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에 들어와 있는 건축과 관련된 이야기를 읽다보니 건축의 매력에 점점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다. 어떤 공간이 왜 그렇게 설계될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구조나 디자인과 관련된 저자만의 느낌이 가미된 해설은 꼭 이 책에 소개된 외국의 건축물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건축물에 대한 올바른 시각도 형성시켜 주는듯 한 느낌이 든다.

모듈(module) : 건축물이나 그 구성재의 설계나 조립에서 기본이 되는 치수 - P487

일반적으로 건축에서 복도와 같은 공용 면적을 최소화하고 전용 면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호텔처럼 복도가 가운데 있고 집이 양측으로 들어가는 ‘중복도‘ 형식을 취해야 한다. 우리나라 호텔과 오피스텔은 대부분 그렇게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 경우 각 세대는 맞통풍이 안 되는 구조가 된다. 중복도형 원룸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은 집과 복도에 음식 냄새가 빠지지 않는 불쾌한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 P127

도시 안에 더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편리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서 르 코르뷔지에는 좁지만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사람의 몸은 팔, 다리, 몸통, 머리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은 각종 관절로 연결되어있다. 르 코르뷔지에는 앉은 키, 선 키, 손을 들었을 때의 높이 등을 고려해 적절한 크기의 공간을 디자인하려 했다. 이를 ‘모듈러‘라고 부른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천장 높이는 226센티미터인데, 이는 183센티미터 키의 성인 기준으로 손을 들었을 때 손끝 높이가 226센티미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아파트 천장고 2.3미터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 P130

르 코르뷔지에가 모듈러를 적용하려고 했던 이유는 좁은 공간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전쟁 후 제한된 물자로 더 많은 혜택을 만들어야 했던 건축가의 고민이라 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르 코르뷔지에의 모듈러 개념이 세상을 바꿀 만한 연구라는 호평을 하기도 했다. - P130

몬드리안은 사물의 근원을 찾기 위해 세상을 단순화시키다 보니 형태는 수직과 수평의 직선만 남기고 색상은 삼원색인 빨강, 파랑, 노랑만 사용했다. 색의 삼원색은 빨강, 파랑, 노랑이지만 빛의 삼원색은 빨강, 파랑, 초록이다. 르 코르뷔지에는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수직선과 수평선으로 구성된 입면에 색의 삼원색과 빛의 삼원색을 합쳐서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을 적용했다. 이처럼 컬러풀한 색상을 칠한 이유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평면으로 된 세대에 개성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 P131

같은 평면이라도 네 가지 색깔로 다르게 칠하면 네 가지 다양성이 나온다. 가장 손쉽고 저렴하게 개성을 만드는 방법이 다른 색의 페인트를 칠하는 것이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에서는 각 세대에 다른 색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건물 밖에서 보더라도 수백 세대가 획일화된 집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색상 덕분에 거주자는 다른 집과 구분되는 ‘내 집‘의 개성을 느끼게 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몇 가지 색상의 페인트를 사용했을 뿐이지만 거주자의 자존감에는 큰 차이를 가지고 온다. - P132

우리나라 아파트들도 콘크리트로 짓고 페인트칠을 한다. 그런데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페인트칠 방식은 우리나라 아파트와는 다르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브랜드별로 같은 색을 칠한다. 건설사는 달라도 평면도와 모양이 같으니 페인트 색으로라도 차이를 주는 것이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우리나라 아파트는 콘크리트 외관 표면에 페인트칠을 하지만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입면의 안쪽 벽체와 일부 난간에만 칠을 했다. 따라서 정면에서 바라보면 페인트 색보다는 노출 콘크리트가 주로 보인다. 그러다가 측면으로 움직이면 컬러풀한 색채가 더 많이 드러난다. 외부 관찰자의 움직임에 따라 건물의 색상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 건축물이 관찰자와 좀 더 역동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것이다. - P132

거주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색이 칠해진 날개벽은 집안에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외부 풍경을 프레임하는 액자 같은 기능을 한다. 따라서 각각의 세대는 같은 풍경을 바라보지만, 그 풍경을 프레임하는 액자의 색깔이 다른 것과 같다. 마치 우리나라 전통 건축에서 보이는 단청의 다채로운 색상이 창문 밖의 자연 풍경을 상단에서 프레임하는 것과 비슷하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에서 다양한 색상으로 칠해진 입면의 날개벽들은 마치 단청처럼 각기 다른 분위기로 바깥 풍경을 프레임한다. - P132

날개벽: wing wall, side wall. 외벽, 보 등 주요 구조체 혹은 구조물에서 연장되거나 부착된 부속 벽체로, 큰 벽이나 구조물에 붙여서 설치하거나 인접해 설치한 짧은 벽이다. - P487

‘유니테 다비타시옹‘이 위치한 프랑스 남부의 도시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데 인구는 80만 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이 300만 명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프랑스 대도시의 작은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다른 유럽의 도시와는 다르게 약간은 ‘여긴 한국 도시 같은데?‘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이유는 곳곳에 위치한 거대한 아파트 건물 때문이다. 원조 아파트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영향 때문인지 마르세유 곳곳에는 거대한 아파트 건물들이 솟아올라 있다. 아쉬운 점은 그 많은 건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 ‘유니테 다비타시옹‘이라는 점이다. 후배 건축가들은 르 코르뷔지에만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진화했다기보다는 오히려 후퇴한 기분이다. - P134

‘라 투레트 수도원‘과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공통적으로 르 코르뷔지에가 하나의 건축물 안에 작은 도시, 작은 사회를 만들려고 시도한 작품이다. 그가 꾸었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더불어 화목하게 사는 사회일 것이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설계하며 르 코르뷔지에는 경제성을 생각하면서 당대 최신 기술을 이용해 제한된 공간 안에서 더 많은 사람이 개성을 가지고 화목하게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곳을 창조하려고 노력했다. 스마트하고 창의적인 건축가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어떤 집을 만들 수 있는지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보면 알 수 있다. - P134

건축은 그 나라의 국격을 보여 준다. 건축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보여 준다. 건축은 그 나라 국민의 성숙도도 보여 준다. - P139

돔은 예부터 교회나 왕 같은 종교적 혹은 정치적 권력을 상징하기 위한 건축적 요소였다. 이유는 돔 건축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돔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돔 모양으로 나무를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 나무 구조체 위에 콘크리트나 돌로 돔을 쌓아 올리고 공사가 완료되면 나무틀 구조체를 철거한다. 이렇게 비용이 들다 보니 당대 사회의 최고 권력자가 아니면 가질수 없는 건축 공간이 돔이었다. - P141

돔의 도시로 유명한 로마에는 ‘판테온‘의 돔과 ‘성베드로 성당‘의 돔이 있는데, 고대 로마의 황제나 르네상스 시대 교황 같은 당대 최고 권력자들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후 시대가 바뀌었으나 돔은 계속해서 국회의사당 같은 권력을 상징하는 건축물에 사용되었다. 여의도의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에도 돔이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 P141

원래 최고 권력자의 시선은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시선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가장 높은 곳에서는 가장 넓은 공간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넓은 공간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 공간을 시각적으로 소유하는 것이다. 우리가 골프장 티박스에서 넓은 잔디밭을 바라보면 비어 있는 1만 평 정도 되는 자연의 공간을 시각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비싼 돈을 내고 골프를 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높은 곳에 올라가면 도시 건물 위의 빈 공간을 모두 시각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그래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은 권력자의 시선이다. - P141

두 번째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 때문이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자신을 노출하지 않고 아래에 있는 사람을 감시할 수 있다. 반대로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모습은 그대로 노출하지만 정작 위에 있는 사람을 볼 수 없다. 그래서 펜트하우스가 가장 비싼 것이다. 펜트하우스에서는 원할 때 언제든 내려다볼 수 있지만 낮은 층에 사는 사람은 높은 층에 있는 사람을 볼 수 없다.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은 낮은 곳에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된다. - P143

정보의 비대칭은 권력의 비대칭을 뜻한다. 그런 면에서 ‘에펠탑‘은 근대 사회의 상징이다. ‘에펠탑‘은 당대 신기술인 철골 구조를 이용해서 만든 3백 미터가 넘는 높은 탑이다. 그리고 그 꼭대기까지 시민이면 누구나 엘리베이터라는 신기술을 이용해 올라가게 했다. ‘에펠탑‘은 최고 권력자의 시선을 일반 시민에게 선물한 것이다. 근대 프랑스 사회가 시민 사회라는 것을 공간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가 ‘에펠탑‘이다. - P143

