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공간에 관해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져서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또한 이 쪽 분야와 관련된 역사들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는 듯 하다.

초반부에는 수중도시로 유명한 베네치아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그냥 막연하게 수중도시로만 알고 있었는데 책에 첨부된 베네치아 전경과 함께 내용을 읽어보니 좀 더 깊이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우리나라와 비교해 특이한 점들을 비교해서 설명해주는 저자의 배려(?)가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에게 본문의 내용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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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나오는 프랭크 게리라는 사람은 유년시절 물고기에 대한 좋았던 기억으로 인해 자신이 좋아하는 물고기를 표현하는 건축물로 유명한 사람인데 관련된 내용들이 흥미롭게 읽혔다. 특히 유명한 건축가들 대다수가 자신만의 논리와 이론이 정립되어 있는 반면, 이 프랭크 게리는 자신만의 독특한 비논리적인 접근 방식으로 살아남아 유명해진 건축가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 하다. 이 책에는 그가 설계한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미국 LA에 있는 ‘디즈니 콘서트홀‘에 대한 얘기가 나와있다.

이 다음에 소개되는 미국 예일대학교에 있는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은 성경에 나오는 유대인의 전통 성막 구조의 컨셉을 참조하여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럴만 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교적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뒤이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관련 이야기가 나온다. 책에 수록된 사진과 함께 보니 마치 요즘 우리나라에 많이 지어지고 있는 복합 쇼핑몰같은 느낌을 주는 미술관이었다. 물론 디테일에서야 조금 다르겠지만, 가운데가 뻥 뚫려있고 다른 층들이 전체적으로 보이는 구조가 꽤나 흡사하다고 느껴졌다. 어쩌면 우리나라 복합쇼핑몰을 건축하고 디자인하시는 분들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벤치마킹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외관도 독특해서 흥미로운 건축물이라고 느껴졌다.

베네치아라는 도시는 118개의 섬이 약 4백 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베네치아는 로마 시대 때 해안지방을 통칭해 부르는 단어였다고 한다. 이 도시는 우선 물 위에 있다는 상황 자체가 흥미롭다. 동남아시아에도 물 위에 지어진 집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도시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베네치아는 도로 대신 수로가 주 교통망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골목과 광장도 있어서 도시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 P187

어떻게 이러한 도시가 만들어졌을까? 그 역사를 살펴보자. 기원후 2세기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로마 제국은 기존의 로마에 기반을 둔 서로마 제국과 콘스탄티노플을 수도로 하는 동로마 제국으로 나뉘게 된다. 베네치아는 동로마 제국의 관할에 있던 지목이다. 이후 이 도시가 성장한 것은 5~6세기경 로마인들이 이민족의 침략을 피해서 베네치아로 탈출해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들은 외부인의 침입에 대처하기 위해 베네치아의 석호 위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말을 타고와서 공격하는 훈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말이 들어올 수 없는 물 위에 공간을 만드는 것이 최적의 방책이었다. - P188

이렇게 발돋움한 베네치아는 7세기부터 동로마 제국에서 독립해 자치적인 도시 국가로 성장했다. 이후 조선업과 해외 무역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고 그 흔적은 고스란히 건축으로 남아 있다.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다 보니 수로나 골목길은 미로가 따로 없다.
베네치아의 길을 완전히 외우기는 불가능하다. 덕분에 도시 구석구석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들이 너무 많은데,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이탈리아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 Carlo Scarpa가 설계한 ‘퀘리니 스탐팔리아 Fondazione Querini Stampalia‘다. - P188

베네치아의 기후는 특이한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여름 장마철에 한강이 불어서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잠기는 일이 생기는데, 베네치아는 그런 침수 현상이 겨울에 생긴다. 11월쯤 되면 해수면이 올라가고 밀물이 들어오는 만조에 도시의 1층이 물에 잠기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럴 때면 집마다 현관에 차수벽을 설치하고, 큰 광장에는 간이 다리를 만들어서 그 위로걸어 다닌다. 다리가 없는 골목길에서는 사람들이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고 걸어 다닌다. - P189

베네치아는 주요 교통수단이 배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좋은 건물들은 현관에 배를 직접 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퀘리니 스탐팔리아‘도 이러한 선착장 현관이 있었는데, 문제는 만조에 물이 넘치면 사용이 어렵고 건물의 1층은 물에 잠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재단은 건축가 스카르파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건축 리모델링을 의뢰했고, 장장 4년에 걸친 리모델링 공사로 지금의 ‘퀘리니 스탐팔리아‘가 완성되었다. - P189

우리는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다. 너무 느리거나 너무 미세하기 때문이다. 계절은 언제나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지만 너무 천천히 변하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의 계절 차가 느껴지지 않는다. 해의 위치도 시시각각 변하지만 10분 사이에 이동한 해의 위치 차이는 너무 미세해서 알아채기 어렵다. 지금도 한강수위는 계속해서 높아지거나 낮아지면서 변화하지만 우리는 멀리서 보았을 때 그 높이의 변화를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강 수위가 바뀌는 것을 눈치챌 때가 있는데, 다름 아닌 ‘잠수교‘가 물에 잠겼을 때다. - P189

다른 다리와는 다르게 낮은 ‘잠수교‘는 한강 물이 조금만 불어나도 물에 잠겨서 건너갈 수가 없다. 이때 ‘잠수교‘는 미세한 자연의 변화를 공간의 변화로 치환해서 우리가 알아채게 해 주는 장치다. 만약에 ‘잠수교‘가 아주 높은 교각으로 만들어졌다면 그런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낮은 높이의 교각 디자인이 자연의 변화를 공간적으로 변환시켜주는 기능을 만들어 냈다. 나는 이런 ‘잠수교‘ 같은 건축을 ‘건축 공간을 통해서 자연과 대화할 수 있게 해 주는 건축‘이라고 말한다. 일종의 ‘공간 통역사‘다. ‘퀘리니 스탐팔리아‘도 그런 종류의 건축이다. 베네치아의 물 높이는 항상 변화했다. 이런 변화를 공간의 변화를 통해 좀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건축물이 ‘퀘리니 스탐팔리아‘다. - P190

베네치아의 다른 건축물들은 홍수가 나면 물에 잠기느냐 안 잠기느냐 두 가지 경우만 생긴다. 그런데 ‘퀘리니 스탐팔리아‘ 는 바닥에 구역마다 다르게 미세한 높낮이 차이를 두었고, 일부 구역에는 경계부에 댐처럼 높은 턱을 주변으로 둘렀다. 이러한 디자인 덕분에 ‘퀘리니 스탐팔리아‘ 에서는 수위에 따라 물에 잠기는 바닥 면이 바뀌면서 다양한 공간적 변화가 생겨난다. 베네치아의 자연이 만들어 내는 물 높이의 미세한 변화는 사람들이 눈치채기 어렵다. 하지만 ‘퀘리니 스탐팔리아‘의 특별한 디자인 덕분에 물 높이가 달라질 때마다 사람들은 공간적 변화를 통해 미세한 자연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 P191

아마 독자들 중에는 왜 쓸데없이 그렇게 나누어서 복잡하고 비싸게 만들까 의아해하는분도 많을 것이다. 이건 가치관의 차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노력이 의미 없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가치를 준다. 스카르파 같은 건축가는 디테일을 세밀하게 기능에 따라 나누고 그 기능에 맞게끔 각각 적절한 재료의 부품을 선택한다. 손이 닿는 쪽에는 따뜻한 나무를 사용하고 단단해야 하는 부분에는 쇠를 사용한다. 그리고 그 다른 재료들을 제3의 재료인 볼트로 잇는다. 왜 이렇게 할까? - P194

건축물은 사람의 몸보다 크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재료로 만들 수 없고 여러 개의 다른 재료를 이어 붙여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 보니 이 다른 재료들을 어떻게 이어 붙일 것이냐가 중요하다. 이를 건축에서 ‘텍토닉tectonic‘이라고 한다. 번역하자면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 P194

스카르파의 디자인에 적용해 보자. 단어 사이의 띄어쓰기는 금속 부품과 목재 부품같이 난간을 구축하는 부재들끼리의 분리라고 할 수 있다. 금속 부품끼리 조여서 붙이는 볼트는 문장 속 ‘을‘ 같은 ‘조사‘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목재 손 스침 끝부분에 부착된 황동 부품은 문장의 끝에 달린 물음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각각의 단어를 나누고, 그 단어들에 각기 다른 기능을 부여하고, 그것들을 일정한 규칙으로 조합했을 때 우리는 ‘문법에 맞는다‘ 고 말한다. 스카르파의 디자인은 일반인의 눈에는 지나치게 복잡한 디테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복잡한 구축 방법이 ‘건축구법에 맞는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 P195

손스침: 난간 기둥 위나 끝부분에 가로로 덧대는 나무 - P487

물론 이렇게 복잡해야만 좋은 디자인은 아니다. 안도 다다오나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ån 같은 미니멀한 건축을 추구하는 건축가들은 아주 단순한 디테일을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도 기능이 다르면 다른 부품으로 나누어서 사용한다. 단 그 개수가 적을 뿐이다. 이들과는 반대로 모든 것이 하나의 덩어리로 연결된 것처럼 만들고 싶어 하는 건축가도 있다. 예를 들어 동대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Zaha Hadid 의 경우에는 모든 건축물이 하나의 밀가루 반죽같이 한 덩어리로 보이는 디자인을 하기도 한다. - P195

