닫는다. 때로는 다른 정치 집단이나 민족 집단에서, 때로는 이웃 종족에서 제물을 찾아낸다. 일단 불이 붙기 시작하면 암살, 테러, 잔혹한 행위 또는 다른 도발적인 사고들이 이어진다. - P493

주의하라! 모든 발전에는 인공 보철, 즉 발전된 전문 기술과 집중적인 지속적 관리에 의존하는 인위적 장치가 따른다. 이것은 지구 자연 환경의 일부를 대체하면서 또 다른 장기적인 위험을 더한다. - P494

생태학의 눈으로 보면 인류 역사는 환경적 인공 보철을 축적해온 역사로 파악될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이 만든 절차들이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지구의 수용 한계도 확장된다. 번식의 측면에서는 전형적인 생물인 인류 역시 증가된 수용 한계를 채우며 늘어난다. 이러한 소용돌이는 계속된다. 새로운 요구를 만나면 계속해서 장비를 다듬고 버팀목을 대면서 환경은 더욱 미묘하게 변해 간다. 정교한 기술의 발전은 환경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P494

진보의 래치트는 비가역적인 것으로 보인다. 평온한 구석기의 자연 균형을 꿈꾸는 원시주의자(primitivist)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너무 늦었다."라는 것이다. 활과 화살을 치우고 산딸기를 따는 일은 잊어버려라. 미개척지는 위협받는 자연의 비축품이 되었다. 환경주의자와 면제주의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함께하라"는 것이다. - P494

우리는 염려스럽지만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뛰어들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의 희망은 「헨리 4세」에 있는 핫스퍼(Hotspur)의 대사에 잘 나타나 있다. "친애하는 바보 경, 이 쐐기풀의 위험에서 벗어나 내가 말하노니, 우리는 안전이라는 꽃을 움켜쥐었다오." - P495

인구 증가가 지구를 제압할수록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자원을 늘리고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 공동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의 인공 보철물에 의존하여 이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 본질적으로 그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의 윤리이다. - P495

결국 지구 정상 회의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아젠다의 성공 척도는 생태적 발자국 총량의 감소이다. 인구가 2020년 무렵에 80억에 육박하면 개개인의 만족스러운 생활 수준에 필요한 비옥한 땅의 평균 면적은 전 세계적으로 중심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최우선 환경 목표는 지구의 허약한 환경이 지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태적 발자국을 축소하는 것이다. - P496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의 많은 부분은 두 가지개념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 번째 개념인 탈(脫) 탄소는 본질적으로 양이 제한된 석탄, 석유, 장작 연소를 연료 전지, 핵융합, 태양력과 풍력처럼 환경적으로 부담이 적은 에너지로 바꾸는 것이다. 두 번째 개념인 탈물질은 대량 하드웨어와 그것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다. - P496

경제 기적은 내생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잊는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강조하지 않는다. 경제 발전은 국가들이 기름, 목재, 물, 농작물 등의 물질 자원을 자국 보유물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것들도 소비할 때 이룩된다. 그리고 지금은 기술과 서류의 유동성을 통해 가속화된 상업적 세계화가 물질자산의 대량 교환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일본의 목공예품들은 열대아시아에서 파괴된 삼림이며 유럽의 연료는 중동에 매장되어 있던 석유다. - P498

국가 대차대조표에서 경제학자들은 총비용 회계에 좀처럼 천연자원 감소를 포함시키지 않는다. 어느 국가가 모든 나무를 베고 가장 유익한 광물을 파내고 어장을 고갈시키고 토양 대부분을 부식시키며 지하수를 퍼낼 수 있으며 이것을 모두 수입으로 계산할 수 있지만, 고갈된 어떤 것도 비용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또 환경을 오염시키고 도시 빈민가로 사람들을 몰아넣는 정책도 추진하지만 그 결과가 총비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 P498

실물 세계의 주인으로 도도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경제학자와 사업가가 이제는 진짜 실제 세계의 존재를 인정할 때가 되었다. 경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경제 생산뿐 아니라 자연 세계와 인류 복지를 완전히 계산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 지표가 필요하다. - P499

다른 생명들을 최대한 많이 우리와 함께 데려감으로써 이 세계를 보전하는 것 - P499

지난 30년간 자연 보호 전문가들은 활동의 초점을 판다와 호랑이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동물로부터 여러 종의 생존이 달려 있는 서식지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시켜 왔다. - P499

열대 우림은 전체 육지 표면의 단 6퍼센트를 차지할 뿐이지만 전 세계 동식물 종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다. - P500

모든 요인들은 복잡한 방식으로 함께 작용한다. 어떤 특정 종이 멸종한 요인들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생물학자들은『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식의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즉 그들 모두가 요인이라는 것이다. - P501