‘독일 국회의사당‘의 돔을 전망대로 만들었다는 것은 그곳에 올라가는 시민들에게 베를린 시내를 내려다보는 시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에펠탑‘처럼 시민이 주인인 사회라는 것을 선언하는 공간이다. 그뿐 아니다. 전망대에 있는 사람들은 도시만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아래층에 있는 국회 회의장도 내려다볼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국회의원들을 감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마치 편의점 주인이 아르바이트생이 일하는 카운터 위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한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국회의원이 졸거나 허튼짓을 하기 정말 어려울 것이다. 민주주의의 완성을 보여주는 통쾌한 건축 디자인이다.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 - P143

인간은 주광성 동물이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서는 본능적으로 빛을 바라본다. 그래서 우리는 밤이 되면 본능적으로 달을 올려다본다. - P152

사냥을 했던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주로 올려다봐야 하는 존재들이다. 예를 들어 사냥을 나갔을 때 거대한 동물이 나를 내려다본다면 나는 도망쳐야만 살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올려다봐야 하는 동물에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쳐 살아남은 사람의 후손이다. 그러니 우리의 본능에 따르면 올려다보는 것은 곧 두려움을 뜻한다. 이런 이유에서 무언가를 올려다보면 우리 마음속에는 경외감이 생긴다. - P152

‘판테온‘은 이름 자체가 ‘모든 신을 섬기는 신전‘이라는 뜻인데, 이 건축공간의 디자인은 태양신, 달신 등 하늘에 떠 있는 여러 신을 섬기는 자들을 위한 곳으로서 완벽하다. 핵심원리는 고개를 들어 빛을 바라보게 하는 데 있다. - P152

파빌리온(pavilion): 이동이 가능한 가설의 작은 건축으로, 주로 박람회나 전시장에서 특별한 목적을 위해 임시로 만든 건물 - P487

우리가 최초로 경험한 공간인 엄마 뱃속을 상상해 보자. 그공간은 바닥도 벽도 천장도 나누어져 있지 않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보자기처럼 연결되고 재료도 동일하다. - P155

‘브루더 클라우스 필드 채플‘처럼 벽과 천장의 재료가 하나로만 연결되어도 우리는 좀 더 원초적인 공간으로 돌아가는느낌을 받는다. 이 벽은 세로로 골이 파여 있는데 그러한 수직성의 강조가 더욱 성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 P159

이 예배당의 이름인 ‘브루더 클라우스Bruder Klaus‘는 15세기의 스위스 수호성인의 이름이다. 그를 기리기 위해 농부들이 직접 2년간 시공해서 예배당을 만들었다. 제작 과정도 감동이다. 마을 주민들의 봉사 활동으로 지어졌기에 시공은 조금씩 천천히 이루어졌다. 이런 배경 때문에 거대한 기계와 레미콘을 사용하지 못했고 거의 수작업으로 지어졌다. 그렇다 보니 콘크리트의 재질도 한 번에 레미콘을 부어서 지은 것과는 사뭇 다르다. - P159

일반적으로 노출 콘크리트를 만들 때는 철근을 넣고 거푸집을 짜고 그 안에 액상 콘크리트를 부어서 굳으면 다시 거푸집을 뜯어내는 방식을 채택한다. - P159

우선 외관상 이 예배당의 콘크리트 표면은 퇴적층 같은 느낌이 난다. 그 이유는 이 콘크리트는 철근을 넣지 않고 진흙, 자갈, 석회 등을 넣고 다져서 만든 ‘램드 콘크리트 rammed concrete‘이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이 가끔 모여서 건축하기에 좋은 휴먼 스케일 방식이다. 강도를 확보하기 위해 한 층을 한 번에 붓는 게 아니라 수십 센티미터씩 붓고 사람들이 위에서 다지는 방식이다. 그래서 실제 흙이 쌓여서 만들어진 퇴적층이나 대리석 같은 느낌이 난다. 이 건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내부 곡면의 벽과 거친 표면의 비밀은 거푸집 자체의 구성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 - P161

휴먼 스케일(human scale): 인간의 체격을 기준으로 한 척도, 건축, 인테리어, 가구 등에 필요한 길이, 양, 체적의 기준을 인간의 자세, 동작, 감각에 입각해 적용한 것 또는 적용한 단위 - P487

우리는 일반적으로 거푸집을 합판 같은 판재로 짠다. 혹은 아름다운 곡면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로 재단한 다음 철판을 휘어 거푸집을 짜기도 한다. 하지만 춤토어는 이 예배당을 건축할때 112그루의 통나무를 세워서 안쪽 거푸집을 만들었다. 이때 통나무를 기울여서 서로 마주 보게 했기 때문에 실내 벽체가 기울어진 형태인 것이다. 내부는 통나무를 기울이고 밖은 거푸집을 수직으로 세운 다음에 둘 사이의 공간에 램드 콘크리트를 채워 넣었다. 기울어진 벽이 만나면서 동굴처럼 되기 때문에 지붕은 따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내부의 거푸집을 제거할 때 통나무를 태웠다는 점이다! 이 예배당에는 거푸집으로 사용했던 통나무를 떼어서 가지고 나올 만한 입구나 창문이 없다. 건축가는 그 통나무를 태운 다음 숯으로 만들어 부숴서 가지고 나오는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이런 창의적인 방법은 금시초문이다. - P162

실내에 들어가면 거푸집을 구성했던 통나무의 모양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서 거친 표면의 실내마감을 완성한다. 게다가 통나무 거푸집이 타면서 생성된 타르와 재가 벽체에 남아서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색상을 연출한다. 춤토어가 왜 건축 재료 물성의 마스터인지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이다. - P163

원래 종교는 신과 나의 관계를 생각하는 것이다. 어쩌면 기존의 교회 디자인은 너무 거대한 집단을 만드는 데 집중했을지도 모른다. ‘브루더 클라우스 필드 채플‘의 작은 공간에서는 조용하게 혼자 하나님을 생각할 수 있다. - P166

왜 옛날 사람들은 달빛 아래에 정화수 한 사발을 떠 놓고 기도했을까? 왜 달빛이 있는 어두운 밤에 기도했을까? 추리를 한번 해 보자. 주광성 동물인 인간은 빛 쪽으로 시선을 집중했고, 시선을 집중하며 마음을 모았을 것이다. 사방에 빛이 있고 바라볼 것이 있는 낮에는 주변에 시선을 빼앗겨 집중하기 어렵다. 밤이 되면 사방은 어두워지고 하늘의 달빛만 남는다. 기도하는 자는 오롯이 달빛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어차피 낮의 태양은 눈이 부셔서 쳐다보지도 못한다. - P166

기도할 때 정확수 한 사발은 무슨 의미일까? 우선 정화수는 깨끗한 물이다. 물은 몸을 씻을 때도 사용하고 살기 위해 마시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물은 항상 종교적으로 구분된 성스러움과 생명의 상징이다. 그래서 기도할 때 물을 떠서 앞에 두었을 것이다. 모세가 만든 성막의 성소 앞에도 물두멍이라고 하는 거대한 물 항아리가 있었다. 성당에서는 지금도 예배당 입구에 성수를 배치한다. 마찬가지로 정화수를 떠 두는 것은 지금 이 공간이 종교적인 성스러움을 가진다는 것을 천명하는 행위다. - P167

그렇다면 ‘한 사발‘은 무슨 의미일까? 한 사발은 공간적으로 가장 작은 단위를 규정하는 장치다. 사방 천지에 빛이 있을 때보다 어두운 밤에 작은 한 곳에 빛이 모여 있는 달에 마음을 집중하기 좋듯, 작은 한 사발의 공간은 마음을 집중하기에 더 유리하다. 이때 사발에 담긴 물은 하늘의 달빛을 비추기도 했을 것이다. 내 앞의 정화수 한 사발은 크기는 작지만 달빛을 비추는 호수가 된다. - P167

‘브루더 클라우스 필드 채플‘도 정화수 한 사발처럼 작지만 집중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이곳에 가면 검은색 동굴 사방에 은하수가 있고 위에는 보름달이 떠 있다. ‘브루더 클라우스 필드 채플‘에는 신과 나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작은 우주가 만들어져 있다. - P167

건축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땅이다. ‘건축‘이라는 단어는 한자로 ‘세울 건‘에 ‘쌓을 축이다. 쌓아서 세우려면 밑에 받쳐 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땅이다. 그래서 땅이 없으면 건축도 없다. - P169

페터 춤토어는 스위스 건축가로, 완성도 높은 건축을 한다. 여기서 완성도란 두 가지 측면을 가리킨다. 하나는 재료의 물성을 잘 이용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시공의 정밀도다. - P170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게 뭔가? 알프스 경치와 손목시계다. 알프스의 춥고 긴 겨울에 집에 들어 앉아 돈을 버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내 수공업이었다. 그래서 덴마크나 핀란드 같은 추운 북유럽 사람들은 겨우내 집에 박혀서 가구를 만들었고, 덕분에 가구가 유명한 나라가 되었다. - P170

