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은 알레스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욘 포세 지음, 정민영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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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는데 주인공은 욘 포세라는 작가였다. 노르웨이 출신의 작가라고 하는데 이 바닥에서는 꽤나 유명했다고들 하는데 독서력이 미천한 나같은 사람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작가여서 이 참에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게도 가까운 도서관에 욘 포세의 책이 몇 권 있길래 대출을 할 수 있었다. 대출한 책들 중에 이 책이 가장 얇아서 부담없이 이 책 부터 읽어보기로 선택하고 읽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서술되는데 책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비슷한 말이 쉴새없이 반복되고 일반적인 문장서술방식이 아닌 약간은 독특한 방식으로 텍스트가 쓰여있어서 처음 몇 페이지는 이게 무슨 내용인가 하면서 약간은 벙 찌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꾸역꾸역 읽어나가면서 내용과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글이 조금씩 제대로 읽히기 시작했다. 근데, 이렇게 좀 읽히는가 싶다가도 갑자기 뭔가 의식의 흐름을 내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글의 맥락을 놓치는 경우도 발생했던 거 같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본문을 다 읽고 나서 뒤에 있는 작품 해설과 작가 소개란에 나와있는 글과 배경지식들을 읽으면서 내가 꾸역꾸역 읽어나갔던 본문 내용들의 퍼즐이 하나씩 하나씩 맞춰진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 이 작품은 의식의 흐름이라는 것을 알고 글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에 평이 상당히 상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의식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꿰어나가며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작가의 서술방식에 찬사를 보낼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못한 독자들에게는 작가가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건지 파악하는 것이 조금은 힘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 경우에는 후자 쪽에 좀 더 가까웠던지라 본문을 꾸역꾸역 다 읽고나서 뒤에 나오는 작품해설과 작가 소개란에 나오는 설명을 참조하여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조금은 늦었던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꾸역꾸역 읽은 보람은 있었던게, 책 뒷면에 나오는 설명들을 참조해서 내가 읽었뎐 본문 이야기의 내용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기에 거기에 위안을 삼아 보려한다.

또한 단순히 본문 내용이 주는 메시지 뿐만 아니라 이 책에 나와있는 작가소개란을 통해 욘 포세라는 작가에 대한 다양한 배경들을 알게 되어서 동 작가의 다른 작품을 접할 때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것이 수월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거는 일종의 부산물 같은 느낌으로 얻어가는 거 같다.

작가 설명에 따르면 욘 포세의 작품은 모두 이래저래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데 예전에 읽어봤던 한국 작가들 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작가들이 있었던 기억이 있기에 흥미로웠다. 외국이나 우리나라나 작가들의 성향이 조금씩 다른듯 하면서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느끼게 만든 듯 하다.

욘 포세의 다른 작품도 읽어 보면서 이 사람의 생각에 대해 좀 더 알아갈 시간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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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0-09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노벨상 수상자의 책을 벌써 완독하셨군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09 21:33   좋아요 1 | URL
아 이게 책이 굉장히 얇아서 비교적 금방 읽었습니다ㅎㅎ 책크기도 조그마한데 분량도 120쪽 정도 밖에 안되더라구요. 제가 읽었던 기존의 책들과는 약간 다른 느낌의 서술처럼 느껴져서 생소한 감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느낌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저 사람은 알레스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욘 포세 지음, 정민영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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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흐름을 알 듯 하다가도 가끔씩 놓치는 느낌이 들어서 좀 난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뒤에 나오는 작품 해설과 작가 소개란을 읽어보면서 내가 꾸역꾸역 읽었던 텍스트들이 전반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서술하는 의식의 흐름은 결코 평범하지 않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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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세의 작품이 주로 다루는 것은 가족 관계와 세대 간의 관계를 통해 볼 수 있는 인생, 사랑과 죽음 같은 우리 삶의 보편적인 모습들이다. 그의 작품에는 너무나 평범해 보이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삶의 그림들이 단순한 구조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그림에는 많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며,
항상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버지, 어머니, 아이, 남자(남편), 여자(아내), 소년, 소녀 그리고 배경으로 이웃이 때때로 등장한다. 이들 대부분은 이름이 없으며 고유한 성격도 없다. 인물들은 항상 단순한 일반인이며, 그들의 관계는 한눈에 파악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평범함과 보편성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성찰하게 만든다. 포세가 만들어 내는 인간관계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는 그 관계를 철저히 관찰하고 파악해 낸다. - P113

포세는 이렇게 말한다.

