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런저런 다양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가장 강렬하게 읽혔던 부분은 주인공이 런칭(launching)한 건강 주스 카페 웰웰(well-well)의 오픈날에 한 손님이 와서 매장에서 판매하는 청의 맛이 왜이리 싱겁냐며 진상을 부리는 장면이었다. 유기농 웰빙 컨셉의 매장이라 청의 당도가 낮은 것을 메뉴판에 친절히 써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카페 점장이 고객님 마음에 안드시면 전액 환불해드리겠다고까지 말을 했음에도,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끝까지 진상부리는 모습을 보면서 참 무슨 심보인가 싶었다.

앞서 읽었던 2권인가 3권에서 주인공이 건강원을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상부리는 손님이 나타났던 기억이 있는데, 여기 5권에서도 진상부리는 또다른 손님이 나타나는 걸 보며 비록 소설 속 내용이긴 하지만, 실제 현실을 아주 잘 반영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컴플레인(complain)을 거는 손님 중에서 물론 정말 부당한 경우로 그러는 경우도 종종 있겠지만, 진짜 되도 않는 이유로 진상부리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열이 받고 짓눌러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밖에 있는 독자인 나도 이렇게 열받고 분이 나는데, 실제로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진상 손님을 대해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열받고 분할까 감히 상상이 안된다.

이럴 때일수록 소설 속 등장인물의 말처럼 상호 존중이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여야 행복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만 해도 꼭 결혼을 해야한다고 생각지는 않으니까. 지금껏 쭉 혼자였고, 앞으로도 혼자여도 그게 두렵거나 괴로울 것 같지는 않다.
아내나 자식이란 행복은 없어도 다른 가족들이나 사람들과 나누는 행복이 깊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가족을 이룬 적이 있다면 얘기가 좀 다르다. 그게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면, 그로 인한 상실감이 생긴다고 확신한다. 그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다시 가족을 이루는 것만이 답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혼자였을 때가 훨씬 행복했고, 누군가와 함께했던 게 너무나 끔찍했을 수도있긴 하다. 단지 작은아빠의 경우는 그렇다. 작은아빠와 숙모는 서로에게 맞지 않는 톱니바퀴였을뿐, 각자가 나쁜 것은 아니었으니까.
서로에게 맞는 인연을 만난다면, 딱 맞는 톱니바퀴를 찾는다면, 서로에게 맞게끔 모양을 다듬을 도구가 있다면, 분명히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자, 자. 빨리 하죠. 시간은 금이에요."

모든 게 생각처럼 풀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러지 말란 법도 없다.

대박을 꿈꾸지만, 처음부터 대박을 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일단 버티기만 해도 성공이라는 생각이었다.

단순히 잘생기거나 예쁜것을 따지지는 않았다.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피부였다.
직원들은 곧 가게의 이미지였으니까.

피부 건강은 피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속의 장기들에 문제가 있으면 올라오기에.

원래 더 유력한 후보들도 있었다. 빼어난 외모를 가졌거나 이미 건강 주스 카페 혹은 바에서 일을 해본 사람들이 그랬다. 내가 그들을 떨어뜨렸는데, 흡연자이거나 음주를 즐기는게 보인 탓이었다. 단순히 흡연과 음주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건강에 유익하지는 않지만, 기호식품이니까. 흡연과 음주를 즐기면서도 장수하는 사람들도 있고.

활발한 소비가 시장경제를 활성화한다. 술은 확실히 그런걸 부추긴다.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먹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담배야 대부분이 세금이니 농으로 흡연자는 애국자라는 말도 있으니까. 흡연이든 음주든 남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카페 웰웰의 입장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나는 가능한 모든 위험 요소들을 덜어내고 싶었다.
흡연의 경우 피부가 안 좋아질 확률도 높았고, 건강과 신선함을 메인으로 하는 웰웰에서 담배 냄새가 나서는 안될 일이었다. 음주도 피부에 영향을 미칠수 있었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 열꽃이 피거나 뾰루지가 날수 있었다. 일하기 전날 과음을 해서 근무에 지장을 줄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고.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작은 부분들도 하나하나 고쳐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뤄냈고, 이루는 중인 것들은 운이 좋아서였다. 내가 대단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처음부터 할아버지가 일으킨 기적 아니던가.
내게 있어서 겸손은 미덕이 아닌 의무다.

말 그대로 문을 여는 순간부터 느낌이 좋았다.

출입문 바로 앞까지가 내부의 줄이고, 이외에는 밖에서 기다려야 된다고 딱 잘랐다. 미리 와서 자리를 잡고 음료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됐다. 좋은 기억만 안고 가야지, 사업주의 잘못이 아니더라도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재방문율이 떨어지니까.

처음에 유난히 손님이 몰렸던 이유는 단순했다.
SNS 때문이었다.
나도혜의 SNS 게시물을 보고 온 것도 있지만, 사람들을 더 빨리 움직이게 한 것은 자신의 SNS를 위해서였다.
인플루언서(influencer).
SNS의 많은 구독자들을 통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이들을 뜻한다.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연예인이나 다름이 없다.
적게는 수만에서 많게는 수백만 혹은 그 이상에 달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인플루언서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새로운 게시물(컨텐츠)을 올리고 사람들의 관심을 산다. 혹은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더 빨리 움직인다.
어느 쪽이든 우리 입장에서는 도움이 된다.

스스로가 많이 변한 것을 느꼈다. 속만 바뀐 게 아니라, 인상자체가 변했다. 바뀐 생각과 마음이 겉으로도 드러나는 걸까. 많이 웃은 탓도 있는 듯했다.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된다는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관상 같은 걸 맹신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인상이라는 것은 있다. 자주 짓는 표정에 따라 주름이 생기고, 그렇게 얼굴이 변해간다.

화환 같은 건 절대 보내지 못하게 했다. 어차피 시간 조금 지나면 다 쓰레기인지라.

"아저씨. 말조심해요. 요즘 세상에 나이 더 많은 거 벼슬 아니에요. 손님인 게 벼슬도 아니고, 상호 존중을 해야죠."

일반적으로 청은 과일을 설탕에 재워서 숙성을 거치는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부패를 막기 위해 염장을 하는 것처럼 설탕은 필수적인 요소에 가깝다.
우리는 고농축에 건강한 청을 만들고 싶었고, 그에 따라 모든 걸 수제로 해결할 수는 없었다. 시판되는 대부분의 청은 중탕식으로 원재료를 고온에 끓여서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옵션이 있었다.
박종만의 특허 기술이었는데, 고진공 저온 방식으로 추출하여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무설탕 혹은 꿀을 사용해 만들었는데, 가장 큰 장점은 생산이 빠르다는 점이었다. 레시피만 제대로 잡으면 맛도 영양도 훌륭했고. 당연히 수제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말씀하지 마십시오."
"뭐?"
"손님 입맛에 안 맞을 수도있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님께서 드신 건 전부 유기농으로 엄선된 신선한 재료만 써서 정성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결코 막 만든 게 아닙니다. 그리고 그건 저희 청과 저희만이 아니라, 그 청을  좋아하시는 다른 손님 분들을 욕하는 게 됩니다."

"그렇게 싫으시면, 안 드시면 됩니다. 지불하신 금액은 환불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시길 바랍니다. 계속 여기서 이러시거나, 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뭐? 법적인 조취? 뭐 어쩔건데? 내가 누군지 알아?"
"손님이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도 법적으로 대항해 볼 여유는 충분히 있는 사람입니다."
"이, 이거......! 젊은 놈이.…..…...!"

"뭘 어째? 아니, 나를 법적으로 뭘 어쩌니 저쩌니 하잖아! 내 조카가 변호사야! 알아?"
"조카 분이 변호사인 게 뭐가 어떤 건지, 무엇으로 문제를 삼을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하시고 싶은대로 하십시오. 저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렇게 순조롭기만 할 것같던 카페 웰웰의 오픈은 다소 파란만장하게 변했지만, 결국에는 웃음으로 마무리됐다.
남자 직원과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는 따로 차비를 챙겨줬다. 오픈날이라 원래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일을 했기에 시급 외에 소정의 보너스를 지급할 생각이긴 했는데, 소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준 게 고마워서 조금 더 챙겼다.

