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을 느껴야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 바빠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할 정도로 무언가를 성취해나갈 때, 사람들은 비로소 보람을 느낀다. 자기가 가진 것의 120%를 꺼내 그것으로 성과를 만들어내고, 주변의 인정도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 - P62
직원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행복감을 느껴 고객을 더 성심껏 대하기 때문에, 대외적인 성과나 고객의 평가도 좋아진다. 조직의 선순환이다. 단,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경영자인 내가 실무에 대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일들을 내가 다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한다. - P62
경영자라면 어떤 산업에서 일하건, 인건비의 무서움을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될 수 있으면 더 많이 일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자기가 편해지려고 직원을 고용하거나 폼을 잡기위해 고용한다면 무조건 망한다. 직원이 많아 너나없이 시간이 남아돌고, 일이 편하다 못해 잡생각마저 드는 상황이 되면 절대로안 된다. 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야 된다. - P63
직원들이 시간이 남아돌아 사내정치가 횡횡하면 볼장 다 본회사가 되었다고 보면 틀림없다. 미친 듯이 일을 하면서도 시간이없어 쩔쩔매야 겨우 살아남는 것이 기업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역시 실패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 P63
결국 회사가 친목단체와 같은 분위기가 되서 ‘일‘보다 ‘관계‘ 중심의 기업문화가 형성되었다. 출근 시간에 늦는 직원이 정시에 오는 직원보다 많아졌다. 회사의 분위기도 놀이집단처럼 되어버렸다. 시무식, 종무식, 회식 같은 각종 ‘식‘들은 모두 챙겼다. 그 결과 복리후생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분위기 좋던 직원들을 잘라야 하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밖에 없었다. - P64
이때 나는 출판사의 맥을 정확히 짚었어야 했다. 출판사는 ‘제대로 된 기획이 곧 생명‘이라는 사실을 알고 능력 있는 기획팀을 만들어 안을 내게 하고, 나는 정확한 판단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출판사의 실무는 단 몇 명만으로도 운영이 된다는 것도 알아야 했다. 직원을 뽑더라도 철저히 실무 위주로 뽑되, 기획과 관리에서 각 1명 정도만 뽑았어야 했다. 직원에게는 ‘회사란 돈을 버는 곳‘이라는 인식을 정확히 심어주었어야 했다. 관계보다는 ‘일‘ 중심으로 회사가 운영되어 효율과 결과로 말하는 출판사를 만들었어야 했다. 전체 관리는 총무에서 맡되, 나는 재정만 제대로 확인하면 됐다. 재정 관리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나름대로의 깐깐한 기준을 세워두면 된다. 그렇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하다가는 거래처 부실이나 과다 재고 등 여러 문제로 또 다른 위험에 처할 수있기 때문이다. - P65
결론적으로 나는 이상주의, 혹은 과도한 자신감에 빠져 합리성을 잃은 결과로 직원 채용에 실패했다. 내가 이 인사 실패에서 배운 점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신의를 최우선적으로 보되, 능력까지도 철저하게 검증을 해야 한다. 2. 이유 없는 채용은 필패만을 부른다. 3. 현실주의자가 아닌 이상주의자를 채용하면 망한다. 4. 신념이나 출신 배경이 같다는 이유로 아무런 검증 없이 믿으면 절대안 된다. 5.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만들어주어야 한다. 6. 추천 채용을 할 때는 반드시 재검증을 거쳐야 한다. 7. 회사는 친목단체가 아니라 경제전쟁터라는 것을 인지시켜야 한다. 8. 회사는 관계보다는 일이 우선이다. 9. 사업의 본질을 꿰뚫고 본질에 적합한 채용을 해야 한다. 10. 직원을 채용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전투적 마인드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11. 직원이 잘못을 하면 즉시 지적을 해서 잘못을 고치도록 해야 한다. 12. 내가 모든 직원들 중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해야 하고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 P66
우리 인생은 길게 보면 전쟁과 같다. 이상에 빠져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만년의 저작인 《여록과 보유》에서 이렇게 말한다. "온갖 협잡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이 세계에서 사람은 강철 같은 기질을, 운명의 일격을 막아낼 갑옷을, 사람들을 밀치며 나아가기 위한 무기를 지녀야 한다. 인생은 하나의 기나긴 전투다. 인생의 매 단계에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공할 때는 칼날 바로 끝에서 성공하며, 우리가 죽을 때는 손에 든 그 무기로 죽는다." - P67
