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엽수가 하드 우드로 불릴 정도로 목질이 단단한 이유는 내부에 지지대 역할을 하는 ‘목섬유‘가 있기 때문이다. 침엽수는 가도관(수분의 통로이자 지지 역할을 하는 세포)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해 세포 구성이 단순하다. 반면, 활엽수는 크기가 크고 가운데가 뚫려 있는 세포인 도관과, 지지대 역할을 하는 목섬유가 따로 있다. 목섬유는 가도관보다 재질이 단단하고 질기다. 그래서 대다수의 활엽수는 침엽수보다 무겁고 더 튼튼하다. 대신 건축 재료로서는 침엽수가 많이 사용된다. 활엽수는 침엽수보다 세포 구조가 복잡해서 재료의 물성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 P37
침엽수든 활엽수든 목재는 인공위성에 사용하기에 여러 가지 장점을 지닌다. 일단 비강도가 높다. 비강도는 무게 대비 강도로, 비강도가 높다는 것은 가벼우면서도 단단하다는 뜻이다. 박연구사는 "흔히 목재는 콘크리트보다 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강도가 더 세다"며 "종압축강도 실험을 해보면, 같은 크기일 때 콘크리트는 3t(톤)을 버티지만 목재는 20t 이상 버틴다" 고 설명했다. 그는 "가벼워서 인공위성을 발사할 때 연료가 적게 드는 효과도 있다" 고 덧붙였다. - P37
목재는 금속과 달리 전자기파를 투과할 수도 있다. 박 연구사는 "송수신 장치를 위성 내부로 넣을 수 있다"며 "금속보다오히려 안정적으로 전파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밖에 폐기하기 용이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 P37
박 연구사는 "목재는 탄소(C), 수소(H), 산소(O), 질소(N) 단 4개의 원소로 이뤄져 있다"며 "덜 탄 채로 지상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없고, 불탄 위성 잔해가 대기를 오염시킬 확률도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 P37
물론 단점도 따른다. 결국 생물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열화(썩음)와 기상 열화(자외선 등의 영향으로 목재의 구성요소중 하나인 리그닌이 깨지고 색이 변하는 현상)가 일어날 수 있고, 목재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헤미셀룰로스의 경우 산소 유무와 관계없이 200℃ 이상의 온도에서 분해된다는 특징도 있다. 자외선에 완전히 노출돼 있고, 온도가 영하 270°C에서 영상 100℃ 이상까지 수백 도씩 오르내리는 우주에서 목재가 다른 재료보다 잘 버틴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 P37
산림청에서는 현재 목재를 북극, 남극, 심해 등 극한 환경에서 사용하기위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박 연구사는 목재를 사용할 수 있는 분야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2024년 6월에 국내 최고층인 7층짜리 목조건축물(주요 구조부가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이 대전에 준공될 예정이에요. 목재는 바다 부표, 전지 분리막, 마스크의 필터, 인공 뼈 재료까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재료입니다." - P37
빈대 성충은 18~20°C 조건에서 최대 48개월 간 생존할 수 있으며 흡혈을 하지 않고도 1년 간 살 수 있습니다. 빈대가 영어로 ‘Bed bug‘인 이유는 이들이 침대 주변에 서식하기때문입니다. 푹신하고 따듯하게 자고 싶어서는 아닙니다. 오직 그곳에 흡혈의 대상, 인간이 밤마다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기 때문입니다. - P39
그런데 반날개빈대는 다릅니다. 반날개빈대는 곤충의 다리네 번째 부분을 이르는 경절 끝부분에 털이 나 있습니다. 이 털이 표면과 접촉 면적을 늘려 반날개빈대는 빈대보다 타고 오르는 능력이 훨씬 우월합니다. 컵 모양의 매끄러운 플라스틱 통을 침대 다리에 끼워 놓는 걸로 물리적인 방제가가능했던 반대보다, 반날개빈대는 좀 더 골치 아픈 존재입니다. - P40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빈대를 대대적으로 방제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습니다. 1939년 스위스의 화학자 파울헤르만 뮐러가 DDT의 살충력을 발견한 덕분이었습니다. - P41
