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의 조화‘라는 게 단순히 철학에만 나오는 개념이 아니라 건축물에도 이러한 사상이 반영되어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물론 저자의 말로는 단순히 자신의 주관적인 추측이라고는 하나 나름 그럴싸하게 들렸던 것이 비단 나만은 아니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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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p.72 , 73에 밑줄 친 내용도 흥미롭다. ‘높이와 거리가 만드는 권위‘라는 소제목의 내용인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격하게 공감되었던 부분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더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저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었던 공간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하나 더 장착한 듯 하다. 동일한 사물도 각기 다른 각도에서 보면 느끼는 바가 각자 다 다르듯이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다른 어떤 누구도 아닌 나 자신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것이다.

이외에도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한 ‘라 투레트 수도원‘, ‘피르미니 성당‘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건축가인 저자가 자신이 느낀 건축물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논리정연하게 풀어낸 글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다양한 건축물의 매력에 ‘빠져든다‘는 표현이 딱 맞을 듯 하다.

단순함은 복잡함을 이긴다. - P56

중국의 전통 사상인 도가 사상에서 중요한 개념이 음양 조화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어야 하고, 양이 있으면 음이 있어야 한다. 세상은그 둘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우리나라 태극 문양도 붉은색과 파란색이 서로 소용돌이치듯이 조화를 이루게 디자인된 것이다. - P59

통일 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경주 ‘불국사‘에는 ‘다보탑‘과 ‘석가탑‘ 두 개의 탑이 있다. 이 둘은 디자인 스타일이 완전히 반대다. ‘다보탑‘은 화려하게 장식이 많고 ‘석가탑‘은 단순한 미니멀 디자인이다. 이 두 탑은 경내에 들어서면 좌우 대칭으로 놓여 있는데, 이렇게 반대되는 디자인을 병치한 이유는 음양의 조화를 추구하는 도가 사상에 근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 P60

해체주의 건축은 해체주의라는 현대 철학을 건축에 적용해보려던 노력으로, 거의 폭탄 맞은 것같이 해체된 형태의 디자인을 하는 흐름이다. - P62

르 코르뷔지에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고 생각했다. 20세기 전반기에 산업 혁명이 바꾼 세상을 보면서 성장한 그는 기계가 인간을 구원할 것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시대의 사람이었다. 그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설계를 통해 기능적인 건축을 추구해 왔다. 그렇게 철근 콘크리트로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사람이다. - P67

그런데 누구나 그렇듯 살다 보면 생각이 바뀐다. 살면 살수록 자신이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고, 논리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직관적으로 마음이 가는 경험도 한다. 대표적으로 자연에 대한 느낌이 그렇다. 자연은 인간이 디자인하지 않았다. 자연은 인간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있어 왔다. 그리고 자연의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자연의 디자인은 그냥 좋다. 르 코르뷔지에도 말년에 그러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혈기 왕성하게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이 계획한 대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젊은 시절과는 달리 나이가 들어서는 자연의 디자인에 심취했다. - P68

젊어서 파리 시내 중심부의 건물들을 때려 부수고 콘크리트 고층 아파트를 지어 새로운 도시를 만들려고 했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는 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를 줍고 모래사장의 소라를 주워서 그 모양을 감상하는 사람이 되었다. 때로는 솔방울도 그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말년에 자연이 만들어낸 형태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 P68

건축가의 감성이 바뀌면 디자인도 바뀐다. 젊어서는 차가운 직육면체의 ‘빌라 사보아‘를 디자인하던 사람이 말년에는직선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곡면의 ‘롱샹 성당‘을 디자인했다. 르 코르뷔지에가 일혼 가까운 나이가 됐을 때 완공된 ‘롱샹 성당‘은 기존의르 코르뷔지에가 보여 주던 디자인과는 사뭇 다르다. - P68

건물이 땅에 묻히다 보니 땅속의 습기와 물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방수를 위해 콘크리트 옹벽을 만들어야 했다. - P69

예배당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신과 인간의 관계를 공간적으로 어떻게 정립하느냐다. 어떤 공간에 가면 신이 나를 압도하는 두려운 존재로 느껴지고, 어떤 곳은 신이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차이는 설계자의 의도에 따라 결정된다. - P71

일반적인 종교 건축 공간은 좌우 대칭으로 구성된다. 좌우 대칭은 권위를 만들기 때문이다. ‘광화문 광장‘, ‘자금성‘,
‘베르사유궁‘ 모두 좌우 대칭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좌우 대칭은 자연속 유기체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기하학적 규칙이다. 우리눈에 보이는 자연 풍경에는 좌우 대칭이 거의 없다. 비바람에 의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풍경은 대체로 좌우 비대칭이다. 하지만 생명체는 다르다. 우리의 몸도 좌우 대칭이고 다른 대부분의 동물도 좌우 대칭이다. 따라서 인간이 가장 쉽게 인지하게 되는 규칙은 좌우 대칭이다. - P71

