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다" - P4

노안은 글자 그대로 ‘나이 든 눈‘이다. 눈은 빠른 속도로 늙기 시작해 40대가 되면 그 변화를 확연하게 느낄 정도가 된다. - P20

대부분 잘 모르고 있겠지만 사실 눈은 몸의 기관 중 가장 빨리 노화가 오는 곳이다. 오감에서 얻는 정보의 약 80%는 시각에서 비롯되는데, 그만큼 눈이 광범위한 시각 자극을 받아들이고 처리한다. 또한 눈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2만 번 정도 깜박이고, 눈 근육은 10만 번 이상 움직인다. 잠시도 쉬지 않고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이 하루에 10만 번 뛰는 것을 보면 눈의 활동량이 심장에 버금간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눈은 20대부터 본격적인 노화가 서서히 진행되어, 40대부터는 ‘눈이 나빠졌구나‘하고 자각할 정도로 조절력이 크게 감소한다. - P20

일반적으로 시력이 좋은 사람은 6m 안팎을 잘 볼 수 있다. 6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놓인 책,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볼 때는 눈의 조절 작용을 통해 사물을 본다. 조절 작용이란 수정체의 두께를 자동으로 변화시키면서 사물을 보는 현상을 말한다. - P20

사람의 눈을 카메라에 비유하자면 수정체는 렌즈에 해당한다. 멀리 있는 사물의 모습을 찍을 때 줌 기능을 선택해 사진을 찍는 것과 같이, 사물의 거리에 따라 수정체는 끊임없이 모양을 바꾼다. - P21

평소 수정체는 위아래로 길쭉하게 약간 늘어져 있는 상태였다가 가까운 곳을 볼 때는 짧고 동그란 모양으로 변한다. 동시에 수정체의 두께가 도톰해진다. 먼 곳을 보다가 가까운 곳을 보려면 빛이 꺾어지는 각도인 굴절력이 변해야 하기 때문에 수정체의 두께나 길이가 변화하는 것이다. 어릴 적 과학 수업 시간의 풍경을 떠올려보자. 작은 크기의 물체를 들여다볼 때는 두께가 두툼한 볼록렌즈로 만든 돋보기를 사용한 사실을 말이다. - P21

문제는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40대부터 발생한다.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진다는 말은 곧 원래 말랑말랑했던 수정체가 딱딱하게 굳는다는 말과도 같다.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 위아래에 연결되어 수축·이완하는 근육인 모양체의 탄력도 떨어진다.
모양체가 제때 수정체를 움직이지 못하니, 수정체의 두께도 필요한 상황에 맞춰 조절되지 않는 것이다.
모양체가 수축 작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까운 곳을볼 때도 수정체가 두꺼워지지 못하고 길쭉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렇게 수정체의 조절력이 떨어지면 가까운 곳에 있는 사물이 잘 안보이게 된다. - P22

그러니 노안이 오면 자연스레 고개를 뒤로 쭉 빼고, 들여다봐야할 사물을 최대한 멀리 두려고 손을 길게 뻗는 동작을 취한다. 수정체가 두꺼워지지 못해서 가까운 곳에 있는 물체가 먼 거리에 있는 물체보다 더욱 침침하게 보이기 때문에 사물과 눈 사이의 거리를 최대한 벌리려는 반응이 나타난다. 사물과 눈의 물리적 거리를 수동으로 조절해 잘 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 P22

노안이 오면 가까운 거리의 작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가까운 물체를 볼수록 수정체와 모양체의 유연한 움직임 즉 조절력을 필요로 하므로, 책이나 신문을 점점 멀리 떨어뜨려서 보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40대는 15cm, 50대는 30cm 정도의 거리 안에 있는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는 대표적인 노안의 증세다. - P23

가까운 물체를 보는 일이 힘든 것 외에도 노안이 오면 다양한 증세들이 나타난다. 약간이라도 어두운 곳에서는 글씨를 읽는 게 힘들어지고, 조금만 책을 봐도 눈이 피곤하고 뻑뻑해지며 심한 경우 참을 수 없는 두통이 찾아온다.
또한 먼 곳을 보다가 가까운 곳을 보면 초점이 빨리 맞지 않아서 어지럼증이 생긴다. 노안이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간접 요인이 되어, 시력 저하나 안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 P23

눈에 나쁠 수 있는 행동을 하더라도 눈 관리에 힘써 원래 상태로 돌려놓으면 노안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매일 혹사 당한 눈을 본래의 컨디션으로 돌려놓는것, 그게 바로 평생 눈 건강의 핵심 과제다. - P24