투자 중에 가장 쪽박이 날 가능성이 높은 게 사람에게 투자하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작은 무언가로도 가장 큰 결과물을 낳을 수 있는 것 또한 사람에게 투자(‘투자‘라고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참 빠르다. 빠르게 변하고, 변해가고, 변해갈 것이다. 모든 게 빨라졌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게 퍼지는 속도도 굉장히 빠르다.
어제 카페에서 있었던 일은 고스란히 휴대폰 영상으로 찍혀서 인터넷에 퍼져 있었다.
카페 손님들 중 다수가 SNS를 하는 사람들이었으니 더 그럴 수밖에. 그냥 퍼진 정도가 아니었다.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가 ‘건강 주스 카페 갑질‘이었으니까.

영상이 통으로 올라온 건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말이 더 나올 게 없으니까.
내가 걱정했던 부분은 있지도 않은 일을 소설처럼 꾸며내 올리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걸 경험해 본 터라 더 예민했고.
CCTV 등이 있으니 일이 벌어져도 어차피 이길 수 있는 싸움이겠지만, 그 과정 자체가 싫었다.

기상 시각이 늦어지더라도 하루에 최소 7시간은 꼭 자기 시작했다. 아무리 관리를 해도 수면이 부족한 것을 완전히 채울 수 없음을 느꼈다.
그렇다고 필요 이상으로 자지는 않는다. 뭐든지 적당해야 좋다. 생마늘이 몸에 좋다고 마구 퍼먹었다가는 위장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처럼.

딴 생각을 하고, 딴 짓을 할 시간을 줄이면 됐다. 깨어 있는 시간에 보다 집중력을 가지고 밀도 높게 일을 보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

나는 천천히 아이의 귀로 손을 가져갔다.
"어, 어......."
아이가 조금 겁을 먹는 듯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아프거나 그런 거 아니야. 약속."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아이가 손가락을 걸어왔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았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가질지 말지는 모르겠다고. 그리고아이를 가진다면 아들보다는 딸을 갖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내게 손가락을 걸어오는 아이를 보니 아이를 가지고 싶어졌고, 아들이든 딸이든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았다.
이름도 모르는 남의 애도 이렇게 예쁜데, 내 애는 얼마나 예쁠까.

나는 손가락으로 새끼손가락으로 아이의 귀를 막았다.
그리고 동시에 귓불을 주물렀다. 그걸 약 30초 동안 지속했다.
그동안 아이는 편안한지 가만히 있었다. 딸꾹질도 하지않았고.

웰웰의 성공(고작 2주차에 성공여부를 운운하기는 애매할지도 모르지만)에 있어서 시작은 인지도였다.
나도혜의 SNS 마케팅 파워가 큰 도움이 됐고, 여름 모를 진상 손님 하나가 불이 붙은 곳에 기름을 뿌렸다.
기존의 행복 건강즙 이용자들에게도 관심을 사서 도움이 되는 중이었고.

하지만 계속해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이유는 가성비와 정직함 그리고 신뢰였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유기농 과채류 주스 및 건강식품을 즐길 수 있었다.

보람이 있었다. 단순히 돈을 벌어서가 아니었다.
할아버지에게 전수받은 능력으로 담아낸 건강을 위한 레시피가 활용되는 게 좋았다.
진정으로 마시는 사람들의 건강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다.
내 손길이 닿은 것들은 같은 방법이라도 그 효능이 더 뛰어났다.
그게 나의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다.

초심을 잃지 말자. 하루에도 몇 번이나 되뇌는 말이다. 너무나 흔하디흔한 이 문구는 너무도 중요하다.
나도 사람인지라 계좌에 꽂히는 돈의 액수가 늘어나는 걸 보면 이따금씩 눈이 돌아가려고 한다.
재료를 조금만 아끼면 확 치솟을 마진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 그대로를 계속 유지하자고 다짐하고 있다.

"그런데 진짜 맥을 짚으면 다 아시나요?"
내가 묻자 나도혜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맥을 짚는 것만으로 전부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참고할 수는 있죠. 맥을 짚어서 바로 것이 있고,
거기서 이상한 게 느껴지면 이제 직접적인 문제,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것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거죠."
"그렇군요."

"아무튼 요는 그겁니다. 다른 사람들 시선에 구애받으면 행복도가 좀 떨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의 기준 아니겠습니까."

"욕하는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세요. 어떻게 하든 안 좋게 보고 욕을 하기 위해 준비중인 사람들이니까요. 어차피 사람들은 보고 싶은 대로 봅니다. 자기 눈앞의 일도 잘 모르면서, 만나본 적도 없는 남을 전부 다 안다고 생각하죠."

"원장님은 거울을 보면 스스로의 모습을 다 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 죠?"
"하지만 자신의 눈썹이 몇개인지, 모공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 않나요?"
"그렇죠. 그건 모르죠."

"눈에 가장 가까이 있는 눈썹의 개수도 알 수 없는데, 어찌 눈앞의 일이라고 다 안다고 할 수 있겠어요."

"운명 속에 우연은 없다고도 하죠. 사람은 어떤 운명을 만나기 전에 자신이 그걸 만들고 있다고요. 저희도 서로의 길을 닦아내고 계속 나아가다가 접점이 있었던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길을 이어 붙이신 것은 원장님께서 제게 사업 제안을 하신 덕분이고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이제 시작에 불과했지만, 성공의 빛이 분명히 내리쬐고 있었다.

행복 건강즙 1호점과 2호점, 웰웰 그리고 웰니스까지.
예전에 한창 게임을 하던 때가 떠올랐다.
1스테이지의 보스를 깨고 나면 더 강력한 2스테이지의 보스가 나타났다. 그걸 또 클리어해냈을 때의 기쁨. 그리고빨리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고 싶어 했다. 지금도 그랬다. 이제 막 웰니스를 시작했는데, 마음속의 시선은 다음 스테이지를 향하고 있었다.

가난이라는 칼바람은 세차게 내 몸을 뚫고 지나갔다.
나이를 먹을수록 돈의 소중함과 돈의 무서움을 알게 됐다.

민간요법으로 생김새 자체를 바꿀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동안의 첫 번째 요소, 특히 중년 이상일 경우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피부다. 주름이 얼마나 많고 적은지, 얼마나 깨끗한지 등에 따라 동안과 노안 여부가 갈린다.

"그쵸? 그리고 당연히 음식도 중요한데요. 기본적으로 자주 챙겨 드시기도 좋고 동안에 좋다는 것들이 마늘, 토마토, 녹차입니다. 건강에 좋은 것들이니 드셔서 나쁠것도 없죠."

"술도 줄이시고, 가끔 혼자드시고 싶을 때는 질 좋은 적포도주를 한 잔 정도 마시는게 좋습니다."
"오, 와인이요? 와인은 잘 모르는데. 그냥 편의점에서 마시면 되나?"
"저렴한 프랑스산 와인도 조심해야 됩니다. 뭐, 가격으로 무조건 정해지는 건 아니지만 잘 알아봐야 해요."

"그런데 와인에서 발암물질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어요.
술이라서가 아니라, 나오면 안될 성분이 나온 거죠."
"어찌 그런 답니까?"

"여러가지 첨가물들이 들어간 거죠. 와인이 포도를 발효시키는 거잖아요? 일단 포도만으로 발효를 시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효모를 넣어서 인위적으로 발효를 앞당깁니까. 그리고 타닌을 넣어서 색을 더하죠."
박종만의 얼굴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
"뭐 그딴....먹는 걸로 장난치는 놈들이 제일 나쁜 놈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인공은 기존에 국밥집을 하던 작은 아빠를 설득하여 기존의 국밥집 장사를 그만두게 하는 대신 건강을 컨셉으로 하는 한식당 사업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들과 노하우들이 오가는데...
.
.
.
또한 한식당 사업과는 별개로 건강주스 카페 사업도 함께 추진하는데 협업을 하기로한 한의사 원장님과 함께 홍보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한다.
.
.
.
막판에는 예전에 주인공에게 건강상담을 받았던 사람 중 한 명인 식자재 납품업자가 찾아오는데 돌싱이 된 주인공의 숙모에게 호감을 표하면서 스토리가 약간은 색다르게 이어진다. 물론 식자재 납품업자라 주인공은 비지니스적인 목적도 어느정도는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식자재 납품업자와 연락을 주고 받는다. 향후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해진다.