공간을 좌우 대칭으로 만들면 일단 규칙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규칙은 누군가가 기획하고 만든 공간임을 암시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어떤 권위자의 존재를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이때 좌우 대칭을 나누는 축은 그 권위자의 권력을 세워 주는 선이 된다. 그래서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축선상에 위치한 것이다. 반면에 공간을 좌우 비대칭으로 만들면 이러한 권위를 깰 수 있다. - P71

‘롱샹 성당‘은 네 개 입면과 평면도가 모두 좌우 비대칭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심지어 신도들이 앉는 의자도 한쪽으로 치우쳐서 배치되어있다. 기하학적 규칙을 배제한 이러한 비대칭 공간은 나에게 무언가 규칙을 심으려는 강압적인 공간이 아니라 나를 자연스럽게 품어 주는 공간이 된다. ‘롱샹 성당‘을 밖에서 바라볼 때나 실내에 들어와서 경험할 때나 기존의 전통 건축과는 다른 무언가 특별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 비대칭성에 있다. 권위적인 종교 공간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건축가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 P72

인류 최초의 문명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신전 ‘지구라트‘는 제단이 50미터 높은 곳에 위치해 일반인들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의 제단을 올려다보게 되어 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일반인들에게 제단은 함부로 범접하기 어려운 공간으로 느껴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종교의 권위를 만든다. 무언가를 올려다보면 자연스럽게 경외심이 든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종교에서도 인간은 높이 하늘에 떠 있는 태양과 달을 올려다보았다. - P72

원시 시대 사냥꾼이 사냥을 나갔을 때 자신보다 큰 동물을 만나면 올려다보게 된다. 이때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서 있으면 죽는다. 올려다보고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친 자만이 살아남았다. 우리는 그런 도망자의 후예다. 따라서 올려다본다는 것은 경외심과 두려움을 유발한다. 이 원리를 이용해 알타미라 동굴에서는 천장에 그림을 그리고 올려다보게 하였다. 고개를 들어서 올려다봐야 하는 미켈란젤로 Buonarroti Michelangelo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가 일반적인 벽화보다 더욱 감동적인 이유도 이것이다. - P72

사제가 서 있는 제단을 멀리서 바라보게 하는 것도 신과 제사장의 권위를 높이는 방법이다. 예배당에서는 직사각형 공간의 좁은 쪽 벽에 제단이 위치한다. 그리고 제단 앞으로 긴 의자를 줄지어 배치한다. 이때 내가 중간이나 뒤에 앉으면 앞에 수많은 사람을 사이에 두고 제단을 바라보게 된다. 그만큼 나와 제단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그 사이에 많은 사람이 가로막는 형세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깊은 공간감은 신과 예배자의 신분 차이를 크게 느끼게 한다. - P73

이런 원리는 ‘경복궁 근정전‘에서도 볼 수 있다. ‘근정전‘의 단 위에는 왕이 앉았고, 왕 바로 앞에는 종1품 관직의 사람부터 순서대로 2품, 3품, 4품이 배치되었다. 직급이 높을수록 왕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직급이 낮을수록 왕로부터 멀리 선다. 일반적인 사무실 자리배치를 봐도 부장과 말단 사원 사이에는 보통 과장과 대리 등이 배치되어 있다. - P73

이처럼 나와 누구사이에 많은 사람이 있고 공간이 깊게 느껴지면 내가 바라보는 그 대상은 나보다 더 높은 사람으로 느껴지고 경외심이 커진다. 반대로 물리적 거리가 가깝게 느껴지면 내가 바라보는 대상이 나와 더욱 가까운 존재로 느껴진다. 건축가는 디자인을 통해 공간을 깊고 멀어 보이게 할 수도 있고, 가깝게 느껴지게 할 수도 있다. - P73

우리는 공간을 바라볼 때 투시도적으로 이해하고 깊이를 가늠한다. 따라서 투시도 기법을 잘 이용하면 공간의 깊이를 조절할 수 있다. 투시도 기법은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Filippo Brunelleschi에 의해 완성되었다. 이때부터 그림 안에 소실점이 설정되고 그에 맞추어서 공간의 깊이감이 느껴지는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공간감이 생겨난 것이다. 이 놀라운 기술은 건축에도 적용되어서 경우에 따라 투시도 기법을 이용해 착시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 P73

르네상스 시대까지만 해도 신은 인간이 범접해서는 안 되는 멀고 위대한 존재여야만 했다. 따라서 공간적으로 제단 역시 사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야만 했다. - P74

때로는 좁은 공간에 교회를 짓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제단이 너무 가까워 보이는 문제가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시도를 왜곡해서 공간이 깊어 보이게 디자인한다. 예배당 좌석의 뒤쪽은 폭이 넓고 제단 쪽으로 갈수록 좁아지게 만들고, 천장도 제단 쪽으로 갈수록 낮아지게 만든다. 이렇게 하면 예배당의 뒤에서 쳐다봤을 때 10미터 깊이의 공간도 마치 20미터 깊이의 공간처럼 보인다. 좁은 공간이 넓어보이고, 제단도 멀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만큼 신의 위엄도 높아진다. 대표적인 사례는 도나토 브라만테Donato Bramante가 설계한 밀라노 ‘산 사티로 성당 Santa Maria presso San Satiro‘의 제단이다.
- P74