일반적으로 노안이 와서 수정체가 도톰하고 딱딱하게 굳으면 가까운 거리가 잘 보이지 않아 노안용 안경 즉, 볼록 렌즈로 만들어진 돋보기를 쓴다. 원래 근시는 먼 거리의 물체가 잘 안 보여서 오목렌즈로 만든 안경을 착용한다. 그래서 근시인 사람에게 노안이 오면 오목 렌즈를 착용한 채로 볼록 렌즈인 돋보기를 또 착용하느니, 차라리 기존에 먼 거리를 잘 보기 위해 쓰던 안경을 벗고 맨눈으로 보는 게 낫다. 근시용 안경을 벗으면 노안으로 인해 두꺼워진 수정체가 가까운 거리를 잘 보이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 P27

원시는 굴절 이상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고, 노안은 눈의 조절이상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둘 다 망막에 상이 제대로 맺히지 못해서 발생하는 현상이며, 볼록 렌즈의 도움을 받아 가까운 곳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원시는 망막 뒤에 초점이 맺히기 때문에 물체가 흐리게 보이고, 노안은 눈의 조절 기능이 약해져 초점이 맺히는 일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다른 현상이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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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 - 잠 못 드는 사람들 / 올라브의 꿈 / 해질 무렵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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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쓸쓸한듯 하면서도 그 속에서 뭔가 희망적인 것들을 보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장인물들이 현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죽기도했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하는 모습 속에서 욘 포세의 다른 작품에서 봤던 삶과 죽음이 이어져 있다는 메시지도 비슷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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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가을하다 - 12g, 7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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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출시되었었던 드립백 커피들을 종합선물세트처럼 종류별로 하나씩 모아서 즐길 수 있게 되어서 좋습니다. 때마침 패키지 리뉴얼 이벤트 기념으로 파격적인(?) 할인쿠폰도 사용할 수 있어서 더더욱 기분이 좋았습니다. 포장 패키지도 은행과 단풍이 연상되는 가을 느낌이 물씬 나는게 이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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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1, 232 에 밑줄 친 문장에서 작가인 욘 포세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하는 어떤 메시지가 있다고 느껴졌다.


(라스페발) raspeball. 노르웨이 가정 음식으로 고기를 채워 만든 감자만두 - P203

그런데 지금 난 어디쯤 있는 걸까 하고 알리다는 생각한다, 어디로 가고 있는거지, 하고 알리다는 생각한다, - P226

그러나 알리다는 자신과 아슬레가 여전히 연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서로 함께해, 그는 나와 함께하고, 나는 그와 함께해, 나는 그 안에 있고, 그는 내 안에 있어, 하고 알리다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바다 저편을 내다보고, 하늘에서 아슬레를 본다, 그녀는 저 하늘이 아슬레인 것을 보고, 저 바람이 아슬레인 것을 알아차린다,  그는 저기 있어, 그는 바람이야, 그를 찾지 못해도 그는 여전히 저기 있어, 그러자 그녀의 귀에 아슬레가 말하는 것이 들린다, 나는 저기 있어, 당신은 저기 있는 날 보는 거야. 당신이 바다를 내다보면 바다 저편 하늘에 내가 있는 것을 보게 될 거야 라고 아슬레가 말한다, 그리고 알리다가 바다를 내다보자 물론 아슬레가 보이는데, 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녀 자신도 하늘에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아슬레가 나는 당신 안에도 그리고 아기 시그발 안에도 존재하고 있어, 라고 말하고 그러자 알리다가 그래, 당신은 존재하고 있어, 앞으로도 늘 그럴 거야, 라고 말한다, - P231

그리고 알리다는 이제 아슬레는 오직 나와 아기 시그발 안에서 살아있는 거야, 이제는 내가 살아 있는 아슬레야 하고 생각한다, 그러자 아슬레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거기 있어, 난 당신과 함께,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어,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 곁에 있을 거야, 라고 아슬레가 말한다, 그리고 알리다가 바다를 내다보는데 저편에, 하늘 저편에 구름에 가려진 해처럼 그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그의 손을 그녀에게 흔드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아슬레가 당신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당신은 당신과 아기 시그발을 잘 돌보도록 해, 정말 최선을 다해서 당신과 아기 시그발을 돌보는 거야 그러고 나면 머지않아 머지않아 우린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라고 말한다, 그리고 알리다는 그의 몸이 가까워 오는 것을 그의 손이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도 그의 머릿결을 쓰다듬는다 - P232