성공이라는 이상을 품되, 현실에서는 합리적인 리얼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을 의심해보고 또 의심해보았을 때 더 이상의 의심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때에 가서야 비로소 믿겠다.‘는 자세를 가지고 경영에 임해야 한다. 직원 채용도 마찬가지다. 합리성을 잃고 이상에 빠진다면 누구라도 나처럼 반드시 실패를 하고 말 것이다. 누구보다 처절하게 실패해본 내가 뼈저리게 경험한 것이다. - P67
요즘 내가 탐독하고 있는 책은 일본 정부로부터 일본중조(日本中祖)라는 파격적인 칭호까지 받은 관상가 미즈노 남보쿠(水野南北)가 지은 절제의 성공학이다. 이 책에서는 ‘음식 절제‘를 해야 성공을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술과 고기‘는 가급적 삼가고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나는 요즘에 와서야 이 말에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실패를 예약해두고 있던 그때. 나는 이것을 실천하지 못했다. 꽤 부지런한 편에 속하긴 하지만, 절제가 부족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회사 내에서 술을 절제하지 못했다. - P68
정말 창피한 얘기지만, 당시 나는 학원 간부들과 룸살롱엘 자주 갔다. 한 번 가면 2~300만원은 우습게 썼다. 내가 그렇게 했던 이유는 그것이 일종의 동류의식, 즉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수단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남자들 사이에는 여자 종업원이 나오는 술집에 갔다가, 다음날 해장을 하고 같이 사우나엘 가야 비로소진짜 신의가 싹튼다는 묘한 미신이 있다.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고 ‘가장 솔직하고 원초적인 모습‘을 공유함으로써, 서로 상대의 약점을 쥐는 일종의 의식인 셈이다. 나 역시 이런 ‘의식‘이 임원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단합을 강고하게 해주며, 궁극적으로는 나에 대한 감사함으로 승화돼 더 일을 열정적으로 해주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순진한 생각일 뿐이었다. - P69
그들은 냉정하게 말해, 나에게 충성을 바치기 위해 회사에 온게 아니라 그들 자신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이다. 나를 통해 돈을 벌면 그만이다. 더 나은 돈벌이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나를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술은 단지 즐기기 위한 여흥거리에 지나지 않았고, 그것을 통해 내게 감사함을 느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 자리에서는 웃고 즐기며, ‘우리 이사장님, 우리 이사장님‘ 하지만 뒤돌아서면 침을 뱉으며 욕한다. - P69
나는 그들에게 생활을 해결할 도구와 미래를 만들어갈 무기를 주기는커녕, 절제와 경건이 아닌 타락으로 이끌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방향으로 가도록 만들었다. 더군다나 ‘이사장은 돈을 쉽게 쓰고 해달라는 건 척척 다 들어주는 맹목적 굿 보이‘라고 인식하게끔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술은 임원을 타락의 늪으로 이끌었고 그들 자신의 본업인 경영과 강의에 더 소홀하도록 만들었다. 결국 돈, 시간만 버린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업무 능력까지 지속적으로 떨어뜨렸다. - P70
기강이 해이하고 실적이 나지 않을 때, 그들에게 술을 사줄 것이 아니라 해고 통지서를 주었어야 했다. 실력이 검증된 실무자를 선발해 그와 함께 새벽 6시에 업무 회의를 했어야 했다. 열정적인 분위기가 될 수 있도록 나 스스로 가장 먼저 나오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모범을 보였어야 했다. 어차피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모였으니, 인맥이나 인간관계 혹은 술자리에서 오는 신뢰가 아니라 목숨을 걸고 일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싹트는 신뢰와 존중이 넘쳐나도록 했어야 했다. 임원의 사기진작은 술이나 회식이 아니라 수익에 따른 일정 비율의 인센티브로 할 수 있도록, 근로계약조건에 명기했어야 했다. - P70
‘우리는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여기 모였다‘는 잊을 수 없는 냉엄한 목적을 상기시키면서도, 자연스럽게 절제와 경건이 묻어나는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 속에서 동료 선후임으로서의 신뢰와 존중이 생겨나 제대로 된 관계가 정립되도록 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실패 이후에야 이 모든 것을 깨달았다. - P71