‘롱샹 성당‘에서는 이 기법을 반대로 적용했다. 평면상으로 제단 쪽이 가로로 가장 넓고, 예배자의 좌석은 뒤로 갈수록 좁아진다. 단면상으로 보아도 천장 면이 제단으로 갈수록 높아지게 설계되어 있다. 투시도 기법을 거꾸로 적용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의자에 앉으면 실제 거리보다 제단이 아주 가깝게 느껴진다. 그뿐 아니라 의자를 평면상 사선으로 기울어진 벽체를 향해 배치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의자에앉아 제단을 바라볼 때 앞사람의 뒤통수 너머로 보는 것이 아니라 왼쪽 10시 반 방향 정도로 틀어진 열린 공간을 통해 제단을 바라볼 수있게 되었다. 나와 제단 사이에 조금이라도 더 적은 수의 사람이 끼어들게 한 설계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 어느 교회보다도 예배자와 신의 관계가 가깝고 친근한 공간이 완성되었다. - P75

일반적으로 서양 건축물은 돌이나 벽돌로 만들기 때문에 비를 맞아도 방수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서양 건축물에는 처마가 길게 나와 있지 않다. 반면 동양 건축물은 나무로 짓다 보니 비를 맞으면 나무 기둥이 썩어서 무너진다. 그래서 동양 건축물은 나무 기둥에 비가 들이치지 않게 처마가 길게 나왔다. 게다가 자주 많이 내리는 빗물 배수를 위해서 지붕이 급하게 기울어져 있다. 그렇다 보니 동양의 건축에서는 지붕이 크게 보인다. 서양 건축은 벽이 주인공이고, 동양 건축은 지붕이 주인공이다. 그게 동서양 건축의 외관상 가장 큰 차이점이다. - P79

그런데 ‘롱샹 성당‘은 처마가 캔틸레버 구조로 길게 나와 있어서 외관상 일단 서양에서 수천 년간 지어진 여타 성당과는 크게 달라 보인다. 게다가 두껍고 짙은 회색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지붕은 약간 기울어진 형태다. 덕분에 ‘롱샹 성당‘ 지붕은 동양 건축의 경사진 지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롱샹 성당‘은 일반적인 서양전통 건축과는 달리 지붕이 주인공이 된 건축물이다. 그렇다고 ‘롱샹성당‘이 벽이 없는 동양적인 건축도 아니다. 벽도 두껍고 존재감 있게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롱샹 성당‘의 디자인은 동서양의 조형적 특징이 섞여 있다고 할 수 있다. - P79

캔틸레버(cantilever): 한쪽 끝은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있는 보 - P487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 가면 외벽에 괴물 모양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형태의 조각상을 볼 수 있다. 비가 올 때면 이 괴물의 입에서 빗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 토수구 조각을 ‘가고일‘이라고 한다. 번역하면 ‘이무깃돌‘인데, 원어가 느낌을 더 잘 살린다. 일본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나디아>라는 애니메이션을 알 것이다. 여기서 극 중 악당의 이름이 가고일이다. - P81

일반적인 건물은 지붕에 내린 빗물이 건물 외관을 따라서 내려오는 배수구를 통해 땅까지 내려와서 배출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성당 건축에서는 가고일이라는 조각상을 길게 뽑아서 괴물의 입에서 물을 내뿜게 해 건물 외벽에서 멀어지게 물을 배출한다. - P81

수도원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사제들이 조용히 묵상하고 기도하고 찬송하고 식사하고 잠자는 장소다. 일종의 작은 집합 주거이자 도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절과도 비슷하다. - P88

바실리카(basilica) 양식: 고대 로마의 공공 건물에서 유래한 건축 양식, 전체 모양은 직사각형이고 중앙 본당, 측면 복도, 입구 맞은편 벽면의 반원형 구조물 등으로 되어 있다. - P487

처음 가는 도시에서 길을 모를 때나 복잡한 미로 같은 지하 쇼핑몰을 걸을 때 우리는 불안감과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우리는 위치 파악이 안 되는 미로 같은 공간에 있으면 기분이 나빠지고 심한 경우 공포심을 느낀다. 공간 파악이 안 되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수렵채집의 시기에 사냥이나 채집을 나갔을 때 내 위치가 어딘지 모른다는 것은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고, 이것은 생명의 위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수십만 년 동안 누적된 이때의 경험이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되었을 것이다. - P96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시간과 공간을 파악하고 싶어 한다. 그렇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 선사 시대 때 인간은 시간적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하늘의 해와 달을 보았다. 또 공간적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높은 산을 보거나 밤이 되면 별자리를 보았다. 이러한 랜드마크나 기준점이 있어야 나의 시간적·공간적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생존할 수 있다. - P96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 현대인은 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해나 달 대신 시계를 본다.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높은 산 대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같은 고층 건물을 보고, 밤에는 하늘의 별자리 대신 불 켜진 건물의 유리창이나 ‘타임스 스퀘어‘의 LED 광고판을 본다. 위치 파악 장치가 잘되어 있는 곳에서는 위험을 덜 느끼고 빠르게 친숙해진다. 많은 사람이 빠르고 쉽게 뉴욕에 친숙해지는 이유는 시공간의 파악이 쉽기 때문이다. - P97