그래, 넌 어쩔 셈이냐, 오슬레이크가 말한다 그러자 알리다가 아슬레에게 그의 뜻이 무엇인지 묻고 그는당신이 오슬레이크를 따라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달리갈 곳이 없으니까 당신과 아기 시그발을 위해서는 그게 최선일 것 같아, 라고 말한다 당신 집을 돌보라고요, 알리다가 말한다 - P232

그리고 알리다는 아슬레의 말을 듣는다. 그게 아마 최선일 거야 그리고 내가 당신과 함께할게, 그래, 라고 그가 말한다. 당신은 두려워할 필요 없어. 라고 그가 말한다. 그러고서 아슬레는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말하고 알리다는 그러자고 말한다 - P233

아슬레는 이제가 버렸는데, 아니 아직 나와 함께 있나,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 하고 알리다는 생각한다, - P235

그렇게 된 거야, 그렇게 되었어야 했고, 그렇게 되길 난 바랐어, 라고 아슬레가 말한다, - P241

꼭 누군가 떠나고 나서야 그 사람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게 되는 법이더구나 라고 그가 말한다, - P243

그리고 그녀가 아기 시그발을 들어 올려 가슴에 안고는 내 말 들려, 아슬레, 내 말 들려, 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슬레의 말이 들려온다, 들려, 난 항상 당신과 함께 있어, 라고 그가 말한다, 그리고 알리다가 앉아서 한쪽 가슴을 내놓고 아기 시그발에게 젖을 물리자 시그발은 줄기차게 젖을 빤다 그리고 알리다는 아슬레가 말하는 것을 듣는다, 시그발이 배가 고팠거든, 그치, 라고 그가 말한다, 그래, 이제 아기 시그발이 기분 좋대, 라고 그가 말한다, 그러자 알리다가 이제 그래, 나도 이제 기분이 좋아, 라고 말한다, 당신이 지금 여기 와 있는걸 이라고 그녀가 말한다, 그러자 아슬레가 나는 여기 있어, 나는 늘 당신과 함께 있고 항상 여기 있을 거야 라고 말한다, - P247

나 정말 피곤해, 정말로 피곤해, 정말 끊임없이 피곤한데, 왜 지금 이렇게 피곤할까 여태까지의 그 모든 것 때문일 테지,하고 그녀는 생각한다, 벼리빈으로 걸어간 것 벼리빈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다닌 것, 여기로 배를 타고 온 것, 그것들 전부 다 하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아슬레, 그가 사라져 버린 것과 여전히 가까이 있는 것, 그것도 전부, 전부다, 하고 알리다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침상에 드러누워 눈을 감는다, 나 너무 피곤해, 너무 피곤해, 그런데 그녀의 눈에 아슬레가 저만치 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인다, 그녀는 너무 피곤하고, 너무 피곤해서 거의 잠에 빠져들 지경인데 아슬레가 저기 서 있다, 그들은 오랜 시간을 걸었고, 마지막으로 인가를 본 지도 여러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아슬레가 멈춰 선 것이다 - P250

그리고 알리다는 잠에서 깨어 눈을 뜨는데 이제 그녀가 누워 있는 오두막 안은 무척 어두컴컴하다 그런데 방 한가운데에 오슬레이크가 검은 그림자처럼 서서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가 눈을 감자 오슬레이크가 바닥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그녀에게 담요를 덮어주고는 침상에 올라 담요를 덮고 두 팔로 그녀를 바짝 끌어안는다 그리고 알리다는 그래, 그렇겠지, 물론, 하고 생각한다, 그러고서 그녀는 날 안은 건 아슬레야, 그 이상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하고 생각하고는 꼼짝도 않고 누워 있다, - P252