녀석은 확신으로 가득한 눈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
"내가 하는 일이 뭐냐? 그리고 전에 다니던 회사가 어디냐? 돈 많은 사람들 돈 관리해주는 일했었잖아. 백이면 백다 그렇더라. 안 그런 사람들이 더 적어. 뭐 오래된 차에 낡은 옷 입고 쓰레빠 찍찍 끌고 다니는 건물주? 있기야 있지. 없지는 않아. 근데 당연히 부티가 나지는 않지."

"네가 혼자서 돈 굴리는 부자면 그래도 돼. 그런데 아니잖아. 넌 이미 어느정도 얼굴을 팔면서 지금 미라클 헬스케어를 설립한 거 아니냐. 깔끔하고 깨끗하고 건강한 이미지. 너 자체도 기업의 이미지야. 그래서 더 행동 조심하는 것도 있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확실히 그렇지."
"그러니까 사치스러운 차를 타라는 게 아니라, 너한테 걸맞은 차는 타야지."
"너 무슨 자동차 딜러 같다."

"그럼 국산 준대형 정도면 괜찮겠지? 비용처리 하기에도 적절할 거 같은데."
오정득은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정도면 될 거 같다. 건강즙, 건강식품 판다는 놈이 외제차 몰고 다녀도 보기좋을 거 같지는 않거든. 뭔가 안 맞고." 
"그치?"
"응. 국산이어도 높은 급의 대형차로 가면 너무 회장님 이미지고."
"그러니까."

"요즘 언제 누가 들어올 줄알고. 들어온다는 사람 있을때 넘겨야지."

"너도 알겠지만, 타겟층을 잘 설정해야 돼. 한식 부페로 가면 오피스 상권밖에 없어.
근처 직장인들이 싸게 밥 먹으러 오기 좋게. 뭐, 택시기사들도 좀 올 거고, 가끔 동네 아줌마들도 좀 오겠지! 근데 그런장사는 한계가 있어. 일단 이미 너무 많아. 그리고 임대료 내면서 할 장사도 못 돼."

"그리고 그런 건 차리면 필연적으로 진상도 많이 꼬인다.
반찬이나 채소 같은 거 쌔빌라고 하는 사람들 없을 거 같냐?
무조건 있다."
"그것도 그렇겠네요. 그래도 그건 너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거 아닌가?"
"문제가 될 것들 중 일부를 말하는 거지. 당연히 문제가 수두룩해. 무조건 비싸게 받자는 건 절대 아니지만, 무조건싸다고 좋은 게 아니야. 일단 건강 챙기려는 사람들 타겟으로 잡고 있는 거잖아."

"건강을 위해서라면 지갑을 열어놓는 사람들이야.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질 높고 맛좋은 거 먹으러 오는 거라고. 싸다고 찾아올 거 같냐? 아니, 네가 하는 거라고 올 수도 있기야 하겠지. 근데 그것만 믿고 장사하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싸게 맞추려면 음식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작은 아빠는 확신에 차서는 열변을 토했다.

"싸고 양 많고 맛있으면서 재료의 품질까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그런 게 어딨냐?"
"그건-"
"우리가 만들어내면 된다는말 같은 거 하지 마라. 임대료랑 인건비는 어쩌려고? 땅 파서 장사하냐? 박애주의적인 정신도 좋은데, 그럴 거면 사업하지 말고 봉사활동해야지.
그리고 이미 그런 거 하고 있잖아. 장사할 때는 장사만 생각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것들부터 챙긴 다음 다른 것들도 챙기는 거야."

"네가 하고 싶다면 하는 거지만, 아니라고 보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야. 돈 조금 더 받더라도 제대로 된 거 내야지. 많이 팔리기만 하면 장땡이 아니지. 진짜 건강한 걸 맛있게 먹
‘이어서, ‘아, 돈이 안 아깝다‘ ‘이정도면 이득이다‘ ‘가성비 좋다‘ 라는 말이 나와야지."

"뭔가 하나 딱 정하면, 그 자기 색깔이 분명해야 돼."

"다온 어때요? 다온."
"다온?"
"순우리말인데, 모든 좋은 일이 다 들어온다는 뜻이에요.
퓨전이긴 해도 기본적으로는 한식당이니까 괜찮지 않아요?
외우기도 쉽고."

하나하나 쌓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문제라고는 돈을 얼마나 들일 것이냐, 그것 하나밖에 없었다.
새삼 다시 깨닫는다. 뭘 해도 다 돈이다.

내 주머니에 꽂히는 돈만 월 수천.
이만큼 벌면 아무 걱정 없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돈으로 고민하는 일은 생긴다.
일정 소득을 넘기면 행복감은 더 이상 상승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봉 8,500만 원이 넘어가면 금전으로 인한 행복감 증가가 멈춘다고.

일정 부분은 공감이 되고, 일정 부분은 그렇지 않다.
돈을 많이 벌수록 좋은 건 확실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것도 느낀다.
돈으로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여전히 있다.
고민과 스트레스가 사라진다고 무조건적으로 행복도가 상승한다고 보는 건 어떻게 보면 어려울지도 모른다.
불행하지 않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니까.

행복하다고 해서 불행한 일이 없지도 않다. 삶이란 게 그렇다.
인생이 세상 그 무엇보다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 보면 참으로 단순하다.
그래서 중심이 필요한 듯하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감정이란 파도 안에서 꿋꿋하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절대 꺾이지 않을 목표가 필요하다.

그 목표까지 다다르기 위해서는 가까운 거리의 목표들도 여러 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당장 떠안고 있는 고민도 최대한 즐겨본다.
어차피 피할 수 없고, 내가 하고 싶어서 시작하는 것들이니까.
모든 일의 결과는 나로 인한 것이다.
그렇게 다음 목표를 향해 꿋꿋이 나아간다.

몸이 10개라도 부족하고, 하루가 48시간이면 좋겠다는 나날이 지나간다.
그나마 언젠가 실현 가능할것 같은 게 있다면 1시간만 자도 10시간을 잔 효과를 주는 알약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
수면은 인체에 굉장히 중요하다. 그만큼 큰 영향을 끼친다. 아마 매일 8시간씩 숙면을 취하는 것만 지켜도 웬만한 병들은 다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매일매일 실천하는 여러 가지 민간요법들로 체력을 기르고 있긴 하지만 슬슬 무리가 온다. 어쩔 수 없이 오늘부터는 수면시간을 1시간은 늘려야 할 것 같다.

다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짓인데, 건강을 잃으면 전부 부질없으니까.

"그래서 약간 자매 브랜 느낌으로 이름 정했는데."
"그래요? 어떤 거요?"
"웰니스요."
웰니스.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 신체와 정신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다.
"딱이네요."

차 지붕이 뻥 뚫린 듯한 파노라마 선루프가 마음에 든다.
차의 무게도 더 늘어나고, 전복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위험하다는 이유로 부정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도 많다.
그저 ‘감성‘ 하나만 보고 질렀다. 나는 소위 말하는 할배운전 스타일인지라, 위험한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 모든 걸 내걸고 한다는 느낌은 확실히 소비자들에게 먹힐 겁니다."

존대를 하는 친구 사이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도 투명한 벽을 세우고 예의는 지키고 있었기에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이상적이라는 느낌이었다.

"응, 응. 요즘은 이너뷰티(inner beauty)라고, 화장품도 먹는다고, 내부에서부터 건강한 피부 가꾼다는 말도 있잖아. 몸속 건강도 챙기고, 그게 외적인 건강하고도 이어진다고. 그게 다이어트랑도 관련이 있다고 봐야지."

"일단 원장님은 세계 대회에서도 우승할 만큼 자신의 몸매를 다듬었잖아. 그걸 뽐내는게 나쁠 건 없지. 스스로 이뤄낸 결과물이니까. 그리고 그런 몸매의 모델이 마시는 주스라면? 일단 다이어트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돼. ‘내가 몸을 만들면 저것보다 더 나아질 수 있어‘ 혹은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한단 말이야."