‘라 투레트 수도원‘에서는 복잡한 미로임에도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창문을 통해 ‘자연‘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라 투레트 수도원‘은 특별하게 밀폐된 두 개의 예배당을 제외하고는 어느 곳에서나 주변의 숲과 가운데 중정을 바라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어디에 있어도 자연을 기준점으로 나의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공포감을 느끼는 대신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 P97

‘라 투레트 수도원‘의 생활 공간과는 다르게 예배당 공간은 주변의 자연을 차단하고 천창으로 들어오는 철저하게 제한된 빛을 통해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예배당에서는 나의 내면에 있는 신을 만날 수 있고, 예배당을 벗어난 생활 공간에서는 자연 속의 신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 P97

다양한 공간감을 만들려면 벽과 창문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건물 내부를 걸을 때 열리고 막히는 변화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걷는 공간의 좌우가 벽으로 막혀 있다면 오랫동안 걸어도 공간의 변화를 못 느낀다. 어디를 가나 똑같은 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간에 창문이 뚫려 있으면 바깥 정원을 바라보면서 내 위치가 어디인지 파악하고, 건너편 공간을 보면서 좀 더 복잡한 공간을 상상하게 된다. - P97

‘라 투레트 수도원‘에서는 복도의 벽이 모두 유리창인 경우가 많은데 특이한 점은 그 창문에 수직 루버처럼 창틀이 있다는 점이다. 이때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수직 창틀이 촘촘했다가 넓어지는 식으로 간격이 바뀐다. 이게 뭐가 대단할까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 공간을 걸어 보면 그 차이를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만약에 그냥 크게 열린 창문이라면 유리창 복도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까지 걸어가는 동안에 장면의 변화가 별로 없다. 그런데 촘촘한 수직 루버가 있으면 걷는 방향에서는 유리창이 벽처럼 막혀 보인다. 그러다가 수직 루버의 간격이 넓어지면 창문은 투명성을 가진다. - P98

루버(Iouver): 폭이 좁은 판을 수평이나 수직 혹은 격자 모양으로 개구부의 앞면에 설치해 직사광이나 비를 막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함 - P487

게다가 또 하나의 변수가 더 있다. 바로 고개를 돌리느냐 아니면 진행 방향으로 보느냐의 차이다. 내가 걷는 진행 방향으로 고개를 고정하고 걸으면 촘촘한 수직 루버 구간에서는 바깥 경치가 안 보인다. 하지만 그런 촘촘한 구간이라고 하더라도 고개를 돌려서 창문을 수직으로 바라보면 루버 사이로 중정 풍경이 보인다. 루버 간격, 고개를 돌리는 각도, 걷는 속도, 그날의 날씨, 해의 각도라는 변수에 따라 그 공간은 늘 다른 공간이 된다. - P99

나는 항상 공간은 절대적인 물리량이 아니라 기억의 총합이라고 말해왔다. 이 공간은 그러한 기억의 총량이 무한대로 늘어나는 공간이 된다.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사는 사제라고 하더라도 같은 공간을 지루하게 반복적으로 거닌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을 것이다. - P99

모듈러(modular):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최소 단위로, 일반적으로 특정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반복된다. - P487

레오나르도 다빈치 Leonardo da Vinci의 그림 비트루비우스 인간을 보면 양팔을 벌리고 선 사람의 위아래와 손가락 끝이 정사각형에 맞닿는다. 다빈치가 생각하기에 이상적인 신체의 두 팔 폭은 키와 동일하다. 르 코르뷔지에는 최소한의 방의 폭은 두팔을 뻗을 수 있는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방의 폭이 183센티미터인 것이다. - P103

좌우 대칭 구조는 완전한 규칙의 공간을 만든다. 완전한 규칙의 공간은 거룩한 압박의 공간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의자배치 덕분에 참석자들은 마주 보게 되고 여기서 완전한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 P109

영국 현대 미술가 올리버 비어Oliver Beer는 "모든 공간은 특유의 소리가 있다."라고 말한다. 음악을 전공했던 이 예술가는 공간에서 특유의 울림을 듣는 것이다. 이는 건축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타당하다. 각각의 공간은 그 자체로 가로, 세로, 높이의 크기를 가진다. 그리고 그 공간의 마감재에 따라서 독특한 소리 반사율과 잔향이 정해진다. 이런 특징들이 모여서 그 공간만의 특별한 소리를 만든다. 우리의 예민한 귀는 특별한 소리 없이 고요 속에서도 그 공간이 만들어 내는 소리의 특징을 느낀다. - P110

‘라 투레트 수도원‘ 예배당은 노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가로로 긴 직육면체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마주 보는 긴 콘크리트 벽 때문에 소리의 잔향이 길고 마주 울림과 소리 간섭은 크다. 이러한 공간적 환경은 그레고리오 성가를 더욱 장중하게 들리게 한다. - P110