스카르파는 다른 요소들이 더 분절되어 보이게 하기 위해서 대리석 벽에 문을 만들 때도 경계부의 선을 복잡하고 다르게 디자인한다. 우리는 보통 문을 만들 때 네모진 형태로 경계부를 설정한다. 그런데 스카르파는 문짝을 복잡한 요철 모양으로 만들어서 문이 열릴 때 특별한 공간감이 느껴지게 디자인했다. - P196

헬스 트레이너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다. 좋은 몸은 근육과 지방이 잘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돼지 삼겹살의 지방 부분과 근육 부분이 명확하게 나누어진 것처럼 말이다. 반면에 안 좋은 몸은 근육과 지방이 섞여 있다고 한다. 마치 마블링이 잘된 쇠고기처럼 말이다. 그래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서 지방과 근육을 분리해야 한다고 한다. 뭐 그렇게 전문적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한 덩어리로보이는 중년 아저씨의 배보다 식스팩으로 나누어진 배를 더 선호하지 않는가? 우리는 이두근, 삼두근, 삼각근, 승모근이 나누어진 것을 아름답다고 느낀다. 각기 기능에 따라 명확하게 분절된 근육을 볼 때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과 건축에서 분절된 재료가 잘 조합된 모습에 건축가가 희열을 느끼는 것은 비슷하다. - P196

카시오의 전자시계와 롤렉스의 기계식 무브먼트 시계는 둘 다 시간을 알려 주는 똑같은 기능을 갖는다. 하지만 기계식 손목시계가 훨씬 더 비싼 이유는 많은 부품이 잘 엮여서 하나로 작동하는 것이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분이 건축에서 이런 디테일 텍토닉을 보게 되면 건축을 보는 또 하나의 눈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스카르파의 작품은 롤렉스 시계 같은 건축이다. 아니 롤렉스 시계보다 더 명품인 파텍 필립 시계 같은 건축이다. - P196

건축 학교에서 합리적 디자인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그 다른 사람이란 다름 아닌 건축주다. 건축주를 설득해서 많은 돈을 투자하게 하려면 그만큼 합리적인 이유로 설득해야 하는데, 디자인을 설명하는 건축가가 "그냥 제 유년 시절 기억 때문에 이렇게 디자인했어요."라고 하면 누가 수십, 수백 억의 돈을 내겠는가? - P202

건축가가 예술가로 인정받아서 좋은 점은 대체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화가 이우환은 점 하나 찍고서 그림을 완성한다. 그 정도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점을 찍는다고 그림이 팔리지는 앞는다. 이우환은 예술가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점만 찍어도 고가의 그림이 된다. - P202

타이타늄은 치과에서 보철할 때나 우주왕복선을 만들 때처럼 의료분야와 항공분야에서 사용하는 고급 재료인데,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색상과 재질이 다르게 보이는 속성 때문에 게리가 즐겨 사용한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물고기의 비늘을 표현하기에 최적의 건축 재료다. - P206

램프를 만들 때 사용했던 종이와 달리 금속은 임의로 건설 현장에서 자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정교하게 컴퓨터로 제단하고 공장에서 기계로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제작 방식의 기본 원리는 두꺼운 종이를 이용해 조명기구를 만들 때와 동일하다. - P206

1980년대 중반 그가 디자인한 조명 기구는 물고기나 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제작 방식은 켄트지를 손으로 찢은 후 종이 끝부분을 풀로 붙여서 곡면 형태를 만드는 것이었다. 예술 작품이라 할수 있을 정도의 장인 정신이 보이는 조명 기구다. - P203

게리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모형에서 시작해서 모형으로 끝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약 60개 정도의 모형을 제작한다고 한다. 디자인 초기 단계에는 다소 즉흥적이고 감성적이면서도 황당한 방식을 사용한다. 먼저 종이를 구겨서 책상 위에 던져 보면서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든 후, 마음에 드는 부분이 발견되면 전자 감지 펜이 달린 3D 디지타이저를 이용해 모델 위의 표면을 한 점 한 점 찍어서 컴퓨터상의 모델링으로 재현한다. 이후 컴퓨터 내에서 형태를 조정해 최종 건축 형태를 완성한다. - P206

디지타이저(digitizer): 아날로그 데이터를 디지털 형식으로 변환하는 장치로, 컴퓨터에 그림이나 도형의 위치 관계(좌표)를 부호화하여 입력한다. - P487

최종 건축물의 컴퓨터 모델이 만들어지면 그 데이터를 가지고 프랑스 ‘미라주‘ 전투기를 디자인할 때 사용했던 ‘카티아CATIA‘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철골구조 틀을 설계한다. 이후에 휘어진 골조의 정보를 공장으로 보내어 제작한다. 이때 3차원 모형의 표면은 마치 종이 모델의 전개도를 만들듯이 2차원 평면 조각으로 나누어 그 정보를 보낸다. 이렇게 공장에서 정확하게 제작된 철골빔과 패널들을 현장으로 옮겨서 조립하여 건축물을 완성한다. - P207

3차원 곡면의 화려한 형태는 바로크 시대부터 있었다. 바로크라는 말은 ‘찌그러진 진주‘라는 뜻이다. 그만큼 찌그러지고 기이하고 화려한 형태를 추구했던 시절이 바로크 시대다. 그당시 건축에서 바로크 형식을 표현하는 방식은 대리석을 찌그러진 형태로 깎아서 조각하는 방법밖에는없었다. 그렇다 보니 장식의 형태로밖에 만들 수 없었다. - P207

배는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선형의 곡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바닷물이 들어오면 안 되니 방수가 철저해야 한다. - P208

콜럼버스의 달갈처럼 만들고 나니 쉬워 보이는 것이지 첫 시도는 항상 쉽지 않다. - P208

1980년대에 가정용 컴퓨터가 나오면서 컴퓨터를 이용해 여러 가지 파격적인 형태를 디자인하는 건축가가 많아졌다. 현대 철학의 해체주의를 이용해서 파격적인 디자인을 시도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자신의 파격적인 디자인을 실제 완성된 건축으로 현실화한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리가 대단한 건축가인 것은 자신이 상상한 파격적인 건축을 실제로 현재의 기술을 이용해 산업 생태계 안에서 실현하는 방법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게리가 그런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어려서부터 가졌던 물고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누구나 생각은 했지만 만들 수 없었던 형태를 완성하기 위해 게리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자동차 회사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 P209

게리는 건축 형태를 만들 때 비논리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예술가의 면모가 부각되었고 따라서 다른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 P210

게리가 그런 영향력 있는 건축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기술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게리는 발전한 새로운 IT 기술과 함께 자신의 디자인을 진화시켜서 살아남아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종을 창조해 낸 건축가다. - P212

유대인 성막의 공간은 성전 마당, 성소, 지성소라는 세 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성전 마당‘은 보통 사람들이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에 담장을 지나서 맞이하는 첫 번째 공간이다. 성전 마당을 지나면 만나는 공간은 직사각형 천막으로 만들어진 ‘성소‘로, 그 안에서 정식 제사가 진행된다. 성소까지는 제사장의 출입이 가능하다. 성소 내부의 중간쯤에는 휘장이 쳐져 있는데, 그 휘장 뒤편이 ‘지성소다. 이곳은 창문도 없고 오직 대제사장만 1년에 한 번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하나님이 임재하는 곳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1편 <레이더스>에 나오는 ‘모세의 성궤‘가 놓인 곳이기도 하다. - P220

이렇듯 신성한 공간을 구축할 때 유대인들이 사용했던 방식은 ‘공간 안의 공간‘이라는 기법이다. 사실 공간 안에 공간을 배치해 안쪽의 공간을 성스럽게 만드는 기법은 모세의 성막 이전에 이집트 신전에서도 사용되었고, 북경 ‘자금성‘에서도 보이고, 심지어 우리나라 ‘청와대‘에서도 보이는 기법이다. 그러니 인류 보편적인 기법이라고 할수 있다. 단 유대인 성막이 ‘자금성‘이나 ‘경복궁‘과 다른 점은 성소와 지성소에 창문이 없다는 점이다. 
- P220

동양의 건축에서 보통 공간 안의 공간을 만들 때는 담장을 이용했다. 반면 서양에서는 벽으로 완전하게 내부와 외부를 분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처럼 창문이 없는 벽으로 공간 안의 공간을 만드는 평면 기법이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에서 보인다. 아마도 고든 번샤프트는 미국의 러시아계 유대인이었기에 이러한 기법을 어렵지 않게 구상했을 것이다. - P221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을 설계할 때 유대인 성막을 떠올린 이유는 아마도 두 건축물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대인에게 가장 중요했던 여호와가 임재하는 성궤를 보관하는 건축물이 지성소가 있는 성막이다. 마찬가지로 지식의 전당인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희귀 도서를 보관해야 했던 곳이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이다. - P221

도서관의 서고는 일반적으로 책의 보호를 위해 햇빛에 노출되지 않는 안쪽에 배치된다. 그런데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에서 보관하는 책은 그냥 책도 아니고 아주 희귀한 책이다. 당연히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창문 없는 공간에 배치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바이네케 고문서 도서관‘에 비치된 희귀 도서는 유대인 성막에 보관된 성궤인 것이다. - P222

슬래브(slab): 콘크리트 바닥이나 양옥의 지붕처럼 콘크리트를 부어서 한 장의 판처럼 만든 구조물 - P487

인간은 1만년 전부터 건축에 돌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돌을 빛이 투과하는 특성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고든 번샤프트는 그런 물질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건축을 보여 준 대가大家다. - P225

솔로몬 구겐하임은 미국 광산과 철강 업계의 재벌이었다. 그는 자신의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선정해서 미술관을 건축했다. - P228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전체적으로 흰색 재료로 마감된 리본 같은 벽체가 빙빙 돌면서 위로 올라가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건물을 바라본 첫인상은 뱅뱅 돌려서 만든 소프트아이스크림 같다는 것이었다. 달팽이가 떠오르기도 한다. - P228