스위스는 집에서 만들기 좀 더 어려운 손목시계를 만들었다. 롤렉스, 파텍 필립, 오메가 등수 많은 세계적인 명품 시계 회사가 스위스에 있다. 이런 시계를 만드는 사람들이 건축주라고 생각해 보자. 국민들이 건축에 기대하는 완성도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안 된다. - P170

나는 최근에 자동차 만드는 엔지니어를 건축주로 맞은 적이 있다. 엔지니어들의 오차 한계는 100분의 1밀리미터다. 웬만한 건축에서의 정밀도는 그분 성에 차지도 않는다. 스위스에 시계 산업 종사자 건축주가 많아서인지 스위스에는 유명한 건축가가 많다. 르 코르뷔지에도 스위스 태생이고, 헤르조그 앤드 드 뫼롱Herzog & de Meuron 이라는 세계적 건축설계 사무소도 있고, 춤토어도 있다. - P170

춤토어가 시계 장인들의 나라 스위스의 건축가라는 점은 춤토어가 말한 건축의 정의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건축의 첫 번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비밀은 세상의 서로 다른 사물들을 수집한 다음 그것들을 결합해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계는 수천 개의 개별 부품이 모여서 완성된다. 춤토어에게 건축은 시계처럼 다양한 요소를 합쳐서 하나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다분히 기계 문명 패러다임을 만든 유럽적 세계관이면서도 동시에 시계의 나라 스위스 출신다운 생각이다. - P171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방식은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는 경우다. 서울 강북이 아파트를 지을 때 경사진 땅에 거대한 축대를 세워서 평지를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을 짓는다. 경사지라는 자연의 제약을 극복하려는 토목적 방식이다. 두 번째는 자연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테네의 원형 극장을 보면 자연의 기울어진 땅을 이용해서 극장 좌석을 만들었고 낮은 쪽에 무대를 설치했다. 상당히 스마트한 방식이다. 세 번째는 자연을 대화의 상대로 생각하는 자세다. 이 경우에는 자연과 건축물 사이에 거리를 둔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정자를 지을 때 물 가운데 두는 경우가 있다. 주변 자연 경관과 건축물 사이에 빈 여백의 공간을 두기 위해서다. 그 빈 공간이 있기에 건축물과 자연의 대화가 가능해진다. - P174

가장 좋은 관계는 적절한 거리를 두는 관계다. 상대를 바꾸거나 이용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대를 그대로 인정하고 거리를 두는 것이다. ‘성 베네딕트 채플‘에서 보이는 건축물과 땅의 관계 전략도 거리를 두는 것이다. 그 거리만큼 만들어진 빈 공간이 울림통이 되어 땅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만들었다. - P174

돌을 쌓을 때는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적절한 불규칙성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너무 규칙적이면 지루하고 너무 복잡하면 혼란스럽다. 그래서 인간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적절한 불규칙성이라고 말한다. 높이와 길이가 일정한 규격의 돌을 쌓으면 누가 보더라도 인간이 만든 건축물처럼 보인다. 그런 경우를 피하기 위해 춤토어는 세 가지 두께의 돌을 다른 순서로 쌓았다. 돌의 두께가 A, B, C 세 가지라고 하더라도, 돌을 쌓는 순서를 ABC로하거나 ACB로 하거나 CBA로 한다면 여러 종류의 줄무늬 패턴이 나올 수 있다. - P176

춤토어는 동굴 같은 빛의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최대한 절제되고 제한된 빛을 사용했다. 우리는 일상의 건축에서 주로 벽에 뚫린 유리창을 통해 빛을 얻는다. 이 유리창으로 주변 경치를 감상하기도 한다. ‘발스 스파‘ 역시 바깥쪽으로 난 창은 채광과 경치를 제공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빛은 실처럼 좁은 천창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제한된 빛이다. 이 빛은 아주 가느다란 직선이어서 마치 돌에 자를 대고 면도칼로 금을 그어 빛을 들어오게 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 P177

보로 연결되지 않는 지붕을 만든다는 것은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은 작은 차이지만 작은 차이가 모여 엄청난 감동을 만든다. 마치 작은 톱니바퀴들이 모여서 종국에는 엄청난 감동을 주는 스위스 명품 시계가 만들어지는 것과도 같다. - P182

작은 교회는 만들어져도 풍경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교회는 눈에 띄게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이 쳐다보면서 위안을 얻어야 하는 건축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땅에서 띄워 노출되게 지었다. 반면에 목욕탕인 스파 건물은 덩어리가 커서 땅위에 지어지면 경관을 해친다. 스파는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건물이어서 창문이 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창문 없이 내부 지향적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건축물이다. 그렇다보니 땅속에 짓는 것이 나았고, 땅속에 짓다 보니 재료로 돌을 사용해야 했다. 건축가는 여러 가지 조건 속에서 최고의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 구축 방식을 찾아야 한다. 춤토어는 그런 역할을 아주 잘 해내는 건축가다. - P183

목욕탕은 인간이 만든 건축물 중에서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다루는 건축물이다. 그래서 목욕탕은 물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태아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도 ‘양수‘ 속에 담겨 있다. 모든 포유류는 잉태되면서부터 체온과 같은 온도의 물과 접촉된 촉감을 느끼면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엄마 배 속에서 나온 이후 계속 자신을 감싸 줄 집을 찾고, 누군가 체온으로 안아주는 촉감을 추구하면서 사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나를 안아 줄 사람이 없을 땐 체온과 비슷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원초적인 안정감을 느낄 것이다. - P183

춤토어의 ‘발스 스파‘는 마치 "물이 인간에게 무엇인지 알려 주마."라고 말하는 건축물 같다. ‘발스 스파‘에서는 단순히 목욕한다는 느낌을 넘어서 물의 다양한 측면을 체험할 수 있다. 냉탕에 들어가면 물속에서 조명된 욕조 물 안에 파란색 꽃잎들이 소용돌이친다. 파란 꽃잎은 차가운 물의 느낌을 시각적으로도 느끼게 해준다. 반대로 온탕에는 빨간 꽃잎이 휘몰아친다. - P184

샤워장도 특별하다. 샤워장의 물은 정지된 물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오는 물이다. 모든 물은 중력 때문에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데, 폭포처럼 크게 떨어지기도 하고, 빗물처럼 방울방울 떨어지기도 한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낮은 곳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발스 스파‘ 의 샤워장에는 이렇게 네 가지 방식으로 물이 떨어지는 샤워 장치가 있다. ‘발스 스파‘는 동굴같이 어두운 공간을 연출해 그 안에서 극도로 민감해진 오감을 통해 절제된 빛과 물의 촉감을 최대한 느끼게 하는 궁극적인 감각의 공간이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는 건축물이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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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뭐가 됐든 하는게 중요하다. 해야지 성공이든 실패든 하는 것이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저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들로 하여금 시작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말하는데, 설사 실패를 하더라도 그 실패 속에서 얻는 경험을 얻을 수 있기에 다음 번에 일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결국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고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지체없이 시도하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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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인상적으로 느꼈던 부분은 p.163에 밑줄 친 미국의 작가 E.L 닥터로우의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처음보는 말이었는데, 그가 전하고자하는 메시지가 뇌리에 꽂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뇌는 습관이 된 행동에 대해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실행한다. 습관이 된 행동이 좋은 행동인지 나쁜 행동인지 판단하지 않는다. 습관이 된 행동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고 실행에 옮긴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 가능성까지 고려해서 행동계획도 만들었지만 시작하기로 한 날에 실행하지 못한다. 이유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그 일을 하는 게 옳은지 확신이 없고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다. - P144

그(세스 고딘)가 말한 가장 핵심적인 한 가지는 ‘하자‘라는 말이다. ‘하자‘라고 말하지 않으면 프로젝트는 시작할 수 없다. 주장하고 밀어붙이고 창조하고 설득하고 착수하는 사람이 없다면 계획은 아무리 구체적이어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 P145

시작하는 것도 습관이다. 미루는 습관을 버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시작해서 잘 못 될 것을 생각하지말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된다. 시작하는 습관을 들이면 더 많은 일을 능동적으로 시작하고 추진력도 생긴다. 시작하는 습관 덕분에 매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주변 사람들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다음날 아침에 할 일 목록에 새로운 일을 추가하게 된다. - P145

계획만 세우고 시작하지 못할 때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시작하기로 한 일을 계획한 시간과 장소에서 실행하면 된다.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들은 "더 생각해보겠다.", "지금은 때가 아니니 더 좋은 시기를 기다리겠다"라고 말한다. 어떤 일이든지 늦게 시작하는 것보다 계획대로 시작하는게 낫다. 오히려 늦게 시작했을 때 치러야 하는 대가가 더 크다. - P145

계획을 세웠다면, 더 생각해보고 시작하는 것보다 일단 시작하고 보완할 부분을 고민해도 된다. 때를 기다리기보다 계획대로 시작하고 좋은 타이밍을 잡으면 된다. 모든 행동에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어떤 일을 시작하는 행동에도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일단 시작하면 하던 일을 계속하려고 하고 한 번 멈추면 계속 멈춰 있으려고 한다. - P146