그레고리오 성가 : 제한된 음역대의 단조 스타일 성가로 반주 없이 독창이나 합창으로 부른다. - P109

‘피르미니 성당‘은 르 코르뷔지에의 유작이다. 프랑스의 소도시인 피르미니에는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건물들이 모여 있는 ‘사이트 르 코르뷔지에‘라는 단지가 있다. - P110

이 성당의 외관은 솔직히 조잡하다. 각종 장식 요소들은 일관성이 없고 본당 건물과 진입 경사로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모든 부정적인 생각은 내부에 들어가면 눈 녹듯이 사라진다. - P112

경사로를 사용하는 이유는 방문객들이 자신의 보폭대로 걸으면서 주변 경관을 편안하게 감상하며 건물로 진입하게 하려는 의도다. 경사로는 위로 올라가는데 반대로 경사로 옆의 땅은 내려가는 모양새다. 건축물과 땅이 반대의 멜로디로 합주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 P112

천장고: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 - P487

르 코르뷔지에는 창문, 경사로, 천창, 색깔, 공간 나눔, 바닥의 기울기, 제단 제기의 디테일, 음의 잔향, 공간의 형태 등등 건축가가 다룰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현란하게 사용하여 사람의 마음을 디자인하는 경지에 이른 공간 교향곡의 작곡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진정한 마스터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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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오늘의 한문장] 조지 오웰 산문선

1년 전 오늘 밑줄 쳤던 문장인데 악순환의 연결고리에 대해 아주 이해하기 쉬운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만약 악순환의 연결고리 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다면 그 즉시 과감하게 끊어내고 선순환의 연결고리로 바꾸기 위한 변화된 행동들이 따라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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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브라질 산토스 NY2 디카페인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9월
평점 :
품절


드립백 포장을 뜯자마자 아주 고소한 냄새가 나서 마치 고소한 맛의 과자봉지를 뜯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뜨겁게도 마셔보고 차갑게도 마셔봤는데 개인적으로는 일단 뜨거운 물로 한 번 내린 뒤에 얼음을 타서 차갑게 마시는게 포장지에 써있는 맛과 향이 보다 더 잘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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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아직 영국을 가본적이 없어서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

1년 전 오늘 읽었던 조지 오웰 산문선을 통해 배운 1가지는 영국 요리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별로 보잘것없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는 영국의 기후와도 관련이 있는데 좀 더 자세한 내용은 1년 전 포스팅을 참조해주시면 좋을 듯 하다. 아무튼 따로 가본적은 없지만 영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된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잘 몰랐던 것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기쁨(?)도 한가지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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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독서에 연이어 ‘계획‘과 관련된 내용들이 이어진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내용일 수도 있고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설사 어느 정도 들어봤던 내용이라도 이 책을 통해 그 노하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느끼고 독자인 내게 체화되어서 그것이 실제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데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된다면 그자체로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오늘 읽은 초반부에 특이한 점은 계획이 만능은 아니라는 뉘앙스의 얘기였다. 오히려 계획에 너무 과몰입하다보면 실제로 실천하는데 소홀하게 되는 것을 살짝 경계하는 눈치였다. 저자의 이런 얘기에 독자인 나도 어느정도 동의되는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계획이 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되 약간의 유연함이 필요하다는 뉘앙스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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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저자가 제안한 ‘시간 가계부‘를 써서 시간을 관리하면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와닿게 느껴졌다.

어떤 일을 하는데 예상되는 시간과 실제 완수하는데 사용한 시간을 기록하는 것을 통해 자신이 낭비하고 있는 시간을 눈으로 볼 수 있고 향후 계획을 세우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름 설득력있는 얘기라고 느껴졌고, 실제로 이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얘기와 더불어 실제로 행했을 때 많은 걸 느끼게 될 거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한 번 시도해봄직하다고 본다.

목표가 없는 계획은 있을 수 없다.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 그 일이 자신에게 중요한 이유와 왜 그 일을 해야하는지 목적과 목표가 뚜렷해야 동기가 부여되고 의욕도 생긴다. 계획은 결과를 예언하는 기능도 한다. 계획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세웠느냐에 따라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결정된다. - P51

일과 생활에서 항상 계획을 세워야 하는 건 맞다. 계획을 세우는 습관은 매우 바람직하다. 계획을 세우면 할 일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고 동기가 부여되고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할 수 있다.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 P52

계획에 집착하는 사람을 ‘The Overorganized‘라고 한다. 우리말로 ‘과도하게 계획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항상 할 일 목록을 만들고 업데이트한다. 하루 계획을 세울 때도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서 세부적인 사항을 계획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고 계획을 세운 근거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실행하지 못한다. 계획을 세우는 일에만 매달리기 때문에 정작 실행하는 데는 미숙하다. 실행하는 것보다 계획을 세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자기가 세운 계획에만 집중한 나머지 새로운 기회나 변화, 주변 사람들의 요구사항을 읽지 못한다. - P52