이 미술관을 설계한 라이트는 주변 자연환경과 어울리게 땅에서 자라난 듯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유기적 건축의 대명사다. 그런 그가 설계했다고 보기에 이 미술관의 디자인은 주변과 너무 이질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그가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라이트는 격자형으로 구획된 뉴욕에서 적용할 만한 자연의 특징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주변 환경보다는 미술관이라는 ‘용도‘에 더 집중했다.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벽‘이다. - P229

그림은 태생적으로 벽이 필요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그림은 18000년 전쯤에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에 그려진 벽화다. 바닥에 그림을 그리면 동물이나 사람에게 밝혀서 지워진다. 비가 와도 지워진다. 비가 와도 그림이 지워지지 않는 장소를 찾아 동굴 속 벽에 그림을 그린 것이다. 당시 선사 시대의 인간은 땅을 얕게 파고 나무를 기울여 세워서 지붕을 만든 움집에 살았다. 그런 집에는 그림을 그릴 만한 벽이 없다. 그래서 몸에 그림을 그리는 문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의 피부 면적은 너무 작다. 더 크고 많은 그림을 그릴 공간이 필요했다. 선사시대 인간은 마음 놓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캔버스같이 넓고, 비가 와도 지워지지 않는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렇게 벽과 함께 그림은 시작되었다. 벽이 없다면 그림은 없다. - P229

이후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도 회칠한 벽이 마르기 전에 완성하는 프레스코화를 그렸다. 시간이 흘러 유화 물감이 발명되자 사람들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서양 화가들은 캔버스를 벽처럼 세워 놓을 수 있게 이젤을 들고 다녔다. 이젤을 세우고 그 위에 얹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그림이 완성되면 벽에 걸었다. 동양화는 종이를 바닥에 놓고 그렸지만, 그림이 완성되면 이 역시 족자에 담아 벽에 걸거나 병풍으로 만들어 벽처럼 세워 놓았다. 이래저래 그림은 벽이 필요했다. 그림이 많은 미술관에는 정말 많은 벽이 필요하다. - P230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벽이 필요하다는 미술관의 기본에 충실한 건물을 디자인했다. 하지만 네모난 방의 벽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기다란 벽을 만들었다. 관람자는 그 벽만 계속 따라가면서 보면 된다. 그건물이 넓은 땅에 위치했다면 직선으로 기다란 벽을 만들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주어진 대지는 뉴욕이라는 번잡한 도심 속의 작은 땅이었다. 따라서 건축가는 430미터나 되는 기다란 벽을 연속되게 만들기 위해 경사로를 따라 둥그렇게 위로 말아올렸다. 이렇게 함으로써 네모난 방을 만들 경우 생겨나는 각진 모서리 없이 연속된 벽체를 만들 수 있었다. - P231

그 공간 위에는 천창을 두어 햇빛이 들어오게 했다. 마치 ‘판테온‘의 천장에서 빛이 내려오듯이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천장에서도 빛이 내려온다. 사람은 주광성 동물이니 빛이 있으면 그쪽으로 시선이 간다. 따라서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발을 들인 사람들은 곧장 6층까지 뚫린 공간 중앙에서게 되는데,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빛이 들어오는 천장을 바라보게 된다. - P231

철근 콘크리트와 엘리베이터의 발명과 더불어 근대 이후의 건축은 여러 층의 평면이 똑같이 반복되는 구조를 가진다. 우리 주변의 모든 상가와 아파트가 그렇다. 그렇게 똑같은 평면이 층층이 쌓인 형태를 건축가들은 ‘팬케이크 평면‘이라고 폄하해서 이야기한다. 똑같은 모양으로 동그랗게 부쳐진 팬케이크를 층층이 쌓아 먹는 문화에 빗댄이야기다. 이런 공간 구성의 가장 큰 문제는 각 층에서 다른 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 P236

라이트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운데 커다란 빈 공간을 두고 전시장을 빙빙 돌려서 선형으로 배치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4층 전시장에 있어도 3층과 5층을 볼 수 있는 공간 구조를 만들었다. 각 층의 공간이 분절된 디지털적인 공간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아날로그적인 공간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층간의 구분이 없어진 공간이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3층인지 4층인지는 의미가 없다. 그저 벽에 걸린 그림과 함께 산책하듯이 걷는 나만 존재할 뿐이다. 기분 좋게 그림에 집중할 수 있는 미술관이다. - P237

원래 가장 새롭고 좋은 디자인은 불편함을 없애고 필요에 따라 구상된 디자인이다. 각종 발명품이 그렇게 탄생했다. 스티브 잡스 Steve Jobs 덕분에 인문학 열풍이 불어서 경제 경영에 인문학을 어떻게 접목하느냐로 난리지만, 원래 인문학적 디자인의 기본은 불편함을 없애고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다. 어렵지 않다. 원래 하수들이 어려운 철학을 가져오고 구구절절 설명이 길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런 기본에 충실한 고수의 작품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P238

많은 사람이 높은 건물을 원한다. 특히 오피스 건물의 경우에는 더 높게 짓고 싶어 한다. 건물이 높아지면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건물 안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좋다. 더 멀리 볼 수 있고 더 넓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 둘째, 높으면 주변에서 잘 보인다. 회사 입장에서 이만한 광고 효과도 없다. 그래서 ‘롯데월드타워‘도 서울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지으려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한 것이다. 서울의 웬만한 위치에서는 ‘롯데월드타워‘가 눈에 들어온다. - P241

어떤 건물이 눈에 띄면 보는 사람의 머릿속에 그 건물에 대한 정보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많은 사람의 눈에 띈다는 것은 그 건물에 대한 정보의 총량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량의 증가는 권력의 증가를 뜻한다. 높은 건물은 정보의 불균형을 만든다. 그래서 어느 사회든지 가장 높은 권력자들은 높은 건물을 만들었다. 고대에는 ‘피라미드‘를 만들었고, 중세를 지나 근대까지 유럽의 모든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돔 지붕이 있는 대성당들이었다. 이렇게 경쟁적으로 높은 건물을 지으려고 한 노력의 결과물이 모여서 그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한다. - P242

아르데코(art déco) 양식: 1910~1930년대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서구에서 시작된 양식으로, 아르누보와 달리 기본형의 반복, 지그재그 등 기하학적인 무늬를 즐겨 사용했다. - P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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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 이어서 내용이 이어진다. Key Word는 하고 싶은 일want, 해야 하는 일must, 할 수 있는 일can 이다.

p.193에 밑줄 친 내용과 관련하여 자신이 속한 분야나 관심사에 적용해서 본문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조금이나마 흥미롭게 읽힐듯 하다. 그냥 후루룩 읽어서는 내용이 별로 와닿게 느껴지지도 않을 뿐더러, 심지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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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5에 밑줄 친 내용에서는 일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는데 무슨 일을 하든 관계없이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에 어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행복의 수준이 결정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메시지로 느껴졌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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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계획이 너무 많아도 집중력 측면에서 좋지 않다는 얘기, 집중력 향상을 위해 활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운동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등의 얘기들이 나온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집중하기 때문에 시간이 언제 그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마치 1시간이 1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완료하면 성취감과 쾌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오랜 시간 그 일에 매달려도 피로하지 않다.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방법을 찾는다. - P193

역경을 무릅쓰고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럴 때는 할 수 있는 일이 해결책이 된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일로 연결하면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의 빈틈을 할 수 있는 일로 채우면 현실과 이상의 벽을 넘을 수 있다. - P193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자기가 하고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즐기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나누는 기준은 ‘동기‘다. 해야 하는 일은 보상이 주어지거나 처벌을 면할 때 하는 일이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라 보상을 얻기 위해서 해야 한다고 느낀다.
하고 싶은 일은 그 자체를 하고 싶어서 선택한다. - P194

때로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사는 사람도 있다. 직장생활을 20여 년 정도 한 사람들 중에는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알지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이제막 학교를 졸업한 20대는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자기가 해야 하는 일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 P194

어떤 일을 할 때 동기가 더 생기는지 생각해보자. 어떤 일을 할 때 더 행복하고 즐거운지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종이에 적고 두 목록을 바꿔보자. 해야 하는 일을 전부 해내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해야 하는 일이 즐거운 일로 느껴질 것이다. - P194

《마시멜로 이야기》에 나온 것처럼 15분 동안 달콤한 마시멜로의 유혹을 견뎌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만들 수 있다.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방법은 하고 싶은 일을 많이 갖는 것이다. - P194

행복학 열풍을 일으킨 탈 벤샤하르 교수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인식을 바꾸라고 했다.
"일을 인식하는 방식이 일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병원 청소부는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병원 의사보다 행복할 수 있다. 자신의 일을 보석처럼 세공하는 사람들은 고객이나 동료 직원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든다." - P195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 더 가치 있는 일로 만드는 방법은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에 집착하기보다 해야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면 시간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다. - P195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하게 아는 것이다. 자기가 가고 싶은 목적지를 목표라고 한다. 목표는 이루고자 하는 결과다. 목표는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로 구분한다. 우리말로는 둘 다 목표라고 말한다. 영어로 표기하면 다르다. 장기 목표는 ‘Goal‘이고 단기 목표는 ‘Objective‘다.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기간을 기준으로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를 구분한다. 목표 달성에 걸리는 시간은 개인적인 상황, 사업, 조직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 P196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를 기간으로 구분하지 말고 장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중간에 성취하는 목표를 단기 목표라고 생각하면 된다. - P197