"모델의 효과가 그거잖아. 모델이 광고하는 주스를 마시면 나도 그 모델처럼 될 수 있을 것 같은 거. 그냥 그 모델이 좋아서 구매하는 효과가 더 클지도 모르지만"

"그래. 이너뷰티가 그거잖아. 네가 모델로 섰을 때 사람들이 ‘나도 저 주스를 마시면 저렇게 피부가 좋아지겠지?‘
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지 않겠어? 실제로 피부에도 영향을 끼치게끔 좋은 재료들로 건강하게 만들 거고."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른다. 마냥 긍정적이기만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부정적이거나 염세적일 필요도 없다.

온 세상이 암이라는 공포로부터 벗어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기적도 언젠가 일어나리라. 그렇게 진심을 담아 소망한다.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타인의 심정을 100% 이해하는 것이란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삶이 통째로 달려있는 문제였으니, 내가 뭐라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여겼다.
그런 것보다는 내가 맡은 바에만 충실하고자 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하고 있다. 나머지는 기적을 바라며 기도하는 수밖에.

나도혜와 손을 잡은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는 내게 아주 고마운 고정수입이 될 예정이었으니까.
나도혜 입장에서도 상당한 이득이었다. 탕약기 수를 늘리면 그걸 놓을 공간도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출근할 한약사도 고용해야 한다. 게다가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하는데,
높은 임대료는 피치 못한다.
그 모든 것들을 나를 통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전부 줄일 수 있다. 어쩌면 나보다 나도혜가 더 남는 장사일지도.

"초심은 잃지 말자." 사업에 집중하고 있긴 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됐다.

"그렇군요. 하긴, 하나의 관계가 끊어졌다고 전부 그래야되는 것은 아니죠."

걱정이 되는 부분이라면 한가지였다.
이일우와 숙모의 관계였다. 두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그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일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었다. 좋은 쪽이라면 좋겠지
만, 나쁘게도 될 수 있는 거였으니까.

두 사람이 만난 시간은 고작 20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숙모가 나와 통화를 하는 시간은 벌써 20분이 넘어가는 중이었다.

신체적 건강만큼이나 중요한 게 정신적인 건강임을 새삼 깨달았다.
행복이란 건 참으로 좋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무엇보다도 쉽게 퍼질 수 있는 거니까.

-다들 형편이 좀 나아지니 이제는 좀 누리고 살 수 있겠지. 전부 네 덕분이야.
"무슨 제 덕분이에요. 다 각자 열심히 잘해서 그런 거지."
-네 덕분이지. 너 아니었으면 지금처럼 이렇게 딴 생각 못 했을 거야. 삶에 여유가 없으니까. 가난이라는 게 참 무섭더라. 사람의 마음을 메마르게 해. 모든 것에 예민해지고.
심적으로 여유가 사라지고, 피해의식이 생기니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그래. 그리고 항상 후회하면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무거운 진실함이 느껴지는 말에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런 생각도 많이 했어. 애들한테 참 미안하다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는 건 불행의 확산이 아닐까.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야 여유가 좀 있었지만, 알다시피 오래 못 갔잖아.
모든 게 무너졌잖아. 그래서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도 축복을 받은 게 아니라, 저주를 받으며 시련이 시작된 게 아닌가, 그런......
"그런 말씀 마세요."

"그러니까 이제 행복해질 일만 생각하세요. 그런 생각은 몸도 아프게 해요.‘

숙모도 사람인지라 외로웠을 것이고, 생각지도 못한 인연의 적극적인 대시에 당황도 했지만 좋았으리라.
하지만 그 안에는 큰 죄책감 비슷한 것 또한 자리를 잡고 있는 듯했다.

"숙모의 상황도 그렇잖아요. 모든 게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 삶이 그렇고, 우리 자체가 그렇죠. 하지만 어느 면을 보일지는 우리 선택에 달려 있고요. 다른 쪽을 보지못한 사람이 뭘 알겠습니까? 지금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그치, 맞는 말이다.

"그리고 폐만 끼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우선 행복해야지. 그것만 생각하세요. 작은아빠가 그럴리도 없지만, 다소 껄끄러워하더라도 숙모 마음 가는 방향대로 하세요."
-고마워. 마음이 많이 편해진다.
"당연히 그러셔야 하는 거예요."

안도와 걱정이 뒤섞인 한숨을 푹 내쉬었다.
숙모에게 한 말들은 전부 진심이었지만, 나 역시 작은아빠가 신경이 쓰이긴 했으니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s로스쿨러 2023-10-03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한식당을 차렸어요?? 먹는 게 건강과 직결되고 먹는 게 바로 그 자신이라는 얘기도 있으니까요,,웰니스에 거룩까지 더해서 웰니스홀이면 더 좋겠어요 ^____^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03 17:48   좋아요 1 | URL
예 좋은 의미가 많이 함축될 수록 좋은 법이지요 ㅎㅎ 한식당의 경우는 업종 변경이라기보다는 사업 다각화로 봐주시는게 맞을거 같아요. 기존에 건강원사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변의 지인들과 추가적인 직원들을 고용해서 건강주스 카페도 협업으로 차리고 위에 밑줄 친 것처럼 웰빙 컨셉의 한식당도 겸해서 준비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더라구요. 상호(브랜드)를 정하는 것도 등장 인물들끼리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게 이름대로 될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암에 걸린 환자가 건강원에 방문하는데, 주인공이 자신이 알고있는 민간요법을 총동원해 환자에게 진심어린 건강 상담을 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내 말이 떨어지자 정영신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아니, 사람이 실수를 한 거 가지고 무슨 그렇게―"
나는 정영신의 말허리를 끊었다.
"실수요? 실수라는 건 모르고 한 게, 의도치 않은 게 실수고요. 인터넷에 글자를 쓰면서도 계속 생각할 수 있고, 몇 번이나 수정도 가능하고, 올렸다가도 바로 삭제도 할 수 있는데, 그걸 끝까지 올리면서 마지막까지 댓글로 선동하고 맞고소를 한다고까지 하신 게 실숩니까? 더 할 얘기없으니 그만 가세요."

이번 일로 인해서 가정이 파탄 나는 지경에까지 이른 듯했다. 그래도 고소를 취하할 생각은 없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으니 더욱. 내가 봐주면 또 그럴 사람이니까.

"대부분 자신이 맡은 특정 분야가 있게 하려고요. 그래야 일도 손에 더 잘 붙고 효율이 좋으니까."

가족끼리 할수록 이런거 확실하게 해야지, 안 그러면 서로 서운한 것만 생겨.

"그래도는 인마, 확실하게 해야지. 할 거면 제대로, 아니면 딱 말고"

나는 불이 잘 붙도록, 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점화기였다.

여러 가지 일들을 한 번에 벌이니 쉴 틈이 없었다. 계속해서 머리를 굴리고, 펜을 움직이며 생각들을 정리해나갔다.

요단 강은 죄를 씻는 곳이고, 천국으로 건너가는 곳이며, 복된 처소로 들어가는 통과문인 동시에 하나님의 처소에 이르는 길목이자 옛 자아가 죽고 거듭나는 곳이라고 한다.

언젠가 죽으리란 것도 알고,
그다음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안다.
완전한 끝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것들도 많았다.
잃을 게 많아지니 더 죽기가 싫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정을 떼는 거라고들 한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다.
환자의 인성 같은 걸 보호하기 위한 말은 아니다. 보호자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다. 그래야만 버틸 수 있으니까.
실제로 간병을 하는 보호자들 10명 중 6명은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그래, 넌 분명히 잘 해낼수 있을 거다.

"엄마도 잘 지내죠?"
-그럼. 잘 지내지. 다 같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정수리 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아버지가 나지막이 말했다.
-고생 많았다. 그리고 미안했다.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였다. 내게 직접 건네는 것보다는 중얼거림에 가까웠지만,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다.
순간 목구멍이 확 뜨거워지며 울컥했다.
"저도요......."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리면 예후가 안 좋다고들 한다.
젊은 만큼 암세포 성장도 빠르기 때문이다.

"네. 암이란 게 치료를 마치고 나서 1년차에서 2년차 사이에 가장 재발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다‘ 생각하면서 살긴 했는데, 막상 다가오니 겁이 나네요."

"이것 역시 희재 씨도 복용해도 좋습니다. 핵심은 알루미늄이 조금도 들어 있지 않은 베이킹 소다와 메이플 시럽입니다."
"베이킹 소다랑 메이플 시럽이요?"