작가로서 내가 흥미를 갖는 것은 심리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성격의 원형을 묘사한다. 나는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묘사하고 싶다. 정체성이 아니라 여러 관계들이 우리의 삶을 조종한다. (…) 내게 문제가 되는 것은 인물들이 서로에 맞서 어떻게 구성되는가, 그들이 그들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가, 그들 사이에는 어떤 소리가 존재하는가다. - P114

포세의 작품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영역, 그 영역 내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움직인다. 그만큼 포세가 드러내는 현실은 때론 극단화되어 있기도 하지만 구체적이다. 굵은 윤곽으로 이루어진 담담한 그림, 그 사이의 여백에인간의 삶이 가진 구체적인 모습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현대인이 만들어 내는 의사소통 부재의 사회적 관계이기도 하며 인간 의식 속에 존재하는 무형의 원형질이기도 하다. - P114

포세의 인물들은 대부분 아웃사이더라 할 수 있다. 이들에게서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내면의 방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고독하고 고립된 상태에서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어 있다. 특별한 사건은 드러나지 않으며 인물들은 자신의 삶자체를 깊이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사랑에 대한 그리움, 만남과 헤어짐, 상실의 경험, 불안, 죽음 그리고 자유에 대한 갈망과 같은 인생의 일면을 만난다. 포세가 그려 내는 이러한 삶의 모습은 누구나 겪고 생각할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 독자는 그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며 깊은감정이입의 순간을 경험한다. 그러나 포세의 이야기는 단순히 피상적이고 가벼운 삶의 단면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
본질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기에 이를 통해 독자가 만나는 삶의 성찰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 P115

"내가 쓰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 P115

각각의 텍스트가 드러내는 세밀한 세계는 그 고유성을 지니고 있어 독자는 유사한 주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사유할 기회를 얻는다. - P115

나타내지 않고 감춤으로써 표현과 의미의 확장을 이루고자 하는 미니멀리즘 전략은 포세의 언어에서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해 있다. - P116

또한 중간에 자주 끊기는 문장, 반복되는 문장은 그의 언어적 특징에 속한다. 이 끊김과 반복의 리듬은 평이한 단문을 아름다운 시의 언어, 음악의 언어로 바꾸어 놓으며 침묵의 순간들은 내적인 빈자리를 형성한다. 이는 포세가 10대 시절, 거의 광적으로 빠져들었던 음악적 경험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P116

나는 일찍부터 아주 집중적으로 음악을 연주했다. 록밴드에서 그리고 그 밖에 고전음악을 바이올린과 기타로,
하루에 여섯 번 내지 일곱 번씩, 거의 병적이었다. 나는 형편없는 음악가였고, 열여섯 살 때 음악을 그만두었다.
(・・・) 언어 자체는 물론 음악이 아니다. 단어들은 그것들이 의미하는 바를 의미한다. 이야기가 있고 인물이 있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쓸 때 그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대신 일종의 음악적 구조에 빠져든다. - P117

포세의 언어는 그가 성장한 곳이 피오르드 해안의 조용한 작은 마을이었다는 점과도 관련 있다. 그의 마을 사람들은말을 많이 하지 않았고 감정을 직접 표현하지 않았으며 그런 곳에서 성장한 것이 자신의 언어에 영향을 주었음을 포세는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인물들은 말해지지 않은것을 듣는다. 독자에게도 말해지지 않은 것이 들린다. 그 울림이 가슴을 채우는 충만의 순간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 P117

이 같은 포세의 고유한 언어는 소설로 보자면 숨 막힐 듯 팩빽한 과잉의 설명과 인위적 스토리텔링으로 가득한 현대소설에 새로운 소설 언어를 제시한 것이며, 희곡으로 보자면현란한 이미지와 물질성으로 가득 찬 현 시대 희곡의 흐름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언어 예술로서 희곡의 회복을 의미한다. - P118

포세의 성장 배경은 그의 언어뿐만 아니라 작품 배경에도 그대로 이입된다. 그의 많은 작품에 배경이 되는 곳은 피오르드의 자연이다. 바다와 해안, 외부와는 격리된 외딴집 그리고 여기에 긴 세월을 담고 있는 오래된 사물들이 존재한다. 다시 포세의 말을 들어 보자.

