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오늘의 한문장] 크리스마스 타일

몇 일 전에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는데 작년 이맘 때 이 책을 읽고 있었다니 참 묘한 타이밍이다. 개인적으로 이맘때부터 북플을 슬슬 시작할 때라 밑줄 그었던 문장들이 하나둘 보인다. 문장 하나하나가 작가님이 현실에서 느꼈던 그대로의 것들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으면서 상당부분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7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한 번 이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면 남아있는 쪽수와는 관계없이 뒷 내용이 어떨지 계속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읽으면서 셀 수 없을만큼 전율을 느낄정도로 짜릿한 순간들이 많았다. 또한 독자인 내가 이런저런 생각들을 해보게 만드는 부분들이 많이 있어서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은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선 결국 만나야 할 것은 만나고, 헤어질 것은 헤어지고 그런 게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얼마남지 않은 23년 12월의 마지막 언저리를 이 소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뜻깊었고 나름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소설 속 ‘나‘가 소설 속에서 추측하고 생각했던것 못지 않게 독자인 나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다양한 생각들을 많이 해보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전율이 일었던 순간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짜릿한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었기에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 님에게 감사 드린다. 작가 후기에 나왔던 다른 작품들도 한 번 찾아 읽어 보면 재미있을 듯 하다.

나는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이곳을 떠나고 싶다 한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높은 벽에 엄중히 둘러싸인 이도시에서 나가기란 결코 간단하지 않을 텐데."
"마음으로 원하기만 하면 됩니다." 소년은 조용한 목소리로내게 고했다. "이 방의 이 작은 촛불이 꺼지기 전에 마음으로 그렇게 원하고, 그대로 단숨에 불을 끄면 돼요. 힘차게 한 번 불어서 그러면 다음 순간, 당신은 이미 바깥세계로 이동해 있을 겁니다. 간단해요. 당신의 마음은 하늘을 나는 새와 같습니다. 높은 벽도 당신 마음의 날갯짓을 막을 수 없습니다. 지난번처럼 굳이 그 웅덩이까지 찾아가 몸을 던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분신이 그 용감한 낙하를 바깥세계에서 안전하게 받아줄 거라고, 진심으로 믿으면 됩니다." - P754

내 의식과 내 마음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었다. 내 마음은 어떤 때는 봄날의 들판에서 뛰노는 어린 토끼이고, 또 어떤 때는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가 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내 마음을 제어하지 못한다. 그렇다. 마음이란 붙잡기 힘들고, 붙잡기 힘든 것이 마음이다. - P754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 나는 가까스로 그렇게말했다.
"물론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소년은 나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천천히 생각하세요. 아시다시피 이곳에는생각할 시간이 많으니까요.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여기에는 시간이 무한히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이 훅하고 꺼지며 깊은 어둠이 내렸다. - P755

그 소녀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헤어질 때 나는 늘 "내일 보자"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무의미한 말이다. 이 도시에 정확한 의미의 내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그녀에게 밤마다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일 보자"라고. - P756

"내일 보자"라고, 강변길을 따라가며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말하곤 했다. 그곳에 내일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음을 알면서도하지만 그 마지막 밤, 나는 그 말을 할 수 없었다. 어떤 의미로도 그곳에는 더이상 ‘내일‘이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 P757

대신 내가 한 말은 "안녕"이라는 한 마디였다. 내가 그렇게말하자, 그녀는 마치 태어나서 처음 그 말을 들어본 것처럼 의아한 표정을 짓고 나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여느 때와 다른 작별인사에 당황한 것 같았다. - P757

"안녕" 나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말했다.
"안녕." 그녀도 말했다. 마치 처음 보는 음식물을 입에 넣는사람처럼 주의깊게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러고는 언제나처럼 입가에 작은 미소를 머금었지만, 그 미소도 지금까지와 똑같진 않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 P758

내가 여기서 없어졌을 때면 소녀 또한 이곳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오직 나 하나를 위해 도시가 준비한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내가 여기서 사라지면 그녀도 사라진다ㅡ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옐로 서브마린 소년의 ‘꿈 읽기‘를 도와주게 되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몹시 슬퍼졌다. 내 몸이 반쯤 투명해져버린 기분이었다. 중요한 무언가가 내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나는 그것을 영원히 잃어가고 있다. - P758