"일단 물 한 잔을 데웁니다. 너무 뜨겁지 않게요. 한 65도 정도. 그리고 베이킹 소다를 티스푼으로 한 숟갈 넣어 잘 풀어줍니다. 그리고 메이플 시럽을 티스푼으로 세 숟갈 넣습니다. 그리고 전부 잘 섞은 뒤 식전 30분에 마시면 됩니다. 이걸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드세요."

"이건 첫 날 기준입니다. 다음 날은 한 번에 베이킹 소다 두 숟갈, 메이플 시럽은 여섯 숟갈 넣으세요."

"그렇게 아침저녁으로 먹으면 되나요?"
"아니요, 셋째 날은 또 다릅니다. 양은 같으나, 이때부터는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드십시오."

"이건 단순히 연명만을 기대하는 건 아닙니다. 기적이 일어나 완치를 바라고 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효원 씨의 의지가 중요하고요."

"베이킹 소다는 소디움 바이카보네이트가 100%인 것으로 구입하셔야 하고, 메이플 시럽은 유기농 제품으로 B등급을 구입하셔야 합니다. B등급이 A등급보다 단맛이 덜하고 걸쭉하며 향이 진합니다. 씁쓸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요. A등급도 괜찮긴 한데, 색이 어두운 것을 고르세요."

"이게 원리는...... 베이킹 소다로 암세포를 죽이는 것인데요. 메이플 시럽을 더하는 이유는 암세포가 베이킹 소다만 넣어주면 흡수를 하지 않습니다. 암세포가 좋아하는게......"
"당이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메이플 시럽의 단맛으로 암세포를 속이는 거죠. 기왕이면 몸에 안 좋은 설탕보다는 유기농메이플 시럽으로 대체하는 거죠. 메이플 시럽 대신 꿀 같은걸 사용할 수도 있긴 한데, 가능하면 제가 말씀드린 것들 그대로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이게 얼마나 효과를 보일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히 의미가 없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암이 기관 내에 제한돼 있는 경우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간의 경우 직접 접촉되지는 않아 치료 효과가 얼마나 될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아예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직장암을 잡아준다면, 전체적인 신체의 컨디션이 올라가고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온다면, 간도 기대해볼 수 있겠죠."

"간의 70%를 절제하셨다고했죠? 그러고도 이렇게 지내실 수 있는 건 간의 재생능력이 뛰어나기 때문 아닙니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노력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딱 다음 정기검진까지만 해보세요. 그리고 다음 검진때 깨끗하면 베이킹 소다와 메이플 시럽 복용은 멈추셔도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관리법을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단 운동...... 너무너무 힘들어도 하셔야 합니다. 운동을 할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체의 기능이 그만큼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요. 그리고 체온을 올리는 게 중요하기도 하고요."

정효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네, 암세포가 열을 싫어한다더라고요."
"맞습니다. 아마 해보셨으리라 생각되는데, 체외에서 열을 쬐는 걸로는....... 글쎄요,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저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직접 운동을 해서 체온을 올리는 것보다는 효과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열심히 움직일게요."

"그리고 드시면 좋은 것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마늘, 현미, 퀴노아, 브로콜리, 양배추, 무, 케일, 생양파, 등을 드시면 좋은데요. 전부 유기농으로 드시고요."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피해야 할 것들은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그래도 한 번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제된 설탕이나 탄수화물은 무조건 피하셔야 합니다. 과일도 당분이 높은 것은 안 좋습니다. 설탕이 든 탄산음료 같은 건 독이라고 생각하시고요."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나머지는 환자 본인에게 달려 있었고,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는 수밖에.
"정말 감사합니다."
민희재가 고개를 꾸벅였다.

휴일이란 게 거의 없다시피 계속 지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은 쉬고 싶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잠깐 멈추고 싶었으면 이렇게 일을 벌이지 말았어야지.
그렇다고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다.
원해서는 하는 거였고, 그 결과물이 계속 나와주니 하는 맛이 났다.

‘문전박대도 당하셨나요?"
"어휴, 많이 당하죠. 결국은 영업이었잖습니까. 아무리 예의를 갖추고 노력해도 싫어하는 분들은 싫어하시더라고요."

"송이는 어디에 좋습니까?"
"송이요? 일단...... 독버섯은 당연히 제외하고, 버섯 자체가 몸에 좋죠. 칼로리도 낮고, 각종 영양소도 풍부하고, 식이섬유도 꽤 많이 들어 있고요. 버섯에 함유된 에르고스테롤은햇빛에 의해 비타민D로 바뀌어서 장내의 칼슘 흡수도 돕습니다."

"비타민D가 굉장히 중요한 영양소입니다. 실내 활동이 길어진 현대인들의 경우 다수가 비타민D 결핍을 겪고 있죠."

"햇빛을 제대로 받아야 비타민D 수치가 올라가거든요.
면역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심혈관 질환이나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줍니다. 얘기가 조금 다른 길로 샜는데......."

"사실 비타민D 섭취만을 위해서라면 버섯보다는 영양제 하나만 먹어줘도 되는 거지만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자연에서, 자연식으로 얻는 것보다는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말이죠."

"송이버섯도 워낙 귀하고해서 향과 맛을 즐기기 위해 먹는 사치스러운 식품인 느낌이 강한데요. 효능도 뛰어납니다. 일단 항암효과와 면역력증강이 상당히 뛰어납니다. 수많은 버섯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요. 균사체에 있는 다당류 성분인 글루칸이라는 물질이 있는데요, 그게 이러한 효과들을 냅니다."

"몇 가지 더 대표적인 효능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버섯의 구아닐산이라는 성분이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체내 노폐물을 제거합니다. 여러 가지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주죠."

"철분이 많아서 빈혈도 예방하고, 임신기와 수유기에도 좋죠. 피부미용에도 좋고, 소화에도 도움을 줍니다. 이 정도가 대표적인 효과들입니다."

"분명히...... 송이버섯의 효능이 훌륭한 건 맞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맛과 향을 즐기기위해 먹는 거라고 생각해요.
훨씬 저렴한 대체제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렇군요. 그래도 몸에도 좋고 맛도...."

"이야, 소고기 먹는 겁니까? 소고기 사주는 사람은 조심하라던데."
나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왜요?"

"대가 없는 소고기는 없다더군요. 순수한 마음은 돼지고기까지래요."
"푸하하하!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잘 보이고 싶어서 대접하는 거니까."
"에이, 또 무슨 말씀을 그렇게."

원래 일할 시간에 이렇게 긴 식사와 휴식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기분이 좋았다. 여유로움마저 느껴졌다. 조금도 조바심이 나지 않았다. 아마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덕분이리라.
경제적인 부분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득일 거라 생각했다. 모두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 일할 맛이 나야 하고, 원동력이 필요하다.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도 행복해진다.

"응, 저번에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했던 거 기억나지?"
"당연히 기억하지"
"그 이유가 뭐야, 규모가 커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절세를 위해서잖아? 법인리스로 차를 운용하면 비용처리가 가능하거든. 어차피 세금으로 나갈 돈을 차에 쓴다고 생각하면 돼."

"응. 예전에는 어차피 세금으로 나간다고 비싼 외제차 몰고, 스포츠카 몰고 난리도 아니었어. 근데 몇 년 전부터 법이 바뀌어서 비용처리 한도가 천만 원으로 줄어서 어느 정도 네 돈도 들어가지! 그래서 자차로 그냥 모는 것보다는 여러가지로 좀 더 낫다."

"그런데 네가 자차로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돼. 어차피 리스는 이자도 붙고, 이래저래 더 비싼 돈 내고 모는 거니까. 조금이라도 더 싼 걸 따지면 자차가 더 나을 수도 있긴 한데......."

"있을 때 잘 굴려야지, 돈 좀 벌리기 시작했다고 막 쓰고 그러면 인생 조져."
"막 쓰라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투자를 해야지."
"차 모든 게 투자냐?"
"그럼."
의외로 녀석이 단호하게 나와서 당황했다.