내가 쓰는 모든 것의 토대가 되는 것은 해변의 바에서 들려오는 소리, 가을의 어둠, 좁은 마을길을 걸어 내려가는 열두 살짜리 소년, 바람 그리고 피오르드를 울리는 장대비, 불빛이 새어 나오는 어둠 속의 외딴집, 어쩌면 자동차 한대가 지나간... 이러한 것들이다.

이렇듯 포세의 텍스트에 담겨 있는 공간은 인위적인 사회의 관습과 제도, 의무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 내는 억압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공간이다. 이 공간에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며 인물들은 자신의 근원적 존재에 대한 의미를 생각한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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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0-09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서재로 들어오니 스킨이 ㄷㄷㄷ 네 곧 쌀쌀해지고 크리스마스가 오겠지요 ㅎㅎㅎ

즐라탄이즐라탄탄 2023-10-09 21:52   좋아요 1 | URL
랜덤스킨으로 해놨는데 이렇게 나오네요ㅎㅎ
 

부부생활에 고민이 생긴 30대 중반의 한 남성이 찾아오는데, 주인공이 부부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식품들을 이것저것 추천해준다. 또한 수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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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야기에선 20대 초반의 여성이 등장하는데, 고3과 재수 생활을 거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푼 나머지 살이 급격하게 쪄서 고민하다가 주인공에게 건강상담을 받으러 온다. 주인공은 디테일하면서도 약간은 따끔하게(?) 상담을 해주는데...

그렇게 노우민의 양손에 케이크와 빵, 음료를 잔뜩 들려보냈다.
받는 기쁨보다 나누는 기쁨이 더 크다는 것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네, 네. 잘 찾아오셨습니다. 현재 겪고 계신 어려움은 식습관이랑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으로 개선하실 수 있습니다."

하긴, 단순히 신체적인 부분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자로서의 자신감과도 직결되니까.
나는 펜을 쥐며 입을 열었다.
"우선 아보카도가 좋습니다."

"아보카도요? 몸에 좋은 건알고 있는데......."
"네, 그렇습니다. 숲속의 버터라고도 부르죠. 불포화지방이 많아 심장과 혈관에 좋은데요, 튼튼한 심장과 원활한 혈액순환이 성기능에 도움을 줍니다. 실제로 고질적인 심장질환을 겪는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기부전의 위험이 50% 이상 높습니다."
"그렇군요."

"다음으로는 아몬드를 하루에 10알에서 많게는 20알 정도 챙겨드시면 좋습니다. 견과류가 몸에 좋은 것도 알고 계실 텐데요. 아연, 셀레늄, 비타민E가 풍부한 아몬드는 생식능력에 도움을 줍니다. 또한 성욕 자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즘 딸기 철이죠? 딸기도 도움이 됩니다. 딸기에 비타민E와 엽산이 풍부한데요. 엽산이 남자의 정자 수와 연관이있다고도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아연의 경우 정자의 운동량과 깊은 관계가 있고요."
"둘 다 꼭 먹어야겠네요."

"그렇죠. 이 아연과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굴입니다. 서양에서는 굉장히 고급음식인 굴이 한국에서는 저렴하잖아요? 근데 성생활에도 도움을 줍니다. 다만, 쉽게 상하는 음식이고 하니 생으로 드실 경우 반드시 신선한 것을 드세요. 요즘은 노로바이러스와 같은 문제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루꼴라도 좋습니다. 1세기부터 흥분제로 사용됐다는 말이 있을 만큼 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채소입니다. 미네랄과 항산화제가 풍부하여 기본적으로 몸에도 좋고, 노폐물 배출에도 도움을 주거든요."

"무화과랑 감귤도 도움이 됩니다. 지금까지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오메가3가 풍부한 식품들, 비타민과 엽산 그리고 아연 등이 포인트입니다."
"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기찬 씨의 경우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원인들이있는 듯합니다."
"네? 근본적으로요? 어디가 안 좋은가요? 어떻게 아시죠?"
"평소에 몇 시간이나 주무시나요?"
"저요? 요즘은 좀 바빠서 짧으면 4시간, 길면 6시간 정도 자는 것 같습니다.
"그게 굉장히 큰 원인입니다."
방기찬은 머쓱한지 괜히 뒷목을 어루만졌다.