그러나 내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역시 나는 이 도시에서 나가야 한다. 다음 단계로 이행해야 한다. 이미 결정된 흐름이다. 이제는 나도 알 수 있었다. 이 도시에는 더이상 내가 있을 곳이 없다. 내가 들어갈 공간은 없어졌다. 여러 의미에서, - P759

소년은 말했다. "그러면 여기서 당신과 헤어지게 됩니다."
"이제 너를 만날 일도 없겠지?"
"그럴지도 모르죠. 우리가 마주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지도요. 하지만 저도 모릅니다. 누군들 단언할 수 있을까요?" - P760

"죄송하지만 저는 슬픔이란 걸 느끼지 못해요." 그가 고백하듯 말했다. "그렇게 타고났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가령 제가 보통 사람이었다면 이렇게 당신과 헤어지는 것에 분명히 슬픔이란 감정을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고, 슬픔이 어떤 것인지 저는 알 길이 없지만요."
"고마워." 나는 말했다. "그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 기뻐." - P760

"역시 우리는 두 번 다시 못 만날 것 같군요."
"그럴 거야." 내가 말했다.
"당신 분신의 존재를 믿으세요." 옐로 서브마린 소년이 그렇게 말했다.
"그게 내 생명선이니까."
"그렇습니다. 그가 당신을 받아줄 거예요. 그렇게 믿으세요.
당신의 분신을 믿는 건 곧 당신 자신을 믿는다는 뜻입니다."
"슬슬 가야겠어."내가 말했다. "이 촛불이 꺼져버리기 전에." - P761

나는 숨을 한껏 들이마시고 잠시 뜸을 들였다. 그 몇 초 동안 수많은 정경이 차례로 뇌리에 떠올랐다. 가지각색의 정경이다. 내가 소중하게 지켜온 모든 정경이다. 그중에는 비가 쏟아지는 드넓은 바다의 광경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망설임은 없다. 아마도. - P761

나는 눈을 감고 몸속의 힘을 한데 모아, 단숨에 촛불을 불어껐다.
어둠이 내렸다. 무엇보다 깊고, 어디까지나 부드러운 어둠이었다. - P7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편향의 종말 - 우리 안의 거대한 편향 사고를 바꿀 대담한 시도
제시카 노델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 세계에 만연해 있는 ‘편향‘이라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대안들을 제시한다. 또한 인종주의, 젠더이슈 등을 비롯한 기타 여러가지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줌으로서 독자들에게 ‘편향‘의 심각성을 알리고, 혹시 독자인 나 자신의 ‘편향‘은 없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제 이 책 전체의 결론 부분인데, 지난번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했던 것과 이어져서 ‘편향의 종말‘을 위해서는 개별적인 노력은 기본이고, 사회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 나가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내적 변형없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행동은 원래의 잘못을 가능케 한 억압적이고 위계적인 사유를 재창출할 위험이 있다. 그 가능성을 피하려면 해롭고 무비판적인 사고 패턴을 삭제하고, 서로를, 그리고 우리 자신을 새로운 눈으로 보도록 훈련하고, 이 변화를 지원해주는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이 더 크고 체계적인 수리repair의 기초를 강화해준다.

이 책에서 탐구한 접근법은 출발점이다. 우리는 자신의 편향적 반응을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할수 있다. 그런 반응은 너무나 습관적이어서 알아보기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일단 간파되고 나면 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방해할 수 있다.

우리는 마음 챙김 인식을 훈련해 이런 반응을 더 명료하게 관찰하고 내적인 지형을 더 잘 제어하도록 도움을 주어, 편향이 우리의 반응을 지배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의미 있고 협동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더 복합적인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서 우리는 체계적인 결정과정을 제도와 조직에 도입해 일상의 실천에서 편향의 역할을 줄일 수 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또 그 외 다른 장소에서 얻는 기회로 가는 진입로를 창의적으로 개조해 낙인이 찍히거나 주변화한 사람들이 들어오기 쉽게 입구를 넓힐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조직이 모든 구성원을 귀중하게 대하고, 역사적으로 무시되어온 사람들의 공헌을 본질적 자산으로 인정해주도록 보장할수 있다.

또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규범을 퍼뜨려 편향을 무너뜨리는 일을 통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 일상의 실천이자 광범위한 운동으로 만들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기저에 있는 것이 세포수준의 변화와 심장의 변화다.