스티븐 코비의 시간관리 매트릭스를 정리했을 때 장기 목표에 해당하는 일은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 포함된다. 급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뒤로 미루다보면 장기 목표는 이룰 수 없는 목표가 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작은 일을 할 때도 큰 그림을 그리며 실행하라 그래야 매사에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라고 했다. - P197

여기서 큰 그림이 장기 목표다. 단기 목표가 ‘무엇‘이라면 장기 목표는 ‘왜‘에 해당한다. ‘무엇‘은 지금 당장 실행해야 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거래처와 고객에게 전화를 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거래를 성사시키는 일이다.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평범하다고 생각하면서 궁극적으로 일을 하는 이유를 잊는다. 장기 목표를 나타내는 ‘왜‘는 큰 그림을 그려준다. 큰 그림은 동기를 부여하고 집중하는 힘을 만든다. 장기 목표는 지금 할 일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궁극적으로 이루어야 하는 목표를 미리 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197

최종 목적지를 미리 결정하지 않으면 장기 목표, 단기 목표 모두 세울 수 없다. 표적이 없는 곳을 향해서 총을 쏜 후에 명중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목표 지점을 정해놓고 그곳을 향해서 총을 쏘고 목표 지점에 맞았을 때 명중했다고 한다. 장기 목표를 미리 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장기 목표는 방향을 정확히 알려준다. 방향을 알면 목적지에 이르는 길도 쉽게 찾을 수 있다. - P198

5년 10년, 20년 뒤에 무엇을 할지 대답할 수 있다면 장기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큰 그림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선수들이 우승한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는 시각화도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미래의 모습을 분명하게 그리는 시각화를 실천하면 목표가 눈에 보이고 목표를 실현하려는 의지도 생긴다.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면 목표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뜻이다. - P198

27세에 백만장자 대열에 오른 폴 마이어는 《성공 시크릿》에서 "현재 있는 것을 장래에 있을 수 있는 것과 관련짓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을 때야말로 시각화의 진짜 기술을 몸에 익혔다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 P198

골퍼들은 공을 쳤을 때 공이 날아가는 방향, 궤적을 시각화한다. 공이 날아가는 방향과 궤적을 시각화해서 골퍼의 근육을 최적의 상태로 만든다. 공이 날아가는 궤적을 정확히 그리지 못하면 근육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 수 없다. 근육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지 못한 상태로 스윙하면 원하는 위치로 공을 보낼 수 없다. - P198

세계적인 골퍼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와 나의 인생》에서 "골프는 50퍼센트의 멘탈, 40퍼센트의 셋업, 10퍼센트의 스윙으로 구성된다."라고했다. 여기서 멘탈은 단순히 긍정적인 믿음이 아니라 경험, 집중력과 판단력, 시각화하는 능력이다. - P199

골퍼가 스윙하기 전에 공을 어디로 보낼지, 궤적을 시각화하는 것처험 최종 목표, 즉 큰 그림에 집중해야 한다. 최종 목표를 분명하게 알면 시각화를 할 수 있다. 장기 목표를 이루기 위한 마음가짐이 확실하면 단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도 생긴다. - P199

피트니스클럽에서 꾸준히 운동하지 못하는 원인은 기대는 크고 계획은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트니스클럽에 등록할 때는 몸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을 기대하지만 운동을 시작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 P200

계획은 기대하는 자아가 세운다. 계획을 세우면서 자신의 주체적인 힘을 느끼고 계획대로 진행해서 성공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계획을 세우는 기대하는 자아는 목표에 집중해서 마치 목표를 이룬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중요하다. 누가 시켜서 세우는 계획이 아니라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세우는 계획은 강한 의지를 만들어주고 설렘과 즐거움을 불러일으킨다. - P202

계획할 때 느끼는 즐거움은 새해가 시작할 때 새로 산 다이어리에 한해 동안 이루고 싶은 일, 할일 등을 써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다. 계획한대로 실천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자신의 모습과 성취감을 상상하면 계획의 즐거움은 최고조에 이른다. 하지만 계획을 실행하는 경험하는 자아는 노력과 지구력이 필요하다. 계획대로 실천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공들여 계획을 세우지만 정작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패배의식을 느낀다. 계획이 스트레스가 되지 않으려면 목표에 접근하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과정에 집중하면서 계획을 세울때 느낀 즐거움을 오랫동안 이어가야 한다. - P202

속도를 늦추고 약간 느슨한 태도로, 필요하다면 처음 세운 계획을 보완하면서 행동 계획을 실행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 P202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계획을 끝까지 실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심리학자 존 크럼볼츠 교수는 우연한 사건이 좋은 기회로 연결되는 것에 착안해서 우연을 계획한 것처럼 만들어서 잘 활용하여 필연으로 만드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것이 ‘계획된 우연의 이론 Planned Happenstance  Theory‘ 이다.
계획된 우연의 이론은 관심이 있는 일을 꾸준히 접하고 배우면 잠재된 능력이 발휘되고 그 과정을 즐기다 보면 우연한 기회에 절호의 찬스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 P204

그럼볼츠 교수는 성공한 비즈니스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인생에서 큰 고비를 맞았을 때 겪었던 일들을 조사했다. 성공한 경영자들이 계획한대로 노력해서 이룬 성공은 20퍼센트 정도였다. 나머지 80퍼센트는 우연히 만난 사람이나 우연히 겪은 일들이 단초가 돼서 성공했다. - P204

우연한 기회에 절호의 찬스를 잡으려면 계획과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계획된 우연의 이론에서 성공의 기회를 잡는 사람은 우연한 기회를 수동적으로 기다린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건을 경험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계획하는 사람이다. 계획을 세울 때는 목표를 정하고 계획에 따라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예상하지 못한 ‘우연‘을 잘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 P204

급변하는 환경에서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기회chance로 받아들일지, 예상하지 못한 재난unexpected disaster 으로 받아들일지의 여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존 크럼볼츠 교수는 우연한 사건을 기회로 바꾸려면 호기심curiosity, 지속성 persistence, 유연성 flexibility, 낙관주의optimism, 모험심resertalking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섯 가지 요소 가운데 지속성이 가장 중요하다. 결실을 맺으려면 지속적으로 일을실행해야 우연을 기회로 만들 수 있다. - P204

계획에는 목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과 속도, 성공에 대한 자기만의 정의가 담겨 있다. 목표를 이루기까지 행동 계획은 연극의 시나리오와 비슷하다. 시나리오대로 진행될 경우 결과까지 예측할 수 있다. 계획을 세우면 어느 정도의 운과 기회는 스스로 만들 수 있다. 훌륭한 계획은 훌륭한 준비를 의미한다. 행운과 불운을 고려하는 것이 훌륭한 계획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불확실성과 예측할 수 없는 변수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계획이 변하는 상황까지 고려한다. - P205

<타임 TIME>에 피겨스케이팅 선수 24명의 훈련 과정을 관찰해서 일류선수와 보통 선수들의 차이점을 밝혀낸 연구결과가 실렸다. 일류 선수들은 연습시간의 68퍼센트를 고난도 점프를 훈련하는 데 썼다. 엉덩방아를 찧더라도 어려운 기술에 도전했다. 반면, 보통 선수들은 연습 시간의 48퍼센트만 점프에 투자했고 일류 선수보다 휴식 시간이 길었다. - P205

김연아 선수의 전담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는 자서전 《한 번의 비상을 위한 천 번의 점프》에서 "김연아 선수가 재능을 타고났다고 말하는 사람은 연습하는 모습을 딱 사흘만 지켜보라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했다. - P205

기회는 우연을 가장해서 찾아오지만 그 기회를 붙잡는 것은 계획하고 준비한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우연을 가장한 기회가 오지만 기회를 붙잡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김연아 선수는 타고난 재능 덕분에 화러한 점프를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다. 기회를 행운으로 만들기 위해서 수천번 엉덩방아를 찧으며 연습한 끝에 화려한 점프가 탄생했다. - P205

성공한 사람들에게 성공 비결을 물어보면 "운이 좋아서 기회를 잡았다"라고 대답하는데 좋은 운도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에게 들어온다. 우연조차도 사전에 계획을 세워야 잡을 수 있다. 좋은 운이 두 사람에게 동시에 들어왔다고 해도 운을 기회로 바꾸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좋은 운을 불러오는 사건을 많이 만나려면 구체적인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P206

미국 루트거대학의 캐럴 카우프만-스카보로 교수는 다이어리와 계획표로 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사람은 뚱뚱하지 않은데 다이어트를 하는 여자와 닮았다고 했다. 원칙을 몰라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계획을 세우지 못해서가 아니라 감정과 사고에서 비롯된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계획했던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 ‘시간 가계부를 써라‘는 조언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P208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일을 하려고 하고 한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려고 하면서 새로운 문제로 관심을 돌릴 때마다 지금하고 있는 일은 계속 중단된다. 계획한 일에 집중하지 못하면 외부적으로 방해하는 요인이 없어도 완료되는 일은 없고 시간은 흘러간다. - P208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에게 특효약은 집중력 강화다. 집중력을 강화하는 방법은 할 일마다 중간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중간목표는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계획대로 일을 시작해서 중간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그 일에 전념한다. 만약 다른 생각이 떠오르면 다이어리에 메모하고 다시 하던 일에 집중한다. 메모를 하면 일을 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덜 하게 된다. 중간 목표를 달성하면 휴식을 취한다. 메모해 두었던 일이 10분 안에 끝낼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일을 한다. 만약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라면 계획표에 적은 일들을 모두 완료한 후에 처리한다. - P209