"솔직히 속을 까보기 전에는 모른다지만, 사람들은 겉모습 보고 판단하잖아. 네 생김새부터 시작해서 뭘 입고 있는지, 뭘 차고 있는지, 뭘 타는지에 따라 대하는 게 달라져. 여러 브랜드들 내는데, 국산 중형차 같은 거 몰고 다니면 좋게 볼 거 같아?"

오정득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거의 다 안 그래. 무시하지. 네가 모는 차를 자금 운용력이랑 이어서 생각한다. 비싼차 몰면 여유가 있어서 좋은차 탄다고 생각하고, 싼 거 타고 다니면 검소한 게 아니라 돈이 없어서 그거 몬다고 생각해. 사업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억지로 굴린다고 여길 거고."

"무조건 비싸기만 한 외제차를 몰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클래스는 겉으로 드러내야 돼. 안 그러면 몰라. 네가 돈 많은 걸로 엄청 유명한 게 아닌 이상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한다니까."
"그럴 수도 있긴 하겠네."
"진짜로 그래. 너야 방송도 좀 타고 유명세를 타긴 했는데, 그걸로는 부족해. 오히려 더 가십이 되기 쉽지. 이제 돈 떨어졌나 보다, 빛 좋은 개살구였네, 실속은 없네, 돈은 얼마 못 버나 보다. 그런 소리 듣는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터넷 카페에 사실과는 다르게 악의적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린 사람이 나오는데...

이와는 별개로 주인공은 방송에서 만났던 사람 중 1명의 제안으로 그와 함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미팅에서 입지선정, 타겟층 선택, 운영전략 등 사업에 필요한 제반사항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사업추진과 함께 그동안 해왔던 건강상담도 계속 이어지는데 생전 처음 보는 용어나 요법들이 나와서 새롭기도하고 신기했다. 여러모로 유익한 독서다.

이제 이런 일이 일어나도 크게 놀랍지가 않다. 언제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까.

어디나 그렇죠. 이상한 사람들은 이상하고, 괜찮은 사람들은 괜찮고.

"그러니까 괜찮아. 기분은 조금 나쁘지만 뭐......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잘 수습하는 데 집중해야지."

내게 녹음은 완전히 생활화됐다.
이미 녹음 덕분에 위기를 넘긴 적이 있었으니까.
가게 내부에는 CCTV도 있다.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질 수가 없었다.
이 정보들만 풀어놔도 여론이 확 넘어올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이렇게 악의적으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날조했는데 그냥 넘기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냥 넘어가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남의 밥그릇을 걷어차놓고 그냥 넘어가길 바라면 안 되지.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시작하시면 끝까지 가시는 거예요. 뭐...... 일단 고소를 한 뒤에 선처를 하는 방향으로 가는 방법도 있긴 하겠네요.

"일요일인데 괜찮은가요?"
그럼요. 주말이고 뭐고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다 말했다.
"나쁘지는 않은데, 전 아닌것 같네요."
"아직 보기도 전인데 너무 확고하게 말씀하시는 거 아니에요?"
"냉정하게 말해서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세가 너무 셉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원장님하고 이야기를 좀 깊게 나눠야 할것 같네요. 제가 그리는 그림과 원장님이 그리는 그림이 다른 것 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그림의 주제도 같고, 사용하는 도구도 겹치는데, 캔버스지 크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

우선 저도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상가 혹은 주상복합같은 곳을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이 부분은 통했어요. 그렇다면 보다 거기에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자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파는 게 건강 주스잖습니까. 마실 것이 필요할 때 다른 음료들보다 건강하고 맛있게,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이 아침이나 점심 혹은허기질 때 식사를 대신해 가볍게 한 잔할 수 있게, 그렇게 편하게 와서 한 잔 마실 수 있는 음료를 팔고 싶거든요."

"애초에 온라인으로 판매할 건강 주스가 그런 거잖습니까.
일주일치씩 구매해서, 요일별로 하나씩 먹을 수 있는 그런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맞나요?"
"예, 정확하십니다."
"그렇다면 카페에서 파는 것도 그래야죠. 사람들이 와서 죽치고 앉아 있고, 공부도 하고, 그런 카페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계속 손님들이 들어차 있는 걸 원한다면 최대한 넓고 크면 좋겠죠. 이게 제가 말씀드렸던 부분입니다. 생각하는 규모가 다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임대료가 비싼 건 아무 문제가 안 돼요. 그 이상으로 잘 된다면 못할 것도 없죠. 하지만 아직 보장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작은 조금 작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시행착오를 겪어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대표님께서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계시다고 생각했거든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는 합니다. 다만, 지금은 작은 그림들을 여러 점 모아서 크게 만들 때라는 거죠. 저는 최대 10테이블 내외의 작은 규모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회전율을 높이고 싶습니다."

"직원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시네요."
나도혜는 조금 묘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주인의식까지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 가게에서 일하는 게 좋아야 더 열심히 해줄 거라 믿거든요."
"네, 좋은 말씀이에요. 그럼 그렇게 진행하시죠. 저도 처음부터 리스크를 크게 안은 채로일을 진행하기를 원치는 않으니까요. 제가 눈앞에 있는 것도 해결하지 않은 채로 너무 멀리만 내다본 것 같네요."

"저는 일단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시작해야 된다고 보거든요."

"온라인 사업이 일단 커지면 카페 사업도 자연스레 잘될 확률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카페는 온라인 사업을 위한 발판이 될 수도 있고요."

"온라인 사업이 먼저 아닌가요?"
"제가 말을 조금 이상하게 했군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시험대로 딱입니다."
"시험대요?"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예, 저희들끼리 정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선택을 해볼 수 있는 거죠. 한정판매로 새로운 음료를 카페에서 팔아보고, 실제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에 따라서 온라인 메뉴에 추가될 수 있겠죠."

"방금 말씀하신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프랜차이즈 커피숍이라는 점도 걸리고요."
나는 남은 커피를 싹 비우고는 말을 이었다.
"거기가 정말 잘 된다면 가게를 뺄 리가 없잖습니까. 권리금도 붙을 수밖에 없고요. 개인적으로 권리금이 없는 곳을 원하기는 하는데, 카페였던 곳으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카페가 없던 곳으로 혹은 오히려 카페가 계속 남아 있는 곳에 들어가는게 낫다고 봅니다."

"저는 가능하면 주상복합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엄청 큰 규모보다는 동네 주민들의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요. 유동인구야 당연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그렇게 되면 투자금이 늘겠죠. 그리고 가능하면 피부과 같은 병원이 있는 건물이었으면 합니다"
"피부과는 왜요?"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다양한 병원들이 요즘 비만 관리, 다이어트 등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를 보잖습니까?
아니면 관리샵도 괜찮겠죠. 그런 곳들과 일종의 협력업체 관계를 맺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협력업체라고 하면 뭔가 거창하게 들리실 텐데, 사실 좀 단순한 겁니다."
"어떤 건데요?" "간단하게 예를 들어서 해당 병원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나 시술 따위를 수십만 원 결제한다면 저희 카페에서 주스 몇 개를 마실 수 있는 쿠폰같은 걸 증정한다면 분명히 시너지가 있을 거라고 보거든요."
"아하....."

"병원에서 여러 가지 치료와 관리도 받고, 생활습관이나 식이 조절도 도와주시면서, 복용하는 약이 생기잖습니까. 건강 주스에서 메리트를 느끼려면, 가능하면 따로 먹는 보조식품 혹은 복용하는 약을 판매하지 않는 곳과 연계해야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행이네요."
"뭐가요?"
"원장님께서 제 의견을 존중해 주셔서요. 생각도 맞는듯 하고요."
나도혜가 빙그레 웃었다.

"하하, 하하하하."
싸해질 것 같은 분위기에 웃음을 끼얹었다.

"그런데 한가지는 충족이 안될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이요?" "임대료요. 피부과 같은 곳이 들어가 있는 주상복합 혹은 아파트 주변 상가라면 임대료가 오히려 기존에 말했던 곳들보다 더 높을 수도 있어요. 규모가 작아도 말이죠."

이번에는 나도혜가 단호하게 나왔다. 다른 부분들에서 물렁물렁하게 전부 내 의도대로 넘어가주는 대신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걸로 보였다. 실제로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기도 했고.
"알겠습니다."