DDT는 곤충 뉴런의 나트륨 이온 채널을 엽니다. 나트륨 채널은 세포막에 존재하면서 신경세포에 전달되는 전기신호에따라 열리고 닫히며 나트륨 이온을 통과시키는 막 단백질입니다. DDT를 투여하면 나트륨 채널이 닫히지 않아 나트륨 이온이 계속 빠져나갑니다. 나트륨이 부족한 신경세포는 지속적으로 흥분해 빈대는 경련을 일으키며 죽죠. 뮐러는 세계 보건 위생에 공헌한 공로로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 P41
이후 DDT 저항성을 가진 빈대가 생겨났을 때도 인간은 여러 살충제를 개발하며 국소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나갔습니다. 덕분에 빈대는 오랫동안 구전설화처럼 내려오던 ‘역사 속 곤충‘이었습니다. 마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는 속담처럼 말입니다. - P41
그런데 1990년대 중반부터 빈대가 다시 하나 둘 보고되기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은 무려 ‘빈대의 해‘로 지정됐죠. 이 빈대들은 기존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를 써도 죽지 않았습니다. 피레스로이드는 DDT 이후 가장 인기있는 살충제였습니다. 피레스로이드계는 DDT와 동일한 방법으로 빈대를 죽입니다. 나트륨 채널을 열어 빈대를 마비시키는 것이었습니다. - P41
과학자들은 왜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를 써도 빈대가 죽지않는지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빈대가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이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습니다. 2006년 데이비드 무어 미국 버지니아공대 곤충학과 연구원팀의 연구에 따르면 빈대의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 저항성은 해롤드 할런의 빈대와 비교해 340배에 달했습니다. 할런의 빈대를 죽이기 위해 필요한 살충제 양을 1로 둔다면, 연구팀이 버지니아주에서잡은 빈대는 340배의 살충제를 뿌렸을 때나 죽었다는 뜻입니다. - P41
<해롤드 할런의 빈대>
1973년, 미국 뉴저지 주의 포트딕스 군 기지에서 빈대를 처음 본 미국 곤충학자, 해롤드 할런은 200마리의 빈대를 자신의 집으로 몰래 가져갔습니다. 당시 빈대는 만나기 힘든 곤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그가 집에서 키워낸 빈대는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어, 2000년대 빈대 저항성 연구의 대조군으로 사용됐습니다. - P41
대다수 살충제는 곤충을 과다하게 흥분시켜 죽게한다. DDT와 피레스로이드계는 나트륨채널, 네오니코티노이드계는 니코틴성아세틸콜린수용체에 작용해 곤충을 흥분시킨다. 반면 피프로닐계는 가바 수용체에 작용해 저해성 신경을 마비시키는 다른 기작을 보인다. - P43
빈대가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을 획득한 방법은 돌연변이입니다. 일반 빈대와 다르게 살충제에 저항성을 가진 소수의 돌연변이가 번식해 자손을 퍼트린 거죠. - P43
"서로 다른 작용기작을 가진 살충제를 같이 사용해야만 저항성이 발달할 가능성이 크게 준다" - P43
"해충을 박멸하려는 인간의 시도는 늘 실패할 수밖에 없다." _브룩 보렐, ‘빈대는 어떻게 침대와 세상을 정복했는가‘ 중 - P43
"빈대의 저항성이 살충제에 국한된 것을 기억해야 한다" - P43
"진공청소기로 열심히 청소하고, 뜨거운 물로 빨래하고, 빈대가 서식하는 지역에 다녀온다면 특별히 조심하는 것. 이런 사소하고 기본적인 행동이 빈대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방법입니다." - P43
기원후 79년,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연안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다. 화려한 문화를 자랑하던 고대 로마의 도시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은 화산이 뿜어낸 잿더미에 뒤덮였다. 그로부터 2000년이 지난 2023년 10월 12일, 헤르쿨라네움의 잿더미에서 발견된 고대 파피루스 속 글자가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 P44