인간에게는 일단 시작한 일을 계속하려는 성향이 있다. 계획을 잘 세워놓고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지력을 탓하는데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의지력과 전혀 상관이 없다. 의지력이 부족해서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행동하지 않아서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단 시작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잘 해야겠다는 욕구가 더 커진다. 시작하겠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잘 해야겠다는 욕구를 자극할 수 없다. - P146

시작하는 단계에 중요한 일, 어려운 일을 계획하는 것은 어리석다. 원활하게 시작하려면 첫 번째로 하는 일은 실패하기 어려울 정도로 쉬워야 한다. 어려운 일부터 시작하면 ‘안 될 줄 알았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목표는 원대하더라도 계획의 첫 단계에는 작고 쉬운 일을 배치해야 한다. - P146

계획대로 시작하려면 처음에 하는 일은 실패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쉬워야 하고 행동계획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부자가 되겠다는 계획의 시작은 ‘매달 얼마씩 저축한다.‘로, 영어 성적을 올리겠다는 계획의 시작은 ‘매일 문장과 단어를 몇 개씩 외운다‘로 정한다. 행동을 일으키기 쉽게 작은 일을 첫 번째 할 일로 정하면 무리 없이 시작할 수 있고 결국 최종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행동 모멘텀 기법behavioral momentum technique ‘이라고 한다. - P146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할 수 없다‘. ‘어렵다‘라는 저항은 곧 사라진다. 일단 시작하면 계속해서 실행할 수 있다. 행동을 시작하면 저항을 극복하는 힘, 탄력 momentum이 생긴다. "두려움에 가장 좋은 해독제는 행동이다"라는 격언은 진실이다. - P147

스티븐 코비는 소중한 일을 먼저 하라고 했고 중요도와 긴급성으로 할 일을 분류한 매트릭스로 먼저 할 일, 즉 소중한 일을 알려주었다. 할일은 많고 시간이 부족하다. 할 일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도 제한된 시간에 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다. 할 일 목록에서 먼저 해야 하는 일을 가려내는 것을 트리에이지triage, 우리말로 ‘선별‘이라고 한다. - P147

트리에이지는 ‘분류하다‘라는 뜻으로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고 의학분야에서 나온 말이다. 트리에이지는 환자의 응급 정도에 따라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개념이다. 치료의 우선순위와 적절한 처지 장소를 결정하기 위해 환자, 부상자의 위중한 정도를 선별한다. - P147

시험을 볼 때는 쉬운 문제부터 푸는 게 요령이다. 잘 아는 문제, 쉬운 문제를 먼저 풀고 어려운 문제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하지만 할 일 목록에는 어려운 일, 하기 싫은 일, 복잡한 일을 우선순위 상위에 배치해야 한다. 하루 동안 할 일 중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제일 먼저 해치우면 나머지 일들은 비교적 쉽게 완료할 수 있다. 성공의 경험이 또 다른 성공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어려운 일을 완료한 후에는 심리적인 부담이 줄어서 다른 일들도 더 잘 된다. - P149

쉬운 일을 먼저 하고 어려운 일을 뒤로 미루면 나중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어려운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지 못한다. - P149

어려운 일, 복잡한 일을 먼저 하지 않으면 계획에 없던 일이나 갑작스러운 약속이 생겼을 때 어려운 일은 뒤로 미뤄져서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 P149

심리적인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일을 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어렵고 복잡한 일일수록 더 그렇다. - P150

신체적으로도 뇌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오전에 어려운 일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뇌는 잠에서 깬 지 3~4시간 후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오전 6~7시에 잠에서 깬다면 오전 9~10시경에 뇌가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적절한 수면으로 피로에서 회복한 몸은 오전에 에너지가 넘친다. 그러다가 점심 식사를 한 후에는 피로가 쌓여서 2~3시 사이에는 활력이 떨어진다. 퇴근 시간 이후에는 걸려오는 전화도 없고 직원들도 퇴근해서 방해를 받지 않고 일할 수 있어서 어려운 일을 할 때 야근하는 사람도 있다. - P150

어려운 일일수록 다른 일을 해결하고 집중하려는 심리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가 끝날 때는 어려운 일을 처리할 시간과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다. 실제로 일을 해보면, 뇌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오전에 한 시간이면 할 수 있는 일을 저녁에 하면 두세 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할 일 목록에서 어려운 일, 중요한 일을 최우선 순위에 배치하고 뇌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오전에 처리해야 한다. - P150

시작한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닥쳤을 때 사람들의 행동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더 구체적으로 생각한 후에 시작했어야 한다고 자신을 원망한다. 둘째, 어떻게 되는 계획한대로 하는 데까지 해본다. 셋째, 앞으로 계속 어려운 일이 계속될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포기한다. - P152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도 지나치게 심각해질 필요는 없다. 골까지 진행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는 10분 동안 종이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자. 중요한 것은 쉬지 않고적는 것이다. 쉬지 않고 적는 이유는 생각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다. 생각을 멈추면 걱정이 커진다. 철자나 맞춤법, 어법에 맞는지 고민하지말고 계속해서 손을 움직이면서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적는다. 종이에 떠오르는 생각을 시간은 10분 정도로 한정해야 한다. 시간을 제한하지 않으면 종이에는 푸념만 남는다. - P152

시작이 어렵다고 느낄 때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종이에 적는다. 어디에 적든지 상관없다. 종이에 적는 행동이 중요하다. 종이에는 현재 자신의 생각이 남는다. 종이에 적는 행동은 생각을 눈으로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종이에 적은 내용에서 허점 또는 탁월한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도 있다. - P152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종이에 써놓고 생각하면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조용한 곳에 앉아서 문제가 발생한 원인과 계획할때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종이에 적는다. 문장으로 적어도 좋고 단어를 나열해도 상관없다. 종이에 적은 다음 효과가 있다고 생각되는 방안을 실행하면서 계획을 수정하면 어려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책하며 포기하는 것보다 종이에 해결 방안을 적으면서 생각하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 P153

떠오르는 생각을 종이에 적으면 두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첫째, 계획을 세울 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10분 동안 멈추지 않고 종이에 생각을 적으면 아이디어가 발산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책을 종이에 적으면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하찮은 아이디어라도 종이에 적으면 좋은 해결책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종이에 적은 대안 중에서 바로 실천할 수있는 일부터 하나씩 실행한다. - P153

둘째, 종이에 적는 동안 문제가 발생한 원인이 명백해지고 해결책을 찾는데 집중할 수 있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해서 당황하면 모든게 다 문제로 보인다. 어떤 게 더 위중한 문제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이때 문제가 발생한 이유, 예상하지 못한 일, 현재 상태와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종이에 적는다. - P153

종이에 적는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해야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 시간을 정해두지 않으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끝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집중력이 향상되는 마감효과를 이용한다. 끝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집중력과 인내력 등 정신적인 힘과 육체적인 힘도 커진다. 사람은 누구나 급한 상황에 처하면 보통 때는 없던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 P154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만 있으면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기에 동기가 더해져야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 이것을 ‘성취동기 이론‘이라고 한다. 성취동기는 목적한 바를 이루겠다는 행동, 의욕이다. - P154

마감효과도 두려움을 자극하는 동기부여 방법이다. 두려움과 욕망은 인간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계획대로 완료했을 때 얻는 이익이나 보상으로 욕망을 자극해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반대로 계획대로 완료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에 두려움을 느껴도 동기부여가 된다. - P154

대니얼 핑크는《드라이브 Drive》에서 몇 가지 실험과 연구결과를 제시하면서 동기부여를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인은 자율성, 전문성, 목적성이라고 했다. 자율성은 어떤 일을 누구와 같이 어떻게 할지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다. 전문성은 좌절할 정도로 어렵지 않은, 충분히 도전할만한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목적성은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때 느끼는 성취감이다. - P155

놀이를 일로 바꾸거나 일을 놀이로 바꾸는 현상을 행동과학자들은 ‘톰소여 효과‘라고 한다. 흥미진진한 놀이도 보상과 처벌이 따르는 일이 되면 흥미가 떨어지고 효율도 낮아진다. 반면에 일이 놀이가 되는 순간 몰입해서 즐길 수 있다. - P155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톰소여 효과가 나타나지만 직장인은 내재동기를 자극해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나한테 돌아오는 건 뭐야?", "목표를 이루면 어떤 보상이 있을까?" 직장인은 계획대로 일을 해서 목표를 달성했을 때 확실한 보상이 있어야 무거운 몸을 움직인다. ‘시켜서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는 통하지 않는다. 의사를 믿지 않는 환자에게 효과가 탁월한 약을 처방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노시보 효과 Nocebo Effect처럼 보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 P156