"타겟층이 확실한 이상, 집중 포화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기본은 동기부여입니다. 일을 더 열심히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원장님 돈도 들어가지만, 제 돈도 들어갑니다. 당연히 성공시키려고 하는 겁니다. 그냥 제 가족이라고 점장 자리에 앉힐 리가 없잖습니까? 말아먹으면 끝인데. 잘할 것 같으니 시키는 겁니다. 제 가족 챙기고 싶으면 그냥 용돈 두둑하게 주거나, 편한 일 하나 쥐어주고 월급 많이 챙겨줬을 겁니다."

건강상담의 기본은 건강이 크게 나빠지기 전에 잘 관리하여 큰 병으로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 절반 가까이가 이미 큰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현대의학으로 제대로 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는경우가 많았다.
근래 들어서 해외에서도 대체의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였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아예 난치병이나 불치병인 경우도 있지만, 원인 상세 불명의 질환들도 많았다.

사과, 블루베리, 비트를 넣어 만드는 퍼플 주스.
사과, 케일, 키위, 로메인을 넣은 그린 주스. 청포도, 시금치, 애플민트, 케일, 로메인을 넣은 슬림 그린 주스.
사과, 샐러리, 파인애플, 레몬이 들어가는 골드 주스.
사과, 토마토, 비트, 요거트가 들어가는 레드 주스.
사과, 오렌지, 자몽이 들어가는 옐로우 주스.

"카페에서 파는 건 제일 인기 많은 것들 몇 가지 골라서 조정 좀 해야지. 메뉴 너무 많으면 재료 관리가 힘들 거야.
재료가 겹치는 것들은 괜찮겠지만."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게 설렜다.
일이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전에는 상상도 못 했다.

"일단 주사도 홍조도 대표적인 원인이 모세혈관의 확장인데요. 모세혈관이 확장된 원인은 또 다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위장이 나쁘거나, 모낭충이 많거나, 얼굴에 기름기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요."

"아, 가끔 열감이 있을 때도있어요."
"어떨 때요?"
"이게 병원에서는 연관이 없다고 딱 잘라 말씀하시는데,
공복이거나 과식했을 때 얼굴에 열이 올라요. 빨개지고. 다른 걸로는 스트레스 받을 때나 갑자기 추워지고 더워지고 그러면 또 그렇고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는 일종의 버릇처럼 됐다. 가만히 뻣뻣하게 있는 것보다는 이러한 제스처를 취했을 때 사람들이 훨씬 더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상담을 해주는 사람이 동의하고 수긍한다고 여겨서인지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때로는 이야기를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벌써 해결책을 얻은 양 얼굴이 밝아지는 모습도 보인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반대로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아파진다. 혹은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파지기도 한다.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 다수가 이미 몸으로 겪는 고통으로 인해 마음도 아픈 경우가 많다.

"우선...... 지금 위가 많이 약해지셨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복 혹은 과식 때 얼굴이 붉어지는 걸로 봐도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겠죠. 헬리코박터균이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그게 얼굴을 붉어지게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사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됐다고 무조건 치료를 받아야하는 건 아닙니다!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요.
보통 위궤양과 같은 관련 질환이 있을 때 치료를 하죠. 하지만 지금 의심되는 문제가 있으시니까요."

"그리고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지금 홍조 때문에도 스트레스가 크실 거예요.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안 받으셔야 합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니까요. 거기에만 신경 쓰지 마시고, 즐거운 일을 찾아서 보다 즐겁게 지내세요."
"노력해 볼게요."

"그리고 여러 가지 버섯들이나, 바나나, 지방이 적은 돼지고기, 달걀, 참치, 오렌지, 브로콜리 같은 것들도 드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당연히 전부 적당량 섭취를 하셔야겠죠?
기본적으로 비타민B가 풍부한 식품들입니다."

"규칙적으로 생활하셔야 합니다. 늦어도 자정 전에는 주무세요. 9~10시 정도면 더 좋고요. 그리고 꼭 8시간 이상 주무세요. 최소 7시간 반. 그리고 최대 9시간 까지요."
"네, 홍조만 나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다 할 거예요."
나는 피식 웃었다.

피부가 약간 완화되는 것 같으면 그때부터는 오일 세안을 해주세요."
"오일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순한 제품들 많거든요. 1분 정도, 최대 3분 이하로 오일 세안을 하시면 도움이 될겁니다. 호호바 오일 같은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보습은 씨벅톤 오일과 비타민K 크림을 사용하시면 호전을 기대해보실 수 있을 겁니다."

"홍조가 생기신 지 벌써 2년이 넘으셨잖아요?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스트레스를 안 받고 지속하는 게중요합니다."

"운동도 꼭 하시고요. 땀을 흘려서 열을 배출해 줘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그럴 수 있거든요."

여기서 어물쩍 넘어갔다가는 나중에 또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뭐든지 시작이 중요하다. 여기서 싹을 뽑아내야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듯하다. 무조건 봐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착한 거랑 호구 같은거는 다르다.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악의적으로 밥그릇을 걷어차려고 한 걸 그냥 넘어간다? 그건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민이 된다. 망설이는 찰나, 언젠가 작은아빠가 내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어설프게 할 거면 처음부터 건드리지를 마라. 조지려면 제대로 조져라. 아니면 잊어라.‘

이미 일을 벌였다. 처음부터 입장만 밝혔다면 모를까,
고소를 해놓고 취하하는 건 아닌 듯했다.
칼을 뽑아 들었으면 무라도 베어야지.

지금의 논란으로 웰웰에 오지 않을 사람이면 처음부터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온다고 해도 트러블만 만들 진상들뿐이겠지.
마음이 금세 단단하게 굳었다.
"사과는 하시니까, 받겠습니다." 
내가 말하자 이상엽과 정영신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잘못하신 거니까 그에 대한 벌도 달게 받으십쇼. 진짜 잘못했다고 느끼시면 그 대가도 치르실 줄 아시겠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인공 회사의 직원인 노우민의 엄마인 김현자 라는 사람이 4기 암에 걸려있는 상태인데, 현대의학으로 모든 수단을 써봐도 딱히 진척이 없자 주인공의 민간요법을 수행해보기로 하는데 예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은 김현자가 주인공의 말을 좀 더 신뢰하면서 주인공의 지시사항을 따르게 된다.

밑줄친 민간요법 내용 중에 토마토를 삶아먹으면 라이코펜(?)흡수율이 올라간다는 거나 양파를 하루에 반개씩만 먹어도 보약보다 낫다는 얘기는 여기서 처음 본 내용인데, 신빙성(?)을 위해 인터넷 검색창에 쳐보니 진짜 근거있는 내용으로 나와서 다시 한 번 놀랐다. 작가님의 배경지식이 어디까지 있는 분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가장 끌리는 방향으로, 해보실 수 있는 건 다 해보셔야죠. 옳다고 생각하시는 방향으로 가셔야 돼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적입니다. 계속 웃으실 수 있길 바랍니다."
후회가 남지 않아야 한다.
그나마 인간으로서 기적을 바랄 수 있는 부분이라면 스스로 치유가 되는 것뿐이다.

"기존에 알려드린 것 외에 몇 가지 더 알려드리려고 해요. 우선순위는 없습니다. 어머님께서 가장 잘 드실 수 있는 걸로 드세요. 가능하면 골고루 잘 드셔주시는 게 가장 좋지만, 일단은 음식의 양이 우선입니다. 몸에 힘이 있어야 암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네, 확 느끼고 있어요. 식사도 제대로 안 하면서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완벽한 약만 찾고 있었던 거 같아요."

"먹을 것으로는 일단 아침마다 토마토 주스를 드셨으면 합니다."
"토마토 주스요?"
"네. 그런데 그냥 토마토가 아니라, 삶은 다음에 드셔야 됩니다."
"아, 그거 알아요. 그래야 라이코펜 흡수율이 올라간다고."
"맞습니다. 그냥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떨어지는데, 열을 가하면 흡수율이 올라갑니다. 또 기름에 익히는 방법도 좋아요."

"그런데 기름은 안 좋지 않나요?"
"순수한 올리브유라면 괜찮습니다. 소량의 올리브유에 토마토를 가열해서 드시면 좋을것 같아요. 소스를 만드시거나해도 좋겠죠. 이쪽으로는 우민이한테 물어보셔도 여러 가지레시피가 나올 거 같네요."
"저희 아들이 요리를 잘하긴 하죠."