"수면은 우리의 건강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린 음식들을 전부 다 챙겨 드시는 것보다 충분한 수면시간부터 확보하시는 게 우선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죠?"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있나요."
"그래도 그 스트레스를 확실하게 풀어주고, 편안한 마음을 갖는게 중요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죠.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사실 말씀을 드리면서도 어떻게 생각하실지 압니다. 세상에스트레스 없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스트레스라는 걸 받기싫다고 안 받을 수도 없고요.
하지만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건강이 확 달라집니다."
"네, 네."

"조금 전에 말씀드린 수면도 큰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수면이 부족한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말이죠. 게다가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되기도 하고요. 가능한 푹 주무시고, 스트레스를 푸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너무 부담을 가지시면 더 그럴 수 있습니다."
"예?"
"내년에 아이도 계획하고 계시고 여러 가지로 조바심을 내시는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방기찬 씨는 그런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발기부전 환자들 중 다수가 심인성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그 부분에 집중하고, 걱정하면 더 안 될 수가 있습니다."
"네, 네. 좀 그런 것 같습니다. 부담도 있고요."

"잠 푹 주무시고, 적당한 운동 그리고 식사 챙기시면서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그럼 아무 이상도 없으실 겁니다."
방기찬이 활짝 웃었다.
"그렇겠죠?"
"그럼요. 금세 강한 남자로 거듭나실 수 있을 겁니다."
"꼭 그래야죠! 정말 감사합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들을 알려드리는 것뿐입니다."

기다림.
삶은 언제나 기다림의 연속이라고들 말한다. 어느 정도 공감한다.
하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이전의 나는 언제나 기회가 오면 잡으려고 기다렸다.
하지만 끝까지 오지 않았다.
아마 할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도 기다리고만 있었겠지.
원하는 게 있으면 움직여야한다.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질때까지 입을 벌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직접 작대기를 들고 감나무를 쳐서 감을 떨어뜨려야 한다.

"피부에도 시간을 줘야 합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려서 현재 피부 안쪽을 지방이 채우고있어요. 그런데 이 지방이 갑자기 빠져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가죽이 남겠죠? 그게 늘어진 채로 남는 거예요. 한 번 그렇게 된 피부는 되돌리기 힘들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천천히 빼시면 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살을 찌워오셨죠? 평생 쪘던 살, 그리고 2년동안 갑자기 붙은 살. 그럼 빼는 시간도 비슷하게 투자해야 되지 않을까요?"

"평생 관리는 해야죠. 근육량을 늘리면서 지방은 줄이고,
그렇게 천천히 살을 빼는 겁니다. 그럼 피부도 탄력을 유지한 채 줄어들 시간을 가질 수있겠죠. 현재 103㎏이라고 하셨죠? 한 달에 2kg씩만 빼면 2년에 48kg입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첫 3개월 정도까지는 살이 비교적 빨리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첫 달에 그렇죠. 그럼 첫달에만 4kg를 뺀다고 생각하고, 나머지는 2㎏씩, 2년 동안 50kg를 뺀다고 생각해요. 103kg에서 50kg 빼면 몇 ㎏이죠?"
"53kg요."
"그 정도면 충분히 목표에 다다르는 걸까요?
"그렇죠.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죠."

"키가 164cm에 53kg이면 지극히 정상 체중이잖아요? 게다가 운동까지 하면서 관리하면 체지방량은 평균보다 낮아질 수 있습니다. 2년이에요. 다이어트는 장기적으로 계획을 잡고 작은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가며 쭉 해야 합니다. 첫 달에 4kg, 매달 2kg씩이요."

"일단 운동이 필수입니다. 식단 조절은 당연한 거고요.
첫 달만 4kg, 한 달에 2㎏씩 빠지는 걸 유지하면 돼요. 중간에 좀 더 많이 빠지는 달도 있을 거고, 체중이 줄어들지 않을 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신경쓰지 마세요. 이건 최종 목표에 이르기까지 계단식으로 설명을 드린 것뿐입니다."

"거울을 보면 가장 정확하잖아요. 체중이 50kg든 80kg든 100㎏든, 스스로가 거울을 봤을 때 가장 보기 좋은 몸매가 돼야죠. 안그래요?"
"맞아요."
"같은 체중이더라도 골격이 어떤지에 따라, 타고난 체형,
그리고 근육량과 체지방량의 비율에 따라 몸매는 천차만별이에요."