할 일 목록에 몇 개의 중간 목표를 정해두고 그 일을 하는 동안에 다른 생각이 나면 메모하고 다시 하던 일에 집중하면 외적 방해 요인에 덜 휘둘리게 되고 하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위스콘신대학 신경학자 리처드 데이비슨은 고도로 집중하는 동안에 핵심적인 신경조직이 현재 하고 있는 일과 동기화하면서 신경조직 사이에 결속이 일어난다고 했다.
이것을 위상 결속Phase tocking 상태라고 한다. 반대로 주의가 산만하고 생각이 복잡할 때는 동기화하지 않는다. - P209

일과 공부 모두 집중력이 높은 상태에서 더 잘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 공부에 집중할 때 두뇌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에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면서 신경들을 연결한다. 여러 가지 일 사이에 마음이 돌아다니면 현재 하고 있는 일과 상관없는 신경조직이 활성화된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일에 효율이 떨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 P209

집중하는 방법은 중간 목표를 정하고 집중하는 방법과 시간을 제한해서 집중하는 방법 두 가지다. - P209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많이 활용하는 포모도로 테크닉은 시간관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프란시스코 시릴로가 개발한 포모도로 테크닉은 25분 동안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5분 동안 쉬고 다시 25분 동안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타이머를 25분에 맞추고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한다. 타이머가 울리면 5분 동안 쉬고 다시 25분에 타이머를 맞추고 일을 한다. 매우 단순하다. 25분 동안 한 가지 일만 하는 습관을 들이면 집중력이 향상되고 미루는 습관도 극복할 수 있다. - P210

두 개 이상의 계획이 상충할 때는 전략과 전술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전략적‘ 계획은 궁극적인 목표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계획 가운데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먼저 실행한다. ‘전술적‘ 계획은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실천해야 하는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 P212

목표와 계획이 늘어나면 역량을 한곳에 집중할 수 없다. 모든 계획을 실행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의지가 약해진다. 목표와 계획이 하나의 궁극적인 목표로 연결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 P213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쓴 레이몬드 아론은 인생을 살면서 이뤄야 하는 목표를 여섯 가지 테마로 나눴다. 테마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돈을 많이 버는 일, 아이를 잘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목표가 하나만 있으면 목표 달성에 실패하거나 목표를 달성한 후에 공허감과 상실감을 느끼고 몹시 괴로워진다. 공허감은 평생한 가지 일만 하다가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인생의 목표를 하나만 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 P213

인생에서 이뤄야 하는 여섯 가지 목표의 테마는 Mass(복잡한 문제), Acknowledge(인정. 감사), Increase in wealth (재산 늘리기), New (새로운), Learn (배우다), Yourself (자기 자신)이다. 여섯 가지 테마의 앞글자를 따면 MAINLY (주요)다. - P214

한가지 복잡한 문제를 정리한다.
인정하고 감사를 표현할 일을 생각한다.
재정 상황을 향상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배우기 위해 노력한다.
자기만을 위한 일을 시도한다. - P213

테마에 부합하는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워서 실행하면 최소 수준의 성공만 이루어도 성취감을 느끼고 다른 계획도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여섯 가지 테마의 목표가 다른 목표들을 끌고 가는 것이다. - P214

여섯 가지 목표는 조화를 이루며 자신을 발전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여섯 가지 목표를 계획대로 실행하면 궁극적인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갈 수 있고 목표를 하나씩 이루면서 인생의 의미를 느낄 수있다. - P214

인텔의 회장이었던 앤드류 그로브는 "나는 일을 마쳤을 때가 아니라 피곤할 때 일과를 끝낸다. 항상 할 일이 있고, 해야하는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라고 했다. - P217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할 일 목록에 적은 일을 하나라도 더 하기 위해서 늦게까지 일하지 않는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열 가지 일을 대충 하는 것보다 다섯 가지 일을 완성도 높게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잠을 안 자고 밤늦게까지 피곤한 상태로 일하는 것이 업무의 질을 유지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 P218

할일 목록은 할 일을 잊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할 뿐 제한된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도와주지는 않는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 활력을 극대화하면 된다. - P218

활력을 높이는 방법은 단순하다. 잠을 충분히 자고 제때 식사를 한다. 운동도 꾸준히 한다. 정신을 맑게 해주는 산책, 휴식, 요가를 일상적으로 실천하면 최상의 업무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잠을 줄이고 식사를 거르고 운동도 하지 않으면 활력과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 P218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은 바쁜 일정에도 충분히 잠을 자고 아무리 바빠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운동을 하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는 걸 알고 있다. 누구든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반드시 시간을 낸다. 운동은 다른 어떤 일보다 중요하다. 시간을 내서 운동하지 않으면 활력을 잃고 병들기 쉬운 상태가 된다. 하루 종일 앉아서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일하는 직장인은 움직일 일이 별로 없다. 운동은 고사하고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활력은 더 떨어진다. 활력을 재충전하는 방법으로 운동보다 좋은 건 없다. 한 시간 운동하면 서너시간 일할 힘이 생긴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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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콜롬비아 나리뇨 산 로렌조 - 12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9월
평점 :
품절


다른 드립백 커피에 비해 목넘김이 굉장히 부드럽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또한 밀봉된 포장을 개봉했을 때 특유의 향이 느껴지는데 뭔가 진한 느낌의 향이면서도 갈색 설탕때문인지 달달한 향이 함께 느껴져서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는 드립백 커피인듯 합니다. 지인들께 선물용으로도 좋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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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8 0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18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18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18 1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선순위와 관련된 얘기는 다른 책에서도 봤던 내용이지만, 궁극적인 문제는 인간의 욕심때문에, 욕심이 지나친 나머지 자기가 바라는 것들을 모두 다 하고 싶어하는 마음인 듯 하다. 그러다보니 뭔가를 하기는 하는데 흐지부지 되거나 온전하지 못한 채로 차일피일 미루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이다. 욕심이 참 문제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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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읽다가 나오는 내용 중에 p.182에 소음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데 소음이 집중력을 현저히 떨어뜨린다는 얘기를 보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책의 종류를 불문하고 어떤 책을 읽든 간에 독서를 할 때 읽는 속도가 시끌벅적한 환경보다는 조용한 환경에서 훨씬 집중도 잘 되고 더 빨리 읽히며 이해도 더 잘 되어 책의 내용이 머리에 좀 더 각인되는 느낌이 있는데,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이러한 느낌이 결코 나만의 느낌이 아님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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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오늘 밑줄 친 마지막 부분에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과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우선순위는 말 그대로 중요한 순서, 먼저 실행하는 순서다. 제일 먼저 실행해야 하는 목표와 계획이 여러 개일 수는 없다. 목표를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 최우선 순위의 일을 실행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 P166

피터 드러커는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네 가지 규칙을 설명했다. 첫제 과거보다 미래를 선택한다. 둘째, 문제보다는 기회에 집중한다. 셋째, 남이 한다고 덩달아 따라 하지 말고 자기만의 방향을 설정한다. 넷째, 안전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일보다는 차이를 만들 수 있는 목표를 정하되 목표는 높게 잡는다. - P168

작은 일에 연연하면 큰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할일 목록을 훑어보고 미래의 기회와 관련이 없는 일은 과감하게 삭제한다. 꼭 해야 하는일에 집중해야 계획대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 P168

할일 목록에서 우선순위 정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순위를 정해도 환경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실패한다. 그렇다고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일을 하면 중요한 일보다 긴급한 일만 처리하면서 늘 시간에 쫓기게 된다. - P170

진짜 문제는 일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 일을 실제로 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을 기준으로 정해야한다. 중요도와 긴급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만큼 실행도 중요하다. 중요한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 P171

시간관리에 성공하려면 중요한 일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고 실제로 행동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서 최대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우선순위를 정한다. 할일 목록에서 일을 하나만 완료했다 하더라도 그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 덜 중요한 일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낫다. 우선순위를 정했다면 제일 위에 있는 일은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 P171

긍정적인 심리가 행동을 유발하고 긍정적인 결론을 이끌어낸다. 할 수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어려운 일이라도 시작할 용기가 생긴다. 행동을 시작할 때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신감은 불안감을 줄여주고 위기가 닥쳐도 상황을 통제하는 힘을 준다. - P172

인간에게는 경험의 법칙이 적용된다. 경험을 많이 할수록 그 경험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 자신감을 얻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성공의 경험을 쌓는 것이다. 실패의 경험이 아니라 성공의 경험이 자신감을 기르는 데 효과가 있다. 사업을 하고 싶다면 아르바이트, 직장생활 프리랜서 등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성공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 작은 일에서 성공의 경험을 쌓으면 사업을 시작할 때 밑거름이 된다. - P172

영국 속담에 "작은 실행은 많은 생각보다 더 가치 있다(An ounce of practice is worth an pound a percept)." 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지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시작하지 않고 생각만 하면 성공의 경험을 쌓을 수 없다. 1800년대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은 생각을 바꿈으로써 인생을 바꿀 수 있다."라고 했다. 의식을 바꿔야 성공한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의식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성공의 경험을 쌓는 유일한 방법은 행동하는 것이다. - P173

어떤 일이든지 처음 하는 일은 거의 실패한다. 몇 번 실패하면 다른 방법으로 시도한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다른 방법으로 실행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실패하는 횟수는 줄어든다. 실패는 줄어들고 작은 성공의 경험이 하나둘씩 쌓이면서 자신감이 생긴다. 자신감이 커지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큰 성공으로 이어진다. 큰 성공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실패가 숨어 있다. 실패는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이정표다. 실패를 겪으면서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하면 성공의 경험이 쌓이고 결국 자신감도 생긴다. - P173