동기부여가 강해도 ‘이렇게 하면 과연 될까?‘라는 의구심이 남는다. 성공한 모습을 상상하는 시각화와 원하는 것을 종이에 적는 행동은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서 무의식적인 메시지를 자신에게 보내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이루겠다는 신념과 확신, 이루었다고 상상하는 시각화는 계획한 일을 실행하는 에너지를 만들어준다. - P156

종이에 적는 것도 마찬가지다. 소원이나 목표, 계획을 반드시 종이에 적어야 하는 이유는 머릿속의 생각을 눈앞에 보여주는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계획을 종이에 적으면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진 것처럼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종이에 계획을 적는 행동만으로도 동기가 부여된다. 자기 능력과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고 여기에 성공한 모습까지 상상하면 종이에 적은 대로 실천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생긴다. - P156

동기부여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수동식 펌프로 물을 끌어올릴 때 붓는 마중물에 비유해서 동기부여를 설명한다. 수동식 펌프로 물을 끌어올리려면 펌프질을 하기 전에 물을 한 바가지 붓는다. 이것을 마중물이라고 한다. 올라오는 물을 마중 나간다고 해서 마중물이라고 한다. 마중물을 붓지 않으면 펌프질을 해도 물은 올라오지않는다. 마중물을 붓고 제대로 펌프질을 하지 않아도 물은 올라오지 않는다. - P156

동기부여도 마찬가지다. 계획대로 일을 하려면 의욕이 필요하다. 의욕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동기부여다. 일을 미루는 사람들은 스스로 동기부여를 못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계획을 잘 세우고도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차일피일 미루는 습관이 있다면 성공한 모습을 상상하고, 목표와 계획, 할 일 등을 종이에 적으면서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자신에게 보내야 한다. 동기부여를 해서 하고 싶은 마음, 즉 의욕이 겉으로 드러나게 만들어야 톰소여 효과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다. - P157

시간이 부족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은 우유부단함이다. - P158

생산성 향상 컨설턴트 로라 스택은 결정을 내릴 때 유용한 6-D 시스템을 제안했다. 6-D 시스템은 폐기 Discard, 위임 Delegate, 실행 Do, 날짜지정 Date, 서랍Graner, 저지 Deter를 뜻한다. - P158

할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폐기 여부부터 결정해야 한다.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면 폐기하는 편이 낫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면 내가 직접 할지, 다른 사람을 시킬지 결정한다. 위임Delegate 하기로 했다면 누가 할지 논의Discuss 할 수도있고 일을 분배Distribute 할 수도 있다. 직접 해야 한다면 바로 실행Do하는게 좋다. 준비가 필요하다면 날짜를 지정해서 계속 미루지 않도록 한다. 당장 할 일은 아니고 그렇다고 폐기하거나 위임할 일도 아니라면 할 일 목록 맨 아래에 적어놓는다. 때로는 하지 않는다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결정의 기술이 저지Deter다. 전화나 메일을 통해서 다시 요청이 오지 않도록 단호하게 거부의사를 밝힌다. - P159

6-D 시스템을 통해서 할 일로 결정했다면 시작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을 정한다. 10분 정도 시간을 내서 끝낼 수 있는 일이라면 당장 실항해서 바로 끝낸다. 6-D 시스템을 이용하면 할 일 목록이 한결 깔끔해진다. 새로운 일이 추가될 때마다 그 일을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다른 일로 넘어갈 때는 항상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메일이나 전화로 오는 요청은 6-D 시스템을 이용해서 실행 여부를 결정한다. 실행하기로 한 일은 우선순위를 가려서 처리한다. - P159

일에 대한 요청을 받는 순간 그 일을 할지,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지, 하지 않을지 바로 결정하는 것이 결정 내리기의 핵심이다.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급하고 중요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는 것보다 어떤 결정이든 내리는 것이 낫다. - P159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그 일을 할 시간을 정하면 된다. 마감효과와 관계없이 일정을 계획할 때 일을 시작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을 정하고 일정표에 표시한다. 시작하고 끝나는 시간이 분명하지 않은 일은 계속 미루게 된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도 목록에 계속 써두고 그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 P160

어떤 일이든지 시작이 중요하다. 시작은 중요하고 어렵다. 시작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시작할 때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이자 집정관 로마공화정의 최고관료이었던 오소니우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네 일을 시작하라. 시작이 반이다. 그러면 반만 남는다. 그러면 다시 시작하라. 이로써 그 일은 완수된다."
이 말처럼 시작이 반이니 두 번 시작해서 일이 끝난다면 시작을 어렵게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을 시작하는 것은 일의 절반을 끝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에는 시작할 때 절반의 에너지를 쓴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 P160

사람들은 시작할 때 많은 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계획도 준비도 없이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은 아주 작은 난관에 부딪히면 그대로 멈춘다. 시작하기 전에 계획을 세우지 않고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장애물에도 멈추고 다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시작하는 단계에서 작은 난관에 부딪혀 멈추는 사람들을 보고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했다고 말한다. - P161

작은 난관에 부딪혔을 때 계획을 보완하면서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해야 한다. 시작과 멈춤에도 관성이 작용한다. 일단 시작이면 계속하려고 하고 한번 멈추면 계속 멈춰 있으려고 한다. 한번 시작한 일은 그 자체에 추진력이 생겨서 가속도가 붙는다. - P161

‘나중에‘라는 말에는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나중에 대가를 치르는 사고방식이 담겨있다. 나중에 치르는 대가에는 어마어마한 이자가 붙는다. 미루기는 중요한 일을 제쳐두는 정신적인 회피다.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해‘ 라든지, ‘잠을 자고 맑은 정신에 해야지‘라는 생각은 미루기가 발동하는 신호다. - P162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는 비결은 ‘작심삼일‘에 있다. 작심삼일은 굳게 먹은 마음이 사흘을 못 가서 흐지부지된다는 의미다. 결정한 것을 실행하게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바로 지금‘을 실천하거나 할 일을 줄여서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도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작심한 것을 오래 지속하려면 현실적인 목표를 정해야 한다. - P162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작가 E.L 닥터로우는 소설을 쓸 때 이런식으로 목표를 정했다.
"소설을 쓰는 것은 밤에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차에 헤드라이트가 비춰주는 데까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헤드라이트가 비춰주는 곳까지 달리다 보면 목적지까지 갈수 있다." - P163

한 번에 멀리 있는 목적지까지 가는 것은 무리다. 욕심을 내거나 속도가 느리다고 걱정하지 말고 오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틀림없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로 마음먹으면 3일 정도는 지속한다. 굳게 마음먹고 시작한 일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것을 역으로 이용하면 미루는 습관을 버릴 수 있다. 3일 만에 의지가 허물어졌다고 생각하지 말고 3일이나 실천했다고 생각하자. 의지가 부족하면 3일마다 한 번씩 계획을 세우면 된다. 3일마다 세우는 계획은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는 세부 계획 가운데 하나다. - P163

성형외과 전문의 맥스웰 몰츠 박사는 사고로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잘린 팔과 다리에 심리적으로 적응하는 기간을 연구하다가 21일 법칙을 발견했다. 작심삼일을 7번 하면 21일이 된다. 미루는 습관을 없애는 방법은 당장 시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하나의 습관을 만들기까지 평균 66일이 걸렸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 P163

작심삼일을 7번 반복하면 21일이 되고 22번 반복하면 66일이 된다. 실험과 연구 결과처럼 최소 21일, 평균 66일이 지나면 습관이 된다. 작삼일도 세 번 하면 일주일이 자난다. 일주일을 네 번 반복하면 한 달이 되고 한 달을 열두 번 반복하면 1년이 된다. 3일마다 계획을 세워서 미루는 습관을 당장 시작하는 습관으로 바꿀 수 있다. - P164

사람들이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도 시간관리에 실패하는 이유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부터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순위에 따라서 계획을 실천하려고 하면 할 일은 너무 많고 그 일을 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선순위를 정했지만 하고 싶은 일과 할 일을 모두 해내고 싶은 마음은 버리지 못한다. - P165

목표를 정한 다음에는 할 일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워서 꾸준히 실행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이것은 진리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서 목표를 이룬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목표가 없어서가 아니다. 너무 많은 목표가 우선순위 상위에 있기때문이다. 개인적인 목표를 종이에 적으라고 하면 사람들은 적어도 15개 이상의 목표를 순식간에 적는다. 목표의 개수가 많으면 계획도 늘어난다. 그에 비례해서 할 일도 늘어난다.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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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즐라탄이즐라탄탄 > 강자가 만들어 놓은 규칙에 무작정 순응하는 것이 능사...