학원 못지않게 출판사는 한술 더 떴다. 나는 출판업을 ‘문화 자선사업‘ 쯤으로 생각했다. 내가 가진 종교적 이상에 더해, 가족과 같은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흡사 종교단체 내지는 친목단체 같은 묘한 분위기의 회사가 만들어졌다. - P71
임원과 직원은 모두 같은 종교인 위주로 뽑았다. 직원들과 평일에도 종교적 모임을 가졌다. 관계를 중시하다 보니 회식 횟수가 잦았고 생일이나 기념일, 각종 경조사를 ‘업무 마감 기일‘ 보다 더철저하게 챙겼다. 시무식, 종무식 같은 각종 ‘식‘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직원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위해 같이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보고 대화를 하는 시간도 많이 가지려고 했다. 한마디로 대학 동아리 같은 회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 P71
그러나 이는 철저히 잘못된 생각이었다. 회사는 절대 친목단체나 종교단체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P71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기업문화로 흡사 유사종교단체‘와도 같은 열정적인 분위기를 꼽았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어디까지나 선후가 명확해야 한다. 창의적인 조직은 놀 때 잘 놀고 일할 때 피 터지게 일한다. 어떤 경우에는 놀다가도 업무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이 곧 신규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하지만 안 되는 조직은 어떠한가? 일할 때는 남의 눈치만 보고 놀 때도 뜨뜻미지근하다. 과거만 답습하고 튀는 아이디어를 내면 밟힌다. 군대와 같은 숨 막히는 위계질서와 쓸데없이 딱딱한 규율이 창조성을 가로막는다. - P72
하지만 반대로 가도 너무 반대로 갔다. 본질을 망각한 채, 무조건적인 ‘자유‘가 곧 ‘자율‘을 가져올 것이라 막연히 믿었던 것이다. - P72
제대로 일을 하고 크고 작은 성공 경험을 하면서 진정한 신뢰는 싹튼다. 술판을 벌이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른다고 끈끈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노는 와중에 풀어지고 방만해지면서 서로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가 형성되기도 한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느슨해진 머리로는 업무에 대한 감을 잃기 십상이고,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는 긴장감을 잃게 되어 성공의 가장 핵심 주춧돌인 ‘강철 같은 정신력‘이 흐트러져 버린다는 점이다. - P72
식당엘 가보면 잘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바로 종업원들의 표정과 몸짓이다. 잘 되는 식당엔 파이팅이 넘치고 행동이 일사불란하며 종업원들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듯 보이지만 질서가 있고, 누가 무엇을 맡을지가 분명히 구분되어 있다. 반면, 안 되는 식당은 청결 상태부터 불량하다. 직원들의 눈은 풀어져 있고 손님이 뭔가를 요구하면 짜증 섞인 표정으로 응대한다. 동선은 엉망이고 실수도 잦다. - P73
과연 잘 되는 식당은 사장이 무조건 잘해주어서 그런 것일까? 백발백중 아니다. 오히려 더 엄격하고 냉철한 경우가 많다. 그러니 직원들 사이에 규율이 분명하고 이른바 ‘성공경험의 전수‘가 확실히 이루어진다. 잘하는 선임이 새로 들어온 후배를 확실히 가르친다. 후배는 선임을 믿고 따르며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의지로 충만하다.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은 바로 도태된다. - P73
모름지기 사업가라면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직원들에게 쩔쩔매기보다는, ‘우리는 냉혹한 현장‘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강조해야 마땅하다. 우리가 여기 모인 목적, 즉 ‘이윤 추구‘가 제대로 안 되면 회사는 공중분해된다. 당장에 생계가 막막해지면 모두들 막노동을 하거나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전단지를 돌리는 일을 하러 가는 수밖에 없다. 잔인한 말이지만, 그런 ‘바늘‘ 같은 이야기를 통해 직원들로 하여금 ‘피‘를 흘리게 하여 몸속에 있는 ‘게으른 독, 안이한 독, 낭만적 독‘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 P74
같이 영화나 책을 볼 기회가 있다면, ‘오늘 당장 살아남기 위한‘ 공부가 되는 것을 보고 읽어야 한다. 종교의 자유는 인정하되, 회사에서 종교모임을 갖거나 전도를 하는 행위는 철저히 금해야 한다. 오히려 회사가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종교 활동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 편이 낫다. ‘이상을 실천‘하는 것이 궁극의 목표라 해도, 그러려면 우선 기업으로서의 우리가 바로 서야 하기 때문이다. - P74