넌 여기서 잘 지내게 될 게다, 라고 그가 말한다, 그게 내게 달려있다면 나는 전심전력을 다할 테니까, 그리고 일은, 그래 뭐든 내가 할 수 있다면, 내가 살아 있고 그걸 해낼 수 있는 한 너와 네 아이는 잘 살게 될 게다, 라고 그가 말한다. 지금 아프지도 않고 기분이 좋지 않니, 그리고 저 밖엔 앞바다와 파도와 대해와 바람과 갈매기 소리가 있어, 모든 게 다 잘될 게다, 라고 그가 말한다, - P252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갈매기 소리도, 그가 하는 말도 듣고  싶지 않다, 그리고 세월이 바람처럼 흐른어느 날 양이, 소가 물고기가 알레스가 태어난다, 그녀는 무척이나 예쁜 여자아이고 머리가 나고 이가 자라면서 미소를 짓고 방긋 웃는다 그리고 아기 시그발은 자라서 알리다가 기억하는 그녀의 아버지처럼 덩치가 큰 소년이 되고, 노래를 부를 때면 아버지의 목소리를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오슬레이크는 고기를 잡아 배를 타고 벼리빈에 가지고 갔다가 설탕과 소금, 커피, 옷과 신발, 술과 맥주, 절인 고기를 가지고 돌아온다, 그러면 그녀는 라스페발을 만들고 그들은 고기와 생선을 훈제하고 말린다 그렇게 해가 가고 어린 여동생이 태어난다 그녀는 무척이나 곱고 금발이 아름답다 그리고 세월이 바람처럼 흐른 어느 날 추운 아침에 난로가 그들을 데운다 그리고 빛과 온기와 함께 봄이 온다 그리고 타는 태양과 함께 여름이 온다, 그리고 어둠과 눈과 함께 겨울이 온다, 그리고 비 그다음엔 눈 그리고 다시 비 그리고 알레스는 어머니 알리다가 저기서 있는 것을 본다, 정말 그녀가 저기 서 있어, 부엌 한가운데에 창문 앞에 그녀가 나이 든 알리다가 서 있어 그녀는 그럴수가 없는데, 이건 불가능해 그녀는 저기 서 있을 수가 없어, 그녀는 오래전에 죽었어, 그런데 늘 차고 다니시던 새파란 진주로 장식된 금팔찌를 차고 계시구나 아냐, 이건 불가능해, 하고 알레스는 생각한다, - P254

바이올린보단 다른 게 필요했던 연주자한테서 그걸 샀지, 그가 말한다 그렇지만 값을 잘 쳐줬어, 그가 원했던 것보다 더, 그가 말한다 그렇게 바들바들 떠는 사람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가 말한다 그러자 알리다가 그 바이올린을 봐도 되겠냐고 묻고, 시그발이 그녀에게 바이올린을 건네자 그녀는 스크롤 위에 조각된 용머리에 코가 날아가 있는 것을 바라본다 - P256

그런 다음 그녀는 파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모든 추위는 따스함이고, 모든 바다는 아슬레다, 그녀가 더 깊이 걸어가자 뒬리야에서 아슬레가 처음으로 춤판의 연주를 했던,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날 밤처럼 아슬레가그녀를 감싼다 세상에는 오직 아슬레와 알리다뿐이다 그리고 파도가 알리다를 넘어온다 그리고 알레스가 파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녀는 계속해서 걷고, 깊이 더 깊이 들어간다 그러자 파도가 그녀의 잿빛 머리를 넘어온다 - P259

자연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것을 담고 있는 일상이기도 하다. 지구상의 삶이 작디작은 신성함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이 사랑이지 않을까. - P265

등장인물과 시간과 장소 등 전통적인 서사적 구성 요소들을 해체시킨다. 상당 부분 배제되거나 최소화되든지 혹은 그중의 어느 한 요소가 극단적으로 과장되어 나타나는 까닭에 그 속에서 인물들은 나름대로의 현실성이나 개연성을 획득하지 못한 채 살아 있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환영에 가깝게 보인다. - P266

‘나는 그 언어를 완전한 내 고유의 방식으로 쓴다.
예를 들자면 리듬과 반복의 모델이 존재한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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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일행이 남대문을 지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나오는 것보다 신나는 것도 없다면서 슬플 땐 그걸 기억하라‘는 단이의 말이 힘들고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일일이 밑줄을 긋진 않았지만 작가의 표현들이 굉장히 섬세하다는게 느껴져서 이 소설을 좀 더 맛깔나게 읽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표범은 험준한 절벽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고, 따라서 이곳에 그 짐승의 은신처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한 자는 약 30센티미터다.

이 활이 가진 힘으로 호랑이에게 상처라도 내려면 예순 자 안에서 쏴야 할 거다. 치명상을 입히려면 마흔 다섯자 안까지는 들어가야한다. 호랑이에게 마흔 다섯 자가 얼마나 짧은 거리인지 아느냐?
소년은 침묵으로 자신의 무지를 인정했다.