"일단 커다란 계획은 이렇게 잡고 가시는 거예요. 장기적으로, 식이 조절을 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진희 씨 같은 경우는 아직 젊기 때문에 천천히 다이어트를 하면 늘어지는 피부 없이 건강하고 예쁜 몸을 만들수 있습니다. 그러니 꾸준히 하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운동은...... 어떤 걸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뛰어야겠죠?"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뛰고 그러면 오히려 안좋을 수 있어요. 특히 진희 씨의 경우 과체중이기 때문에 무릎 같은 곳에 무리가 갈 수도 있고요. 빠른 걷기로 충분합니다."

"빨리 걷기만 하면 되나요?"
"당연히 아니죠."
"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세요. 헬스요."
"헬스요?"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말했다.
"네, 다양한 운동들이 있지만 몸매를 만드는 데는 헬스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다른 운동들은 각자의 목적이 있어요.
공을 차든 던지듯 치든 아니면 특정한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든..... 운동의 목적이 분명하게 있죠. 헬스는 운동자체의 목적이 몸매를 만드는데 집중돼 있습니다. 단순히 몸매 만들기와 건강을 위해서라면 헬스를 하세요."

"그 사람들이 바보 같은 겁니다."
"네?"
"헬스장에 온 살이 찐 사람을 놀리는 사람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구직 센터에 간 사람을 비웃는 것과 같습니다.
목이 말라서 물을 사러 간 사람을 비웃는 것과 같고요.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지금의 몸은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요."

"지금 피 검사를 하시면 혈당 수치랑 요산 수치가 높게 나올 겁니다. 전부 무분별한 식습관 때문이죠."

"스스로를 아끼지 않으셨으니까 조금 혼나셔도 돼요."
오진희는 당황하면서도 피식 웃었다.

"이제 못 먹을 거 같다고 생각해서......."
"그러시면 안 돼요. 마음을먹은 순간부터 시작을 해야 돼요. 지금도 솔직히 말씀해 보세요. 상담 마치고 나면 오늘 내일은 맛있는 거 드실 생각하셨죠? 1월 1일부터 진짜로 시작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

"새해부터 시작이 아니에요.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을 해야 돼요. 시작이 반입니다. 담배를 끊든 술을 끊든 다이어트를 하든 뭘하든, 지금 이 순간부터 당장 시작해야 됩니다."

"바로 시작할게요. 정말 열심히 할게요."
"잘 생각하셨어요. 그럼 지금부터 식단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운동은 꼭 값비싼 PT를받거나 하지 않아도 요즘은 얼마든지 익힐 수 있습니다. 아이튜브에도 수많은 운동 전문 아이튜버들이 있으니까요. 주 5일 이상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 50분 이상, 유산소 30분 이상 하신다고 생각하세요."

"식단은 아침, 저녁만 다이어트 식단으로 드시는 거로 하죠. 점심은 일반식으로 드시고요."

"일반식이라고 아무거나 다 드시라는 거 아니에요. 그냥 일반적으로 우리가 집에서 먹는 식단을 드시라는 거죠. 잡곡밥에 나물 반찬, 달걀이나 약간의 고기 그리고 가끔 국도 조금 먹고 그런 평범한 식단이요. 다이어트 식단도 너무 닭가슴살이랑 채소, 고구마 같은 것만 고집하실 필요가 없어요."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지방의 비율을 맞춰서, 그램을 맞춰서 드시는 겁니다.
비율은 탄수화물 3에서 4, 단백질 4, 지방 3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당연히 같은 영양소라도 어떤 음식을 먹느냐의 차이도 있겠죠? 똑같은 탄수화물 50g이어도 잡곡으로 섭취하는지 밀가루로 섭취하는지는 천지 차이니까요."
"네, 네."
"그리고 하루 동안 섭취하는 총 칼로리를 계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운동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식단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니 꼭 식단 철저하게 하셔야 돼요. 그리고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딱 한 끼는 치팅 데이를 만드세요."
오진희가 눈을 반짝였다
"알아요, 치팅 데이! 먹고 싶은 거 먹는 날!"
"그렇긴 해요. 이날 한 끼만큼은 드시고 싶은 걸 드세요."

"피자, 치킨,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평생 안 먹을 거라면 괜찮겠지만, 너무 몰아붙이기만해도 계속 유지할 수가 없거든요. 어느 순간 무너져 버리면 아예 포기하게 되고요. 대신 드시고 싶은 걸 드시되, 이것도 제한해서 드셔야 합니다."
"어떻게요?"
"이때는 영양 성분까지 따지지는 않아도 칼로리를 제한하셔야 합니다. 700칼로리 정도면 충분할 것 같네요. 800칼로리를 먹을 수도 있겠죠.
대신 이때 많이 드시는 만큼 다른 끼니 때의 식사를 조금 줄이셔서 하루에 섭취하는 총 칼로리를 맞춰주시는 거예요."