제대로 일이 돌아가지도 않는데 장밋빛 이상을 말하는 것은 사치이고, 우리가 먹고 살 것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면서 ‘남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허세다. 그런 사치와 허세가 조직에 자리잡지 않도록 몸과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나는 이것이 바로 진정한 경건과 절제의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도 개인적 인맥을 관리하는 일에 몰두하며, 메신저나 스마트폰의 SNS를 붙잡고 시답지 않은 이야기로 시시덕거리는 모습은 경건과 절제와는 거리가 멀다. - P74
회사는 절제와 경건의 자세로 치열한 전쟁터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다. 취미생활을 하는 곳도 아니고 사람들과 친교를 쌓는 친목활동을 하는 곳도 아니다. 회사가 성공하려면 개개인이 단단한 사상적 바탕 위에 발을 딛고 정신적으로 무장이 되어 있어야한다. 그 핵심이 바로 ‘현실주의‘다. - P75
회사 기물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는 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면서 ‘나는 회사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다. ‘10분 지각 정도는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역시 도덕성과는 거리가 멀다. 작은 것 하나에 느슨해지면 큰 것에도 어느새 느슨해지게 마련이다. 하물며 임원들과 룸살롱엘 가거나 자주 회식을 하는 일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니, 내가 내 발등을 찧고 싶을 뿐이다. - P75
회사는 철저하리만큼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고, 그 바탕은 바로 절제와 경건의 자세다. 개인이 성공하려면 현실주의에 바탕을 둔강한 정신력을 가져야 하고, 회사가 성공하려면 이것이 전체의 기업문화가 되어야만 한다. - P75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폼을 잡게 돼 있다. 괜한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명예를 추구하려 들기도 한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사업을 할 때 폼을 잡으면 반드시 실패한다. 솔직히 나는 처음 사업을 할 때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명예를 추구하려는 마음이 강했다. 학원강사라는 직업은 돈은 많이 벌 수 있을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돈이 생기면 무언가 그럴듯한 일을 해야 한다고 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게 엄청난 독이 되고 말았다. - P76
당장에 큰 쓸모가 없는데도 임원을 여럿 채용한 것 역시, 내 안에 있던 ‘있어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작용한 것이다. ‘있어 보이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엄청난 돈을 그들의 연봉으로 쏟아 부었다. 학원 이름도 그럴싸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A학원에서 ‘A학원그룹‘으로 바꿨다. 차도 고급 차로 바꿨고, 비서까지 따로 뒀다. 무려 120여 명의 직원들을 거느리게 됐다는 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소위 잘나가간다는 사람들도 이때 많이 만났다. 그들에게 ‘A학원그룹 이사장‘이라는 명함을 건네면 왠지 모르게 으쓱해졌다. - P77
폼을 잡는 순간은 달콤했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내가 부렸던 허세들은 모두 ‘돈 몽둥이‘가 되어 나를 사정없이 두들겨 팼다. 이 모든 것들은 내가 부담해야 될 비용으로 다 돌아왔던 것이다. 괜한 폼만 잡다가 그동안 애써 쌓았던 실리들을 모두 잃어버린 격이었다. 결국 2년 사이에 20억 원을 날리고, 나는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 P78
그때를 떠올리면 정말이지 등골이 오싹해진다. 나는 사업을 할때 폼 대신 실리를 추구했어야 했다. 간부는 정말 현업에 필요한 딱 한 명만 고용해서 비용 지출을 최소한으로 줄였어야 했다. 무엇보다 사장실을 간소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비서를 뽑으려면, 정말이지 나의 업무가 너무 과중해 혼돈이 생겨나고 정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빠졌을때 채용했어야 했다. 쓸데없이 이 사람 저사람 만나는 일을 자제하고 본업에만 전념했어야 했다. - P79
고객의 주머니에서 내 주머니로 돈이 들어와, 그 ‘돈‘이 존재해야 누구라도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돈은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잘 들어오다가도 어느 순간 수도꼭지를 잠근 것처럼 확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여유자금이 있다면 최대한 비축을 해두어야 한다. 꼭 필요한 곳, 수익과 연결되는 곳에만 쓴다는 생각으로 리모델링, 과도한 신문광고, 브랜드 인수 비용 따위에는 단 1원도 쓰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간부 연봉 4억 4천만 원, 리모델링비 3억 원, 신문광고비 4억 원, 브랜드비 3억 원, 과도한 임대료, 품위유지비, 교제비 등을 절감해 약 15~17억 원을 아낄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도를 넘은 숫자의 강사와 직원을 채용하지 않았더라면 여기서도 많은 돈을 아낄 수 있었다. 단적으로 연봉 2천만 원인 직원 20명만 덜 채용한다면, 2년간 무려 8억 원을 아낄 수 있다. - P79