파피루스의 빌라가 있던 고대 도시 헤르쿨라네움은 오늘날이탈리아 캄파니아주 나폴리현의 작은 마을에 해당한다. - P45
고대 파피루스는 화산재의 열 때문에 숯덩이처럼 탄 상태다. 건드리기만 해도 부스러지니, 돌돌 말린 파피루스 속 글자를 ‘손 대지 않고‘ 읽어야 한다. - P46
헤르쿨라네움은 폼페이와 더불어 고대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로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 P46
파피루스는 갈대과 식물의 줄기를 이용해 만든 옛 종이다. 내구성이 약해 공기와 만나면 쉽게 부식된다. 그런데 파피루스의 빌라에 보관된 고대 파피루스는 탄화된 뒤 땅속에 묻혀 외부 공기와 접촉하지 않은 채 보존됐다. - P47
프랑스 학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헤르쿨라네움의 고대 파피루스, 두루마리 휴지처럼 돌돌 말린 상태다. 화산 폭발로 인해 탄화해서 섣불리 펼치려고 하면 산산조각 나 버린다. - P46
실스 연구팀은 인공지능(AI)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헤르쿨라네움의 파피루스 조각 일부는 적외선으로 분석했을 때 글자를 식별할 수 있었다. 즉, 잉크의 흔적이 종이에 남아있었다는 뜻이다. 다만 육안으로 X선 스캔 데이터를 보고 식별할 수없을 뿐이다. X선 스캔 데이터 상에서 잉크가 있는 자리와 없는 자리의 차이점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아낸다면, X선 스캔 데이터만으로도 파피루스의 글자를 식별할 수 있게 된다. - P48
연구팀은 글자를 읽을 수 있었던 파피루스 조각의 X선 스캔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 그 결과, AI가 X선 스캔 데이터상에서 글자가 있던 곳과 없던 곳을 구별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P48
더 높은 해상도의 X선 스캔 데이터도 확보됐다. 연구팀은2019년부터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헤르쿨라네움에서 출토된 고대 파피루스 두 개와 몇 가지 조각들을 스캔해왔다. 그결과, 3~8u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 단위의높은 해상도를 가진 X선 스캔 데이터를 얻을 길이 뚫렸다. - P48
보이지 않는 글자를 읽을 방법과, 더 정밀하게 파피루스 두루마리 내부를 볼 방법이 생겼다. 남은 건 실제로 AI를 학습시켜 파피루스를 읽는 일이다. AI와 입자가속기를 이용한 스캔데이터를 이용해 고대 파피루스의 글자를 읽을 수 있다는 소식은 아카이브에 연구 결과가 게시되기 전부터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했다. - P48
<X선 스캔 시작>
돌돌 말린 상태로 탄화된 파피루스를 중심축의 수직 방향으로 X선 스캔한다. 이때 X선 스캔 데이터의 해상도가 높을수록 파피루스 속 글자의 흔적을 더 잘 잡아낼 수 있다. - P48
<3D 파피루스 구현>
X선 스캔이 완료되면, 롤케이크를 자른듯한 모양의 파피루스 단면을 무수히 많이 얻을 수 있다. 이 단면을 종합해 컴퓨터 상에서 파피루스를 3D로 구현한다. - P48
<파피루스 구획화>
헤르쿨라네움에서 출토된 파피루스의 경우, 두루마리 휴지처럼 단단히 말려있어 여러 겹 겹친 파피루스의 한 층을 구분하기 어렵다. X선 스캔 이미지를 보고 층을 구별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 - P49
<구획 데이터 종합>
앞서 찾은 구별 지점들을 기준으로 X선스캔 이미지를 적층해 연결된 하나의 구획을 완성한다. - P49
<가상적 펼치기>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해 완성된 구획을 펼친다. X선 스캔 데이터의 해상도가 높은 경우 이렇게 펼친 파피루스 위에 필기구가 지나가며 종이를 누른 자리 등 글씨를 쓴 흔적이 드러난다. - P49
덴마크의 예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은 과학을 도구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대형 설치작품을 만드는 작가다. 그는 날씨 프로젝트를 전시하며 테이트 모던미술관의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날씨 현상이 당신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꾼 경험이 있나요?" "평소에 날씨를 얼마나 인지하고 살아가나요?" - P50