"아하....... 치팅 데이도 그냥 막 먹는 건 아니구나......."
"그렇죠. 이날 고삐가 풀려서 무분별하게 먹게 되면 지금까지 했던 게 수포가 된다는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내는 가게마다 가족들 끌어들이게? 다른 거 또 시작할때는 어떻게 하려고? 이제 끌어들일 사람도 없잖아."
"그전에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야지. 그리고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믿는다기보다는 그만한 보상을 해줘서 계속 있게 만드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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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말할 때 꼭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 P8

그렇게 작은 보트로 피오르드에 나가는 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춥고 불편하고, 모든 게 물과 파도일 뿐인 피오르드, 여름에는 피오르드에 나가는 게 아주 좋을 수 있다, 피오르드가 새파라면, 피오르드가 파랗게 반짝이면, 피오르드에 햇빛이 비치고 피오르드가 고요하고, 모든 게 푸르고 푸르면, 피오르드는 아마도 매력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어두운 가을에, 지금 피오르드는 잿빛이고 검고, 색깔이 없다, 그리고 춥다, 파도는 거세고 불안하다, 그리고 겨울엔, 노 젓는 자리가 눈에 덮이고 얼어붙으면, 보트를 띄우고 싶을 때 얼음에서 벗어나기 위해 밧줄을 발로 차 떼어 내야 할 정도가 되면, 그럴 때면 피오르드 위에는 눈 덮인 얼음덩이가 떠다닌다. 그런데 무엇이? 피오르드에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이란 말인가? - P10

그는 무척 내향적이고 사람을 꺼린다, 누군가 오면 그는 슬그머니 사라지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는 그냥 서서 두 손을 어디에 둘지 모른다.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며, 그냥 서서 당황한다. 그런 모습을 누구나 보게 된다, - P11

그녀는 생각한다, 그는 늘 어느 정도 그런식이었다. 뭔가 소극적이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평가해주지 않는다고 늘 생각했다. 자기가 있는 것만으로도 다른사람들을 방해한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어떤 일이든 다른 이들이 원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 P11

믿을 수가 없어, 세월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 P12

그녀는 생각한다. 도대체 그는 왜 온종일 피오르드에 있으려 하는걸까? 그 작은 배에, 작은 나무배에, 나룻배에, - P14

그는 사라졌고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냥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홀로 남았다, 그들에겐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와 그, 항상 둘뿐이었다, - P18

그는 그냥 가 버렸고 사라졌다, 나가 버렸고, 가 버렸다, 그날, 그가 가 버릴 때, 사라질 때, 무슨 말을 했었나? 그는 갈때 무슨 말을 했었나? 그때 무슨 말을 했던가? 아마도 잠깐피오르드에 나간다고? 그가 늘 하던 말, 그러니까 보트를 타고 피오르드에 나가려고 한다고? 아마도 잠깐 낚시를 하겠다고,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식으로, 늘 그렇듯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가 자주 하던 어떤 말, 그가늘 말하던 평범한 단어와 문장들, 사람들이 늘 하는 그런 말,
그는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 P19

그럼 왜 매일 나가는 거야, 싱네가 말한다 그냥 그러는 거야, 어슬레가 말한다 그냥 그러는 거라고, 싱네가 말한다
응, 어슬레가 말한다 - P20

그런데 왜 집에 있지 않는 거야, 싱네가 묻는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어슬레가 말한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지금 농담해, 싱네가 말한다 어쩌면 난 보트 타고 밖에 있는 걸 좋아하는지도 몰라, 어슬레가 말한다 - P21

당신은 나랑 여기 있고 싶지 않은 거야, 그런 거지, 싱네가 말한다
아니, 그건 아냐, 어슬레가 말한다 하지만 당신 보트는 너무 작아, 싱네가 말한다
난 그 보트가 좋아, 어슬레가 말한다
난 벌써 오래전부터 그걸 갖고 있었어, 긴 세월, 예쁜 보트지, 예쁜 나무 보트야, 당신도 알잖아, 그가 말한다
그래, 알아, 싱네가 말한다 - P21