현재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발작적인 멸종 행위는 우리의 선택에 따라 완화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21세기에는 신생대의 종말을 볼 것이며, 새로운 생명 형성이 아니라 생물학적 고갈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그것은 고독의 시대, 즉 "공생대(空生帶, Eremozoic Era, 그리스어 ‘eremos (광야, 고독)‘에서 유래한 말이다.)"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 P501

다년간 생물 다양성을 연구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근거에 대해 3단계에 걸쳐 부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단순히 "걱정하지 마라." 이다. 멸종은 자연적이라는 것이다. 종들은 생명의 30억 년 역사 동안 계속 죽어 갔지만 생물권에 영구적인 해를 가하지 않았다. 진화가 항상 멸종된 종을 새것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진술들은 모두 참이다. 그러나 상당히 비틀려 있다. - P502

중생대 대멸종 이후에 그리고 이전에 3억 5000만 년마다 있었던 네 번의 대멸종 이후에 진화는 재앙 이전 수준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데 약 1000만 년을 필요로 했다. 대기 시간이 그토록 길다는 점과 한 번의 일생 동안 그토록 많은 손실을 입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의 후손은 약이 오를 것이다. 달리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 P502

부인의 2단계에 들어서면 사람들을 보통 "하여튼 그렇게 많은 종은 필요하지 않다."라는 반응을 한다. 아무튼 대다수가 곤충, 잡초, 균류인데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100년도 안 된 옛날, 현대의 자연보호 운동이 일어나기 전에는 세계 곳곳의 새와 포유동물도 무관심에 방치되었음을 망각한다면 세상의 기는 벌레들도 무시해 버리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자연 세계 미물들의 가치는 더할 수 없이 명백해지고 있다. - P502

생태계에 더 많은 종이 살수록 번식력은 더 높아지고 가뭄이나 다른 종류의 환경 압박을 견디는 능력도 더 강해진다. 물을 정화하고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숨쉬는 공기를 생성하는 데 우리가 생태계의 작용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생물 다양성은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 버릴 무언가가 절대 아니다. - P502

자신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 철저하게 적응하고 있는 각 종들은 유용한 과학 지식의 방대한 원천을 제공해 주는 진화의 걸작품이다. - P503

오늘날 살아 있는 종들은 수천 년에서 수백만 년 정도 된 것들이다. 그들의 유전자는 수많은 세대를 거치며 역경을 견뎌 왔기 때문에 그 유전자를 운반하는 유기체의 생존과 번식을 돕기 위해 극도로 복잡한 일련의 생화학적 장치들을 솜씨 있게 작동시킨다. 이것이 바로 야생종들이 인류가 살 만한 환경을 만들어 줄 뿐만아니라 우리의 생명 유지를 도와주는 생성물들의 원천이 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산물들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약물에 관한 것들이다. - P503

미국의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약물의 40퍼센트 이상이 원래 식물, 동물, 곰팡이, 미생물 등에서 추출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약인 아스피린은 살리실산에서 만들어 낸 것인데, 살리실산은 다시 톱니꼬리조팝나무의 한 중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약으로 쓰일 수 있는 자연 생성물이 들어 있는지 검사된 것은 그 종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아마도 1퍼센트도 안 될 것이다.) - P503

새로운 항생물질과 항말라리아제 발견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물질들은 질병 유기체가 약에 대한 유전적 저항성을 획득함에 따라 그 효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보편적인 포도상구균 박테리아는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병원체로서 다시 등장했고 폐렴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 - P503

의학 연구자들은 앞으로 더욱 격렬해질 것이 분명한, 빠르게 진화하는 병원체들과의 군비 경쟁에 붙잡혀 있다. 21세기 의학의 새로운 무기를 얻기 위해서는 더 광범위한 야생종들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 P503

이런 모든 것들을 인정한다해도 부인의 3단계가 남아 있다. 왜 지금 당장 모든 종을 구하기 위해 서둘러야 하는가? 살아 있는 표본을 동물원과 식물원에 보호했다가 나중에 야생으로 돌려보내면 어떤가? - P504

오늘날 세계의 모든 동물원은 존재한다고 알려진 2만 4000종 가운데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2,000종만을 보유하고 있다. 이게 최대한이다. 세계의 식물원들은 25만의 식물 종에 압도당할 것이다. 이러한 피난처들은 몇몇 멸종 위기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하다. 액화 질소 안에 냉동된 배아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러한 정도로는 문제 전체를 해결하는 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아직 아무도 곤충, 조류 및 다른 생태학적으로 중대한 작은 유기체들을 위한 안전한 은신처를 고안하지 못했다. - P504

자연 그대로의 토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예를 들어, 판다와 호랑이는 버려진 논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 P504

모든 종을 다시 복귀시킨다고 하여 자연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을까? 적어도 우림처럼 복잡한 군락의 경우에는 그러한 묘기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중략) 그 어려움의 정도는 분자에서 살아 있는 세포를 생성하거나 살아 있는 세포에서 유기체를 생성하는 것에 견줄 만하다. - P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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