전문적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계획을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경영학의 관점에서 일정계획은 전체적인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하여 수립하는 계획이다. 일정에 맞춰서 해야 하는 일, 일을 하는 장소, 설비, 작업자의 역량 등을 고려하여 계획을 세운다. 일정계획의 세부적인 내용에는 인력, 일의 종류, 일을 하는 시간 진행 단계 등이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세부적인 일정을 계획할 때는 계획표와 상황판을 만들고 우선순위에 의한 방법, 수리적 모델 기법 등을 적용해서 간트 차트 Gantt chart처럼 정교한 프로젝트 관리 기법을 사용한다. 계획을 세우는데 적용하는 과학적인 방법론과 기법들이 일정과 진행 사항을 관리하는데 도움을 주는 건 틀림없다. 하지만 모든 일에 프로젝트관리 기법을 적용해서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다. 과학적인 방법론이 모든 계획에 좋은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 P53

시간관리 기법을 많이 안다고 계획을 잘 세우는 건 아니다. 시간관리 기법을 몰라서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게 아니다. 할 일들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P53

계획을 세우면 할 일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고 동기가 부여된다. 일의 우선순위도 판단할 수 있다. 계획을 세우는데 적용하는 과학적인 방법론과 기법들이 일정과 진행 사항을 관리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모든 일에 과학적인 기법을 이용해서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다. - P53

현실적인 장애요인을 무시하고 계획을 세우는 이유는 자신감 때문이다. 계획을 세우는 시점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무엇보다 계획을 세우는 동안에는 계획한 것을 모두 이룬다는 상상만으로 뿌듯하고 즐겁다. 하지만 계획을 실행하는 순간부터 어려움이 눈앞에 닥치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 P55

처음부터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게 제일 좋다. 어떤 계획이든지 시행착오가 반드시 생긴다. 계획이 없는 것보다는 잘못된 계획이라도 세우는 게 좋다. 계획은 무엇을 할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계획을 세우는 동안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일 먼저 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정도만 파악해도 계획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 P55

"앞으로 무엇을 할지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대로 행동한다. 만약 어떤 그림도 없다면, 즉 무엇을 할지 아무 생각이 없다면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 한편 그림이 흐리거나 불분명하면 주저할 테지만, 분명한 그림이 있다면 단호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행동한다." - P55

계획을 세웠는데 무엇을 어떻게 할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계획이 아니다. - P55

계획을 만드는 세 가지 구성요소는 일의 우선순위, 실행하는 시간, 계획을 실행하는 환경이다. 세 가지 구성요소 중에서 하나만 비현실적이어도 계획은 실패한다. - P56

궁극적인 목표 달성에 도움을 주는 정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시간이 부족할 때, 시간을 통제할 수 없을 때는 우선순위가 일의 중요도를 나타낸다. 우선순위에서 상위에 있는 일을 먼저 처리하는 순서로 계획을 세운다. 일의 우선순위를 매겼다면 그 일을 시작하는 시점과 기간을 정한다. - P56

시간과 목표를 기준으로 언제 그 일을 할지 계획할때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 즉 일을 바라보는 시야를 자유자재로 넓히고 좁히는 능력이 필요하다. - P57

장기 계획을 세울 때는 광각렌즈의 시점으로 할 일을 바라본다. 광각렌즈의 시야는 넓다.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를 중심으로 단기목표를 함께 바라볼 수 있다. 넓은 시야로 최종 목표를 바라보면 당장 이뤄야 하는 작은 목표는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단기 목표를 달성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망원렌즈는 멀리 있는 것을 눈 앞에 있는 것처럼 보여준다. 망원렌즈의 시점으로 할 일을 바라보면 특정한 문제와 일에 초점을 정확히 맞출 수 있다. 일일 계획과 주간 계획을 세울 때는 망원렌즈의 시점으로 당장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한다. - P57

단기 계획을 세울 때는 당장 할 일과 일주일 안에 일어날 일에 집중한다. - P57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사무직 근로자가 평균적으로 비품을 찾는 데 쓰는 시간을 모두 합하면 1년에 6주 정도다. 일하는 데 필요한 스테이플러, 메모지, 테이프 등의 비품, 파일, 종이 정리부터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도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정리해야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계획은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 P58

계획을 세워서 시간을 관리하려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지 않으면 ‘시간도둑‘이라고 불리는 요인들이 시간을 빼앗아간다. 시간도둑에게 시간과 집중력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주의를 끄는 일부터 정리해야 한다. 주의를 끄는 일이 할 일과 관련이 있는지, 집중을 방해하는 일인지 구분한다. - P59

할 일과 시간을 통제하려면 수집, 명료화, 정리, 검토, 실행 다섯 단계를 거치면 된다. 할 일과 주의를 끄는 일을 수집하고 일을 하는 이유와 의미를 명확히 한다. 필요한 일, 꼭 해야 하는 일, 시간만 낭비하는 일을 구분해서 정리한 다음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검토한다. 일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면 한 가지씩 실행에 옮긴다. - P60