성공의 경험이 자신감을 만들고 자신감은 또다시 새로운 시도를 하는 힘이 된다. 어떤 일이든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일을 시작할 때는 자신감이 없다.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한다. 자전거나 수영을 처음 배울 때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넘어지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방법을 터득하고 물에 떠서 앞으로 나가는 방법을 알게 되면그때부터 두려움은 사라진다. 성공의 경험은 용기를 내서 행동하고 끈기를 발휘했던 시절의 기억이다. 기대 이상으로 훌륭한 결과를 얻으면서 쌓은 성공의 경험으로 자신감은 계속 커진다. - P173

물론 성공의 경험 뒤에는 실패의 기억도 있다. 실패의 기억이 성공의 경험보다 훨씬 많다. 성공의 경험으로 얻는 자신감보다 과거의 실수를 회상하면서 "그때 그렇게 했어야만 했는데"라는 생각에 휩싸여 끝없는 후회 속으로 빠져드는사람도 있다. 고통스러운 과거를 기억할수록 더 고통스러운 사고에 얽매이게 된다. 실수에서 교훈을 얻었다면 실패의 기억은 지워야 한다. 성공했을 때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쳐 오른 자신감과 통찰력만 기억하고 실패했던 기억은 의식적으로 잊는다. - P174

맥스웰 몰츠는 "우리는 성공을 경험함으로써 성공하는 요령을 배운다. 과거의 성공에 대한 기억은 현재의 임무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게한다."라고 했다. - P174

시작하는 일에 대해서 걱정할 게 아니라 성공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그때 얼마나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는지 기억해야 한다. 성공의 경험을 떠올릴 때 결과물의 중요도나 성취감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꾸준히 성공의 경험을 쌓았는가, 성공의 경험을 많이 떠올릴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성공의 경험이 많으면 무슨 일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모래사막에서 한가운데서 찾은 오아시스가 성공이라면 실패는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건너온 모래사막이다. 모래사막을 건너야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처럼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야 성공의 경험을 쌓을수 있다. - P174

미국 PR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이비 리는 하루 일과가 끝나면 15분 동안 다음날 할 일 여섯 개를 메모하라고 했다. 할 일은 여섯 개를 넘으면 안 된다. 중요한 일부터 순서대로 쓴다. 다음 날 일을 시작하면 첫번째 할 일에 집중하고 첫 번째 할 일이 끝날 때까지 다음 일로 넘어가지 말아야 하고 만약 오늘 할 일을 마치지 못했다면 다음 날 할일 목록에 넣는다. - P177

‘한 번에 하나씩 처리한다.‘ 이 원칙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원칙대로 실천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사람들은 한 번에 한 무더기씩 일을 처리하려고 한다. 한 가지 일에 초점을 맞추면 최대치의 집중력을 발표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려고 하면 집중력이 일의 개수만큼 분산되는 게 아니라 하나도 발휘되지 않는다. - P180

시간을 잘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주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최적의 일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할 일 목록과 우선순위, 계획표, 점검표를 만든다. 둘째, 제한된 시간에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한다. - P180

마감시간을 정하면 집중력이 높아진다. 이 방법은 모든 사람에게 예외 없이 적용된다. 시간에 쫓기는 절박한 상황에서 집중력이 높아진다. 단, 물리적으로 최소한 시간과 그 시간 동안 집중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끝마칠 수 있는 업무량일 때만 마감효과가 나타난다. 1년이 걸리는 공사를 집중력을 발휘해서 3개월 안에 마친다거나 수학 점수가 50점인학생이 하루 집중해서 공부했다고 100점을 맞을 수는 없다. - P180

마감시간을 정해서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마감효과는 계획대로 실행해서 마무리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부족하거나 업무량이 평상시보다 약간 많을 때 나타난다. 계획대로 실행했는데 아주 조금 시간이 부족해서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면 다시 일을 할 때 우선순위와 시간 배분을 적절히 하고 집중력을 높이면 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P181

제한된 시간에 더 많은 일을 끝내려면 집중력이 필요하다. 잠을 설쳤거나 건강이 좋지 않을 때는 집중력이 떨어진다. 걱정이 있거나 어질러진 책상, 어수선한 분위기도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집중력은 심리상태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소리가 들릴 때, 옆 사람이 말을 걸거나 전화하는 소리가 들리는 환경에서도 집중력은 떨어진다. 누군가 말을 걸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면 집중하기 어렵다. 소음은 집중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이다. 조용한 음악도 사람에 따라서 집중력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 공부를 하거나 머리를 써서 일하는 사람은 소음을 차단해야 한다. - P181

참을 수 있는 소음의 정도는 건강상태와 기분에 따라 다르다. 기분이 좋을 때는 조금 시끄러워도 무시하고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몸 상태가 나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작은 소음도 거슬린다. - P182

소음은 집중력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소화기관에 영향을 주고 불안 또는 공포심을 유발한다.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압을 높이고 근육도 긴장하게 만든다. 뇌에도 영향을 준다. 기찻길 주변에 사는 사람이 기차 소음에 익숙해지는 것처럼 오래 들으면 익숙해지는 소음도 있다. - P182

소음은 집중력을 떨어트리고 생산성과 효율에 나쁜 영향을 준다. 소리전문가 줄리안 트레저는 《Sound Business>에서 개방형 사무실의 소음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사람들의 목소리와 전화벨, 복사기 소음 등 사무실에서 들리는 소음은 생산성을 66퍼센트 감소시킨다. 조용한 방과 비교하면 시끄러운 사무실의 생산성은 1/3 정도로 떨어진다. 이렇게 시끄러운 환경에서 일한다면 이어폰을 끼고 새소리나 파도소리 등의 평온한 소리를 듣는 게 좋다. 그러면 생산성이 원래 수준으로 회복된다. - P182

가사가 있는 음악은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다른 생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가 스치는 소리, 폭포소리, 빗소리, 파도소리는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이런소리를 백색소음이라고 한다. 파도소리의 주파수는 분당 12사이클이다. 사람들은 파도소리를 들으면 평온함을 느낀다. 사람이 수면 상태에서 호흡할 때의 주파수도 12사이클 정도이기 때문이다. - P183

소리가 가진 고유의 주파수는 심박수와 뇌파,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 파도 소리 주파수와 사람이 수면 상태에서 호흡하는 주파수는 같다. 파도소리는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을 연상시킨다. 파도소리를 들으면 평온함을 느끼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간은 수십만 년 전부터 새가 지저귈 때는 안전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다. 파도소리, 새소리 등의 백색소음은 주변 소음을 상쇄시킨다. - P183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집중력이 향상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벽 전체를 코르크로 마감한 밀실에서 7부작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했다.
프루스트의 집필실은 벽을 코르크로 마감해서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 P183

일본의 경영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는 전화소리나 도심의 소음이 시작되기 전 이른 아침 시간에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했다. 이른 아침은 조용하고 숙면을 취한 후에 에너지도 최고조에 올라서 이때 창의적인 일을 하면 효과적이다. 이른 아침에 일을 시작해서 다른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까지 일을 마치기로 계획한다면 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P183

시간의 효율을 최대한 높이려면 집중력이 최고인 시간에 중요한 일을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소음이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므로 백색소음으로 주변 소음을 상쇄하거나 조용한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서 일하는 것이 좋다. - P184

시간관리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정작 관리해야 하는 건 시간이 아니라 일을 하는 사람과 환경이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통제하지 못한다. - P184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을 시간도둑이라고 하는 이유도 집중력이 시간관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 P185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을 그대로 두면 한 시간 걸릴 일을 하루 종일 하게 된다. - P185

사소한 방해요인이라도 횟수가 잦으면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 P185

집중해서 일을 하다가 방해를 받으면 일에서 떨어져 나온다. 다시 집중하려고 하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 P185

업무를 중단시키는 일들은 집중력과 효율을 떨어트리는 주요 요인이다. - P186

인간이 집중력을 여러 가지 일에 분산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믿음은 멀티태스킹이라는 말로 포장돼서 이어져오고 있지만 인간의 뇌는 주의력이라는 공기를 넣어서 부풀리는 풍선이 아니라 좁고 단단한 파이프와 같아서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리는 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 P186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은 외적 방해요인과 내적 방해요인 두 가지다. 외적 방해요인은 옆 자리 동료의 질문과 참견, 통화하는 소리,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등이다. 외적 방해요인은 사무실에 널려 있다. 외적 방해요인을 제거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업무 중에 발생하는 소음은 귀마개를 하거나 이어폰을 귀에 꼽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음악, 파도소리, 새소리 등을 들으면 해결할 수 있다. - P187

회사에서 집중근무시간을 제도로 만드는 것도 외적 방해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이메일과 메신저, SNS를 확인하는 시간은 하루에 두세번 정도로 정해두면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이메일과 SNS는 하루에 한두 번만 확인해도 업무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 P187

메시지가 수신되면 즉시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매우 급하거나 중요한 일은 메시지로 보내지 않는다. 집중력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스마트폰을 진동으로 해두기 보다 아예 꺼두라고 권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스마트폰을 끄기는 어렵다. 메신저와 SNS를 확인하는 것도 습관이다. 시간을 정하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스마트폰에 시간과 집중력을 빼앗기는 일은 줄어든다. 사무실에서 방해요인을 제거할 수 없다면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서 일하는 것도 좋다.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근무환경이라면 일주일에 하루 정도 재택근무를 하거나 도서관에서 일하는 방법도 있다. - P187