내가 말했지, 호랑이를 죽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만이라고, 그리고 그건 호랑이 쪽에서 먼저 너를 죽이려고 할 때뿐이다.
그럴 때가 아니면 절대로 호랑이를 잡으려 들지 말아라. 알겠느냐?

사냥꾼의 오래된 기억은 지금 주위에 폭신하게 쌓여가는 눈처럼 그의 머릿속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러나 거친 바람이 그의 귓가에서 아우성을 쳤고, 남자는 활과 화살을 아래로 내렸다. 호랑이가 널 먼저 죽이려 들지 않는 한, 절대로 호랑이를 죽이지 말아라.

남자는 산신령을 향해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당신의 영물을 놓아주었으니 저도 무사히 내려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계속 같은 자리를 돌고 있군."

"이쪽에 있는 나무들의 가지가 더 굵직한 것을 보니 틀림없이 이 방향이 남쪽이지. 우린 한 시간 동안이나 계속 반대쪽으로 왔던 거야!" 야마다 대위는 노여움과 경멸감을 감추지 못했다.

1리는 약 0.4킬로미터다.

인간의 마음이란 어두운 숲과도 같아서, 야마다처럼 이성적인 남자도 내면에 그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담아 두곤 한다.

감정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게 한 사람의 내적인 의지와 신중한 판단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외부 요인으로 야기된 반응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백수 중에서도 제일 영험한 짐승이자 조선 땅 어디에나 있다는 호랑이를 직접 사냥해 봤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사람 말로는 호랑이를 보내줘야 한답니다요. 상처 입은 호랑이는 건강한 호랑이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요. 호랑이들은 영물이라 복수심을 품을 줄 압니다.
불의와 정의를 기억할 만큼 영리하고, 공격을 받아 다치면 상대를 죽일 기세로 덤빈답니다."

그는 오직 성공만을 추구했고, 피를 보길 좋아하는 그의 잔혹성조차도, 사실 개인적인 만족보다는 동료들 사이에서 자신의 우월함을 나타내고 부하들을 위협하여 자신을 두려워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서로 대치하고 있는 군인들은 다르기보다 오히려 비슷할 수밖에 없으며, 그들에게는 각자의 편에 있는 민간인들보다 자신과 맞선 상대편 군인들이 훨씬 더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이기 마련이다.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에게 무엇인가를 빚지는 것만큼 불명예스러운 일은 없을겁니다.

자신이 타인의 운명에 결부되어 있다는 감각도 짜증스럽기 그지없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나를 찾아와라."

50원은 의원이 줄 수 있는 돈의 곱절보다도 많았고,
꽤 많은 일을 해낼 종잣돈이 될 수 있었다.

옥희는 눈물조차 말라버릴 정도로 지친 어머니의 어두운 눈동자 속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희망이 비치는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건 제 손을 떠난 문제예요."

그 전까지 옥희는 외모가 매력적인 여자일수록 관능적인 욕망도 더 강하리라 생각했지만, 이제 반드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옥희는 특정한 단어들을 특정한 순서로 나열하면 자기 내면의 모습도 마치가구를 옮기듯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한 마리 춤추는 나비처럼 언어 속을 누볐다. 내면에 쌓이는 단어들이 계속해서 그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존재로 만들어가는데도 외부에서는 누구도 그 차이를 감지할 수 없었다.

옥희가 가장 존경하는 황진이의 면모는 그가 자신의 연인이 될 사람을 자유롭게 선택했으며, 또한 그들을 떠날 때는 단 한 방울의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옥희는 그 시가 무슨 뜻을 담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은실이 왜 그 시를 좋아하는지도 알았다. 애초에 그래서 그 시를 고른 것이었다.
"첫사랑을 추억하는 한 여자의 심정에 대한 내용이야." 옥희가 대답했다.

"쇤네처럼 미천한 장사꾼들이야 남들 못지않게 금을 밝히지만, 그런 저희라도 지켜야 할 명예는 지킵니다."

자신이 지니고 있던 가장 값비싼 장신구들을 다 합쳐도, 은실에겐 은반지 하나를 포기하는 마음에 비하면 값어치가 덜한 듯했다.
그러나 삶은 균형을 유지해야 했다. 은실은 실제로 안타까운 희생처럼 느껴지는 무언가를 해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놓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쓸쓸한 손은, 다음 날 아침 성문을 통과한 천 씨가 사냥꾼의 집에 은반지를 전달하는 순간까지도 줄곧 텅 빈 애석함을 느끼고 있었다.