원칙과 과정은 매우 단순하다. 할 일을 검토하는 데 까지는 순조롭다. 마지막 실행 단계에서 문제가 생긴다. 할 일을 수집해서 분명하게 정리하고 검토했지만 막상 실행하는 순간에는 하고 싶은 일, 당장 할일이 너무 많이 눈에 띈다. 할 일을 정리한 후에도 그 일을 해야 하는 순간에 기억하지 못하거나 더 중요한 일, 더 급한 일 때문에 반드시 해야한다고 검토한 일을 실행하지 못한다. - P60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단 한 가지 일에만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람, 계획만 세우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 P61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한다. 과학자를 비롯해서 심리학자, 업무효율 전문가 등이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해서 멀티태스킹이 집중력과 효율, 생산성을 떨어트린다는 결과를 내놓아도 사람들은 여전히 멀티태스킹을 한다. 멀티태스킹을 계속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째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않으면 기한내에 완료하지 못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기분이 끝내주기 때문이다. - P61

《원씽 The one Thing》의 첫 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있다.
"두 마리 다 잡지 못하고 말 것이다." - P61

한 번에 한 가지 일을 처리하는 것을 싱글태스킹이라고 한다. 싱글태스킹은 한 가지 일을 처리하는 동안 다른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한 가지 일을 완벽하게 끝낼 때까지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 열중하고 있는 일을 끝낸 후에 다음 일을 시작하라는 의미다. - P61

자신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고 믿지만 엄밀하게 따지면여러 가지 일 사이를 재빨리 돌아다니는 ‘테스크 스위칭 Task switching‘을 했을 뿐이다. 스탠퍼드대학의 신경학자 에얄 오빌 박사는 태스크 스위칭을 하면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처럼 느껴질지는 몰라도 뇌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에 집중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 P62

할 일 목록을 만들고 언제 어떻게 실행할지 결정해서 계획표를 만든 다음 실행하는 단계에서는 한 번에 한가지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할 일과 시간을 통제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 P62

계획은 시간에 따라 할 일을 분배하는 것이다. 오래 걸리는 일은 많은 시간을 할당하고 급한 일에는 ‘당장‘이라는 시간을 할당한다. - P65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이후 시간은 절대적인 시간과 상대적인 시간으로 나눠서 인식하게 되었다. 상대성이론의 핵심은 시간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과 주관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는 것이다. - P66

아인슈타인은 이런 비유를 들어서 시간의 상대성을 설명했다.
뜨거운 냄비에 손을 얹었다고 해보자. 단 몇 초만 얹고 있어도 그 시간은 너무나도 길게 느껴진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있다고 해보자. 몇 시간조차도 너무나 짧게 느껴진다. 이것이 상대성이론의 실질적인 내용은 아니다. 농담같은 비유지만 상황에 따라 시간은 전혀 다른 길이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다. - P66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부터 자문한다. 그런 다음 할 일 목록을 작성하고 각각의 일에 적절히 시간을 할당한다. 이건 오전에, 저건 오후에, 또 이건 밤에 하는 식이다." - P67

시간을 측정하는 장치가 없던 시절에 인간은 ‘자연시간(Natural time)에 따라 생활했다. 그 당시에는 할 일, 즉 과제(Task)에 따라서 시간을 분배했다. 지금은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에 따라 할 일을 배분한다. 이것을 시계에 의해 규정된 노동(Labour timed by the clock)‘이라고 한다. - P68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즐기라 - P69

티모시 페리스는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라고 주장한다. 일주일에 4시간을 일한다는 개념에서 일work 은 하기 싫은 것을 의미한다. 즉, 4시간을 일한다는 의미는 하기 싫은 일을 4시간 동안 하는 것이다. 업무시간이나 일의 강도에 관계없이 즐겁게 한다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주일에 4시간만 일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 P69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에 따라 살면서 상대적인 시간의 개념을 인정하기 때문에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의 시간관리는 매번 지켜지지 않는다. 상대적인 시간의 개념으로 상대성 이론을 주장한 아인슈타인은 일상에서 반복하는 일에 규칙을 만들고 지켰다. 매일 같은 옷을 입은 것도 아인슈타인의 생활 규칙이었다. 매일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하느라 신경 쓰지 않도록 옷장에 같은 옷을 다섯 벌 넣어 두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즐겁지 않지만 반복해야 하는 일이라면 자기만의 규칙을 정해놓는 것이 좋다. - P70

일상적인 일에 규칙을 정하면 매번 같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어떻게 실천할지 미리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반복해서 습관이 되면 부담없이 실천할 수 있다. 일상의 규칙을 정하고 습관이 되면 실천하는 데는 큰 힘이 들지 않는다. 중요한 일에 더 많은 힘을 쏟을 수 있다. 운동선수들은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규칙을 정해놓고 지킨다. 규칙대로 하면 에너지가 적게 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일상에 규칙을 정해놓으면 순서와 형식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실천할 수 있다. - P70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미리 정해놓지 않으면 다음에 할 일을 고민하고 그로 인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간다. - P71

이메일과 SNS 확인, 일기 쓰는 시간, 식사 등 반복적으로 해야하는 일, 기본적인 일에 규칙을 정해두면 중요한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 - P71