외적 방해요인을 제거했다면 내적 방해요인도 물리쳐야 한다.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내적 방해요인을 물리치려면 자제력이 필요하다. 최근에 실패했던 기억, 카드명세서와 대출이자 등의 돈 걱정, 부모님의 건강, 자녀의 진로, 주말에 놀러 갈 펜션 예약 등 걱정과 고민을 비롯해서 잡생각이 집중력을 떨어트린다. 끝내지 못한 일에 대한 생각, 대충 끝내서 다시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 P187

내적 방해요인을 제거하는 방법은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다. 쓸데없는 생각들이 떠올랐을 때 잡생각에 빠지지 않는 방법이 있다. 다이어리를 펼쳐서 할 일 목록을 점검하면 된다. 할일 목록은 과거나 미래로 간 우리의 의식을 현재로 돌아오게 만든다. 잡생각은 의식이 과거 또는 미래로 간 것이다. 의식이 현재를 벗어나면 지나간 일에 대해서 후회를 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걱정을 한다. "그때 그랬더라면", "예전엔 좋았는데..." 이런 말을 한다고 바뀌는 건 없다. ‘10년 후에 부자가 돼야지‘라는 각오와 ‘이렇게 살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없어‘라는 미래에 대한 걱정도 아무 소용없다. 과거가 아무리 좋았더라도 돌아갈 수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할일 목록을 보면서 완료한 일과 진행하고 있는 일을 의식 속으로 끌어들이면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 P188

"모든 새는 둥지를 어디에 틀어야 할지 알고 있다. 둥지를 어디에 어떻게 틀어야 할지 알고 있다는 것은 삶의 목적이 분명하다는 말이다. 모든 창조물 가운데 가장 지혜롭다는 인간은 왜 새들도 알고 있는 인생의 목적을 알지 못할까?"
러시아의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가 쓴 《어떻게 살 것인가》의 처음에 나오는 글이다. - P189

십수 년 전까지 사람들은 목표.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향에만 집중했다. 빌 게이츠가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시대가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 시대"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방향만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은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는다는 말에서 생존과 속도를 인식하게 되었다. 방향과 속도, 생존 사이에서 혼란에 빠졌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가는 방법에 집중하던 사람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 P190

무조건 빠르면 좋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방향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탈무드의 이야기가 있다. 한 나그네가 길을 가던 도중에 마차가 지나가자 마부에게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나그네는 예루살렘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고 마부는 이 속도로 가면 30분 정도 걸린다고 대답했다. 마치에 탄 나그네는 오랫동안 걸어오느라고 지쳐서 잠이 들었다. 30분 정도 지나서 깨어난 나그네는 예루살렘에 도착했냐고 물었다. 마부는 예루살렘까지는 여기서 1시간 거리라고 했다. 나그네는 다시 물었다. "아까는 30분 정도 걸린다고 했고 30분이 지났는데 예루살렘이 아니라구요?"
마부는 대답했다. "이 마차는 반대방향으로 갑니다." - P190

속도와 방향에 대한 고민은 일을 할 때도 항상 해야 한다. 올바른 방향으로 속도까지 빠르다면 목적지에는 큰 성공이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속도만 빠르고 방향이 잘못됐다면 예루살렘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마차에 탄 나그네 신세가 된다. - P190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만 급급해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려고 계획하기 전에 먼저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 P191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주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초조해진다. ‘나도 빨리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따라 한다. 그 사람이 어떤 목표로 열심히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열심히 따라 하다가 결국 자기에게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른 목표를 찾는다. 최연소 졸업, 초고속 승진, 빠른 것은 분명히 도움이 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할 때 빠른 것은 장점이 되지만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 P191

목적지가 분명하고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갈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옛날에 항해하던 사람들은 밤하늘의 북극성을 보고 방향을 정했다. 이집트 사람들은 사막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스핑크스가 나타나면 안도했다. 스핑크스 얼굴이 향한 방향으로 가면 나일강이 있기 때문이다. - P191

목적지와 현재 나의 위치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지도를 보는 것과 단순히 목적지만 알고 지도를 보는 것은 다르다. 목적지에 맞춰서 방향을 정한 후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 P191

세상에는 세 가지 일이 있다. 하고 싶은 일 want, 해야 하는 일must 할 수 있는 일can. 세 가지 일이 일치한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 일을 하면 된다. 세 가지 일이 서로 다를 때 문제가 생긴다. - P192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없다. 해야 하는 일은 실질적인 이득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은 실패할 확률이 높고 이득도 확실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을 선택하고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포기한다. 해야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다르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동안에도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면서 집중하지 못한다. 시간도 느리게 간다.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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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포스팅에서 민며느리인 샤오메이와 시어머니가 사이가 좋지 않다고 했었는데, 이후 샤오메이가 시어머니의 요구에 잘 맞춰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궁극에는 시어머니가 자기 아들 아청과의 혼인을 승낙하는 장면이 나온다. 근데 앞에서 읽었던 이야기를 생각해본다면 이렇게 해피 엔딩으로 끝날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어떻게 뒷 내용이 전개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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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뒤이어 나오는 내용을 보다보니 샤오메이의 남동생 중 한 명이 샤오메이에게 찾아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구걸을 하게 되는데, 이때 샤오메이는 자신의 시어머니가 모아두었던 돈의 일부를 몰래 빼서 자신의 남동생에게 건네준다. 이후 샤오메이는 시어머니의 돈을 허락도 없이 빼돌린 사실이 발각되게 되고 이는 시어머니의 인내심을 결국 폭발하게 만든 사건이 된다. 8년 전 이혼장을 써서 돌려보내려다 참았던 시어머니는 이번에는 용서할 수 없었는지 매몰차게 샤오메이를 내치려고 한다. 반면 이와는 반대로 샤오메이의 시아버지와 샤오메이의 남편은 이러한 시어머니의 처사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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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하여 결과적으로 샤오메이는 시어머니의 뜻에 따라 남편인 아창과 헤어지고 친부모님이 계시는 고향땅으로 돌아가게 된다. 한편 시진에 있는 아창의 가족은 샤오메이를 떠나보낸 뒤에도 자신들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데, 특별히 아창은 8년간 자신과 함께 지냈던 샤오메이를 날마다 그리워하다가 결국 샤오메이를 만나러 샤오메이의 고향 땅으로 가게 된다.

아창이 도착해서 샤오메이의 가족들을 만난 뒤 샤오메이를 데리고 나오는데, 어째 사공에게 일러주는 목적지가 이상하다. 여기까지 읽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정황상 아창이 샤오메이를 데리고 다시 자신의 부모님이 살아계신 시진으로 가기에는 이미 어머니의 뜻을 거스른 전력으로 인해 애매하다. 결국 아창은 샤오메이와 단둘이 새 땅에서 새롭게 새출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뒷 내용을 보다보니 아창과 샤오메이는 선뎬에서 또 다시 상하이로 이동하는데, 새로운 도시에 온 만큼 뭔가 새로운 일들이 일어날 듯한 느낌이 든다.

소설 속 시대 배경이 서양의 신문물들이 들어오는 시기라 그런지 아창과 샤오메이는 상하이에서 갖가지 신문물들을 경험하는 장면이 계속 나온다.

상하이에 있던 두 사람은 어느 순간 경성으로 발걸음을 다시 옮긴다. 그곳에 아창이 아는 이모부가 계시는데 그 분이 아창과 샤오메이를 도와줄 수 있을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창이 꼼꼼하지 못한 것이 그냥 예전에 어머니에게 단지 한 번 들었던 말에만 근거하여 자세한 정보도 알지 못한채 무작정 경성으로 떠났다는 점이다. 참 이런 걸 보면 결국 아창이라는 인물도 이래저래 많이 부족한 사람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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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경성으로 가는 도중 또다른 남자 일행을 만나는데 샤오메이가 그 일행의 행동을 보고 그들에게 경계심을 품고, 결국에는 아창과 샤오메이가 남자 일행 몰래 오솔길로 빠져서 다른 길로 나간다.

이런식으로 결국 돌고돌아 아창과 샤오메이는 이 책의 앞부분에 나왔던 린샹푸를 만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참 많이도 돌아온듯한 느낌이 드는 건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듯 하다.

어찌어찌 하여 소설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된 린샹푸인데, 앞에서 궁금증으로 남았던 부분들이 하나씩 하나씩 풀어지는 단서들이 등장한다. 여기 일일이 다 쓰기는 힘들지만, 독자로서 뭔가 찝찝했던 부분들이 해소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부분이었다.

특별히 샤오메이와 아창 그리고 린샹푸간의 관계에 관해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점점 맞춰진다는 느낌이 계속 들어서 역시 인내심을 가지고 여기까지 읽어온 것에 대한 자그마한 보상을 받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오늘은 선가에 경사가 있어 장사를 쉽니다."

시어머니는 바짓단에서 달걀을 받은 뒤 달걀 열두 개는 열두 달을 뜻하며 깨지지 않고 순조롭게 굴러 나왔다는 것은 어느 달에 아이를 낳든 암탉처럼 순조롭게 낳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샤오메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선가에서 길러진 습관으로, 6년 동안 시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든 샤오메이는 항상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과 땅에 절하고 부모님께 절한 뒤 부부끼리 맞절하고 나자 민며느리의 혼례가 마무리 되었다.

썰렁한 결혼식날 밤, 샤오메이는 땋은 머리를 말아 올림으로써 처녀 시절에 작별을 고했다. 그런 다음 아창과 함께 신방으로 들어갔다.

결혼하고 3년이 지난 어느 겨울날, 옷차림이 남루한 남자 하나가 선가의 수선집 앞에 나타났다.