"주의하실 점은 올리브유에 열이 가해지면 오히려 몸에 악영향을 끼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저온으로만 조리를 하세요."

"그리고 현재도 드시고 계시지만, 양파는 가능하면 빼놓지 않고 드셨으면 해요."
"양파요?"
"네. 양파를 하루에 반개씩만 먹어도 보약보다 낫다는 말이 있거든요. 그러니 꼭 챙겨드세요."
"네, 그럴게요. 양파는 제법 잘 먹히는 음식이기도 해서 어렵지 않을 거 같아요. 토마토도 원래 좋아하고요."
"다행이네요."

김현자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최근에 제가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본 게 있는데요. 이걸 먹고 말기 암환자가 완치됐다는 얘기가 있어서......."
"어떤 거죠?"
"강아지 구충제가 암에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봤어요.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강아지 구충제가 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화제가 된 이유는 외국의 한 암환자가 수의사에게 조언을 받으면서부터였다.

"하지만 당장 드시는 걸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나의 말에 김현자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왜요? 효과가 있는 거 아니에요?"
"일단....... 최근에 워낙 화제가 되고 있어서 저도 관심이 크고, 나름대로 많이 알아봤는데요. 완치자의 경우 이 강아지구충제와 비타민E와 커큐민 그리고 CBD 오일이라는걸 함께 섭취했다고 하고요."

"몇 년 전에도 이 강아지 구충제가 속한 벤지미다졸 계열의 약물은 어느 정도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국내 보도 자료들도 있죠. 이 효과가...... 쉽게 말해서 암세포가 좋아하는 당 섭취를막아서 굶겨 죽인다고 보는 거죠."
"그럼 저도 먹으면 좋아질수 있지 않을까요?"
"장담은 할 수 없죠. 정말 좋아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어요."

"그 독한 항암치료도 했는데, 이것도 시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일단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이뤄진 연구는 전부 세포를 대상으로 한겁니다. 인체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모릅니다.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기에 추천드릴수는 없습니다. 효과가 있다고하는 의사들이나 약사들도 같은 의견이고요."

"특히 간과 신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완치를 한 사람은 목소리를 내지만, 죽은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절대 하지 말라는건가요?"
"지금으로서는 그렇습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암을 비롯하여 생명을 위협받고 있거나, 큰 고통을 주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가능성만 있다면 개똥도 약에 쓸것이다. 그 간절함을 어느 정도는 알기에 마냥 말리는 것도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나는 한숨을 내쉰 뒤에 말을 이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따로 드릴 말이 없습니다. 모든 건 어머니의 선택이니까요."

"결국 몸에 독을 줘서, 암세포와 경쟁을 벌이는 거잖습니까. 내 몸이 먼저 죽는지, 암세포가 먼저 죽는지. 사실 항암치료도 비슷한 기전이지만요. 표적 치료제들도 100% 암세포만 공격하지는 않으니....."

"급박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하지만 이따금씩 멀쩡한 동아줄을 놔두고 지푸라기를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가 무엇이 지푸라기이고 무엇이 동아줄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전부 동아줄일 수도 있고, 전부 지푸라기일 수도 있겠죠."

건강이 최고다. 예전에는 영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돈만 있으면 최고라고 생각했다.
돈으로도 건강을 살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재벌도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건강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시한부를 선고 받은 사람은 말 그대로 빠르게 다가오는 죽음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그 와중에 주사위를 한 번 더 굴릴 수 있는 기회가 왔으니 안해볼 수가 없다.

그 간절함을 아는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모르기에 그런 것이다.
모르니까.

눈을 뜨자마자 스트레칭부터 한 뒤, 가볍게 가글을 한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는 다시 한번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샤워를 한 뒤에 유산균을 먹는다. 위에 부담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아침식사를 하고는 영양제와 즙을 챙긴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세상에 돈이랑 선물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법.
박종만이 웃는 얼굴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형편이 좋아지고 난 뒤로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는 말이 진짜였다는 걸 자주 느낀다.
무언가를 베푼 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큰 보상이 따르기에 결국 받는 거라 볼 수도 있지만.

바늘에 실이 따라가듯 건강산업 또한 커지고 있었다.

삶에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는데, 근래 들어서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엄청난 변화 하나가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인생에서 한 문장이 사라졌다.
심심하다.
심심하다는 감정이 든 적도 없었고, 심심할 틈도 없었다.

내가 자신감을 불어넣을 방법은 없다. 스스로가 느껴야한다. 느끼기 위해서는 일단 시작해야 가능하다.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는 없지만, 강력한 동기부여는 가능하다.

"저도 대인관계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사람들은 한도 끝도 없이 이상하니까요."
나는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다."

"무슨 일을 해도 사람들하고 엮이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 그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일이 있을까? 진상 보존의 법칙 알지? 어디를가도, 어떤 상황에도 누군가는 너에게 진상이게 마련이야. 그리고 지금 너와 나 관계도 그래."
나는 조금은 쓴 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가 성실하게 잘하고 있어서 뭐라고 할 일이 없긴 했지만, 언제든 그럴 수 있는 거야. 미친놈이야 당연히 피해야 겠지만, 세상사람 전부가 너랑 잘 맞을 수는 없잖아."

"반대로 내가 뭔가 잘못됐으면, 네가 나한테 뭐라고 할수도 있지."
"그래도 사장님한테......."
"네가 나를 단순히 고용인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인간적으로 생각해 준다면, 그럴 수 있지.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 움츠러들지 말라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래? 할 거야 말 거야?"
노우민은 잠시 머뭇거리다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입술을 잠깐 오므리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하고 싶습니다. 해보고 싶어요."
"해보겠다는 말은 하지 마.
확실하게 딱 말해."
"하겠습니다."
"그래."

"진작 그래야지 인마. 기회란 게 맨날 오는 줄 아냐? 앞에서 살짝 흔들리는 게 보이면 바로 콱 잡아야 되는 거야."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해보자."
서로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어느 정도 문제들도 발생할 게 분명했다.
노우민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하고든 그랬다.

사람과 사람이 얽히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화에서조차 갈등이 빚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갈등이라는 실타래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결과는 분명히 달라진다.

"잠을 못 자니까 면역력이 떨어지지. 하루에 최소 7시간은 자야 돼. 사실 8시간씩 자는 게 가장 좋기는 한데......."

"바쁠 때는 안 되지만, 평소에는 최소 7시간은 자려고 하지. 대신 깨 있을 때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고 하고."

"그래, 자기 몸도 못 챙기면서 다른 사람 건강 신경 쓰는건 웃긴 거지. 너도 마찬가지야. 사회 생활할 때는 건강도 자기 관리야. 무슨 말인지 알아?"

현재 강인나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민간요법은 다소 생소한 것이었다.
독일의 민간요법이었다.
200ml 컵에 1/3을 레몬즙, 설탕이나 꿀을 1/4 채운 뒤 독한 술을 적당량 따른다. 레몬즙과 설탕을 채운 것의 1/2에서 1/3 정도면 적당하다.

이 독한 술을 마신 다음에는 두꺼운 이불을 덮고 땀을 쫙 빼며 잔다.
이렇게 하면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열이 있을 때, 가볍게 땀을 흘려서 열을 내릴 수 있긴 했다.
하지만 너무 땀을 뻘뻘 내려고 한다면 우리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는 도중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발한작용을 방해할 수도 있어서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욕을 먹을 거면 계속 앞에서 헛소리를 하게 놔둘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 기억 안 나세요?"
무심코 말을 던졌다.
아니, 하고 싶어서 했다.
너무 싫어서.

"아......."
정영신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갔다.
본인도 알고 있었다.
저 표정을 보니 역시 사람은 죄를 짓고 살아가면 안 된다는 것을 느낀다. 얼마 전에나도 논란에 얽히면서 느끼기도 했고. 어쩌면 정영신은 나를 알아봤는지도 모른다.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할 거라 여겼을지도.

정영신은 나가면서도 꽤나 꺼림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마 본인도 면접에서 떨어졌음을 느끼고 있겠지.
소소한 복수와 권력의 맛을 봤다.
시원하긴 한데, 그리 달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이 인체에 필수인 것처럼, 내게 필요한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