본능은 이성보다 위에 있다는 말을 깨닫게 해준 1년 전 오늘의 독서 기록입니다. 본능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겠지만 이 책에선 특별히 생존 본능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비단 생존 본능 뿐만이 아니라 각 사람이 속해 있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확장시켜 적용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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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린샹푸가 죽고난 뒤 천융량이 린샹푸를 죽인 토비들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이 나왔었는데, 오늘은 그 얘기에 뒤이어 이어지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토비들이 천융량 일행에게 역습을 당한 뒤 포박당한 채로 있다가 그들 스스로 포박을 풀어내고 그들의 본거지인 류청으로 돌아가서 두목인 장도끼에게 현 상황을 설명한다. 뒤이어 토비들의 잔인한 반격이 시작된다.

토비들에게 지속적으로 잔혹하게 당하기만 하던 시진 사람들은 천융량을 중심으로 더 이상 이렇게 당하고만 살 수는 없다면서 결사항전을 다짐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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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이야기에서 한 때 장도끼와 같이 토비 짓을 했던 ‘스님‘이라는 인물이 천융량과 손을 잡고 장도끼를 제압한다.

이후 장도끼는 스님과의 혈투 끝에 눈에 부상을 입고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도끼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폭언을 일삼는 등 행실이 더 난폭해지는데, 더이상 이를 참지 못한 부하들이 그를 선뎬부둣가에 내다버린다. 부하들로부터 버림받은 장도끼는 토비생활을 하기 전에 했었던 점쟁이 일을 다시 시작하는데...

이 소문을 들은 천융량이 장도끼가 점쟁이 일을 하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고, 예전 장도끼가 린샹푸에게 했던 것과 거의 똑같이 그에게 복수를 시전한다. 장면만 생각하면 좀 잔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간 장도끼 일당이 선량한 사람들에게 행했던 극악무도함을 응징한다는 맥락에서 본다면 속이 뻥 뚫리는 듯한 장면이었다. 소위 말하는 권선징악의 표본이 될 만한 장면이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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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서 린샹푸와 그의 집사였던 톈다가 둘 다 사망하고 남아있던 톈다의 형제들이 그들의 시신을 수습하며 한 덩어리의 이야기가 일단락된다.

큰 이야기가 일단락된 후 또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어떤 내용이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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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의 이야기에서 린샹푸와 썸씽이 있었던 샤오메이와 아창과 관련된 이야기가 등장한다. 앞에서 자세하게 언급되지 않았던 그들에 관한 이야기가 하나하나씩 풀어져 나온다.

자세히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샤오메이가 아창의 집에 민며느리로 들어가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이것을 근간으로 하여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읽다보니 샤오메이와 아창의 어머니 즉 샤오메이의 시어머니간의 사이가 썩 좋지 않음이 느껴졌다. 며느리와 시어머니 간의 갈등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치자촌 놈들이 반란을 일으켜 구이민을 빼돌렸습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저희 둘을 꽁꽁 묶었고요. 저희는 이로 줄을 끊고 도망쳤습니다."

"모조리 죽여. 닭 한마리도 살려두지 마라."

토비는 집집을 돌아다니며 보이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 눈에 띄는 대로 물건을 빼앗은 뒤 집에 불을 질렀다. 치자촌이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했다.

천융량이 비석 앞에서 주민들에게 말했다.
"구차하게 살 수 밖에 없다면 차라리 장도끼 무리와 결전을 벌입시다."

날이 어두워졌을 때 그들 사이에는 더 이상 너와 나의 구분이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울면서 돌아가지 않겠다고, 치자촌 사람들과 함께 장도끼 무리를 죽여 원수를 갚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천융량에게 자신들 일곱 명은 장도끼의 횡포를 참을 수 없어 시진을 공격하기 전에 떨어져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스님이 말했다. "이 난세에는 농사를 지으면 토비한테 약탈당하거나 죽고, 토비가 되면 약탈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천융량이 대꾸했다. "난세에 토비로 사는 게 창피한 일은 아니지만, 아무리 토비라도 선한 마음을 가져야지요."

"이 원한을 안 갚겠다는 게 아니라 아직 때가 오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스님이 은표를 세어본 뒤 흥분해 말했다.
"총과 탄약을 걱정했더니 이렇게 오는 군요."

한의사들은 썩은 살을 제거하지 않으면 새 살이 돋기 어려우니 독성과 부식성이 강한 승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승약, 그러니까 수은과 초석, 백반 등을 승화시킨 약을 약방에서 받아와 구운석고와 곱게 간 뒤 구이민의 온 몸에 발랐다. 승약의 독성 때문에 구이민의 부패한 상반신이 완전히 문드러졌다.

승약으로 썩은 살을 제거해낸 뒤 한의사는 맵고 따뜻하면서 독이 없고 소염과 향균에 탁월한 마늘을 빻아 구이민의 몸에 발랐다.

"장도끼가 죽어가니 너희도 너희 길을 가라."

산길을 끌어가면서 천융량이 그들 세 사람에게 스님의 이름을 물었는데 그들은 모르고 천야오우가 알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샤오산이라고 알려주었다.

"털끝같은 오차가 엄청난 차이를 만들지요."

천융량은 조용히 몸을 일으킨 뒤 린샹푸 귀뿌리에서 뽑아낸 칼을 소맷자락에서 꺼냈다. 그러고는 탁자를 돌아 장도끼의 왼쪽 귀에 대고 나직하게 말했다.
"칼도 돌려주지."

장도끼가 깜짝 놀라 은화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가 오른손으로 모제르총을 들었을 때는 이미 칼이 왼쪽 귀뿌리에 박힌 뒤였다.

한의사들은 분노는 간을, 기쁨은 심장을, 그리움은 비장을, 슬픔은 폐를, 두려움은 신장을 상하게 만든다면서 구이민이 혼절한 건 슬픔이 폐를 상하게 해서라고 설명했다. 감정이 끓어오르면서 폐의 기운이 꽉 막히자 진액이 흐를 수 없어 가래로 응결되고 기까지 엉겨 붙었다는 거였다. 한의사는 말린 대추와 사향, 청몽석, 천죽황, 월장석을 섞은 가루약으로 가래를 삭이고 막힌 기운을 풀었다.

오랫동안 망설인 끝에 구이민은 그래도 린바이자를 불러 아버지의 마지막을 보게 한 뒤 천천히 앞날을 상의하는 게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이민은 린샹푸 고향에서 다섯 사람이 왔는데 그중 한 사람은 죽은 채로 수레에 실려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저희가 그렇게 말렸는데도 기어코 따라나섰습니다."

"자네들이 편지를 받기 전에 그는 이미 세상을 떴네."

"회장님은 이미 충분히 살펴주셨어."

"관이 비를 맞으면 자손이 가난하다잖아요."

"큰 형이 길에서 돌아가신 것도 비를 몇 차례 맞아서예요."

"큰형은 어쩔 수 없어도 도련님까지 비를 맞으시면 안 되죠. 옛 말에 비가 관 뚜껑을 때리면 자손은 이불이 없다고 했잖아요."

시진의 풍습으로는 친척만 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외부인은 관을 보면 피해야 나중에 불운을 입지 않는다고 믿었다.

"먼 길 각별히 조심하게."

린샹푸가 어렸을 때는 톈다의 목말을 타고 늘 둘이 함께 마을과 벌판을 돌아다니더니 이제는 나란히 누워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뿌리를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시진의 나이 든 사람 중에는 샤오메이와 아창의 어린 시절을 지켜본 사람도 있었다.

그들 둘은 다른 아이들, 혹은 보통의 어린 시절로부터 중간에 창호지를 발라 놓은 듯 동떨어져 있었다.

완무당 시리촌의 지씨 집에서 태어난 샤오메이는 열 살 때 시진 선씨 집안에 민며느리로 들어갔다.

아창은 선가의 외동아들로 본명이 선쭈창이었다. 아창은 그의 아명이었다.

미래의 시아버지는 온화한 얼굴로 일어나 그녀 아버지에게 앉으라고 권했지만, 미래의 시어머니는 말없이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순간 그녀는 겁이 났다.

수선집 앞에서 두리번거리는 샤오메이의 모습에 미래의 시어머니는 너무 활발한 여자애인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면 깔끔하고 청초한 외모는 또 마음에 들었다.

탁 트인 경치가 눈앞에 펼쳐지자 열 살 샤오메이의 눈이 기쁨에 물들었다. 금싸라기 같은 눈빛은 저녁 무렵 시리촌에 도착했을 때에야 그녀 눈에서 사라졌다.

푸른색 꽃무늬 옷을 입은 샤오메이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완무당에서 온 시골 소녀가 아니라 선뎬에서 온 도시 소녀 같았다.

샤오메이가 자기 집에 들어온 뒤 첫날 아침을 눈물로 시작하자 시어머니는 아무래도 불길하니 이 철없는 아이를 완무당 시리촌으로 돌려보내야겠다고 남몰래 생각했다.

엄격한 시어머니는 입으로 뱉지 않았을 뿐 전부 눈과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다.