훈련을 통해 나는 더 기민해지고, 그 잔해를 더 잘 붙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여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에서 배우는 것이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이 내가 쓴 기사에 인종주의적 가부장제 사고방식이 있다고 비판했을 때, 나 자신의 사유 속에서 예전에 보지 못한 어떤 점이 내 눈앞에 드러났다.

"우리는 도전받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일을 바로잡고 싶어 한다. 도움이 되고싶어 한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하며, 자신의 선함을 복구하고, 집중하고 강조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려 한다." 그러다가 나는 생소하지만 진정한 겸손함을 확립할 수 있게 되었다.

나 자신이 올바른 존재여야 한다는 집착을 버리자 타인에게 해로운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나를 이끈 편향과 두려움, 착오, 서투름을 솔직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내가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회적 정체성을 대하는 내 정신 건강을 직시할 때마다 되풀이해 일어났다.

감정은 사람들을 움직여 비이성적이고 반생산적 극단으로 치닫게 만든다.

어떤 사람이 노력했다가 실패하면ㅡ가령 의도치 않게 해를 끼칠 때처럼ㅡ수치심이 고조되거나 민망함과 후회에 불이 붙어, 그 사람이 그런 노력을 통째로 철회하게 될 수도 있다.

말리 가설ㅡ인종주의에 대한 한 사람의 지각은 과거에 대한 지식과 발을 맞추어 증가한다고 주장하는 가설

편향의 행위는 신뢰와 진정한 관계의 기초를 잠식하고,
소외와 격리를 키운다.

또 ‘지배의 평범한 악덕‘이라 묘사되는 것도 있다. 철학자 사만사 바이스 SamanthaVice는 ‘무관심이나 냉담함, 비겁함이나 부정직, 상상력과 공감의 실패, 아니면 그저 단순한 게으름‘이 그런 악덕이라고 열거했다.

특권자의 마음에서는 망상이 한창 벌어지는 중이다. 그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안전과 안락과 기회와 보살핌을 누가 누릴 자격이 있고 없는지에 대한 습관적이고 무비판적인 왜곡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도덕적 상처moral injury‘ 라 불리게 된 것도 있다. 철학자 낸시 셔면은 그것을 한 사람의 인간관을 압도하는 도덕적 범죄를 저지른데서 기인하는 내적갈등이라고 설명한다. 그것은 자신이 ‘좋은 인간에 걸맞은‘ 표준에 미달했다는 인식이다.

한 사람, 한 가족이 도덕적 상처를 지고 살아간다면, 한 국가, 그 국민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대면하지 않고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고, 그것을 복구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취할 수 없다.

한 국가나 가족에 대한, 혹은 자신의 사고 습관에 대한 진실과 마주하는데도 동일한 기술이 필요하다. 현실을 기꺼이 마주하려는 태도, 자신이 본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계속 바라보겠다는 맹세, 모든 인간의 성장에 필요한 불편함을 감당하고 뚫고 나아갈수 있는 감정적 기량, 그리고 행동할 용기가 그것이다.

나 자신의 편향을 검토하고 마주하면서 세계와 나의 관계는 변하기 시작했다. 여러 사회적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든 그런 공통점이 별로 없는 사람들과의 사이에서든 친교는 더 깊어지고 더 풍부해졌다. 어려운 대화를 더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감이 더 커지면서 나는 타인과의 관계를 수리할 수 있었고,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 속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하게 들어가기가 더 쉬워졌다.

누군가가 사회적 차이를 건너 다가와 친교든 신뢰든 맺으려 하면 나는 달려갔다. 그 교류 어딘가에 내게 필요한 정보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문제는 차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에 부여하는 가치와 의미를 보는 데 있다.

데카르트Descartes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명제가 타인으로부터 독립한 개별적 존재 의미를 반영한다

사실 우리는 서로 속에서, 또 서로를 통해 존재한다.

우리의 인간성은 인간성을 타인에게 부여하는 능력에 의존한다.

그리스 여성들은 옅은 피부색을 이상으로 여겼다. 실내에 머물 수있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반면 그리스의 엘리트층 남성들은 외부에서 훈련하기 때문에 더 짙은 피부색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하층은 계급에서 피부색의 의미는 바뀐다. 대장장이인 남성은 실내에서 일하고,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여성들은 야외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피부색이 바뀌는 것은 낮은 계급이라는 신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