계획은 천천히 세우고 실행은 신속하게 한다 - P72

계획을 세워서 하루를 충실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은 매일 아침 오늘 할 일을 다이어리에 적는다. 업무회의를 할 때도 맡은 일을 메모한다. 하루 동안 할 일 목록은 ‘오늘을 변화시키는‘ 계획이고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작은 단위의 계획이다. 가장 작은 단위의 계획이기 때문에 매우 구체적이다. - P72

오늘 할 일은 월간 계획과 주간 계획에서 이미 할당된 일이기 때문에 적어도 두세 번 정도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오늘 실행해야 하는 일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바로 실천할 수 있고 완성도 높게 끝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요시간을 예상해야 한다. - P73

할 일 목록을 적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 일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까지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할일 목록을 적을 때 소요시간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일을 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해봐야 안다고 대답한다. 소요시간은 예상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상이 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비슷한 일을 했던 경험에 비추어 소요시간을 예상해야 한다. 일을 하기 전에 소요시간을 예상하고 일을 하면서 시간별로 진행사항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 시간을 기록하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신의 능력을 파악할 수 있다. 일을 하는데 쓴 시간을 기록하는 것을 ‘시간 가계부‘라고 한다. 시간 가계부를 적으면 일을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어떤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시간 가계부를 적으면 세 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 어떤 일에 어느 정도 시간이 드는지 파악할 수 있다. 둘째, 나중에 계획을 세울 때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셋째, 하루 동안 어떤 일에 많은 시간을 썼는지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일을 한 것 같지만 정작 한가지 일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 원인도 밝힐 수 있다. - P73

예상 소요시간은 마감기한이다. 일을 하는 데 걸린다고 예상한 시간이 바로 마감기한이다. 기한을 정하지 않고 일을 하면 무한정 늘어지기쉽다. 일을 끝내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예상하고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게 소요시간을 정한다.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을 시작할 때 소요시간을 예상하지 않는다. 소요되는 시간을 예상하지 않기 때문에 할 일 목록에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하지 못한다. - P74

일일계획에는 반드시 할 일마다 소요시간을 적는다. 소요시간이 너무 짧으면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포기하게 된다. 돌발 상황까지 고려해서 여유 있게 소요시간을 정해야 한다. 소요시간을 너무 길게 잡는 것도 좋지 않다. 파킨슨 법칙에 따라서 주어진 시간이 많을수록 쓸데없는 일들로 시간을 채우기 때문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마감시간에 맞춰서 일하는 속도를 조절한다. 시간이 많으면 나태해지기 쉽다. - P74

피터 드러커는 기업을 경영하는 것처럼 개인도 시간을 경영해야 한다는 의미로 ‘자기 경영‘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그는 시간을 경영하려면 시간을 기록, 관리, 통합하는 3단계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3단계 가운데 시간을 기록하는 일이 첫 번째다. 어떤 일에 얼마나 시간을 사용하는지 알아야 낭비하는 시간과 제대로 사용하는 시간이 눈에 보인다. - P74

할일 목록에 적은 일을 하는 데 각각 걸리는 시간을 예상해서 기록하면 된다. 예상한 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했어도 자책할 필요는 없다. - P74

시간 가계부를 쓰면 시간을 기록, 관리, 통합하는 3단계를 해결할 수있다. 새로운 일을 할 때에도 경험을 바탕으로 소요시간을 예상하기 때문에 너무 짧게 또는 너무 길게 잡지 않게 된다. 소요시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쓸데없이 허비한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있다. 하루에 한 가지 일도 제대로 완료하지 못하면서 바빴던 이유도 알게 된다. 그러면 집중하는 방법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시간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생긴다. - P75

할 일 목록을 적으면서 소요시간을 예상하고 일을 하는 동안 소요된 시간을 적는 일, 즉 시간 가계부를 쓰는 것은 귀찮고 번거롭다. 하지만 돈을 관리하기 위해 가계부를 적는 것처럼 시간 가계부를 적으면 일을 하는 동안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시간 가계부를 쓰면 어떤 일을 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어서 보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데 큰 동기부여가 된다. - P75

시간 가계부는 ‘계획‘을 적는 게 아니다. 어떤 일에 실제로 어느 정도 시간이 들었는지 기록하는 것이다. 자기가 어떤 행동을 얼마 동안 했는지 시간을 기록하면 낭비한 시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무심코 하던 일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지, 쓸모없는 일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자기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 P75

중요한 일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려면 시간을 아껴야 한다. 시간을 아끼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휴식시간도 더 많이 가질 수 있다. 시간을 아끼는 방법은 돈을 아끼는 것과 같다. 돈을 아낄 때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처럼 불필요한 일을 하는 데 낭비하는 시간을 확인하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 P76

불필요한 일을 하게 만드는 요인을 ‘시간도둑‘이라고 한다. 돈·물건을 훔쳐가는 사람을 도둑이라고 하고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모든 요인을 시간도둑이라고 부른다. 엄밀하게 따지면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 P76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할 때 누군가가 주의를 흐트러뜨리면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다가 자기도 모르게 검색어 순위의 키워드를 클릭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여다본다. 집중해서 일할 때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거 마치고 얘기하자." 또는 "지금은 못 한다."라고 말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다른 일에 한눈을 팔았다면 다른 사람을 탓할 수도 없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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