샤오메이는 선가에 들어온 지 한 달 뒤부터 바느질을 배웠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기술을 샤오메이에게 전수하겠다는 결정은 시어머니가 민며느리를 받아들였다는 의미였다.

시어머니는 샤오메이가 영리하고 손재주도 좋다는 걸 발견했다. 2년을 배운 아들의 솜씨를 샤오메이는 두 달만에 뛰어 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샤오메이는 자신의 온화한 시아버지도 데릴사위로 들어왔음을 알게 되었다.

샤오메이는 넓은 완무당에서 길러진 활발한 천성을 시진 선가에 들어온 뒤 푸른색 꽃무늬 새 옷에 응축해 가슴 깊이 묻었다.

아창은 멍하니 정신을 딴 데 팔 때가 많았다. 대문턱에 앉아 샤오메이를 위해 망을 볼 때도 그랬기 때문에 조만간 들통날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샤오메이를 잊은듯 해도 두려움은 확실히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의 단편적인 대화 속에서 샤오메이는 불행이 다가오고 있음을, 자신을 완무당 시리촌으로 보내려 하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었다.

"넌 아직 정식으로 시집온 게 아니니 이혼장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다시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말을 수정했다.
"이혼장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지."

"네가 아직 어리고 무지한 걸 생각해 당장은 돌려보내지 않으마."

그렇게 고비를 넘긴 뒤 샤오메이는 다시는 검붉은 옷장을 열지 않았다. 이후 옷장은 샤오메이에게 음침한 무덤처럼 느껴졌고 한때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꽃무늬 옷도 그 무덤 속에 매장된 듯 했다.

열두 살이 된 샤오메이는 그토록 좋아하는 꽃무늬 옷을 입고 시어머니 앞을 당당히 지나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샤오메이는 이미 금싸라기 같은 눈빛을 잃어버린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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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어느 티비 프로그램 채널 유튜브를 보다가 한국사 일타강사로 유명한 전한길 님이 출연한 걸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자세히 본 건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듣다가 이 분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야 큰 성공을 거둔 사람으로 나오지만 한 때는 큰 빚을 졌던 뼈아픈 실패도 경험했던 분이라 뭔가 더 현실감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물론 매번 승승장구하면 가장 좋겠지만 인생이라는 게 또 마냥 그렇지만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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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단순히 전한길이라는 한 사람에 대한 일대기만 나오는 것이 아님을 보게 된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의 근본 뿌리는 전한길 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졌지만, 학원 강사로서 학원 경영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결국 경영이라는 건 분야가 몇 가지 있지만 오늘 읽은 부분에서는 특별히 사람과 관련된 소위 ‘사람 경영‘ 혹은 ‘인재 경영‘과 관련된 내용들이 눈길을 끌었다. 사업의 단계에 걸맞춰 어떻게 ‘사람 경영‘을 해야 할지를 저자의 경험담과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위에 적은 내용들과 별개로 오늘 읽은 부분 중 가장 와닿았던 내용은 ‘본질‘에 충실하라는 얘기였다. 참 당연한 얘기임과 동시에 나 자신이 본질이외의 것에 충실했던 적이 많지 않았나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인생은 공평하며,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진다. 문제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느냐의 문제이며, 그것은 평소의 삶의 태도에서 결정된다. - P5

그러나 큰 성공과 자신감은 커다란 장점인 동시에 무서운 단점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인간은 큰 성공을 거두는 순간,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과신하게 되고, 결국 자만심에 빠지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다. - P6

갑자기 수십억의 빚을 지게 되면 인간은 또 다른 태어남을 경험하게 된다. 삶이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며, 삶다운 삶이 무엇인지도 깊이 생각하게 된다. 결국 나는 ‘도전‘을 선택했다. 이대로 삶을 마칠 수는 없고, 미지근한 삶으로는 내 삶을 반전시킬 수 없었기에. - P7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 나는 초라했다. 그 누구도 나를 주목하지 않았고 학원에서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살아온 삶의 시련과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나의 모든 시간을 강의연구와 교재연구에 바쳤다. 그렇게 내가 가장 잘하는 강의와 새로운 교재개발에 몰두하는 삶은 차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 P7

나는 인생의 깊은 수렁에 빠져 큰 아픔과 고통을 겪었으며, 성공 이후의 깨달음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 P8

나는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성공한다고 확신한다. 다만, 실천을 해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 P8

이 책은 실패를 한 사람들, 성공을 하려는 사람들, 경영을 하는 사람들, 강의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꿈과 열정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해냈다면, 여러분도 해낼 수 있다. 성공에는 분명 원인이 있고, 비결이 있다. 그 길을 제대로 걸어가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 P8

읽고 실천함으로써 큰 도약을 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성공은 멀리 있지 않다. 뜻이 있고 실천을 한다면 누구나 성공을 할 수 있다. 나는 해냈다. 이제 여러분의 차례다. - P9

나의 성공은 나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 P9

나의 미약하고 보잘것없는 경험이지만 이것을 읽고 깨닫고 자신에게 맞게 적용하여 실천한다면 적어도 나처럼 어처구니없는 실패는 겪지 않고 성공에 이르리라 확신한다. - P15

"한길아, 가난한 것은 절대로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너는 성격도 밝고, 반드시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그러니 절대로 기죽지 말고 씩씩하게 살아라." - P19

내가 좋아하는 사회와 역사 과목에 집중해 대학도 그쪽으로 진로를 정하고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진리를 좇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고, 그것에 모든 것을 걸고 미쳤기 때문‘이다. - P21

대장부가 뜻을 품고 꿈을 이루고자 하면, 다른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P25

‘나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내 모든 것을 걸고 일한다‘ - P25

어디서 무엇을 하든, 인간적인 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성격이 남을 속이거나 기만하고는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점이 정작 사업에서는 독이 되기도 했다. - P26

나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처럼 ‘영혼의 자유‘를 줄 수 있는 공부를 하도록 돕고 싶었고, 영화 <세 얼간이>에 나오는 주인공 란초의 말처럼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이 뒤따라올 것이다."라는 진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 P27

성공이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모든 것을 걸고 열정을 바치면 뒤따라오는 것 - P29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좀 더 남에게 좋은 일 하면서 살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 P31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도움을 주었는가?‘ - P31

인간이라면 돈이 아닌 꿈을 보아야 하고, 돈 너머에 있는 이상을 보아야 한다. 그 너머의 꿈과 이상을 보고 도전을 할 때,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허망함이나 허무함을 맛보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꿈을 품게 해줄 대범한 일을 벌여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 P31

실제 작은 일을 도모하나 큰일을 도모하나, 어려운 것은 큰 차이가 없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려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더 큰 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도전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그게 한 번 주어진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 아니겠는가? - P32

실패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아직 인생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패는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 진실을 알고 실패에 주눅 들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함으로써 또 다른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나가야 한다. - P33

수백 년이나 우리보다 발전이 늦었던 일본이 메이지유신을 통해서 앞서게 되었듯, 역사는 단 한 번의 기회에서도 커다란 변혁을 이루어낸다. - P34

‘다시 도전하면 된다.‘ 그래서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20억원 빚을 진다는 것은 다시 20억원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 P35

나는 살아가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세 가지는 절대로 지키려고 애를 썼다.

첫째, 내 앞날의 성공과 부활을 확신할 수 있는 신념, 둘째, 세상에 홀로 남겨져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가족. 그리고 셋째는 건강이다. 돈이야 잃어버려도 다시 찾으면 그만이다. - P35

인생은 ‘생방송‘이다. 성공하는 실패하는 그 자체로 재미있게즐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실패조차 즐길 수 있는 인생의 흥행비결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는 게 기쁘다. 남 보기에 안쓰러울지 몰라도 나는, 한 번도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물론 전에 비해 기가 많이 죽은 것은 사실이다. 가난이 앞문으로 들어오면, 용기가 뒷문으로 달아난다는 말을 실감한다. 빚에 대한 이자와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비를 책임지기 위해 메가스터디에 통사정해 강의를 시작했을 때, 잘나가는 동료 강사들과 같이 밥을 먹으면 주눅이 들어 대화에도 제대로 끼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 P36

솔직히 잘나가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딜 가나 나를 알아주고 대접 받고 돈 잘 벌고, 좋은 차 타고 다니던 시절. 하지만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것. 다만, 나는 아직 젊으므로 다시 도전하고 더 성공할 기회가 있음에 감사하고, 그렇듯 새롭게 밟는 그 길은 나의 실패 경험으로 인해 더 견고하고 튼튼하게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 P36

우리 인간의 삶이란 언제나 돌고 돌아 반복된다. - P37

나 역시 실패의 경험을 살려 지금이 순간에도 성취의 길을 향해 달리고 있다. 달리는 한, 우리가 위대한 인간이라는 이 숭고한 진실은 우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도, 나도 파이팅이다! - P37