가장 놀라운 사건들은 아무도 눈치챌 수 없이 작은 바늘 하나가 툭 떨어지듯 시작하여 꼬리를 물고 연쇄한다.

은실은 작은딸을 지그시바라보았다. 흡사 보석함을 정리하다가 출처가 불분명한 오래된 기념품을 발견했을 때의 눈빛이었다. 예기치못한 즐거움과 약간의 당혹감이 뒤섞인, 그러나 결국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그런 눈빛 말이다.

한편 그 못지않게 오랫동안 침소에 누워 지내던 월향은,
현실의 생각과 꿈속의 일을 구분할 수 없을 때까지 잠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다.

호랑이는 결국 포기하고 동굴을 빠져나왔다. 지성과 감정은 거의 인간에 가까워졌으나, 겉보기에는 여전히 야수의 형상을 띠게 된 이유였다. 홀로 묵묵히 인내한 곰은 101일째 되는 날 아름다운 여자로 변했다.

월향이 기억하는 한, 필사적으로 아이를 원했던 여자들에 대한 이런 이야기는 수십 개나 되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어머니가 되고 싶어 하지 않았던 여자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현실에는 기생, 하인, 혼인하지 않은 여자, 과부 그리고 이미 부양해야 할 입이 수두룩하게 딸린 부인들이 많은데도 말이다. 이런 여성들 역시 그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하늘에 기도를 올리고 쓰디쓴 약초를 삼켜야 했다.

월경을 한 번 건너뛰었을 뿐이지만, 그는 이미 자신의 포궁 안에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날카롭고 뾰족한 무언가가 생겨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배 속에 든 이 씨앗이 흉측하고 사악한 쇠못 같다는 사실이 월향에게는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하야시 같은 남자에게서 온 것이니 당연하고도 남는 일이었다.

월향을 둘러싼 공기가 점점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약초는 그 나쁜 못을 월향의 몸 밖으로 내보내는 대신 더 커지게 만들어 안쪽에서부터 모조리 찢어버릴 요량인듯 싶었다.

"이 일을 기억하기엔 네가 너무 어렸지. 나도 연화를 갖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때도 탕약이 듣지 않았지." 은실이 입을 열었다.

나는 그 애를 없애려고 했지만, 그 애의 영혼이 실처럼 나에게 이어진 거야. 인연이라는 게 참 이상하기도 하지. 인연이 아니라면, 아무리 노력해도 상대를 붙잡을 수 없어. 깊이 사랑했던 사람들도 인연이 다하면 한순간에 낯선 이들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가끔은 그 어떤 변수에도 상관없이 영원히 너에게 이어져 있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지. 연화와 나, 우리의 인연은 깊고, 지금의 이 삶을 초월한 전생에서부터 온 것이지.

나는 널 위해 그러듯, 연화를 위해서도 무슨 일이든 할 거야. 너희 둘 다 내 딸이니까.

단이는 다른 사람들처럼 단순하게 분류되기를 철저히 거부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특성이 그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어쨌든 옥희는 아직 열 살밖에 안 됐잖아. 한창 자라는 아이들은 한 해에도 열두 번이나 달라진다고."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옥희가 좋은 애라는 거야.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만큼은 많은 사람을 봐왔잖니."

가장 소중한 친구가 자신에게 없는 특별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위축된 패배감을 맛보는 대신,
옥희는 그들이 서로 딱 맞는 완벽한 한 쌍이라는 사실을 확인받았다는 사실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자신은 관찰력이 뛰어나고, 총명하고, 지적이고 성실하다. 연화는 활달하고, 기백이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열고,
자신감이 넘친다.

그들은 서로 성격이 비슷한 두 친구가 종종 그러하듯이 한 사람의 마음을 두고 동시에 경쟁하거나 같은 종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이었다. 옥희는 그들이 각자 반쪽의 인생, 하나씩의 날개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들은 서로 나란히 서 있을 때 진정으로 완전해질 수 있다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은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더 아름다운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것들이었다.

그의 상상력은 낯설지 않고 친숙한 것들 사이에서 계속 순환하며 흘러갔다. 말하자면 강물보다는 샘 같았고, 특히나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할수록 그랬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해 나오는 것보다 신나는 것도 없거든. 슬플 땐 그걸 기억하렴."

묘하게 사람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능력 또한 그의 특별한 재능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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