물론 필요한 인력, 필요한 비용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그 사람이 정확히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의 몫을 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몇 사람 몫을 하는 ‘일하는 문화와 습관‘을 만들었다면, 같은 비용을 훨씬 효율적으로 쓸 수 있었을 것이다. - P80
비단 사업가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통장 지출 내역을 열어보라. 그중에서 꼭 필요한 비용은 얼마나 되는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12개월 할부로 산 명품 가방, 쓸모도 별로 없는데 스펙만 과다한 각종 첨단기기들, 남들이 다 사니까 장만해야 한다고 생각해 리스나 대출을 끼고 산 자동차나 아파트, 폼을 잡기 위해 쓰는 비용과 정말 필요하기에 쓰는 비용을 나눠서, 아낄 수 있을 때 아끼는 것이 좋다. 펑펑 벌 수 있을 때도 있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벌 수 없을 때가 온다. - P80
달콤한 폼을 무작정 추구한다면 평생 빚더미 속에서 회한으로 인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처절하게 실패를 맛본 내가 지금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것 중 하나다. - P81
기업 활동은 냉정하다. 망하면 끝이다. 망하고 나면 누구도 내게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내가 열심히 일했건 안했건 관계없이, 결과를 묻는 순간은 어김없이 다가온다. "너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여기 네 성적표 있어, 받아가." 나는 결과가 내게 건네는 이 냉정한 일갈에 뭐라 답할 말이 없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는 업무 중 많은 시간을 인터넷 뉴스를 보는 데 할애했다. - P83
신문기사를 보면 ‘기업들이 직원들로 하여금 업무시간에 개인 홈페이지 관리나 메신저, 인터넷 쇼핑 등을 하는 걸 막느라 애쓴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인터넷 서핑 조금 하는 것이 사업의 승패에 영향을 얼마나 주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 P84
그러나 비즈니스에서의 승패는 종이 한 장 차이에서 결정될 때도 많다. 매일 정치기사를 읽고 댓글을 다는 일이나 여타의 업무와 관계없는 다른 일을 하는 데 30분씩만 사용한다 해도, 1년이면 1,095분, 무려 182 시간이다. 하루 8시간 일을 한다고 가정할 때, 무려 23일이 낭비가 되는 것이다. 주 5일 근무라면 거의 한 달이 날아가는 셈이다. 결국 나는 일 년 중 한 달을 인터넷 정치뉴스를 클릭하며 휴가를 보낸 꼴이었다. - P84
비행기를 타보면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들은 흔히 정치나 스포츠신문을 본다고 한다. 그런데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들은 주로 경제신문을 본다고 한다. 전자는 정치나 스포츠에 관심이 많고, 후자는 경제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결국 사람이란 관심을 쏟는 것에서 결실을 보기 때문에, 전자는 정치나 스포츠의 달인이 되고 후자는 경제의 달인이 된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실제 정치인 스포츠인,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스타들이 승승장구하는 것만을 지켜보고 박수만 칠 뿐, 그들 자신이 성공하고 잘 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스타들이 그들의 응원을 받고 성공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경제신문을 보는 이가 열심히 달리는 사이에 뒤쳐져 패배의 쓴잔만을 삼키게 될 뿐이다. 실제 정치나 스포츠 혹은 연예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서 그 업종에 종사하는 자가 아닌 한, 자기 본업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단언컨대 5%도 안 된다. 성공이란 그렇게 한눈을 팔면서 얻을 수 있는 손쉬운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 P85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배가 고프기 때문에 죽어라 하지만, 나중에 어느 정도 배가 부르게 되면 골프 같은 취미생활이나 이성, 술 등 유흥에 빠져 패가망신 하는 경우가 많다. 본업이 자리를 잡게 되자 안이한 마음이 생겨 본업 이외의 일을 프로의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고 노력한 결과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실제 뒤늦게 취미 삼아 한 일에서 프로가 되기란 쉽지 않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서 최고의 반열에 오른다는 것은 인간사에서 극히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 P85