회사는 철저하리만큼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고 그 바탕은 바로 절제와 경건의 자세다. 개인이 성공하려면 현실주의에 바탕을 둔강한 정신력을 가져야 하고 회사가 성공하려면 이것이 전체의 기업문화가 되어야만 한다. - P39

‘소년등과에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있다. 과거(고시)에 일찍 합격한 사람이 정작 현직에 올라서는, 자만으로 인해 중도에 꺾이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내 경우는 스타 강사가 된 것이 ‘소년등과‘인 셈이었다. 고작 3~4년 사이에 전국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그리다 보니 내가 내뱉는 말은 주위에서 모두 인정해주었다. 고작 서른 초반의 일이었다. 너무 일찍 얻은 큰 성공과 주변 환경이, 고개를 숙이게 만들기보다는 자만의 극단을 달리도록 만들었다. 남들이 ‘세상의 녹록치 않다‘는 걸 제대로 배우고 학습할 때, 나는 ‘세상을 우습게 보는 법‘부터 배우고 말았던 것이다. - P43

‘내가 하면 무조건 1등이 된다.‘는 공식이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믿었다. 모름지기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모든 면을 소심하게 살펴 결심이 선 다음에는 대담하게 추진하는 소심대담을 지녀야만 하는데, 나는 대담함만 배웠을 뿐 소심하게 살피는 미덕은 미처 배우지 못한 채 나 자신을 과신했다. - P42

결정적인 판단을 할 때는 남이 아니라 내 머리로 ‘차갑고 냉철하게‘ 해야한다. 하지만 나는 철저한 검증 없이 안이하고 경솔하게 판단을 해버렸다. ‘나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앞으로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단지 그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 P45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은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은 ‘사라진 치즈‘에 대해 통탄하며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뒤늦게 반성하는 한 마리 쥐의 이야기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 P46

나는 뒤늦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몰랐던 아니 눈 감아버렸던 그 진실을 뼈아프게 깨달았다. 책은 ‘변화의 실체‘에 대응하는 법을 몇 가지로 규정한다.
첫째, 치즈를 계속 옮겨놓는다. 둘째, 치즈가 오래된 것인지 자주 냄새를 맡아보라. 셋째, 사라져버린 치즈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수록 새 치즈를 보다 빨리 발견할 수 있다. 넷째, 치즈와 함께 움직여라. 다섯째, 모험에서 흘러나오는 향기와 새 치즈의 맛을 즐겨라. - P46

마이카벨리는 『군주론』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처한 시대상황을 잘 고려하고 그 시대에 순응해서 행동해야 한다. 시대의 조류를 잘못 판단하거나 선천적 기질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은 실패하고, 시대의 대세에 잘 적응하는 사람은 성공한다." - P47

지금 타고 있는 배의 침몰 징후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이 배를 버리면 또다시 어느 배에 오르랴‘는 걱정과 낡은 것이 주는 묘한 안정감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얍삽하게 시류에 편승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새로운 것이 노도처럼 밀려올 때 두려움에 휩싸여 눈을 감아 버리기보다, 그 흐름에 올라타 변화를 즐기는 편이 현명하다. - P47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만이 유일한 진리다. - P47

‘본질‘이란 무엇인가? 결과를 도출시켜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세일즈를 한다면 ‘품질이 좋은 제품‘이 본질이고, 음식 장사를 한다면 ‘맛있는 음식‘이 본질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많은 경우 이 본질을 망각한다.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결과가 나아질 리 없다. 그러나 실패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본질이 아닌 쓸데없는 것에 목숨을 걸고 에너지를 투자한다. 나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 P48

모두가 절제를 하고 위기의식을 갖고, 업무에 충실하면 엄숙하고 숙연해진다. 그 결과 업무 집중력이 높아지고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 나 자신부터 낮아져야 했다. - P50

요즘 너도 나도 커피전문점 창업이 붐이다. 그런데 그것도 사업인데 대다수가 ‘인테리어‘에만 신경 쓴다. 지출과 수입을 분석해보고 좋은 원두를 어떤 경로로 구매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맛있는 커피를 뽑아낼지는 별로 안중에 없다. 유동인구가 얼마나되며 가격저항선은 어디까지고 판매가와 판매량을 고려했을 때 타산은 맞는지 등, 사업계획서를 작성해보는 것도 사업을 시작할때 필수 요건이다. 그런데 본질을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차려놓으면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시작하면, 투자비만 날리기 십상이다. 그럴듯한 시설만 보고 한두 번 호기심으로 찾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질로 승부하지 않으면, 곧 바로 외면 받는다. - P53

실패를 피하려면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본질을 성취하고 나면, 나머지 부족한 것이 보인다. 부족한 것은 그때 채워도 늦지 않다. 일하는 습관에 빗대어 말하자면, ‘필요한 일‘이 아니라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필요한 일‘이란 대개 누군가가 내게 요구하는 일이다. 팩스를 보내주거나 이메일 답장을 쓰거나 다른 사람의 일과 연결된 잡무를 해주는 일 등이 여기 속한다. 물론 이 업무를 소홀히 하면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다. 그러니 ‘필요한 일‘에 대처하는 전략은 가능한 한 시간을 절약해 빨리 처리하는 것이다. 쌓아두지 않고 바로바로 처리하거나, 깊이 숙고하지 않고 즉시 처리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별로 손해볼 일은 없다. - P54

문제는 ‘중요한 일‘인데, 대개 중요한 일은 필요한 일에 비해 ‘촌각‘을 다투지 않는다. 그래서 자꾸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다. 오랜시간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불요불급하다하여 ‘중요한 일‘은 제쳐두고 ‘필요한 일‘만 하는 사람은 늘 남의 뒤치다꺼리만하다 인생이 끝난다. 그때 땅을 치고 후회해도 이미 인생은 끝나고 없다. - P55

기업은 사람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이다. 그 기업이 성공을 하느냐 못하느냐는 결국 그 기업이 보유한 인적 역량에 달려 있다.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자영업이든, 수만 명으로 구성된 대기업이든, 이 원리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소기업의 ‘인재 중용‘이 중요한 이유는 ‘평균의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큰 규모의 기업이라면 몇 %의 실수나 함량 미달이 다른 유능한 인재들에 의해 상쇄되지만, 작은 기업은 그렇지 않다. - P56

인재의 채용과 배치는 한마디로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문제다. 그러니 선조들이 이를 두고 ‘인사가 곧 만사‘라고 했던 것이다. 나 역시 이에 대해 크게 공감한다. 인재 몇명이 사활을 결정하는 게 지식산업 분야다. 인재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태도도 매우 중요하다. 미꾸라지 하나가 조직 전체를 망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 P57

먼저 사람을 등용하려면, 왜 뽑아야 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한 사람이 들어오면 인건비만 나가는 게 아니다. 그가 사용하는 소모품, 전기, 물품의 감가상각뿐 아니라, 냉정하게 말해 그가 내뿜을 공기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비즈니스를 하면서 사람을 뽑을 때는 그 사람이 이렇듯 비용을 쓰고서도 정말로 ‘수익‘을 내줄 수 있는 사람인지 합리적 근거가 필요하다. 그 근거는 총명함, 대처능력, 윤리성 등 자질뿐 아니라 과거의 명확한 실적에서 나온 ‘객관적인‘ 수치여야 한다. - P57

사업을 시작할 때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맨다 해도 여기 저기 돈 들어가는 구석이 많게 마련이다. 게다가 자금도 충분하지 않다. 그러므로 이때는 간접비(Overhead Cost)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그래서 신규 채용은 최소한으로 하고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해내는 양수겸장의 문화를 심고, 아울러 창업주가 거의 모든 일을 직접 해결해야만 한다. - P58

사업을 하든 장사를 하든, 초창기에는 사장이 거의 모든 일을 해내야 한다. 사장이 주방을 모르고 내 가게의 ‘비장의 레시피‘를 모른다면, 어느날 갑자기 주방장이 떠나버리면 장사를 접어야 한다. 사장 스스로가 실무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아야만 완벽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사장만이 아니다.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가고자 한다면, ‘내 영역‘이 아니어도 두루 공부하는 자세가 필수다. 특히 회계나 마케팅은 어느 영역에서나 현업의 성과와 방향을 좌우하는 요소이므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 P59

‘사장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에 부담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실제 특정 분야에서 창업을 하거나 경영을 할 때, 꼭 알아야 할 실무의 내용을 묶으면 책 한 권이 채 안되기 때문이다. - P59

공부하면 누구나 다 가능하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기본적인 것은 일주일 안에 다 배울 수도 있다. 다만 이때는 책 한 권을 앞장부터 뒷장까지 모두 외우는 수험생의 자세가 필요한 게 아니라. 내게 필요한 요소를 정리하고 그에 필요한 알짜만 여기저기서 쏙쏙 빼오는 지혜가 필요하다. 책만이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배워야 한다. 모르는 건 배우면 되고, 배우면 누구나 능숙하게 할 수 있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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