8년 동안 아무 소식이 없었다. 오로지 결혼식 날만 두 손을 소맷자락에 넣은 채 줄줄이 들어왔다가 또다시 두 손을 소맷자락에 넣은 채 줄줄이 떠난 게 전부였다.

샤오메이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그저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런데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그것 역시 알 수 없었다.

샤오메이의 시어머니는 집에서 전권을 휘두르는 여인이자 독단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샤오메이가 허락도 없이 엽전을 꺼내 동생을 도와준 행위는 도둑질과 같았다.

8년 전 샤오메이가 선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몰래 꽃무늬 옷을 훔쳐 입었을 때는 아직 어리고 무지한 걸 감안해 친정으로 돌려보내려던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처분을 내려야 할 지 고민스러웠다.

이혼장이 그녀를 8년 전에 떠나온 완무당 시리촌으로 돌려 보내려 하고 있었다. 샤오메이는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끼고 눈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입술을 꽉 깨물었다.

"왜 도둑질은 안 적었어요?"

"자기 동생을 돕는 게 도둑질은 아니잖소?"
샤오메이의 시어머니는 당황했다. 20여년 동안 언제나 자기 뜻을 따랐던 남자가 처음으로 거스르고 있었다.

샤오메이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살벌한 시어머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시어머니는 내내 집에서 누렸던 최고 권위가 도전을 받자 당황스러운 듯 오랫동안 반응하지 못했다.

시아버지는 붓을 들고 잠시 망설이다가 도로 내려 놓은 뒤 조용히 말했다.
"샤오메이는 8년 동안 신중하고 근검하며 효성스러웠는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소?"

아창은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가 조금 뒤 고집스럽게 말했다.
"제 사람이니 제가 결정해야지요."
샤오메이의 시어머니는 깜짝 놀라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완성된 편지를 갈기갈기 찢어 남포등 옆에 던진 뒤 옆에서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다물고 있는 남편과 얼굴이 파랗게 질린 아들을 바라보고 또 이미 눈물을 그치고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는 샤오메이를 보았다. 샤오메이가 조용히 애원했다.
"이혼장은 필요 없습니다. 제가 알아서 나갈게요."

"이건 이혼장이 아니라 징계서다. 너를 시리촌으로 두 달 동안 돌려 보내겠다는 징계서."

샤오메이는 시어머니의 벌이 자신을 완무당 시리촌에 두 달 동안 돌려보냈다가 다시 시진의 선가로 데려오는 것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아까 그쳤던 눈물이 다시 흘러나왔다. 샤오메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샤오메이의 시아버지와 남편은 벌을 내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샤오메이가 자기 가족을 도와준 건 잘못이 아닌 데다 액수도 많지 않아서였다.

샤오메이의 시어머니는 자신의 남편과 아들을 서글픈 눈으로 쳐다보았다. 원래는 소리만 요란할 뿐 별로 심하지 않은 벌을 내릴 작정이었다. 그런데 남편과 아들이 이런 벌조차 반대하자 분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지친 음성으로 아창과 샤오메이에게 말했다.
"내일 새벽에 서문을 통해 큰길로 나가자. 시진 풍습대로 마무리 짓자꾸나."

샤오메이는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짐작할 수 있었다. 시진에서 8년을 사는 동안 시진의 풍습에 매우 익숙해져 시어머니가 말한 풍습이 뭔지 알고 있었다. 그건 세 사람이 큰 길로 나간 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각각 남북으로 갈라지고 아들이 누구를 따라갈지 선택하도록 하는 거였다.

그녀는 더 울지 않고 옷자락으로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눈물도 희망이 있을 때 흘리는 것이라, 절망적이 되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샤오메이는 자기 예상대로 아창이 시어머니를 따라 남쪽으로 갔음을 알았다. 고개를 들자 앞쪽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해 저 앞으로 보이는 먼 길이 어두운 밤길 같았다.

샤오메이는 8년이나 떠나 있던 시리촌으로 돌아가는 게 자신의 운명임을 알았다.

그들은 그녀가 시진 선가로 시집간 걸 무척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했는데 이제 쫓겨나 완무당 시리촌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어떻게 반응할까? 그녀는 이어서 더 생각할 엄두가 안 났다.

차분해진 샤오메이는 자신의 미래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시댁에서 쫓겨나 마을로 돌아가면 부모와 형제는 남들 보기 창피하다 생각하고 이웃들은 그녀가 찾아 오는 걸 꺼릴 터였다. 이후에도 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집안일과 밭일을 하겠지만 고개를 들 수 없을 테고, 부모와 형제는 물론 고향 사람들이 곁에 있어도 혼자처럼 쓸쓸할 게 뻔했다.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아버지의 탄식을 듣고 달빛 아래서 촉촉해진 눈가를 닦는 어머니를 보게 될 거였다.

"매형 나리가 누나를 데리러 오셨어요."
마을 사람들은 소박맞은 샤오메이가 다시 시진 선가의 사람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선가에서 후회해 엎질러진 물을 도로 담고 이미 내뱉은 말을 되돌리려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인 어르신, 장모님, 샤오메이를 데려가려고 왔습니다."

그때 아창이 사공에게 말했다.
"선뎬으로 가주세요."
사공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시진으로 안 돌아가고요?"
아창이 대꾸했다. "시진으로 안 돌아가니 선뎬으로 가주세요."
샤오메이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은 듯 의아한 눈으로 아창을 쳐다보았다.

사공이 말했다. "선뎬이 시진보다 가까워도 난 시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날이 지면 배를 몰기 힘들어요."
"뱃삯을 두 배로 드릴게요."
샤오메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아창이 득의양양하게 보따리를 풀고 제일 위에 있는 꽃무늬 옷을 보여주었다. 샤오메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아창이 자신을 시진 선가가 아니라 미지의 땅으로 데려가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창은 무척 의기양양했다. 그건 샤오메이가 처음 보는 모습으로, 아창은 넓은 수면을 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심지어 사공과 말하는 목소리까지 반짝거렸다. 그들은 시진 거리와 선뎬 가게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떠들어댔다. 그 들뜬 목소리에서 샤오메이는 늘 심드렁하던 예전의 아창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열 살에 처음 시리촌을 떠나 아버지의 옷자락을 잡고 시진 거리를 걸으면서 두리번거릴 때 샤오메이의 눈에서 반짝이던 금싸라기 같은 빛, 8년 전의 그 빛이 지금 아창을 따라 멀리 타향으로 떠나는 순간 그녀의 눈으로 되돌아왔다.

그들은 선뎬에서 아무런 구속도 없는 오후와 밤을 보냈다. 새장 속 새가 하늘로 날아오른 뒤 기쁨의 날갯짓을 쉬지 않는 것처럼,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도 선뎬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죽은 듯 고요하던 그들의 삶이 시리촌을 떠나 선뎬으로 가는 대나무 지붕 배에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상하이에서는 인력거처럼 내달리고 있었다.

허기가 그의 소심함을 이겼다.

"난 못 알아듣겠는데."

"우린 시진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그건 샤오메이가 마지막으로 들은 아창의 달콤한 말이었다. 어스름이 내릴 때 그 의기양양한 아창은 사라지고 심드렁한 아창이 돌아왔다.

샤오메이는 순간 아득해졌다. 아창의 표정이 갑작스럽게 바뀐 것을 보고 샤오메이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침대에 앉았다.

샤오메이의 눈에서 금싸라기 같은 빛이 점점 옅어졌다. 완무당 시리촌을 떠난 뒤 매일 반짝이던 그 빛이 이제 석양이 지고 밀려오는 어둠을 따라 샤오메이의 눈에서 꺼지고 있었다.

샤오메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지 그려졌다.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끼니를 걱정하고 노숙을 해야겠지만 아창과 떨어지지 않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거였다.

그날 밤 아창이 잠든 뒤 샤오메이는 생각에 빠졌다. 상하이에서 지내는 동안 견문이 많이 늘었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따져 볼 수 있게 되었다.

대문 앞에 선 뒤 아창은 부잣집이라 말하고 샤오메이는 교양 있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그때 대문이 열리더니 덩치가 큰 린샹푸가 나왔다.

린샹푸는 아창과 이야기를 할 때 아름다운 용모의 샤오메이를 몇 차례 쳐다보았다.

그날 밤 샤오메이는 아창과 린샹푸를 조용히 바라보며 그들 대화를 듣고 있었지만, 사실 속에서는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느닷없이 시리촌에 찾아와 그녀를 데리고 나온 뒤 아창은 깜짝 놀랄 만한 행동을 몇차례 보였는데 그날 밤도 그랬다.

두 줄 여섯칸 짜리 벽돌집에 린샹푸 혼자만 살고 있다는 걸 안 뒤 아창은 샤오메이가 자기 여동생이며 부모님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했다. 린샹푸가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는 시진이라고 말하는 대신 샤오메이도 모르는 원청이라고 답했다.

린샹푸의 시선이 수시로 남포등 불빛을 지나 샤오메이의 얼굴에 닿았다. 샤오메이가 미소로 반응하면 그는 당황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는 샤오메이와 말을 좀 나눈 뒤에야 표정이 자연스러워졌다.

아창은 경성으로 계속 가는 것을 불안해했다. 공친왕 저택에서 일했다는 이모부가 실제로 있는지도 모르겠다면서 어머니는 그를 만난 적이 없다고, 만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시집갔다는 먼 친척 언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거기까지 말한 뒤 아창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샤오메이의 반응을 기다렸다.

아창은 이미 경성행을 포기했지만, 샤오메이는 여전히 가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샤오메이는 여전히 낙관적인 태도로 어떻게든 살길은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치겠느냐며 동냥질을 해서라도 경성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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