그러므로 성공을 하려면 본업 이외의 일에는 가급적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한다. 설령 내가 관심을 기울이는 이가 성공한다 해도, 그것은 내가 성공하는 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오히려 시간과 돈과 열정만 낭비하여 본업에서 실패를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돈없는 쓸쓸한 노후를 맞게 될 가능성만 많아진다. - P85
"에이, 하루 30분~1시간 정도, 대충 다른 일에 관심 가지는 것도 어때?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가랑비에 당신의 옷은 젖게 되고, 냉혹한 경쟁이 벌어지는 추운 겨울 속에 남겨진 당신은 결국 그 가랑비 때문에 얼어 죽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직접 체험한 일입니다." - P86
시간이 흐르고 보면 가장 후회되는 때가 바로 ‘무언가에 완전히 올인 하지 못하고 소홀히 했던 순간‘이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하지 않고 뭘 했을까‘ 하는 생각에 스스로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을 때가 있다.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우면, ‘공부할 수 있을 때 못한 것‘, ‘직장이 있을 때 성실하지 못한것‘, ‘조금만 더 갔으면 원하던 걸 이뤘을 텐데 마지막 순간에 게올러지거나 쓸데없이 어영부영하며 흘려보냈던 것‘ 등 후회의 순간들이 불 꺼진 방구석에서 바퀴벌레 기어나오듯 스멀스멀 나를 괴롭힌다. 후회할 때 후회할 게 아니라, 닥쳤을 때 해냈으면 됐을것을. - P86
후회는 누구나 한다. 그러나 그러고 나서 다시는 동일한 후회의 순간이 오지 않도록 하는 사람만이 그 후회로부터 무언가를 배운 사람이다. 본업을 할 수 있을 때 본업에 소홀한 것이 얼마나 뼈아픈 것인지는, 실패한 내 과거가 지금 내게 알려주는 엄중한 경고다. - P86
당신은 포기를 잘하는가? 거절을 잘하는가? 흔히 ‘거절‘을 잘해야 한다는 것은 성공하는 사람의 필수요소로 꼽히지만, ‘포기‘라니 의아한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경험상 이 둘에 능하지 못하면, 사업에서든 일에서든 실패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내 경우도 둘 다 잘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 실패했다. - P87
그런데도 나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무모한 희망만 바라보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계속했다. 변화의 흐름도 읽지 못했고 본질 중심의 경영도 하지 못했으며 폼만 잡는 총체적 난국 속에서 실패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때, 바로 그 순간 신속하게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라는 포기전략을 택했어야 했다. 하지만 ‘사나이 뚝심은 죽어도 한 곳에서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사업을 밀어붙인 결과, 2년에 걸쳐 20억 원의 손해를 보게 되었다. - P88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될 일인지 안 될 일인지 판단을 잘해야 한다. 이 사업을 할까 말까. 이 시험에 도전할까 말까, 심지어 이성을 사귀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조차, 가부 여부를 신속 정확하게 판단해야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을 적게 치를 수 있다. 그러지 않고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심정으로 목숨 걸고 끝까지 매달리다가는 큰 희생을 치르게 된다. - P88
‘포기‘에 능하지 않은 사람은 사기에도 잘 속아 넘어간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내게 돌아올 기회‘가 아니고 ‘현실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닌데 결과에 대한 달콤한 사탕발림에 넘어간다. 화투판의 도박사기, 하루 서너 시간만 투자해 월 수백만 원을 벌 수 있다는 각종 취업사기, 곧 용도변경이 될 토지에 대한 정보를 당신에게만 준다는 떴다방의 부동산 사기까지, 넘어가는 사람의 심리를 가만 살펴보면, 다 ‘포기‘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애초에 내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고 포기해야 하는데, ‘본전을 건지겠다.‘는심정으로 계속 매달린다. 그래서 더 큰 손해를 보고 나중엔 발을 뺄 수 없게 된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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