세월은 빨리 지나가, 그가 말한다 - P22

그는 걷는 게 좋다, 걷게 되면, 제대로 걷기 시작하면,
제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면, 그러면 좋아진다. 그는 생각한다. 그러면 마치 평소 삶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무거운 것이조금 더 가벼워지는 것 같다, 마치 그 무거운 것이 그에게서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움직임이 생기는 것 같다, 늘 그런 무겁고 빡빡하며 미동도 없는 삶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 P28

왜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어야 하나? - P30

벽들은 거기에 있고 벽에서 무언의 목소리가 말을 하는 것 같다, 벽들 안에 커다란 혀가 존재하고 그 혀가 단어로는 할수 없을 무언가를 말한다. - P49

그는 왜 돌아오지 않는 걸까? 그는 어떤 사람이 된 것일까? 그는 왜 사라져서 돌아오지 않는 걸까? 그녀는 생각한다. 그는 늘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그는 그냥 사라졌다. 그의 보트, 그녀는 생각한다. 그녀는 보트를 찾아냈다. 비어 있었다, 십일월 말, 어느 어두운 가을 저녁에 한참 전에, 그게 벌써 이십삼년이다. 1979년이었다. 어느 화요일,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당시에 그녀는 그가 피오르드에 오래 있나 보다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생각한다. 그가 곧 돌아오면 좋겠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갔다, 조금씩 조금씩,
아니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다, 너무 괴롭다, 그녀는 생각한다, 아니다, 그녀는 더 이상 그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그녀는 생각한다, 그는 떠났다.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밖으로 나갔고 그를 기다렸다, 보트 선착장에서 있었다. 어둠 속에, 빗속에, 바람 속에, 거기에 서서 기다렸다, 그는 바로 돌아와야 했을 텐데? 그는 왜 오지 않았나? 하지만 그는 결코 아니다, 그녀는 그 생각을 할 수 없다.
그는 돌아오지 않았고, 보트만, 그 이후 그날, 그것만 만의 물가에 떠 있었다. 바위에 부딪히고 있었다. 그리고 비어 있었다. 아니다, 그 생각을 해선 안 돼, 그녀는 생각한다. - P55

그렇다, 그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처럼, 이미 미리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아주 당연했다. - P58

그들은 지나간 것을 그대로 두지 않고 치워 버렸고 뭔가 허세를 떠는 체하기도 했다. - P58

그리고 그녀는 그녀다. 그리고 그는 그다. - P81

나가고 싶으면 나가야 한다. 여기에 서 있을 수만은 없다, - P81

그녀는 생각한다. 그는 왜 그러는 걸까? 아니다,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는 왜 그녀와 함께 있으려 하지 않는 걸까? 그녀는 생각한다. 대신 그는 보트를 타고, 작은 보트를 타고, 작은 나룻배를 타고 나간다. 하지만 이제 그는 돌아와야 한다,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너무도 불안하다, 평소에 그는 이토록 오래피오르드에 나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날씨에는, 그리고 지금처럼 이렇게 어두울 때면, 그리고 이렇게 추울 때면그러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가 언젠가 이토록 오래 나가 있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왜 오지 않을까? 무슨 일인가?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진 않았겠지?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는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걸까?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해선 안 된다. - P82

독자는 화자가 서술하는 싱네와 남편 어슬레의 내면에 흐르는 의식을 따라가게 될뿐이다. 그 의식의 흐름 속에서 독자는 상실의 경험, 외로움, 불안, 사랑과 그리움, 자유에 대한 갈망, 존재의 근원, 죽음 등 늘 삶에서 만나게 되는 깊은 사유의 대상을 다시 만난다. 이러한 것들에 대한 생각은 우리의 내면에 늘 존재하지만 명확한 답이 없는 것들이고, 때로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다. - P110

과거와 현재, 삶과 죽음은 구분되지 않는다. 죽음은 삶의 일부로 함께 존재한다. 싱네는 그렇게 인생을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싱네는 과거를 부정하지 않으며, 현재의 그리움과 불안, 무엇에겐가로 향하는 갈망에 대해서도 자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삶의 과정에서 겪는 복잡한 내면의 의식, 그 자체가 자신의 존재 확인은 아닌지, 또 다른 한편으로 현실 속에 공존하는 과거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삶의 본질은 아닌지, 우리는 싱네의 모습을 통해 또 하나, 삶의 형식을 들여다본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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