사람들이 생성 인공지능(AI)에 열광하는 이유는 기계가 인간의 ‘자연어‘를 이해하고 생성하기 때문이다. 그 기술의 시작은 2017년 구글 브레인의 아시시 바스와 연구원팀이 발표한, "Attention Is All You Need‘ 논문의 ‘트랜스포머 모델‘이다. 트랜스포머 모델은 입력된 값들 사이의 연관성을 스스로 학습하는 ‘셀프 어텐션‘ 기법으로 학습 효율을 크게 개선시켰다. - P53
<1. 데이터 입력>
‘I am a teacher‘ 학습할 자연어 데이터가 입력된다. - P53
<2. 입력 임베딩>
자연어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값인 벡터로 변환한다. - P53
<3. 데이터 순서값 지정>
문장, 이미지 등은 배열순서가 정해져 있으므로, 순서값을 지정한다. - P53
<4. 셀프 어텐션 층>
입력된 데이터에서 각각의 단어들이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가중치를 부여한다. ‘I am a teacher‘ 을 입력했을 때 ‘I‘와 ‘am‘이 연결성이 높다고 파악하는 식이다. 생성 AI의 학습 효율을 크게 개선시키는 방법이다. - P53
<5. 잔여 학습>
셀프 어텐션 층에서 계산한 결과에 처음 입력값 (I am a teacher)을 복사해 그대로 더해준다. 입력과 출력 사이의 차이만 학습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학습 난이도가 낮아지고, 초기 모델을 형성하는데 유리하다. - P53
<6. 피드 포워드 층>
셀프 어텐션 과정의 결과를 취합해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서 인코더층이 완료된다. - P53
<인코더 층>
자연어 처리를 위해 ‘사전‘을 만드는 과정이다. ‘I am a teacher‘이라는 자연에데이터를 학습시키면 ‘I‘ ‘am‘ ‘a‘ ‘teacher‘ 각각의 단어가 서로 얼마나 연관성이있는지, ‘나는‘, ‘선생님‘ 등의 한글 단어와는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 가중치를계산해 사전을 만든다. 4~6 일련의 과정은 동시에, 독립적으로 일어난다. - P54
세계 각국은 AI의 질주가 인간의 통제권을 벗어나기 전에 핸들을 잡아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의 방향성에 대해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 - P5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3년 10월 30일 AI의 안전과 보안에 대한 새로운 표준을 수립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I 패권을 유지하면서 안보 위협에 대응한 규제를 하겠다는 뜻이다. - P54
반면 유럽연합(EU)은 2023년 12월 9일 세계 최초로 AI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규제 법안을 이끌어내며 전반적인 AI 발전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등급을 나눠 AI의 위험성을 분류하고,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이런 EU의 모습이 AI 주도권을 잡은 미국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P54
2024년은 생성 인공지능(AI) 상용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탑재해 인간처럼 똑똑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생성 AI가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한 해가 예상된다. - P55
생성 AI는 AI 개발의 최종 목표인 인공일반지능(AGI)과는 다르다. AGI는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고 독립적으로 인지행동을 하는, 누구도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미래 기술인 반면, 생성 AI는 지금 당장 우리의 현실을 뒤바꾼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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